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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요재지이

포송령 지음 | 자음과모음
제1부 요귀는 아직도 당신 집에 머물고 있단 말이오



인간의 가죽제2부 저 여인은 누구인가



녹의(綠衣)의 처녀산서성 태원현의 왕(王)이라는 서생이 아침 일찍 들길을 산책하고 있을 때, 커다란 보따리를 부둥켜안고 혼자서 걸어오는 처녀와 마주쳤다. 짐은 무겁고 다리는 아픈지, 매우 힘들어하며 걷기에 뒤따라가보았더니 나이 십팔 세 가량의 예쁜 처녀였다. 그는 호기심에 이끌려, "어찌하여 이렇듯 이른 아침에 혼자서 길을 가고 있는가?"하고 물었다.



"당신은 오다가다 길에서 만난 사람, 남의 괴로움을 해결해줄 수도 없을 텐데 꼬치꼬치 물을 필요가 없잖아요?" "당신의 괴로움이 무엇이오? 힘이 되어줄 수만 있다면, 나는 결코 마다는 하지 않을 것이오." 왕생이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대답했다.



"부모가 돈에 눈이 어두워 나를 부잣집에 첩으로 팔았습니다. 그러나 본 마누라의 질투가 어찌나 심한지 아침이면 욕설과 구박이고, 저녁이면 매질까지 하니 도무지 참고 견딜 수가 없어서 멀리 달아나려고 하는 중입니다." "어디로?" "도망가는 사람이 정처가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나의 집이 여기서 멀지 않으니 어떻소, 같이 가지 않으렵니까?" 왕생이 같이 가기를 권하자 그녀는 반갑게 승낙했다. 왕생은 보따리를 대신 둘러메고 앞장서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녀는 방 안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물었다. "어째서 당신의 가족들은 한 사람도 안 계십니까?" "여기는 서재니까 그렇지." "여기는 아늑하고 참 좋군요. 만약 저를 불쌍히 생각하시고 부양해 주시려거든 아무쪼록 비밀로 하시고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아주세요!"



왕생은 알아들었다고 대답하고는 그녀를 밀실에 숨겨두었기 때문에 며칠이 지나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밤이면 그녀와 한 이불 속에서 흐뭇한 향락을 누렸다. 그러는 중에 왕생은 이러한 비밀을 아내에게 언뜻 비쳤다. 아내 진씨(陳氏)는 어느 대가집의 소실이 아닌가하고 의심하여, 돌려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왕생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어느 날 왕생은 거리에 나갔다가 도사와 만났다. 도사는 그를 보자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어떤 사람과 만난 일이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별로 만난 사람이 없소."하고 대답하자, 도사는 "당신의 몸에 요기가 서려 있는데 아무도 만난 일이 없을 까닭이 있소?"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왕생이 극구 변명하자, 도사는 할 수 없이 자리를 떠나며 말했다. "저렇듯 혹했으니 할 수 있나. 세상에는 죽음이 눈앞에 닥쳐와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도 있단 말야!"



왕생은 도사의 말이 하도 이상하게 생각되어 잠시 그녀를 의심해 보았으나, 확실한 미인이었으므로 요귀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도사란 놈이 횡액을 제거해 준다는 구실을 붙여 돈을 빼앗아먹으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윽고 집에 돌아와서 대문으로 가까이 가니 안으로 잠겨 들어갈 수가 없었다. 왕생은 수상하게 생각하여 담장을 넘어 들어가니 방문도 잠겨 있었다.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가며 창구멍으로 가서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이게 웬 일인가. 퍼런 얼굴에 톱니 같은 이빨을 드러낸 요귀 한 마리가 무서운 모습으로 사람의 가죽을 침대 위에 펼쳐놓고, 화필을 들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기를 끝내자 붓을 던진 다음 그 가죽을 집어 들고 펼치더니 훌쩍 자기 몸에 뒤집어썼다. 그러자 순식간에 다시 여자로 변하는 것이었다.



왕생은 이 광경을 보고 두려움에 벌벌 떨며 네 발 걸음으로 기어 나왔다. 그리고 다급히 도사의 뒤를 쫓아갔으나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두루 찾아다니다가 멀리 들길로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따라가서 무릎을 꿇고 살려주십사고 빌었다.



