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즘의 동물학
비투스 B. 드뢰셔 지음 | 이마고
1부 동물세계에 비친 인간
공격적인 수컷은 우두머리가 될 수 없다빅샘은 케냐 서부지역에서 야생생활을 하는 120마리의 사바나개코원숭이 무리 중 가장 서열이 높고 잘 무는 수컷이다. 하지만 빅샘은 인기가 없으며, 맛있는 먹이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므로 먹이도 다른 사바나개코원숭이들이 먹고 남긴 것에 만족해야 한다. 빅샘이 언젠가 어린 새끼를 물려고 하자 암컷들이 빅샘을 무리에서 쫓아냈다.
이 암컷들은 사바나개코원숭이 사회가 폭력적인 마초, 공격성, 서열 그리고 근육질을 바탕으로 하는 남성적인 지배로 특정지어진다는 기존의 이론을 완전히 뒤집었다. 셜리 C. 스트럼은 15년간 사바나개코원숭이들과 함께 살면서 이러한 사실을 밝혀냈다.
수컷 사바나개코원숭이들이 암컷보다 힘이 더 센 데도 지배자가 되지 못하는 것은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암컷들이 길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바나개코원숭이 사회는 암컷의 지배가 확고한 모권사회이다.
어린 수컷이 자라 성년이 되면 가족들이 쫓아내지는 않지만 결국 스스로 집을 나가 새 무리에 합류하게 된다. 수컷 사바나개코원숭이는 낯선 무리로 옮겨 갔다가도 어떤 일로 놀라면 즉시 어미의 품을 찾아 옛 무리로 돌아온다. 인간사회와는 달리 아무도 새로운 구성원을 쫓아내거나 복종시키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구성원이 낯선 무리 내에서 겪는 이러한 사회화 과정은 기존의 동물이론과는 전혀 다른 혁신적인 서열 개념을 보여준다. 우선 젊은 수컷은 육체적인 힘과 강한 공격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얻어맞고 싶지 않는 자는 아무도 직접 맞서 대결하려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최고 서열자가 된다. 하지만 그것이 곧 다른 동물들의 행동에 대해 영향력을 갖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폭력의 서열질서와 사회적 영향력의 서열질서가 뚜렷이 구분되는 현상을 관찰하게 된다.
암컷들 사이에서의 인기나 먹이와 잠자리 등 안락한 생활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에서는 공격성이 가장 약하고 서열도 가장 낮은 수컷들이 가장 큰 성공을 누린다. 반대로 가장 서열이 높고 공격적인 수컷들은 늘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 그야말로 권력과 지배에 대한 인간들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연구결과가 아닐 수 없다. 사바나개코원숭이 사회의 이 특기할 만한 현상은 주목할 사회적 메커니즘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사바나개코원숭이 사회의 질서를 형성하는 계층은 암컷들인데 이들은 세 가지 권력수단으로 수컷들을 길들인다.
첫 번째 권력수단은 할머니-어머니-이모-딸로 이어지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견고하고 안정되게 구성된 사회구조이다. 암컷 사바나개코원숭이는 수컷들처럼 낯선 무리로 이민을 가지 않는다. 100∼200마리의 무리 내 암컷들은 여러 가족들로 나누어지지만 친척관계 및 굳건한 우정으로 모든 구성원이 단단히 결속되어 있다. 폭력을 휘두르는 수컷에 저항해야 할 순간이 오면 다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다시 굳게 결속한다. 두 번째 권력수단은 마음에 들지 않는 수컷에 대한 애정거부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수컷이 가까이 다가오면 추적자가 기진맥진할 때까지 뒤를 쫓게 만든다. 강간을 시도하는 수컷은 공동작전에 의해 무리에서 쫓겨난다. 세 번째 권력수단은 암컷들이 점잖은 수컷을 보호하는 것이다. 암컷들 혹은 그 새끼들은 나이든 수컷들을 막아주는 방패역할을 한다.
성실한 봉사를 통해 여러 암컷의 우정을 얻지 못한 늙은 수컷은 젊은 수컷의 공격을 받으면 대처할 길이 없이 무리를 떠나야 한다. 싸우기 좋아하는 신참내기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권력다툼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롭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암컷들은 수컷들의 공격성이 점차 사라지도록 길들인다. 초원지대에 사는 사바나개코원숭이 사회에서는 암컷이 변함없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회의 핵심을 이루고, 수컷은 다소 차이는 있으나 시간적 간격을 두고 무리를 바꿔가며 생활한다.
