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기술
한스 페터 베크 보른홀트 지음 | 이끌리오
생각의 기술
한스 페터 베크 보른홀트 외 지음/장혜경 옮김
이끌리오/2003년 2월/261쪽/10,000원
1부 올바른 판단을 위한 시작
파란 자동차에 인사하기
마리나와 파란색 골프 자동차는 두 가지 오류를 가르쳐 준다. 파란색 골프를 마리나가 타고 있지 않은데도 그녀가 타고 있다는 결론이면 제1종 오류이고, 반대로 파란색 골프가 아니면 마리나가 아니라는 결론이면 제2종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개연성 논리를 인사하는 태도에서 설명하였다. 안드레아스의 소방차 파울헨은 인과 논리 또는 결정론적 논리를 가르쳐 준다.
마티아스는 함부르크 시 외곽의 한적한 골목에 살고 있다. 그 골목에서 유일한 파란색 골프 자동차의 주인은 이웃집 여자 마리나이다. 파란색 골프는 흔한 차다. 따라서 마티아스가 정원에서 파란색 골프를 보고 마리나가 탔는지 확인도 안 하고 인사한다면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가끔 낯선 사람들 중 많은 수가 파란색 골프를 타고 골목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낯선 이의 자동차를 보고 인사하는 것을 두고 학계에서는 ‘제1종 오류’(통계학에서는 제1종 오류를 두고 ‘귀무가설-null hypothesis, 歸無假設:설정 가설이 진실할 확률이 극히 적어 처음부터 버릴 것이 예상되는 가설-이 참인데도 귀무가설을 거부할 개연성’이라고 부른다)라고 한다.
빨간색 라다, 노란색 현대, 초록색 트윙고…. 이런 차들을 보면 마티아스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마티아스에게 ‘파란색 골프가 아닌 차’는 ‘마리나가 아니다’라는 의미이다. 그것을 ‘제2종 오류’(통계학 용어로는 ’귀무가설이 거짓인 데도 귀무가설을 받아들일 개연성‘이라고 부른다)라고 한다. 시내에는 자동차가 상당히 많다. 마티아스가 시내에서 파란색 자동차를 볼 때마다 손을 흔든다면, 마리나에게 한 번도 인사를 못 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매번 제1종 오류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골목에서는 마리나가 파란색 골프를 타고 있을 개연성이 아주 높지만, 시내에서는 아주 낮다. 개연성이 높으면 실수로 모르는 사람에게 손을 흔들 위험성이 낮지만, 개연성이 낮으면 대부분 모르는 사람한테 인사를 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따라서 마티아스는 시내에서는 파란색 골프를 봐도 손을 흔들지 않는다.
마티아스네 맞은 편 집에는 안드레아스가 살고 있다. 그는 1950년대 산 소방차를 몰고 다닌다. 차 양 옆에는 큰 글씨로 ‘파울헨’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파울헨은 세상에서 단 한 대밖에 안 남아 있다. 그러니 마티아스는 시내에서 파울헨을 만나도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안드레아스가 운전을 할 개연성은 100%다. 파울헨은 세상에 단 한 대밖에 없기 때문에 안드레아스에게 인사를 할 때는 고전적인 결정론적 논리에 따라 행동할 수 있지만, 마리나에게는 개연성의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 이런 두 가지 추론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인데 헛갈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고 현장의 자동차 색깔
실다비아의 택시는 개연성 진술의 양적 결합이 놀라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토마스 필구트 박사는 휴가를 보내기 위해 실다비아 국제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수도 실덴나로 갔다. 필구트가 산책을 하려고 호텔 밖으로 나오는 순간, 쾅 하는 소리가 났다. 파란색 택시 한 대가 요란한 엔진 소음을 내면서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필구트가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보니 택시가 주차해놓은 자동차와 추돌한 모양으로,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실덴나의 택시 회사 ‘초록 택시’는 스물 다섯 대이고, 유일한 경쟁사인 ‘파란 택시’는 다섯 대로 시장 점유율이 5/30≒0.17로 17%이다.
