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잡은 범인
M. 리 고프 지음 | 해바라기
파리가 잡은 범인
M. 리 고프 지음/황적준 옮김
해바라기/2002년 10월/255쪽/9,800원
호놀룰루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파리
한적한 프리모 브리웨리 해변에 배를 정착한 어부들은 고약한 냄새를 맡고서 울타리 너머 수상한 악취가 나는 곳을 살펴보았는데 그곳엔 죽은 사람이 놓여 있었다. 살인 전담 수사관이 현장에 도착하여 조사를 시작했다. 시신은 덤불이 무성한 얕은 하수구 도랑에 걸쳐 있었는데 손톱과 발톱에 붉은 칠이 되어 있어 시신은 여성인 것 같았으며, 시신의 왼팔은 마치 구타를 막으려는 듯 팔꿈치를 약간 굽힌 채 머리 위에 있었고, 왼손은 없었다. 오른손은 바짝 말라 있었지만 상태는 온전했다. 아래턱, 왼쪽 다리의 발가락 등 신체의 여러 곳이 훼손되어 있었다. 딱정벌레와 수많은 곤충들이 시신의 안팎을 쉴 새 없이 기어다녔다.
죽은 여성의 신원은 최종적으로 치과 X-레이 자료를 통해 확인되었다. 법의관이 발견한 부서진 설골 (혀뿌리에 붙은 말굽쇠 모양의 작은 뼈) 조각은 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할 때 발생한 흔적과 일치하는 것으로 이 사건의 유일한 외상 흔적이었다. 경찰이 피해자의 신분을 확인하였고, 사망 종류는 타살이었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살해된 시기는 언제인가? 다행히 목격자가 있긴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시신에 들끓고 있던 곤충들이었다.
법의관의 연락을 받고 내가 안치실에 도착했을 때 부검은 거의 끝난 상태였는데 시신의 피부는 거의 없었고, 피부가 있을 자리에 가득한 곤충들이었다. 이것들을 종류별, 발달 단계별로 채집하여 확인 분석한 결과 가장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는 곤충은 대부분 딱정벌레인 하이드 비틀과 파리 유충인 구더기였다. 시신에서 발견된 구더기는 모두 세 종류였는데 각각 신체의 다른 부위에서 발견되었고, 성장 단계 역시 모두 달랐다. 구더기는 대부분 겉보기에 비슷하기 때문에 완전히 변태를 거쳐 모양을 확연히 구분할 수 있는 성충이 되기 전까지는 어느 종에 속하는지 알아내기가 어려웠으므로 연구원과 나는 그 구더기를 배양실에 넣었다.
1984년 이러한 조사를 하던 나는 컴퓨터에 사후 경과시간 즉, 피해자의 사망시각에서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걸린 시간을 추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모든 자료를 입력했고, 컴퓨터의 분석 결과는 구더기를 배양하여 얻은 성충과는 관련이 없는 ‘피오필라 카사이의 유충’이라고 나왔다. 결국 이 프로그램으로는 시신에서 개별적으로 발견되는 곤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즉 쉬파리과 구더기와 ‘크리솜야 루피파시’라는 금파리 종이 남긴 텅 빈 번데기 껍질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조건을 풀 수 없었다. 원칙대로라면 이 두 종류의 파리는 처음부터 시신이 부패하는 과정에서 유충으로 서식하다가 나중에 함께 번데기 단계에 접어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문제를 재조사하기 위해 시신이 발견된 현장을 다시 찾아갔다. 도랑에 수북이 쌓인 덤불을 치우자 5인치 정도 깊이의 낮은 물에 수많은 쉬파리과의 구더기가 수면을 떠다니고 있었다. 결국 시신의 등이 일부 물에 잠겨 있었기 때문에 이 쉬파리과의 구더기는 건조한 조건일 때보다 더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근처 토양을 자세히 조사한 결과 금파리의 번데기 껍질도 발견했는데 부검 중에 채집한 금파리의 구더기도 이와 똑같은 종류의 껍데기를 남길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크리솜야 루피파시라는 금파리 종은 시신이 있는 장소를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찾아낸다. 시신이 있는 곳으로 날아든 크리솜야 루피파시는 시신의 내부가 드러났거나 상처를 입은 은밀한 장소를 찾아 재빨리 피를 빨아먹는다. 그리고 암컷은 시신의 어두운 내부 혹은 시신의 밑바닥에 알을 낳는다. 이렇게 파리가 알을 낳는 순간부터 법곤충학에서 사후 경과시간 추정 단서가 되는 생물학 시계가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크리솜야 루피파시의 경우 암컷은 시신에 도달한 직후부터 알을 낳기 시작하는데 특히 하와이와 같은 기후 조건에서는 죽은 지 거의 6일 동안 계속된다. 늦여름에서 초가을까지 오하우 섬의 저지대에서 파리가 알에서 구더기로 번데기를 거쳐 최종적으로 성충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1일이면 충분하다. 이 종류의 파리가 시신에 남긴 흔적은 성충이 되면서 버린 번데기 껍질뿐이기 때문에 적어도 시신에 있던 크리솜야 파피루시의 구더기는 시신이 발견되기 이전에 모든 변태과정을 마쳤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시신의 사망 일자를 추정할 경우 파리가 알을 낳는데 6일, 변태과정에 11일이 걸리기 때문에 최소 17일 전에 피해자가 죽었다는 사실만은 확실했다.
