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톨스토이 지음 | 노마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톨스토이 지음 / 최종옥 옮김
노마드 / 2021년 11월 / 95쪽 / 33,000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시몬이라 불리는 한 구두장이가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어떤 농가에 세 들어 살고 있었다. 그는 집도 땅도 없었으며, 구두를 만들고 고치고 하여 자신과 가족을 부양했다. 그에게는 아내와 함께 입는 양피 외투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도 다 해져 누더기가 될 지경이어서 그는 새 외투를 위한 양피를 사려고 2년 동안이나 착실하게 저축을 해왔다. 가을이 되자 그가 저축한 돈도 어느새 늘어나 있었다. 3루블짜리 지폐가 아내의 상자에 있었고 고객들로부터 5루블 20코페이카를 더 받게 되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시몬은 새 양피를 사기 위해 마을에 갈 채비를 했다. 그는 셔츠 위에다 솜을 두른 아내의 무명 재킷을 입고 그 위에 모직 외투를 걸쳤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그는 지폐 3루블을 호주머니에 넣고 지팡이로 사용하려고 꺾은 나뭇가지를 들고는 길을 떠났다. ‘농부한테서 5루블을 받을 거니까 이 3루블과 그 돈으로 겨울 외투용 양피를 충분히 살 수 있을 거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가벼운 걸음으로 마을로 향했다.
구두장이는 마을에 도착해서 한 농부의 집으로 갔다. 그러나 농부는 집에 없었다. 농부의 아내가 다음 주에 남편 편에 돈을 보내겠다고 약속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돈은 주지 않았다. 시몬은 할 수 없이 포기하고 다른 농부에게로 갔다. 그러나 그도 마찬가지로 돈이 전혀 없다고 말하면서 장화를 고친 값 20코페이카만 주었다. 결국 고객들에게 돈을 받지 못한 시몬은 외상으로라도 양피를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가죽 가게로 갔다. 그러나 가죽 장수는 외상으로 팔기를 거절했다. 그리고 이렇게 잘라 말했다. “돈을 가지고 와요. 외상으로는 안 돼요. 외상을 받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우린 알고 있거든요.”
결국 시몬이 얻은 것이라곤 장화를 고친 값 20코페이카를 받고 한 농부에게서 낡은 펠트 장화에 가죽을 대어 수선하는 일이 전부였다. 그는 속이 상해서 20코페이카를 몽땅 털어 보드카를 마시고 집으로 향했다. 아침에는 추위를 느꼈지만 보드카를 마신 지금은 양피 외투가 없어도 아주 따뜻했다. 시몬은 한쪽 손에 든 지팡이로 언 땅을 두드리고 다른 손에 펠트 장화를 흔들면서 길을 걷는 내내 혼잣말을 했다.
“양피 외투가 없어도 따뜻하군. 딱 한 잔을 마셨는데도 혈관 속으로 고동치고 있군. 양피 외투 따윈 필요 없어. 걸으면서 속상한 마음은 다 잊어버렸어. 난 이런 사람이라구. 내가 무얼 걱정하겠어? 마누라가 낙담할 것이 좀 개운치 않긴 하지만. 양피 외투를 구하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해 왔는데 지금 그것을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그리 유쾌하지는 않아. 기다리라구! 너 이번에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껍질을 벗길 거야. 암, 내 그렇게 하구말구! 근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한 번에 20코페이카씩 찔끔찔끔 주다니! 20코페이카로 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술을 마시는 게 고작 아냐! 그치들은 곤란하다고 했지만, 그래 나는 곤란하지 않은 줄 아나? 그들한테는 집도 있고 소도 있고 모든 게 있지만 나는 손밖에 가진 게 없다구. 그네들은 곡식을 재배하지만 나는 사서 먹는단 말이야. 일주일에 빵값만 해도 3루블은 치러야 돼. 집에 돌아가면 빵이 없을 테니 또 1루블 반은 내주어야 해. 그러니까 내게 빚진 돈을 빨리 갚아줘야겠어.”
그렇게 혼자 투덜거리며 걸어가던 시몬은 이윽고 사거리에 있는 예배당에 도착했다. 그런데 예배당 뒤에 무언가 허연 것이 보였다. 이미 땅거미가 지고 있어서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보아도 그 물체가 무엇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제자리에 서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저곳에 돌 같은 것은 없었지. 소인가? 그런데 소 같지는 않아. 머리는 사람 같지만 너무 하얗군. 그리고 사람이 이런 데 있을 리가 없지.”
