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풀 먹는 한의사다
손영기 지음 | 북라인
마이너스 칼럼
1. slow 그리고 simple하게 먹자인간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호흡과 식사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단전호흡과 같은 '호흡의 도'만 중시하지 '식사의 도'에는 관심이 없다. 음식을 영양보충이나 식욕을 채우는 물질로만 여기는 음식에 대한 왜곡된 마음가짐에서 벗어나는 데서부터 식도가 시작된다. 음식은 인간의 영양과 식욕을 위해 희생되는 '물질'이 아니라 인간과 동등한 위치에서 기운을 교감하는 '살아있는 기체'이다. 즉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는 단순히 소화작용을 통해 음식물을 인체에 흡수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기운과 '음식'의 기운을 하나로 융합시키는 과정이다. 따라서 입 안에 무언가 먹거리를 넣을 때에는 무척 신중해야 한다. 사소한 음식일지라도 몸 안에 들어가면 교감한 기운이 바로 융화되어 인체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식도란 이처럼 음식의 기운을 느끼는 음식과의 대화법인 바 식이요법의 진정한 위력은 여기서 나온다. 식도를 얻는 첫 번째 비결은 음식을 '단순하게' 먹는 것이다. 필자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이 '비빔밥'인데 이것저것 마구 섞어서 먹다 보면 도대체 뭘 먹는지 모르겠다. 실수로 고추장을 좀 많이 넣게 되면 이건 고추맛 뿐이다. 강한 고추의 맛으로 인해 다른 맛들이 죽는 까닭에 식도에 방해가 된다. 그 다음 식도를 얻는 두 번째 비결은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것이다. 요즘 패스트푸드에 반대하는 슬로우푸드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식도를 추구하는 필자에게는 너무도 반가운 현상이다. 음식의 기운을 제대로 감응하려면 '씹는' 행위가 가장 중요하다. 입 안에 들어간 음식이 천천히 이빨로 잘리고 갈아지며 혀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통해 타액과 섞여 분해될 때 음식과의 교감을 느낄 수 있다.
2. 음식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나천(天)·지(地)·인(人)의 삼합. 건강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의 기운이 어울려야 지켜진다는 말인데 이제부터는 하늘·땅·사람의 조화를 통해 건강을 생각해 보자. '하늘'의 기운이란 작게는 우리가 호흡을 통해 받아들이는 공기이고, 크게는 기후, 날씨, 계절적인 흐름 등이다. 또 생활환경을 나타내는 의(衣)·식(食)·주(住)에 있어서 의·주가 하늘의 기운에 해당하기 때문에 호흡과 기후뿐만 아니라 주거·의복환경 역시 하늘에 해당된다. 음식 관리를 아무리 철저히 해도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하늘의 어울림이 부족한 경우이다. 그 다음 '땅'의 기운이란 필자가 이제껏 떠들어 온 음식을 가리킨다. 이처럼 땅에 비해 하늘을 상대적으로 강조해 온 것은 땅이 하늘보다 중요해서가 아니라 손에 잡히지 않는 하늘과 달리 땅은 개인의 실천의지에 따라 즉각적인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사람의 기운은 선천과 후천의 두 가지로 나뉜다. 선천적인 사람의 기운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체질, 체격, 건강을 의미하고, 후천적인 사람의 기운은 사회생활에서의 인간관계를 가리킨다. 천·지·인,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단연 사람의 기운이다. 타고난 건강이 부실하면 평생 몸 관리를 해도 한계가 있다. 비유컨대 한번 사면 절대 바꿀 수 없는 그릇에 이미 금이 가 있다면 그릇을 조심스레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임신부의 하늘 관리, 땅 관리를 가장 중시한다. 부모의 부주의로 인해 금이 가고 깨어진 상태로 태어난 아이들은 평생 조심조심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즘 의료인들이 건강을 다룸에 있어서 음식 이상으로 강조하는 정신적 요소, 즉 스트레스 문제는 사람의 후천적 기운에 해당된다. 인간관계에서 흐르는 사람의 기운이 조화롭지 못할 경우를 스트레스라 부른다.
"음식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변은 한 마디로 "No"이다. 아무리 음식 가리기를 해도 타고난 약골 체질에다 공해 지역이나 열악한 주거·근무 환경에서 원만하지 못한 인간 관계로 스트레스까지 받는다면 건강을 지킬 수 없다.
