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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은 화가 날수록 웃는다

김경일 지음 | 바다출판사
1. 하나의 중국은 없다



『삼국지』로 읽는 중국, 중국인




『삼국지』는 가짜다. 『삼국지』는 원래 서기 184년에서 280년까지 약 100년간에 걸친 전쟁실록이다. 전쟁이란 본래 사연이 많은 법이다. 전쟁에 얽힌 인물들에 대한 해석이 이 동네 저 동네 사랑방 별로 구구했고, 그 구구한 사연을 모아 소설로 엮은 것이 바로 『삼국지』라는 책이다. 따라서 『삼국지』는 내용이 고정된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엿가락처럼 저마다 한 가닥씩 제 소리를 넣을 수 있는 특이한 소설이다. 이것을 '핑디엔(평점)'이라고 한다. 평도 해보고 점도 찍어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핑디엔'의 공간 때문에 『삼국지』에는 가짜 이야기들이 많다.

『삼국지』는 중국 대륙, 타이완, 홍콩 할 것 없이 꾸준히 읽힌다. 특히 얼마 전 비디오가 나오고부터는 이른바 '『삼국지』 열풍'이 불었다. 그러면 우리는 왜 『삼국지』를 읽는가? 마치 『삼국지』를 안 읽으면 상식이 부족한 사람으로 찍히는 듯한 분위기가 우리에게는 있다. 각 대학의 권장도서에는 언제나 『삼국지』가 들어 있다. 늘 방학만 되면 마음으로 꼽는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에 랭크된다. "한번 읽어야지." 하면서도 끝까지 안 읽는 것이 『삼국지』다. 사실 『삼국지』는 그리 재미있는 소설이 아니다. 현란해 보이기는 하지만 단순한 내용이다. 표현도 단순하고 만날 싸움질이지 별 게 아니다. 그러면 왜 중국인들은 이 『삼국지』에 죽고 못 사는 것일까? 거기에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묘한 감각이 있다.

『삼국지』에는 차오차오, 리유뻬이(유비), 쏜취엔(손권)이라는 세 인물이 나온다. 『삼국지』에는 원래 호랑이 같은 18제후가 있었다. 이토록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데 이 세 명만을 대표로 꼽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중국의 지역적 특성과 관계가 있다. 중국은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다. 이 넓은 땅덩어리를 동서남북으로 다녀보면 완전히 별나라다. 보면 볼수록 그들의 지역색이 만드는 문화적 특성이 너무나도 선명하다. 전 세계 중국인들이면 누구나 다 아는 속담이 있다. "베이징 사람 눈에 다른 지역 사람들은 모두 아랫것들이고, 상하이 사람 눈에는 다른 동네 사람들은 모두 촌놈이고, 광저우 사람 눈에 남들은 죄다 가난뱅이들!"

중국은 가는 곳마다 느낌이 다르다. 특히 『삼국지』로 구분되는 세 덩어리 공간은 참으로 개성이 뚜렷하다. 말 다르고, 음식 다르고, 기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고, 인심도 다르다. 북방 사람들은 어깨가 넓고 엉덩이가 퍼져 있다. 남방 사람들은 어깨가 좁고 코도 좀 납작하다. 엉덩이가 좁고 위로 올라붙어 있다. 이른바 북방 몽골형 혈통과 남방 말레이 혈통의 차이다. 베이징 사람들은 고마울 때 호들갑을 떨며 "아, 쎼쎼 쎼쎼."한다. 상하이 사람들은 다소 새침하게 "야야농."이다. 남쪽 끝으로 내려가면 살살 웃으며 "뚜오쌰."다.

차오차오와 리유뻬이, 그리고 쏜취엔은 전혀 다른 세 사람이다. 그들은 사용하는 사투리가 다르고 즐기는 술과 차가 다르다. 그들은 성격이 다르고 상황에 대처하는 태도가 각각 별나다. 지역적 차별성에서 만들어진 서로 다른 선명한 캐릭터가 『삼국지』를 재미있게 하는 진짜 이유다. 단순히 이리저리 쳐들어가서 이기고 지고 하는 병정놀이가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각 지역의 사람들은 '우리 편 이겨라' 하는 응원심리를 가지고 『삼국지』를 보는 것이다.

