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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토마스 모어 지음 | -
유토피아

토마스 모어 지음



제1부

영국 국왕 헨리 8세는 그와 카스틸랴(스페인 중부의 왕국)의 찰스 왕 사이에 발생한 심각한 의견 충돌을 해결하기 위하여 나를 카드버트 탄스털(런던의 주교)과 함께 폴랑드르로 보냈다. 우리들은 브르지스에서 카스틸랴의 사절단과 만나 한두 차례 회합을 가졌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으므로 그들은 국왕의 의견을 듣기 위하여 브뤼셀로 떠나고, 나는 내 일을 보기 위하여 안트와프로 갔다. 도시의 요직에 등용되고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피터 자일즈가 나를 자주 방문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즐거움이 저절로 솟아났다. 넉 달간 영국으로 돌아가지 못했으므로 아내와 자식을 만나고 싶었으나 그의 재치 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향수를 달래고 있었다.

어느 날, 피터 자일즈가 햇볕에 그을리고 외투를 아무렇게나 걸친 선원 같은 노인을 소개했다. 라파엘이란 그 노인은 미지의 나라와 국민에 대하여 많은 견문을 가지고 있으며, 율리시즈와 플라톤에 가까운 학자이고 세상을 두루 구경하고 싶어서 고향인 포르투갈을 떠나 아메리고 베스푸치(아메리카라는 이름을 명명한 피렌체의 상인) 일행을 따라 세 번이나 항해하여 요새(케이프 프리오)에 잔류했던 경험을 지닌 사람이라고 말했다. 라파엘은 ‘천국에는 어느 곳에서나 도달할 수 있다’는 신념을 지니고 실론을 거쳐 캐리커트(인도의 남부도시)에 도착하였다가 포르투갈 배를 만나 귀국한 것이었다. 셋은 함께 호텔 정원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피터 : 당신이 왕의 신하가 되면 포부도 살릴 수 있고 친구와 친척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라파엘 : 나는 이미 그들에게 의무를 다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내가 왕의 종살이를 하면서까지 그들에게 이익을 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피터 : 나의 뜻은 봉사이지 예속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라파엘 : 나는 본능에 어긋나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은 매우 행복합니다. 그리고 왕의 곁에는 은총을 다투는 자가 많으니 내가 없다고 해서 왕들이 곤란을 받지는 않습니다. 모어 : 그러나 재능을 공적인 일에 쓰는 것은 매우 존경받을 만한 철학적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라파엘 : 왕들은 백성을 위한 유용한 기술보다 새 왕국을 획득하는 전쟁술에 더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고문관들은 왕의 신임을 얻기 위해 어리석은 결정에 찬성합니다. 결국 자기 기만에 빠지는 것이 인간의 본능입니다. 만일 당신이 경험을 토대로 역사적 선례가 될 정책을 제안한다 해도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은 그 제안에 반대하지 않으면 평생 바보 취급을 받기라도 할 것처럼 행동합니다. 나는 그 예를 영국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 남서부에서 시작된 내란에서 반도들이 참혹하게 대량 학살을 당했을 때였습니다. 어느 날 나는 추기경과 식사를 했는데 그 자리엔 영국인 변호사도 동석했습니다. 변호사는 절도범들에게 취해진 가혹한 처벌을 열렬히 찬성하며, 교수형을 면하는 자가 없는데 왜 아직도 절도범들로 인해 고통을 받는지 모른다고 답답해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가벼운 절도는 사형을 받을 만큼 큰 죄가 못되며 그들이 먹고 살 유일한 방법이 절도라면 극형을 가해도 절도는 멈춰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살아갈 방법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러자 변호사는 올바르게 생활비를 벌 수 있지만 그들은 고의로 범죄자의 길을 택한다고 단언했습니다.