3. 숫자에 매달릴수록 건강은 멀어진다얼마 전 카페인의 과다복용을 경고하는 기사를 보았다. 커피를 하루에 네 잔 이상 마시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짧은 기사는 카페인을 마치 음식처럼 먹어 온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만들어 주었다. 즉 커피 세 잔 정도는 매일 마셔도 괜찮다는 생각을 심어 준 것이다. 과연 커피 세 잔과 네 잔의 차이는 무엇인가. 세 잔은 괜찮고, 네 잔은 카페인 중독을 유발한다는 말인가. 물론 카페인의 농축 양에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카페인에 대한 개개인의 감수성이 무시된 점은 큰 문제이다. 개개인의 인체 특성에 따라 커피 세 잔에도 카페인에 중독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네 잔을 마시고도 괜찮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페인 중독을 다룰 때 중요한 것은 하루에 커피 몇 잔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카페인 감수성이라는 개개인의 생리적인 특성, 즉 체질이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 넘쳐나는 건강 정보들은 개인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맹목적인 숫자만 제시하고 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러한 숫자 놀음의 최고봉은 칼로리 계산에 따른 음식물 섭취이다. 비만이 공론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칼로리 계산이 요즘 유행인데, 이는 사람을 생명체가 아닌 연비를 계산하는 자동차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씁쓸한 생각이 들게 한다. 다이어트에 있어 핵심은 음식의 칼로리 수치가 아니라 개인의 소화능력이기 때문에 오염식품의 차단을 통해 소화흡수력을 높이면 자연스레 비만은 해결된다. 그런데 불량식품마저도 칼로리 계산을 통해 먹으라니 칼로리 계산이 유행하는 현실을 보면 우리 모두가 숫자의 마수에 갇혀 있음을 느낀다.
4. 설탕은 단거(danger)다마이너스건강클럽을 통해 필자는 안티-셈(SEM)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안티-셈'이란 한 마디로 셈(SEM)을 반대하자는 것인데, 여기서 SEM이란 설탕(Sugar), 계란(Egg), 우유(Milk)를 가리킨다. 우리 식탁에서 이 셈만 추방해도 상당수의 질병이 사라질 것이다. 이 중에 설탕은 계란, 우유와는 달리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인식하면서도 오히려 소비량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설탕은 '단거(Danger)'인가.
첫째, 퇴행성 질환의 원인이다. 정제 설탕은 탄수화물 대사에 필요한 요소가 모두 제거된 상태이기 때문에 대사과정에서 독성 대사산물을 발생시킨다. 이는 세포 호흡을 방해하므로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세포들 중 일부는 사멸하여 퇴행성 질환의 원인이 된다. 둘째, 골다공증의 원인이다. 설탕을 소화 해독 배설시키려면 무기질이 필요한데 정제 설탕은 사탕무나 사탕수수에 들어 있는 천연 무기질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인체는 설탕 섭취로 인한 충격에 대항하기 위해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칼슘 등을 체내에서 동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뼈와 치아로부터 너무 많은 칼슘이 빠져나가 부식 및 약화 현상이 일어난다. 셋째, 간질환의 원인이다. 처음에 설탕은 포도당(지방산)의 형태로 간에 저장되는데 간의 용량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매일 계속되는 설탕의 섭취는 곧 간을 풍선처럼 부풀게 만든다.
넷째, 비만의 원인이다. 간이 최대 용량까지 차고 나면 여분의 포도당은 지방산의 형태로 혈액을 통해 가장 비활동적인 부분들인 복부, 엉덩이, 가슴, 허벅지에 저장된다. 다섯째, 심장병, 신장병 등의 성인병을 비롯한 면역력 저하의 원인이다. 지방산이 비활동적인 부분에도 다 차게 되면 심장이나 신장과 같은 활동적인 기관들에 분포됨에 따라 이들 기관의 조직들이 퇴화되어 지방으로 변한다. 신체 전체가 이들 기관의 활동 저하에 영향을 받게 되고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된다. 여섯째, 두뇌 기능 저하 및 신경정신 질환의 원인이다. 체계적인 두뇌 기능의 핵심요인은 많은 채소의 주성분인 글루타민산이며, 비타민 B군은 이러한 글루타민산을 분해하는 데 주된 역할을 한다. 비타민 B군은 인체의 장에 공생하는 박테리아에 의해서도 제조되는데 정제된 설탕의 과도한 섭취로 장 박테리아가 죽어 버리면 우리 몸의 비타민 B군 비축량이 줄어들어 쉽게 졸리고 계산과 기억능력이 떨어진다.