또한 시신에서 발견된 치즈 스키퍼 구더기는 여전히 초기 성장 과정상태에 있었는데 이 파리는 예전에 부패실험을 할 때 동물이 죽은 지 19일이 지난 뒤에 발견한 구더기와 성장 단계가 거의 같았다. 하이드 비틀은 부패가 시작된 지 8일에서 11일이 지나야 모여들기 시작하는 데 이번 사건에서 채집한 유충과 비슷한 크기의 유충이 발생하려면 부패가 일어난 지 19일 정도 지나야 했다. 이러한 모든 자료를 검토하여 쉬파리과 구더기의 존재에 대한 이유를 나름대로 논리정연하게 분석해 보고, 피해자가 최소한 19일 전에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때맞춰 피해자와 마지막에 함께 동행했던 살인사건의 용의자에 대한 신원이 확보되었다. 결국 용의자는 제2급 살인죄를 선고받았는데 사건의 주요 목격자는 바로 파리였다.
부패에 관여하는 생물의 85퍼센트는 곤충
썩은 고기를 먹는 동물은 대부분 절지동물이며, 절지동물 중에서도 개체수, 생물자원, 다양성, 종의 수 면에서 가장 주도적인 것은 바로 곤충 집단이다. 부패에 관한 연구 보고에 의하면 부패에 관여하는 생물 종의 약 85%가 곤충이다. 곤충과 그 밖의 절지동물이 시체와 관계를 맺는 방식도 다양한데 법곤충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시신과 곤충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며, 이에 따라 시신을 먹는 생물 종도 4가지 집단으로 나뉜다. 첫 번째 집단은 시신을 직접 영양원으로 먹는 시식성 종군들로서 주로 파리와 딱정벌레들로 이루어져 있다. 시체를 직접 먹는 곤충의 수가 늘어나면 이들은 다른 절지동물 집단을 불러들이는데 이들이 시식성 종군들을 먹이로 하는 포식성 기생성 종군이다. 크리솜야 루피파시라는 파리 종은 썩은 고기를 먹으면서 검정뺨금파리를 먹기도 한다.
시체와 관계를 맺는 세 번째 집단은 시체를 먹으면서 다른 절지동물도 잡아먹는 잡식성 종군들로 말벌이나 개미, 일부 딱정벌레 같은 종이다. 시체와 관계를 맺는 네 번째 집단은 자신의 서식지를 확장해서 시체를 서식지로 활용하는 외인성 종군에 속하는 곤충들이다. 일례로 사냥거미는 시신 위와 주변에 거미줄을 쳐서 다양한 곤충들을 잡는다.
법곤충학자는 부패가 일어나는 동안 시신과 절지동물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상호작용을 파악하고, 우연히 시신에 끼게 된 생물을 가려내야 하며, 경찰에게 살인자를 체포하고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살해된 후에 시신이 어디로 옮겨졌는지에 대해 곤충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모든 곳에 곤충이 서식하기는 하지만 어떤 곤충은 특정한 형태의 기후나 식물, 고지 혹은 특정한 계절에만 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부로 드러난 상처나 출혈 없이 온전한 시신일 경우 곤충이 시신을 잠식하는 유형은 한정되어 있다. 곤충은 우선 시신의 노출된 부위, 즉 눈과 입, 코와 귀에 먼저 침입하고 그 다음으로 항문과 생식기가 노출되었을 경우 여기에 침범한다. 피를 흘렸거나 부상을 입었을 때는 이 부위에서 곤충의 활동이 개시된다. 죽은 후에는 상처를 입더라도 심장 박동이 멈췄기 때문에 피가 거의 흐르지 않으며, 따라서 곤충의 접근이 약하므로 죽기 전후 혹은 동시에 가해진 상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강간 살인 사건의 경우 용의자가 범죄현장에 있었는지를 밝히는 데는 절지동물의 활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82년 8월, 사우전드 오크스 외곽의 변두리 지역에 있는 비포장 도로 근처에서 24세 가량의 여성의 사체가 알몸상태로 버려진 것을 발견했다. 여인의 목에는 블라우스가 감겨 있었고, 시신에 정액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강간이 살인 동기였을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근처를 뒤진 조사관들 대부분이 진드기 유충에게 물려서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부검을 하는 동안 시신이 진드기 유충에 물린 흔적은 없었다.
