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김산해 지음 | 가람기획
메소포타미아라는 미지의 세계는 영국과 프랑스의 각축장이었다. 영국인들은 찾아낸 유물들을 숨 돌릴 틈도 없이 곧장 대영박물관으로 가져갔는데, 이는 프랑스인들도 매한가지였다. 1852년, 모술에 부임한 프랑스 영사 빅토르 플라스가 헨리 롤린슨을 등에 업고 발굴을 시작했다. 롤린슨은 영국의 고고학자이지만 파리에서 태어났으며, 이탈리아에서 소년시절을 보낸 '다국적 인물'이었다.
님루드(이라크에서 발견된 고대 도시)와 니느웨(1849년 헨리 레이어드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한 '신화적인 대도시')의 발굴작업은 계속 이루어져서 매소포타미아의 남쪽의 '와르카'가 발견되었는데, 그곳은 성서에서 '에레크'라고 명시되어 있는 '수메르의 우르크'였다. 그곳에서 다시 남동쪽으로 15km 지점에 있는 '산카라'가 탐사되었는데, 그곳은 '수메르의 도시 라르싸'였다. 1877년 프랑스 외교관 에르네스트 드 사르제크가 메소포타미아 남부의 텔로로 떠났다. 그는 라가쉬의 구데아 왕 조각상을 발견했다. 라가쉬는 수메르에 이어 악카드가 몰락하자, 수메르의 문예부흥을 시작한 도시국가였다. 섬록암으로 만들어진 이 조각상에는 문자가 기록되어 있었고, 이는 수메르 어를 복원하는 데 기여하였다. 구데아의 조각상들에 이어 수메르 예술의 걸작들이 속속 출토되었다. 4400년 전 라가쉬 왕이 닌기르수 신에게 바쳤다는 은제 항아리, 4500년 전의 독수리 기념비들과 키쉬 왕이 썼던 무기들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보배가 되었다. 또 이 시절보다 더 고대의, 앗시리아 문자와는 전혀 다른 문자들로 기록된 점토판 6만여 개가 파리로 운반되었다. 이들은 수메르 어의 존재를 드러내는 근거가 되었다.
고고학자들, 문헌학자들, 문자 해독가들은 '신화의 몽환적인 폐허'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신비로운 역사와 문명의 실체를 만나고 있었다.수메르 신들의 엄지는 '하늘의 신, 안 AN(악카드 어의 Anu)'이다. 그는 운명을 결정하는 일곱 큰 신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신들의 대부였고, 하늘과 땅에 존재하는 신족의 가장이었으며, 그의 자식과 추종자들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자들, 아눈나키 AN.UN.NA.KI'와 '살펴보고 관찰하는 자들, 이기기 IGI.GI'였다.
안의 배우자로는 '땅의 여신 키 Ki 혹은 안투 Antu/Antum'가 등장하나, 한때는 '지하수의 여신, 남무 Nammu'가 그의 아내 - 아마도 후실이었을 것이다 - 이기도 했다. 대부는 슬하에 신왕의 옥좌를 계승할 엔릴과 서자라지만, 실제로는 장자인 엔키라는 아들을 두어서, 둘 사이에 벌어진 치열한 싸움은 수메르 신들의 운명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 처음에 '안'은 수메르 도시 우르크에 머물렀다가 하늘로 올라가면서, 땅은 그의 자손들에게 맡겨두었다. 그래도 신권이나 왕권은 '아누투 Anutu(아누의 권위)'에게서 나왔다.
