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목록
재생목록이 비어 있습니다.
-
-
0:00 0:00
화면 너비 (여백)
좁게
보통
넓게
최대
배경 테마
글꼴
바탕/명조
돋움/고딕
글자 크기
작게
100%
크게
줄 간격
좁게
보통
넓게

유쾌한 노자, 현대인과 소통하다

노자 지음 | 베이직북스


유쾌한 노자, 현대인과 소통하다

노자 지음 / 왕융하오 해설

베이직북스 / 2011년 3월 / 288쪽 / 13,000원



제1장 하늘의 도




사랑과 모욕

사랑받음이나 모욕받음은 모두 두려운 일이다. 사랑에 관해 노자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예를 들어,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리는데 있어 어찌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는가?"라는 말도 했다. 왕안석은 이렇게 해석했다. "백성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지 않음으로 사랑하는 것이 으뜸이고,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다스리지 않음으로 다스리는 것이 으뜸이다. 사랑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사랑하는 것과 다스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다스리는 것이 무위다.(용집조 편집판 『왕안석 노자 주집본』)"

이는 사랑 때문에 생겨난 결과를 가지고 한 말이다. 연애를 많이 할수록 실연도 많이 하게 된다는 이유는 뭘까? 참견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이다. 윗사람이 사사건건 관리하고 경제를 계획하고 천하의 가능성을 다 생각해 놓는다면 분명 사람들의 창조적인 열정은 모두 사장되고, 실패감과 답답함만 생길 것이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외쳐도 이런 사랑은 실패하게 되어 있다. '백성을 사랑하는 길'이 오히려 백성을 해치는 가장 좋은 길이 된 것이다. 이런 사랑을 하느니 차라리 사랑하지 않는 것이 낫다.

노자는 사랑을 베푸는 자의 각도에서 볼 때, '자신을 과시하려 들지 말라.'뿐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되 존귀한 대접을 받으려 하지 말라.(72장)'고 조언한다. 즉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깨닫고 자신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유지해 과욕을 버리고 깨끗한 마음을 가지며, 자신을 고귀한 존재라고 우쭐거리며 뽐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과대평가해 결국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를 사랑하되 존귀한 대접을 받고자 하지 말라.'는 진리를 실제 실천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원인은 우리가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자의 말은 또 한 번 핵심을 찌른다. 그는 '사랑받음과 모욕받음은 모두 두려운 일이니, 화를 입을까 주의하듯 몸을 중시하라'고 했다. 이는 무슨 뜻일까? "사람에게 몸이 있기 때문에 몸을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사물과 현상을 대할 때는 모든 것을 자연의 도리에 따라 할 것이지, 방종한 사욕에 따르면 사물을 해치게 된다. 평안의 때에는 반드시 위기의 때를 생각하고 살아있을 때에 죽을 때를 생각해야 하며, 자신의 사리사욕만 채우고 권세를 탐하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이렇게 자기 몸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로 천하를 위하며, 자기 일신의 생명을 귀중히 여길 뿐 아니라 천하 백성들의 생명도 귀중히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노자는 그에게 천하도 넘겨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본 장의 말미에 나오는 "그러므로 몸을 귀히 여기듯 천하를 위하면 천하를 맡길 수 있으며, 자신의 몸을 사랑하듯 천하를 위하는 자에게는 천하를 의탁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첫 구절은 노자가 성인이나 왕족, 귀족들이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 같이 들리지만, 둘째 구절은 일반인의 사랑에 대한 잠언을 대표한다. 바로 "사랑에 너무 몰두하면 반드시 많은 힘을 소모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가지에 대한 사랑이 너무 지나치면 분명 극심한 소모가 뒤따르게 된다. 사실, 이 세상에 사람의 욕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어디 한두 가지뿐인가? 권위에 집착하는 사람은? 비싼 술을 사랑하는 사람은 면죄부를 얻을 수 있을까? 윗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달콤한 아부와 아첨을 하는 일은? 그리고 고급 승용차와 호화저택은? 특별한 애호를 가진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보통 사람들은 듣도 보도 못했을 욕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밖에 없는 짧은 인생 동안 그 전부를 다 사랑할 수 있을까? 내 손에 얻게 된 좋은 것을 사랑하려 하다보면 당신은 벌써 지치게 된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자본 삼아 더 사랑할 대상을 찾으려 한다고 피곤함에 지친 수고로운 인생을 과연 면할 수 있을까?

