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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보카치오 지음 | -
데카메론

보카치오 지음



제1일 교묘한 인간들의 속성에 대하여

프랑스에서 큰 부자가 되고 기사의 칭호까지 받은 미샤트 프랑세즈라는 사람이, 프랑스 왕의 동생인 샤를르 생자테라를 수행하여 토스카나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성질이 고약하고 믿을 수 없는 부르고뉴 사람들한테서 빚을 받아낼 일이 염려되었습니다. 그는 문득 차펠레토라는 지독한 공증인이 생각났습니다. 그는 가짜 서류도 만들어주고, 거짓 증언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기꺼이 그 일을 맡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차펠레토 씨는 부르고뉴로 가서 빚을 받아내는 동안 그곳에서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는 피렌체 출신의 두 형제 집에서 유숙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별안간 그가 병이 들어 위독하게 되었습니다. 두 형제는 중환자를 쫓아내면 비난을 받을 것 같고, 그렇다고 악당의 시체를 받아줄 성당도 없을 것 같아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그러나 차펠레토 씨는 자신이 알아서 할 테니 수도사를 불러달라고 간청하였습니다. 두 형제는 할 수 없어 존경받고 있던 늙은 수도사를 불러왔습니다.

차펠레토는, 고해를 한 적이 없으면서도 일주일에 한 번 고해를 하였으며, 호색의 죄를 지은 적이 없으며, 자신의 재산을 가난한 자들을 위해 쓰고 있노라고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잘못만 언급하면서 그로 인해 자신이 진정 큰 죄를 지었다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또한 마지막에는 어릴 때 자신이 어머니를 욕한 적이 한 번 있는데, 그것은 절대 용서받지 못할 죄라고 하면서 심하게 흐느꼈습니다. 이에 덕 높은 수도사는 주께서 용서하실 거라며 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이 최고의 덕을 갖춘 인물이라고 축복을 내렸습니다. 임종 때 이와 같이 고해하는 자를 믿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도사는 그가 죽으면 자신의 수도원에 묻어 줄 것과 성체를 보낼 것을 약속하고 돌아갔습니다. 두 형제는 이 이야기를 엿듣고 비웃었으나 자신들의 골치 아픈 문제가 해결되었으므로 모른 척 가만히 있었습니다.

차펠레토 씨는 성체를 배수하고 그날 밤 곧 숨을 거두었습니다. 수도사는 차펠레토 씨가 매우 훌륭한 성자였고, 동정이었다는 사실과 순박함을 간곡히 설교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 지방 사람들은 차펠레토 씨를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유해에 먼저 키스하려는 사람들로 일대 혼잡을 이루었습니다. 또한 무언가 불행한 일을 당하면 그에게만 기원하고 다른 성인에게는 아무도 기원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를 성 차펠레토 님이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아무튼 차펠레토 씨는 그렇게 살다가 성인으로 죽었습니다.

만일 이리하여 그가 천당으로 갔다면 우리들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는 참으로 광대무변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우리의 과오에 눈을 돌리시지 않고 항상 신앙의 순수함을 보고 계십니다. 또한 우리가 하느님의 적을 중개자로 내세우더라도 친구처럼 믿으시고 참된 성인처럼 인정해 주십니다.





제2일 갈등과 고뇌 끝에 오는 행복

옛날 피사 시내에 머리는 좋지만, 체력은 그리 좋지 못한 리차르도 디킨치카르라는 재판관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법률 연구에서 나타나는 그런 능력으로 여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부자였던 그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원했고, 마침내 로토구알디 씨의 딸 바르톨로메아를 부인으로 맞이하였습니다. 그녀는 대단한 미인이었지만 아주 바람기 많은 여자였습니다.

재판관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첫날 밤 간신히 단 한 번의 교합을 하였으나, 앙상하게 마른 데다 정력이 부족하여 그 이튿날 강한 백포도주며 강장제 외 다른 약들로 원기를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재판관은 자신의 건강을 보살피기 위해, 온갖 제삿날이 적혀진 아동용 달력을 그녀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제삿날을 숭상하기 위해 그날은 남녀가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각 계절 초마다 단식일이 있고, 사도와 천 명에 이르는 성인들이 돌아가신 시일 전야의 금기가 있고, 금요일과 토요일, 주일과 사순절, 그 밖의 여러 가지 예외를 다 든다면 휴일뿐이지 잠자리를 같이할 수 있는 밤은 거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울적해졌습니다.

