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도가니
무레 요코 지음 | 큰나무
남자의 도가니
무레 요코 지음
큰나무 / 2015년 2월 / 288쪽 / 13,800원
이상한 인사이동
학교를 졸업하고 서른 살까지 8년간 직장 생활을 했었지만 모두 규모가 작은 회사라 동료의 승진 문제라든가 그에 따른 질투나 시기가 소용돌이치는 환경은 아니었다. 어디든 사장과 직원 모두 상하 관계가 아닌 하나로 똘똘 뭉쳐 일하는 회사들이었다. 직원 수가 많은 기업은 연말이 가까워지면 승진이나 인사이동이 화제가 되는 듯하다. 내가 가장 관계된 업종은 출판업이지만, 업종은 달라도 직원의 심정은 어디든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20년 전쯤 한 회사에 있을 때, 내게로 인사이동 예상표가 팩스로 전달되었다. 남자 직원이 매년 그것을 작성하여 비밀리에 각 부서에 돌리는 것을 지인이 내게 보내준 것이다. 마치 경주마를 예상하듯 각 이름 위에 ◎나 △가 표시되어 ‘출발은 좋지만 기력이 이어지지 않고 최근 머리숱 빠짐이 심한 것이 문제’, ‘폭음, 폭식으로 체중이 급증. 헬스로 돌파’ 등 일과 관련 없는 코멘트가 적혀져 있는 것이 우스웠다. 놀랍게도 그 대부분이 적중하는 것이라 그것을 작성한 남자의 능력에 감탄했다. 후에 지인을 만나 어떻게 그 남자의 예상이 적중한 건지 묻자 직장 내에서는 으레 파벌이 일어나기에 그 움직임을 관찰하면 대충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는 한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가 그곳에서 출세 가능성이 없음을 감지하자마자 다른 집단으로 옮기는 사람도 있단다.
“그런 얄팍한 속셈이 보이는 사람은 민폐 아니야?” 나라면 뭔데 네가 들어오느냐며 싫어했을 것이다. “그게 또 그렇지 않아.” 지인이 말하길, 그런 사람이라도 자신의 집단에 와주는 것 자체가 기쁘기 때문에 거절은커녕 오히려 귀염을 받는다는 것이다. 남자라는 생물은 도대체가 이상하다. 만약 여자들에게 이 상황이 일어났다면? 얄팍한 속셈이 들여다보이는 이가 자신들의 집단에 들어오려 한다면 분명 여자들은 이를 드러내며 위협할 것이다. “조금 전까지 저쪽과 친하게 지내더니 왜 갑자기 우리에게 온 거야. 도저히 좋게 봐줄 수가 없어.” 일명 왕따를 시켜 쫓아낼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남자는 주위의 평가가 어떻든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간에게 너무도 너그럽다.
직장 인사에 관해 의문을 가진 경험이 있다. 성실하고 제대로 일하는 사람이 승진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 기쁘지만 ‘왜 저런 인간이?’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목이 빠져버릴 정도로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승진하기도 한다. 저 인간이 아니어도 훨씬 어울리는 인재가 널렸다고 하고 싶지만 거기까지는 끼어들 수 없다. ‘모르겠어. 대체 뭘 보고 있는 거야.’ 도무지 인사를 결정한 윗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회사란 하나의 가족 같은 것으로 밖에서 보면 ‘뭐야,
저 자식’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사람도 안에서는 ‘그런 사람인 걸 어떡해’, ‘나름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 등 정이라는 것이 생겨나 평가가 후해진다. 반대로 회사에서는 미움받지만 회사 밖에서의 모습은 전혀 다른 사람도 있다.
행동이나 말투, 눈빛을 보고 있으면 은연중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저 녀석은 겉과 속이 다르니까 대충 맞장구나 쳐야지 하는 사람이 있고, 그의 본심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속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이든 다면성이 있기에 만나는 사람에 따라 딱 한 가지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나와 맞는 사람이 있으면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나 일에 대해 불성실한 것은 좋고 싫음 이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제껏 일로 만난 상대 중 질린 인간이 몇 명 있다. 그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회사 내에서나 이직한 곳에서 승진했다. 그중에는 중요한 문제로 내게 거짓말을 한 사람도 있다. 내가 상사의 지시를 분명히 전달했는데도 본인이 잊어버리고 있었으면서 상사가 다그치면 그제야 검토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정신없이 쩔쩔매며 서둘러 일을 끝내는 걸 몇 번인가 보았다. 그는 자신이 그 일을 잊고 있었음을 알았고 시간도 여유로웠지만 그대로 방치했다. 그 점이 용서되지 않았다. 그에게 그 일을 물으면 명확한 대답 없이 오히려 나에 대한 불만을 말했던 것 같다. 결국 그는 그 일에서 제외되었지만 그런대로 승진하고 있다. 대체 기준이 뭘까.
