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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힘이 되는 고전명언

권경자 지음 | 원앤원북스
내 인생에 힘이 되는 고전명언

권경자 지음

원앤원북스 / 2013년 4월 / 372쪽 / 15,000원





어려울수록 기본에 집중하라



자신의 것을 나누어 모두가 잘살게 한다_ 박시제중(博施濟衆)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고, 연휴나 방학이 되면 공항에 해외여행객이 넘치며, 고급 식당에는 빈자리가 없다는 기사를 종종 대하곤 합니다. 반면에 생계형 도둑이 늘고 있으며, 영양실조로 굶주리거나 버려지는 아이들이 발견되었다는 기사도 대합니다. 그와 함께 현재 약 70억 명의 세계 인구 중 1/7 이상이 굶주리고 있다는 소식도 듣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논어』 「옹야」편에는 박시제중(博施濟衆)이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제자인 자공이 “널리 베풀어 백성을 구제하는 것을 인(仁)이라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그것은 인보다 더 큰 성(聖)으로, 성군이라 일컫는 요순(堯舜)도 부족하게 여겼다.”라고 대답하죠. ‘널리 베풀어 세상을 구제한다.’는 박시제중은 넓을 박(博), 베풀 시(施), 구제할 제(濟), 무리 중(衆)으로 이루어진 문장으로 조선 말에 세워졌던 양의원인 제중원의 명칭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베푸는 사람은 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전 회장이자 세계적인 부자인 빌 게이츠일 것입니다. 빌 게이츠는 자선사업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죠. 돈을 버는 능력도 탁월했지만, 아내 멜린다와 함께 돈을 쓰는 데도 능력을 발휘하는 통 큰 자선 활동은 세계의 부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은 2006년에 재산의 99%인 460억 달러 기부를 약속하고 꾸준히 실천하고 있지요. 특히 멜린다는 가난과 고통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현실을 본 후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결정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부자들의 형식적인 성금과 연탄 나르기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런가 하면 빌 게이츠는 2008년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비판했습니다. 기업의 복지 의무를 주장하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역설하며 가진 자들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서 불평등과 싸울 것을 요청했지요. 자본주의의 가장 큰 수혜자이자 대표적 인물이 자본주의를 비판하자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008년 10월 기준으로 351억 달러의 기금을 보유하고 활동하는 빌 게이츠 재단은 2000년에 질병퇴치, 빈곤구제, 교육확대, 정보통신 혜택 증진 등을 목적으로 세웠습니다. 질병과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약 70만 명의 목숨을 구하고, 미국의 도서관에 인터넷을 설치했으며, 소수 인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대학에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빌 게이츠는 2008년부터 기업 경영에서 손을 떼고 재단 일에만 전념하고 있는데, 빌 게이츠는 하늘이 낸 부자일 뿐만 아니라 자선사업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빌 게이츠가 많은 것을 베푼다 하더라도 혼자서는 이 세상의 가난을 구제할 수 없습니다. 2013년 1월에 배우 유아인이 보육시설 아동의 식비 인상 캠페인에 참여해 7천700만 원을 기부하면서 “몰래 하는 것도 좋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고, 또 따라 하게 할수록 좋은 것이 기부”라고 했는데요. 유아인의 기부는 많은 사람들을 기부에 동참하게 만들었습니다.

15%가 85%를, 85%가 15%를 가진 현실에서는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일하더라도 삶을 바꿀 수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도움의 손길은 늘 필요합니다. 공자는 널리 베풀어 백성을 구제하는 것은 요순도 근심한 일로서 성(聖)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나누며 사는 일이 과연 불가능한 일일까요? 예전에 우리 민족은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도 밥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눈다면 우리 손으로 성(聖)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평범한 일상이 만들어내는 기적은 가진 것을 움켜쥔 손을 펼 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어야 행복한 나라다_ 노자안지(老者安之)

뭐든 빠르고 압축적인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전체 국민의 7% 이상일 때를 고령화사회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2000년에 7.2%로 이미 고령화사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2019년이면 노인 인구가 14.4%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오랜 기간 인구 고령화에 대처해온 서구 사회와 달리 우리는 고령화가 너무도 급작스럽게 진행되어 그에 따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의 고령화는 저출산과 맞물려 있어 심각합니다.

