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인터넷
홍윤선 지음 | 굿인포메이션
1장 레고블록, 해체와 재조립의 시대얼마 전 서점에 들러서 잡지코너로 갔다. 딸아이 부탁을 받고 만화잡지를 사기 위해서였다. 기왕 온김에 이런저런 잡지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예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잡지가 꽤 많았다. 한때 고전음악을 좋아하던 시절에 알고 있던 잡지는 「객석」과 「음악동아」뿐이었다. 그런데 진열대에는 「월간피아노」, 현악잡지인 「Strad」, 합창잡지인 듯한 「Choir & Organ」, 또 다른 현악잡지인 「String」을 볼 수 있었다. 확실한 것은 예전과는 달리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잡지가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관심사가 그만큼 넓어진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관심사가 축소되는 상황인지 의문이 들었다.
비단 잡지뿐 아니라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든 매체도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 공중파 TV에선 처음에 보편적인 관심사를 다루었다. 그러나 케이블TV나 위성TV에서 채널별로 전문적인 관심사를 깊게 다룬다. 그러나 주변에서 획득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종류가 많아진다고 해서 우리가 그것을 다 소화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전보다 제한된 영역에 머무르게 된다. 모든 케이블TV를 두루두루 다 보는 사람은 없듯이 사람마다 자신이 조금 더 관심있는 영역에 치중하게 마련이다. 대중매체가 늘어가고 정보의 종류와 양이 늘어갈수록 인간의 관심사는 더 제한적인 영역에 머무르는 형태를 띤다. 인간의 의식도, 관심사도 분절을 거듭하다 보니 정치와 같은 포괄적 관심사에 냉담해지는 현상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타깃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있다. 소비자를 불특정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을 파악하여 구매유도를 촉진하는 행위를 뜻한다. 기업은 회원제를 통해 혜택을 부과하고, 결혼기념일에서 차종까지 고객을 개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는 데 전력투구한다. 소비자를 바라보는 고전적인 시각은 성, 나이, 거주지와 같은 보편적인 분류기준이었다. 그러나 이젠 소비자를 개인 단위로 잘게 조각내 일대일로 관계를 맺고자 애쓴다.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조차 개별적인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는 천문학적인 수의 웹페이지가 존재한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수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더구나 인터넷은 퍼스널 미디어다. 극히 개별적이고 사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보니 내가 필요로 하는 것만을 얻기 위해 행동한다. 인터넷 공간에 아무리 수많은 정보가 널려 있어도 개별적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개인적 관심사만을 가져다 줄 뿐이다. 사이버공동체도 사회 관심사를 통합하기보다는 사회와 문화를 조각낸다.
인터넷 공간에 있는 독특하고 다양한 사이버공동체를 보면 경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느낌은 내가 오랜만에 서점 잡지진열대에서 경험한 것과 다르지 않다. 온갖 특이한 관심사로 가득한 사이버공동체는 자신만의 세계에 관심을 두고 집중한다. 이러한 공동체가 많다는 사실은 극히 미시적이고 개인적인 세계에 갇히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객관적인 입장에선 특이하고 다양한 공동체로 보이지만 그러한 공동체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상황은 단절적이고 배타적인 상황에 갇히는 꼴이다. 사이버공동체마저도 사회와 문화를 의미없는 단위로까지 잘게 조각내고 있다.