중국인들에게 『삼국지』를 읽어보았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팅구오(청과)"로 대답한다. '들어보았다'는 말이다. 들어보다니? 중국인들은 『삼국지』를 책으로 읽는 것보다는 경극 등을 통해 소리로 듣는 것을 훨씬 즐긴다. 희한하게 꼬이는 억양과 사투리가 섞인 사운드는 겨드랑이가 간질간질할 정도로 죽여준다. 이렇듯 중국인들은 『삼국지』를 책으로 보는 것보다는 경극이나 '썅성(상성 : 두 사람이 하는 개그)'으로 많이 듣는다. 각 지역의 말투나 정서를 소리로 들으면서 재미를 배가하는 것이다. 시나 속담 등이 지니는 지방 정서와 짜릿한 느낌도 『삼국지』를 읽고 들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의 재미다. 우리 나라의 호남 사람들도 동편제, 서편제 해가면서 소리의 맛을 갈라 음미한다. 소리맛에 빠진 그들의 '얼쑤'는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삼국지』의 맛은 바로 요런 데 있다.

이런 면에서 한국어로 된 『삼국지』는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또 구어체의 느낌과 지역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말의 표현이 천편일률적이다. 또 다양한 문화풀이가 결여되어 있다. 원전에서 느끼는 감흥은 사라지고 한국적 상상력들만 살아 있다. 또 말들이 너무 점잖다. 『삼국지』는 전쟁 야사들이다. 전쟁터에서 나오는 용어들이 오죽하겠는가? 대륙, 홍콩, 타이완의 중국인들이 『삼국지』를 자꾸 보고 싶어하는 이유는 바로 말투, 표현 등에 묻어 있는 지역 지역의 재미와 향수 때문이다.

여기에 반해 일본인들의 『삼국지』 읽기는 한 단수 위다. 그들은 지도를 동원하고 어휘 분석 등을 해가며 『삼국지』가 담고 있는 진짜 맛을 느껴보려고 애쓴다. 중국인들의 진짜 삶의 모습에서 우러나오는 침 튀기는 표현을 읽으려 한다. 우리도 좀 깊이 들어가 보자. 깊은 곳에 진짜가 있다. 필자는 앞으로도 배낭을 메고 중국을 헤맬 것이다.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진짜 『삼국지』를 제대로 한번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중국인도 모르는 중국어



중국에는 커다란 강이 둘 있다. '황허(황하)'와 '창쟝(장강)'이다. 河(하)는 뭐고 江(강)은 뭔가? 같은 물인데 왜 이름을 달리 했을까? 이것은 남북 사투리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그것은 마치 김치를 전라도 지역에서 '짐치'로 부르는 현상과 동일하다. 중국인들과 한두 마디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출신지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 대개 성격이 짐작되고 풀어갈 화제도 대충 정리가 된다. 광주 가서 DJ 욕하면 눈치보이고, 대구 가서 YS 칭찬하기 힘든 것처럼 한두 마디 듣고 다음 동작을 결정해야 한다.

중국에는 커다란 방언 갈래만 일곱 개다. 이들은 거의 외국어다. 다시 작은 방언 갈래로 나누면 약 270개다. 그러나 사람마다 목소리, 언어습관 다른 것까지 생각하면 수천 수만 가지다. 베이징 사람, 산동 사람, 쓰추안(사천) 사람, 광저우 사람, 상하이 사람. 이들이 서로의 사투리만을 고집하면 의사소통은 완전히 불능이다. 표준어인 푸통화(보통화)의 존재 가치는 여기에 있다. 흔히 푸통화를 북경어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다. 푸통화의 기본이 북경어이긴 하지만 북경어 역시 방언의 하나다. 사실 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표준어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을 뿐이다. 또 중국어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교사들에게서나 들을 수 있는 중국어 아닌 중국어다. 표준어로만 보면 중문과 학생들의 중국어가 짱저민의 푸통화보다 훨씬 정확하다.

짱저민은 푸통화를 하지만 테이프로 배운 중국어 실력으로 전혀 '팅부똥(청불동 : 못 알아들음)'이다. 짱쑤 특유의 비음 분위기에 말꼬리를 흐리는 그의 독특한 화법 때문에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다. 1995년 가을, 짱저민은 한국에 오기 전 베이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했다. 거기서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다. 짱저민이 북한이 제시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한 지지를 유보했다고 몇몇 매스컴들은 보도했다. 그러나 TV에 방영된 그의 표현을 들어보니 전혀 아니었다. 그는 먼저 한국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말 뒤에 아주 작고 빠른 소리로 지나가는 말처럼 이런 표현을 이었다. "통스쯔츠(동시지지)." 북한의 평화협정안도 동시에 지지한다는 양다리 표현이었다. 그는 이 표현을 우측 탁자의 메모를 보며 흘렸다. 그러나 소리가 작고 사투리 억양이 심해서 놓치기 쉬운 상황이었다. 몇몇 매스컴은 한쪽만을 보도했다.