실덴나에는 불법 자동차 수리소가 너무 많기 때문에 경찰은 사고 택시를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필구트의 진술만 있어도 정황은 뚜렷하다. ‘파란 택시’가 손해 배상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파란 택시’의 변호사 베라 프리오리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필구트는 현장 검증에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어둠이 깔린 호텔 앞에 보름달 수준의 밝기로 조명을 설치한 후,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택시의 색깔을 맞히는 것이다. 필구트의 적중률은 두 색깔 모두 80%이다. 하지만 변호사는 택시의 83%(25/30≒0.83)가 초록색이라는 사실을 계산에 포함시킨다. 그렇게 되면 사고 택시가 초록색일 개연성 역시 83%이며, 파란색일 개연성은 불과 17%인 것이다.
베라는 두 가지 단서를 쫓고 있었다. 첫째, 택시가 파란색이었고 필구트가 파란색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택시가 초록색이었는데 필구트가 잘못 보아 파란색이라고 생각한다. 필구트가 달밤에 서른 대의 택시를 차례차례 만난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다섯 대의 파란색 택시와 스물 다섯 대의 초록색 택시를 80%의 정확도로 알아볼 것이다. 헛갈릴 개연성은 20%이기 때문에 25 × 0.20 = 5, 다섯 대의 초록색 택시를 잘못 보고 ‘파란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필구트 박사가 파란색 택시를 아홉 번 보았다고 가정할 경우, 네 번은 실제로 파란색이지만 다섯 번은 잘못 보았기 때문에 택시의 색깔은 초록색인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서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역시 목격자가 헛갈려서 ‘파란색’이라고 말할 개연성이 얼마인가 하는 것이다. 5 + 4 = 9의 경우에서, 그는 실제로 파란색을 보았지만 이 중 다섯 번은 초록색을 본 것이다. 따라서 필구트가 헛갈릴 개연성은 5/9 = 0.56으로, 56%이다. 그러므로 진술이 틀렸을 개연성이 50%를 웃돈다.
이 방법을 우리는 아주 빈번하게 사용한다. 일상 생활에서도 그러하다. 파란 택시의 빈도는 17%로 목격자의 헛갈렸을 가능성 20%보다 낮다. 목격자의 진술은 그것의 오류 개연성이 파란 택시의 빈도보다 훨씬 낮을 때에만 증명력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 경우 목격자의 진술은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필구트의 오류 개연성 56%는 오로지 ‘파란색’이라는 진술에만 해당한다. 판사의 입에서 판결이 떨어진다. ‘초록 택시’가 피해 보상금의 56%를, ‘파란 택시’ 가 44%를 지불한다는 판결이다(하지만 그것이 현명한 판결일까? ‘파란 택시’ 또는 ‘초록 택시’가 일방적으로 손실을 발생시켰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렇게 되면 어느 한 쪽은 부당한 판결을 받은 것이 된다. 독일의 법정은 이럴 경우 한쪽에게만 손해 배상 판결을 내리도록 되어 있다). 사건을 목격한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법원에서 재판 과정을 전부 지켜본 필구트는 심한 충격에 휩싸인다.
그가 법원의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 때 황급하게 뒤따르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베라 프리오리다. 매력적인 여변호사의 초청을 거절할 이유가 없기에 필구트는 흔쾌히 승낙한다. “우리에겐 전혀 별개의 두 가지 정보 소스가 있습니다. 첫째는 실덴나에서 영업하는 두 택시 색깔의 비율에 관한 사전 정보이고, 둘째는 현장 검증에서 측정한 신뢰도를 갖춘 당신의 진술이지요. 두 정보의 결합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그 택시가 파란색일 개연성이 44%라는 결과에 이르게 된 거지요. 판결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ludex non calaulat'입니다. ’판사는 계산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실다비아의 법학도들은 교육 과정에서 증거의 판단이나 진술 심리학에 관해서는 배우지만, 정보의 양적 결합에 대해서는 전혀 배우지를 않습니다. 그러니 실다비아 판사의 1심 판결이 놀랄 일은 아니지요.“ 우리는 판사와 변호사 혹은 그들의 고문에게 정보 이론적인 판단 기준을 이용하는 것이 아주 유익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베라 프리오리는 이런 시대의 흐름을 ’비교적 일찍‘ 간파한 사람이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설명할 사상들은 240년 전에 세상을 떠난 영국의 한 성직자의 생각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토머스 베이즈, 그는 목사이자 수학자였다.
중국 대사관 폭격은 우연? 고의?
한 사건에 대한 평가는 직접적인 사실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평가를 내리는 사람의 사전 정보로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좌파 마티아스와 우파 하르트무트는 중국 대사관 폭격 사건을 동일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하지만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된다. 각자의 인생 경험에 따라 다른 선입견으로 그 사건에 접근했기 때문이다.
