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 고전문학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표도로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제5부 찬성과 반대
1.“나는 이웃을 사랑하는 법을 결코 이해할 수 없었어.” 이반이 고백을 시작했다. “멀리 있는 인류는 사랑할 수 있을지 몰라도, 바로 곁에 있는 인간은 사랑할 수 없어.” 그는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사랑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리스도적인 사랑은 지상에서는 불가능한 기적이며,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인류 전체의 고통 대신, ‘아이들의 고통’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어른들은 선악과를 먹었으니 고통받아 마땅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은 죄 없는 아이들은 다르다는 것이었다.
“나는 사실들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지.” 그는 모스크바에서 들었던, 불가리아에서 벌어진 튀르크인들의 만행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장차 일어날지 모를 슬라브인들의 봉기를 두려워하여 마을을 불태우고, 여인과 아이들을 학살했다. 어머니의 눈앞에서 태아를 꺼내고, 갓난아기를 총검으로 받아내는 잔인무도한 짓을 저질렀다. 아기가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 네 뼘 거리에서 권총을 쏘아 뇌수를 흩뿌리는 ‘예술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악마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인간이 창조했다면, 자신의 모습과 형상대로 창조했을 거야.”
그는 화제를 러시아로 돌렸다. “우리에겐 또 우리만의 특산품이 있지.” 그는 네크라소프의 시를 인용하며, 말의 ‘온유한 눈’을 채찍질하는 농부의 잔인함을 이야기했다. 일곱 살 난 딸을 회초리로 때리며 성적인 흥분에 빠지는 교양 있는 신사, 다섯 살짜리 딸을 밤새 추운 변소에 가두고 배설물을 먹이는 ‘문명화된’ 부모의 사례를 열거했다. “이해하겠나. 친구여, 형제여, 경건하고 겸손한 수사여. 어째서 이런 파렴치한 짓이 허용되어야 하는지?”
“한 가지 그림만 더 보여주지. 너무나 기이하고 특징적인 이야기라서.” 그는 농노제 시대, 한 장군이 자신의 애견의 발을 다치게 했다는 이유로 여덟 살짜리 농노 소년을 벌거벗겨, 소년의 어미가 보는 앞에서 사냥개들을 풀어 물어 죽게 한 일화를 들려주었다. “말해봐, 알료샤. 그자는 어떻게 해야 마땅한가? 총살?” “총살해야 해.” 알료샤가 창백하게 뒤틀린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브라보!” 이반이 환호했다. “네 마음속에도 작은 악마가 앉아 있구나, 알료샤 카라마조프!”
이반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는 이 세상이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어. 인간에게 죄가 없는데도 고통은 있고, 원인과 결과는 그저 흐를 뿐이지. 나는 그런 유클리드적인 난센스를 받아들일 수 없어! 나는 정의를 원해. 여기서, 이 지상에서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정의를! 만약 모든 것이 영원한 조화를 위해 치러져야 할 대가라면, 아이들은 대체 무슨 상관이지? 그들의 고통으로 미래의 조화를 위한 거름을 만들겠다는 건가? 나는 그런 조화를 받아들일 수 없어. 그 조화는 저 어린 아이가 더러운 뒷간에서 작은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친절하고 착한 하느님’께 올린, 보상받지 못한 눈물 한 방울 만큼의 가치도 없어.”
“나는 용서하고 싶지 않아. 끌어안고 싶지도 않고. 더 이상의 고통을 원치 않아. 입장권이 너무 비싸. 그래서 나는 서둘러 입장권을 돌려주려는 것뿐이야. 내가 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아니야, 알료샤. 다만 나는 그분께 공손히 입장권을 돌려드릴 뿐이야.” 이반은 자신의 입장을 토로했다.
“그것은 반역이야.” 알료샤가 속삭였다. “반역이라… 반역 속에서는 살기 힘든 법인데, 나는 살고 싶어.” 이반은 알료샤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인류의 행복이라는 건축물을 위해 단 한 아이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면, 그 건축가가 될 수 있겠느냐고. 알료샤는 그럴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그걸 용서할 권리를 가진 존재가 있어?” 알료샤의 눈이 빛났다. “있어. 그분은 모든 이를 위해 자신의 죄 없는 피를 흘리셨기에, 모든 것을 포용하실 수 있어. 형은 그분을 잊었어.”