2장 청소년이 주도하는 세상 - 정보 불균형우리 인터넷 공간은 구조적으로 빈약한 취약점을 갖고 있다. 수년 전 벤처붐과 닷컴 열풍으로 단기간에 인터넷 이용자가 급증하고 수많은 인터넷 기업이 골드러시의 꿈을 가지고 뛰어들다 보니 상업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국가기관의 각종 지원도 주로 사업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상업적인 컨텐츠 중에서도 투자를 통해 개발된 고급정보는 미미하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에는 유사한 종류의 컨텐츠와 서비스가 가득 들어서 있고, 흥미와 재미, 눈요깃거리가 범람하는 곳이 되었다. 사회적 가치가 풍부한 컨텐츠는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의 경우 인터넷 도입기가 너무 짧아 기업이 모든 면에서 앞서가며 인터넷 공간을 장악했다. 심지어는 가정의 정보화가 웬만한 민간단체보다 더욱 앞서가기도 했다. 우리 나라 인터넷 주소 중 상업적 성격을 나타내는 co.kr 도메인의 비중은 85%를 넘는다. 게다가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상위권에 해당하는 .com 도메인 보유국이다. 이 비중을 감안하면 상업사이트의 비중은 실제 90%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이와 같이 상업적 토대 위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활동도 닷컴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10대 청소년이 인터넷의 주요 고객으로 등장하자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컨텐츠를 앞다투어 생산해 내기 시작했다. 게임과 오락, 연예,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는 이때를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제 상업적인 목적으로 생산하는 컨텐츠마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정보생산자 불균형은 인터넷의 본질인 다양성이 봉쇄당하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는 인터넷을 한없이 자유스러운 공간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10대에 집중된 이용자 계층 불균형과 이에 편승한 정보생산 불균형으로 인해 비슷비슷하고 하향 평준화된 내용물로 가득차 있는 공간에 갇히고 만다.
3장 포르노와 엽기의 인터넷우리 나라의 인터넷 이용자 대다수가 이용하는 무료 웹메일을 통해 성인방송국의 음란사이트 광고메일이 무더기로 들어온다. 이들은 자동화된 프로그램(이 프로그램은 로봇과 같은 기능을 한다)을 개발하여 인터넷 공간을 훑고 다니며 게시판 등에 적힌 전자우편 주소를 닥치는 대로 수집하여 수십 만원에서 수백 만원씩 받고 팔아넘긴다. 발신처를 드러내지 않고 대량으로 메일을 보내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음은 물론이다. 음란물(성인물로 가장한 음란물 포함)은 인터넷에서 가장 흔한 컨텐츠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 인터넷을 사용할 때 음란물이 그들에게 노출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복제해서 퍼뜨리기 쉬운 인터넷 공간에서 음란물은 바이러스와 같이 퍼져나간다.
2001년 3월 이후 인터넷 성인방송에 대한 허가가 나자 성인방송국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신용카드나 휴대폰 결제가 확인되면 이용자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없이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게 함에 따라 결국 수많은 청소년들이 성인방송국의 주요 고객이 되었다. 단속이 심해지자 성인방송국은 아예 서버와 방송제작을 국내법의 저촉을 받지 않는 외국으로 옮겨 더욱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방송을 해대기 시작했다. 사이버 수사대에서 몇몇 방송국을 적발하여 접속차단 조치를 했으나 앞으로도 이런 방송국은 수도 없이 생길 것이고 완전한 차단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는 매우 이중적인 성문화를 갖고 있다. 특히 가정과 학교에 가부장적인 유교문화가 자리잡고 있어 성에 대한 매우 폐쇄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사춘기에 들어선 청소년이 신체적으로 성적 욕구를 지닌 인격체로 존중받는 기회는 거의 없다. 이들에게 성적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절제할 수 있는 것이며, 잘못 사용할 경우에 자신의 삶에 커다란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그들의 입장에서 얘기해 줄 수 있는 성인들이 얼마나 될까? 기성세대 역시 성을 금기의 영역으로 여기는 사회시스템 속에서 양육된 사람이다 보니 성문화에 대한 세대간 격차도 세대간 디지털 격차만큼이나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성에 대한 보수적 태도와는 달리 실제 모습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결국 음란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성문화가 인터넷을 만남에 따라 음란은 날개를 달고 인터넷을 주름잡기 시작했다. 드디어 아시아 지역에서 포르노사이트 접속률은 한국이 1위의 영예(?)를 차지했다.