남성 동물행동학자들이 이제까지 설명한 사바나개코원숭이의 사회는 그야말로 성적 역할분담에서 남성적 지배가 확고한 남존여비의 모델이었다. 모두가 남자였던 40년 전 최초의 사바나개코원숭이 연구가들은 매우 단기적인 현장관찰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수컷에게만 배타적인 관심을 쏟아 이런 결과를 낳았다.
셜리 스트럼은 가부장적인 선입견을 동물들의 행동 속에 투사하여 해석하는 불합리한 행태에 종지부를 찍었다. 사바나개코원숭이들은 완전히 다른 공존 시스템을 마련했으며, 남성적 공격성을 무력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공격적인 원칙을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수컷과 암컷은 공동체 내에서 서로 다르지만 서로를 보완하는 역할을 맡을 뿐, 누가 누구보다 더 낫다거나 부족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수컷은 위험을 감수하는 역동적인 타입으로 표범을 비롯한 적들에 대항하는 방어자이며, 암컷은 조화로운 가정의 고요한 핵으로 사회적 안정과 내적 안보를 보장하는 든든한 울타리이다.
2부 섹스와 사랑의 모순
기러기가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회색기러기떼가 들판에서 풀줄기를 뜯을 때는 적어도 일곱 음절의 노래를 부른다. '강강강강강강강'이 그것인데 그 뜻은 대략 이렇다. '우리는 여기에서 잘 지낸다. 이곳에는 먹을 것이 충분하다. 여기 머물자.' 회색기러기의 노래가 세 음절이 되면 '최대 행진속도, 주의! 곧 비행이 시작될 수 있다.'라는 뜻이다. 최대 속도로 행진하지만 날아올라 비행할 생각이 없다면 세 음절의 '강강강' 대신에 중간 톤으로 '강강강'이라고 표현한다.
기러기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행진속도에 관한 약속은 '원시적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하지만 회색기러기들은 원시적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을 넘어서 그들 나름의 일부일처제의 부부생활에 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갖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색기러기의 경우 부부를 하나로 이어주는 결합력은 인간의 경우보다 훨씬 강하다. 회색기러기의 경우 부부결합력의 요체는 '승리의 환호성'인데 이는 다음과 같은 행동방식을 말한다.
기러기 부부가 행진 중이거나 헤엄을 치고 있을 때 낯선 동류가 가까운 곳에 모습을 나타내면 암컷은 뒤로 물러서지만 수컷은 고개를 앞으로 쭉 뻗은 자세로 '적'을 향해 돌진한다. 그리고는 대개 아무 이유도 없이 격렬한 다툼이 시작된다. 공격을 당한 적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 승자는 즉시 아내에게 돌아와 약간 목이 쉰 듯한 소리로 커다한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고는 낮은 소리로 특이한 '강강강' 노래를 부르는데 이때 아내가 열렬히 합세한다. 이때 기러기 부부는 마치 서로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데 서로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며 목은 앞으로 쭉 뻗고 머리는 땅바닥 위로 살짝 들고 있는 자세를 취한다.
기러기 부부는 서로 비껴가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그리고 함께 외치는 이 승리의 환호성이 기러기 부부를 단단히 하나로 묶어준다. 회색기러기들은 무리를 지어 풀을 뜯는 부화기 외에도 간간이 승리의 환호성을 외치고, 이는 집단의 결속력을 강화시켜 준다. 승리의 함성을 지를 수 없는 기러기, 즉 암수에 상관없이 짝을 찾지 못하고 혼자 늙어가는 기러기는 소위 '버림받은 자의 울음'을 울며 다른 모든 활동을 소홀히 하다가 결국 비참하게 죽는다. 독방에 갇힌 채 성장하여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상실한 무능력에서부터 평생에 걸친 굳건한 부부애까지 회색기러기는 다양한 공동생활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성적으로 성숙한 기러기는 원초적인 힘에 이끌려 함께 승리의 함성을 지를 수 있는, 다시 말해서 변함없는 결속을 유지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다. 파트너를 찾는 원동력은 자발적이며, 내적인 것으로 외적인 동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 힘은 회색기러기들이 성적으로 활동적이지 않은 계절에도 작용한다. 그러므로 회색기러기의 짝짓기를 향한 내적 충동은 성적 충동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회색기러기들은 짝짓기 시기가 되면 성적인 행동이 강화된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서로 짝짓기를 할 기미가 전혀 없는 낯선 기러기들끼리도 교미하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 이미 확실한 짝이 있거나 독신이거나 상관없이 수컷들은 낯선 암컷과 바람을 피우고, 암컷들도 한동안 혼자 두면 낯선 수컷들 앞에서 '섹시한' 포즈를 취한다.
