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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3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 고전문학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표도로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제9부 예심



1.


표트르 일리치 페르호친은 맹렬하게 대문을 두드린 끝에야 과부 모로조프의 집에 들어설 수 있었다. 두 시간 전의 공포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한 페냐는 그 격렬한 노크 소리에 드미트리가 다시 돌아온 줄 알고 기겁했지만, 이내 표트르를 안으로 들였다. 그는 페냐에게서 결정적인 사실을 확인했다. 드미트리가 그루셴카를 찾아 나설 때 절굿공이를 들고 나갔으며, 돌아왔을 때는 그것이 사라지고 손에는 피가 흥건했다는 것이다. “피가 뚝뚝, 뚝뚝 떨어졌어요!” 페냐는 공포에 질려 외쳤지만, 이는 그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과장이었다. 그러나 표트르는 자신의 눈으로 그 피 묻은 손을 보았고, 직접 씻겨주기까지 했다.

페냐는 또한 드미트리가 돌아와서 “사람의 피”이며, “방금 사람을 죽였다”고 고백했다고 증언했다. 이 끔찍한 증언들은 표트르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었다. 드미트리는 아버지의 집으로 갔음에 틀림없고, 그곳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는 당장 경찰서장에게 가기로 마음먹었지만, 그전에 한 가지 사실을 더 확인해야만 했다. 바로 3천 루블의 출처였다.

그는 체면을 구길 것을 각오하고, 밤 11시에 호흘라코프 부인의 집으로 향했다. 스캔들을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그였지만, 그의 내면에서 타오르는 불안감은 이성을 마비시켰다. 그는 무례를 무릅쓰고 끈질기게 면회를 요청했고, 마침내 격분한 상태의 부인을 만날 수 있었다. “대체 언제까지 그 끔찍한 남자 때문에 시달려야 하나요!” 그녀는 히스테릭하게 소리쳤다. 드미트리가 세 시간 전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것이다. 표트르가 드미트리의 피 묻은 손과 3천 루블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의 분노는 공포로 바뀌었다. “맙소사! 그가 아버지를 죽였군요! 저는 돈을 준 적이 없어요, 절대로!”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두 손을 마주 잡았다.

부인은 드미트리가 자신에게 침을 뱉고 뛰쳐나갔다고, 자신이 목에 걸어준 성 바르바라의 성상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고 횡설수설했다. 그녀는 이 모든 일을 예견했다며 자신의 특별한 능력에 대해 떠들어댔지만, 표트르는 침착하게 경찰서장에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인은 그의 현실적인 판단력에 감탄하며, 자신이 돈을 주지 않았다는 내용의 메모를 써주었다. “이 불행한 남자에게 돈을 빌려준 적이 없음. 신께 맹세함.”

표트르는 마침내 그 집을 빠져나왔다. 이상하게도, 그는 충동적이고 수다스러운 부인에게 나쁘지 않은 인상을 받았다. 이 기이한 만남은, 훗날 그의 출세 가도에 결정적인 초석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발걸음은 오직 한 곳, 경찰서장을 향하고 있었다. 도시 전체를 뒤흔들 비극의 서막이, 그의 손에 들린 작은 메모와 함께 열리고 있었다.

2.


미하일 마카로비치 마카로프, 우리 읍의 경찰서장은 은퇴한 중령으로, 너그럽고 사교적인 성품 덕분에 모두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었다. 그의 집은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였고, 때로는 읍내의 모든 유지들이 모여 춤을 추는 사교의 중심지였다. 그는 행정 업무에는 다소 어두웠지만, 군인 특유의 호탕함으로 모든 것을 덮었다. 바로 그날 밤, 운명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사건의 모든 주요 인물들을 그의 집으로 불러 모았다. 예심판사 니콜라이 파르페노비치 넬류도프, 검사 이폴리트 키릴로비치, 그리고 의사 바르빈스키까지.

페르호친이 경찰서장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모두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했다.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살해당했고, 범인은 그의 아들 드미트리라는 끔찍한 소식이 이미 도착해 있었던 것이다. 비극의 발견은 늙은 하녀 마르파에게서 시작되었다. 간질 발작을 일으킨 스메르댜코프의 비명에 잠에서 깬 그녀는, 남편 그리고리가 침대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정원으로 나갔다가 피투성이로 쓰러져 신음하는 그를 발견했다. “그놈이… 아버지를 죽였어….” 그리고리는 힘겹게 속삭였다. 마르파는 열린 창문 너머로, 바닥에 쓰러져 피에 젖은 채 미동도 없는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시신을 목격하고는 비명을 지르며 이웃에게 달려갔다.