그리고 무더운 날이 계속되자, 리차르도 씨는 돈테네로에서 가까운 자기의 아름다운 별장에 기분 전환을 하러 아내와 함께 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배를 타고 놀던 아내를 당시 이름 높던 해적 파가니노 다마레가 자기 배에 태워 데려가고 말았습니다. 리차르도 씨는 누가 아내를 가로채, 어디로 데려갔는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한편 파가니노는 미녀를 얻게 되니 기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침 아내가 없었으므로 그녀를 자기 곁에 붙들어 둘 생각으로 정답게 대하고 밤이 되면 행동으로 달래 주었습니다. 그는 달력은커녕 휴일이고 제삿날이고 염두에 두지 않았으므로, 그녀는 모나코에 닿기도 전에 남편은 잊어버리고 즐거운 생활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아내의 거처를 알아낸 리차르도는 파가니노를 만나 아내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파가니노는 남편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리차르도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리차르도는 파가니노가 무서워 그렇다고 생각하고 단 둘이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파가니노가 나가자 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저는 당신이 내 남편인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를 잘 몰라주더군요. 제가 싱싱하고 정력이 넘쳐흐른다는 것을 아셨어야죠. 하느님은 제 젊음을 아깝게 보시고 피가니노를 소개해 주셨어요. 저는 그 사람과 이 방에서 지내면서, 오늘이 무슨 축제일인지 알 필요도 없이 밤이고 낮이고 일을 벌인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사람과 함께 살면서 젊을 때는 열심히 그 일을 하고, 축제일이라든가 순례라든가 단식이라든가 하는 것은 나이를 먹은 뒤에 하도록 제쳐 놓을 생각이에요.”

리차르도는 아내가 바라는 것을 열심히 해 줄 테니 돌아가자고 해도 아내는 한사코 거절했습니다. 이쯤 되고 보니 리차르도는 체력도 없는 데 젊은 아내를 맞이한 자기의 어리석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슬픔으로 정신이 이상해져서 피사의 거리를 방황하다가 곧 죽었습니다. 피가니노는 부인이 자기를 매우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정실로 삼아, 축제일과 제삿날 전야의 금기도, 사순절 따위도 무시하고 일을 벌여 서로 행복을 나누었습니다.



제3일 갈망의 성취와 시련의 극복

프랑스 왕국에 롯실리옹 집안의 백작으로 이스나르도라는 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그다지 건강이 좋지 않아 언제나 곁에는 제라르 드 나르 본나라는 의사를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백작에게는 벨트랑이라는 외동아들이 있었는데, 의사의 딸 질레타는 어릴 때부터 벨트랑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벨트랑은 부친이 사망하자 왕에게 맡겨져 파리로 가게 되었고, 소녀는 크게 실망하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소녀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그녀는, 시집가라는 친척들의 말을 듣지 않고, 벨트랑이 미남 청년이 되었다는 소문에, 그에 대한 사모의 정을 불태우게 되었습니다. 그때 프랑스 왕의 가슴에 종기가 생겼는데, 아무도 그것을 고치지 못하였습니다. 그녀는 이 소문을 듣고 아버지한테 배운 의학 지식으로 약초를 만들어 파리로 갔습니다.

질레타는 왕을 만나 그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하고, 자신이 그것을 고치지 못한다면 죽어도 좋으나, 만일 고치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남자를 남편으로 달라고 하였습니다. 왕은 의사들도 못 고친다는 병을 그녀가 고칠 수 있다는 말을 믿지 않았지만 일단 시험해보기로 하였고, 결국 그녀는 왕의 병을 쉽게 고쳤습니다. 그녀는 왕에게 약속대로 벨트랑 드 롯실리옹을 남편으로 달라고 하였습니다.

