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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피카소

훼르낭드 올리비에 지음 | 청년정신
피카소와 함께 산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추운 날씨도 피카소의 창작열을 꺾지는 못했다. 그는 항상 작품에 열중하고 있었고, 나는 동태가 되지 않으려고 침대 속에 숨었다. 석탄도 없고 불도 없고 돈도 없었다. 피카소는 몇 푼 얻으려고 밖으로 나가기도 했지만, 이런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으니, 결코 비참하지 않다. 피카소와 이렇게 오랫동안 잘 지내다니! 난 그를 너무 사랑한다!



복이 굴러들어올 때도 있었다. 올리비에르 셍세르가 그림 몇 점을 300프랑에 구입했다. 그때까지 지독한 추위에 떨고 있던 나는 돈을 보자 즐거운 마음이 들었고, 피카소와 함께 춤을 추니 몸도 따뜻해졌다. 그는 케이크, 캔디, 과일 등을 사 가지고 돌아왔다. 뒤따라온 사람이 난로에 석탄을 가득 넣고 돌아갔다. 우리는 불을 피우고 그 옆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마침내 봄이 왔다. 우리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가끔은 고집을 부려 다툴 때도 있지만, 별일은 아니다. 피카소가 나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 안타까워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그의 작업을 될 수 있으면 방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진실로 원하는 것은 그의 사랑뿐이다. 그는 무엇이든 하려고 했다. 어떤 물건을 사서 내가 즐거워진다면, 그것을 사주기 위해 그는 밥이라도 굶을 것 같았다.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우리들의 생활이 이상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점차로 자리를 잡아갔다. 그의 곁에는 여자가 있어야 한다. 요즘에 식사는 거의 집에서 했다. 질투심이 강한 피카소는 날 혼자 내보내지 않았으며,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직접 바구니를 들고 쇼핑을 했다. 그의 지나친 질투심 때문에 가끔 다투기도 했다. 이런 삶은 비참하다. 내가 불평을 늘어놓자 그는 밖으로 나갔다. 그가 다시 돌아올 것인지 궁금했다. 그가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지폐 몇 장과 향수가 있었다. 오, 사랑하는 파블로! 당신은 이런 순간에 내가 제일 행복하다는 걸 모르시나요! 내 곁에 머물며 나를 사랑해줄 때 나는 제일 행복하답니다!다시 피카소에게 돌아온 이후로 더 이상 일기를 쓰진 않았지만, 그의 친구들이나 그간에 있었던 모든 일들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피카소, 막스, 아폴리네르는 아존 식당의 단골이었고, 드랭, 브라크, 블라맹크, 반 동겐, 가스통 모도, 오랭, 둘랭이 자주 왔고 폴 포트도 가끔 들렀다. 모딜리아니도 그곳에서 보았는데, 그는 젊고 강해 보였으며 잘생긴 용모가 돋보였다. 당시 그는 몽마르트르의 한 스튜디오에서 살고 있었는데, 피카소는 그를 무척 좋아했다. 친구들에게 친절하고 관대하며 매력적인 그를 누가 좋아하지 않겠는가?



피카소는 항상 유명해지기를 원했다. 막스는 그런 피카소를 두고 저명한 화가가 되기보다는 돈 주앙처럼 유명해지기를 원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모든 여자들의 환심을 얻고 싶어 했고, 여자들이 칭찬하면 그게 누구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하지만 여자들의 주목을 받는 것만으로 족했고, 그의 타고난 게으름과 누구에게 속박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연애사건은 오래가지 못하고 끝나버리기 일쑤였다.



