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비 자
한비 지음 | -
한비자 韓非子
고대 중국(中國) 제왕학(帝王學)의 바이블
한비 지음
1. 인간은 이기적이므로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인간 본성과 법치(法治)의 필연성
심도 心度
무릇 백성들의 본성은 힘들게 일 하는 것을 싫어하고 편히 노는 것을 즐거워한다. 그런데 백성들이 편히 논다면 나라는 황폐해지고, 나라가 황폐해지면 질서를 유지할 수가 없게 된다. 질서를 유지할 수가 없게 되면 나라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아랫사람들에게 상(賞)과 벌(罰)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반드시 국가의 활로가 막히게 될 것이다.
오두 五蠹
대저 농사짓는 일이 비록 힘들지만 그래도 백성들이 농사일을 하는 것은 이를 통해 부유(富)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쟁터에 나가는 일이 비록 위험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백성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이를 통해 높은 사회적 지위(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학문이나 닦고 교묘한 논쟁 기술만 익히고서, 농사일 하는 수고도 하지 않고 부유해지고 전쟁터에 나가지 않고서도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게 된다면 어느 누가 그렇게 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백 사람이 머리 쓰는 일(智)에만 애쓴다면 힘써서 일하는 사람은 겨우 한 사람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머리 쓰는 일에만 애쓰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법(法)은 무너질 것이고, 힘써서 일하는 사람이 적어지면 나라는 궁핍해 질 것이다. 이 때문에 지혜로운 군주가 다스리는 나라에서는 책을 없애고 법(法)으로써 사람들을 가르치고, 선왕이 남긴 말을 없애고 관리(吏)를 스승이 되게 한다... 이렇게 해야만 나라 안의 백성들이 반드시 그 말이 법에 합당하게 되고 그 행동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功)을 좇게 되고, 용맹한 사람은 군대에 힘을 다해 복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나라에 일이 없을 때에는 부유해지고 위급한 일이 있을 때는 강한 군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을 바로 군주의 자산(資)이라 하는 것이다.
외저설좌상 外儲說左上
품꾼을 사서 씨를 뿌리고 밭을 갈 때 주인이 비용을 들여 맛난 음식을 준비하고 베를 골라 돈을 준비하는 것은 품꾼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그래야만 밭을 가는 사람이 깊이 갈고 김 매는 사람이 정성껏 매기 때문이다. 품꾼이 힘을 다해 김 매고 밭 갈고 정성껏 밭두둑을 고치는 것도 주인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그래야만 반찬도 맛있게 나오고 품삯도 잘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음 씀씀이가 잘 어울리는 것은 모두가 스스로를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일을 행하고 거래를 할 때에는 이익이 된다싶으면 야만인과조차도 쉽게 친해지지만, 손해가 된다싶으면 부자 사이라도 멀어지고 원망하게 된다.
오두 五蠹
지금 여기에 못난 자식이 하나 있는데 부모가 그에게 화를 내도 고치지 못하고, 마을 사람들이 나무라도 꿈쩍하지 않으며 스승이 가르쳐도 바뀌게 하지 못한다. 대저 부모의 사랑, 마을 사람들의 바른 행동, 선생님의 지혜 이 세 가지를 다 합해도 결국 그의 정강이 털 하나도 꿈쩍하게 하지 못했으니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 지방 관청의 관리가 관병(官兵)을 거느리고 법(法)을 근거로 나쁜 짓 한 사람을 수사한 연후에야 비로소 두려워서 제 생각과 행실을 바꿨다. 따라서 부모의 사랑만으로는 자식을 가르치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반드시 지방 관청의 엄한 형벌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백성들이란 진실로 사랑해 주면 교만해지고 위세로 눌러야만 말을 듣게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혜로운 군주는 법을 가혹하게 하고 형벌을 엄격하게 한다. 그렇게 하면 얼마 안 되는 옷감이라도 평범한 사람들조차 내버리지 않게 되고, 황금 수천 냥이 길거리에 뒹굴어도 도척(盜跖) 같은 도둑이라해도 줍지 않게 된다... 상을 내릴 때에는 두텁고 미덥게 해 백성들로 하여금 그것이 이익이 된다고 느끼게 해야 하고, 벌을 내릴 때에는 무겁게 하고 원칙대로 해서 백성들로 하여금 그것을 두렵게 해야 한다. 따라서 군주는 상을 내리되 변경해서는 안되고 벌을 주되 용서가 있어서는 안 된다. 명예가 상을 보상해 주고 벌에는 반드시 불명예가 따르게 한다면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 모두 제 힘을 다할 것이다.