하늘에 계신 신들의 아버지인 '안'은 신(神)의 상징이요, 하늘이고, 별이기도 하지만, 보통 수메르 어로 '신(God)'이라는 단어는 '딘기르 DIN.GIR'로, 신명(神明) 앞에 윗 첨자로 붙여져 음역된다. '딘기르'는 악카드 어로는 '일루 ilu'라고 하나, 바이칼 호 주변 부리야트 족의 텡게리, 투르크 계인 타타르 족의 틴기르, 동시베리아의 야쿠티야 공화국 원주민 야쿠트 족의 탄기르, 몽골 족의 텡그리, 아나톨리아 현대 터키 어의 탄리, 태평양의 여러 섬들에서 쓰는 탄가로아, 북아메리카의 탄그라 또는 탄카, 에트루리아의 틴, 리투아니아의 단구스, 라트비아의 덴데르, 그리고 우리 말의 '당굴'이나 '단군'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기독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는 수메르의 전승을 후대에 이어받은 성구로, '하늘에 계신 신들의 아버지 안'을 모방한 것이다. 더욱이 수메르 60진법으로 보면 그의 '신의 숫자 60'은 곧 '1'이기도 해서, 그가 '처음'이요 '끝'이라서, 이를 본따 야훼도 '알파'요 '오메가'가 되었다. '안'이 신계의 대부이긴 하지만, 고대 필경사들에 의해 기록된 신명록에는 엔릴의 마흔두 명의 조상, 스물한 쌍이 올라 있다. '안'을 첫손으로 꼽아주기 전에 그의 부모로, '천계의 위대한 왕자, 안샤르갈 AN.SHAR.GAL'과 '땅의 위대한 공주, 키샤르갈 KI.SHAR.GAL'이 있었다. 안샤르갈은 천계를 통치할 후계자였으며, 키샤르갈은 그의 이복 여동생이었다.* 에누마 엘리쉬 - 1876년 조지 스미스에 의해 발표된 '칼데아 인들의 창세기'는 고바빌로니아 언어로 세상과 인간을 창조한 신에 대해 쓰인 악카드 문서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이제는 구약성서의 창세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방대한 자료가 쌓여 있다. '바빌로니아 창세기'는 7개의 점토판에 기록되어 있다. 1902년 L. W. 킹은 이런 '창조의 서사시'에 '창조의 일곱 토판'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서사시가 시작하는 첫 번째 토판의 서두에 나오는 구정을 그대로 써서 '에누마 엘리쉬 Enuma Elish(그때 위에)'라고 하기도 한다.하늘에는 신들의 아버지로 처음부터 숨을 고르고 있던 압수 Apsu가 있었고, 태어난 자로 압수의 시종이며 현명한 자인 뭄무 Mummu가 있었고, 생명을 주는 어머니로 모든 신들을 장차 낳을 '문제의 티아마트 Tiamat'가 있었다. 시원의 물은 서로 함께 섞여졌는데 그 물 속에서 신들이 태어났다.신들, 탄생하다압수, 자식들의 소란을 견디지 못하다티아마트, 남편의 제안을 거절하다뭄무, 곁다리를 들다뭄무가 아버지 압수의 생각에 맞장구를 치면서 그 편을 들어주었다. 둘은 신들을 잠재울 악역무도한 계획을 세웠다.에아, 압수를 잠재우다바빌론 사제들은 위에서 본 '수메르 창세기'나, 또 언젠가 빛을 볼 수메르 원본들을 모방하였는데, 마르둑이 그의 아버지 에아와 손잡고서, "핏줄을 묶고 뼈를 만들어 사람이 생겨나게 합시다. 그의 이름을 '사람'이라고 합시다. 사람을 만들어 신들의 노역을 담당하게 하고 그들을 쉬게 합시다."라며 실제로 죄를 지은 신 하나를 잡아 죽인 다음, 그 '피'로 사람을 만들어 신들을 노동에서 해방시켰다.
P는, 앞서 본 '구 창세기'들을 참고하여 '신 창세기'를 탄생시켰으나, 엘로힘이 여섯 째날 '그들'을 닮은 모습으로 인간을 창조하였다는 정도로만 적었을 뿐이었다. J는 또다른 '신 창세기'에서 그의 신 야훼가, 창조한 사람을 '어디로부터' 데리고 와서 에덴 동산에 투입하여, 그곳을 경작하고 보살피도록 하였다는 정도로만 적어서 신과 인간의 숱한 사연을 숨겨두었다. 허나 J는 P에 비하여, 수메르 신이 행한 일들을 그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비추었으니, 그는 신이 창조한 사람을 에덴 동산에 들여보내 노동을 시켰다는 사실을 애써 감추려고 하지는 않았다.
수메르 창세기로 보면 인간이 창조된 이유는 단순 명쾌하다. 인간은 신들의 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에아에 의해 '정화된 신의 피'가 흙에 섞여져 창조되었다. 수메르 인이나 악카드 인이 '사람'으로 불렀던 '룰루 lullu'는 '원시적인 사람'으로, 신의 피와 '섞여진 노동자, 룰루 아멜루 lullu amelu'였으니, 한 마디로 원시 노동자였다. 고대인들에게 '인간이 신의 노복으로 창조되었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으며, 신들이 주님· 통치자·왕·지배자·주인이었고, 인간은 그들을 위해 노동을 제공하는 존재였다.
* 이러한 설명은 신들이 땅을 직접 지배한 주인이며 왕이었을 적에, 인간은 단지 작은 신들의 노동을 대신할 '원시 노동자'로 태어났다는 옛 시인들의 읊조림이었다.사람이 탄생되는 과정은 이러하였다. 지혜로운 에아와 닌투가 '운명이 정해지는 집 비트 쉼티'로 들어갔다. 에아와 산파의 신 닌투, 그리고 출산의 여신 열 넷이 그 집에 집결했다. 한 신의 '정수'가 확보되었고, 정화를 위한 용액에 준비되어 있었다. 창조자며 최고의 생명 유전공학자인 에아가 먼저 그녀 앞에서 흙을 깨끗하게 하였고, 주문 소리가 흘러나왔고, 찰흙을 밟았으니, 그들은 사람을 대량 생산할 태세였다. 에아가 닌투 앞에 앉아서 재촉하고 있었다.출산의 여신들이 모여들었다.