설탕의 유해성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탕 소비가 갈수록 증가하는 까닭은 몇몇 왜곡된 정보들 때문이다. 설탕을 '탄수화물'로 강조함으로써 밥과 동일하게 보아 인체의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원이라며 설탕을 옹호하는 정보들, 저혈당의 원인이 설탕의 지나친 섭취에 있는데도 설탕을 저혈당 치료약으로 제시하는 왜곡된 정보들 때문이다.
5. 고기 먹어야 힘나는 것은 병이다의료인과 영양학자들의 입에서 끊임없이 나열되는 단백질, 단백질, 단백질. 그 단백질이라는 글자는 음식의 도, 건강의 도를 막아버렸으니 육류는 '단백질', 밥은 '탄수화물', 과일은 '비타민'으로 설명됨으로써 배꼽이 배 전체를 대표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건강의 도를 이루려면 이처럼 번잡스런 글과 말에 의연해야 한다. 육류는 일차원적으로 단순하게 단백질만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며칠 고기를 먹지 않았더니 힘이 쏙 빠지네요. 단백질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닌가요? 걱정입니다." 마이너스 건강법을 실천하는 환자들에게서 심심찮게 듣는 말이다.
실제로 하루라도 고기를 먹지 않으면 손을 발발 떠는 사람도 있는데, 이처럼 식탁에 고기가 없으면 불안해하는 경우를 가리켜 필자는 '육류 중독증'이라 진단한다. 고기를 먹지 않아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은 병리적인 현상이지 정상적인 생리상태가 결코 아니기에 이러한 증상을 호소할수록 더욱 철저한 음식 관리가 요구된다. 환자들은 그 힘 빠짐을 육류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다시 육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체내에 섬유질이 모자란다는 표시이며, 그 동안 지나치게 육류에만 영양을 의존했다는 증거일 뿐이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육류 중독은 '육류 염려증'에서 시작되는데 우리 어머니들 대부분이 육류 염려증에 걸려 있다. 즉 자신의 아이가 채식만 하다 키가 크지 않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것이다. 육류의 부정적인 면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설명해도 자녀 걱정에 망설이는 부모들을 보노라면 마음이 무겁다. 기초가 부실하고 철골이 약한데 건물만 높게 쌓으면 무엇하랴. 쉽게 무너지고 말 것을….
6. 스트레스로 삶의 굴렁쇠를 굴리자대중에게 매우 익숙한 용어로 자리잡은 '스트레스'는 의료계에서도 주된 병인(病因) 중의 하나로 꼽힌다. 검사 시에 특별한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으면 스트레스에 따른 신경성 질환이라고 하면서 찾기 어려운 병의 원인을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환자의 입장에서 답답한 것은 자신은 분명 몸의 이상을 느끼는데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마음 편히 가지고 안정을 취하라는 조언을 듣는 경우다. 실체가 막연한 스트레스를 구체적인 치료방법 없이 환자 스스로 다스리려니 증상의 개선은커녕 오히려 몸만 더 힘들어진다. 따라서 필자는 치료방법을 제시하게 앞서 스트레스의 실체부터 고민해 보고자 한다.
득과 실을 동시에 지니는 양날의 칼처럼 우리 몸에 나타나는 이상 증상은 병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생리적인 반응도 많다. 예컨대 감기 때 나타나는 고열, 기침과 식중독 때의 복통, 설사는 병균과 독소를 배출하기 위한 생리반응이다. 이를 병리현상으로 보고 통제하다 보면 오히려 병이 깊어진다. 스트레스도 이와 같이 생리와 병리의 양면을 함께 갖는다. 스트레스, 즉 정신적 외부 자극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따라 병적으로 실이 되기도 하고, 건강상 득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stress)라는 단어의 사전상 의미가 '압박', '자극'인 까닭에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필자는 '긴장', '활력소'라는 뜻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굴렁쇠를 넘어지지 않게 굴리려면 지속적으로 굴렁쇠를 쳐주어야 하는 것처럼 삶의 굴렁쇠가 쓰러짐 없이 굴러가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라는 긴장과 활력소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이를 활력소로 여기기는 어렵다. 같은 강도의 자극과 압박이 어떤 사람에게는 스트레스가 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활력소가 되는 것은 개개인의 체질과 체력에 따르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 머릿속으로만 '스트레스를 활력소로 받아들이자.'라고 세뇌한다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육체가 건강해지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활력소로 받아들이게 된다. 몸의 문제는 마음으로 해결하고 마음의 문제는 몸으로 해결해야 하는 법이다. 음식으로 혈액의 질을 맑게 하고, 운동으로 혈액의 양을 늘리면 인체의 생명기운이 잘 돌아가 굴렁쇠나 팽이의 채찍질이 덜 부담스럽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가 활력소로 승화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 아픈 사람일수록 마음 자체보다는 몸에 신경 써야 하며 잡히지도 않는 마음을 잡고자 헛고생하지 말고 당장이라도 실천가능한 음식 가리기와 운동에 매진하자.