그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때서야 물체가 똑똑히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허연 물체는 사람이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몸으로 교회 벽에 기대고 앉아 미동도 없었다. 시몬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어떤 자가 이 사나이를 죽이고 옷을 벗겨 저기다 내버린 모양이지. 다가갔다가는 괜히 변을 당할지도 몰라. 모른 척하고 빨리 집으로 가자.’
그는 서둘러 길을 갔다. 교회를 한참 지나쳐 더는 그 사나이를 볼 수 없을 만큼 상당히 멀어진 다음에야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런데 그 사나이가 교회 벽에서 떨어져 움직이고 있는 데다, 심지어 자기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시몬은 더럭 겁이 났다.
‘가까이 가볼까, 그냥 지나쳐 갈까? 혹시 갔다가 불쾌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잖아. 저 사람이 누군지 알 게 뭐야? 좋은 일을 하려고 이런 데 왔을 리가 없어. 어쩌면 가까이 덤벼들어 내 목을 조를지도 몰라. 그러면 나는 도망칠 수도 없어. 설령 목을 조르지 않더라도 내가 왜 그 사람과 아는 사이가 되려고 하지? 저 벌거숭이 사나이를 어쩐다지? 난 그를 데려갈 수도 없고 내 옷을 벗어줄 수도 없어! 그건 어리석은 짓이야.’
한참 생각을 하고 나서 시몬은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예배당으로부터 어느 정도 멀어졌을 때, 문득 멈춰 섰다.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시몬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도대체 너는 뭘 하는 거냐. 시몬? 한 사람이 추위로 죽어가고 있는데 넌 겁을 집어먹고 급히 지나치고 있구나! 네가 뭐 그렇게 부자라고 돈을 빼앗길까 겁이 나느냐? 아, 시몬! 그건 좋지 않은 일이야!’
시몬은 걸음을 돌려 사나이에게 다가갔다. 시몬은 다가가 사나이를 살펴보았다. 그가 혈기 왕성한 젊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에 띄는 상처는 없었지만, 몸이 꽁꽁 얼어서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는 등을 기댄 채 거기 앉아서, 시몬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 눈을 뜰 수도 없는 것 같았다.
시몬이 가까이 가자 갑자기 사나이는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머리를 들고 시몬을 바라보았다. 사나이의 그 시선이 시몬의 동정심을 불러일으켰음은 물론이다. 시몬은 들고 있던 펠트화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허리띠를 끌러 펠트화 위에 놓은 다음 외투를 벗었다. 그리고 이렇게 소리쳤다. “어서 이걸 입어요! 자!”
시몬은 사나이의 팔꿈치 아래로 손을 넣어 그를 일으키려 했다. 사나이가 일어섰을 때 시몬은 그의 몸이 우아하고 깨끗했으며, 손과 발은 거칠지 않았고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음을 보았다. 시몬은 외투를 그의 어깨에 걸쳤다. 사나이가 스스로 팔을 소매 속으로 끼지 못해 시몬이 그의 두 팔을 끼워주고 외투를 잡아당겨 둘러준 다음 허리띠를 매주었다. 시몬은 헌 모자를 벗어 그에게 씌워주려다가 자신의 머리가 썰렁하여 잠시 이런 생각을 했다. ‘내 머리는 대머리지만 이 자는 긴 고수머리잖아.’
그래서 그는 모자를 다시 썼다. 그리고 모자 대신 신발을 신겨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끝에 그를 앉혀 펠트화를 신긴 다음 말했다.
“됐어. 자, 좀 움직여 보게. 몸이 녹을 거야. 다른 일을 나중에 처리할 수 있겠지. 걸을 수 있겠나?”사나이는 일어서서 다정스럽게 시몬을 바라보았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왜 말을 하지 않나? 여기 머물러 있기에는 날씨가 너무 추워. 추위를 피할 데로 가야겠네. 자, 그렇게 힘들지 않으면 내 지팡이에 기대. 자, 걸어 봐!”그러자 사나이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잘 걸었으며 뒤떨어지지 않았다. 길을 걸어가며 시몬이 말했다.
“자네, 대체 어디서 왔나?”
