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야기
나카 칸스케 지음 | 세시
새이야기
나카 칸스케 지음/신술래 옮김
세시/2002년 2월/280쪽/7,500원
꿩이야기 - 죽음으로 승화된 부성애
꿩은 그 자태의 화려함과 진기함 때문에 사람들에게 유별난 사랑을 받기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질투를 샀다. 불행과 행운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가 머리를 척 들고, 알록달록한 꼬리를 쫙 펴고, 위엄을 떨며 걸어나갈 때면 사람들은 물론 같은 새들조차도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모가지를 천천히 흔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말씀드리려는 이 이야기는 내 고향에서 옛날부터 전해 오는 이야기로 인간이 꿩으로 태어났던 이야기옵니다. 옛날 옛날 어느 곳에 장병이라는 매우 가난한 동네가 있었는데 그곳엔 한 줄기 산과 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곳엔 다리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해마다 홍수에 흔적도 없이 떠내려가 버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을 위해서도, 다른 마을을 위해서도 몸과 마을을 다하여 부족한 자재를 모으고, 지혜를 짜내고, ‘이번에야말 하고 장담을 하며 다리를 놓았지만 일단 큰 비만 오면 어김없이 마른 지푸라기처럼 떠내려갔습니다. 그래서 회의를 열고 마을 대표 두세 명이 장병에서 강물 조금 위쪽에 있는 수수리 마을, 암룡이라는 사당으로 점을 보러 갔습니다.
신주는 암씨라고 하는 쉰서너 살 된 사람이고 딸인 해님은 얼핏보아 약 열예닐곱 살 되어 보이는 무당이었습니다. 홀아비와 외동딸의 몸으로서 뱀 모양의 신을 모시고 있는 그들은 확실히 신에 가까운 자들이었습니다. 특히 암씨는 그 방면에 통달한 사람으로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었습니다. 대표들은 신주 앞에서 어설프게 무릎을 꿇고 앉아 어려움을 호소하였습니다.
그래서 해님이는 신전에 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무당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점점 더 격렬하게, 격렬하게, 그러더니 어페로 두세 번 상을 탕탕 치더니 무당은 벌떡 일어나서 그들을 향해 목청을 높여 소리를 치고는 쓰러져 숨이 끊긴 듯이 잠잠하였습니다. “어찌하여 산 제물을 바치지 않았는가. 사람으로 다리 기둥을 세워라. 통치마를 입고 지나가는 사람을 기둥으로 세워라.”
마을 사람들의 마음은 무겁고 어두웠습니다. ‘하지만 별도리가 없다. 이제와서 그만 둘 수는 없다. 신의 계시다!’ 괴로워하면서도 마을 사람들은 눈물을 머금고 일을 추진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계시는 원래 비밀이었지만 큰 비밀일수록 순식간에 새어나가기 마련이고 새어나가기 시작한 비밀은 그야말로 홍수처럼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로는 맑은 날씨가 계속되어 임시로 놓은 다리에 별 이상은 없었으나 소문이 퍼진 뒤로는 놀랍게도 다리를 건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장병 마을에는 이웃 사람들도 오지 않았으며, 마을 사람들은 불길한 생각이 들어 서로 교제도 할 수 없었습니다. 생활에도 지장을 주었습니다. “차라리 듣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신의 말씀을 듣고도 그냥 흘려버리면 더 나쁠 것 같으니 다시 한번 찾아볼까.” “맞어, 맞어. 다시 한번 신의 뜻을 확인해 보자.” 다시 해님의 신내림. 마을 사람들은 온 몸을 떨며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처음과 같았습니다. “통치마를 걸치고 지나가는 사람을 다리의 기둥으로 삼아라.”
마을 사람들은 비밀리에 통치마를 준비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그 사실도 소곤소곤 퍼져나가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을 붙잡지 못하게 되자 마을 사람들은 서로 의심하며 어둠 속의 괴물 같은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친형제끼리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런 일은 빠짐없이 수수리 마을의 암씨와 해님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그들은 날카로운 칼날에 몸을 베이는 것처럼 괴로웠습니다. 낮에는 환영으로, 밤에는 꿈으로 그들의 몸은 괴로움과 번민으로 야위어 갔으며, 마음은 병들고 피로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괴로워하는 동안에도 장병 마을의 불길한 소문은 새카맣게 전해져 왔습니다. 깊은 생각과 쓰라린 망설임 끝에 암씨는 자기 자신이 희생물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느 새벽에 해님이는 언제나처럼 꿈에 시달리다가 아버지를 찾으며 깨어났습니다. “왜 그러니, 또 꿈이냐. 좀더 자거라. 잠 못 자는 것처럼 나쁜 것은 없다. 오늘은 너에게 뱀풀을 달여주겠다.” 해님이는 그것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며칠 밤을 계속 불면으로 시달리던 그녀가 아무것도 모르고 계속 자다가 눈을 떴을 때는 벌써 해가 높이 솟아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버지를 찾았으나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보다 피로하다고 느끼는 순간 퍼뜩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습니다. 혹시 장병에!
