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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공계를 죽이는가

서지우 지음 | 은행나무
누가 이공계를 죽이는가

서지우 지음

은행나무/2002년 10월/264쪽/8,400원



1. 한국 과학기술계의 현주소

경제대전의 노련한 병사

대전시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는 많은 국책연구소와 민간기업연구소 그리고 KAIST를 비롯한 과학기술 계통의 대학, 대학원들이 밀집되어 있다. 가히 한국 과학계의 메카라고 할 만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의 연구실제에서 연구팀제로 바뀐 모 국책연구소 각 팀의 팀장들은 대체로 12시 이전에 퇴근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새로운 연구 과제를 내기 위한 자료수집 및 정리, 연구과제 작성, 보고서 작성, 과제 제안서 작성 등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러면 이들이 왜 이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일까? 지기 싫어서라는 답이 맞을 것이다. 그럼 누구에게 지기 싫어서일까? 바로 미국, 일본과 유럽 각국의 과학기술자들에게 지기 싫어서다.

그러나 요즘의 과학기술자들은 세상 돌아가는 판을 좀 읽기 시작한 것 같다. 그 동안 경쟁해온 적의 진영으로 조금씩 투항하기 시작한 것이 그 증거다. 적어도 한국에서 받는 연봉의 2배에서 3배를 보장해주는데, 무슨 영화를 바라고 한국에 남겠는가? 더 이상 국가의 힘, 사회의 관습이나 한국적 가치 기준으로 이들을 길들인 노예나 하수인처럼 부릴 수 없다. 그들은 지금 세계 경제대전 최전선에서 열심히 싸우는 노련한 한 사람의 병사일 따름이다.

국민의 냉소적 눈길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탄생시키는데 한국의 인적 자원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음을 누구도 부인하지는 않는다. 이는 전 세계인도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이다. 지금도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들이 한국 투자요소 가운데 첫손을 꼽는 요소가 양질의 인적 자원이다.

한때 한국도 공업화 시기에는 과학기술자가 새로운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지금 현장에서 세계의 과학기술자들과 어깨를 겨루고 당당히 경쟁하는 과학기술자들은 모두 이 당시에 배출된 인력이다. 주목할 점은 과학 기술이 ‘신분상승의 수단’이었다는 사실이다. 대학교수나 대기업의 촉망받는 엘리트 사원 정도의 신분을 확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이 바로 이공계로 진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 과학기술은 더 이상 ‘신분상승의 수단’이 아니다. 과학기술 인력의 보수는 의학 계통 인력의 절반 이하에도 미치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게 열악함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학기술자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존경과 냉소가 뒤섞여 있다. 그들에 대한 확실한 가치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민은 일단 한국의 과학기술자들이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리고 그들이 한국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견인차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인정한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이 벤처를 차리고 사업하는 것을 색안경을 끼고 본다. 그 동안 발생한 벤처 비리 때문에 지금은 손가락질까지 한다. 그러나 그들은 국민의 냉소보다는 오히려 내부의 적들에 대한 실망, 즉 과학기술자 스스로 저지르는 잘못된 관행과 태도에 실은 더 많이 절망한다. 한국의 과학기술자들은 이렇게 국민의 이해 부족과 낮은 지위와 보수, 그리고 그들 스스로가 저지르는 잘못 때문에 절망의 늪에 빠져 있다. 사농공상 - 빌어먹을 한국적 전통

한국은 유교 사회다. 한국은 유교적 전통에서 지난 40여 년간 많은 일탈을 지속해왔다. 문제는 그러한 일탈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가장 중요한 ‘인간’을 하나의 자원으로 취급했다. 인간과 인간의 노동에 대해서는 어떤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노동하는 인간을 ‘인격을 갖춘 인간’이기보다는 노동력에만 가치를 두는 노예나 머슴 정도로 취급했다. 유명한 1997년 한보사태 당시 정태수 회장의 발언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자. 회사의 최고위 간부마저도 자신을 ‘머슴’이라 칭하였다. 한국 과학기술자들에게서는 어떤 선비의 이미지도 풍기지 않는다. 오히려 사농공상적 사고 때문에 ‘머슴’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한국에서 실제 삶에 연결된 행위들은 주로 천민층이 주도한 점을 주목하자).