나는 변호사의 의견에 맞서, 지대를 올려 받기만 해서 소작인을 파산시키는 게으른 귀족과 그들의 무수한 시종들(생활비를 버는 법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다)을 예로 들었습니다. 귀족은 낭비로 파산하고, 쫓겨난 시종들은 도둑질 외에는 굶주림을 면할 방법이 없습니다. 한때 호사스럽게 살며 제복을 입고 으스대던 그들이 자기가 멸시하던 이웃에게서 적은 품삯을 받고 그들을 충실히 섬길 리가 없는 것이지요. 그러자 변호사는 그런 사람을 격려해야 하며, 전시에는 그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평범한 직공이나 농부보다 용기와 자존심이 많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나는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전쟁을 위해 도둑을 장려하자는 말이고 결국 도둑은 없어질 수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도둑은 유능한 군인이 되고 군인은 모험적인 도둑이 된다고 하신 말씀은 옳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폐단은 영국뿐만 아니고 전세계적인 병폐입니다. 군주들이 고의로 일으킨 전쟁을 통하여 솜씨를 유지하고 있는 숙련된 군인들이 들끓고 있습니다. 당신 말대로 직공이나 농부들이 시종들을 두려워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빈둥거리다가 맥이 풀려버린 시종들을 일하게 한다면 최소한 남자다움을 회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평화가 막중한데 무수한 평화의 교란자들을 유지하며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 어째서 공공의 이익이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도둑질을 하게 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닙니다. 당신의 나라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요인이 존재합니다.” 그러자 “그 요인이 무엇입니까?”라고 추기경이 물었습니다. 나는 대답했습니다.

“한 명의 욕심꾸러기 탐식가가 차례차례로 모든 농토를 흡수해서 수천 에이커를 울타리 하나로 둘러막아 버립니다. 따라서 수백 명의 농민들이 쫓겨나게 됩니다. 농민들은 유랑하는 동안 그나마 있던 돈도 사용하고 맙니다. 일을 하고 싶지만 경작할 땅이 없기 때문에 훔치는 것 이외에는 어쩔 도리가 없지 않습니까? 같은 이유로 곡식 값이 오르고 양모 값이 폭등하여 모직으로는 생계가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일자리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2, 3명의 부자는 원하는 가격을 받을 때까지 결코 팔지 않습니다. 결국 소수의 탐욕자가 국가적 손실을 불러옵니다. 고용자는 다수의 하인을 해고하고 해고된 자들은 어쩔 수 없이 비렁뱅이나 도둑이 됩니다. 용기 있는 자는 쉽사리 도둑이 돼버린 것이지요.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부조리한 사치풍조였습니다. 모두가 돈을 물쓰듯하다 결국은 도둑이 되고 맙니다.

일할 의사가 있는 자에게 토지를 나누어주어 게으름뱅이들의 수효를 줄이고 소수의 부자가 독점하지 못하게 법률을 만들어 사태를 바로잡고 병적인 행위를 근절해야 됩니다. 그전엔 당신들이 도둑들에게 정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자랑할 수 없습니다. 당신들이 도둑으로 만들어 놓고서는 그들이 도둑질을 했다고 처벌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말을 마치자 변호사가 기다렸다는 듯 반박을 하려는데 추기경이 가로막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라파엘 선생, 도둑에 대해 극형을 반대한다면 어떤 처벌이 공공의 이익이 될까요? 오히려 형벌의 경감은 범죄에 대한 적극적 권유가 아닐까요?“

“존경하는 추기경님, 약간의 돈을 훔쳤다고 소중한 생명을 빼앗는 것은 공정하지 못합니다. 만일 돈을 훔쳐서가 아니라 법을 어겨서 처벌한다고 하면 이 절대적인 정의 역시 절대적으로 공정하지 못한 것입니다. 절도와 살인을 구별하지 않는 스토아적 역설에 근거한 법률에는 누구도 찬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살인을 하지 말라’는 계명이 불법적인 살인에만 적용된다고 한다면 인간이 어떤 형태의 강간, 간통, 위증을 합법화시키는 데 동의할 때 이는 하나님의 법률보다 인간의 법률이 더 존중되는 과오가 되지 않을까요? 이상은 도덕적인 입장이었지만 실제적인 견지에서 볼 때 강도와 살인의 처벌이 같다면 강탈하고 말 자가 살인을 하게 됩니다. 살인을 함으로써 증거를 없애 체포될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법으로 위협한 끝에 절도범을 살인자로 만드는 격입니다.