이웃 마리야 콘드라치예브나는 여덟 시경, 정원에서 “아비 죽인 놈!”이라는 끔찍한 비명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것은 그리고리가 드미트리의 다리를 붙잡으며 외친 마지막 절규였다. 소식을 들은 경찰서장 일행은 즉시 행동에 나섰다. 그들은 표도르의 집에서 갈기갈기 찢긴 채 비어 있는, “나의 천사 그루셴카에게, 만약 와준다면”이라고 적힌 3천 루블짜리 돈 봉투를 발견했다. 정원에서는 범행 도구로 보이는 놋쇠 절굿공이가 발견되었다.

페르호친의 증언은 결정적이었다. 드미트리가 권총을 장전하며 새벽이 오기 전에 자살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그리고 “너희는 늦을 것”이라고 비웃었다는 사실은, 당국으로 하여금 서둘러 모크로예로 향하게 만들었다. “미친놈들은 다 그렇지. ‘내일 죽을 테니, 오늘 밤은 실컷 놀아보자!’는 식이지.” 검사는 흥분해서 외쳤다. 그들은 드미트리가 자살하기 전에 체포하기 위해, 농촌 경찰 마브리키를 먼저 모크로예로 급파했다. 그는 드미트리 모르게 여관 주인에게만 사실을 알리고 잠복했다. 새벽녘, 경찰서장과 검사, 예심판사가 두 대의 마차에 나눠 타고 모크로예에 도착했다. 의사는 스메르댜코프의 상태가 “과학적으로 흥미롭다”며, 그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마을에 남았다.

3.


“나는 결백합니다! 아버지의 피에 대해서는 결백합니다!” 드미트리는 광기 어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절규했다. “그를 죽이려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아니란 말입니다!”

그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그루셴카가 커튼 뒤에서 뛰쳐나와 경찰서장의 발치에 몸을 던졌다. 그녀는 눈물로 범벅이 된 채, 두 손을 모아 뻗으며 울부짖었다. “제 탓입니다! 모두 제 탓이에요! 제가 그를 고문하고, 이 지경으로 몰고 갔습니다! 죽은 노인 역시 제가 제 사악함으로 괴롭혔습니다. 제가 가장 큰 죄인입니다!” 그러자 경찰서장은 분노하여 그녀를 “독사”, “창녀”라 부르며 손으로 위협했지만, 검사와 예심판사는 그의 비전문적인 태도를 질책하며 황급히 제지했다. “이건 절차에 어긋납니다! 사건을 망치고 계십니다!”

“저희를 함께 심판해주세요! 죽음이라도 함께하겠습니다!” 그루셴카의 절규에, 드미트리 역시 그녀의 곁에 무릎을 꿇고 그녀를 필사적으로 끌어안았다. “이 여자는 아무 죄가 없습니다!” 그는 여러 명의 사내들에게 끌려가면서도 외쳤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맞은편에는 예심판사 니콜라이 파르페노비치가 앉아 있었다. 드미트리는 그 끔찍한 순간에, 이상하게도 판사의 손가락에 끼워진 자수정과 빛나는 황색 보석 반지에 온 정신을 빼앗겼다. 그는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다른 늙은이, 그리고리의 피에 대해서는 죄책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아버지를 죽인 자는 누구입니까? 내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바로 그때, 검사가 그리고리가 살아있다는 기적 같은 소식을 전했다. 드미트리의 얼굴은 순식간에 환희로 빛났다. “살아있다고요? 살아있단 말입니까?” 그는 두 손을 번쩍 들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 죄인을 위해 기적을 행하셨군요!” 그는 밤새 드렸던 기도가 응답받았음을 느끼며 성호를 그었다. 그는 그리고리가 자신을 어릴 적 업어 키웠던,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고 흐느꼈다. 그 소식에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 자신감을 되찾고 심문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결백하기에, 이 모든 소동은 금방 끝날 것이라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돈 문제, 질투,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버지의 인격에 깃든 “신성한 모든 것을 짓밟는, 비열하고 파렴치한 무언가” 때문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그루셴카를 위해 베개 밑에 숨겨두었던 3천 루블을 자신의 돈으로, 도둑맞은 재산으로 여겼다고 대담하게 진술했다. 그는 자신이 명예를 갈망하는 ‘명예의 순교자’이지만, 평생 추잡한 짓만 저질러왔다고 고백하며 고통스러워했다. “이제 그가 죽고 나니, 내가 그를 그렇게 미워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그때, 격리된 방에서 그루셴카의 비통한 울부짖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드미트리는 그녀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지만, 제지당했다. 잠시 후, 경찰서장이 돌아와 그루셴카를 진정시켰다고, 그녀가 그의 무죄를 위해 방해가 되지 않도록 얌전히 기다리겠다 했다고 전했다. 인정 많은 경찰서장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 말에 드미트리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천사의 마음을 가졌지요! 그녀는 제 마음의 여왕입니다. 제 빛이고, 제 성소입니다.” 그는 행복한 눈물을 흘리며, 명예로운 신사들 앞에서 자신의 모든 영혼을 열어 보일 준비가 되었다고 선언했다.