사건 용의자의 알몸을 조사하면서 촬영한 사진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사관은 용의자 한 명의 신체에서 자신이 진드기 유충에게 물렸던 흔적과 비슷한 자국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수사관들이 범죄현장에서 진드기에 물렸다는 사실과 사건의 용의자에게 이러한 흔적이 있다는 사실에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진드기 유충 연구소와 접촉하였고, 그 연구소의 박사는 진드기 유충을 채집하기 위해 사건현장으로 갔다.
양충이라고도 하는 진드기 유충은 도마뱀, 설치류, 조류, 사람과 같은 척추동물의 피부에 붙어 체액을 빨아먹는 표재성 기생충이다. 사람이 진드기 유충에 물리면 부분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붉은 자국이 남는다. 또한 포식자 단계에서 진드기 유충이 서식하는 장소는 토양의 수소 이온 농도 지수(Ph)와 관련이 있으며, 비교적 습하고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살기 때문에 서식지 자체는 매우 제한적이다. 진드기가 알을 낳은 후 다음 세대의 진드기는 원래의 서식지에서 숙주가 오기를 기다린다. 따라서 진드기 유충에게 물렸던 용의자의 경우 그가 어디에서 물렸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특히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오이트롬비큘라 벨키니 진드기 유충은 주변의 다른 지역에서는 특별히 발견되지 않았다.
심문을 진행하는 동안 용의자는 자신의 붉은 흔적이 사우전드 오크스에서 있는 누이의 집에서 벼룩에게 물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연구팀은 용의자가 말한 누이의 집으로 가 똑같이 표본조사를 하고 범죄현장에서 했던 것처럼 덫을 설치했지만 연구팀은 용의자가 물렸을 법한 진드기 유충이나 벼룩, 혹은 다른 절지동물을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다.
용의자는 예전에도 성폭행 전과가 있었는데 사실 그가 범죄와 관련이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진드기 유충에 물린 자국 외에는 아무런 물리적 증거가 없었다. 아무튼 곤충학적인 증거는 유효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1983년 2월 그는 강간 살인죄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재판에서 피고의 변호인은 물린 자국이 벼룩과 같은 다른 곤충에 의한 것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 측은 피고인의 시체에 물린 자국의 형태가 반드시 진드기 유충의 것이며, 벼룩이 물었을 때와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결국 벤츄라 카운티 지역에서 오이트롬비큘라 벨키니의 서식지가 극히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을 때 피고가 다른 곳에서 진드기 유충에 물렸을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따라서 배심원단은 용의자가 강간과 살인죄를 범했음을 인정하고 가석방이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기온에 따라 다른 구더기의 성장속도
내 경험으로 부패가 시작된 지 1주일이나 2주일 동안 사후 경과시간이 최소한 얼마가 지났는지를 알려주는 가장 일관되고 믿을 만한 지표는 바로 파리이다. 다른 곤충들도 이 시간 중에 시체에 모여들지만 파리를 제외한 다른 곤충들이 시체에 도착하는 시간은 불규칙적이라 사후 경과시간을 추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곤충들은 단지 파리의 활동을 통해서 판단한 사망 시각을 재확인하는 데 이용된다. 법곤충학자가 파리를 연구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파리가 과연 어떤 종에 속하는지를 파악하는 문제이다. 아직 발달이 덜 된 곤충 특히 구더기가 어떤 종인지 정확히 알기란 매우 어렵다.
파리를 통해서 사후 경과 시간을 산출하려면 각 표본이 어느 정도의 성장 단계에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부패 과정에 관여하는 대부분의 파리는 6단계의 분명한 성장 과정을 거친다. 파리가 시체에 낳은 알에서 나왔든, 공중에서 내려왔든 간에 제1령(알에서 갓 부화한 구더기를 이르는 말) 구더기는 태어난 즉시 시체 조직을 먹기 시작하고, 덩치도 금세 커진다. 일단 구더기가 처음의 외피보다 더 크게 자라면 허물을 벗고 새로운 크기의 외피를 입고 밖으로 나온다.