필자가 정형외과에 입원했을 때입니다. 같이 병실을 사용하시던 분 중 세 분이 할머니였는데, 한 분도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했습니다. 삼대가 한집에 살고 있다는 분은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며느리가 들러 밤새 젖은 기저귀를 간 후 아침식사를 챙겨드렸고, 늦은 시각에는 퇴근하는 손녀가 들러 종일 차고 있던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다 식은 식사를 챙겨드린 후 집으로 갔습니다. 또 한 분은 간병인이 있어 모습은 깔끔했지만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지요. 알고 보니 다치기 얼마 전에 아들은 암으로 죽고 아직 젊은 사위까지 암에 걸려 오늘내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지막 한 분은 허리를 수술해 겨드랑이까지 올라오는 허리 보정기를 하고 있었지만, 돌봐줄 사람이 없어 불편한 몸으로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 분들을 보면서 공자의 꿈 중 하나인 노자안지(老者安之)가 떠올랐습니다. ‘노인들을 편안하게 한다.’는 노자안지는 『논어』 「공야장」편에 나오는데 늙은이 노(老), 사람 자(者), 편안할 안(安), 어조사 지(之)로 이루어진 문장입니다. 흥선대원군이 살던 운현궁(雲峴宮)의 사랑채인 노안당(老安當)의 노안이 노자안지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네요.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어느 날 안회와 자로가 공자를 모시고 있는데, 공자가 그들에게 각자의 희망사항을 말해보라고 합니다. 그러자 자로는 수레와 말과 가벼운 가죽옷을 친구와 함께 쓰다가 해지더라도 유감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반면에 안회는 잘하는 것을 자랑하지 않고 공로를 과시하지 않고자 하는 것을 바랐습니다. 그때 자로가 선생님의 꿈을 물었습니다. 공자는 “노인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벗들에게 믿음을 주며 젊은이들이 그리워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노인들은 편안하고 또래는 믿어주며 젊은이들이 그리워하는 세상이 된다면, 공자의 다른 꿈인 소송이 없는(무송無訟)세상이 될 것이고, 어른과 아이들과 함께 목욕하고 바람을 쐬며 시를 읊으며 돌아올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공자가 꿈꾸는 세상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불신과 청소년 문제 또한 심각합니다. 그런 까닭에 2500년 전에 품었던 공자의 꿈은 우리의 꿈이기도 합니다. 노인은 먼 훗날 우리의 모습이자 미래입니다. 그런 까닭에 노인 문제는 나의 문제이며 이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저출산으로 젊은이들이 급격히 줄어드는 지금, 미래의 노인 문제는 지금보다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교육 등에 고비용을 써야 하는 우리 사회에서 자녀교육을 뒤로 하고 자신을 위한 노후를 준비하기는 어렵지요. 지금은 힘없고 능력 없는 모습이지만 노인들은 자식들의 삶을 받쳐주고 이루어준 존재이며, 폐허를 딛고 오늘의 삶에 골격을 세워준 존재들입니다. 노인들이 안심하고 웃을 수 있는 나라, 그래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나라, 이 꿈을 함께 꾸면 어떨까요? 공자의 꿈이 우리의 현실이 될 때 세대를 떠나 모두가 행복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자녀의 손에 빗자루를 쥐어줘라_ 쇄소응대진퇴(灑掃應對進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높은 교육열의 대한민국! 덕분에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60여 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 되는 기적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한데 과유불급의 이치를 모르는지, 돌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는 부모도 있다고 합니다. 과연 그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요?

조선시대에는 혼례를 치르기 전부터 자녀교육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몸과 마음이 훌륭한 아이를 낳기 위해 먼저 부모교육을 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태교로 연결되고 아기가 태어난 후 젖을 떼고 말을 하게 되면 좋은 습관을 익히기 위한 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7~8세가 되면 『소학』으로 삶의 기본을 익히게 했지요. 바로 쇄소응대진퇴(灑掃應對進退)가 바로 그것입니다.

