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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

도로시 버틀러 지음 | 보림
쿠슐라가 이 책을 딱 한 번 들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다섯 시간 전에). 쿠슐라는 '괴물'과 '염소'라는 낱말을 배우기는 했지만 글귀를 기억하진 못했다. 그러나 쿠슐라는 이 이야기가 무섭다는 점을 포함하여 이야기의 본질을 잘 받아들였다. 쿠슐라가 괴물 생각에 아주 푹 빠졌을 뿐만 아니라 그 말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았다(3월말 부활절에 쿠슐라는 고양이가 부활절 달걀을 먹는 걸보고, "넌 나쁜 괴물-야옹이야!"하고 진지하게 말했다).



이 시기에 쿠슐라는 책에서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 아주 즐겼다. 구닐라 볼 테가 쓴 『말 안 듣는 엠마』가 불을 붙였고, 한스 페테르손(스웨덴 동화작가)이 쓴 『싫어, 새러가 말했어』가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두 권 모두 조그만 여자아이가 익살맞고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한다는 이야기다. 쿠슐라는 엠마가 머리에 바지를 뒤집어 쓴 장면을 보고 깔깔 웃어댔고, 다음날 아침에는 그대로 흉내를 냈다. 쿠슐라는 엠마에게서 아주 강한 인상을 받았다. 5개월이 지난 뒤에도 엠마라는 말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엠마는 말 안 듣는 블록을 싫어해."라는 말은 어느 날 쿠슐라가 서투르게 쌓아올린 블록이 무너질 때 한 말인데, 엠마를 보고 배운 것이었다. "쿠슐라도 말 안 듣는 블록을 싫어하지?" 하고 쿠슐라 어머니가 물었다. "나는 쿠슐라가 아니야, 나는 엠마야. 엠마는 머리를 헝클어뜨려서 털이 덥수룩한 개 같아!" 쿠슐라는 진지하게 말하면서 머리를 사납게 헝클어뜨렸다.

숫자와 수에 관한 책으로는, 브루너의 『셀 수 있어요』에 이어, 클레어 보우스의 『몇 개일까요?』를 보여 주었다. 쿠슐라 부모는 블록을 써서 쿠슐라가 이 시기에 '셋'까지 이해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쿠슐라는 3월에 수에 관한 책 두 권을 보면서 유머 감각을 보였는데 이제껏 본 모습과는 달랐다. 어느 날, (쿠슐라가 졸라대서) 『셀 수 있어요』를 들려주었는데, "양말 여섯 켤레"가 나오는 장면에서, 쿠슐라는 책을 낚아채더니, "아니야! 니카우야자 여섯 개!"하고 소리치며 즐거운 듯이 웃었다. 다음날 아침에 쿠슐라는 『몇 개일까요?』를 읽어 달라고 하고는, "니카우야자 여섯 개"가 있는 부분을 보고 웃으면서 "봐, 맞지?"하고 말했다. 분명히 어제 웃기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크기에 대한 감각은 폴 갈돈의 『곰 세 마리』를 보면서부터 아주 좋아졌다. 쿠슐라는 이 책에서 "아주 조그맣고, 중간 크기이고, 아주 커다란"이라는 새로운 분류 방법을 배우고, 몇 주 동안 이 분류 방법을 모든 것에 다 써 보았다. 어느 날 쿠슐라는 몇 달 동안 잘 보지 않던 책 『작고, 크고, 아주 크고』를 책꽂이에서 꺼내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코끼리, 큰 코끼리, 아주 큰 코끼리"라고 읽었고, 그 다음에는 새로운 분류 방법을 적용해서, "아주 조그만 집, 중간 크기의 집, 아주 커다란 집"이라고 읽더니 끝까지 이런 방식으로 읽었다. 마침내 쿠슐라가 자기 주위에서 보고 들으면서 스스로 배우고 있다는 반가운 증거가 늘어났다. 지금까지는 직접 '가르쳐 주는 것'에만 의지했다. 쿠슐라는 날짜별로 된 수첩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말했다. "이것은 월요일, 이것은 화요일!" 그런 다음, 수첩 맨 끝에 있는 지도를 보고 "여기를 돌아서, 저기로 내려가." 하고 말하며 손가락으로 길을 가리켰다. 쿠슐라는 가게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도 갑자기 깨달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이렇게 놀랄 만한 요구도 했다. "공룡을 사 주세요!"