그 날 아침 장병 마을 사람들이 눈을 반짝거리며 지켜보는 것도 모르고 삿갓을 쓰고 강물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래, 하고 펄쩍 달려나가 붙잡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삿갓을 벗겨보니 암씨였습니다. 통치마를 입고 있었습니다. “딸이 쫓아온다. 빨리 나를 묻어달라. 누군가 희생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하겠다. 그러면 모든 일이 다 끝난다. 내 딸을 부탁한다. 빨리, 빨리.”
마을 사람 중 한 사람이 암씨의 손을 잡고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머리를 젖힌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눈을 감는 사람, 흐느껴 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암씨는 사람을 찾듯이 잠깐 주위를 둘러보고는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스스로 구덩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필사적으로 소리치며 미친 듯이 뛰어오는 해님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빨리, 빨리.” 그는 질근질근 입술을 깨물면서 손을 올려 흙을 끼얹는 시늉을 하였습니다. “아버지를 묻지 말아요!” 달려온 해님이가 미친 듯이 허우적거리며 구덩이 위에 고개를 떨구었을 때 아버지의 머리는 막 흙으로 감춰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다리가 세워졌습니다. 아무리 비가 와도 이젠 논도 밭도 떠내려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암씨를 마을을 지켜주는 신으로 모시고 사당을 지었고, 해님을 도와주었으며, 교야라는 젊은이에게 시집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해님이는 아버지, 특히 맨 마지막으로 본 무참히 죽어간 아버지의 모습이 어른거려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몸저 누운 그녀는 남편의 극진한 간호 덕분으로 그럭저럭 가을을 넘기고 봄을 맞아 꽃이 필 무렵이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무렵 근처에 있는 삼나무 꼭대기에서 꿩의 울음소리를 들은 해님의 남편은 화살을 갖고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풀이 듬성듬성 난 풀숲에서 한 마리의 꿩을 발견하고 쏘아 맞추었습니다. 꿩은 가슴을 맞은 채 두세 번 퍼득이다가 그대로 죽어버렸습니다. 그 날 밤 해님이의 꿈 속에 아버지의 모습이 희미하게 나타나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하였습니다.
“해님아, 나는 자식을 생각하는 애착이 너무 심하여 산 속의 꿩으로 다시 태어났다. 어떡해서든지 너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으로 날아오다가 독수리에게 쫓겨 어깨뼈를 다쳐 불편한 몸이 되었다. 다행히 숨을 수가 있어서 살아났으나 그 후로는 다리만을 의지하며 살았다. 우리 꿩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이곳을 아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오직 서쪽으로 서쪽으로 온 긴 여행길에서 어려움에 어려움을 겹쳐 겪으며 끝내 이곳에 다다르게 되었다. 잠깐 만나봐야지 하고 너를 부를 참이었는데 소리를 낸 것이 나도 모르게 꿩의 울음소리를 내었고 결국 배에 화살을 맞고 죽어버렸다. 나는 이제 아무런 한도 없다. 해님아, 행복하게 살아라. 뿌리 없는 몽환이라고 생각되면 일어나서 찾아보거라. 나는 부엌의 기둥에 걸려 있다. 어깨뼈가 다친 것이 그 증거다.”
깜짝 놀라 깬 해님은 간신히 일어나 부엌으로 달려갔습니다. 기둥에 축 늘어진 꿩. 정말로 다친 한쪽 어깨뼈! 그 날 밤 그녀는 삼나무 가지에 목을 매고 죽었습니다.
가마우지이야기 - 숭고한 희생, 모성애
가마우지는 물 속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는 물새 중에서 가장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는 그의 위엄있고 짙게 요기를 띤 독특한 모습이 이곳에 모여 있는 새들 중에서도 유난히 그를 돋보이게 하였다. 새들은 그가 구부러진 커다란 부리로 어떤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 하며 소리를 죽이고 침을 삼켰다.