“아! 죄 없는 그분과 그분의 피! 아니, 잊지 않았어. 나는 네가 왜 이제야 그분을 등장시키는지 의아해하고 있었지. 알료샤, 웃지 마. 내가 일 년 전에 지은 시가 있어. ‘대심문관’이라는 시인데, 들어보겠어?”
2.이반은 자신의 시 ‘대심문관’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배경은 16세기 스페인 세비야, 종교재판의 불길이 매일 타오르던 가장 끔찍한 시대. 15세기의 약속 이후, 그리스도는 고통받는 민중 앞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무한한 연민의 미소를 띤 채 군중 속을 걷는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를 알아보고, 그의 발치에 엎드려 입 맞춘다. 그는 눈먼 소경을 고치고, 죽은 소녀를 되살리는 기적을 행한다.
바로 그 순간, 아흔 살의 늙은 대심문관 추기경이 나타난다. 그는 기적의 현장을 목격하고 얼굴을 굳힌 채, 경비병들에게 그리스도를 체포하라고 명한다. 군중은 공포에 질려 길을 열고, 그리스도는 이단자들을 화형시킨 바로 그 감옥에 갇힌다. 깊은 밤, 대심문관은 홀로 감옥을 찾아와 입을 연다. “그대인가? 대답하지 마라, 침묵하라. 그대는 이미 한 말에 무엇을 덧붙일 권리가 없다. 왜 우리를 방해하러 왔는가? 내일 나는 그대를 가장 흉악한 이단자로 단죄하고 화형에 처할 것이다. 오늘 그대의 발에 입 맞추었던 바로 그 민중이, 내 손짓 하나에 달려와 그대의 화형대 장작더미에 불을 붙일 것이다.”
대심문관은 지난 15세기 동안 교회가 그리스도의 ‘자유’와 싸워왔으며, 마침내 그 자유를 정복하고 인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광야에서 악마가 그리스도에게 제안했던 세 가지 유혹, 즉 ‘빵’과 ‘기적’, 그리고 ‘권력’을 그리스도가 거부함으로써 인류를 고통 속에 빠뜨렸다고 비난한다. “그대는 인간을 너무 높이 평가했소. 그들은 반역자로 태어난 노예일 뿐이오.” 대심문관은 말한다. 교회는 그리스도가 거부한 그 세 가지 힘, 즉 기적과 신비와 권위를 바탕으로 그의 과업을 ‘바로잡았다’는 것이다. 교회는 인간의 자유를 거두어 가는 대신, 그들에게 모두가 함께 숭배할 수 있는 대상과 양심을 안심시킬 권위, 그리고 지상의 빵을 주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자유로워질 때가 아니라, 우리에게 자유를 포기하고 복종할 때에만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설득할 것이오. 우리는 그들의 죄를 허락하고, 그 죄의 형벌을 대신 짊어질 것이오. 그러면 그들은 우리를 구원자로 숭배하겠지. 모든 인류가 행복해질 것이오. 그 비밀을 간직한 우리 몇십만 명의 통치자를 제외하고는.” 그는 자신들이 인류의 행복을 위해 저주를 짊어진 소수이며, 그리스도가 구원하지 못한 수십억의 약한 자들을 구원했다고 선언한다. “우리는 당신의 편이 아니라, ‘그(사탄)’의 편에 서 있소.”
긴 독백이 끝나고, 대심문관은 죄수의 대답을 기다린다. 그러나 죄수는 조용히 한 늙은이에게 다가가, 그의 핏기 없는 늙은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춘다. 그것이 그의 대답의 전부였다. 늙은이는 몸을 떤다. 그는 문 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말한다. “가라,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라…. 결코, 결코!” 죄수는 도시의 어두운 골목으로 사라진다.
“그 입맞춤은 그의 심장에서 타오르지만, 노인은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지.” 이반이 이야기를 마치자 알료샤가 슬프게 물었다. “형도 그와 함께인 거야?” 이반은 웃었다. “이건 모두 부질없는 짓이야, 알료샤. 어리석은 학생의 무의미한 시일뿐인데, 왜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여?”
