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결의 -삼국지연의 제1편-
나관중 지음 | -
도원결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제1편
나관중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유비: 자는 현덕, 한나라 황실의 후예다. 관우, 장비와 도원에서 형제의 의를 맺고 황건적을 치러 나간다. 북평태수 공손찬의 추천으로 평원현령이 되며, 동탁을 치기 위해 17로의 제후들이 연합했을 때 그의 막하로 들어가 공을 세운다.
관우: 자는 운장, 별칭 미염공, 관공. 의기의 화신으로 삼국지 최고의 명장. 현덕 수하의 일개 마궁수로 연합군에 참여하여, 술이 식기도 전에 동탁의 부장 화웅의 목을 베어온다.
장비: 자는 익덕. 관우와 함께 유비를 도와 촉한 성립에 크게 기여한 맹장. 성격이 불 같아 현덕을 욕보이던 독우를 끌어다가 매질을 한다.
동탁: 자는 중영. 한말 환관들의 난으로 혼란한 틈타 정권을 잡고 온갖 전횡을 일삼는다. 포악무도한 성격으로 왕윤의 연환계에 걸려들어 양아들 여포에게 살해된다.
여포: 자는 봉선. 힘이 장사로 대적할 이가 없다. 호뢰관 싸움에서 유비 3형제가 한꺼번에 대적했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신의가 없는 인간으로, 적토마에 매수되어 양부 정원을 배반하더니 다시 미인계에 빠져 동탁을 배신한다.
원소: 자는 본초. 4대째 정승을 배출한 최고 명문 집안의 출신. 17로 제후들의 맹주였으며 당시 가장 실력 있고 유력한 존재였다.
조조: 자는 맹덕. 본래는 하후씨. 권모술수와 임기응변에 능한 난세의 간웅. 동탁을 죽이려다 실패하고 그를 타도하기 위해 17로 제후들을 불러모았다.
손견: 자는 문대. 17로의 하나로 동탁을 치러 나섰다가 옥새를 얻고 강동으로 돌아가 제왕이 되려는 야망을 품는다. 그러나 형주자사 유표와의 싸움에서 져 37세의 아까운 나이로 죽는다.
왕윤: 자는 자사. 한나라의 중신. 가기 초선을 시켜 동탁과 여포의 사이를 갈라놓고 동탁을 죽이는 데 성공하나 다시 그 수하들에게 죽음을 당한다.
초선: 왕윤의 집에서 노래하는 기녀. 절세 미인. 자신을 친딸처럼 대해준 왕윤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몸을 바쳐 나라를 구하기로 결심하고, 미인계로 동탁과 여포를 농락하여 결국 여포로 하여금 동탁을 죽이게 한다. 동탁이 죽은 후에는 여포의 첩으로 지냈다.
난세의 영웅
무릇 천하는 나뉜 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 지 오래면 반드시 나뉘어지는 법이다(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 『삼국지연의』 맨 앞의 첫 구절). 때는 한나라 말기, 당시 중국의 임금이던 환제가 충신들을 내치고 환관들을 중용하면서 나라의 정치는 점차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후 영제 때에 이르러 '십상시'라 불리는 열 명의 환관들이 한 패거리가 되어 온갖 나쁜 짓을 다하니 천하의 민심은 더욱 어지러워지고 도처에서 도적떼가 일어났다.
당시 하북 땅에는 장각, 장보, 장량이라는 3형제가 있었는데, 어느날 산 속에서 만난 한 노인으로부터 비서를 받고 그것을 익혀 바람과 비를 부릴 수 있는 재주를 갖게 되었다. 이들은 나라에 전염병이 돌자 사람들의 병을 치료해주면서 한나라가 곧 망할 것이라는 말을 퍼뜨려 민심을 크게 현혹시켰다. 그러다가 마침내 반란을 일으키니 사방의 백성들이 머리에 황색 두건을 두르고 그들을 따라 일어났다. 황색 두건은 장씨를 뜻하는 것으로, 사람들은 이들을 가리켜 황건적이라 불렀다.
한편 황건적의 한 무리가 유주 땅을 침범하니 유주의 태수 유언은 방을 내붙이고 의병을 모집했다. 이 유주 땅의 탁현이란 마을에는 한 영웅이 살고 있었는데, 이 사람으로 말하면 글읽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나 천성이 너그럽고 말수가 적으며 희로애락을 얼굴에 나타내는 법이 없었다. 그는 평소 큰 뜻을 품고 천하의 호걸들과 사귀기를 좋아했다. 키는 8척이요, 두 귀는 어깨까지 늘어지고 두 손은 무릎까지 내려오며, 눈꼬리가 길어 제 귀를 볼 수 있을 정도고, 반듯한 얼굴에 입술은 마치 연지를 칠한 듯했다. 그는 한나라 황실의 후예로서, 성은 유씨요, 이름은 비, 자는 현덕이었다.