어느 여름날 오후 한낮에 산에 나무를 하러갔던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당나라 배다, 당나라 배다, 당나라 배다.”라고 마치 당나라 사람들이 쳐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마을 전체에 소란을 피우며 뛰어다녔습니다. 무사하다 못해 심심해 못 견디던 사람들에게 당나라 배의 출현은 마을 전체를 들썩거릴 정도로 대소동을 일으킬만 했습니다. 배는 돛을 활짝 펴고 미풍을 받으며 조용조용히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당나라 배는 해안 근처까지 힘차게 전진하는 것 같더니 갑자기 아교로 붙여놓은 듯이 머물러버렸습니다.
그때 바다 안쪽에서 '우-‘하고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울리더니 별안간 바다 전체에 풍랑이 일었습니다. “간조다!” 밀려오는 조수의 기세는 무시무시하였습니다. 물줄기는 큰 개울만큼 넓었습니다. 노 젓는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조수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당나라 배는 필사적으로 발 디딜 곳을 찾아 성난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육지를 향해 휩쓸려 오고 있었습니다. 엎어져 가라앉는 것은 시간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아차, 하는 순간에 이상하게도 조수가 잠시 느슨해지더니 파도가 잔잔해지고, 소용돌이가 풀리며, 바다 위로 평상을 되찾은 기분 좋은 미풍이 불어왔습니다. 그 기회를 타고 당나라 배는 새치다래 지느러미 같은 돛을 한껏 펴고 악몽에 시달리던 포구로부터 싸움에 진 소처럼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 후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가고 그 날의 기억이 차차 이야기가 되고 바닷가 사람들이 본래대로 안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즈음 한 사람의 나그네가 이곳 바닷가를 찾아왔습니다. 그 사람은 한 눈에 보아도 큰 도시에서 온 사람 같았습니다. 더구나 말하는 폼으로 보아 신분도 상당히 높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것이 마을 전체에 소문의 소용돌이를 일으켰습니다. 이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 곶마루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곶마루에 나타난 귀인은 해녀들이 쉬고 있는 모래사장으로 걸어와 한 아가씨에게 “그 바구니의 조개를 갖고 따라오너라.”고 말했습니다. 그 아가씨는 근처 마을에 살고 있었으며 이름은 나고라 하였습니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매우 온순한 아이였으므로 대답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며 일어나서 뒤꿈치를 들고 귀인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나고는 귀인의 분부가 있을 때마다 전복과 소라를 갖고 그를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해녀들은 그녀를 따돌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나고는 임신을 하였습니다. 나고는 이제 슬프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힘이 그녀를 몸 안으로부터 굳게 다잡아 주었습니다. 이 세상의 근심 걱정도, 쓰라림도 그대로 허공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자식에 대한 애정과 잘 길러 내야 한다는 정신력이 뭉클뭉클 솟아올랐습니다. 그녀는 짐승처럼 아주 쉽게 어린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녀는 이제 말할 수 없이 행복했습니다. 귀인의 아내, 그 아들의 어머니, 남편의 사랑은 바닷물처럼 따뜻하게 그녀를 감싸안았으며, 그녀의 사랑은 바닷물처럼 포근하게 자식을 얼싸 안았습니다.
꿈같은 세월이 흘러 어린아이가 젖을 뗄 무렵 어느 날 귀인이 정색을 하고 말했습니다. “이제까지 나는 궁궐에서 일을 하던 사람쯤으로 그대에게 말을 해 왔는데 사실 나는 대신이라는 신분에 있던 사람이오.” 당나라 황제가 왕에게 보내는 친필 편지와 선물인 보물을 싣고 당나라 배편으로 고국으로 돌아올 때 용신이 구슬을 빼앗기 위해 큰 소용돌이를 일으켜 배를 삼켜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구슬을 소용돌이 속에 던져 주고 목숨을 건졌던 것입니다. “나는 목숨을 버려서라도 구슬을 다시 찾지 않으면 안 되오. 하나밖에 없는 국보이므로 어떡해서든지 황제에게 갖다 바치지 않으면 안 되오. 그래서…안 됐지만 당신이 목숨을 걸고 그 구슬을 찾아주시오.”