알료샤는 형의 마음속에 있는 지옥을 슬퍼하며, 그 노인은 결국 자살하거나 ‘그들’에게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하지 않았어?” 알료샤의 물음에, 이반의 얼굴은 창백하게 굳어졌다. 알료샤는 말없이 다가가 그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표절이군.” 이반은 기쁘게 외쳤다. 그는 알료샤에게 작별을 고하며, 서른이 되어 ‘잔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싶어질 때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3.알료샤와 헤어져 집으로 향하는 이반의 마음은 견딜 수 없는 우울에 휩싸였다. 그는 그 원인을 알 수 없었지만, 집 대문의 벤치에 앉아있는 스메르댜코프를 본 순간, 자신의 영혼이 혐오하는 대상이 바로 그임을 깨달았다. 최근 며칠 사이, 이반은 스메르댜코프에 대한 혐오감이 증오심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비밀스러운 약속이라도 있는 양 행동하는 그의 알 수 없는 친밀감은 이반을 더욱 불쾌하게 만들었다.
이반은 그를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지만, 스메르댜코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대화하고 싶다는 명백한 신호였다. 이반은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는 아직 주무시나?”라고 묻고는 벤치에 앉아버렸다. 스메르댜코프는 표도르와 드미트리가 모두 미쳐 날뛰고 있다며, 그들 사이에서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드미트리는 그루셴카가 표도르를 만나러 오는 것을 막지 못하면 자신을 죽이겠다고 협박했고, 표도르는 그녀가 오지 않으면 자신을 탓하며 괴롭힌다는 것이었다.
“저는 내일부터 아마 사흘간 긴 발작을 일으킬 겁니다.” 그가 중얼거렸다. 이반은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간파했다. “사흘 동안 꾀병을 부릴 작정이군, 응?” 스메르댜코프는 자신이 간질 발작을 흉내 내어, 그루셴카가 표도르를 방문하더라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드미트리가 아버지를 죽일 때 자신이 공범으로 몰릴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표도르가 밤에 그루셴카를 맞이하기 위해 정해둔 비밀 신호를 이미 드미트리에게 알려주었다고 고백했다.
“내일은 그리고리 영감님도 몸져누워 계실 겁니다.” 그는 마르파가 남편의 허리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약초를 달여 먹일 것이며, 두 사람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치 계획된 것처럼 모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는군. 네놈이 꾸민 짓 아니야?” 이반이 위협적으로 물었지만, 스메르댜코프는 태연하게 모든 것은 드미트리의 계획에 달렸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드미트리가 그루셴카 때문에 아버지를 찾아갈 수도 있지만, 표도르가 그녀를 위해 준비해 둔 ‘3천 루블’이 더 큰 동기가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또한, 그루셴카가 표도르와 결혼이라도 하면 모든 재산이 그녀에게 넘어가고, 세 아들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도대체 왜 나더러 체르마시냐에 가라고 하는 거냐?” 이반이 분노를 억누르며 물었다. “그냥 딱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라면 이런 상황에 있느니, 차라리 모든 것을 내던져 버리겠습니다.”
이반은 경멸에 차서 자리에서 일어서며 스메르댜코프에게 소리쳤다. “나는 내일 아침 일찍 모스크바로 떠날 거다!” “그것이 최선입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전보로 부를 수 있으니까요.” “체르마시냐에서도 부를 수 있지 않나?” “그렇긴 합니다만….” “모스크바는 멀고 체르마시냐는 가까우니까 차비라도 아껴주려는 건가?” 이반은 신경질적인 웃음을 터뜨리며 문을 나섰다. 그의 마음속에서 무엇이 들끓고 있는지, 그 자신도 설명할 수 없었다.
4.이반은 아버지에게 작별을 고하고 방으로 올라갔지만, 밤늦도록 잠들지 못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형언할 수 없는 증오와 모욕감,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가 들끓었다. 그는 한밤중에 두 번이나 계단으로 내려가, 아래층에서 서성이는 아버지의 기척을 엿들었다. 훗날 그는 이 행동을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비열한’ 행위였다고 회고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놀라울 정도로 원기왕성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 서둘러 모스크바로 떠날 채비를 했다. 아버지는 그의 갑작스러운 출발에 놀라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사업을 위해 체르마시냐에 들러달라고 부탁했다. “넌 똑똑한 녀석이니 틀림없이 해낼 게다. 상대방의 수염을 보거라, 수염이 떨리면 진심인 게야.” 이반은 마지못해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마차에 올랐다.
