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인을 기다리며
존 쿳시 지음 | 들녘
야만인을 기다리며
존 쿳시 지음
들녘 / 2003년 10월 / 278쪽 / 10,000원
1
나는 그런 걸 본 적이 없다. 그의 눈앞에는, 작고 동그란 유리 두 개가 철사로 매달려 있다. 그는 장님인가? 그러나 그는 장님이 아니다. 유리는 검은 색이어서 밖에서 보면 불투명하지만, 그는 그걸 통해 볼 수 있다. 그는 그것이 새로운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고향에서는 다들 이걸 씁니다.” 우리는 술병과 호두 한 접시를 사이에 두고, 가장 좋은 여관방에 앉아 있다. 우리는 그가 이곳에 온 이유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는 여기에서 비상 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 나는 여관 직원들에게 그가 중요한 방문객이라는 걸 강조한다. “죨 대령은 정보부에서 파견 나온 분이오. 정보부는 요즘, 경찰청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라오.”
“우리에게는 죄수들을 수용할 시설이 없습니다. 여기에는 범죄도 별로 많지 않으며, 죄를 지을 경우 벌금형을 내리거나 강제노동을 시키는 게 보통입니다. 보셔서 알겠지만, 이 오두막은 곡물창고에 딸린 저장실일 뿐입니다.” 그곳엔 두 명의 죄수, 노인과 소년이 묶인 채 바닥에 누워 있다. 그들에게서 악취가 난다. 노인은 자신이 가축 습격에 가담한 적이 없다고 항변한다. 나는 진실을 밝히고자 수도에서 찾아온 사람인 죨에게 사실대로 말하라고 노인을 설득한다. 그는 팔에 종기가 난 아이를 가리키며 그 아이가 자기 누이의 아들이며 의사에게 가는 길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방문객과 함께 광장을 가로질러 되돌아간다.
“오랫동안 죄수라고는 이들밖에 없었습니다. 보통 때 같으면, 당신에게 보여줄 야만인이라고는 한 사람도 없었을 텐데, 참 우연이군요. 노인의 말은 어쩌면 사실일 겁니다. 습격하러 온 자들이, 노인과 아픈 아이를 데려오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나는 내가 그들을 변명하고 있다는 걸 의식한다. “그래도 저들을 심문은 해야 되겠습니다. 당신에게는 따분한 일일 겁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거쳐야 하는 절차가 따로 있으니까요.”
죨 대령이 한가할 때, 그를 다시 만나게 되자, 나는 고문에 관한 얘기를 해본다. 그가 말한다. “처음에는 모두 거짓말을 합니다. 그리고 물리적인 힘이 가해지면 더 거짓말을 합니다. 거기에서 더 압력이 가해지면 그때서야 진실을 얘기합니다. 그것이 진실을 알아내는 방법입니다.” 고통은 진실이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의심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죨 대령과의 대화에서 얻은 것이다.(반면에, 그와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나는 그에게 위임장에 명시된 대로, 모든 편의를 제공한다. 제국은 그 하인들에게 서로를 사랑하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라고 요구할 뿐이다)
그가 치안판사인 내게 제출한 보고서는 간략하다. “취조하는 중 죄수의 증언 중 모순되는 것이 드러났음. 이러한 모순을 지적하자, 죄수는 격노하여 취조자를 공격했음. 실랑이가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죄수의 몸이 벽에 심하게 부딪쳤음. 그를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음.” 나는 보초를 호출하여 그의 증언을 청취한다. 그가 말을 마치자 나는 그가 서명해야 할 곳을 가리킨다. 그는 내게서 공손하게 펜을 받아든다. 나는 그를 물러가게 하고 매장 허가서를 쓴다. 그러나 나는 침대로 가기 전에, 후방 도로들을 거쳐 곡물창고로 간다. 나는 내가 국가 기밀이 간직된 신성한, 혹은 신성치 않은 곳 - 그렇게 구분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면 - 을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소년은 구석에 있는, 짚으로 된 침대 위에 잘 누워 있다. 살아 있다. 그의 손은 묶여 있고, 다른 쪽 구석에는 기다랗고 하얀 꾸러미가 있다. 나는 보초를 깨워 누가 시체를 그곳에 두라고 했는지 힐문한다. 보초는 높은 분과 함께 왔던 남자가 그랬다고 대답한다. 나는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나는 보초에게 아이의 손을 묶은 끈을 느슨하게 해줄 것과 먹을 것을 갖다 줄 것을 명령한다. 나는 이런 것에 휘말려 드는 것을 결코 원치 않았다. 나는 그것이 어디서 끝날 것인지 모른다. 나는 한가로운 변방에서 은퇴할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제국을 위해 봉사하는 책임 있는 시골 치안판사이자 관리이다. 나는 조용한 시대에 조용한 삶을 사는 것 이상의 것을 바란 적이 없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야만인들 사이에 불안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들이 수도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가축의 도난이 빈번해졌고, 관리들이 공격받았다고 했다. 결국 제국은 틀림없이 일어날 전쟁에 대비해서 사전의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나 자신은 이처럼 불안한 징후에 대해서 아무것도 본 게 없다. 내게 야만인의 군대를 보여준다면야, 나도 믿을 것이다. 나는 소년에게 다시 가 물을 먹이고 그가 봄이 되면 제국에 대한 전쟁에 동참하려고 했다는 자백을 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가 물어보았다. 그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의사를 불러 소년을 치료하도록 했다.