에아는 닌투 앞에서 찰흙을 밟았다.
그녀가 주문을 암송하였고
그는 그녀 앞에 앉아 수를 세었다.
주문을 마친 후에 그녀가 흙덩이 열 넷을 떼어냈다.
그녀는 일곱을 오른쪽에 두었다.
그녀는 일곱을 왼쪽에 두었다.
그들 사이에 그녀는 틀을 놓고…
그녀 털… 탯줄을 자르게…
지혜와 학식을 겸비한 출산의 여신 일곱 일곱을 호출하였다.
일곱으로는 남자를 만들었고
일곱으로는 여자를 만들었다.
창조주 에아가 산파의 여신 앞에서 하나하나를 손잡게 하여서
둘씩을 묶어 일곱 차례 맺어 놓으니, 일곱 쌍이 되었다.에아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생명체를 활용하여 신들의 이미지를 '각인'하는 작업을 하였다. 위대한 창조주와 위대한 어머니는 수 차례의 실패 끝에 마침내 '원형 인간 아담'을 빚어냈고, 그는 원시 노동자를 복제하기 위한 유전적 원형으로 사용되었으며, 그로 인해 출산의 여신들 몸에서 닌투의 손으로 태어난 자들은 '남자와 여자'였다. 그런 이유로, 베레쉬트의 작자 중 하나인 P는 이런 '진실'을 간과하지 않으려는 듯, 짧지만 명쾌한 안내문을 남겨두었다.약 2300년 전 베로수스라는 바빌로니아 출신의 사제가 있었다. 그는 바빌론의 벨 신전에 있던 고대의 전승을 참고하여 '바빌로니아카'라는 메소포타미아 왕조실록 3권을 편찬하였는데, 현재는 그 단편만이 전해지고 있지만, 대홍수는 제2권에 약술되어 있다. 거기에는 수메르 대홍수의 영웅 지우쑤드라가 크시수트로스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다. 수메르 왕명록으로 보면 지우쑤드라의 아버지는 우바르투투요, 그의 신은 엔키(에아)인데, 베로수스는 이들을 각각 오르티아테스와 크로노스로 이름을 바꾸어 기록하였다. 그의 말에 의하면, 오티아르테스(수메르의 우바르투투)가 죽은 뒤, 그의 아들 크시수트로스가 13사로이(64,800년) 동안 다스렸으며, 크로노스(수메르의 엔키) 신이 크시수트로스의 꿈에 나타나 다이시오스(4∼5월)의 달 열 닷새 날에 인류가 홍수로 멸망할 것이라고 계시했다는 것이다.
세월은 이렇듯 인명이나 신명이나 지명을 본래의 그것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바꿔버린다. 수메르 어를 최고점으로 시작된 언어들은 매우 복잡한 형태로 변형되었고, 더군다나 각 시대별로 왕명록이 만들어지면서 겪었던 필경사들의 수고가 컸겠으나,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들'은 '지금의 연구가들'에게는 수십 배 더 큰 고역이 아닐 수 없다. 4700여 년 전 수메르 왕 '지우쑤드라'가 신바빌로니아가 망한 뒤로 '크시수트로스'가 되어 그리스로 건너갔을 정도니까. 2400여 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말놀음'이었다.J와 P는 야훼와 엘로힘에 너무 집중한 탓인지, 엔릴과 엔키의 대립관계를 잠시 착각한 모양이다. 둘은 수메르 두 신의 역할을 혼동한다. 거기에다 수메르 신들의 모든 역할이 야훼와 엘로힘에게 쏠려진다. 더욱이 편집자가 야훼와 엘로힘을 동시에 동원하고 P 문서와 J 문서를 섞어놓아 사람들을 미혹한다. 하여 일인다역의 대모순은 '간결성과 정확성의 걸작'이라는 명성에 흠집을 남긴다.
수메르 전승이 기록된 메소포타미아 이야기들은 '원시적 순수성'을 상당히 간직하고 있는 데 반해, 이스라엘과 유대 이야기는 다분히 손질이 가해져 색 바랜 모습으로 다가선다. 그도 그럴 것이, 150년 전부터 발굴되기 시작한 메소포타미아의 수 천 수 만 점토판보다, 고래의 '수메르 원본들'이 더 풍부했을 때 지어진 J 판과 P 판을, 다시 히브리 편집자 그룹이, 창조에서 시작하여 에덴 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추방되는 전 스토리를 단 80절에, 아담부터 시작된 선조들의 계보를 58절에, 대홍수 스토리를 87절에 몽땅 실어놓은 것은, 실로 엄청난 '채색 작업'이다.