왕이 벨트랑에게 이 사실을 말하자, 벨트랑은 귀족 출신도 아닌 여자를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아내로 맞아야 하는 것을 불만족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왕의 명령이므로 어쩔 수 없이 결혼하였습니다. 왕은 그에게 고향으로 돌아가 영지를 다스리라고 하였으나, 그는 영지로 가는 척하다가 혼자 토스카나로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피렌체 사람들의 지휘관이 되어 그곳에 머물고 영지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신부 질레타는 혼자 영지인 롯실리옹으로 갔습니다. 총명하고 부지런한 그녀는 질서를 바로잡아 백성들의 신임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기사를 보내 백작에게 돌아올 것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백작은 자신이 한시도 빼놓은 적 없는 그의 반지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그녀가 이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팔에 내 아이를 안게 된다면 함께 살기 위해서라도 돌아가겠다.”부인은 이 두 가지 조건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 다음, 순례자 복장을 하고 영지를 떠나 피렌체로 갔습니다. 피렌체에 간 그녀는 남편의 소식을 수소문하여 그가 시내의 한 처녀를 좋아하고 있으나, 가난하지만 정숙한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백작의 희망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백작부인은 다음 날, 백작이 사랑하고 있다는 여자의 집을 찾아가 그녀 어머니에게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행복해지고 마님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도와 달라고 하였습니다. 부인은 자신이 백작과 살 수 있도록 도와주면, 그녀 딸이 지참금을 가질 수 있게 사례를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귀부인은 백작 부인의 처지가 딱하기도 하였고, 돈도 필요하였으므로 그 제의를 받아들이며 방법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백작부인이 말했습니다.

“당신이 믿을 만한 사람을 백작에게 보내서, 따님을 진정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만 보이신다면 백작의 뜻을 따를 생각이라고 전하세요. 그리고 그 뚜렷한 증거로 백작이 끼고 있는 값진 반지를 주신다면, 그것으로 따님도 백작의 사랑을 신뢰할 것이라고 말예요. 그래서 그이가 반지를 보내오면 제게 그것을 주세요. 그런 연후에 다시 따님이 백작의 뜻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하여 그이를 몰래 여기에 오도록 하셔서 따님 대신 제가 살며시 그이 곁에서 자게 해 주세요. 아마 전 하느님의 은혜를 입어 임신하게 될 거예요. 그래서 전 그이의 반지를 끼고 그이의 아이를 팔에 안은 채 남편을 찾게 될 것이며, 마님 덕분에 남편과 더불어 그의 아내로서 살게 될 거예요.”

귀부인은 자기 딸에게 나쁜 소문이 날까 두려워 망설였지만, 부인의 부탁을 받아들여 그대로 일을 진행시켰습니다. 그리하여 임신하게 된 백작 부인은 귀부인에게 충분히 사례를 한 후 그곳을 떠났습니다. 귀부인은 백작 부인이 떠나자 벨트랑이 자기 집에 찾아올 기회가 없도록, 딸을 데리고 친척 집으로 이사해 버렸습니다. 벨트랑은 부인이 영지에서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갔고, 한편 백작 부인은 피렌체에 계속 머물면서 아버지를 쏙 빼닮은 쌍둥이 사내아이를 낳아 열심히 길렀습니다. 이윽고 적당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되었을 때 백작 부인은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이 백작의 아내이며 그가 요구한 조건 두 가지를 모두 이루었음을 말하였습니다.

백작은 그녀가 자신의 반지를 갖고 있으며, 아이들은 너무나 자기와 닮은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부인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자, 백작은 그녀의 인내심과 사려 깊은 마음씨를 알게 되었고, 그녀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녀를 아내로 인정하고, 두 아이도 틀림없이 자신의 아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날 이후 백작은 그녀를 아내로서 공경하고 깊이 사랑하며 소중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제4일 슬픈 사랑 이야기