“자, 여러분. 제 영혼을 뒤지거나 사소한 것으로 저를 괴롭히지 마시고, 사실에 대해서만 물어주십시오. 그러면 즉시 끝낼 수 있을 겁니다. 쓸데없는 이야기는 집어치우시오!”

4.


심문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예심판사 니콜라이 파르페노비치는 안경을 벗어 던지고, 만족감에 빛나는 눈으로 드미트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상호 신뢰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피의자가 자신을 변호하고자 할 때 이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드미트리는 그 말에 고무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방해받지 않고 한 번에 털어놓게 해달라고 흥분해서 외쳤다. 그러나 판사는 그의 말을 끊고, 어제 페르호친에게 권총을 맡기고 10루블을 빌린 사실부터 물었다. 검사와 예심판사는 드미트리가 돈이 한 푼도 없던 상태에서 거금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그의 어제 하루 일과를 아침부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드미트리는 처음에는 유쾌하게 응수하며, 이틀 전 삼소노프에게 3천 루블을 빌리러 갔던 이야기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검사가 그 돈이 왜 필요했냐고 묻자, 드미트리는 폭발했다.

“오, 여러분! 그런 사소한 것까지 따지기 시작하면 책 세 권으로도 모자랄 겁니다!” 그는 이내 자신의 무례함을 사과하면서도, 그들의 심문 방식이 “농부나 속이는 진부한 수법”이라며 조롱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고귀한 혈통과 명예를 공유하는 신사로 대하며, 이 고통의 순간에 최고의 친구가 되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니 그 사소하고 교활한 질문들은 집어치웁시다! 그러지 않으면 끝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검사는 3천 루블이 왜 필요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철회하지 않았다. 드미트리는 “명예를 위한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고 말했지만, 누구에게 진 빚인지는 끝까지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것은 제 사생활이며, 누구의 침해도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검사는 그의 거부를 조서에 기록했다.

드미트리는 삼소노프에게 조롱당한 이야기, 시계를 6루블에 전당 잡히고 랴가비를 찾아갔던 처절한 여정, 그리고 그루셴카에 대한 질투심에 불타올랐던 순간들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그는 자신의 가장 내밀한 감정을 “대중” 앞에 드러내는 치욕을 부끄러워하면서도, 진실을 말하기 위해 수치심을 극복했다. 그러나 수사관들의 차갑고 냉정한 시선은 그의 영혼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는 호흘라코프 부인을 찾아가 “누군가를 죽여서라도 3천 루블을 구하겠다”고 생각했던 순간을 고백했고, 그 말은 즉시 조서에 기록되었다. 마침내 그가 그루셴카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버지의 정원으로 달려갔던 순간을 이야기하려 할 때, 예심판사가 놋쇠 절굿공이를 꺼내 보였다.

“이 물건을 아십니까?” 드미트리는 어두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개를 쫓거나, 어두워서, 혹은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것을 집어 들었다고 횡설수설했다. 그의 분노가 폭발했다. “당장 이렇게 적으시오! ‘나는 아버지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머리를 내려치기 위해 절굿공이를 들었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그는 사냥꾼에게 쫓기는 늑대처럼, 자신의 영혼이 그들에게 농락당하고 있다고 절규했다. “이건 꿈이 아닙니다, 여러분. 이건 현실입니다! 나는 늑대고, 당신들은 사냥꾼입니다. 자, 사냥을 시작하시죠!”