"좋아, 쫓아주지. 그러나 요귀도 어지간히 불쌍한 놈이야. 겨우 제 몸에 들씌울 사람 껍데기를 발견한 것인데, 나도 차마 그놈의 목숨까지는 빼앗을 수는 없단 말야." 말을 마친 도사는 털채를 왕생에게 주어 침실 문밖에 걸어두도록 지시하고 작별할 때 청제묘(靑帝廟)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왕생은 집에 돌아왔으나 서재에는 도무지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안방에서 자기로 하고 털채를 문밖에 걸어놓았다. 저녁 여덟 시가 되자 문밖에서 잘각잘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왕생은 내다볼 용기가 없어서 아내더러 문밖을 내다보라고 했다. 그러자 한 여인이 와서 털채를 보고 들어오지는 못하고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이를 부드득 갈며 얼마 동안 있다가 사라지는 것이었다.잠시 후 다시 와서, "도사란 놈이 나를 위협하려 하지만 그렇게는 잘 안될걸! 이처럼 힘들여 내 입에 들어오게 된 것을 손쉽게 토해놓을 것 같으냐?"하고 중얼거리며 털채를 벗겨서 짓밟아버린 다음, 방문을 박차고 들어와서 번개같이 왕생의 침대로 뛰어올라 왕생의 배를 가르고 심장을 끄집어내 가지고 달아났다. 아내가 악을 쓰자 식모가 들어와서 촛불을 켜고 비춰보니 왕생은 이미 죽었고, 갈라진 배에서 흘러나온 피로 방 안은 유혈이 낭자했다. 아내는 두려움과 슬픔에 눈물만 흘릴 뿐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왕생의 동생 이군(二君)을 도사에게 급히 보내어 사연을 알리니, 도사는 격분하며 말했다. "나는 측은한 마음에 목숨은 살려두고 쫓아버리려고만 했지. 그런데 저 요귀란 놈이 발칙하게도 못된 짓을 저질렀구먼!" 즉시 도사는 동생 이군을 따라 같이 왔다. 요귀는 벌써 행방을 감춘 지 오래였다. 도사는 머리를 치켜들고 두루 살펴본 다음, "다행이 아직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군."하고 중얼거리며 "저 남쪽 집에는 누가 살고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제가 살고 있었습니다."하고 이군이 대답하자, "요귀는 아직도 당신네 집에 머물고 있단 말이오."하고 도사가 말했다.



이군은 깜짝 놀라며 설마 그럴 리가 있을까 생각했다. 도사가 다시 물었다. "누군가 낯모르는 사람이 찾아온 일은 없습니까?" "나는 아침 일찍 청제묘로 갔었기 때문에 잘 모릅니다. 곧 들어가서 알아보겠습니까." 이군을 말을 마치고 집으로 가더니 잠시 후 돌아와서, "정말로 오늘 아침 어떤 노파 하나가 찾아와서 우리 집 행랑어범으로 있고 싶다고 하므로 제 아내가 머물러 있으라 하여 지금도 있답니다."하고 보고했다.



"그것 보슈. 그것이 바로 요귀란 말이오!" 도사는 이군을 앞세우고 목검을 들고 뜰 한가운데 서서, "요귀야! 내 털채를 돌려주지 못할까?"하고 호령을 했다. 그러자 방 안에 있던 노파는 허둥지둥하며 얼굴빛이 새파랗게 변하여 문밖으로 달아나려 했다. 도사가 달려들어 목검을 내리치자 노파는 쓰러졌고, 동시에 사람의 가죽이 벌컥 뒤집히며 무서운 요귀의 꼴로 변하였다. 요귀는 땅 위에 뒹굴뒹굴 구르며 돼지 같은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도사가 목검으로 다시 목을 내리찍자, 그 몸은 순식간에 짙은 연기로 변하여 뭉게뭉게 땅 위로 피어올랐다. 도사가 표주박을 끄집어내어 마개를 뽑고 연기 속에 놓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연기는 표주박으로 빨려 들어갔다. 도사는 표주박의 마개를 막고 부대 속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같이 사람의 가죽을 들여다보니 눈썹이며, 눈동자며, 손발이 모두 인간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도사는 가죽을 둘둘 말아서 부대 속에 집어 넣고 돌아가려 했다. 아내 진씨는 대문까지 배웅하며 울며불며 남편이 소생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애원했다. 도사는 자기로서는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진씨가 더욱 슬피 울며 땅에 엎드려 일어날 생각을 않자 한참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직 술법이 능하지 못하여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으나 훌륭한 사람을 알려주겠소. 그 사람이면 살려낼 수 있을는지 모르오. 빨리 가서 부탁해 보면 반드시 큰 효험이 있을 것이오."



