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으로 읽는 맹자(孟子)
박기봉 지음 | 비봉출판사
맹자의 성선설과 인생관맹자는 「고자 상(告子 上)」에서 "사람 치고 선(善)하지 않은 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맹자』7편은 이러한 성선설(性善說)의 정신으로 일관되어 있고, 그 중에도 특히 「고자(告子)」와 「진심(盡心)」 두 편에는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이론이 여러 군데 개진되어 있다. 맹자와 동시대의 사람들은 인간의 본성을 논하는데 있어 맹자와 취향을 달리하기도 했다. 「고자 상(告子 上)」의 내약기정장(乃若其情章)에는 "성(性)은 선(善)한 것도 없고, 선(善)하지 않은 것도 없다.", " 성(性)은 선(善)하게 될 수도 있고, 성(性)이 선(善)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등 당시 맹자와 다른 성론(性論)이 소개되어 있다. 이에 대해 7편 도처에 선한 본성에 관한 맹자의 해명이 여러 각도에서 시도되고 있다.
「공손추 상(公孫丑 上)」에서는 말한다. "이제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하는 것을 힐끗 보기만 해도 모두들 겁을 내고 측은한 마음이 생기는데 그것은 그 어린아이의 부모와 친교를 맺으려고 하기 때문도 아니고, 동네 사람들과 벗들로부터 칭찬을 받으려고 하기 때문도 아니고, 그 아이가 지르는 소리가 역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한편 소극적으로 선한 본성을 저상(沮喪)하는 것을 막아야 함을 논하기도 했다. 「고자 상(告子 上)」의 우산지목장(牛山之木章)은 바로 그러한 점을 재미있는 비유를 곁들여 논한 것이다.
맹자는 이렇게 선한 본성의 발단 및 적극적인 확충과 소극적인 저상(沮喪) 방지를 기회 있는 대로 논해서 인간만사를 선한 본성에 따라서 처리할 것을 확고한 신심(信心)을 가지고 말했다. 맹자는 「진심 하(盡心 下)」의 산경지계간장(山徑之磎間章)에서 "산길 사람 발자국 난 틈바구니 갑작스레 다니게 되면 길이 되지만 잠시동안 다니지 않으면 도로 막혀버리게 된다."는 말을 했다. 사람은 비록 선한 본성을 누구나 다 지니고 있다고 하지만 만약에 그것을 저상시켜 버리면 본래부터 선한 본성이라고는 없었던 것 같이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인간으로 타락해 버린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 하겠다.
맹자는 정의에 따른 사회복무를 말했는데 사회복무에 있어서는 대인의 일이 있고, 소인의 일이 따로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대인의 일은 큰 능력을 가진 인물이 다수를 위해 복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고, 소인의 일은 소수를 위해 복무하는 것이라 하겠다. 맹자는 다시 정신 노동자와 육체 노동자 내지 치자와 피치자의 구별을 생각했고, 전자의 물질생활에 필요한 것은 후자에 의해 공급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공 상(文公 上)」의 신농지언자허행장(神農之言者許行章)에서 맹자는 농가의 병경주의를 비평하면서 분업의 필요성을 밝히고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에 관한 견해를 피력했다.
한편 맹자는 자기향상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 격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리고 자기향상의 목표를 요·순 같은 성인에 둘 것을 말했다. 이것은 「고자 하(告子 下)」의 천장강대임어시인장(天將降大任於是人章)에 잘 나타나 있다. "하늘에서 그러한 사람들(순(舜))에게 큰 일을 맡기는 명을 내리려면 반드시 먼저 그들의 심지를 괴롭히고, 그들의 근골(筋骨)을 수고롭게 하고, 그들의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들 자신들에게 아무것도 없게 하여서 그들이 하는 것이 그들이 해야 할 일과는 어긋나게 만드는데 그것은 마음을 움직이고 자기의 성질을 참아서 그들이 해 내지 못하던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해 주기 위해서이다."
맹자의 정치관「진심 하(盡心 下)」의 민위귀장(民爲貴章)에 이런 말이 있다. "백성이 귀중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고, 임금은 대단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밭일하는 백성들의 마음에 들게 되면 천자가 되고, 천자의 마음에 들면 제후가 되고, 제후의 마음에 들면 대부가 된다." 이처럼 백성이 귀중하고 임금은 대단치 않다는 것이 맹자의 정치론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맹자의 주장은 공자 이래의 유가정신(儒家精神)을 계승한 것이라고 하겠지만 당시 대다수의 평민들이 전쟁과 학정에 무참하게 시달리고 있는데 반해, 군주를 위시한 극소수의 특권층들은 사치와 횡포를 자행하는 것을 목격한 데서 생겨난 것이다. 맹자의 이러한 주장은 오늘날 표방되는 민주주의 정신을 연상하게 하는 일면이 있다.