상서로운 세 가지 보물

자애로우면 전쟁에서 승리를 할 수 있고, 견고하게 지킬 수 있다. 노자에게는 아주 소중히 여기며 간직하는 세 가지 보배가 있는데 첫째는 자애, 둘째는 검소, 셋째는 천하 사람들의 앞자리에 처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고대 사람들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가리켜 '자애'라고 했으며,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고 이롭게 하는 것을 '자애'라 했다. 예를 들어 "자녀를 아끼고 사랑하면 옷과 음식이 끊이지 않도록 한다. 자신의 몸을 아끼고 사랑하면 법도를 떠나지 못하고, 질서를 아끼고 사랑하면 규범을 버리지 않는다." 이 방면에서 특출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은 군자라 불리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장자』 천하에서는 "자애와 어짊이 배인 자를 군자라고 부른다."라고 말한다.

상고시대의 세 왕조와 요순의 감화는 이 자애와 어짊의 덕에 지나지 않았다. 노자 역시 이런 의미에서 '자애'를 언급한다. 예를 들어 "육친이 불화할 때 효도와 자애가 드러난다(18장)", "속임수를 그만두고 이익을 버릴 때 백성은 효도와 자애를 회복하게 된다.(19장)" 등이다. 그가 말하는 '자애'는 한없이 부드럽기만 한 자애와 인자함이 아니라 일종의 자애로운 용감함이다. 심지어 오직 자애로울 때만이 용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표현하는 두려움 없는 기개를 봐도 알 수 있다. 마음속에 깊은 사랑과 연민이 있을 때, 그는 얼마나 용감한 자로 변하는가?

그 다음은 검소다. 유용하지만 전부 다 사용하지 않는 것을 '검소'라고 한다. 이에 대해 『한비자』는 매우 정확한 설명을 하고 있다. "지혜로운 선비가 그 재물을 검소하게 사용하면 집안이 부유해지고 성인이 그 정신을 아끼고 사랑하면 정기가 왕성해지며, 백성의 군주가 그 군사를 중시하며 전쟁을 하면 국민이 늘어나고, 국민이 늘어나면 나라가 확장된다." 그 시대의 군주들이 사치와 화려함이 극에 달한 생활을 했던 것을 생각할 때, 검소의 미덕은 매우 드문 것이었다. 노자는 검소한 사람은 크고 넓어질 수 있고, 넉넉하고 여유로운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검소의 미덕을 버리고 넉넉하고 여유로워지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유감스러운 것은 역사상 그의 말에 따라 실천한 제왕은 몇 명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사치할 조건이 안 되었던 제왕 몇 명을 제외하고는 절대다수가 물 쓰듯 돈을 썼고 어떤 이는 아예 백성들을 위한다는 명분까지 내세웠다. 일부 사람들이 조상들의 가르침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으니 노자가 이것을 본다면 땅을 치고 한탄할 것이다.

마지막 보배인 '천하 사람들의 앞자리에 처하지 않는 것'은 사실 뒷자리에 처하는 도리를 말하는 것이다. 노자는 이 도를 아주 중시하여 '자신을 뒤에 둠으로써 오히려 타인보다 앞서는 기회를 얻는다.(7장)'는 진리를 추종했고, '타인에 앞서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자신을 그 뒤에 두어야 한다.(66장)'고 주장했다. 여기서 '사람들의 앞자리에 처하지 않는 것'이란 겸손한 처신을 하며 군중의 학생이 되어 그들에게 배워야 군중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인들 가운데 불리한 일을 만나면 위축되고 뒤로 물러나는 이런 경향이 보편화된 후로부터 창조정신도 경시되었을 뿐 아니라 경쟁의식도 사라지게 되었다. 이것만 보아도 이 사상이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중국인들이 정말 타인보다 뛰어나기를 싫어하고 타인의 뒤에 서기만 좋아하며 정말 경쟁을 싫어하는지, 개척적인 일은 하기 싫어하는지, 그 진위 여부를 떠나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아직 세상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적어도 지하철역에서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광경을 보지 못한 사람이다. 우리는 여기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도록 하자. 경쟁의식이 부족한 죄목을 애꿎은 노자에게 뒤집어씌우지 말자. 그건 분명 오해다.