그러한 사회에서 한국의 과학기술자들은 어떤 특별한 이미지를 형성하기 어렵다. 그들은 묵묵히 모니터나 기계 앞에서 자신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선가 자신과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을 라이벌에게 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때문에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들의 모습이 ‘공돌이’나 ‘머슴’ 정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배금주의적 가치관이나 21세기에 더욱 변형되고 일그러져 가는 사농공상 가치관 때문에 한국의 과학기술자 처지는 계속 밑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2. 이공계 몰락의 현장

한국 대학에서 벌어지는 과학기술계 붕괴의 현장

21세기 초, 한국 교육의 총체적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 대학 입시에서 우리 국민은 매우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자연계 수능 지원 인원이 96년 35만 명에서 2002년 20만 명 이하로 급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결과 이공계 대학 경쟁률은 95년 1.4대 1에서 2001년에는 0.7대 1로 낮아졌고, 심지어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 자부한 국립 S대학마저도 이공계 학과에서 미달사태가 발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제야 한국 전체가 경악할 만한 사태에 미동하기 시작했다.

거꾸로 된 대학교육

예전에 어떤 교수님으로부터, 기본적인 과목은 나이 많은 교수가 가르치고, 4학년 과목은 신임교수가 가르쳐야 하는데 한국은 거꾸로 되었다고 개탄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한국 대학에서는 기본적인 과목은 이제 갓 임용된 신임 교수들이 강의를 맡고, 고학년 전공과목은 대부분 나이든 교수들이 맡는다. 필자는 그 이유를 물었다. 새로운 분야나 전공에 밀접한 과목은 이제 공부를 막 마친 사람들이 가르쳐야 더 깊게 가르칠 수 있는 반면 기본적인 과목은 많은 과목들을 강의하며 각 과목들의 상호 연관성을 잘 파악한 나이든 교수님들이 가르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었다.

교수들이 학문과 교육에 몸을 투신하기에 한국의 대학 사회는 너무나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다.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우선은 살인적인 강의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적인 학술 연구는 꿈도 꾸지 못한다. 요즘 한국 교수들은 학내 행정 처리나 프로젝트 관련 업무 때문에 여간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개인적인 학술 연구 활동을 하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



대학교육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본인의 경험에 비춰 보건대, 대학의 또 다른 문제점은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우리 대학생들의 학업 태도다. 물론 이 문제의 책임이 전적으로 학생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일단 대학을 나오기만 하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서열화된 이상한 사회구조가 만들어졌다. 학생들은 모든 정력을 취업 공부하는 데 쏟고 있다. 더 높은 TOEIC 성적, 국가고시 시험 준비, 공무원 시험 준비, 가장 황당한 일반상식 공부 등 어느 누구도 전공을 열심히 공부하지는 않는다. 도대체 대학은 왜 왔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물론 우리 학생들의 준비된 ‘답’은 있다. 졸업장 때문이다.

대학원 교육 붕괴 눈앞에

대학원은 대학 학부과정과는 다르다. 본격적인 전공 공부와 심화된 세부 연구를 통해 실제적 학문의 길로 들어서는 관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동안 한국의 대학원은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대개 한국 대학원은 취직하기가 어려울 때, 약 2년간 유예기간을 통해 재취업 기회를 노리는 일종의 도피처 같은 역할을 했다. 이러한 과거 대학원의 모습과 21세기 현재 대학원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대학원의 안타까운 문제점들은 고쳐지지 않았고, 여기에 다시 새로운 문제점까지 덧붙여지면서 대학원 교육 붕괴라는 치명적인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독창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국 대학원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특히 이공계 대학원의 경우, 전공과목 공부가 매우 부실하다는 데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교수들이 대학원 강의에 너무나 무신경하거나 대충 넘긴다는 점이다. 이미 학부과정 강의로도 힘든 교수들은 더욱 많은 강의 준비가 필요한 대학원 강의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임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대학원 강의는 교수의 직접 강의보다는 세미나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각 장이나 절을 나누어 학생들이 일부분만 준비해 세미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래 가지고는 제대로 된 공부가 될 리 없다.