피카소는 기존의 작품들을 초월하려고 끊임없이 연구했고, 누구보다도 뛰어난 기교와 심오함을 배경으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그런 피카소와는 달리 드랭은 좀더 프랑스적이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장인적인 기예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에는 피카소나 마티스의 작품에서 보이는 불가사의한 신비감이 결여되어 있어서 최고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스타인의 스튜디오에서 앙리 마티스를 처음 만났지만 그를 자주 보지는 못했다. 그는 남들과 잘 사귀지 않았으며 가족과 함께 살았다. 이미 마흔 다섯을 넘었고 단정한 용모에 숱이 많은 황금색 턱수염을 기르고 있어서 대가처럼 보였다. 또한 안정되어 보였는데, 그것은 오랜 고생 끝에 얻은 성공 덕분이었다. 성격이 매우 온화했으며, 두꺼운 안경 뒤에 숨은 눈에는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내 생각에 '야수파'를 만든 공로는 당연히 마티스보다는 드랭에게 있었다. 보셀이 드랭의 작품 가운데 한 점을 보고 처음으로 '야수'같다고 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티스가 야수파의 대표주자인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피카소의 그룹들도 점점 부드러워졌고, 서로 싸울 듯이 한바탕 거칠게 논쟁을 벌이던 시간들도 뜸해지면서 우리들의 존재는 차츰 일상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작품에만 쏠렸고 작업만이 최우선이었다. 피카소는 극장에 앉아 있는 것을 지루해했다. 음악회에 가기는 했지만, 클래식 음악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신뢰하지 않았다. 한 번은 데오다 드 세브라에게 앞으로는 클래식 음악은 절대로 듣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이 얼마나 오만한 태도인가!

그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동경했고, 그 대상은 매우 많았다. 음란한 카바레나 싸구려 음악 홀을 즐겨 찾았고, 커터 달린 속옷에 흰색 페티코트를 걸친 여인들이 도발적인 자세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유혹하는 바르셀로나의 뒷골목을 좋아했다. 그는 파리를 사랑했고, 특히 어릿광대들을 몹시 좋아했다. 우리들이 서커스 구경을 하는 동안 피카소는 메스꺼운 냄새가 나는 마굿간으로 가서 어릿광대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스타인이 피카소의 작품을 많이 매입하게 되자 차츰 형편이 풀렸다. 피카소는 돈을 집에 두지 않았고, 외출할 때도 언제나 지갑에 꼭 넣고 다녔다. 웃옷 안주머니에 돈을 넣고 빠지지 않도록 안전핀으로 꼭꼭 여미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마다 조심스럽게 안전핀을 열고 돈을 조금씩 빼내곤 했는데,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남을 믿지 못하는 것이 짜증나기도 했지만, 돈을 꺼내는 그 모습이 매우 우스꽝스럽고 재미있는 것이기도 했다. 언젠가는 그 핀이 여느 때와는 달리 조금 헐거워져 있자,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누군가가 안전핀에 손을 댄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