팔경 八經
천하를 다스리고자 한다면 반드시 인간의 보편적 본성에 따라 행해야 한다. 인간의 본성에는 반드시 호오(好惡)의 감정이 있기 때문에 상벌(賞罰)이 효력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상벌이 효력을 가질 수 있으므로 금령과 명령이 확립될 수 있고 따라서 나라를 다스리는 도가 완비된다. 군주가 권병(柄)을 장악하고 위세 있게 처신을 하기 때문에 명령이 시행되고 금령이 지켜지는 것이다. 권병이란 죽이고 살리는 강력한 권력이며, 위세란 대중을 제압하는 바탕이다.
2. 통치할 때에는 기본 원칙을 따라야 한다--도(道)와 리(理)
해로解老
도(道)란 모든 개별적 존재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요, 모든 이치가 부합하는 곳이다. 리(理)란 개개의 사물을 이뤄주는 조리다. 도는 모든 개별적 존재들을 완성시켜 주는 것이다. 그래서 도가 개개 사물에 이치를 부여한다고 하는 것이다. 모든 개개의 사물에 리가 있으면 서로가 서로를 압박할 수 없다. 개개의 사물에 리가 있으면 서로가 서로를 압박할 수가 없기 때문에 리란 개개의 사물을 제약하는 법칙이다. 모든 개개의 사물들은 저마다 리를 달리하지만 도는 이러한 모든 개개의 리를 다 포괄하기 때문에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 도란 변화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고정불변 하는 것일 수가 없다.
도란 고정불변 하는 것일 수 없기 때문에 생기(生氣)나 사기(死氣)도 그것에서 받은 것이요, 온갖 지혜도 많건 적건 그것에서 받은 것이요, 모든 일도 그것에 따라 생기고 없어지고 하는 것이다. 하늘은 그것으로 인해 높은 것이요, 땅은 그것으로 인해 모든 개별적인 존재들 즉 만물(萬物)을 수용하는 것이요, 북두성은 그것으로 인해 위엄을 이룰 수 있는 것이요, 해와 달은 그것으로 인해 항상 빛을 발하는 것이요, 오행은 그것으로 인해 자기 위치를 언제나 갖고 있는 것이요, 뭇 별들은 그것으로 인해 자기의 운행을 바로 하는 것이요, 사계절은 그것으로 인해 절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헌원(軒轅) 즉 황제(黃帝)는 도(道)를 얻어서 사방을 다스렸고, 옛 신선 적송(赤松)은 도를 얻어서 천지와 수명을 함께 했고, 성인은 그것을 얻어 문물제도를 이뤘다. 도는 요(堯)와 순(舜)에게서는 지혜를 갖추도록 해 줬고, 접여(接與)에게는 광기로 나타나도록 했고, 걸(桀)과 주(紂)에게는 나라를 망치는 일로 나타나게 했고, 탕(湯)과 무(武)에게는 나라의 흥성으로 나타나게 했다. 도란 가깝게 있다고 여기면 멀리 사방에까지 미치고, 멀리 있다고 여기면 늘 아주 가까운 곁에 있다. 도란 어두운 것이라 여기면 그 빛이 밝게 빛나며, 밝다고 여기면 어둑어둑해 보인다. 도의 공효(功效)가 하늘과 땅을 이뤘고, 그것의 조화와 변화가 우레와 천둥이니 우주 안이 모든 존재는 도 때문에 이뤄진 것이다.
무릇 도의 본질은 한정이 되거나 어떤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고 약하면서 시의적절하게 리(理)와 상응하는 것이다. 모든 개별적 존재들은 그것으로 인해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다. 모든 일은 그것으로 인해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다. 도를 물에 비유하자면 물에 빠진 사람이 많이 마시면 죽지만 갈증이 있는 사람이 적절히 마시면 살아나는 것과 같다. 도를 칼이나 창에 비유하자면 어리석은 자가 화나는 대로 휘두르면 불행이 생기고 성인이 폭도를 죽이는데 쓰면 복이 되는 것과 같다. 따라서 도란 그것으로 인해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는 것이며, 그것으로 인해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해로解老
무릇 형체가 있는 물체는 쉽게 잘라보고 쉽게 분석할 수 있다. 어떻게 그것을 논증할 수 있는가? 형체가 있으면 길이의 길고 짧음이 있게 되고, 길고 짧음이 있게 되면 크기의 크고 작음이 있게 되고, 크고 작음이 있게 되면 모난 것과 둥근 것의 구별이 있게 되고, 모난 것과 둥근 것의 구별이 있게 되면 굳은 것과 연약한 것의 구별이 있게 되고, 굳은 것과 연약한 것의 구별이 있게 되면 가볍고 무거움의 구별이 있게 되고, 가볍고 무거운 것의 구별이 있게 되면 흰색과 검은색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길고 짧음, 크고 작음, 모난 것과 둥근 것, 굳음과 연약함, 가볍고 무거움, 흰색과 검은색이 모두 개개의 사물이 드러내는 리(理)다. 이 개별적인 리가 정해지면 사물을 쉽게 분석할 수 있다.