대령은 마음이 조급하다. 그는 소년을 안내인을 삼아 유목민들을 신속하게 습격하여 더 많은 죄수를 붙잡고자 한다. 나는 야만인들을 잡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설명하며 그의 마음을 단념시키려고 해본다. 그는 내 말을 모두 듣고 있지만 나중에 나를 ‘불온하다’고 기록할 것이 분명하다. 그는 습격할 준비를 계속한다. 나는 그가 도착한 두 번째 날부터, 그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 너무 신경이 쓰여, 나무라는 태도 이상으로 그를 대할 수가 없다. 나는 잠을 자다가 꿈을 꾼다. 곡물창고에 있는 시체에서 꿀에 젖어 끈적끈적한 벌들이 사타구니에서 나와 날개를 파닥거린다.
대령과 함께 원정대가 출발한 지 나흘밖에 되지 않은 오늘, 대령이 잡아들인 죄수들이 도착한다. 나는 그들이 모두 어부임을 알고 그에게 소리를 지른다. 그가 봉인된 편지를 내민다. “이 자들과 다음에 보내는 사람들을 외부로부터 격리시킨 상태에서 감금하시오.” 나는 편지를 창문에 던져 버린다. 이 사람들이 제국에 위험한 존재라고? 그물을 갖고 사는 어부들과 화살을 갖고 사는 기마 유목민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는 것도 얘기해주지 않았다는 말인가? 나는 보초에게 명령한다. “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정문을 닫아라. 이들이 도망칠 것을 염려해서가 아니라, 빈둥거리는 인간들이 들어와서 이들을 구경하는 꼴이 보기 싫어서 그렇다.” 그렇게 해서 나는 분노를 억제하고 대령이 요구한 대로 죄수들을 ‘외부로부터 격리시켜’ 놓았다.
하루나 이틀이 지나자, 이 야만인들은 집을 두고 떠나왔다는 것을 잊은 듯하다. 많은 음식을 공짜로 얻어먹는 것에 매료된 그들은 긴장을 풀고, 모든 사람에게 미소 짓는다. 그들은 여기에서 행복하다. 며칠이 지나자 우리는 그들에 대한 동정심을 단숨에 잃고 만다. 더러움과 냄새와 그들의 싸움 소리와 기침 소리가 너무 심하다. 내가 한밤중에 빗장을 풀어놓으면, 어부들이 살그머니 달아나 줄까? 그게 궁금하지만 나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한밤중에 죨 대령이 돌아온다. 나는 행렬의 중간쯤에서 내가 그 동안 두려워했던 것을 본다. 검은 마차가 지나가고, 그 뒤를 이어 밧줄로 목과 목이 함께 묶여진 죄수들이 질질 끌려온다. 나는 대령이 개선하는 장면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내 방으로 돌아간다. 아래 뜰에서부터 소리가 들려온다. 내 방은 영원히 감옥으로 바뀌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늙어버린 것 같고, 피곤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고만 싶다. 잠은 망각이며 밤마다 소멸 상태와 맞닥뜨리는 것이다. 나는 곡물창고 옆의 오두막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등불을 들고 그곳을 가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일단 등불을 집어든 이상, 그것을 다시 내려놓을 수 있는 길은 없다. 매듭이 안에서 엉켜 있다. 나는 그 끝을 찾을 수 없다.