쿠슐라는 노래와 동요를 많이 외웠다. 놀면서 늘 노래를 부르거나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리고 쿠슐라는 밀른의 시집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에 나오는 시를 거의 외웠다. 또 다른 시집인 『어린이를 위한 시집(The Young Puffin Book of Verse)』를 몇 달 전에 보여주었는데 지금은 아주 좋아하였다. 바바라 아이리슨이 엮었는데 시를 고르는 통찰력이 뛰어나다. 이 시집은 안심하고 읽을 수 있다. 이들 시의 리듬과 운율이 쿠슐라에게 감각적인 즐거움을 주었을 거라는 데는 의심할 나위가 없다. 자기가 아는 이미지를 도저히 떠올릴 수 없는 시, 밀른의 『섬(The Island)』을 읽어 줄 때, 쿠슐라가 좋아하는 것을 보면 이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쿠슐라는 눈을 반짝이며 분명하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들었고 말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이 기간(1975년 3월)은 짧기는 했지만 쿠슐라의 어린 시절에서 가장 마음이 편안한 시기였다. 병에 걸리지 않고, 하루 하루를 평화롭게 보냈다. 쿠슐라 어머니가 열심히 기록을 하다보니 기대하지 않던 효과도 생겼다. 쿠슐라가 '글자 쓰기'를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이 달 말에 쿠슐라 어머니가 쓴 글이다. "쿠슐라는 이제 종이나 모래, 어느 곳이든 쿠슐라(Cushla)의 C를 비뚤비뚤하게 쓴다. 좀처럼 똑바로 쓰지는 못한다." 책에 나오는 글이 말을 의미한다는 걸 쿠슐라가 안다는 사실도 명백했다. 가끔씩 쿠슐라는 그림이 없는 어른 책을 보면서 '크게 소리내어 읽었다'.



신체 장애가 있어서 잘 할 수 없는데도 초조해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쿠슐라의 큰 장점이었다. 쿠슐라는 늘 진지하게 해 본 뒤에 즐겁게 그만 두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부딪칠 때 쿠슐라는 이렇게 했고, 지금도 이렇게 하고 있다. 쿠슐라는 2년 9개월에 검사를 받은 뒤로 꾸준히 좋아졌다. 쿠슐라의 삶과 쿠슐라 부모의 삶은 이제 새로워졌고, 이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즐거웠다.1975년 3월, 병원에서 정기 검사를 받을 때, 담당의사는 쿠슐라의 왼쪽 신장을 수술하자고 했다. 쿠슐라 부모는 딸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시키려고 애썼다. 그 결과 쿠슐라는 친구들에게 "의사 선생님이 내 배를 고쳐 줄 거야."하고 말하게 되었다. 마침내 신장은 제 기능을 했고 합병증도 생기지 않았다. 수술한 지 한 달이 지난 뒤, 쿠슐라는 일주일에 한 번씩 수영을 배웠는데, 수영을 아주 잘하게 되었다. 8월에는 페달이 달린 커다란 세발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쿠슐라는 점점 잘 뛰어다니고 잘 놀게 되었다. 눈과 손의 조정은 더디게나마 조금씩 나아졌다. 3년 8개월 때, 쿠슐라는 두 발을 모아 제자리에서 뛰는 걸 배웠다. 서투르긴 했지만 이렇게 하는 데도 집중력과 노력이 필요했다. 성공하면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이제는 쿠슐라가 혼자서 책을 크게 '소리내어 읽는' 시간과 어른이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거의 같았다. 쿠슐라 부모는 새 책을 아주 많이 보여 주었다. 쿠슐라는 전보다 우스운 이야기를 즐겼다. 뉴질랜드 작가 이브 서튼의 『우리 고양이는 상자 속에 숨는 걸 좋아해』에 나오는 글을 금방 외워서, 시도 때도 없이 아주 기분 좋게 외워 댔다. 이야기는 모두 터무니없고, 있을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나온다. 선으로 그린 그림은 뛰어나진 않지만 글과 잘 어울린다. 이 책의 뛰어난 점은 글에 있다. 이 글에는 리듬, 압운, 되풀이와 독창성이 있다. 글이 밝은 색의 그림을 이길 때, 아이에게 자연스런 유머 감각과 확실한 소리 감각이 중요하다는 믿음이 옳았다는 걸 알게 된다.



콜린스 비기너 북스의 초기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인 헬렌 파머의 『물 바깥으로 나온 물고기』는 금빛 물고기 오토에게 먹이를 너무 많이 먹여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쿠슐라는 이 이야기에 나오는 소동 하나 하나마다 소리치면서 웃고 신이 나서 팔로 가슴을 끌어안고 다리를 버둥거렸다. 쿠슐라는 바바라 맥퍼레인의 『장난꾸러기 애거팬터스(Naughty Agapanthus)』에 대해서는 아주 다른 반응을 보였다. 애거팬터스는 질서와 복종을 요구하는 세계에 여러 방법으로 반항하는 새러와 엠마 같은 류의 아이다. 쿠슐라는 이 이야기를 좋아했다. 이 글에는 쓸데없는 부분이 없다. 말은 정확하고 가락이 멋지다. 마거릿 리즈가 그린 그림은 진짜 예술 작품이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책이다.