“보고 있나…. 나는 체르마시냐로 가네.” 이반은 마차의 담요를 정리해주던 스메르댜코프에게 신경질적인 웃음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불쑥 말을 내뱉었다. “‘똑똑한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가치가 있다’는 말은 참으로 옳습니다.” 스메르댜코프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그 말은 이반의 숨통을 조이는 듯했다. 그는 마차를 타고 가는 내내 그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결국 체르마시냐로 가지 않고, 모스크바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과거는 끝났다. 낡은 세계와는 영원히 안녕이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기쁨 대신, 전에 없던 암울함과 고뇌로 가득 찼다. 밤새 기차 안에서 생각에 잠겨있던 그는, 동이 틀 무렵 자신도 모르게 속삭였다. “나는 비열한 놈이다.”
이반이 떠난 직후, 표도르의 집에는 불길한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스메르댜코프가 지하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간질 발작을 일으켰다. 그는 의식을 잃었고,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저녁에는 그리고리마저 허리 통증으로 완전히 몸져누워버렸다. 표도르는 온 집안에 홀로 남겨졌다. 그는 그루셴카가 오늘 밤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는 스메르댜코프의 확언을 믿고, 흥분과 기대로 초조하게 방 안을 서성였다.
제6부 러시아의 수사
1.고통과 불안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조시마 장로의 방에 들어선 알료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스승은, 놀랍게도 의자에 똑바로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약하고 지쳐 보였지만, 동시에 밝고 평온한 기쁨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오랜 친구인 파이시 신부, 이오시프 신부, 수도원 관리인 미하일 신부, 그리고 순박한 늙은 수사 안핌이 둘러앉아, 조용하고 경건한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방 안은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고, 성상 앞의 램프와 촛불만이 흔들리며 실내를 비추고 있었다. 문간에 어색하게 서 있는 알료샤를 발견한 장로는 기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왔구나, 나의 조용한 자야. 네가 올 줄 알고 있었다.” 그 따뜻한 목소리에 알료샤의 영혼은 무너져 내렸다. 그는 장로의 발 앞에 몸을 던지며, 어린아이처럼 흐느꼈다. 억누를 수 없는 슬픔이 심장에서 솟구쳐 올랐다. “아직은 나를 위해 울 때가 아니다.” 장로는 그의 머리 위에 부드럽게 손을 얹으며 미소 지었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 어쩌면 저 비셰고리예에서 온 착한 여인이 빌어준 대로 20년은 더 살지도 모르지.”
장로는 알료샤에게 드미트리에게 돌아가라고 명했다. 그 목소리에는 거스를 수 없는 단호함과 예언적인 슬픔이 담겨 있었다. “서둘러라! 모든 것을 버려두고 그에게 가거라. 어쩌면 아직은, 아직은 끔찍한 운명을 막을 시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어제 그에게 허리 굽혀 절을 한 것은, 그를 기다리는 위대한 고난을 향한 것이었다!” 장로는 어제 드미트리의 눈에서 그의 미래 전체를, 그가 스스로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끔찍한 운명을 보았노라고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마치 심연에서 울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그는 문득 알료샤를 지그시 바라보며, 왜 그의 얼굴이 자신에게 그토록 소중한지를 고백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 열일곱 살에 죽은 자신의 형 마르켈의 기억 때문이었다. “내 삶의 여명이 밝아올 무렵 내 눈앞에서 죽어간 형이, 이제 내 순례의 끝에서 다시 내게로 돌아온 것만 같다. 네 얼굴은 나에게 하나의 기억이자 예언이다.”
장로의 입에서는 마치 오래전부터 터져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형 마르켈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한때 “신 따위는 없다”고 외치던 냉소적인 젊은이였던 마르켈은, 폐병으로 죽어가며 기적과도 같은 영혼의 변화를 겪었다. 그의 말들은 열에 들뜬 잠꼬대처럼 들렸지만, 그 안에는 무서운 진실이 담겨 있었다.
“어머니, 울지 마세요! 인생은 낙원이고, 우리 모두는 낙원에 살고 있어요! 우리가 그것을 깨닫기만 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이 땅에 천국이 이루어질 겁니다!” 그는 모든 것을 향해 용서를 구했다. 하인들에게, 창밖의 새들에게까지. “사랑하는 이들아, 내가 대체 무엇이기에 당신들이 나를 사랑해주는가? 나는 왜 여태껏 그것을 모르고 살아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