현실을 반영한 과학기술 정책 펼쳐야

한국 내에서의 과학기술자들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미국 등 선진 각국의 그것에 비해 겨우 3분의 1도 안 되는 현실을 살펴보면 그들만을 나무랄 수도 없다. 국내 과학기술연구소에서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떠오르는 것이 관료주의다. 대부분 대기업이나 국책연구소를 막론하고 연구기관의 최고 기관장은 해당 연구소 출신 과학자가 기관장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해당 연구소에 정치권이나 경제계에서 상당히 비중 있고 영향력 있는 인사가 들어오면 ‘낙하산’이라 비난하기보다는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것이 한국 과학기술계의 현실임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또는 사회적 경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사가 기관장이 되어서 해당 기관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자임하고 열심히 뛰어줄 수 있으면 차라리 그런 사람이 기관장이 되는 것이 더 낫다는 인식이 연구원들 사이에는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가장 단적인 예가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 편 시책이다. 2001년 상반기 대전 유성지역 연구소들은 정말 발칵 뒤집혀버렸다. 이곳의 많은 연구소는 대부분 과학기술부 산하연구소들인데, 그해 과학기술 부분예산 집행에서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 붙은 것이다. 바로 ‘구조조정’ 문제 때문이었다. 인력조정은 어려운 과제가 되었고 따라서 상반기 동안 급여가 중단되었다. 반 년 정도는 버틸 수 있었지만 나머지 반년은 급여를 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상황을 반전시킨 것이 과학기술부 장관에 오른 김영환 씨다.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예산을 더 많이 배정받는 데 성공했고, 즉시 예산을 집행시켜 우려하던 연구원들의 급여 대란을 미연에 막아냈다. 역설적이게도 이것은 정말 비참한 한국 과학기술계의 현재를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였다. 다시 말해, 한국의 과학기술계는 정말 나락으로 떨어질 데까지 떨어진 상태다.

과학기술 인력의 해외유출

흔히들 한국 이공계 붕괴현장을 말할 때 대부분은 이공계 인력수급 난항과 과학기술 분야 인력들의 현장이탈 현상을 말한다. 현재 상황은 모두가 우려하는 수준 그대로 상당히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과학기술 인력은, 특히 박사급 이상에서 더욱 그러한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는데, 자기 자식이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고자 하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겠다는 사람이 정말 많다. 뿐만 아니라 연구소를 퇴직하고 벤처 등으로 이직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80% 이상이, 1, 2년 이내에 연구 분야 종사를 포기하고 경영이나 영업 등의 분야로 옮겨간다. 차라리 그 분야가 더 재미있고 돈도 잘 벌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주력산업 분야 가운데 하나로 정착된 IT분야, 즉 정보통신 분야와 같은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많은 고급 인력들이 유학 등 해외진출을 꾀하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이 같은 현상으로 현재 한국은 새로운 산업 분야의 고급인력 공동화가 매우 우려되는 실정에 있다. 특히 선진국 대비 고급인력 해외유출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과학기술 인력수급의 위기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을까? 첫째는 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보상체계가 왜곡되어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기 힘들다는 점이며, 둘째는 앞에서 지적했듯이 과학 기술 인력에 대한 사회적 지위와 인식의 저하다. 그리고 셋째로 현장 과학기술 인력이 가장 압박감을 받는 부분인 고용 안정성의 감소를 들 수 있고, 마지막으로는 과학기술 인력 양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정책이 빈약하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과학기술 인력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부터 바꾸자

한국은 논리가 통하는 사회가 아니다. 전통적인 관습이나 인습을 군소리 없이 충실히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며 출세의 지름길이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수학과 같은 매우 논리적인 학문을 통해 바라보는 것은 출세하는 데서 다시없는 바리케이드요, 금기사항이다. 때문에 이러한 논리에 젖어 있는 한국 사회에서 과학기술 인력이 찬밥 신세인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 모르겠다.