내가 아는 최상의 제도는 폴릴레리타라는 지방에서 본 것입니다. 강도를 제외하고 절도범은 감금되지 않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공공사업장에 취역됩니다. 죄수는 나쁜 대우를 받지 않습니다. 장시간 노동하고 매일 저녁 점호를 받고 감금당합니다. 죄수들을 자유인 보다 낮은 임금으로 개인 기업에 고용시켜 국고에 보탬이 되도록 합니다. 특별한 색깔의 옷을 입히고 머리는 귀 위쪽만 짧게 깎습니다. 그 이외 많은 규정과 법칙을 적용해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매우 편리하고 인간적입니다. 범죄에는 엄하지만 범인의 생명을 존중하고 최대한 선량한 시민이 되도록 계도하여서 범인이 여생을 정직하게 지냄으로써 과거에 저지른 해독을 보상하는 데 바치도록 이끌어줍니다. 매년 상당수의 죄수가 선행의 보답으로 석방되기 때문에 더 많은 죄수가 확신과 희망을 가지고 성실히 복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나는 이 제도가 변호사의 ‘정의’보다 훨씬 낫고 영국에서 채택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듣고 있던 변호사가 경멸의 미소를 띄며 선언했습니다. ”그러한 제도는 온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각오 없이는 결코 채택될 수 없습니다.“ 동석했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였습니다. 그러자 추기경이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것이 유효한지, 그렇지 못할는지 시험해 보기 전에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큰 피해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부랑자도 이런 방식으로 다루면 좋을 겁니다.” 추기경이 변호사의 의견을 반대하였음에도 변호사에게 동의하였던 동석자들 모두가 더욱 열렬히 동의하였습니다. 특히 부랑자 문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동석자 중에 식객 노릇을 하는 익살꾼이 주위 사람들의 권유에 고무되어 절도범과 부랑자의 문제는 나와 추기경이 해결했으므로 늙거나 게을러서 생계를 유지 못하는 부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했습니다.

“사실은 나도 그런 사람들을 보지 않게 되기를 열망하고 있습니다. 자, 나는 걸인들을 베네딕트 수도원에 강제 입단시키는 법률을 제안합니다. 남자는 수사, 여자는 수녀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추기경이 농담으로 동의했고 모두가 진지하게 동의했지만, 근엄한 탁발승 한 사람만은 예외였습니다. 걸인들의 문제로 익살꾼과 탁발승 사이에 격한 말다툼이 오고갔습니다. 탁발승은 쉬지 않고 익살꾼에게 저주를 퍼부었고 익살꾼은 대들었습니다. 그러자 추기경이 탁발승에게 ‘바보와 싸우면 바보가 된다’라고 말하며 현명해지라고 충고했습니다. 탁발승이 즉각 대답했습니다.

“솔로몬도 ‘바보에게 답할 때는 대등한 어리석음으로 답하라’고 했습니다. 솔로몬보다 더 현명한 사람이 있을까요?” 대립이 쉽사리 수습되지 않자 익살꾼을 돌려보내고 추기경은 도움을 청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자리를 떠났습니다. 모어 선생, 내 의견을 경멸하던 사람들이 추기경이 반대하지 않자 오히려 열렬히 찬성했습니다. 추기경의 식객이 한 제안도 위대한 분이 농담삼아 동의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궁정에서 내 충고에 대해 사람들이 어느 정도 귀 기울일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모어 : 라파엘 선생, 감명 깊게 들었습니다. 당신이 궁정생활에 혐오감을 없앨 수 있다면, 당신의 충고는 사회에 매우 유익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 충고는 당신처럼 선량한 분의 적극적인 의무입니다. 플라톤은 ‘행복한 국가는 철학자가 왕이 되거나 또는 왕이 철학을 공부할 때 비로소 실현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철학자들이 왕에게 충고하지 않는다면 언제 행복한 국가가 이루어질까요?“

라파엘 : 왕이 철학자의 말을 들어준다면 즐거이 충고할 것입니다. 사실 그들은 저서를 통해 이미 충고하고 있는 셈입니다. 플라톤은 왕들이 어려서부터 나쁜 사상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철학자가 되지 않는 한 철학자의 충고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령 내가 프랑스의 극비 내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왕은 전 이탈리아를 합병하고 영토를 확장하려고 합니다. 강력한 온갖 설득력이 동원되고 훌륭한 고문관들이 전쟁을 위한 갖가지 계획을 건의하고 있을 때 내가 일어나서 정반대의 정책을 제안합니다. 프랑스는 이미 다스리기에 벅찰 정도로 크니 이탈리아를 잊어버리고, 국내에 머물도록 권고합니다. 그리고 나서 나는 유토피아의 동남쪽에 있는 나라인 ‘아코리이(’나라가 아니다’라는 뜻)‘의 역사에서 한 가지 사건을 예로 듭니다.