5.


드미트리는 정원으로 뛰어들었던 순간부터의 모든 것을, 단 하나의 세부 사항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침울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담을 넘고, 창가로 다가가고, 그루셴카가 아버지와 함께 있는지 확인하려 했던 그 순간의 모든 감정을 명확하고 정확하게 묘사했다. 그러나 수사관들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침묵으로 그의 말을 들을 뿐이었고, 그들의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저놈들이 화가 단단히 났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마침내 아버지가 창밖을 내다보는 것을 보고 증오심에 불타 절굿공이를 꺼내 들었던 순간에 이르자, 그는 의도적으로 말을 멈췄다. 예심판사가 “그리고 그 다음은요?”라고 묻자, 그의 내면에 억눌려 있던 모든 분노가 격렬하게 폭발했다. “그 다음? 그 다음은 내가 그를 죽였지…. 머리를 내리쳐서 두개골을 박살 냈지…. 당신들의 이야기는 그거 아닌가!” 그의 눈은 불꽃처럼 타올랐다. 예심판사가 “당신 이야기는요?”라고 되묻자, 그는 한참의 침묵 끝에 나직이 입을 열었다.

“내 이야기는… 이렇소. 누군가의 눈물이었는지, 어머니의 기도였는지, 아니면 선한 천사가 내게 입 맞추었는지 모르겠지만, 악마는 패배했소. 나는 창문에서 도망쳐 담장으로 달려갔소.” 그는 수사관들의 얼굴에 떠오른 불신을 읽고 조소했다. “지금 나를 비웃고 있군! 늙은이가 머리가 깨져 죽어 있는데, 나는 극적으로 살인을 결심했다가 갑자기 창문에서 도망쳤다? 소설 같은 이야기지! 시적이야! 누가 그런 말을 믿겠소. 하! 이 조롱꾼들아!”

바로 그때, 검사가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 “도망칠 때 정원 문이 열려 있었습니까?” “아니, 닫혀 있었소.” “닫혀 있었다고요?” “그렇소. 누가 열 수 있었겠소?” “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범인은 의심할 여지 없이 그 문으로 들어와 범행을 저지르고, 같은 문으로 나갔습니다.”

드미트리는 망연자실했다. “그건 절대 불가능합니다! 나는 들어가지 않았소. 문은 내가 정원에 있는 내내 닫혀 있었단 말이오!” 그는 자신과 스메르댜코프, 그리고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 신호에 대해 격렬하게 설명했다. 아버지는 그 신호 없이는 누구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수사관들은 그가 “그루셴카가 왔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검사는 스메르댜코프가 범인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시했지만, 드미트리는 비웃었다. 그는 처음부터 스메르댜코프를 의심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지웠다고 했다. “스메르댜코프는 비겁하고 심약한 자요. 닭의 심장을 가진, 세상의 모든 비겁함이 두 다리로 걸어 다니는 것과 같은 인간이지. 그는 돈에도 관심이 없소. 범인은 스메르댜코프가 아니오.” 예심판사는 그에게 스메르댜코프가 심한 간질 발작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그렇다면, 악마가 그를 죽였겠군.” 드미트리는 중얼거렸다.

심문은 계속되었고, 검사는 그리고리를 내리쳤던 순간의 모든 행동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드미트리는 그들의 사소하고 모욕적인 질문에 분노가 치밀었지만, 억지로 자신을 통제하며 대답했다. 마침내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그는 자살을 결심했던 순간에 대해 건조하게 털어놓았다. “살아갈 이유가 없었소. 내 앞에는 치욕과 그리고리의 피가 있었지…. 그래서 권총을 되찾아, 내일 아침 내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을 생각이었소.” 그는 주머니에서 유서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

마침내 결정적인 질문이 던져졌다. “그런데 그 많은 돈은 갑자기 어디서 났습니까?” “말하지 않겠소.” 드미트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 돈의 출처를 밝히는 것은, 내가 아버지를 죽이고 돈을 훔쳤다고 해도, 그보다 더한 치욕이 될 것이오. 그래서 말할 수 없소. 치욕이 두려워서.” 그러자 그들은 그의 소지품을 모두 압수했고, 옷을 벗으라고 명령했다. 굴욕감에 몸을 떨며, 그는 커튼 뒤로 걸어 들어갔다. 세 번째 시련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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