신화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김산해 지음 | 가람기획
제1장 수메르 혁명
혁명의 진원지무려 약 2천 년 동안 영화를 누리고 나서, 다시 2천 년 동안 그 전승을 계승한 도시와 국가들에게 '뿌리'를 나누어주었고, 또 다시 인간의 기억에서 2천 년 동안이나 사라졌던 문명이 고스란히 재현되었다면 그것은 그리스·로마 신화를 엄지로 신봉해온 학자들과 히브리 경전을 '진실의 서(書)'로 모셔왔던 유일신교 추종자들에게 혁명이다. 북으로는 터키, 남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동으로는 이란, 서로는 시리아와 요르단이 접하고 있는,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사이로, 앗시리아와 바빌로니아에서, '악카드와 수메르'에서 세계 최고(最古) 문명의 모체가 '혁명의 진원지'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서양인들은 장구한 세월 동안 '그리스와 로마'라는 '때늦은 선물'을 최고의 가치로 꼽아, 거기에서 모든 신화와 문명과 역사가 출발한 것으로 잘못 알고, '최후의 것이며 가장 변형된 것'을 '최초의 것이며 가장 완벽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보타의 안달증메소포타미아의 '환상'을 현실로 믿고 목숨 걸고 나선 이들이 있었다. 1842년, 프랑스인 폴-에밀 보타가 영사관으로 발령을 받고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다음 가는 북부의 큰 도시 모술에 도착했다. 이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었던 그는 얼마나 '안달증'이 났었는지 짐을 풀자마자 언덕으로 달려가 구덩이를 파고 유물을 발굴해냈다. 그러자 이 소식을 듣고 마을 사람이 달려와 그런 것들이 동네에 부지기수로 널려 있다고 말해주었다.
보타는 메소포타미아의 첫 발굴지로, 앗시리아의 왕 싸르곤 2세의 거주지이자 '정의로운 왕의 성벽 도시'라고 불렸던 고도의 흙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는 작업자들에게 계속 흙을 파내도록 독려하면서 신념을 갖고 일을 진행했는데, 궁전 전체라 믿고 그가 세상 사람들 앞에 내놓았던 건 궁전 북서쪽 일부에 불과했다.
이 앗시리아의 왕도는 그 중심지에 훌륭한 왕궁이 있었는데, 궁벽은 조각된 돋을새김으로 연이어 있었으며, 끝에서 끝까지는 2km 정도나 뻗어 있었다. 도시와 궁전을 지배하는 것은 '지쿠라투'라고 불리는 계단식 피라미드로, 신들을 위해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이었다. 궁전, 신전, 집, 마구간, 창고, 성벽, 문, 기둥, 장식, 조상, 예술작품, 탑, 방벽, 테라스, 장원 등 모든 것들이 단 5년 만에 완성되었다고 하니, 그렇게 짧은 기간 동안 성취한 제국의 엄청난 힘 앞에서 발굴자들은 생각만 해도 어지러울 정도였다.
영국과 프랑스의 각축장메소포타미아라는 미지의 세계는 영국과 프랑스의 각축장이었다. 영국인들은 찾아낸 유물들을 숨 돌릴 틈도 없이 곧장 대영박물관으로 가져갔는데, 이는 프랑스인들도 매한가지였다. 1852년, 모술에 부임한 프랑스 영사 빅토르 플라스가 헨리 롤린슨을 등에 업고 발굴을 시작했다. 롤린슨은 영국의 고고학자이지만 파리에서 태어났으며, 이탈리아에서 소년시절을 보낸 '다국적 인물'이었다.
님루드(이라크에서 발견된 고대 도시)와 니느웨(1849년 헨리 레이어드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한 '신화적인 대도시')의 발굴작업은 계속 이루어져서 매소포타미아의 남쪽의 '와르카'가 발견되었는데, 그곳은 성서에서 '에레크'라고 명시되어 있는 '수메르의 우르크'였다. 그곳에서 다시 남동쪽으로 15km 지점에 있는 '산카라'가 탐사되었는데, 그곳은 '수메르의 도시 라르싸'였다. 1877년 프랑스 외교관 에르네스트 드 사르제크가 메소포타미아 남부의 텔로로 떠났다. 그는 라가쉬의 구데아 왕 조각상을 발견했다. 라가쉬는 수메르에 이어 악카드가 몰락하자, 수메르의 문예부흥을 시작한 도시국가였다. 섬록암으로 만들어진 이 조각상에는 문자가 기록되어 있었고, 이는 수메르 어를 복원하는 데 기여하였다. 구데아의 조각상들에 이어 수메르 예술의 걸작들이 속속 출토되었다. 4400년 전 라가쉬 왕이 닌기르수 신에게 바쳤다는 은제 항아리, 4500년 전의 독수리 기념비들과 키쉬 왕이 썼던 무기들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보배가 되었다. 또 이 시절보다 더 고대의, 앗시리아 문자와는 전혀 다른 문자들로 기록된 점토판 6만여 개가 파리로 운반되었다. 이들은 수메르 어의 존재를 드러내는 근거가 되었다.