유비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를 섬겼는데, 집이 가난하여 미투리를 삼고 돗자리를 쳐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당시 유비의 나이는 스물여덟, 의병을 모집하는 방을 보고 탄식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웬 사람이 큰 소리로 말했다.
“대장부가 나라를 위해 힘을 내려 하지는 않고 웬 한숨이오?”
유비가 고개를 돌려보니, 그는 키가 8척에 얼굴은 표범 같고, 땡그런 고리 눈에 제비 턱, 호랑이 수염을 하고 있으며 목소리는 우레 같고 기세는 달리는 말과 같았다. 유비가 성명을 물으니 그가 대답했다.
“내 성은 장이고 이름은 비, 자는 익덕이오. 대대로 이 탁현에 살아왔소. 밭도 얼마간 가지고 있으나 지금은 술과 돼지를 잡아 팔고 있소.”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함께 주막으로 가 술을 마셨다. 그때 기골이 장대한 웬 사내가 주막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어이 주모, 여기 술 좀 빨리 주오. 의병에 지원하러 지금 성안으로 들어가는 길이오.”
그는 9척 장신에 구레나룻 수염이 두 자 길이요, 얼굴은 잘 익은 대추 빛에 눈썹이 짙고 실로 위풍이 당당했다. 유비가 합석을 권하며 성명을 물으니 그가 대답했다.
“내 성은 관이고 이름은 우, 자는 운장이오. 고향은 본시 하동이나 그곳 토호놈이 사람을 업신여기기에 그놈을 죽여버리고 강호를 떠돌다가 이곳에서 의병을 모집한다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왔소.”
유비는 몹시 기뻐하며 자신의 뜻을 이야기했다. 마침내 의기가 투합된 세 사람은 아예 장비네 집으로 자리를 옮겨 그 뒤뜰인 도원(桃園)에서 형제의 의를 맺고 함께 대사를 도모하기로 결정했다. 셋은 함께 제를 올리며 비록 한 날 한 시에 태어나지는 못했어도 한 날 한 시에 죽기를 맹세하고, 유비, 관우, 장비의 순으로 형제가 되었다.
이들은 곧 마을의 용사들을 모았는데, 이때 마침 그곳을 지나던 큰 상인이 그들의 뜻을 의롭게 여겨 말 50필과 금은 등을 내주었다. 유비는 이것으로 이름난 대장장이를 불러 자기에게는 쌍고검을, 관우에게는 청룡언월도를, 장비에게는 장팔사모를 만들어주도록 했다. 이윽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세 사람은 태수 유언에게 나아가 유주 땅을 침범한 황건적의 일당들을 크게 무찔렀다. 그리고 다시 청주, 영천 등지로 나가 장씨 형제가 이끄는 주력부대를 공격하면서 황건적 토벌에 큰 공을 세웠다.
마침내 황건적이 토벌되자, 조정에서는 공을 세운 장수들에게 각기 벼슬을 내려주었다. 그러나 유비는 특별한 연줄이 없는지라 아무런 벼슬도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참 만에야 중산부 안희현이라는 곳의 현위라는 말단 관직을 얻게 되었다.
유비가 안희현에 부임한 지 넉 달이 못되었을 때 상부 관청의 독우(감찰관에 해당하는 관직)가 시찰차 이곳에 이르게 되었다. 유비가 나가 그를 공손히 맞았으나 독우는 매우 거만한 자세로 유비를 윽박질렀다. 그래도 유비가 뇌물을 내놓지 않자 그는 현리(현위 밑의 말단 관리)들을 잡아다가 유비의 잘못을 대라고 몰아치기 시작했다. 마을 백성들이 달려가 간청을 했으나 독우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를 본 장비가 크게 노하여 고리 눈을 부릅뜨고 독우에게로 뛰어들어갔다.
“이 나쁜 도적놈아, 내가 누군지 아느냐?”
독우가 미처 입을 떼기도 전에, 장비는 와락 달려들어 그의 머리칼을 거머쥐고 관아 밖으로 끌고 나왔다. 그리고는 말뚝에 묶어놓고 버들가지로 다리를 후려쳤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유비가 달려오자 독우가 애걸을 한다.
“아이구, 현덕공. 제발 나 좀 살려주오!”
유비는 본디 인자한 사람이므로 더 매질을 못하게 장비를 꾸짖는데, 관우가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형님께선 큰 공을 허다하게 세우고도 겨우 현위밖에 못하셨는데, 이번에 도리어 독우에게 욕만 보이지 않으셨습니까? 제 생각에 가시덤불은 절대 봉황이 깃들 곳이 아니니 독우를 죽여버린 다음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달리 원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유비는 인수(관직에 나아갈 때 받는 도장 끈)를 끌러 독우의 목에 걸어주고 엄하게 꾸짖었다.