"그 사람이 누구십니까?" "거리에 있는 미치광이를 찾아가서 부탁하시오! 다리 밑이나 동굴에서 사는 그 미친 사람 말이오. 찾아가서 정성껏 부탁하면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그대를 욕보일 것이로되, 그대는 화를 내거나 노여워해서는 안되오!" 이군도 그 미치광이를 잘 알고 있었다. 도사와 작별하고 이군은 형수와 더불어 미치광이를 찾아갔다.미치광이는 거지꼴로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떠들며, 상대해 주는 사람이 없는데 함부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콧물은 줄줄 흐르고 때가 묻은 옷은 더러워서 옆에 가까이 갈 수도 없었다. 그러나 진씨는 공손히 무릎까지 꿇고 앞으로 나갔다. 거지는 웃으면서, "여, 여인이여! 내가 좋아서 찾아왔나?"하고 떠들었다. 진씨가 찾아온 사연을 말하니 그 미치광이는 껄껄 웃으면서, "서방감은 이 세상에 얼마든지 많은데 그자를 다시 살려서 어쩌자는 건가?"하고 말했다. 그래도 진씨가 정성껏 간청하자, "원 별일도 다 보겠네! 죽은 사람을 나에게 와서 살려달라니, 내가 염라대왕인 줄 아나?"하고 미치광이는 고함을 지르며 화를 버럭 내며 진씨를 지팡이로 두들겼다.



진씨는 아픔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견디었다. 그러는 동안 거리의 사람들은 점점 모여들어 큰 구경거리나 생긴 듯이 주위를 둘러쌌다. 미치광이는 손바닥에 가래침을 뱉어 그것을 진씨의 입에다 대어주며 "이것이나 먹어라!"하고 호령했다. 진씨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그 모욕을 받으면서도 도사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끝내 참으며 그 가래를 받아 먹었다. 그 가래는 목구멍에 넘어가자 솜뭉치처럼 되어 꾸룩꾸룩 아래로 내려가다가 가슴에서 맺혔다.



미치광이는, "여! 그대는 내가 그렇게도 좋은가?"하고는 돌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가버렸다. 진씨가 뒤따라갔더니 어떤 사당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매달려서 다시 간청하려 했으나 순식간에 간 곳이 없어졌다. 여기저기 두루 살펴보았으나 아무리 애써도 찾을 길이 없었다. 진씨는 부끄럽고 분한 마음을 누를 길이 없어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죽은 슬픔과 미치광이의 가래침까지 먹은 모욕을 탄식하며 몸둘 바를 모르고 울부짖었다. 당장이라도 죽어버리고 싶은 생각만이 앞섰다.



남편의 시체를 관에 넣어야 하겠지만 집안 사람들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뿐, 가까이 오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진씨는 시체를 추슬러서 창자를 챙겨 넣고, 그 뒤처리를 하며 울었다. 어찌나 울었던지 갑자기 구토증이 생기며 가슴속에서 울컥 하고 무엇이 치솟는 듯했다.



얼굴을 들 사이도 없이 토사물이 시체의 배 위로 떨어졌다. 깜짝 놀라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람의 심장이었다. 심장은 시체의 배 한가운데서 벌떡벌떡 뛰놀며 더운 김이 무럭무럭 연기처럼 올라왔다. 괴이한 일이라 생각하여 다급히 두 손으로 뱃가죽을 여미고, 있는 힘을 다하여 시체의 몸속으로 심장을 밀어 넣었다.



조금만 힘을 늦추어도 더운 김이 무럭무럭 뱃가죽 틈으로 새어나왔다. 할 수 없이 명주를 찢어서 급히 뱃가죽을 동여매고 손으로 시체를 쓸어주니 점점 온기가 돌아왔다. 이불을 덮어씌우고 정성껏 간호하다가 밤중에 열어보니 남편의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왕생은 드디어 새벽녘에 살아났다.

"꾸벅꾸벅 졸다가 꿈을 꾼 것 같군. 왜 이다지도 가슴이 쿡쿡 찌르는 것같이 아플까?" 왕생이 이렇게 중얼거리므로 상처를 들추고 보니 동전만 한 군살이 박혀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나아버렸다.