따라서 조정에서 논의할 때 나중에 발언하는 사람의 말이 앞선 사람의 말보다 더 넓을 수 있고, 여러 의논을 이리저리 재 본 선비가 사태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모난 것과 둥근 것을 그리는데 콤파스(規)나 직각자(矩)를 쓴다면 모든 일에 공효가 드러나게 된다. 모든 개별적 존재들에게는 규구(規矩)와 같은 법칙이 있다. 계획을 세우고자 논의하는 선비들은 규구와 같은 법칙과 합치하도록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성인은 모든 개개의 존재들에게서 규구와 같이 법칙을 따른다.
그래서 『도덕경 道德經』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감히 천하에 앞서 나가지 않는다.” 감히 천하에 앞서 나아가지 않으니 어떤 일이든 되지 않는 일이 없으며, 공효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없으니 이런 말은 반드시 천하에 가득하게 된다. 그러면 대관(大官)이 되지 않으려 해도 그렇게 될 것이다. 대관이 되면 일을 이루는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감히 천하에 앞서 나가지 않는 까닭에 능히 일을 이루는 우두머리가 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3. 시대가 변하면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모순(矛盾) 이야기
난세 難勢
창과 방패를 파는 사람이 있었는데 자신이 파는 방패의 견고함을 자랑해 “어떤 물건으로도 이 방패를 뚫을 수 없다”고 했다. 이윽고 자신이 파는 창의 날카로움을 자랑하며 “내 창은 날카로워서 어떤 물건도 뚫지 못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당신의 창으로 당신의 방패를 친다면 어떻게 되겠소?” 했다. 그 사람은 대답하지 못했다. 뚫을 수 없는 방패와 뚫지 못할 것이 없는 창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유가(儒家)에서 말하는 ‘현인정치’(賢)의 원칙은 누구에게라도 금지를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고, 법가(法家)에서 말하는 ‘권세정치’(勢)의 원칙은 금지하지 못하는 것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금지해서는 안 되는 현인 정치의 원칙과 금지하지 못하는 것이 없는 권세 정치의 원칙은 바로 이런 모순 관계에 있는 원칙이다. 따라서 현인 정치의 원칙과 권세 정치의 원칙은 서로 용납될 수 없다.
오두 五蠹
아주 옛날 상고(上古) 시대에는 사람의 수는 적고 짐승의 수는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나 짐승, 벌레나 뱀을 이길 수가 없었다. 이 때 성인(聖人)이 나와서 나무를 엮어 둥지를 틀고 여러 가지 해(害)를 피하게 해 줬다. 그러자 백성들이 이를 기뻐하면서 그로 하여금 천하의 왕으로 삼으니 그를 유소씨(有巢氏)라 한다. 당시에는 백성들이 풀과 나무의 열매, 조개나 대합 같은 것을 먹었으니 비린내와 고약한 냄새로 인하여 배나 위를 상해 많은 백성들이 병에 걸렸다. 이때 성인이 나와서 나무를 비벼 불을 일으켜 이를 사용함으로써 비린내를 없애 주었다. 그러자 백성들이 이를 기뻐하면서 그로 하여금 천하의 왕으로 삼으니 그를 수인씨(燧人氏)라 한다.