이러한 민귀군경(民貴君輕)의 견해에 입각한 위정자의 책무는 국민을 보호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다른 각도에서 말한다면 한 임금이 국민을 보호하는 책무를 완수해서 국민을 보호하는 실효를 거두게 되면 반드시 온 천하의 백성들이 그를 아끼고, 추대하게 되며, 그로 말미암아 그 임금은 천하의 공주(共主)로 군림하게 된다는 것이다. 양혜왕이 "덕이 어떠하면 왕노릇을 할 수 있습니까?"하고 질문하자 맹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백성을 편안하게 해 주고서 왕노릇을 하면 그를 왕노릇 못하게 막아내지 못합니다." -「양혜왕 상(梁惠王 上)」 제환진문장(齊桓晉文章)
맹자는 정부가 현능한 인재로 구성되어 정치가 잘 전개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서 정치에 있어서의 인적 요소를 중요시한 것이다. 인자가 마땅히 높은 자리에 있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자가 높은 자리에 있으면 여러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또 인자와 현자를 믿지 않으면 나라가 공허해진다고 했다. 「공손추 상(公孫丑 上)」의 인즉영장(仁卽榮章)에서 맹자는 이런 말을 했다. "만약에 치욕을 당하는 것을 싫어한다면 덕을 귀중하게 여기고, 선비를 존중하며, 현자를 벼슬자리에 있게 하고, 유능한 인재로 직책을 맡게 하여 국가를 한가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그렇게 된 때에 이르러서 그 나라의 정교(政敎)와 형벌을 밝힌다면 큰 나라라 할지라도 반드시 그 나라를 두려워할 것이다."
국가 원수의 자리를 계승하는 일에 대해서도 맹자는 다른 인물에게 선양하거나 친자에게 계승시키더라도 그 자리를 맡을 사람이 그 자리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그것은 천의와 민의의 향방 여하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맹자는 "요와 순은 선양하였고, 하후와 주와 은은 각각 아들이 계승하였는데 그 뜻은 같다."는 공자의 말을 결론으로 인용한 것이다. 「만장 상(萬章 上)」의 요이천하여순장(堯以天下與舜章)과 지어우이덕쇠장(至於禹而德衰章)에 이 점이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옛 말에 요임금이 순을 하늘에 천거하였는데 하늘이 그를 받아들였고, 그를 백성들 앞에 내놓았는데 백성들이 받아들였다. 그래서 하늘은 말을 하지 않고 행위와 하는 일을 가지고 그 뜻을 보여줄 따름이라고 하는 것이다."
1. 양혜왕(梁惠王)양혜왕 편에서는 공리적인 사상을 배척하고 인의(仁義)에 입각한 도덕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양혜왕, 제선왕, 추목공의 순서로 이어지는 대화는 맹자의 편력(遍歷)을 더듬어 가는 듯 하다. 맹자의 수려한 말솜씨와 대화의 정경(情景)까지 잘 나타나 있어 전편을 통하여 가장 문학적인 편이라 하겠다.
이(利)를 중시하고 의(義)를 경시하면 나라가 망한다하필왈리(何必曰利) 하필 이(利)만을 말씀하십니까?
맹자가 양혜왕(梁惠王)을 만나자 양혜왕이 말했다. "선생께서 천리를 멀다 않고 오셨으니, 장차 내 나라를 이롭게 함이 있겠습니까?" 그러자 맹자가 대답했다. "왕께서는 하필 이(利)만을 말씀하십니까? 역시 인(仁)과 의(義)가 있을 뿐입니다. 왕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떻게 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까 하시면 대부들은 어떻게 하면 내 집을 이롭게 할까 하며, 선비와 서인들은 어떻게 하면 내 몸을 이롭게 할까 하여 위와 아래가 서로 이익만을 취하면 나라는 위태로울 것입니다. 만승(萬乘)의 나라에서 그 임금을 죽이는 자는 반드시 천승의 집이요, 천승의 나라에서 그 임금을 죽이는 자는 반드시 백승의 집이니, 만(萬)에서 천(千)을 취하고, 천(千)에서 백(百)을 취하는 것은 적은 것이 아니지만 진실로 의(義)를 뒤로 하고 이(利)를 앞세우면 빼앗지 않고는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질면서 그 어버이를 버리는 사람이 없으며, 의로우면서 그 임금을 뒤로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왕께서는 또한 인의(仁義)를 말씀하실 따름이지 하필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옥돌은 옥장이에게 맡겨 다듬게 해야 한다위거실(爲巨室) 큰 집을 지으시려면….