이사씨(異史氏)는 말한다. 세상 사람들은 왜 이다지도 어리석은가? 요귀가 분명한데도 그것을 천하에 둘도 없는 미인이라고 생각하여 혹하다니. 다른 여자의 미모를 탐냈기 때문에, 자기 아내까지도 미치광이의 가래침을 먹어가며 모욕을 참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빠지게 한다. 하늘은 반드시 인과응보를 내려주신다. 오직 어리석고 혹하기 쉬운 자만이 신의 섭리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우경(于璟)은 산동성 익도 사람이었다. 예천사(醴泉寺)라는 절에 묵으면서 학문에 힘쓰고 있었지만, 어느 날 밤 책을 읽으려니까 문득 한 여자가 창문 밖에서, "우 선생님, 글 읽기에 대단한 정력을 쓰십니다."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는 이렇게 깊은 산중에 여자가 있을 리 없다고 이상히 생각했는데, 여자는 이미 창문을 열고 웃는 얼굴로 방 안에 들어서며 또 "어지간히 열심히 하시네요!"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우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서보니 초록색 웃옷에 긴 치마를 입었고, 눈이 번쩍 뜨이는 미인이었다.



우경은 요귀가 틀림없으리라고 생각하며, 어디서 왔느냐고 끈덕지게 캐물었다. 여자는, "보시는 바와 같이 엄연한 사람이고 선생님을 잡아먹으려는 것도 아닌데, 그다지 까다롭게 내력을 묻지 않아도 되지 않겠습니까?"하고 대답했다.



우경은 그 여자가 마음에 들었고 여자 역시 마음이 동하여 마침내는 그날 저녁 잠자리를 같이하게 되었는데, 허리는 날씬하여 한 줌만치나 가늘었다. 날이 샐 무렵 그녀는 사라졌지만, 그로부터 매일 저녁 찾아오지 않는 날이 없었다.



어느 날 밤,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여러 가지 이야기 끝에 여자가 음악에 깊은 이해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는, "그대의 음성은 맑고 아름다우니 한 곡조 들려준다면 정녕코 영혼까지 빼앗길 것이오."하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웃으면서, "노래 같은 것을 부르지 않아도 당신의 영혼을 빼앗을 수 있을 것 같아요."하며 거절했다. 그래도 우경이 들려달라고 간청하자 그녀는 말했다. "제가 뭐 노래를 아껴서 그러는 것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이 들을 것을 염려해서 그러는 것이지. 당신이 꼭 노래를 들어야 하겠다면 한 곡 부르겠어요. 그러나 가는 목소리로 마음만 표현하겠으니 용서하세요."



그녀는 신발 뒤축으로 마루를 가볍게 디뎌 박자를 맞추며 노래했다.우경은 거미줄을 후려쳐서 그것을 땅에 떨어뜨리고 몸에 감기운 거미줄을 떨쳐주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초록색 벌이었는데 금세 숨이 끊어질 듯했다. 우경은 그 벌을 방 안으로 가지고 와서 탁자 위에 놓아두었다. 초록 벌은 얼마 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윽고 기어가기 시작하더니 조용히 벼루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 몸을 먹물 속에 담그더니 먹물을 적셔가지고 나와 탁자 위에 엎드린 채로 기어서 사(謝)라는 글자를 써놓고는 창밖으로 날아가버렸다. 그 뒤 그녀는 다시는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요재지이』에 실린 작품의 내용은 요괴를 주제로 한 것, 남녀의 자유로운 애정을 주제로 한 것, 과거제도의 폐단을 비판한 것, 그리고 당시 사회의 부패상과 탐관오리 등의 만행을 폭로한 것 등으로 대별할 수 있다. 그러나 요괴의 이야기를 묘사하면서도 그 형용이 지나쳐 상식의 정도를 잃은 것이 없었으며, 당시 백성들의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이 참을 수밖에 없는 고난 가득한 삶을 귀신이나 요괴의 힘을 빌려 좀더 나은 것으로 표현함으로써 당신 사람들의 소망을 대신 실현시켜주고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이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것이라 여겨진다.그 음성은 모기 소리만큼이나 가늘어서 겨우 알아들을 정도였다. 그러나 조용히 듣고 있으려니까, 지극히 세련되고 고저 장단이 맞아서 귀에 젖고 가슴에 스며드는 듯했다. 노래를 다 하자 여자는 창문을 열고 부근을 둘러본 다음, "창밖에서 누가 엿들은 것이 아닐까요?"하고 말하며, 밖으로 나가서 집을 한 바퀴 돌아본 다음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우경은 말했다. "그대는 어째서 그토록 주위를 경계하는 거요?" 그녀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속담에도 떳떳하고 진실한 사랑을 갖지 못하는 자는 언제나 마음을 두려워한다고 했지만 제가 그런 심정이에요."



이윽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여자는 퍽 근심스러운 모양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다정하게 지내주신 선생님의 사랑도 오늘로 마지막일는지 모르겠어요." 우경이 놀라서 그 까닭을 물었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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