고고학자들, 문헌학자들, 문자 해독가들은 '신화의 몽환적인 폐허'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신비로운 역사와 문명의 실체를 만나고 있었다.
아브람의 출발지, 우르1922년 다시 영국인들이 우르크 남동쪽에 위치한 수메르의 고대 도시 우르로 들어갔다. 그곳은 성서편집자들이 '칼데아의 우르'로 잘못 표기한, 이스라엘 족의 선조인 수메르 사람 아브람 AB.RAM의 출발지였다. 이집트의 삼각주 지역까지 점령하여 지중해 해상권까지 장악했던 막강한 앗시리아 제국은 2629년 전까지 통치한 앗슈르바니팔의 문화정책을 끝으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사막의 유목민이었던 칼데아 인들이 바빌로니아로 들어와 신바빌로니아 왕조를 열었으니, 2614년 전 신바빌로니아는 니느웨를 점령하였던 것이다. 우르는 5000여 년 전부터 시작하여 4000여 년 전에 이미 그 왕조가 끝난 수메르의 도시국가였다. 따라서 '칼데아의 우르'는 완전히 잘못된 표기인 셈이다.
수메르 학자 새뮤얼 노아 크레이머는 '아브라함의 가계에는 수메르의 피가 섞여 있고, 히브리 족장들의 핏줄에는 가장 오래된 문명의 문화적 전승이 흐르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지만 그의 주장은 이미 40년 전 일이고, 현재는 서구의 '중근동학 연구가들이며 세계최고의 지성인들 상당수'가 그럴 가능성을 운운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레너드 울리는 1934년까지 사원의 발굴과 함께 여러 시대의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수천 개의 문자판을 건져냈고, 왕실 무덤의 부장품인 하프와 칠현금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사자(死者)의 지하실에는 최소한 네 개 이상의 칠현금이 있었다고 하니, 진정 대단한 예술문화가 존재했던 것이다. 우르의 발굴은 4600년 전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왕실 분묘가 특징으로, 화려하면서도 음산한 장례문화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제2장 수메르 판테온
신들의 대부 안/아누수메르 신들의 엄지는 '하늘의 신, 안 AN(악카드 어의 Anu)'이다. 그는 운명을 결정하는 일곱 큰 신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신들의 대부였고, 하늘과 땅에 존재하는 신족의 가장이었으며, 그의 자식과 추종자들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자들, 아눈나키 AN.UN.NA.KI'와 '살펴보고 관찰하는 자들, 이기기 IGI.GI'였다.
안의 배우자로는 '땅의 여신 키 Ki 혹은 안투 Antu/Antum'가 등장하나, 한때는 '지하수의 여신, 남무 Nammu'가 그의 아내 - 아마도 후실이었을 것이다 - 이기도 했다. 대부는 슬하에 신왕의 옥좌를 계승할 엔릴과 서자라지만, 실제로는 장자인 엔키라는 아들을 두어서, 둘 사이에 벌어진 치열한 싸움은 수메르 신들의 운명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 처음에 '안'은 수메르 도시 우르크에 머물렀다가 하늘로 올라가면서, 땅은 그의 자손들에게 맡겨두었다. 그래도 신권이나 왕권은 '아누투 Anutu(아누의 권위)'에게서 나왔다.
하늘에 계신 신들의 아버지인 '안'은 신(神)의 상징이요, 하늘이고, 별이기도 하지만, 보통 수메르 어로 '신(God)'이라는 단어는 '딘기르 DIN.GIR'로, 신명(神明) 앞에 윗 첨자로 붙여져 음역된다. '딘기르'는 악카드 어로는 '일루 ilu'라고 하나, 바이칼 호 주변 부리야트 족의 텡게리, 투르크 계인 타타르 족의 틴기르, 동시베리아의 야쿠티야 공화국 원주민 야쿠트 족의 탄기르, 몽골 족의 텡그리, 아나톨리아 현대 터키 어의 탄리, 태평양의 여러 섬들에서 쓰는 탄가로아, 북아메리카의 탄그라 또는 탄카, 에트루리아의 틴, 리투아니아의 단구스, 라트비아의 덴데르, 그리고 우리 말의 '당굴'이나 '단군'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기독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는 수메르의 전승을 후대에 이어받은 성구로, '하늘에 계신 신들의 아버지 안'을 모방한 것이다. 더욱이 수메르 60진법으로 보면 그의 '신의 숫자 60'은 곧 '1'이기도 해서, 그가 '처음'이요 '끝'이라서, 이를 본따 야훼도 '알파'요 '오메가'가 되었다. '안'이 신계의 대부이긴 하지만, 고대 필경사들에 의해 기록된 신명록에는 엔릴의 마흔두 명의 조상, 스물한 쌍이 올라 있다. '안'을 첫손으로 꼽아주기 전에 그의 부모로, '천계의 위대한 왕자, 안샤르갈 AN.SHAR.GAL'과 '땅의 위대한 공주, 키샤르갈 KI.SHAR.GAL'이 있었다. 안샤르갈은 천계를 통치할 후계자였으며, 키샤르갈은 그의 이복 여동생이었다.