시칠리아 두 번째 왕 귈리엘모에게는 롯지에리라는 왕자가 있었습니다. 이 롯지에리는 부친보다 먼저 죽었는데, 제르비노라는 아들을 남겼습니다. 제르비노는 할아버지의 자애로운 보호 아래 훤칠한 미청년으로 자라났는데, 무용에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예의 바르고 왕자다운 품위가 넘쳐흘렀습니다. 그 명성은 여러 사람 귀를 거쳐 튜우니스 왕국의 공주에게도 들려왔습니다. 아름답고 기품 있으며 마음씨 너그러운 공주는 제르비노 이야기를 듣고 점점 왕자를 사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편 그녀에 대한 소문도 제르비노 귀에 들어가 그 또한 공주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사랑으로 발전하여 튜우니스로 가는 친구를 통해 몰래 왕자의 마음이 그녀에게 전해졌습니다. 공주는 너무나 기뻐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반지를 내주었습니다. 그 후 둘은 자주 친구들을 통해 편지와 선물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튜우니스 국왕은 공주를 그라나다 왕에게 시집보내려 하였고, 이를 안 공주는 슬퍼하며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하였습니다. 튜우니스 왕은 제르비노의 공주에 대한 사랑을 들은 적이 있어, 혹시 그가 방해를 하지 않을까 염려하여 귈리엘모 왕에게 사자를 보내, 공주의 결혼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제르비노의 사랑에 대해 전혀 모르는 귈리엘모 왕은 왜 이런 부탁을 하는지도 모른 채 이를 쉽게 약속해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그라나다로 가게 된 공주는 하인을 팔레르모에 보내 자신을 구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왕자는 자신의 할아버지 귈리엘모 왕이 튜우니스 왕에게 이미 약속한 것을 알았으나, 공주에 대한 사랑을 누를 수 없어 그라나다로 가는 배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공주를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두 나라 배는 싸움을 하게 되었고,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사라센 인들은, 공주를 죽여 바다에 던지고는 왕자에게 가져가라고 소리쳤습니다. 공주의 죽음을 본 왕자는 미친 듯이 사라센 인들을 없애 싸움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얻은 것은 공주의 시체였습니다. 공주를 묻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온 왕자는, 이 소식을 듣고 분노한 귈리엘모 왕의 손에 죽었습니다. 귈리엘모 왕은 서약을 어기는 국왕이라고 평가받기보다는 차라리 손자를 잃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이리하여 사랑의 열매도 맺지 못한 두 연인은 비참한 죽음을 맞고 말았습니다.



제5일 행복한 사랑 이야기

옛날 피렌체에 필리포 알베리기 씨의 아들인 페데리고라는 청년이 있었는데, 무예에 있어서나 예절에 있어서 토스카나 안의 어느 젊은이보다 뛰어났습니다. 그는 피렌체 제일가는 미인인 죠반나라는 부인을 연모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그녀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정숙한 부인이었으므로 그에게 쉽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사랑을 위해 분수 이상의 낭비를 한 페데리고는 재산이라고는 간신히 살아갈 만한 수입이 나오는 작은 농원과 세상에 흔치 않은 훌륭한 매 한 마리만 남게 되어, 도시를 떠나 자기 농원이 있는 캄피로 이주했습니다.

그곳에서 페데리고가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는 동안 죠반나 부인의 남편은 부인과 아들을 남기고 죽었습니다. 그는 유언장에 아들을 상속인으로 정하고, 만일 아들이 상속인도 없이 죽으면 그녀를 재산 상속인으로 할 것을 적어 놓았습니다. 미망인이 된 죠반나 부인은 그해 여름 아들을 데리고 시골에 가 있게 되었는데, 그곳은 페데리고의 농원 근처였습니다. 소년은 페데리고와 친해지게 되었는데, 그의 매가 마음에 들어 무척 갖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아이가 병에 걸려 어머니는 그에게 갖고 싶은 것을 말해 보라 하였고, 소년은 페데리고의 매를 갖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녀는 페데리고가 자기를 연모하고 있었으나 자신이 한 번도 응해 주지 않았던 것과, 매가 잡은 새로 그가 살아가고 있음을 알았으므로 그를 찾아가기가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아들을 낫게 하기 위하여 부인은 그를 만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부인이 이튿날 페데리고의 조그마한 집으로 찾아가자, 페데리고는 놀라면서도 몹시 반가워하였습니다. 부인은 그에게 인사하고 매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자신을 생각해 준 보답으로 같이 식사하러 왔다고 하였고, 페데리고는 기뻐하며 식사 준비를 하였습니다. 페데리고는 자신이 너무나 가난하여 이제는 아무것도 부인에게 대접할 수 없음을 가슴 아파하다가, 귀부인에게 어떻게 해서라도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매를 요리했습니다. 그리고 부인은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 훌륭한 매를 먹고 말았습니다. 그런 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부인은 마침내 자신이 찾아온 용건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부인의 말을 듣자 페데리고는 이미 매를 죽여 버려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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