하지만 이런 '혼외정사'는 단지 몇 분 만에 끝나고, 둘은 각자 제각기 흩어지고 만다. 교미만으로는 짝짓기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성적으로 방탕한 행동이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공동체를 만드는 힘은 결합본능 뿐이다. 섹스는 수컷과 암컷을 일단 하나로 묶어주지만 여기에 결합본능이 더해지지 않으면 섹스는 공격적이 되고 지속력도 몇 분을 못 넘기고 차갑게 식고 만다. 성욕은 교미행위에서 감정의 충족만을 추구한다. 반면 호감은 성적 성향과는 무관한 공동체의 본능이다.
사람을 끄는 성의 견인력은 거세기는 하지만 오래 가지는 못한다. 하지만 결합본능은 경솔하게 파괴하지만 않는다면 평생토록 유지될 수 있다. 결합본능은 두 파트너가 서로를 지배하려는 마음을 포기하고 서로 돕고 존중하며 절대적으로 의지한다면 삶의 파도를 견디는 반석이 된다.
섹스에 집착하는 시대의 심각한 문제를 겪고 난 지금이야말로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한 호감과 결합의 본능을 인식하고 의식화할 최적의 시기이다. 우리가 조화로운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을지의 여부는 우리 안에 내재한 호감과 결합의 본능,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
3부 모든 동물은 훌륭한 어머니
아버지는 왜 필요한가?모성애처럼 부성애도 처음에는 알 속에서 그리고 밖으로 나온 뒤에는 새끼가 내는 '핍'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생겨난다. 플로리다의 에버글레이즈에서 관찰된 악어새의 예를 들어보자.
이 새들은 암컷이 부화의 짐을 혼자 진다. 남편은 그 동안 아직 짝을 찾지 않은 다른 암컷과 바람을 피운다. 하지만 새끼들이 알에서 나오고 나면 수컷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암컷 혼자서는 새끼를 따뜻하게 품어주고 보호하면서 엄청난 양의 먹이를 구해올 수 없다.
어떻게 해서든 남편을 데려와야 하는 악어새는 부화가 막바지에 접어들면 귀엽고 섹시한 동작으로 그간 상당히 엉망진창이 된 둥지를 정리한다. 많은 새들의 경우 둥지를 짓는 것보다 더 섹시하게 느껴지는 것이 없다. 그것이 어미가 감춰둔 비장의 무기, '포르노 잡지'인 셈이다. 그러면 남편은 예전에 아내와 함께 지내던 시간을 기억하며 거의 언제나 서둘러 귀가한다. 그때 귀여운 새끼들이 둥지 안에서 사랑스러운 소리로 삑삑거리며 바람둥이 카사노바의 부성애를 일깨우고 앞으로는 아내와 새끼들을 위해 살도록 한다.
포유류의 경우에는 모성애와 부성애가 시작되는 방법이 다르다. 모성애는 출산시 방출되는 호르몬 작용이 도움을 준다. 수컷에게는 이 자연스러운 과정이 없지만 새들의 경우처럼 어린 자식을 귀엽게 보는 마음이 효과를 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 반드시 필요한 전제는 수컷이 그 암컷과 결합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파트너에 대한 결속감이 없을 때, 예를 들어 낯선 암컷의 출산 현장에 다가갔을 때는 역효과가 난다. 이때 수컷은 많은 경우 어린 새끼를 잡아먹는다. 사자, 집고양이, 하누만랑구르원숭이 등 많은 동물에게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부성애가 생겨나면 그와 동시에 아내와의 결속도 강화된다. 하지만 부성애가 생겨나지 않으면 남자는 아내와 자식을 홀로 버려두려는 마음이 자주 생길 수 있다.
모성은 대체될 수 있는가해리 할로와 그의 아내 마거릿 쿠엔 할로는 레수스원숭이의 새끼를 대상으로 한 17년간의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소 측은 인간의 교육 유토피아가 꿈꾸는 평등원칙을 레수스원숭이들에게 실현시키기 위해 불평등을 야기하는 중대한 요인인 어머니의 양육을 금지시켰다. 어미 원숭이는 출산 직후 갓난 새끼들과 격리되었다. 갓난 원숭이 새끼들은 작고 황량한 멸균된 독방에 가둬졌으며 어미는 만나지 못하고 우유병으로만 키워졌다.