나고는 그로부터 칠일 낮 칠일 밤을 탄식에 젖어 계속 울었습니다. 팔일 째 되는 날 아침 혼이 나간 모습으로 나고는 헛소리처럼 “대신의 말씀은 잘 알았습니다. 말씀대로 나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고 바다 밑바닥에 가서 구슬을 찾아오겠습니다. 나를 불쌍히 여기신다면 제발 이 아이를 나보듯이 생각하시고 잘 길러주십시오. 이것이 내 마지막 소원입니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날을 택하여 대사를 결행하게 되었습니다. 나고는 작별을 고하는 마을 사람들의 눈물 속에서 첨벙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으며, 양쪽 다리를 앞뒤로 높이 쳐들며 거꾸로 잠겨 들어갔습니다. 그것이 이 세상에 남긴 나고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그 날 용신은 그 구슬을 궁전에 장식해 놓고 용족을 불러 모아 향연을 베풀었습니다. 뜻밖의 침입자에 놀라 허둥대던 그들은 나고에게 구슬을 빼앗겼으나 나고는 결국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뱀의 성질을 가져 성품이 음탕한 용신은 “구슬은 이미 잃어버렸고, 그대를 죽이면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나에게 몸을 맡겨라. 하지만 싫다고 하면 그대의 남편과 자식의 목숨은 없어진다.” 나고는 할 수 없이 이를 악물고 용신의 말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종을 달리하는 생태계의 세계에서는 모든 일이 혐오스럽고, 싫고, 더러웠습니다. 단지 홀로 멀리 바다 건너편에 두고온 남편과 자식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위안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무심히 등 뒤로 손을 넣었다가 이상한 것이 잡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아직 부드럽기는 하지만 틀림없이 비늘이었습니다. 내가 변하다니! 나고는 앞뒤 가리지 않고 절규하였습니다. 불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매끄러운 살갗에 부스럼처럼 비늘이 돋아남에 따라 지상에서의 과거의 일이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이윽고 몸과 마음이 모두 용족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후 어느 만큼의 세월이 흘러 나고를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 세상으로 떠나고, 나고는 이야기 속의 나고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눈에도 신분이 높아 보이는, 큰 도시에서 온 듯한 사람이 유방곶 마루에 서서 깊은 생각에 젖어 바다를 보고 있는 것을 가마우지가 발견했습니다. “가마우지 여러분, 나는 유방곶 대신이오. 나의 아버지는 대신이고, 어머니는 이곳의 바닷가에 살고 있던 해녀였는데 귀중한 구슬을 되찾으려 용궁에 가신 후 소식이 없다는 이야길 들었다. 혹시 자네들 중 그 때 일을 아는 자가 있으면 숨김없이 이야기해다오.”
젊은 가마우지는 그때 나고와 함께 용궁에 갔던 가마우지 할아버지를 불러왔습니다. 가마우지 할아버지는 잠시 대신의 모습을 훑어보다가 인간이 눈물을 흘리듯이 몸을 떨며 머리를 흔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구슬 찾는 일이 결정되었을 때 어머님께서는 우리들에게로 오셔서 구슬을 되찾는 일에 동참해 줄 것을 청하셨고 결국 내가 그 일에 참가하였습니다. 옛날에 큰 소용돌이가 쳤던 곳이라 생각되는 곳에 배를 세우고 모두들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어머님과 우리는 바다 속에 뛰어들었고 몸과 마음이 멍해졌을 즈음 용궁 앞에 다다랐습니다. 그때 어머님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이 궁궐로 들어가서 구슬을 찾지 못하고 죽었는 줄 알아라. 만약 구슬을 찾아 이곳까지 도망올 수 있다면 구슬을 이 나무에 던지고 자기는 쫓아오는 자들과 맞서 싸울테니 그 틈을 놓치지 말고 구슬을 삼키고 달아나라.’고 말씀했습니다. 그리고서는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궁궐 안 쪽에서 어머님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미친 듯이 달려오셔서는 구슬을 던지고 용의 패거리와 맞서 싸우셨습니다. 그 모습이 마지막으로 나는 구슬을 물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왔습니다.”
가마우지 할아버지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유방곶 대신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끊을 수 없어 관음보살에게 어머니를 한번 만나게 해달라고 마음 속 깊이 기도했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관음보살이 조용히 손을 펴시며 “네가 죽은 어머니를 만나고 싶으면 이 연꽃 봉오리를 바다 밑바닥에 던져라.”하시는 말씀이 들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