피카소는 개인전시회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그룹전시회에도 전혀 참여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크나큰 야망에 시달리고 있었다. 전통회화의 화가들처럼 자신의 능력만으로도 화려한 성공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었으나, 그는 그것에 만족하지 못했고 새로운 회화를 탄생시키는 진정한 혁신자가 되기를 원했다. 피카소의 이런 강박적인 심리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아존 식당에서 헤시시를 피우다가, 나는 그 사실을 확실하게 확인했다. 그의 환각상태는 심각했다. 더 이상 진보하지 못하는 자신이 죽고 싶도록 미웠는지 절망감에 사로잡혀 비명을 질렀고, 언젠가는 자신의 능력이 벽에 부딪혀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는 순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는 그림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지 못했는지도, 그래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가끔씩 아편을 했다. 그 순간만은 모든 것이 아름답고 고귀해지는 느낌이었으며, 실내의 유일한 빛인 커다란 오일 램프의 광채가 서서히 꺼져갈 때 우리들의 사랑도 시들어갔다.1899년 8월 9일 수요일수요일1900년 4월 월요일1899년 10월 월요일고모부 가게에서 일하는 경리 모리스와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고모는 내 뺨을 후려쳤다. 그와 결혼하면 내 인생이 확 필 것이라고 고모는 장담하지만 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고모는 흥분해서 고함을 질렀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피차 못할 말까지 해버렸다. 고모와 사촌을 안 보기 위해서라도 빨리 결혼하고 싶다.나는 지금 커다란 곤경에 빠져 있다. 헬렌의 시동생에게 납치되어 조그만 아파트에 갇혀 있는 중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인지. 그의 이름은 폴 포르쉐롱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곱슬머리이다. 헬렌의 부탁과 호기심 때문에 그를 만났지만, 만나는 그 순간 실망하고 말았던 것이다. 나는 폴과 함께 차를 마시고, 케이크와 푸딩을 먹었다. 시간이 7시 15분전이었다. 세상에! 도저히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면 고모가 자주 위협했던 것처럼 나를 갱생원이나 수도원에 보낼 시간이다. 내가 울기 시작하자 폴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자고 다음 날 함께 고모에게 가자고 설득했다. 고모부에게 나와 결혼하겠다고 말하겠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결혼이라니. 어떻게 이런 사람과 결혼을……. 그는 나를 어지럽게 끌고 다니다가 마침내 6층의 작은 그의 아파트에 데려갔다. 아, 공포와 혐오로 짓눌렸던 그날 밤! 불과 몇 시간 전에는 아이에 불과했는데, 어떻게 그런 소름끼치는 역겨운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이곳에서의 지옥 같은 생활도 일주일이 지났다. 삶을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다. 사랑이란 정말 이런 것인가? 이처럼 잔인하고 야만적인 것이란 말인가? 남자들은 모두 그런 짐승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만족을 채운다는 말인가? 나는 종일 혼자다. 폴은 외출에서 돌아오면 다시 나를 '사랑'(그는 그 짓을 그렇게 부른다)하며 밤을 보낸다. 끔찍하고 역겹다. 폴과 지내는 밤만 없다면, 그런대로 즐거운 생활이 될 텐데. '사랑'하는 게 뭐가 좋을까? 더럽고 혐오스럽기만 한 그 짓이! 그는 내가 아름다운 대리석 조각 같다고 한다. 신에게 감사해야 하나?마침내 헬렌의 연락을 받은 고모가 나타났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뺨을 후려쳤다. 난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모리스와 결혼하고 싶지 않다면 폴과 결혼하라고 윽박지르며 폴에 대하여 물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못했다. 알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후 폴이 돌아왔다. 그가 결혼하겠다고 말하자 고모는 승낙했다. 헬렌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위로했다. 모든 것이 끝나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 끝이 바로 절망의 시작인데…….그는 자주 내게 주먹을 휘둘렀고 나는 무방비 상태로 얻어맞았지만 전처럼 소리치거나 울지 않았다. 그는 주먹을 휘두르고 나면 나를 침대로 끌고 가 온갖 외설스러운 말을 지껄이면서 나를 범한다. 나는 냉담한 태도로 그가 하는 짓을 내버려 둔다. 구역질이 나지만 그것 역시 내 인생이 아닌가.

헬렌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애인을 사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경악했다. 어떻게 두 남자와 동시에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을 속인다는 게 그렇게 간단할까? 어떻게 그런 일을 꾸밀 수 있지? 헬렌은 나에게 자신의 정부의 친구를 소개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폴에게 들킬까 겁이 났지만, 나는 헬렌을 따라나섰다. 내게는 천성적으로 알 수 없는 호기심이 있는가 보다. 그는 카페의 매니저였고, 내가 살고 싶은 우아한 독신자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그는 매우 부드럽게 애무했고, 나는 차츰 기분이 좋아져서 꿈을 꾸듯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1900년 9월1900년 가을1901년 봄1901년 여름1901년 가을내 친구 앙뜨와네뜨는 단둘이 있게 되자 옷을 벗고 자신의 가슴을 보여 주었다. 예뻤다. 가슴이 그렇게 매력적일 줄이야. 하지만 내 가슴은 맘에 들지 않는다. 지금은 자신이 있지만 예전엔 내 외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한다. 햇살이 빛날 때면 햇살과 사랑에 빠지고 싶고, 비가 오면 우수에 젖어 온갖 꿈을 꿀 수 있으니 또 좋다. 내게 주어진 삶을 사랑하고, 모든 것들을 좋아한다. 나는 이제 열여섯이다. 그리고 학교를 마치면 여기를 떠날 것이다.폴은 점점 더 난폭해졌다. 나는 언젠가 도망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자 폴은 어딜 가든 잡아와서 혼을 내줄 것이라고 위협하며 나를 소파로 끌고 가서는 치마를 들치고 짐승처럼 강제로 추잡한 욕심을 채우면서 소리를 질렀다. 차라리 눈을 감는다. 남편이야 꼴도 보기 싫지만, 마음속에선 서서히 희망이 자라고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야 한다.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내 앞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아직 젊고 지금부터는 바보같이 굴지도 않겠다. 실수에 대한 대가는 이미 충분히 치렀다. 마음속으로 희망이 밀려오고 무언가가 나를 따뜻하게 비춰주는 기분이다. 그토록 오랫동안 소망하던 모든 일들은 틀림없이 꼭 일어날 것이다. 떠나야한다. 이제 정말 떠나야 한다. 비록 하녀로 일한다 할지라도, 잡을 수 있는 어떤 직업이라도 잡아서 하루 빨리 여기서 멀리 떠나야 한다. 반드시 떠나야만 한다!어제부터 일을 시작했다. 이제부터 나는 진짜 모델이다. 오전에는 조각가 앞에, 오후에는 화가 앞에, 저녁을 먹은 후엔 로렌 앞에 앉았다. 일요일은 쉬었지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체중이 줄고 몸도 피곤했지만, 로렌은 내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하루에 10프랑을 벌어 통 속에 넣어두면 언제나 로렌이 다 갖다 썼다. 그 통은 언제나 밑이 빠진 것처럼 텅 비어있다. 그는 너무 이기적이다.