쇄소응대진퇴는 물 뿌리고 청소하며 손님을 맞이하고 접대하며 어른 앞에서 나아가고 물러나는 예의범절로, 삼절(三節)이라고 합니다. 즉 청소를 통해 주변을 깨끗이 정돈하는 습성을 몸에 익히고, 궂은일도 스스로 할 줄 아는 봉사하는 심성을 기른 것입니다. 또한 응대하는 방법을 통해 사람과의 관계와 조직 속에서 자신의 자리와 위치를 알게 하고, 타인에게 귀 기울이는 사려 깊은 사람이 되도록 해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익히도록 했습니다. 또한 때에 맞게 나아가고 물러남을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행동거지를 단정하게 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도록 했지요. 즉 구체적인 상황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아무리 학교에서 전인교육을 외쳐도 가정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청소하는 등의 하찮은 일은 교육이 아니라고, 우리 아이는 그런 일이 아닌 큰일을 할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것을 몸으로 겪어서 실천하지 않으면 깊은 학문적 경지를 이루고 높은 지위에 오를지라도 세상에 덕을 끼치는 사람다운 사람, 존경받는 사람은 될 수 없습니다.

『논어』 「자장(子張)」편에 공자의 제자인 자유(子遊)가 자하(子夏)의 문인과 어린 제자들이 쇄소응대진퇴에 충실한 것에 끄트머리만 신경 쓸 뿐 근본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자 자하는 군자의 학문에는 게을리할 것이 없다고 대꾸하지요. 자유는 자하의 제자들이 소소한 예의범절에 얽매일까를 염려했지만, 자하는 무엇보다 기본을 잘 닦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군자의 길로 가는 출발이라고 여겼던 것입니다.

쇄소응대진퇴의 예를 익힌 후 어버이를 사랑하는 애친(愛親), 어른을 공경하는 경장(警長), 스승을 높이는 융사(隆師), 벗을 사귀는 친우(親友)의 사도(四道)로 나아갑니다. 이렇게 쇄소응대진퇴의 삼절(三節)과 사도를 통해 경쟁이 아닌 타인과 협력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알게 되기에, 아이들이 익히고 실천해야 할 교육방법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교육은 오로지 성적 향상에만 목표를 두고 자녀들을 경쟁의 사다리에 오르도록 내몰고 있습니다. 그것이 과연 기쁨과 자기향상을 가져올까요? 진정한 교육은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공부입니다, 지금 우리의 문제점은 지식 부족이 아니라 실천 부족에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아이 손에 빗자루를 들게 했던 선조들의 교육방법은 의미가 있습니다. 자녀들이 자립적이고 독립적이며 책임감 있게 자라기를 원하시나요? 몸으로 사는 삶을 살도록 가르치십시오.



물질에 휘둘리지 마라



비워야 쓰인다_ 무지이위용(無之以爲用)

유(有)와 무(無), 이 둘 중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유일 것입니다. 어떤 집에 사느냐, 무슨 차를 타느냐, 어떤 옷을 입었느냐. 이 모두가 유의 가치에 따라 그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 유보다 무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노자입니다. 노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의 가치와 ‘비어 있음’의 쓸모를 중시합니다. 『노자』 11장을 살펴보죠.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에 모여 있으니 그 빈 공간에 수레의 쓰임이 있다, 진흙을 이겨 그릇을 만드니 그 빈 공간에 그릇의 쓰임이 있다. 문과 창문을 뚫어 집을 만드니 그 문과 창의 비어 있는 곳에 쓰임이 있다. 이처럼 유(有)가 이로운 것은 빔(無)이 쓰임이 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반복되는 문장이 ‘빔이 쓰임이 된다.’는 무지이위용(無之以爲用)입니다. 없을 무(無), 어조사 지(之), 써 이(以), 될 위(爲), 쓸 용(用)으로 이루어진 이 문장은 노자의 핵심 사상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무(無)는 빌 허(虛)와 같은 의미로 빈 공간을 뜻합니다.

기원전 580~500년 사이에 초나라에서 살았던 노자의 성은 이(李), 이름은 이(耳)로 노자라 칭해진 것은 어머니 뱃속에서 81년이나 있다가 백발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하며, 늙은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노자가 주나라 왕실의 서적을 관리하는 수장실에서 일할 때 공자가 찾아가 예를 물었다고도 하지요. 주나라가 쇠락하자 떠나려는 노자에게 관문지기인 윤희(尹喜)가 글을 청했는데, 그때 윤희에게 준 글이 『도덕경(道德經)』 오천 자(字)입니다.