아코리이 왕은 전쟁에 승리하여 소원대로 영토를 넓혔지만 내란과 외부의 침입으로 동원을 해제할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파멸에 이르러 돈은 모조리 국외로 유출되고 도덕심이 타락하고, 살인과 절도가 횡행했습니다. 아코리이인들은 두 왕국을 다스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왕에게 건의합니다. 왕은 이를 받아들여 구왕국만 다스리기로 했습니다. 나는 이처럼 프랑스가 전쟁을 일으켜 아코리이와 같은 위기에 처하지 말고 조상이 물려준 땅에 힘을 기울여 아름답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라고 권고합니다. 모어 선생, 귀하는 왕이 나의 권고에 따르리라 생각하십니까?“

모어 : 아닙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군요.

라파엘 : 또 다른 경우를 상상해 봅시다. 왕의 재정 고문관들이 왕의 금고를 채우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합시다. 지출 때의 화폐가치를 인상하고 징수 때의 화폐가치는 인하합니다. 그러면 왕의 금고는 금세 채워질 것입니다. 또, 왕은 거짓으로 선전포고하고 특별세를 징수하고 적당한 때 서민의 유혈을 막기 위하여 평화조약을 맺었다고 알립니다. 왕의 금고는 두둑히 채워지고 또한 훌륭한 지배자로 군림하는 결과도 얻습니다.

누구도 이 법의 존재를 모르는 잊혀진 법을 끄집어내어 위반자에게 벌금을 부과한다고 공표했다고 상상해봅시다. 정의라는 미명 아래 시행되므로 왕은 당연히 재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커다란 신임을 받게 될 것입니다. 또 있습니다. 반사회적인 형태의 범죄에 중한 벌금을 부과한 후 동시에 면죄증을 판매하는 방법입니다. 서민의 지탄의 대상인 반사회범을 처벌한다고 하니 서민들에게는 인기가 높아지고 면죄증을 판매하여 수입을 이중으로 늘립니다. 물론 면죄의 가격은 왕의 도덕심에 따라 변하겠지요. 왕의 도덕적 양심이 고귀할수록 왕은 공공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자를 용서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히 면죄의 가격은 높아집니다.

고문관은 또 이런 의견도 내놓습니다. 왕권을 강화하기 위하여 판사들을 모아 왕의 법적 위치에 대해 합의하게 합니다. 판사들 중의 누구라도 정의를 패배시킬 구실을 찾는 사람이 있으므로 곧 모든 판사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게 되고, 아주 명백한 사건이 의심스럽게 되고 가장 단순한 사실이 복잡하게 됩니다. 그 결과 왕은 법을 마음대로 주무르게 되고 최후로는 성실한 판사라면 지상의 어떤 법보다도 더 존중하는 원칙인 신성한 왕의 대권에 판결을 맡기게 됩니다. 게다가 인민이 많은 재산이나 자유를 갖지 못해야 왕의 신변이 보장되기 때문에 왕은 언제나 인민의 잠재적인 사유재산을 최소한으로 줄여야하고, 반대로 가난과 결핍은 인민을 어리석고 맥없게 만들기 때문에 고상한 반역정신을 일어나게 하지 못한다고 고문관들이 진언합니다.

이때, 나는 다시 일어나서 왕의 특권과 안전은 인민의 재산에 달려있기 때문에 그러한 고문관의 진언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리석고 부도덕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민이 폐하를 왕으로 추대한 것은 폐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 자신을 위해서이며 그러므로 폐하는 백성을 행복하게 해 줄 사명이 있습니다. 이것은 양치는 사람의 임무가 그 자신이 아니라 양을 먹이는 데 있는 것과 같습니다. 평화는 인민을 가난하게 만들어야 이루어진다는 것은 사실과 완전히 다릅니다. 거지는 가장 말썽 많은 족속입니다. 현재의 생활에 불평하는 자들이 혁명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들이야말로 이익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전복하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인민의 멸시를 받는 왕은 통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존엄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파부리시우스는 ‘자신이 부자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부자를 다스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주위의 절망을 무시하고 사치스런 생활을 즐기는 왕은 오히려 간수에 가깝습니다.

유토피아에서 멀지 않은 마카렌세스(행복한 나라라는 뜻)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왕은 1,000파운드 이상은 금고에 보관하지 않겠다고 서약합니다. 혁명 진압에 충분하고 침략 획책에는 부족한 액수입니다. 이 제도는 국가의 복지를 자신의 복지보다 더 돌보아온 선왕들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열거하고 내가 반대의견을 내세우면 그들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요?

모어 : 물론 그들은 반대할 것이지만 비난할 수도 없습니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충고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중요한 정책이 결정되는 내각회의에서는 그러한 철학적 사색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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