나보다 훨씬 어린 사람이 이전에는 높임말을 사용했는데, 이직한 회사에서 좋은 대우를 받자마자 갑자기 연장자에게 반말을 하며 전 직장 동료들에게도 너무나 건방진 태도를 보인 일이 있다. “바보 아니야?” 주위 사람들이 바보 취급을 하지만 정작 본인은 모르는 듯하다. 이렇게 말하면 뭐하지만 그런 바보는 여자들 중에서는 만난 기억이 없다. 그런 바보는 우쭐대지만 본인의 일 처리 능력이 개선되지 않아서 태도와 실력에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이 무슨 이유에서든지 회사에서 승진을 한다. 그 회사 사정이라고는 하지만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어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았다. 그들은 자신이 계속해서 실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부분으로 만회하기 위해 사내에서 자신에게 플러스가 되는 상사를 선택하여 접근한다. 상사는 그가 회사 안팎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고, 알고 있다 하더라도 좋은 수하가 생겼다며 귀여워한다.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자기 마음이지만 회사의 인사에 적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실력에 비해 회사에서 지위가 높은 남자는 어떤 이유인지 자신을 위장한다. 별것 아닌 일에도 자신을 떠벌린다. 자신이 실수를 연발해 동료와 직원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거세게 받으면 공격이 최대의 방어라 생각하는지 이때가 기회라는 듯 권력을 휘두르며 복수한다. 이유 없이 부하직원의 기획을 엎거나 부하직원이 담당하고 있는 거래처를 욕하며 짓궂게 괴롭힌다. 자신에게 강하게 저항하는 사람에게는 하지 않으면서, 절대 저항하지 않는 점잖고 약한 아랫사람을 상대로 기분 전환하듯 직권을 남용해 못살게 군다. 이 때문에 우울증 치료를 받는 피해자가 있을 정도다. 피해자의 동료가 분개하여 상사의 폭언을 녹음하거나 휴대폰으로 촬영해 인사팀에 호소했지만 무시되었다. 그에 또다시 분개해 이유를 되묻자 정말 기가 막힌 대답이 돌아왔다. “여러 가지 일이 있는 건 알지만, 그 사람 정말 효자야.”
‘효자’가 이유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은 건 야구 해설 중 타격이 좋은 선수를 평가하며 “그는 효자입니다!” 이후로 두 번째다. 아무리 생각해도 직권을 남용해 직원을 괴롭히는 남자를 승진시키는 건 맞지 않지만, 상사 입장에서는 지시를 잘 따르고 자신을 치켜세워주는 사랑스러운 녀석인 것이다. 아랫사람을 괴롭히든 말든 자신에게는 피해가 없으니 그 일에 대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바람은 그날의 우발적 충동
‘바람은 그날의 우발적 충동.’ 누구의 말인지, 언제 사용된 말인지 모르지만 이 말을 듣고 크게 웃었던 적이 있다. 그날만의 놀이로 끝나기도 하고, 상대가 그럴 마음이 들었다면 관계가 지속되어 불륜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불륜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하면 되지만 나는 불륜을 한 적도 없을뿐더러 전혀 흥미롭지 않다. 멋있는 남자라도 애인이 있거나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갑자기 열이 식어버린다. 정열적인 연애 체질이 아니기 때문일까.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의 동료 중에 습관적으로 불륜을 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가 교제하는 상대는 반드시 유부남이었다. 도대체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처음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가 둘이서 술을 마신 뒤에 어지럽게 얽혀버려 그것을 운명이라 느끼고 남녀 관계를 지속했다고 한다. 그와의 관계가 정체되고 커리어를 목표로 회사를 옮겨도 그곳에서 또다시 새로운 불륜이 시작되었다. ‘또 시작이야?’ 어이없어하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녀는 마치 자신을 소설의 여주인공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 사람은 부인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고 했어.”