『코끼리와 버릇없는 아기』는 소동이 벌어지는 이야기로, 아주 단순하게 시작한다. 외우기 쉽게 되풀이되는 글은 아이들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그 밖에 『꼬마 곰 코듀로이』, 『운하에 빠진 암소』, 『오디 아줌마에게 말해』, 『바람이 불었어』, 『무서운 호랑이』, 『농부 반즈와 초롱꽃』과 다른 많은 책도 쿠슐라가 좋아해서 날마다 보았다. 쿠슐라 아버지는 쿠슐라와 쿠슐라 동생을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에 데리고 간다. 쿠슐라는 책을 갖는 것뿐 아니라 빌리는 것도 배우고 있다. 쿠슐라가 책을 갖다 주지 않으려고 해서 할 수 없이 산 책이 딱 한 권 있었다. 샌닥의 『깊은 밤 부엌에서』였다. 지금 로즈(엘리자베스와 제럴드 로즈)의 『성 프랜시스는 늑대를 어떻게 길들였을까요!』에 빠진 쿠슐라를 보면, 또 안 갖다 주겠다고 할까봐 걱정이 된다.



이 시기에 쿠슐라는 눈에 띄게 말을 잘하게 되었다. 쿠슐라는 아버지에게 책을 한 권 가지고 가서 말했다. "비비 이모가 전에 나한테 이 책을 주었어. 이모가 그랬어. '쿠슐라, 이리 와. 이 책은 내가 아주 어릴 때 본 건데, 이제 너에게 줄게.'" 세 살 아이들이 하는 말은 타고난 재능과 환경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러나 분명히, 쿠슐라는 말로 세계를 그려내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일어난 일을 보고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표현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쿠슐라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쿠슐라는 키가 크고 말랐고, 얼굴은 동그랗고, 눈은 파랗다. 머리는 밝은 금빛이 도는 갈색이고, 피부는 노르스름한 갈색이다. 여전히 피부 발진에 걸리기 쉬워 조금만 아파도 얼굴이 금방 부스럼 투성이가 된다. 아직도 침을 질질 흘리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조금 줄었다. 서 있는 자세는 이상하다. 다리를 약간 벌려서 힘껏 버티고, 팔은 몸 뒤쪽으로 처지고, 얼굴은 초점을 맞추려고 약간 위로 쳐들었다. 때때로 주의해서 들으려 하거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고 할 때면 얼굴이 긴장된다. 동시에 머리를 거세게 흔들어서, 몸 전체의 자세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보인다.



쿠슐라가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신체 장애를 보상하기 위한 여러 노력에서 나왔고, 실제로 어떤 장면이나 사건을 분명히 이해하려고 애쓸 때 그런 특징이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고, 또 훈련을 받으면, 이러한 특성이 없어지지는 않더라도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은 솔직하고 친근한 쿠슐라를 좋아한다. 쿠슐라 집에는 책, 장난감, 동물과 놀이 도구가 많아서, 자연스레 아이들이 자주 드나든다. 쿠슐라 부모가 어린 친구들을 사랑해서, 카레카레에서 자고 싶어하는 아이들도 늘어났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쿠슐라를 돌보는 데 필요했던 끝없는 인내와 포용과 사랑이 이제는 쿠슐라 부모의 특성으로 자리 잡았고,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그걸 알아본다고.제6장 3년 3개월에서 3년 9개월까지맺음말쿠슐라가 다른 장애아와 다르게 자란 점은 자녀 교육의 성질 때문이다. 쿠슐라 부모에게는 다음과 같은 깊고도 직관력 있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하면 된다. 쿠슐라를 사랑하고, 자립하는 날까지 기꺼이 '쿠슐라의 눈과 팔이 되어 준' 사람들과 끊임없이 친하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해 주는 일이야말로, 쿠슐라의 앞날에 커다란 희망을 준다는 확신이다. 주위 사정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오클랜드 대학교 교육대학을 알게 되어 계속 검사를 받고 도움을 받았다. 또 친척이 서점을 해서 책을 고르는 데 도움을 받았다. 이러한 요인과 쿠슐라 부모가 의지할 수 있었던 여러 사람들의 도움 때문에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쿠슐라 부모는 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머리보다 느낌으로 알았다. 쿠슐라가 아주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이면, 그 반응을 쫓아가면 도움이 될 거라는 표시로 받아들였다. 실험은 계속되었다.