부패 초기에 시체에 알을 낳은 산란한 파리는 그 시체에서 제1, 2, 3령의 구더기 과정을 거친다. 제1령의 기간은 11~38시간, 제2령은 8~54시간, 제3령은 주로 80~120시간이 소요된다. 이후 구더기는 번데기 준비에 들어간다. 대부분의 구더기는 길이가 줄어들고 번데기가 되기에 안전한 장소를 찾는데 주로 시체에 있는 다른 포식자나 기생생물로부터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때서야 이동을 멈추고 번데기가 되기 시작한다. 번데기 단계는 색깔만 보고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번데기인지 알 수 있다. 구더기는 번데기 속에 있는 동안 파리의 성충으로 변하는데 이 과정은 4~18일 정도 걸리며, 주로 6~14일 내에 성충으로 완전한 변태가 이루어진다. 알에서 파리 성충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연구 결과 화씨 80도(섭씨 27도)에서 10~27일이 걸렸으며, 파리 성충의 수명은 17~39일이고, 번데기에서 나온 지 5~18일이 지나면 알을 낳는다.
파리의 수명과 성장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알면 유용한 면이 많은데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 중 한 가지는 이러한 실험은 모두 통제된 조건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연구실 바깥의 환경은 실로 다양하며, 법곤충학자는 기온과 같은 명백한 환경조건에 변동사항이 있는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곤충과 여러 절지동물은 기온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가령 추위가 심할 때 곤충은 날지도 못하거니와 알을 낳거나 유충을 떨어뜨릴 수도 없다. 또한 곤충의 성장 역시 기온에 영향을 받는다. 기온이 떨어지면 곤충의 성장 과정도 느려지며, 대략 섭씨 10도 정도에서는 발달 자체가 중단된다. 기온이 더 떨어질 경우 대부분의 유충은 죽지만 어떤 곤충은 영하의 기온에서도 살아남는다. 하지만 열은 곤충의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한다. 기온이 높을수록 유충은 더 빨리 자라지만 성장 단계가 빨라질 경우 파리 성충의 크기는 작아진다. 덩치가 작은 암컷은 당연히 알도 많이 낳지 못한다. 범죄현장이 실내가 아니라면 시신은 하루에도 여러 번 기온 변화를 겪는다. 때문에 법곤충학자가 곤충의 성장 유형으로 시신의 사후 경과시간을 추정한다면 반드시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정학적 위치는 생각하지 않더라도 기온을 따지는 데는 적어도 두 가지 큰 어려움이 존재한다. 첫째, 범죄현장의 기온은 실험실에서 곤충의 성장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설정한 기온과는 언제나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둘째, 연구실 바깥 온도는 늘 바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시신이 발견되기 전까지 실제 범죄현장의 기온이 어떠했는지를 알아내야만 하는데 일반적으로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시점에서 시신이 발견된 시점까지 기상관측소의 자료와 범죄현장 상황을 통해 기온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 파리의 성장 단계를 확인해서 사후 경과시간을 추정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그리고 다양한 파리 종은 구더기의 길이와 령을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 구더기의 길이를 보고도 어느 령에 속하는지 대략 알 수 있지만 구더기의 두 쌍의 호흡기 중 꼬리에 있는 후기문의 형태를 살피는 편이 더욱 확실한 방법이다. 제1령에 속하는 구더기의 기문은 한 쌍이며, 비교적 단순하고 제2령에는 형태가 독특한 두 쌍의 기문이 생긴다. 제3령기에는 양쪽에 각각 잘 정돈된 세 개의 구멍이 있으며, 각각은 경판부로 고정되어 있거나 페리트림이라는 경판 구조로 둘러싸여 있다.
가장 성숙한 구더기의 길이와 령을 알아낸 후 연구실로 돌아가 현장에서 발견된 구더기와 유사한 종의 구더기가 통제된 환경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려야 현장의 구더기와 같은 정도로 성장하는지 조사한다. 이때는 시신이 발견된 지역의 환경을 고려해서 성장에 걸리는 시간을 일부 조정해야만 한다.
사후 경과시간을 추정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구더기 무리의 활동으로 시체 내부에서 열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구더기 무리의 온도는 바로 구더기 무리의 제일 안쪽 온도이기 때문에 무리의 바깥쪽이나 시체의 다른 부위의 온도는 낮은 편이다. 구더기 때문에 발생하는 열을 구더기 스스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섭씨 50도(화씨 122도)가 넘으면 구더기는 화상을 입고 죽는다. 따라서 구더기 떼는 자체적으로 자리를 계속해서 바꿔가며 움직이는데 먹이를 먹으려고 무리의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온도가 높아지면 무리의 바깥으로 나와 온도를 낮추고 소화를 시킨다. 그리고 몸이 다 식은 다음에 다시 무리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과정이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