인도주의와 하늘의 도

세상의 법칙은 부족한 자의 것을 빼앗아 많은 자에게 준다. "인도주의는 해외에서 수입된 개념이다. 인도주의는 차별 없이 각 개인을 존중하므로 결과적으로 개인은 하나같이 입맛을 맞추기 어려운 존재가 되고 각자는 자신의 권리 보호에만 극히 민감하게 되었다." 이건 일부 동양인들의 거칠고 조악한 의견이다. 실제로는,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줄 아는 사람들이 타인의 권리를 보호하는데도 민감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지 않는 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이 완전히 도덕적이지 않는 한, 완전히 도덕적인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이 완전히 즐겁지 않는 한, 완전히 즐거운 사람은 없다." 타인을 존중할 때만이 나 자신도 타인의 존중을 받게 된다.

그러나 노자의 시대에는 이런 인도주의가 없었다. 차등 없이 모든 사람을 존중한다는 것은 잠꼬대에 불과했다. 그러면 그 시대의 사람이 준수하는 사회의 일반적인 준칙은 무엇이었을까? 노자는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토론은 하지 않았다. "그래. 이렇게 빈부격차가 심해진 마당에 무슨 이야기를 하겠어? 그래도 해야할 말이 있다면 어떤 사람들은 너무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는 거지. 일을 하되 너무 자기 공적에만 집착한다고. 그 공적에 집착하는 그 순간 그 사람은 독선과 오만에 빠지는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인도주의자가 아니다. 만일 그들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인도주의적인 일이다."라고 주장한다면 노자는 인도주의가 하늘의 도보다 좋을 게 과연 뭐냐고 반문한다.

사실 인도주의를 추구하는 서양이라고 해서 인도주의적인 사랑이 넘쳐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자. 오히려 문제도 아주 많다. 『신약성경』의 4복음서만 읽어봐도 "있는 자는 더 받을 것이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라는 '마태의 법칙'이 존재함을 알 수 있듯이, 이 세계에는 양극단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노자는 초도덕주의자는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겨우 가지고 있는 부족한 것으로 천하를 섬기고 자신은 사람들 몰래 고픈 배를 움켜쥐라고 요구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그는 말한다. "누구든지 자신의 풍족한 것을 가지고와 천하에 주면, 그는 도를 아는 사람이다. 또한 도를 아는 사람만이 이렇게 할 수 있다." 이는 매우 깨어있으며 현실적인 판단이다.

제2장 경쟁하지 말라



남과 경쟁하지 않음

오직 남과 다투지 않는 이유로, 천하에 그와 다투는 사람이 없다. 상고시대에는 사람은 적고 재화가 많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경쟁할 필요가 없었다. 훗날 인구는 점점 많아지고 재화가 희소해지며, 많은 노력을 해도 얻는 것은 적어지자 경쟁이 시작되었다. 또한 사회의 집단 도덕규범과 행위준칙에도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비자』에서는 "상고시대에는 도덕을 다투었고 중간시대에는 지혜와 모략을 좇았으며 현재는 힘과 세력을 다툰다."라고 말하고 있다. 노자의 시대는 한비자의 시대와 비교하자면 완전히 '급박한 세대', '큰 경쟁의 시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세상의 어지러운 조짐은 이미 출현했다. 이런 사회에서 살면서 경쟁하지 말라니,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노자는 이것을 인생의 악을 꿰뚫어 내는 키워드로 삼고 수차례나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자연의 법칙은 서로 다투고 빼앗는 것이 아니기에 승리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도 역시 "자신의 최선을 다하며 다투지 않아" 하늘의 도에 부합해야 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강과 바다의 비유를 들기 좋아했다. 강과 바다가 능히 허다한 시내를 아우를 수 있는 까닭은 바로 낮은 자리에 처하며 스스로 겸손할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타인의 뒤에 숨겨야 한다. 이런 사람이라면 윗자리에 앉게 되더라도 백성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가 보통 사람보다 더 풍족한 삶을 살게 되더라도 백성들은 자신의 이익이 침해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노자는 백성들이 경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현명함을 숭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3장). 현명함과 특별한 재능을 숭상하지 않아야 백성들은 명예를 얻기 위해 머리채를 잡고 경쟁할 일이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천하는 태평해진다. 똑같은 이치로, 장군은 용맹과 무예를 경쟁해서는 안 된다. 그와 반대로 타인의 날카로운 공격을 주의하며 적과의 정면대결을 피해야 한다. 또한 사람들을 기용하는 데 능하며 덕망이 높고 어진 사람을 예의와 겸손으로 대해야 한다. 이것 역시 일종의 '경쟁하지 않는 행동'이다. "바로 그에게 세상과 경쟁하지 않는 미덕이 있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8장)"라고, 세상 사람들과 경쟁할 이유가 없는 사람은 원망과 재앙이 닥칠 일이 없고 또 자신의 덕성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최고의 도덕수준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공자 역시 '경쟁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는 '군자는 경쟁이 없다', '군자는 기품이 있고 경쟁하지 않아야 한다'라 했다. 그러나 타인과 선두를 다투지 않는 데 중점을 둔 그의 말은 사람들이 현명함을 숭상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반면 노자는 타인과 뒷자리를 다투지 않고 자신이 뒷자리에 거할 것을 특별히 강조하므로 사람들이 현명함을 숭상하지 않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여씨춘추』에 "노담은 부드러움을 중시하고 공자는 인을 중시한다"라는 말을 생각해보면 정통적인 사상 가운데서 두 가지 사상이 세력의 충돌을 일으킨 듯하다. '경쟁하지 않는' 쪽이 죽기살기로 경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데, 공자는 이 도를 제대로 배웠는지 모르겠다.