다음 날, 대령은 심문을 시작한다. 그는 진실을 캐는 데 있어서 지칠 줄을 모른다. 내가 법원에 있는 사무실에 있을 때, 실내에서도 검은 안경을 낀 죨 대령이 들어와 맞은 편에 앉는다. 그는 떠난다고 말한다. 그 소리를 듣고 내가 좋아한다는 걸 숨겨야 할까? “대령, 유목민들과 원주민들에 대한 심문은 당신이 기대했던 만큼 성공적이었나요?” “그렇습니다. 치안 판사님. 다른 변경 지역에서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는 수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특히 그렇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동쪽 길로 떠나간다.
그가 떠난 후, 내가 첫 번째로 한 행동은 죄수들을 찾아간 것이다. 나는 군인들에게 땀과 배설물로 역겨운 막사 건물을 청소하라고 명령한다. 나는 지난 닷새 동안 그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른다. 만약 세계사의 어두운 한 장이 지금 당장 종식될 수 있다면, 이 추한 사람들이 지구의 표면으로부터 지워지고, 우리가 더 이상의 불의와 고통이 없는 제국을 운영하기 위해 새 출발을 하겠다고 맹세를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나는 이 지역의 법과 질서를 관장하는 권한이 오늘 나한테 넘어오자, 죄수들에게 음식을 주고, 의사를 불러 그들을 치료하게 하고, 가능한 한 빨리 그들이 본래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한다.
2
그녀는 문으로부터 몇 야드 떨어진 막사 벽의 그늘 밑에, 너무 헐렁한 코트로 몸을 감싸고, 땅바닥에 털 모자를 벌려놓은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야만인들처럼 그녀의 눈썹은 검고 반듯하며, 머릿결은 검고 윤이 난다. 야만인이, 그것도 여자가 시내에서 동냥을 하다니 무슨 일이지? 모자에는 몇 개의 동전밖에 없다. 나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온다. 나는 그녀를 고문했던 사람들과 내 자신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가 무시해도 좋을 만큼 미미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몸서리를 친다. 나는 부엌으로 가서 따뜻한 물과 대야를 갖고 온다. 발가락은 뭉툭하고, 발톱에는 흙이 엉겨 있다. 나는 그녀의 발을 씻긴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의 리듬에 몰두한다. 그녀가 있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할 정도이다. 어쩌면 내 자신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대야를 밀치고 발을 닦는다. 나의 눈이 감긴다. 그리고 금세 잠이 든다. 나는 춥고 몸이 굳어져 한밤중에 잠에서 깬다. 불이 꺼져 있고, 여자는 가고 없다.
그 이후로 1주일이 흘렀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다. 그녀는 지금 발가벗은 상태이다. 나는 그녀의 몸에 아몬드 기름을 바른다. 나는 지금 불빛에 반짝이는 이 단단하고 작은 몸속에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느끼지 않는다. 그녀는 모든 것에 자신을 맡긴다. 때때로 그녀는 내가 그 일을 끝내기 전에 잠 속에 빠지기도 한다. 그녀는 아이처럼 곤히 잤다.
어느 날 저녁, 나는 그녀의 한쪽 눈구석에 희끄무레한 주름이 있다는 걸 발견한다. “그들이 만졌던 곳이에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내 손을 밀쳐낸다. 그녀의 엉덩이에도 매를 맞은 자국이 여러 군데 있는 게 느껴진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한테 얘기해라. 그것을 신비스러운 것으로 만들지 말아라. 고통은 고통일 뿐이니라.” 그러나 그것은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 나는 그녀를 팔로 감싸고 입술을 그녀 귀의 우묵한 곳에 대고, 말을 하려고 몸부림을 친다. 어둠이 내려온다.
나는 수치스러운 구걸 행위로부터 그녀를 구해주고 막사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게 했다. 이렇게 둔감한 여자에게 붙들려 있는 내 자신이 놀랍다. 내가 그녀에게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기억할 수 없다. 그녀를 원하면서도 원하지 않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난다. 그녀는 나의 감정이 이렇게 요동치는 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그녀의 하루는 판에 박힌 채 흘러갔고, 그녀는 그것에 만족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일을 마치면 나에게 온다. 그녀는 옷을 벗고 누워, 말로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나의 정성을 기다린다. 어쩌면 나는 그녀의 곁에 앉아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며 결코 오지 않을 피의 활력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나는 그녀의 몸에 들어가지 않았다. 처음부터 나의 욕망은 그게 목적이 아니었다. 나는 그녀의 동작에서 옛날 자유로운 상태에 대한 암시라도 찾아내기를 바라며, 그녀가 옷을 벗는 것을 지켜본다.