“나는 이 고장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지. 이 고장 사람이라면 내가 다 알지. 어떻게 이곳에 와서 그 교회에 도착하게 됐나?”“그건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틀림없이 누군가가 자네를 심하게 다뤘지?”
“아무도 나를 심하게 다루지 않았어요. 신이 나에게 벌을 주었지요.”
“신은 만사를 주관하시지. 하지만 어디론가 가고 있었던 게 아닌가? 자네 어디로 갈 건가?”“어디든 마찬가지입니다.”
시몬은 좀 놀랐다. 사나이는 불한당 같지도 않고 말씨도 공손한데 자신에 대해서는 말을 삼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시몬은 속으로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알겠어?’ 하고 생각하고는 사나이에게 말했다.
“누추한 곳이지만 우리 집으로 가지.”
시몬은 집을 향해 걸었고, 낯선 사나이는 뒤처지지 않고 그와 나란히 걸었다. 찬바람이 일어 시몬의 셔츠 밑으로 스며들었고, 술기운이 사라지자 뼛속까지 시려오기 시작했다. 콧물마저 흐르기 시작해 빌려 입은 아내의 재킷을 더 단단히 여몄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니, 이건 어떻게 된 일이람! 양피 외투를 마련하러 갔다가 등에 걸친 외투조차 없이 집으로 가다니! 설상가상으로 벌거숭이 사나이를 집으로 데려가고 있다니. 마트료나가 야단일 텐데!’아내 마트료나를 생각하자 그는 마음이 우울해졌다. 그러나 낯선 사나이를 쳐다보고, 그가 자기를 쳐다보았던 시선을 기억해내자 다시 마음이 유쾌해졌다.
시몬의 아내는 일찌감치 오늘 하루치 일을 마쳤다. 장작을 팼고 물을 길었고 아이들에게 저녁을 먹였으며 자신도 저녁을 먹은 다음, 지금은 빵 만드는 것을 오늘 할까 다음에 할까, 하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직 커다란 빵 한 조각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시몬이 읍내에서 뭔가를 먹었다면 저녁을 그리 많이 먹진 않겠지. 그렇게 되면 빵은 내일까지 먹을 수 있을 거야.’ 마트료나는 잠시 동안 빵 조각을 응시하고는 혼잣말을 했다.
“빵은 만들지 않을 거야. 빵을 한 덩어리 더 만들 만큼 충분한 밀가루가 있으니까. 우린 금요일까지 지낼 수 있을 거야.”
마트료나는 빵을 치우고 테이블에 앉아 남편의 셔츠를 기웠다. 일을 하면서 그녀는 남편이 겨울 외투용 양피를 어떻게 해서 샀을까를 생각했다.
‘모피 장수가 그를 속이지 않았으면 좋을 텐데. 워낙 순진한 사람이니까. 그이는 남을 속이지 못하겠지만 아기라도 그를 속일 수 있을 테니 말이야. 8루블은 적은 돈이 아냐. 그 돈이면 좋은 양피를 살 수 있어. 작년 겨울에는 양피 외투가 없어서 얼마나 고생을 했나! 강에 갈 수 없었고 또한 아무 데도 갈 수 없었지! 그리고 그이는 나갈 때마다 옷이란 옷은 모조리 입어서 난 입을 것이 없었지. 그이가 늦는군. 지금쯤이면 집에 돌아와야 하는데. 술에 취하지 않았으면 좋을 텐데…….’
이런 생각들이 그녀의 머리를 스치는 바로 그 순간, 층층대가 삐걱거리고 누군가가 문가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트료나는 얼른 바늘겨레에 바늘을 꽂고 입구로 나갔다. 거기서 그녀는 두 사나이가 들어오는 것―시몬과 그 옆에 모자도 안 쓰고 펠트화를 신은 낯선 농부―을 보았다. 그리고 남편에게 술 냄새가 나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어리석게도 술을 마셔댔군.’ 하고 생각했다.
그가 외투를 입지 않고 그녀로부터 빌린 재킷만을 입었으며,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 바보 같은 웃음만을 짓고 있는 것을 보자 마트료나는 그만 풀이 죽었다. ‘그 돈으로 몽땅 마셔버렸군. 한술 더 떠서 주정뱅이까지 집으로 데려왔구먼!’