“백성들을 못살게 구는 너 같은 놈은 본시 죽여버려야 마땅하지만, 이번엔 목숨을 살려주마. 이제 인수를 돌려주었으니 나는 이 길로 떠나리라.”
이리하여 세 형제는 대주 땅의 태수인 유회를 찾아가 몸을 의탁했다. 유회는 유비가 같은 한나라 왕실의 종친임을 알고 자기 집에 숨겨주었다.
십상시의 난
한편 황건적이 토벌되고 더욱 권세를 쥔 십상시들은 전보다 더욱 전횡을 일삼았다. 나라의 정치는 계속 썩어만 가고 백성들의 원성은 날로 높아졌다. 이때 황제인 영제는 병을 얻어 위중한 상태였는데, 그 후사를 정하는 문제를 놓고 하후와 동태후간의 갈등이 빚어졌다.
하후는 본래 백정 집안 출신으로 궁중에 들어와 귀인이 되었는데 황자 변을 낳아 황후로 책봉되는 바람에 권세를 잡게 되었다. 한편 영제는 또 다른 후궁인 왕미인을 총애하여 황자 협을 낳았는데 하후가 시샘하여 왕미인을 독살하자, 협을 자신의 생모인 동태후의 궁에서 살게 했다.
동태후는 전부터 영제에게 협을 태자로 세울 것을 권고해왔고, 영제 또한 협을 편애하여 그럴 의향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영제의 병세가 더욱 위독해지자 십상시의 하나인 건석이 아뢰었다.
“폐하께서 황자 협을 태자로 책립하려 하신다면 먼저 대장군 하진을 죽여 후환을 없애십시오.”
대장군 하진은 바로 하후의 오빠다. 영제는 그 말을 옳게 여겨 당장 하진을 불러들이게 했다. 그러나 하진은 건석의 계략이 있음을 알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이때 사례교위 벼슬에 있던 원소가 하진에게 말했다.
“이틈에 환관들을 죽이고 조정을 깨끗이 하십시오.”
그때 마침 영제가 세상을 떠나자 하진과 원소는 병사들을 이끌고 황궁으로 들어가 영제의 관 앞에서 황자 변을 옹립하여 제위에 오르게 했다. 그리고 건석을 잡아죽이니, 다급해진 십상시들은 하태후(아들 변이 황제가 되었으므로 태후가 됨)를 찾아가 애원하여 간신히 목숨을 보존했다.
원소는 계속해서 그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하진은 환관들에게 넘어간 하태후의 만류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궁여지책으로 다른 지역의 장군들을 끌어들여 남은 십상시들을 제거하기로 한다.
한편 전장군 오향후 서량자사인 동탁은 지난날 황건적을 칠 때 공을 세우지 못하여 죄를 치를 뻔했으나 십상시들에게 뇌물을 써 요행히 면한 후 다시 조정의 권신들과 결탁하여 높은 벼슬에 올라 있었다. 그는 서량 땅의 대군 20만을 거느리고 있으면서 늘 불충한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마침 십상시들을 제거하자는 하진의 밀조를 받자 더없이 기뻐하며 군마를 이끌고 도성으로 향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십상시들은 미리 손을 쓰기로 하고 하태후를 꼬드겨 하진을 궁 안으로 불러들였다. 원소 등이 이를 말렸으나 하진은 경솔하게 혼자 궁에 들어가다가 매복한 병사들에게 무참히 살해되었다.
한편 궁 밖에 있던 원소는 아무리 기다려도 하진이 나오지 않자 아예 군사를 이끌고 궁전 안으로 들어가 환관들을 닥치는 대로 죽여버렸다. 십상시의 우두머리인 장양은 어린 황제와 진류왕(황자 협을 가리키는 것임. 태자 변이 황위에 오른 뒤 황자 협은 진류왕에 봉해짐)을 재촉해서 연기와 불길 속을 뚫고 나가 밤새도록 도망쳤다. 그러나 곧 뒤에서 함성이 일며 군사들이 쫓아오자 사세가 급한 것을 보고 강물에 몸을 던져 죽어버렸다.
황제와 진류왕은 아직도 뭐가 뭔지 알지 못하고 겁에 질려 강변의 풀숲에 엎드려 있었는데, 군사들이 지나간 후 숲에서 나와 길을 헤매다가 한 장원(큰 농가)에 이르게 됐다. 장원의 주인은 그들이 금상폐하와 진류왕인 것을 알고 깜짝 놀라 안으로 모셔다가 정성껏 대접했다.