일전에 모 기업체에 특강을 간 일이 있었다. 특강에서 필자는 주로 중국의 어두운 면과 조심할 점에 대해 언급을 많이 했다. 그러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이 좀 심각하게 변해갔다. 쑤저우(소주) 현지에 파견될 담당 K과장은 긴장한 얼굴로 이것저것 질문을 해댔다. 그는 행정 담당자로서 현지 공장의 노동자들을 일선에서 지휘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는 현지에도 몇 번 갔다 왔지만 가서 보고 온 상황이 하도 막막해서 리포트를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몰라 고민할 정도였다. 여러 질문이 끝난 뒤 필자는 이런 조언을 하나 했다. "회사 방침으로 회사 내에서는 현지 방언을 절대 금하도록 하라." 방언은 어렵다. 홍콩이나 타이완에서 들어간 기업들도 자신들의 방언 구역인 광저우나 려찌엔이 아닌 경우 현지 방언을 금하고 있다. 그만큼 어려운 것이 방언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대개 이러한 조치를 내리지 않는다. 어차피 못 알아듣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미처 생각을 잘 못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 중에 방언까지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직은 없다. 따라서 방언에 대해 나름의 대비책을 갖고 있지 않으면 눈앞에서 욕을 해도 그만이다. 눈치가 뻔한 데도 어느 날 갑자기 "야, 푸통화로 해!" 이렇게 나올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또 중요한 정보를 눈앞에서 손쉽게 전화로 이야기해 버릴 수도 있다.

친스황(진시황)은 중국을 통일한 후 문자를 통일시켰다. 그 당시에는 각 지역별로 문자들의 모양이 제각각이었다. 특히 동쪽의 문자와 진나라가 있던 서쪽 문자의 차이가 심해 서로 의사소통이 거의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말도 안 되고 글도 안 통하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그는 강력하게 문자 통일을 진행했다. 만일 그때 문자 통일이 안 되었다면 중국은 벌써 너덜너덜해졌을 것이다. 마오쩌똥은 언어 통일을 강력히 실행했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백성들 혓바닥까지 통제하기는 힘든 모양이다. 지역을 다녀보면 백화점이고 거리고 '푸통화를 씁시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러나 현수막 있는 동네일수록 푸통화가 제일 안 통한다는 게 여행이 필자에게 준 교훈이다. 이런 현상은 북쪽보다는 남쪽이 훨씬 심하다.

현재 중국에서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1억 4,000만 명이다. 다시 말하면 약 1억 4,000만 이상의 중국인이 이미 21세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이들과 딜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중에서 푸통화를 또박또박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들이 적어도 고등학교 이상 정도의 학력이라고 볼 때, 즉 푸통화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봐도 한국의 대학에서 배운 중국어에 맞는(?) 발음으로 말을 해줄 사람은 경험으로 봐서 약 20%나 될까? 물론 마주 대하고 말을 하게 되는 경우는 조금 낫다. 하지만 감이 선명하지 않은 핸드폰에서 비집고 나오는 '비틀어진 푸통화'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현재 한국 대학들의 중문과에서는 푸통화를 기준으로 중국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제대로 커리큘럼이 갖추어진 대학의 경우에도 대부분 푸통화 학습과 뭉뚱그려진 중국 사회의 학습 프로그램이 전부다. 그러나 얼마 있지 않으면 한국의 중문과에는 광똥화, 상하이화 등의 방언 커리큘럼과 지역별로 나뉘어진 지역 스터디 프로그램도 등장하게 될 것이다. 아니 등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뜬구름 잡는 중국 이야기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한 나라가 아니다. 중국은 모자이크다. 지역의 언어와 문화를 면밀히 살피려면 보쌈김치 담그듯이 두루뭉술 중국을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오이 김치 담그듯이 쪼개고 속을 들여다 보라.