1999년 5월 화창한 어느 토요일 오후 고즈넉한 골목길. 마티아스는 울타리에 페인트칠을 하고 있다. 하르트무트가 울타리 옆에서 걸음을 멈춘다. “방금 전에 뉴스를 들었어. 나토가 벨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을 폭격했대.” 마티아스가 페인트칠을 멈춘다.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 시스템은 군수 차량과 무기 시스템 조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미국 국방부가 설치한 건데, 공격 정확도가 같으면 누구나 총질을 해댈 테니까 그걸 막기 위해 두 종류의 신호를 발신하는 거야. 나토를 위해 정확한 암호 신호를 발신하는 한편 의도적으로 조작한 비암호 신호도 함께 발신하는 거지. 그런데 빗나갔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어?”
두 사람은 차를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간다. 물이 끓는 동안 라디오에서 뉴스와 해설이 계속되고 있다. 실수였다는 나토의 발표다. 바로 이어진 해설에서는 중국 대사관 폭격 사건은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 정상 G8개국이 발칸전쟁의 종전을 협의하는 시점에 터진 사건이라고 단언한다. 미국 정부 대변인은 모든 공격 목표 지점을 CIA와 펜타곤이 제안하고, 유럽의 나토 사령부와 그 정보 기관이 서명한다고 말한다. 중국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협의안을 지지하거나 최소한 묵인해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건 고의야! 종전을 방해하려고 폭격 시점을 고른 거야. 신무기 실험 장소를 내주고 싶지 않은 거지. 우리 이 문제에 객관적으로 접근해 볼까? 중국 대사관이 우연히 폭격 당했을 개연성이 얼마나 될 것 같아? 자네는 100%, 나는 0%라고 주장하고 있어. 하지만 진실은 그 중간에 있겠지. 벨그라드의 중국 대사관처럼 전쟁을 장기화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건물이 몇 채나 될까?”
마티아스가 다시 말을 이으면서 생각을 정돈한다. “GPS 조종무기가 하필이면 이 시점에 우연으로, 이 두 건물 중 하나에 떨어지게 될 개연성은 대략 2/10,000 = 0.0002이니까 0.02%가 되지. 코소보 전쟁에서 GPS 조종 무기를 쓴 100번의 폭격 중에서, 우연히 실수로 중국 대사관이 맞을 개연성은 100 × 0.02%, 즉 2%야.” “마티아스. 하지만 나토는 우리의 자유를 보장해 주었어. 그런 나토가 고의로 대사관을 폭파시켜 버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하르트무트. 정신 좀 차려. 일반 사람들은 CIA와 펜타곤이 의도적으로 그런 작전을 수행할 개연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할까? ‘절대 안 한다’는 주장은 있을 수가 없어.” 두 사람은 정치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다른 선입견을 기준으로 삼았다. 마티아스가 먼저 살펴본다. “나는 중국 대사관이 고의로 폭격 당했을 개연성이 아주 높다는 결론에 이르렀어. 펜타곤이 고의적인 ‘실수’를 저질렀을 확률이 100%라는 나의 선입견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의도적인 작전이었을 개연성은 10/11.8 = 0.85로 85%가 되는 거지.” 하르트무트가 말한다. “나는 전혀 다르게 보고 있어. 우연일 개연성이 훨씬 높다는 결론에 이르렀지. 나토의 혈맹이 고의로 실수를 저질렀을 개연성이 0.1%라는 나의 선입견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고의였을 개연성은 1/21 = 0.05 또는 5%에 불과하고 우연일 개연성은 100 - 5 = 95%가 되는 거지.” 두 사람은 여전히 의견일치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상대방의 관점을 좀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건 분명했다.
두 사람은 벨그라드의 중국 대사관 폭격 사건을 전혀 다른 선입견에 근거하여 바라보았고, 그래서 동일한 정보와 그 정보의 합리적 결합을 통해 서로 다른 사후 판단을 얻게 되었다. 그것도 논리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두 사람은 이 사건을 통해 그 사실을 배우게 되었고, 각자의 세계관을 조금씩 바꾸게 되었다. 마티아스의 판단은 ‘10분의 1’에서 100분의 85로 바꾸었고, ‘1,000분의 1’이라는 하르트무트의 선입견은 ‘100분의 5’라는 사후 판단으로 변화되었다. 그 결과 하르트무트의 시각이 마티아스의 나토 동맹군을 바라보던 시각과 거의 일치하게 되었다. 사건에 대한 정보가 아무리 많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개연성을 계산할 수 없고, 사후 판단에 이를 수도 없다. 따라서 선입견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은 이러하다. “선입견은 ‘OK’이지만, 선입견에만 매달리는 건 ‘NO’다."