중고(中古) 시대에는 세상에 큰 홍수가 나서 곤(鯤)과 우(禹) 임금이 물길을 터 놓았다. 근고(近古)의 세상에는 걸(桀)과 주(紂) 왕이 난폭해 탕(湯)과 무(武) 왕이 그들을 정벌했다. 만약 하후씨(夏后氏), 즉 우(禹)의 시대에 누군가 나무를 엮고 나무에 비벼 불을 피운다면 곤과 우의 비웃음을 살 것이다. 은(殷) 주(周) 시대에 물길을 트는 일을 한다면 반드시 탕과 무에게 비웃음을 살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세상에서 요(堯), 순(舜), 우(禹), 탕(湯)의 도리를 찬미한다면 반드시 새로운 성인의 비웃음을 살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옛 것을 따르려 하지 않고 고정불변의 제도를 본받지 않는다. 그 시대의 일을 논할 때는 그 시대에 맞게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송(宋) 나라에 농사꾼이 있었는데 그의 밭 가운데에 큰 그루터기가 있었다. 어느 날 토끼가 달려가다가 그루터기에 부딪혀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러자 그 농사꾼은 쟁기를 내려놓고서 그루터기를 지키면서 다시 토끼를 얻기를 바랐다. 그러나 다시는 토끼를 얻지 못했으며, 자신은 송나라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지금 선왕의 정치로써 현재의 백성을 다스리려는 것은 모두 그루터기를 지키는 것과 같은 부류인 셈이다... 그래서 할 일이 바뀌면 대비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4. 제왕(帝王)이 지키고 이용해야 할 세 가지 수단--법(法), 술(術), 세(勢)
정법 正法
어떤 사람이 물었다. “신불해(申不害)의 술(術)과 상앙(商殃)의 법(法) 두 학설 가운데 어느 것이 나라에 더 긴요한가?” 대답해 말했다. “그것은 단정해 말할 수 없다. 사람은 열흘동안 먹지 못해도 죽고, 매서운 추위가 몰아칠 때 옷을 입지 못해도 죽는다. 이때 옷과 음식 가운데 어느 것이 더 긴요한가 한다면 어느 것 하나라도 긴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모두 생명을 유지하는 도구기 때문이다. 지금 신불해는 술을 논하고 상앙은 법을 추구한다. 술이란 임무에 따라 관직을 수여하고, 권한과 책임에 따라 그 실제 수행을 따지고, 생사여탈권의 권력을 쥐고서 신하들의 능력을 심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군주가 꼭 장악해야 하는 것이다. 법이란 법령을 관청에 문서로 기록해 두고 형벌의 관념을 백성의 마음 속에 새겨줘, 법을 잘 지킨 자에게는 상을 내리고 법령을 어지럽힌 자에게는 형벌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신하가 준수해야 할 바다. 군주에게 술이 없으면 위로부터 폐단이 발생하며, 신하에게 법이 없으면 아래로부터 혼란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이것들은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제왕(帝王)의 도구이다.”
양권 揚權
통치에서 하나의 원칙을 장악하는 방법으로는 ‘책임과 권한의 한계’(名)를 분명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책임과 권한의 한계가 바르게 되면 각각의 일이 잘 정해지지만, 이것이 치우치면 각각의 일이 잘못된다. 그러므로 성인은 가만히 이 하나의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각각의 책임과 권한의 한계가 저절로 결정 되도록 한다. 성인이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신하들이 정직하고 깨끗하게 일한다. 그들의 능력에 맞게 임무를 맡기고 그들 스스로 직무를 처리하게 한다. 군주가 신하의 주장을 근거로 직무를 부여하면 신하는 스스로 합당한 실적을 바치게 된다. 군주는 오로지 공명정대한 법에 처함으로써 모든 것들이 각각 스스로 정해지도록 하는데, 군주는 이것을 각각의 책임과 권한의 한계에 근거해 이를 거론한다. 책임과 권한의 한계를 잘 모르면 우선 그 실제 수행(形)을 살펴본다. 실제 수행과 책임 한계가 상호 부합하는가의 여부에 따라 상벌을 결정한다... 따라서 군주는 책임과 권한의 한계만 잘 잡고 있으면 신하는 자신의 실제 수행에 힘쓰게 된다. 이 책임과 권한의 한계와 실제 수행 두 가지가 서로 부합하게 되면 위아래가 모두 조화롭게 된다.
공명 功名
재능이 있어도 위세(勢)가 없으면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모자란 사람들을 제압할 도리가 없다. 한 자 크기의 재목이라도 높은 산 위에 세우면 천 길 낭떠러지를 굽어보게 되는 것은 재목이 커서가 아니라 그 위치가 높기 때문이다. 걸(桀)이 천자로서 천하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지혜로왔기 때문이 아니라 위세가 높았기 때문이다. 요(堯)가 평범한 사람이었을 때 세 집안도 다스릴 수 없었던 것은 모자랐기 때문이 아니라 지위가 낮았기 때문이다. 아주 무거운 물건도 배에 실리면 뜨지만, 아주 가벼운 물건도 배에서 버려지면 가라앉는다. 이것은 가볍고 무거움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위세가 있고 없고의 차이 때문이다. 따라서 짧은 것이 높이 임하는 것은 지위 때문이듯 모자라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을 제압하는 것 또한 위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