제3장 에누마 엘리쉬* 에누마 엘리쉬 - 1876년 조지 스미스에 의해 발표된 '칼데아 인들의 창세기'는 고바빌로니아 언어로 세상과 인간을 창조한 신에 대해 쓰인 악카드 문서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이제는 구약성서의 창세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방대한 자료가 쌓여 있다. '바빌로니아 창세기'는 7개의 점토판에 기록되어 있다. 1902년 L. W. 킹은 이런 '창조의 서사시'에 '창조의 일곱 토판'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서사시가 시작하는 첫 번째 토판의 서두에 나오는 구정을 그대로 써서 '에누마 엘리쉬 Enuma Elish(그때 위에)'라고 하기도 한다.
압수·뭄무·티아마트만 있었다하늘에는 신들의 아버지로 처음부터 숨을 고르고 있던 압수 Apsu가 있었고, 태어난 자로 압수의 시종이며 현명한 자인 뭄무 Mummu가 있었고, 생명을 주는 어머니로 모든 신들을 장차 낳을 '문제의 티아마트 Tiamat'가 있었다. 시원의 물은 서로 함께 섞여졌는데 그 물 속에서 신들이 태어났다.
신들, 탄생하다전쟁의 남신 라흐무 Lahmu가 태어났고, 전투의 여신 라하무 Lahamu가 태어났다. 이 둘의 모습이 채 완성되기 전에 다른 두 신이 태어났다. '하늘의 패자'라고도 일컬어지는 안샤르 Anshar가 그 중 하나였고, '가장 견고한 땅'으로 일컬어지는 키샤르 Kishar가 또 하나였다. 이 둘은 먼저 태어난 둘보다는 월등히 강한 능력의 거대한 신들이었다. 거기에 또 상당한 '신들의 세월'이 지나고 나서 또 다른 둘이 태어났다. 안샤르가 그를 닮게 만든, '하늘의 주인'인 아누였고, 그 다음으로 아누가 자신의 모습으로 낳은 아들 누딤무드였다. 누딤무드는 능수능란한 창조자라, 그의 아버지의 아버지인 안샤르의 힘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였다.
압수, 자식들의 소란을 견디지 못하다신들은 아직 자신의 길을 올바르게 잡아가지 못했다. 천계는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신들의 아버지 압수는 갓 태어난 신들의 요동을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어머니 티아마트 또한 그 자식들에게는 관대하고 관대하여 말이 없었다. 아버지 압수는 자식들의 소란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여 그의 시종 뭄무를 불러서 티아마트에게 가서 자식들인 신들에 관해 상의하자고 한다.
티아마트, 남편의 제안을 거절하다압수는 "자식 녀석들의 꼬락서니가 나를 해롭게 한다. 낮이면 낮마다 쉴 수가 없고, 밤이면 밤마다 잠잘 수 없다. 눈꼴 신 그 놈들의 그런 거친 행동을 없어버리자. 이번을 기회로 아예 쫓아버리자. 그런 후에 고요가 찾아들면 함께 잠이나 자자."고 아내에게 말했다. 그러나 티아마트는 "당신과 내가 만든 것들을 어찌 없애버릴 수 있겠느냐. 아이들의 모난 행동이 설사 우리 둘을 괴롭힌다고 하더라도, 자식 둔 골은 호랑이도 돌아본다는데, 부모인 우리가 견뎌내야 되는 게 아니냐. 제발 그러자."고 안간힘을 써가며 남편을 달래고 있었다.
뭄무, 곁다리를 들다뭄무가 아버지 압수의 생각에 맞장구를 치면서 그 편을 들어주었다. 둘은 신들을 잠재울 악역무도한 계획을 세웠다.
에아, 압수를 잠재우다지혜로운 에아가 압수와 뭄무의 음모를 알아차렸다. 에아는 이에 대처할 방안을 야무지게 꾸려놓고 나서 거룩하고도 성스러운 주문을 읊었다. 이 비밀주문은 압수를 잠들게 하기에 충분해서, 그 소리가 울려 퍼지자마자 물은 일순 잠잠해졌고, 에아가 압수에게 잠을 몰아가자, 아버지는 금세 깊디깊은 꿈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주인이 그러자 뭄무도 이내 졸음에 빠져들었다.