수의사들의 감시 아래에 완벽한 위생상태에서 자란 새끼 레수스원숭이들은 어미가 돌보는 새끼들보다 훨씬 빨리 성장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이로제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새끼 레수스원숭이들은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불안해했다. 그리고 성적으로 성숙하자 교미준비를 시켰지만 사랑을 나눌 능력이 전혀 없었다. 부드러운 사랑의 유희 대신 서로 죽도록 물어뜯는 폭력만이 관찰되었다.
이 실험 이후 심리학자들은 모성애를 개별적인 구성요소들로 분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새끼 레수스원숭이에게 젖만 주는 우유병을 가진 (철사) 어미와 달라붙을 수 있게 부드러운 모피를 가져서 보호받을 수 있고 스킨십을 나눌 수 있는 (봉제인형) 어미를 제공했다. 그 결과 원숭이들은 스킨십을 제공해주는 장치를 젖병보다 훨씬 더 선호했다. 두 어미 모델을 나란히 세워두자 갓난원숭이는 봉제 인형에 달라붙은 채 목을 길게 빼어 젖을 빨았다.
학자들은 인간의 아기들에게도 인격적인 보살핌을 스킨십 기구와 같은 모의 어머니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얼마 뒤 모의 어미가 키운 원숭이들은 반사회적이고 공격적이며, 겁이 많고 성적으로도 변태성향을 보였다. 그 원숭이들은 독방에서 혼자 자란 원숭이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또한 어미 없이 유년기를 보낸 레수스원숭이들은 모두가 똑같이 잘 깨물고 악독하며, 괴상하고 사랑을 나누는 데 무능했다. 연구진들은 진짜 어미의 따스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면 비합리적인 공포와 공격성 사이에서 늘 갈등을 겪는 불행한 반사회적인 괴물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로는 인간의 자식으로부터 생모의 따스함을 빼앗는 모든 경우를 범죄로 평가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정확히 생명체의 영혼에 있는 무엇이 혼란에 빠지는 것일까? 새끼 레수스원숭이가 태어나자마자 어미로부터 격리시킨 뒤 12개월 뒤 다시 어미에게 돌려보낸 실험이 행해졌다. 어미와 재회한 어린 레수스원숭이는 지속적인 불안증세를 보이며 12개월 내내 스스로 선택한 고립상태에서 살았다. 그 뒤로는 외부로부터 어떤 계기도 없었는데도 매우 수줍어하던 성격의 원숭이가 불안과 공격성 사이를 오가면서 동료와 어미뿐만 아니라 체력적으로 대단히 우월한 무리의 우두머리까지 공격했다.
어미 없이 성장한 암컷은 사랑도 교미도 나눌 능력이 없어 인공수정을 했는데 새끼가 태어나자 무관심한 태도를 취했으며, 어린 새끼가 간신히 어미에게 매달리자 새끼를 구석에 던지고 새끼가 걸레라도 되는 양 새끼로 바닥을 닦았다. 스스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암컷은 한때 자신이 갈구했던 사랑을 자식에게 줄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그 자식의 자식은 더 끔찍하게 황폐한 영혼을 가지게 되었다. 적어도 원숭이에게는 악이 악을 낳았고 그 정도는 계속 심해졌다.
인간의 경우에도 몇몇 극단적인 경우에는 원숭이들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성인이 뒤에 자식을 낳아도 대개의 경우는 다행히도 사랑의 무능력이 도를 더해가지는 않는다. 68세대의 정신적 저항운동에서 나온 이데올로기는 옛날 방식의 가정도 부모도 해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폐기되어야 할 것은 가정이 아니라 가정 그리고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모들의 아이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이다. 예전처럼 여성은 모두가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며, 우선 어느 여성이나 직업과 자식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직업과 자식을 둘 다 원할 때 생기는 문제들은 조부모나 양부모의 육아 그리고 아기를 돌보는 육아부모, 낮 동안 아기를 돌보는 보모, 어린이 집, 영아 집, 그리고 아기를 비교적 오랫동안 병원에 두는 방법 등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4부 협동은 생존의 조건
인간의 회사 같은 늑대 무리는 멸종한다캐나다 북부의 툰드라 지방, 11마리의 늑대 무리가 쉬고 있었다. 서열이 낮은 늑대 두 마리의 싸움을 지켜보던 우두머리 늑대는 둘에게 다가가 두 싸움꾼 가운데 힘이 더 센 늑대에게 함께 놀자고 했다. 둘은 맞붙어 뒹굴며 승자와 패자의 역할을 서로 바꿔가며 맡을 뿐 아무도 상대를 제압하거나 이기려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싸움꾼의 공격성은 가라앉았고, 다툼 자체가 곧 잊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