맹자가 제선왕을 만나 말했다. "큰 집을 지으시려면 반드시 목수로 하여금 큰 나무를 구해 오게 하실 것입니다. 목수가 큰 나무를 얻게 되면 왕께서 기뻐하시고 그 나무가 그 구실을 다 해 낼 수 있다고 하실 것입니다. 목수가 그 나무를 깎아서 작게 만들면 왕께서는 노하시고 그 나무가 그 구실을 해내지 못한다고 할 것입니다. 사람이 어려서 배우는 것은 장성하여 실행하고자 하는 것인데 왕께서 '너의 배운 것은 놔두고 나를 따르라.'고 하시면 어찌된 일입니까? 이제 다듬지 않은 옥(璞玉(박옥))이 여기 있다면 비록 큰 돈이 든다고 해도 반드시 옥 전문가(玉工)로 하여금 갈고 다듬게 할 것입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 이르러서 '너의 배운 것은 놔두고 나를 따르라.'고 하시면 곧 옥 전문가에게 옥 다듬는 것을 가르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2. 공손추(公孫丑)공손추는 만장과 더불어 맹자의 뛰어난 제자이다. 이 편은 공손추의 질문으로 시작하여 공손추의 질문으로 끝나고 있다. 대체로 맹자가 제나라에 왔다가 떠날 때까지의 일들이 차례대로 배열되어 있다. 특히 상권에는 유명한 호연지기장(浩然之氣章)과 성선설에 관계되는 사단설(四端說)이 수록되어 있으며, 하권 끝의 다섯 장은 맹자가 제나라를 떠날 때의 기사로서 독자의 심금을 크게 울리고 있다.
화살을 만드는 사람과 갑옷을 만드는 사람시인함인(矢人函人) 활촉을 만드는 사람, 갑옷을 만드는 사람
맹자가 말했다. "화살을 만드는 사람이 어찌 갑옷을 만드는 사람보다 어질지 않으랴마는,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을 상하게 하지 못할까 두려워하고, 갑옷을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이 상할까 두려워한다. 병 낫기를 기도하는 무당과 관곽을 만드는 장인도 역시 그러하니 그러므로 술업(術業- 직업, 기술)은 신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공자께서 "마을이 어진 것이 아름다우니 어진 곳을 골라서 처하지 아니하면 어찌 지혜라고 하랴."하셨으니 어진 것은 하늘의 높은 벼슬이며, 사람의 편안한 집이거늘 어질지 말라고 막는 것도 아닌데도 어질지 아니하니 이것은 지혜롭지 못한 것이다. 어질지 아니하고 지혜롭지 못한지라 예(禮)도 없고, 의(義)도 없으면 사람에게 부림을 받게 되는데 사람에게 부림을 받게 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면 활 만드는 사람이 활 만들기를 부끄러워하고, 화살 만드는 사람이 화살 만들기를 부끄러워하는 것과 같다. 만일 부끄러워한다면 인(仁)을 하는 것만 못하다. 인(仁)이라는 것은 활 쏘는 것과 같으니 활을 쏘는 자는 몸을 바르게 한 뒤에 쏘아서 쏜 것이 맞지 않더라도 자기를 이긴 자를 원망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자신에게 구할 뿐이다."
부귀(富貴)를 독점하려는 농단(壟斷) 행위치위신이귀(致爲臣而歸) 신하 노릇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시려고….
맹자가 신하 노릇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왕이 맹자에게 나아가 뵙고 "전에는 뵙고 싶어도 뵙지 못하다가 모시게 되어서 온 조정이 매우 기뻐했는데 이제 다시 과인을 버리고 돌아가시니 알지 못하겠습니다. 다음에도 계속해서 뵐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맹자는 "감히 청하지는 못할지언정 진실로 원하는 바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후에 왕이 시자(時子)에게 "내가 나라의 중심지에다 맹자에게 집을 주고, 제자를 기르고, 만종의 녹을 드려서 모든 대부와 나라 사람으로 하여금 다 공경하여 본받게 하고자 하니 자네가 나를 위하여 이 말을 맹자에게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그러자 이 말을 들은 맹자는 "그렇다. 시자(時子)가 그것이 잘못된 줄을 어찌 알리요? 만일 내가 부자가 되려 한다면 그 전에 10만 종을 사양하고 만 종을 받겠느냐? 이렇게 하는 것이 내가 부자가 되고자 하는 것이겠느냐? 계손이 말하기를 '자숙의는 이상하다. 자기가 정치하여 되지 아니하면 그만둘 것이거늘, 또 그 자제로 하여금 재상이 되게 하였다. 사람이 누가 부자가 되고 귀하게 되고 싶지 않겠냐마는 이는 홀로 부귀를 독차지하는 것이니 이익을 독점하는(龍斷 = 壟斷(농단))자이다'라고 하였다. 예전의 시장이라는 것은 자기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을 바꾸는 곳으로 유사(담당자)가 다스릴 따름이었다. 그런데 어떤 천한 사람이 반드시 제일 높은 곳에 올라가서는 좌우를 둘러보아 시장의 이익을 독점하였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를 천하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유사는 그 사람에게 세금을 부과하게 되었다. 장사꾼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이 천한 사람 때문에 비롯되었다."고 했다.