'엽기'라는 단어는 상식을 한참 벗어날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동물적 행위 등을 일컬을 때 쓰이곤 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엽기는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대표적인 유행어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갔다. 이제 엽기는 이 단어를 받아들이고 쓰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미를 갖는 포괄적인 단어로 자리매김했다. 엽기는 한때의 유행일까? 아니면 의미있는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일까?
인터넷의 주 활동계층인 청소년들과 N세대들에 의해 확산된 엽기현상은 기성사회에 대한 풍자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이라는 본래의 취지보다는 이들의 생각과 경향이 반영되며 변화했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기를 즐기는 젊은이들은 심각한 의미를 제거하고 그들 특유의 가벼운 재밋거리만을 빼내어 즐기기 시작했고, 문화적 동질감을 형성하며 우리 사회에서 집중적이고 광범위한 매체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한 인터넷을 통해 그리고 대중매체의 발빠른 상업주의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텔레비전 매체는 N세대의 문화적 트렌드를 적극 채용하였고, 청소년을 주 소비자층으로 하는 광고 또한 신속하게 방송파를 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청소년들의 엽기증후군이 우리 사회의 신드롬으로 발전했다.
엽기현상이 발전적인 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현실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통해 해소와 소통을 경험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의 엽기현상은 일부 극단적 부작용과 함께 '의미없음'으로 그 방향이 바뀌어버렸다. 현실사회를 나와는 상관없는 그들만의 일로 현실로부터 분리시키고 오직 내가 지금 당장 즐거워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힌 무리들이 바로 우리 자신들이 아닐까 반문해야 한다.
4장 너무 많은 정보 - 또 다른 결핍인터넷에 수없이 널려 있는 정보는 대부분 조각으로 존재한다. 처음에는 특정한 맥락에 따라 잘 정돈된 자료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각정보로 그 역할과 기능이 격하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정보 과잉'에 대한 좋은 책이 있어 인터넷 사이트에 그 내용을 잘 정돈하면 이 주제에 대한 자료를 접하는 사람들에겐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특성상 많은 내용을 짜임새 있게 인터넷 공간에 표현하기 위해서는 잘게 쪼개어 정보를 구성해야 한다. 이러한 표현과정을 거치면서 잘게 쪼개진 각각의 항목도 마치 독립적인 정보단위와 같은 역할을 한다. 검색엔진은 조각난 정보 하나하나를 읽어서 수록한다. 인터넷 이용자 대부분은 최초에 어느 곳에 어떠한 정보가 실렸었는지 알 수 없다.
검색결과를 통해 나타나는 세부목록은 다른 수많은 목록과 함께 뒤섞여 화면에 나타난다. 때로는 다른 주제어로 바뀌어서 나타나나거나 아예 실종되기도 한다. 인터넷 이용자는 불필요한 조각정보가 많아지는 문제로 인해 정작 필요한 것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을 겪는다. 검색엔진은 한꺼번에 얼마나 많은 정보를 찾는지에 대한 성능만 자랑하지 본질적으로 그 질적 차이는 구별할 수 없다. 최근에는 자연어 검색 기능이나 중복된 자료를 제거하여 보여 주는 등 나아지기도 했지만 이는 질적 차이를 구별해 내는 능력이기보다는 넘쳐나는 파편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인터넷에서 시각적인 즐거움과 심리적인 만족감을 주는 수많은 정보는 그 질적 차이를 우리에게 알려줄 수 없다. 인터넷 공간에서 정보의 파편화로 인해 겪는 상대적 결핍인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아무런 노력 없이 가치 있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여기저기 흩어진 정보를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에 산재한 많은 정보는 체계적으로 구조화되지 않은 채로 검색엔진을 통해 전달된다. 정보를 나름대로 조직하고 구조화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정보는 핵심보다는 주변부 정보이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는 걸러내지 안은 정보가 대부분이다. 쓸모 있다는 정보는 해석의 여지가 풍부한 자료라는 뜻이다. 또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돈하는 일과 자료에서 의미와 맥락을 찾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다. 의미와 맥락을 찾아 해석하는 과정은 훈련이나 경험을 통해 습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터넷 공간에서 얻는 정보를 취급할 때는 해석의 실마리를 잡아내거나 아이디어를 강화시키기 위한 단초를 얻기 위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으며, 여기저기 널린 정보에 대한 활용범위도 제한영역을 벗어나지 않게 통제할 수 있다. 정보를 평가하는 관점을 갖는다는 것은 활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갖고 움직이는 데서 시작한다. 또한 정보에 대한 의미를 파악하고 해석해 내는 '생각하는 능력'은 정보과잉 사회가 인간에게 가장 절실히 요구하는 자질이다.