이스라엘과 유대의 작가들은 수메르 신들의 제복을 모두 벗겨내고 그들의 계급장을 뜯어내서, 야훼와 엘로힘에게 가장 화려한 제복을 입혔으며, 전지전능한 능력을 부여하였고, 최고신이며 유일신이라는 최상위의 계급장을 달아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황금빛 폐허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던 수메르 신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수메르 신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고, 인간은 비로소 그들을 알게 되었다.압수는 "자식 녀석들의 꼬락서니가 나를 해롭게 한다. 낮이면 낮마다 쉴 수가 없고, 밤이면 밤마다 잠잘 수 없다. 눈꼴 신 그 놈들의 그런 거친 행동을 없어버리자. 이번을 기회로 아예 쫓아버리자. 그런 후에 고요가 찾아들면 함께 잠이나 자자."고 아내에게 말했다. 그러나 티아마트는 "당신과 내가 만든 것들을 어찌 없애버릴 수 있겠느냐. 아이들의 모난 행동이 설사 우리 둘을 괴롭힌다고 하더라도, 자식 둔 골은 호랑이도 돌아본다는데, 부모인 우리가 견뎌내야 되는 게 아니냐. 제발 그러자."고 안간힘을 써가며 남편을 달래고 있었다.잠으로 녹초가 된 압수는 에아의 손에 의해 왕관이 벗겨지고 허리띠가 풀려졌다. 이제는 에아가 그 왕관을 머리에 올렸다. 그런 뒤 그는 압수를 꽁꽁 묶어, '처음부터 존재하던 자'의 눈자위를 꺼지게 하였다. 뭄무 쪽도 그런 사망의 길로 접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운 지배자 에아는 그를 압수의 시체 위에 매어두었다. 아버지 압수는 더 이상 생명의 창조력을 발휘하지 못하였고, 더 이상 자식을 낳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 반면, 승리자 에아는 압수 위에 자신의 거처를 세웠다. 신들의 천상계에는 일시적인 평화가 찾아 왔으며, 첫 번째 천상의 전쟁에서 거둔 에아의 승리는 압수의 의미와 위치를 바꾸는 역할을 하고야 말았다.대홍수 이전에 수메르 신들이 있었다.
대홍수 이전에 수메르 신들의 강림이 있었다.
대홍수 이전에 수메르 신들의 도시가 있었다.
대홍수 이전에 수메르 신들의 전쟁이 있었다.
대홍수 이전에 수메르 신들의 폭동이 있었다.
대홍수 이전에 수메르 신들의 인간 창조가 있었다.
대홍수 이전에 수메르 신들과 인간의 충돌이 있었다.
대홍수 이전에 수메르 신들이 인간을 수장시키려는 음모가 있었다.
그러나 인간은 끝끝내 살아 남았다!
그러나 인간은 신들의 땅 수메르에서 최초의 위대한 문명을 열었다!
그리고 인간의 시대가 시작되었다!지혜로운 에아가 압수와 뭄무의 음모를 알아차렸다. 에아는 이에 대처할 방안을 야무지게 꾸려놓고 나서 거룩하고도 성스러운 주문을 읊었다. 이 비밀주문은 압수를 잠들게 하기에 충분해서, 그 소리가 울려 퍼지자마자 물은 일순 잠잠해졌고, 에아가 압수에게 잠을 몰아가자, 아버지는 금세 깊디깊은 꿈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주인이 그러자 뭄무도 이내 졸음에 빠져들었다.제5장 신들의 폭동
원시 노동자 룰루제6장 인간의 창조
남자 일곱, 여자 일곱을 만들다내가 만들었다! 내 손으로 해냈다!무려 약 2천 년 동안 영화를 누리고 나서, 다시 2천 년 동안 그 전승을 계승한 도시와 국가들에게 '뿌리'를 나누어주었고, 또 다시 인간의 기억에서 2천 년 동안이나 사라졌던 문명이 고스란히 재현되었다면 그것은 그리스·로마 신화를 엄지로 신봉해온 학자들과 히브리 경전을 '진실의 서(書)'로 모셔왔던 유일신교 추종자들에게 혁명이다. 북으로는 터키, 남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동으로는 이란, 서로는 시리아와 요르단이 접하고 있는,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사이로, 앗시리아와 바빌로니아에서, '악카드와 수메르'에서 세계 최고(最古) 문명의 모체가 '혁명의 진원지'로 꿈틀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