2. 중국, 풀면 쉽게 풀린다



중국을 쉽게 풀려면




리똔바이(이돈백), 실명 시드니 리튼버그, 『마오쩌똥과의 일만일』의 저자. 미국 최고의 살아 있는 중국통. 살아 있는 전설 리똔바이, 그를 만났다. 타코마의 중국인 친구 집에서. 짧은 반백의 머리, 형형한 눈빛. 한눈에 봐도 범상한 인물이 아니다. 우리는 차를 마시며 중국 정세와 정계의 내부 인물들에 대한 한담을 나누었다. 그는 중국인들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지나친 과장도 쓸데없는 비하도 하지 않는 담담한 시선으로 말이다. 그는 나에게 외부 세계가 중국에 대해 오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준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면 되는데 쓸데없는 포장으로 중국을 오해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중국의 미사일이 타이완 해협 여기저기 떨어지던 1996년 3월 22일. 필자는 모 라디오 방송국 생방송에 출연했다. 23일은 타이완에서 총통을 뽑는 총선날이었다. 당시는 마치 전쟁이라도 터질 듯한 분위기였다. MC가 질문 몇 개를 던진다. "리떵훼이가 당선될까요?" "지난 주 여론조사로 45% 지지를 얻었는데 과반수 찬성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중국이 왜 미사일을 자꾸 쏠까요?" "타이완도 타이완이지만 티벳 독립의 저지도 하나의 목표입니다(이게 바로 썽똥찌시(성동격서 : 바람은 동쪽에서 잡고 공격은 서쪽에서 하는 병법)다)." "전쟁 날까요?" "전쟁 안 납니다. 다음 주쯤 중국은 수습 훈련을 하면서 빠질 겁니다."

23일 투표가 끝나고 2시간 뒤에 중국 국무부 산하 타이완 빤꽁쓰(판공실)에서는 성명을 발표했다. "두 지역은 손을 맞잡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물론 여전히 긴장 어린 표현도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요절낼 것처럼 펄펄 뛰던 하루 전과는 영 딴판이다. 이런 게 바로 중국인들의 '쐉관치샤(쌍관제하)'다. 미사일 나는 하늘. 그 옆 베이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는 타이완이 파견한 특사가 타고 있었다. 이게 바로 대화와 몽둥이를 동시에 활용하는 '탄탄다다(담담타타)'다. 마오쩌똥이 국민당 쟝지에스를 물 먹일 때 써먹은 유명한 작전이다. 협상도 하고 돌팔매질도 하고.

"중국은 쉽다." 중국인들의 표현과 상황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복잡하지는 않다. 중국을 이해할 때 무엇보다 먼저 가져야 할 중요한 전제다. 많기는 하지만 차원이 복잡하지는 않다. 언어소통이 좀 어렵고, 속을 감추고 해서 조금 짜증이 나고, 빨리 지치기 쉬울 뿐이지 고차원의 난해함을 가진 사람들은 아니다. 따라서 지레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 허리를 좀 굽히고 차분히 들여다보면 다음 행동이 예측된다. 그리고 그 패턴은 언제나 동일하다. 수천 년째 동일하다. 이게 바로 리똔바이 같은 사람이 중국을 꿰뚫어볼 수 있는 이유다. 중국이 쉽다는 뜻은 중국인은 언제나 같은 궤적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구나 다 아는 진리지만 중국인은 느리다. 만만디다. 중국인은 정말 끝까지 게으르고 대책 없는 사람들인가? 만만디는 구제불능이 아니다. 그것은 아주 다루기 쉬운 중국 문화의 한 가지 특성이다. 단지 시간이 좀 길다 뿐이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대상이다. 만만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보를 파악하고 좀더 일찍 일을 추진하면 된다. 외국에 나가면 그곳 시간에 따라 시계 바늘을 돌리듯이 마음 속에 만만디 시계를 하나씩 구비해야 한다. 중국인들이 느리기는 하지만 틀림없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 시간이 되면 정확하게 일이 이루어진다.

또 하나 어렵게 느끼지만 사실 별거 아닌 일이 있다. 중국인들의 황당한 행동이나 비상식적 행동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 다루기 힘든 것은 문화적 자부심에서 나오는 고집과 고집에서 파생하는 뻔히 아는 거짓말이다. 출근하기 싫으면 제멋대로 결근이다. "몸이 아파서." 중국에서는 몸이 아프다는 증명만 있으면 나라님도 못 건드린다. 중국인은 언제나 자기 속에 들어 있다.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밖에 보지 못한다. 아집이다. 그 아집은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겪어온 핍박이 만들어 낸 자격지심의 표현이다. 흔히 중국인들의 아집을 보면서 자존심이 강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중국인은 자존심이 높지 않고 오히려 낮다. 그것은 자격지심에서 우러나오는 심통에 가까운 자존심이다. 중국인들의 황당한 행위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파악되고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밉다고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긁으면 긁을수록 사태는 점점 악화되어 간다. 따라서 단세포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차라리 서서히 그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나가는 방법을 찾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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