2부 선입견이 없으면 판단도 없다
미(美)의 요새에서 피로 목욕을 하다
정원사 빌리 바스니흐는 ‘미(美)의 요새’, 화산섬 라바도스에서 벌어진 유혈극 범인으로 지목되었다. 피고에게 불리한 목격자들의 진술 때문에 궁지에 몰린다. 하지만 베라 프리오리의 날카로운 판단력 덕분에 그 진술들이 오히려 혐의를 벗겨주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개연성을 계산할 경우, 어떻게 두 개 이상의 정보를 결합할 수 있는가를 배우게 된다.
츠사 츠사 체케가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허겁지겁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그림자가 보인다. 객실은 온통 피범벅이고, 여인의 목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다. 체케 부인은 발코니로 달려가 비명을 지른다. 같은 시각, 안내 데스크 여직원 게사 구텐타크 양이 공원으로 접어들 때 “도와주세요! 사람이 죽었어요!”라는 다급한 비명과 자갈길을 걸어가는 빠른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순간 나무 뒤로 몸을 숨긴 게사는 나뭇가지를 붙잡는 결혼 반지를 낀 오른손을 보았다. 실다비아의 귀족 스친티아가 살해된 것이다.
형사 반장 프레크 벤티스트는 작은 화산섬 라바도스, ‘미(美)의 요새’로 가고 있다. 섬은, 마시면 젊어진다는 샘물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청춘 주식회사’ 소유이다. 젊음을 유지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기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온천이라는 사실로 라바도스는 엄청나게 비싼 휴양지가 되었다. ‘아마추어 수법. 보석함은 털렸고, 객실 문은 전혀 손상이 없다. 면식범의 소행. 아니면 모두 위장?’ 벤티스트는 생각을 정리해 본다. 용의자가 세 명으로 축약되었다. 1번 용의자는 ’청춘 주식회사‘ 사장의 아버지이자 공동 소유자. 그러나 그는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용의 선상에서 제외된다. 2번 용의자는 나이트 클럽의 피아니스트. 스친티아와 모종의 관계를 가졌다는 소문이지만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다. 3번 용의자는 정원사. 그의 알리바이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래서 의혹은 정원사 빌리 바스니흐에게 집중된다. 가엾은 정원사를 돕고 싶다는 헌신적인 충동을 이기지 못해 베라는 이 사건을 맡고 만다. 그녀는 전문적인 증인 자격으로 범죄 심리학자를 재판에 부르는데, 그에 의하면 범인이 남자라는 목격자의 진술이 맞을 개연성은 98%라고 한다(2%만 여성을 남성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반지가 없는 곳에서 반지를 떠올릴 개연성은 아주 긴장된 상황에서도 0.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검사는 당황스럽다. ’저 여변호사가 자기 의뢰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전문가를 증인이라고 불러오다니.‘ 진술이 끝나자 베라는 다음의 추리를 하기 시작한다. 범행 당시 섬에 있었던 사람은 정확하게 2,000명이다. 남자가 100명, 여자가 1,900명이다. 방금 범죄 심리학자는 체케 부인이 범인의 성별을 정확히 확인하였을 개연성이 98%라고 하였다. 범인이 실제로 100명의 남성 중 한 사람이라면 증인은 아흔 여덟 번의 경우에서 남자라고 생각했을 것이고,(100명의 남성 × 0.98 = 98) 두 번의 경우 여성을 보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100명의 남성 × 2%의 오류 개연성 = 100 × 0.02 = 2) 하지만 범행이 1,900명의 여성 중 한 사람이 저지른 것이라면, 증인은 서른 여덟 번의 경우 착각하여 남성을 보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1,900명의 여성 × 2%의 오류 개연성 = 1,900 × 0.02 = 38) "남성이라고 생각한 총 136명 중에서 실제 남성은 98명이지요. 따라서 범인이 남성일 개연성은 98/136 = 0.72, 즉 72%입니다. 그러므로 실제로 범인이 남성이라고 주장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기에는 정확도가 너무 떨어집니다. 체케 부인의 진술만으로는 여성이 범인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