5장 디지털 시대, 인터넷 공간에서 나는 누구인가?사이버 공간에서는 현실세계에서 자신을 인식할 때와는 다른 방법으로 정체성을 경험한다. 현실공간과 마찬가지로 사이버 공간에서도 타인의 시선을 통해 인정받고자 하는 경향은 강하게 나타난다. 더구나 현실세계에서 자신에게 걸림돌로 작용했던 외모나 성격 등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신감을 갖고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때에 따라선 뜨거운 관심과 갈채를 받기도 한다. 주로 전자우편, 채팅, 게임, 토론게시판, 홈페이지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보내는 관심의 정도를 의식한다. 이들은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의 정도를 전자우편의 수, 자신이 게시판에 올린 글의 조회 수, 홈페이지의 방문자 카운터나 방명록을 통해 느낀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욕구는 현실세계나 사이버 공간이나 차이가 없다. 최근에 유행하는 아바타도 사이버 공간에서 타자의 시선에 존재가치를 두는 네티즌의 행동심리와 들어맞는 상품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타인의 시선은 이용자로 하여금 자신이 그 공간에서 누구인지를 인식하는 정체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자기 이미지를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만들어볼 수 있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도 기껏해야 아이디나 캐릭터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마저도 자신을 위장하는 도구로 이용하는 추세다. 그렇다 보니 실제 나는 없어지고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상황에 따라 만들어지는 내가 탄생한다. 채팅 중 나이, 성과 성격을 얼마든지 위장할 수 있듯이 보통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에선 자신의 역할을 대신하는 캐릭터를 각각 성격이 다르게 정하여 게임에 참여한다. 이처럼 현실세계에서 함께 나타나기 어려운 내면의 성향이 사이버 공간에서는 모두 개별적인 정체성을 갖고 드러날 수 있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현실세계와 다른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정체성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는 게임이나 채팅과 같이 대부분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한 활동이다. 하지만 모든 이용자가 다 그러한 정체성 혼란에 직면하지는 않는다. 또한 모두가 혼란을 일으킬 정도로 거듭해 인터넷 공간에 오래 머물지도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공간에 머무는 시간은 늘어가겠지만 정체성의 문제는 본질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이다. 사이버 공간도 현실공간의 일부이다. 정체성을 회복하는 길은 현실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6장 접속증후군, 몰입에서 중독으로'중독'은 목적과 수단의 우선위치가 뒤바뀌는 상황을 뜻한다. 몰입을 거쳐 중독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정체성이 빈약한 상태나 의사소통이 단절된 현실상황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하지만 컴퓨터나 인터넷을 접하지 않았더라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와 인터넷은 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랜 시간 컴퓨터와 인터넷 공간에 매달려 있게 될 것이고, 중독적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모두가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적정한 동기로 인터넷을 이용하지만 인터넷은 종종 도구의 위치를 넘어서 주인이 된다. 이용자는 이때 오히려 인터넷이라는 환경에 반응만 하는 종속적인 위치가 된다. 마약이나 알코올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나 사회단체가 가장 노력하는 대목은 그 실체를 알려 주는 일이다. 실체를 알면 중독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그 수단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 중독적 경향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