흠. 나는 콧김으로 대답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에 대한 감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의 아내보다 자신이 더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다는 아슬아슬한 기분이 더 좋은 것 같았다. 연애를 한다기보다 그의 아내와 자신의 동성 간의 싸움 같은 것이었다. 그녀를 선택하고 처자식과 헤어진 남자는 없었다. 정말 부부 사이가 나쁘지 않은 한, 아무리 달콤한 말을 해도 처자식과 간단히 헤어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녀의 불륜 상대가 모두 대단한 인격을 가지고 있거나 외관이 좋은 것도 아니다. ‘도대체 저 사람 어디가?’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남자도 많다. 연애는 당사자밖에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타인은 깊게 관여할 수 없다. 다만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는데 상대에게 처자식이 있다고 한다면, 포기하고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전혀 연애 체질이 아닌 내게도 ‘바람은 그날의 우발적 충동’ 같은 미묘한 일이 일어나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회사에서 쫑파티 겸 송년회 모임을 마치고 집 가는 방향이 같은 남자와 택시를 동승했다. 그는 회사와 오랜 시간 함께한 거래처 사람으로 상사에게서 그를 잘 데려다주라는 부탁을 받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사이 그의 모습이 수상해졌다. “집사람이랑 연락 안 한 지 오래야.” “이대로 집에 돌아가기 싫다.” 혼잣말 같지만 이쪽에 제대로 들리게끔 말하는 것이다.
‘뭐라는 거야.’ 나는 무시해버렸다. 앞만 보며 모르는 척하고 있으니, 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끈질기게 몇 번이나 “마누라랑 연락 안 한 지 오래야”를 되풀이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중년의 택시 기사의 콧김이 점점 거칠어졌다. 백미러로 기사의 모습을 살피니, 아무래도 그의 발언에 분개한 듯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시 내가 살던 아파트가 자리한 골목은 매우 좁아 큰길에서 내리자 운전기사가 큰소리로 말했다. “조심하세요!” 나는 아파트로 향하면서 도대체 저 사람이 뭔 속셈인가 하고 기가 막히고 말았다.
두 번째는 그 1년 후, 송년회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같은 방향으로 가는 남자와 택시에 탔다. 그 또한 상사와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사람이다. “키스 안 해주면 집에 안 보낼 거야.” 뜬금없이 그가 내 손목을 잡았다. 웩! “그만하세요!” 기겁을 하며 그만하라는데도 손목을 꽉 잡고 있기에, 나는 손은 그대로 두고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있는 힘껏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너무 화가 나서 언성을 높이자 운전기사가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말을 걸었다. “괜찮아요? 괜찮으세요?” 나는 다시 한 번 있는 힘을 다해 손을 빼냈고, 그제야 그는 손을 놓고 도착지까지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다음 날, 그는 아직 상사가 출근하지 않은 근무 시작 직후에 회사로 전화를 해서는 사과를 했다. “어제는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나는 “네.”라고 한마디만 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내가 회사에 근무하는 한 얼굴을 마주할 기회도 많을 텐데 잘도 이런 일을 벌였구나 생각하니 한편으로 어이가 없었다. 세 번째는 글 쓰는 일을 시작했을 때인데, 한 번 일을 했던 적이 있는 편집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일에 대한 회의를 하고 싶다며, 내 집 근처의 역 뒷골목에 있는 가게에서 더군다나 밤 9시에 만나자고 했다. ‘회의라면 낮에 차 마시며’ 하자고 부탁하니 꼭 그 가게여야 한다고 우겨댔다. 하는 수 없이 나가 보니, 일을 끝내고 찾은 직장인 남자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번잡한 가게였다.
그는 일 이야기는 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 자랑만 늘어놓았다. 예능인 OO와 아는 사이다, 유명인 XX와 함께 여행도 갔다.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에 나는 화가 났다. 더 이상 그와 함께 뭔가 먹을 기분이 나지 않아 나는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러면 마무리로 밥을!” 끝없이 늘어놓던 자랑을 끝내고 그가 점원을 불렀다. 점원은 우동은 있어도 밥은 팔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나는 속으로 웃으며, 이걸로 이 음울한 상황에서 해방이구나 안도감을 느꼈다. 그런데 그는 아이처럼 떼를 쓰며 밥 먹고 싶지 않느냐고 내게도 동의를 구했다. 이미 10시 반이 넘어 식당들은 문을 닫고 있었고, 당시에는 편의점도 없었다. 그런데 불이 켜져 있는 한 술집이 보였다. 그는 기쁜 듯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주먹밥!”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외쳤다. 계산대에 있던 주인이 조용한 어투로 말했다.