오늘은 로렌과 처음으로 싸웠다. 그가 힘이 더 세서 대항할 수가 없었다. 그는 나를 소파로 끌고 가더니 남편이 하듯이 그렇게 끝을 냈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남자들은 화가 나면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걸까? 곧 이곳을 떠나 독립을 해야겠다. 몽마르트로 이사할 예정이다. 모델 일에 대한 제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도 더 많이 들어오니까.목요일학생, 연인, 남편(1902년∼1904년)



1902년피카소와의 사랑(1905년 가을∼1907년 봄)



1905년 가을1898년 6월에서 7월다행히 높은 점수(10등 이내)로 필기시험을 통과했다. 시험관이 너그러운 사람이어서 훌륭하게 해낼 수 있었다. 전공과목을 선택하란다. 마침내 모든 것이 끝났고, 나는 루드쥬에 있는 소피-게르만 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되었다.1898년 8월에서 9월1899년 5월결혼(1899년 6월∼1900년 4월)

1899년 6월 월요일1899년 7월마침내 그 지옥을 벗어났다. 폴은 그가 내리친 유리병에 맞아 피를 흘리던 나를 강간하기 위해 소파로 끌고 가다 피가 멈추지 않자 겁이 나서 행위를 중단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소지품을 작은 가방에 챙겨 넣고 바스띠에 행 10시 기차를 탔다. 이제야말로 정말로 끝이 다가온 것이다! 나는 '끝'이란 단어를 그와 함께 보냈던 시절의 맨 마지막에 깊이 새겨 넣었다.



직업소개소에 찾아가 일을 얻는 데 필요한 서류를 맡기자 오후 4시에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거리를 배회하다가 정오가 지난 무렵 제과점 쇼윈도에서 고통스런 허기를 느꼈다. 그때 누군가 나를 제과점 안으로 밀어 넣었고 나는 허겁지겁 핫초코와 노란 빵 몇 개를 먹었다. 나와 마주 앉은 남자는 턱수염을 기른 젊은 남자였다. 그는 조각을 하는 로렌 드비앙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자신의 모델이 되어 줄 것을 제안했다.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 예술가와 알고 지내는 것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매혹적인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았고, 그런 삶이 너무나 근사해 보여서 언젠가는 꼭 그들의 세계에 동참해보고 싶었다.



그는 몽파르나스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나를 기거하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를 위해 포즈를 잡아주면 된다고 했다. 나는 그의 스튜디오에서 첫 밤을 깨지도 않고 잘 잤다. 나는 로렌을 위하여 포즈를 잡았다. 하루 종일 포즈를 취하고 있으려면 지루하고 피곤했다. 로렌이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도 볼 수가 없다. 어제는 로렌이 스튜디오를 나서면서 부드럽게 키스해주었다. 나는 그의 키스를 받으면서 잘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하자 로렌은 내가 좋은 모델이기에 오히려 자신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가 내 곁에 누웠지만 거부감은 없었다. 자연스러웠다. 로렌의 부드러운 키스도 역겹지 않았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느낌은 여전했다. 나는 다만 그가 최후의 섹스만은 하지 않기를 바랐다. 키스와 스킨십은 좋았지만 섹스만은 여전히 거부감이 들었고, 더욱이 난 아직 그와 사랑에 빠지지도 않았다. 그는 내가 원하는 대로 섹스만은 자제했다. 나는 평화롭게 잠들 수 있었고, 그에 대한 신뢰감이 생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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