압수, 에아의 새 거처가 되다잠으로 녹초가 된 압수는 에아의 손에 의해 왕관이 벗겨지고 허리띠가 풀려졌다. 이제는 에아가 그 왕관을 머리에 올렸다. 그런 뒤 그는 압수를 꽁꽁 묶어, '처음부터 존재하던 자'의 눈자위를 꺼지게 하였다. 뭄무 쪽도 그런 사망의 길로 접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운 지배자 에아는 그를 압수의 시체 위에 매어두었다. 아버지 압수는 더 이상 생명의 창조력을 발휘하지 못하였고, 더 이상 자식을 낳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 반면, 승리자 에아는 압수 위에 자신의 거처를 세웠다. 신들의 천상계에는 일시적인 평화가 찾아 왔으며, 첫 번째 천상의 전쟁에서 거둔 에아의 승리는 압수의 의미와 위치를 바꾸는 역할을 하고야 말았다.
제4장 베레쉬트
유일신 사상은 애초부터 없었다주변국들의 신들을 인정하면서도 오직 한 신만을 숭배했던 바빌론 사람들이나 앗시리아 사람들처럼, 이스라엘 사람들도 다른 신들을 인정하나 그들의 민족신만을 섬기는 '일신 숭배'가 있었다. 그때 사람들은 이 민족이나 저 민족이나 모두가 그렇게 다신적이면서도 자신의 신을 최고신이라고 내세우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었다. 헌데, 메소포타미아를 제패한 앗시리아 인들이 그들의 신 '앗슈르'를 신들의 가장 높은 반열에 오르게 할 작심을 하고, 수메르 신들의 곱어른인 '안/아누'의 숫자 '60'을 배내어 앗슈르에게 붙이니, 그가 지상에서 '최고신인 동시에 유일신'으로 되었다.
그때 때로는 서로 다른 민족의 종교적 관습을 받아들여 놓고서도, 민족마다 국가마다 저마다의 최고신을 섬겼었고, 그 중에는 최고신이 유일신으로 둔갑하는 일도 생겨나서, 수메르를 시작으로 악카드로 이어지고, 다시 바빌로니아와 앗시리아로 전수된 신들의 자취는, '최고신은 있으나 유일신은 없던 전승'이 엉뚱하게 변질되어, 대제국의 손아귀에 있던 이스라엘 쪽으로 옮겨가고 있었던 거였다.
* 일신 숭배와 유일신 숭배는 엄연히 다르다. 큰 신들의 아버지며 모든 신들의 조상신인 안/아누의 숫자 '60'은 육십진법으로 보면 곧 '1'과 상통하므로 '처음(1)이자 마지막(60)'이 되겠고, 앗시리아 신명 '앗슈르 Ashur'는 음절 표기 상 '아쉬 슈르'로 두 음절이 되는데, 표의문자 앞부분의 '아쉬'의 의미가 '하나'며, '첫째'며, '처음'이며, '혼자'의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앗슈르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유일무이한 신이 되어 이스라엘에 영향을 주었다.
제5장 신들의 폭동
원시 노동자 룰루바빌론 사제들은 위에서 본 '수메르 창세기'나, 또 언젠가 빛을 볼 수메르 원본들을 모방하였는데, 마르둑이 그의 아버지 에아와 손잡고서, "핏줄을 묶고 뼈를 만들어 사람이 생겨나게 합시다. 그의 이름을 '사람'이라고 합시다. 사람을 만들어 신들의 노역을 담당하게 하고 그들을 쉬게 합시다."라며 실제로 죄를 지은 신 하나를 잡아 죽인 다음, 그 '피'로 사람을 만들어 신들을 노동에서 해방시켰다.
P는, 앞서 본 '구 창세기'들을 참고하여 '신 창세기'를 탄생시켰으나, 엘로힘이 여섯 째날 '그들'을 닮은 모습으로 인간을 창조하였다는 정도로만 적었을 뿐이었다. J는 또다른 '신 창세기'에서 그의 신 야훼가, 창조한 사람을 '어디로부터' 데리고 와서 에덴 동산에 투입하여, 그곳을 경작하고 보살피도록 하였다는 정도로만 적어서 신과 인간의 숱한 사연을 숨겨두었다. 허나 J는 P에 비하여, 수메르 신이 행한 일들을 그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비추었으니, 그는 신이 창조한 사람을 에덴 동산에 들여보내 노동을 시켰다는 사실을 애써 감추려고 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