정자가 말하기를 "제나라 임금이 맹자께 대우하는 바가 모두 옳고, 맹자께서 또한 국인을 위하여 모범이 되는 것을 즐겨하지 않음은 아니나 다만 제나라 임금은 실로 맹자를 존경하는 것이 아니고, 이로써 유인하는 고로 맹자께서 거절하고 받지 아니하셨다.'고 하였다.
3. 등문공등문공 편의 상권과 하권은 내용상 많은 차이점이 있다. 상권의 내용은 주로 등나라에 관계된 것이다. 등문공은 세자 시절부터 맹자를 존경하여 인의에 힘쓴 군주이다. 예법과 세제, 정전법 등을 맹자에게서 배우고 있으나 허행(虛行)과 묵도(墨徒), 이지(夷之) 등과의 문답을 통하여 당시 맹자와 반대되는 사상이 성행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권의 내용은 통일성이 없으며 언변을 좋아한 맹자, 그러나 함부로 제후를 만나지 않는 자존심이 강한 맹자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자신을 굽혀서 남을 바로잡아 줄 수는 없다왕척직심(枉尺直尋) 한 자를 굽혀서 여덟 자를 곧게 편다.
진대가 말하기를 "제후를 만나 보지 않는 것은 좀 소심하신 듯 합니다. 이제 만일 한번 만나 보시면 크게는 그를 왕자(王者)가 되게 하시고, 적어도 그를 패자(覇者)가 되게 하실 것입니다. 또 옛 글에 이르기를 '한 자를 굽혀서 여덟 자를 곧게 편다.'고 하였사오니 마땅히 한번 할 만 하십니다."라고 했다.
이에 맹자는 대답했다. "예전에 제나라 경공이 사냥을 할 때 깃발을 가지고 우인(사냥터지기)을 불렀더니 오지 않으므로 그를 죽이려 하였다. 공자께서 '뜻이 있는 선비(志士)는 개천과 구렁에 버려질 것을 잊지 않고, 용맹 있는 선비는 자기 머리를 잃음을 잊지 않는다.'하셨는데 공자께서는 그 우인의 무엇을 취하셨는가? 정당한 방법으로 부르지 않는다면 가지 않는 것을 취하신 것이다. 만일 정당한 방법으로 부르는 것을 기다리지도 않고 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또 한 자를 굽혀 여덟 자를 곧게 편다는 것은 이익을 가지고 한 말이니 만일 이익을 가지고 한다면 여덟 자를 구부려 한 자를 곧게 펴서 이익이 된다면 그래도 역시 하겠느냐?
옛적에 조간자가 왕량을 시켜서 폐해의 수레를 몰아주게 하였는데 날이 저물도록 한 마리의 새도 잡지 못했다. 폐해가 '천하에 몹쓸 수렛군입니다.'라고 한 것을 어떤 사람이 왕량에게 일러주었더니 왕량이 '다시 하리라.'하고, 억지로 청하여 간신히 승낙을 받았다. 하루 아침 나절에 새 열 마리를 잡으니 폐해가 '천하의 다시 없는 수렛군입니다.'라고 보고했다. 조간자는 '내가 그 사람을 네 수레를 맡아서 몰도록 하리라.'하고 왕량에게 말하니 왕량은 옳치 않다고 하며 '내가 그를 위해서 법도대로 몰아주면, 날이 저물도록 한 마리 새를 잡지 못했고, 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새를 만나게 하여 하루 아침 나절에 열 마리를 잡았습니다.' 『시경』에 '말 모는 자가 그 달리는 법을 잃지 않아도 쏘는 자가 화살을 발하여 다 맞추어 깨뜨리듯 하라.'하였습니다만 나는 소인의 수레를 몰아 주는데는 익숙하지 않으니 사양합니다."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