불안정한 고용과 제한된 재취업 구조개선

마지막으로 한국 과학기술 인력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과학기술 인력의 고용안정성 감소와 재취업 및 전환 기회의 제한이다. 한국의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IMF 당시 구조조정을 반대했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그 주장이 힘을 얻지 못했다. 과학기술 계통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은 이들 인력에 너무나 큰 상처를 주었고, 그로 인해 낮아진 과학기술 인력의 사기는 지금도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다.

게다가 정부 차원의 재교육 프로그램도 주로 저숙련 인력 및 실업자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고급인력에 대한 배려는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는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한 같은 부서 간 이동 역시 사실상 금지되어 있다. 그러니 기업 현장의 전문 인력이나 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적절한 재교육 프로그램은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는 것이 옳을지 모른다.

주변국들과 당당히 어깨 겯고 나아가자

한국 과학기술자들의 기초학문에 대한 오만에 가까운 인식 탓에 한국의 과학기술력은 곧 중국에 추월당하기 직전의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은 여전히 중국을 매우 후진적인 국가로 인식한다. 그러나 중국의 과학기술력은 그들의 탄탄한 사회주의식 교육 방식과 결합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의 문제는 한국이 가진 과학기술력의 산업 응용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 과대평가하고, 중국이 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나 과소평가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이 자랑하는 산업 응용력 역시 중국 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중국이 일본이나 유럽의 산업 기계들을 도입하면서 얻는 노하우와 더불어 급속히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 더군다나 중국의 과학 기술자들은 한국 과학 기술자들보다 기초과학 부분에 대한 이해도에서 월등하기 때문에 한국의 산업 응용력은 향후 5년에서 10년 사이에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과학기술 위기상황이 상당히 이슈화되고 또한 일반 여론화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대책들이 현 상황에만 매몰된 너무나 근시안적이고 단기적인 대책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그보다 심각한 문제는 과학기술자 스스로가 이러한 위기상황을 초래하는 데 크게 일조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치열한 자기 성찰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과학기술계의 위기상황 타파는 결국 그 누구도 아닌 과학기술자 스스로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다.



3. 과학기술계의 위기 - 대안은 무엇인가

대학 입시보다는 기초학력 배양

과학기술계가 처한 위기상황은 너무나 뿌리깊은 한국 사회의 전근대적인 성격에서 비롯되었다. 중국이 한국보다 일보 전진한 과학기술계를 향한 시각을 가지는 데는 문화대혁명이라는 홍역을 치른 후에도 약 30년이 흘러야 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한국 과학기술의 위기를 넘어서는 관건은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의 합리성 증대라는 방향성 확립이다. 이러한 방향을 꾸준히 그리고 넓고 깊은 토양을 마련하며 진행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올바르고 진정한 대안을 도출할 수 있다.

치열한 대학입시를 목표로 하는 강력한 중등교육의 결과 한국은 매우 뛰어난 근로능력을 지닌 노동자를 많이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절반, 일본의 6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 해답은 노동생산성의 요소들을 살펴보면 당장 나온다. 자본생산성이 주로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 예를 들면 공장과 부대시설과 관련된 생산성을 얘기한다면, 노동생산성은 자본생산성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무형 자산에 대한 생산성을 뜻한다. 여기에는 노동자 개인의 능력, 노동시간, 노동 강도는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경영자의 경영능력이며,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항이 연구개발 능력, 즉 새로운 제품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과학기술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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