쿠슐라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는 아주 어렸을 때였다는 것을 꼭 알아두어야 한다. 그 시기에 쿠슐라는 몸도 정신도 모두 점점 지체되어 어렴풋한 인간만이 남은 세계로 되돌아갈 수도 있었다. 그대로 내버려두었다면 지금쯤 쿠슐라의 장애가 어느 정도로 심했을지 짐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쿠슐라처럼 그렇게 잘 짜인 프로그램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쿠슐라의 발달은 '학습'이 얼마나 효과가 큰지를 생생하게 증명해 준다. 쿠슐라가 부모로부터 받은 행운은 도저히 헤아릴 수 없다. 딸이 '장애아'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쿠슐라 부모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고 날마다 적절하면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그저 해 나갔다. 정신력이 약한 사람들이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쿠슐라는 책 속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고통과 좌절에 빠져 있을 때 책 속의 등장인물과 따뜻함과 멋진 색채가 쿠슐라 옆에 있었다. 혼자 힘으로 세상을 보지 못하는 쿠슐라에게 세상을 보여 주려고 애쓰고, 쿠슐라를 사랑했던 어른들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쿠슐라만이 아는 어둡고 외로운 곳으로 함께 가 준 것은 책 속 등장인물들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쿠슐라와 함께 있을 것이다.



1975년 8월 18일, 쿠슐라가 3년 8개월이 되었을 때 한 말에는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잘 드러나 있다. 그때 쿠슐라는 두 팔로 인형을 안고 책이 산더미같이 쌓인 소파 옆에 앉아 있었다. "이제 루비 루에게 책을 읽어 줘야 해. 그 애는 지쳤고 슬프거든. 루비 루를 품에 안고, 우유를 먹이고, 책을 읽어 주어야 해." 이러한 처방은 어떤 아이에게나 필요하다. 장애가 있는 아이든 없는 아이든.1년 6개월부터 1년 동안, 쿠슐라의 건강은 나아지지 않았고 입원도 두 번이나 했다. 이 시기 초에 쿠슐라에게 유전적 결함이 있다는 게 밝혀졌지만, 쿠슐라의 식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옆에서 쿠슐라를 세심하게 돌보고 가르치는 것밖에 없었다. 쿠슐라의 잠재 능력을 최대한 길러 주어야 한다는 식구들의 신념은 더욱 강해졌다. 2년 6개월부터 쿠슐라 어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씩 수영장에 딸을 데리고 갔다. 쿠슐라가 수영을 잘 배우고 또 즐거워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시작이 아주 좋았다.



18개월이 지나면서 쿠슐라가 좋아하는 책들이 아주 많아졌다. 『집안일 돕기(Helping at Home)』와 『강아지와 새끼 고양이(Puppies and Kittens)』를 이때 보여주었다. 쿠슐라가 책 속에서 자기 주위의 사물과 활동을 찾고 싶어하던 때여서 이 책들이 이런 욕구를 채워 준 것 같았다. 『집안일 돕기』는 두 아이가 그릇을 씻고 빨래를 하고 마루를 닦는 모습을 보여 준다. 쿠슐라는 이런 활동을 실제로 할 수는 없지만 책에서라도 하고 싶어했다.



쿠슐라는 명사와 동사밖에 말하지 못했지만, 2년 6개월쯤에는 이해하는 단어가 많아졌다. 쿠슐라는 단순하고 잘 꾸민 이야기가 담긴 책을 아주 좋아하였다. 진 자이언의 『개구장이 해리! 목욕은 싫어요』와 존 버닝햄의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는 주의 깊게 되풀이해서 들었고, 『빨간 바퀴가 달린 상자』도 좋아하게 되었다. 비어트릭스 포터(영국의 그림책 작가)는 『사납고 나쁜 토끼』로, 쿠슐라의 독서 생활에 두 번째로 등장했고, 미나릭(아동 문학가)이 쓰고 모리스 샌닥(미국의 그림책 작가)이 그린 『꼬마곰』시리즈도 넋이 나갈 정도로 빠져든 책이다.



이러한 책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첫째, 주제나 제재가 모두 적절하다. 18개월에서 36개월까지의 아이들은 점점 자기 주위 세계를 인식하게 되고, 그 세계를 정확하게 묘사한 것을 즐긴다. 그러나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이가 아는 사물과 배경이 나와야 한다. 두 번째는 설득력 있게 장면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정확하면서도 다양하고 풍부한 말을 찾아 쓰는 것이다. 이야기는 한 방향으로 쭉 진행해야 한다. 어린 아이는 곁가지 이야기에 혼란을 느끼고 이야기의 맥락을 잊어버린다.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는 이런 예에 아주 잘 맞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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