동탁의 횡포
한편 장양을 뒤쫓던 장수와 병사들은 마침내 장원으로 피신해 있던 황제를 찾아내고는 모두들 목을 놓아 통곡했다. 그리고는 속히 행장을 수습하여 황궁으로 돌아오는데, 문득 저 멀리서 수많은 깃발이 해를 가리고 먼지가 자욱히 일더니 한 떼의 군사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를 본 황제는 몸이 떨려 말도 못하고, 오히려 옆에 있던 진류왕이 나서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서량자사 동탁이오.”
“당신은 어가를 호위하러 왔소, 아니면 겁탈하러 왔소?”
“어가를 호위하러 왔소.”
“어가를 호위하러 왔다면 천자께서 여기 계신데 어찌하여 말에서 내리지 않소?”
이 말에 동탁은 크게 놀라 황망히 말에서 뛰어내려 땅바닥에 엎드렸다. 그러자 진류왕이 곧 좋은 말로 그를 위로하는데 시종 일언반구도 실수가 없다. 동탁은 속으로 매우 기특하게 여기며 이때 이미 폐립(임금으로 옹립한 것을 폐함)의 뜻을 품게 되었다.
이리하여 황제와 함께 도성으로 들어온 동탁은 성밖에 군사를 주둔시켜 놓고, 매일 철갑기병들을 거느리고 성안으로 들어와 거리를 휘젓고 다녔다. 백성들은 모두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동탁은 조금도 거리낌없이 궁중을 마치 제 집 드나들 듯했다.
그러던 어느날 동탁은 온명원에 백관들을 모아놓고, 황제를 폐하고 새로 진류왕을 옹립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형주자사 정원 등의 반대에 부딪혀 바로 이 일을 행하지는 못하는데, 이는 정원의 양아들인 여포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여포는 자가 봉선으로, 힘이 세고 용맹하기가 천하에 대적할 이가 없었다.
이때 여포와 동향사람인 이숙이란 자가 나서서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 적토마로 여포를 매수하라 하니, 동탁은 적토마와 황금 1천 냥, 명주 수십 필을 여포에게 보낸다. 이를 받은 여포가 마침내 정원의 목을 벤 후 동탁을 찾아와 양자가 되기를 자청하니, 동탁은 세상에 거리낄 것이 없었다. 이에 다시 백관들을 모아놓고 황제의 폐립을 선포하자, 원소마저 기주로 떠난 마당에 감히 그를 거스를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리하여 진류왕 협은 황제로 등극하여 제호를 헌제라 하니 그의 나이 겨우 아홉 살이었다. 한편 폐위를 당한 변은 흥농왕으로 강등되어 하태후 등과 함께 영안궁에 감금되었다.
하루는 흥농왕이 울적한 마음에 시를 한 수 읊었는데, 늘 그곳의 동정을 염탐하던 동탁이 그 시를 듣고,
“원망하는 마음으로 이 시를 지었으니 죽음을 당해도 싸다.”
그러더니 수하인 이유를 시켜 흥농왕을 죽였다. 동탁은 그 시신을 성 밖에서 장사지내게 하고, 그때부터 밤마다 궁중에 들어가 궁녀들을 간음하고 용상에서 잠을 잤다.
조조의 칼
한편 기주로 떠난 원소는 동탁이 함부로 권력을 휘두른다는 말을 듣고 사람을 시켜 사도 왕윤에게 동탁을 치자는 내용의 밀서를 보냈다. 왕윤은 밀서를 받아보고 깊이 생각해보았으나 도무지 좋은 계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루는 몇몇 조정의 신하들을 초대하여 술을 마시며 시국을 한탄하는데, 효기교위인 조조가 나서서 동탁의 머리를 베어오겠다고 한다. 왕윤이 무슨 방도가 있는지를 묻자 조조가 말했다.
“근자에 제가 몸을 굽혀 동탁을 섬긴 것은 기회를 엿보아 그를 없애기 위한 것입니다. 지금은 동탁이 저를 상당히 믿어주므로 저에겐 그를 가까이할 기회가 많습니다. 듣자하니 사도께 보검이 한 자루 있으시다는데 그걸 빌려주신다면 제가 동탁을 찔러 죽이겠습니다.”
왕윤이 몹시 기뻐하며 손수 술을 따라주었다. 그리고는 보검을 내어다가 그에게 주었다. 조조는 칼을 품안에 간직하고 술을 마신 다음 곧 몸을 일으켜 나갔다.
그렇다면 이 사람, 조조는 누구인가? 그는 초군 사람으로 자가 맹덕이다. 그의 아버지 조숭은 본래 성이 하후였는데, 환관인 조등의 양자로 들어갔기 때문에 조씨 성을 갖게 되었다. 조조는 어려서부터 권모술수와 임기응변에 능했다. 그에게는 숙부가 하나 있었는데, 그는 조조가 너무 방탕한 것을 보고 못마땅하게 여겨 조숭에게 곧잘 일러바치곤 했다. 그러자 조조는 문득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