겨울이 자리를 잡았다. 바람이 북쪽에서 불어온다. 앞으로 넉 달간은 끊임없이 불어댈 것이다. 올해에는 야만인들이 찾아온 적이 없다. 예전에는 겨울이 되면 유목민들이 집단으로 찾아와 물물교환을 하곤 했다. 우리는 그들의 가죽 제품을 높이 평가했다. 나는 그들이 술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 나는 그 사람들이 상점 주인의 속임수에 넘어가 그들의 물건을 시시한 장신구와 교환하거나 술에 취해 시궁창에 드러눕고, 결국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게으르고 부도덕하며 더럽고 어리석다는 주민들의 편견을 굳히는 걸 보는 게 괴로웠다. 문명이라는 게 야만인들이 가진 미덕들을 타락시키고 그들을 종속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이라면, 나는 문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나는 이러한 입장에서 행정업무를 수행했다.(지금은 야만인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하는 입장의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너는 네가 원하기 때문에 나와 같은 침대에서 자는 거니?” 그녀는 벌거벗은 채 누워 있다. 내가 그녀에게 느끼는 욕망이, 보통의 경우에는 아주 모호한 형태의 것이지만,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구체적인 형태를 띠는 경우가 있다. 지금, 그 징후가 보인다. 나의 손이 움직이고 그녀를, 그녀의 젖가슴을 어루만진다. “달리 갈 곳이 없어서 그렇죠.” 그녀가 불평한다. 그 순간의 단순함이 끝나버리고 만다. 우리는 따로 떨어져 말없이 누워 있다. 어느 새가 가시덤불 속에서 노래를 하고 싶겠는가?
“언제나 그 질문만 하시니, 지금 얘기해드릴게요. 포크였어요. 빨갛게 달군 포크로 사람들의 몸을 지졌어요. 그 남자는 내 눈을 지지겠다고 말했지만 그러지는 않았어요. 그 남자는 그걸 내 얼굴에 아주 가까이 대고 나로 하여금 그걸 바라보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들에게 해줄 얘기가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게 전부였어요. 그때 다치게 된 거예요. 저는 그 후로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그게 전부예요.” “넌 이런 짓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얘기하는 데 지쳤어요.”
변경에서 3년간의 복무 연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병사들을 대체할 신병 부대가 도착한다. 이 부대를 인솔하고 있는 젊은 장교와 그의 동료 두 사람을 여관으로 초대한다. 음식도 괜찮고 마실 것도 많다. 우리는 야만인들에 대해 얘기한다. 그는 오는 길에 야만인들이 거리를 두고 그들을 따라왔다고 말한다. "그들이 야만인이라는 게 확실하오?" 내가 묻는다. 그가 대답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누구였겠습니까?" 그의 일행이 말한다.
“사령부 주변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봄이 되면 야만인들을 대대적으로 공격해 그들을 변경에서 산악 지역으로 몰아붙이게 될 거라고 합니다.” 젊은 장교가 말한다. “그건 분명히 소문에 지나지 않소. 우리가 야만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유목민들이오. 그들은 저지대와 고지대를 오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오.” 내가 말을 마치자 그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처음으로 장벽이 느껴진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바로 그게 전쟁입니다. 우리가 강요하지 않으면 그렇게 하지 않을 사람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것 말입니다.” 그는 지금쯤 나에 관한 소문을 들었을 것이다. 내가 정보부 소속의 경찰에게 비협조적이었다는 얘기 말이다.
“제국의 안보가 위태롭다는 이유로 최근에 그들을 이유 없이 공격하고, 극도로 잔인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소. 그 며칠 동안에 일어난 피해를 복구하려면 몇 년이 걸릴 거요. 하여간 그 얘긴 그만둡시다. 내가 지난 20년 동안 치안판사로서 싸워야했던 문제는 가장 저질적인 마부들이나 농사꾼들이 야만인들을 모욕하고 경멸한다는 사실이었소. 특히, 그 경멸이라는 것이 식사 예절이 다르고 눈꺼풀의 형태가 다르다는 것 말고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 당신은 그것의 뿌리를 어떻게 뽑을 수 있겠소? 이 야만인들이 들고 일어나서 우리에게 교훈을 가르쳐서 우리로 하여금 그들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해줬으면 좋겠소. 지금 제국은 1백 년도 넘게 이곳에 있었소.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우리를 이곳에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방문객으로 생각하고 있소.” “하지만 우리는 철수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사고는 경직되어 있다. 아마도 군사교육을 받았기 때문일 게다. 나는 한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