마이너스 요리법
1. 그럼 무얼 어떻게 먹어야 합니까임상에서 마이너스 건강법을 활용하는 한의사와 이를 따르는 한의대생들의 학술단체인 해토파(解土派)에서는 마이너스 건강법을 단순히 식이요법의 차원이 아닌 한의학 이론으로 정립시키고자 노력해 왔는데, 토울론(土鬱論)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토대로 음식의 중요성을 서양의 영양학적인 설명 없이 우리 한의학의 고유 언어인 음양오행을 통해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가 이즈음에서 음양오행이라는 낯선 언어를 가지고 독자들에게 토울론을 펼치려는 이유는 마이너스 건강법, 일명 '먹지마 요리법'을 소개하기에 앞서 왜 이러한 요리법이 건강에 있어 중요한 지에 대한 한의학적 이론을 소개함으로써 이해를 돕기 위해서이다.
오행(五行)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를 가리킨다. 이는 오행이라는 단어에 있어 행(行) 자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목·화·토·금·수는 기운이 움직이는 과정을 표시하는 언어이다. 즉 목은 기운이 시생(始生)하는 과정, 화는 왕성(旺盛)한 과정, 금은 수렴(收斂)하는 과정, 수는 저장(貯藏)하는 과정, 토는 조화(調和)시키는 과정을 나타낸다. 그런데 오행은 '목-화-금-수-목'으로 반복하는 원의 순환을 보여준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바로 토의 역할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토는 기운의 흐름을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 작용을 한다. 해토파(解土派)와 토울론(土鬱論)이라는 용어에 공통적으로 '토'자가 들어가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필자는 이론과 임상에서 토의 역할을 가장 중시한다. 필자는 모든 질병의 원인을 울(鬱)해진 토에서 찾아 토를 해(解)하는 치료법을 쓴다. 음식을 중시하는 이유도 장부(臟腑)에 있어서 비위(脾胃)가 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부적절한 음식으로 비위가 울해지면 토의 조화가 깨져 전체 기운의 흐름에 장애가 생기고 이로 인해 목·화· 금·수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토울(土鬱)을 만병의 근원으로 삼는다.
이와 같이 토가 울(鬱 - 막혀서 통하지 않을 '울')해지는 현상은 단순히 음식 때문만은 아니다. 동양 철학의 측면에서 볼 때 '인간 기립'에 따른 문제이기에 치료에 있어서 음식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즉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기립하는 인체 구조상 아무리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토의 기운이 어그러지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비주사말(脾主四末)'이라 해서 사지를 토(土)와 연관시키니, 사지가 모두 땅에 닿아야 토기(土氣)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데 기립하여 손이 땅에서 멀어짐에 따라 토기를 절반밖에 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인간은 기립 보행 때문에 음식과 상관 없이도 토울의 병리를 동반한다. 또한 땅과 수평을 이루는 네발짐승에 비해 기립으로 수직하는 인간은 상대적으로 양(陽)의 기운이 성하다. 특히 화에 해당하는 심장이 기립으로 땅에서 멀어지고 하늘과 가까워져 양위(陽位)함은 인체에 있어 음(陰)보다 양기를 더 강하게 만든다. 때문에 양(陽)은 넘치고 음(陰)은 부족한 병리가 나타난다.
앞서 언급한 오행 중에 목과 화는 양에, 금과 수는 음에 속한다. 양태과(陽太過)의 병리는 목항화왕(木亢火旺)으로, 음불급(陰不及)의 병리는 금쇠수고(金衰水枯)로 발현되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질병은 토울 목항화왕(木亢火旺) 금쇠수고(金衰水枯)의 세 가지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에 필자의 해토파에서는 억·진·윤·주 (抑·鎭·潤·注)의 치료법을 사용한다. 항진된 목기를 누르고, 왕성한 화기를 진정시키며, 쇠약한 금기를 윤택하게 하고, 마른 수기에 물을 부어 주는 것이다. 물론 울체된 토기를 풀어주는 것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