오늘날의 세상은 어떤 의미에서 말하자면 일종의 급박한 세상이요, 쫓고 쫓기는 경쟁의 사회다. 사람들은 먹고사는 문제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고 푸른 하늘 한 번 쳐다볼 시간 없이 살고 있다. 이렇게 타인과 다투고 경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과의 싸움도 벌여야 한다. 날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서로 비교하며 대질심문도 벌인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를 거세게 채찍질하며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이 자리라도 지키려면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제3장 버리면 얻으리라



소박함이야말로 도에 가깝다

현란한 색채는 눈을 어지럽게 한다. 그리스인들은 피타고라스의 주장을 시초로 하여, 오로지 청각과 시각만이 미를 주관하는 감각기관이라고 여겼다. 전자는 대칭의 미를 감상할 수 있고 후자는 조화로운 음률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청각과 시각적 쾌감은 인간적인 쾌감으로 여겼다. 먹고 마시는 쾌감처럼 생리적 욕구만 만족시켜 주는 동물적 쾌감이 아니기 때문이다. 칸트는 "미란 이익을 초월하고 관념을 의지하지 않는 합목적성 형식이다. 또한 미각, 후각은 '생물체의 감각'에 가까워 청각, 시각, 촉각과 같은 '지혜의 감각'에는 미치지 못한다."라고 했다. 헤겔은 "예술적 감성수단에는 오직 시각과 청각이라는 인식적 감각만 존재할 뿐, 후각, 미각, 촉각은 예술적 감상과는 완전히 무관하다."라고 했다.

중국인들은 오래전부터 '만물의 형상과 추세에 관심을 두는 형이하학적 사고습관'에 익숙해 온 터라, 오관을 분명하게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서양과는 반대로 각 감각은 피차간에 서로 통하므로, 외부사물에 대한 인간의 인식과 미에 대한 적절한 반응 표현에 도움이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노자는 맛좋은 음식에 길들면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입맛이 없어지는 것처럼, 현란한 색채는 눈을 어지럽게 하고, 어지러운 음악은 귀를 멀게 한다고 여겼다. 또 감각기관의 감지와 일상행동을 연결하여, 재물을 추구하다 보면 옳은 길을 벗어나기 쉬움을 지적했다. 그러므로 성인은 작은 만족에도 달콤한 꿀을 먹은 듯 즐거워하며, 소리와 색채에 대한 유혹 및 무절제한 물욕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도를 깨달은 성인은 배부름만 중시한다."라는 말은 얼핏 듣기에는 형이하학적인 식탐을 뜻하는 것 같아 사상가로서 노자의 모습과는 크게 어긋나 보인다. 그러나 사실 그는 배부름이라는 생활의 가장 간단한 조건을 통해 소박한 생활을 상징하고 있다. 사람은 배부름의 욕구가 만족되어야만 정신적인 추구에 힘쓸 수 있다. 이런 의의에서 생각해 본다면, 간단함과 소박함이야말로 모든 삶에 필요한 가장 정상적인 상태이다. 간단하고 소박한 생활은 생명의 순수도가 최고치에 도달했다는 표시이며, 적절한 결핍이야말로 아름다움이 탄생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된다.

전문 열람 제한

미가입 상태이므로 요약본의 일부만 제공됩니다.
더 깊이 있는 내일의 통찰력과 지식 에너지를
프리미엄 무제한 이용권으로 충전해 보세요!

멤버십 가입 / 결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