“밥 종류는 없어요.” 나는 터질 듯한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숙이고 콜라를 마셨다.
“밥이 없다고요? 이런 규모의 가게에 밥이 없다니…….”
“오늘 분량은 다 나가고 없어요.” 당황한 주인이 재차 차갑게 답했다.
“새로 밥을 지으면 안 돼요?”
“안 됩니다.”
나는 웃음이 나는 얼굴을 들키지 않도록 고개를 돌렸다. 그는 어깨를 떨어뜨리며 분명 마시고 싶지도 않을 술을 세 병 주문했다. 한동안 말없이 마시고 있던 그는 갑자기 가방 안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들며 뜬금없이 여자 말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참, 오늘은 얼마 전에 출간한 책을 주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일 이야기는 거짓말이었던 것 같다. 자비출판이라 말한 책을 내게 전하는 척하며 땀에 젖은 축축한 손으로 어떻게든 내 손을 잡으려고 했다. 당황하여 손을 빼자 그는 또다시 몸을 꼬며 책을 내밀었다. “부탁이야, 이거 꼭 주고 싶어서 그래. 받아, 제발 부탁이야.” 그러고는 그 틈에 다시 손을 잡으려고 하기에 낚아채듯 책을 받아 가방 안에 넣고, 그만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지금 요코 씨 집에 가도 될까?”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짓는데도 그는 끈덕지게 들러붙었다. “잠깐은 괜찮잖아. 가게 해줘. 집 근처까지 왔는데. 응? 응?”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한마디 내뱉어버렸다. “우리 집에는 밥 없으니까 빨리 돌아가세요.” 그는 투덜거리며 돌아갔다. 정말 진절머리가 난 밤이었다.
세 사람 모두 아내가 있는데도 이런 행동을 한다. ‘세상의 아내들은 남편의, 틈만 있으면 하는, 이런 민폐 행동을 알고 있으려나.’ 딱히 요염하지도 여성스럽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나에게조차 이런 재난이 일어나는데, 남자의 눈을 끄는 여자라면 틀림없이 유혹이 많아서 큰일일 것이다. 처자식이 있다면 책임감이 있을 텐데, 정말로 한심한 놈들이라 경멸했지만, ‘마누라와는 무소식’이라거나 키스나 밥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니, 가족의 책임자 혹은 남편이라는 입장은 진즉에 아내에게 박탈되어 가정 내에서 무시당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울분을, 가끔씩 그곳에 있던 나에게 풀려고 했던 것일까.’ 둘만 남게 된 그 시간을 운명이 아닌 최악의 불행이라 느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그때 일들을 떠올리면 조금 화가 난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라
예전부터 가사나 육아 등 집안일을 떠맡은 남편을 칭하는 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여자보다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하는 남자가 증가하고, 퇴직을 당하고 재취직을 못해서 아내가 바깥일을 하며 가계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별수 없이 주부가 되는 남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남자가 집안일을 하면 이런저런 말을 들었지만 요즘에는 당연하게 여긴다. 여자의 역할이라 여기던 육아에 힘쓰는 육아맨도 화제가 되고 있다. 법률상으로는 사실혼의 경우에도 남자의 육아혼을 인정하지만 실상 이를 사용하는 남자는 매우 적은 것 같다. 어쩌면 용인하고 있는 것은 종이 위에서만 가능할 뿐, 육아휴직을 쓰고 싶어도 주위의 눈이 신경 쓰여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꽤 오래전의 이야기이다. 나보다 연하의 남자였는데 그가 결혼하고 가정을 우선시하게 되자 주위에서 여러 말들이 들려왔다. 그 말들은 모두 나보다 연상의 남자들에게서 나온 불만이었다. 예를 들어 일을 끝낸 후에 술 한잔하자고 하면 줄곧 함께해줬는데 가정이 생기더니 바로 집에 가버린다든지, 부지런히 해오던 연락도 이제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매우 유능하다고 평가받던 사람인데 그 변화에 주위도 당황한 것 같았다. “아이가 생기면 아빠도 힘들죠.” 여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마는데 남자들은 그렇지 않다. “어째서 가정이 우선인 거야.” 그들은 그저 화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