흔히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에 가치를 둔 노자의 사상을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고 하는데, 노자는 이 무의 가치와 쓰임에 주목합니다. 『도덕경』 1장에서는 무를 천지의 시작이며 근원이라고 하고, 무가 유에 쓰임새를 부여하며 무가 있어야 진정한 유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수레도 그릇도 방도 눈에 보이는 유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게 현실이지만 노자는 이 모든 것의 쓰임은 유가 아닌 무, 즉 비어 있음에 있다고 합니다. 수레바퀴의 바퀴살이 비어 있는 바퀴통에 모였기 때문에 수레가 움직일 수 있고, 수레는 움직일 때 비로소 수레이기 때문입니다.

집 또한 그렇습니다. 집의 쓸모는 빈 공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문과 창문을 뚫어 안과 밖을 드나드는데, 이 공간이 삶을 영위하게 합니다. 아무리 고급스러운 장식과 좋은 소재로 마무리하고 장식했더라도, 공간이 있어야 비로소 집이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공간이 아닌 보이는 부분을 중시하고 그에 집착합니다. 도둑이 집을 훔쳐갈까 걱정이 되어 문마다 못질을 해놓고 밖에서 집을 지키는 어리석은 사람을 소재로 한 동화가 있습니다. 들어갈 수도 없고 나갈 수도 없는, 자체만으로 존재하는 집은 이미 집이 아님을 그는 알지 못했기에 집을 지키느라 자신의 인생을 겁니다, 혹 이것이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요?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무無에 관심을 가지고 빈 공간의 유용성에 주목했던 노자! 수레바퀴통, 그릇의 움푹한 공간, 집의 빈 공간을 통해 노자는 외관 가꾸기와 유에만 주력하는 우리를 향해 텅 비면 우주도 담을 수 있지만 가득 차면 바늘 하나도 들어갈 틈이 없는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오관을 자극하고 충만함을 느끼게 해주는 유, 없으면 유마저도 쓸모없게 하는 무! 그 둘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룰 때 우리의 삶이 온전해집니다, 유를 진정한 유, 참다운 유로 완성시키는 무의 가치를 가꾸며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살 때야말로 삶의 풍요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가득 차서 넘치는 것을 경계한다_ 만이불일滿而不溢

한때 10억 만들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 달에 100만 원씩 8년 4개월을 모아야 1억이 되는데 10억을 모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걸릴까요? “돈은 그렇게 모으는 게 아냐. 땅이나 집을 사거나 주식을 해야지.”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10억 만들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정작 목표로 삼았던 10억 원이 생기면 과연 우리는 만족할까요?

2000년에 발표된 『상도』라는 베스트셀러 소설이 있었습니다. 작가 최인호의 작품으로, 약 200년 전에 이 땅에 살았던 임상옥이라는 거부를 모델로 한 소설입니다. 이 임상옥에게는 계영배(戒盈杯)라는 신기한 잔이 있었습니다. ‘가득 채우는 것을 경계하라.’는 뜻의 계영배는 7부 정도만 채워야 하는 잔으로, 가득 채우면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임상옥은 석숭(石崇)이라는 스님에게서 그 잔을 받았는데, 석숭은 잔을 주면서 “모든 불행은 스스로 만족함을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면서 적당히 채울 것을 부탁합니다.

임상옥은 그 잔에 쓰인 ‘가득 채우는 것을 경계하기를 기원하니, 너와 더불어 같이 죽을 것이다.’라는 의미인 계영기원(戒盈祈願) 여이동사(與爾同死)의 여덟 글자로 자신을 경계했고,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다.”라는 말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습니다. 소설 속의 계영배는 많은 교훈을 줍니다. 돈도, 지위도, 명예도, 사랑도, 그 어떤 것도 절제하고 양보하지 않으면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이 가득 차서 넘치길 원하고, 그것을 위해 앞으로 달려갑니다. 10억 원을 목표로 하지만 10억 원이 생기면 목표를 바꾸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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