마트료나는 이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며 그들이 그녀의 옆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러고 나서 뒤따라 들어갔다. 그녀는 낯선 사람이 젊다는 것과, 그가 그들 부부의 외투를 빌려 입었다는 것을 알았다. 외투 속에는 셔츠를 입지도 않았고 모자도 쓰지 않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그 사나이는 가만히 멈춘 채 움직이지도 않고 눈을 쳐들지도 않았다. 그래서 마트료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서 양심에 찔리고 있군.’ 하고 생각했다. 마트료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난로 쪽으로 가서 두 사람의 거동을 살폈다. 시몬은 모자를 벗고 태연하게 걸상에 앉고는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마트료나. 먹을 것 좀 차려야지?”
마트료나는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움직이려고 하지 않고, 난로 가에 선 채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머리를 갸웃거렸다. 시몬은 그의 마누라가 화가 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모른 체하고 낯선 사나이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이봐, 앉게나. 저녁을 먹어야지.”
낯선 사나이는 천천히 걸상에 앉았다.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한 마을에 마틴 아브데이치라는 구두 수선공이 살고 있었다. 그는 창문이 하나 달린 조그만 지하 방에서 살았다. 창문은 한길 쪽으로 뚫려 있었는데, 그는 창문을 통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쳐다보곤 했다. 비록 행인들의 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신발만 보고도 신발의 임자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이 마을에서 그의 손을 한두 번 거치지 않은 신발은 거의 없었다. 어떤 것은 구두창을 갈았고, 어떤 것은 조각을 대었으며, 어떤 것은 둥글게 꿰맸고, 때때로 구두의 윗부분을 새로 씌웠다. 창문을 통해 그는 종종 자신이 수선한 것을 알아냈다.
마틴은 충실한 일꾼이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삯을 많이 받지 않고, 약속을 잘 지켰기 때문에 일거리가 많았다. 요구하는 날까지 끝낼 수 있으면 그 주문을 받았고, 끝낼 수 없을 것 같다면 정직하게 말했다. 모든 사람이 그가 성실하고 정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결코 일감이 떨어지는 때가 없었다.
늘 선하게 살아왔던 마틴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기 영혼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고, 신에게 가까이 가기를 원했다. 그의 아내는 그가 아직 그의 주인과 함께 살고 있을 때 세상을 떠났다. 아내는 그에게 세 살짜리 아들 하나를 남겼다. 세 살배기 아들보다 더 큰 아이들은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들은 어린 시절에 모두 죽었다. 처음에 그는 그의 어린 아들을 시골에 있는 누이의 집으로 보내려고 했으나,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는 ‘이렇게 어린 것이 낯선 가정에서 사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 곁에 두고 내가 돌봐야겠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마틴은 그의 주인을 떠나서, 아들과 함께 하숙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자식 복이 없었다. 아들이 제법 자라 아버지를 돕기 시작할 무렵, 그만 병에 걸려서 일주일을 앓다 죽고 만 것이다. 아들을 묻은 마틴은 절망에 빠져 신을 향해 푸념을 늘어놓았다. 우울증에 빠져 한두 번 죽음을 간구했으며, 사랑하는 외아들 대신에 나이 든 그를 데려가지 않았다고 신을 비난했다. 그는 또 교회에 나가는 것도 그만두었다.
그런 어느 날 마틴의 고향에서 온 노인이 그를 찾아왔다. 지난 7년 동안 이 노인은 순례자였다. 마틴은 노인과 얘기를 하면서 자신의 슬픈 심정을 토로하기 시작했다.“더 이상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저 죽고 싶을 따름입니다. 지금으로선 저에게 아무런 희망도 없답니다.”
노인은 대답했다.
“마틴, 당신은 올바르게 말하지 않는군요. 우리는 신의 뜻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세상은 우리의 솜씨로써가 아니라 신의 의지로 움직입니다. 신은 당신의 아들이 죽고, 당신이 살도록 운명을 정했습니다. 결국 그것이 최상책이지요. 그리고 당신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기 원하기 때문에 절망하고 있습니다.”
“그럼 뭐 때문에 인간이 살아야 합니까?”
“우리는 신을 위해 살아야만 합니다. 마틴, 신은 당신에게 삶을 주었고, 당신을 신을 위해 살아야만 합니다. 당신이 신을 위한 삶을 살 때, 당신은 어떤 일을 당해도 슬퍼하지 않을 것이고, 만사를 편안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겁니다.”
마틴은 잠깐 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
“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신을 위해 살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