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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 -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여느 때처럼 아침 다섯 시가 되자, 기상을 알리는 신호 소리가 들려온다. 본부 건물에 있는 레일에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다. 손가락 두 마디만큼이나 두껍게 성에가 낀 유리창을 통해 단속적인 음향이 희미하게 들려오는가 싶더니, 이내 조용해진다. 날씨가 춥다보니 간수도 오랫동안 두드리고 있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슈호프는 기상 신호 소리를 한번도 놓친 적이 없었고, 언제나 기상 소리에 맞춰 잠을 깨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그는 어제부터 왠지, 몸이 좋지 않았다. 몸이 으슬으슬하고 오한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뼈마디가 쑤셔오는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어젯밤에는 몸도 제대로 녹이지 못했다. 잠을 자고 있는 사이에도 병이 난 것처럼 한속이 나는가 하면, 다시 나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밤새 내내, 영원히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그러나 아침은 어김없이 다시 찾아왔다. 건물 안이라고 해도, 좀처럼 몸이 녹을 기미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유리창은 꽁꽁 얼어붙었고, 건물 전체는 천정 근처의 벽을 따라, 하얀 거미줄 모양으로 성에가 끼어 있을 정도로 밖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기상 후 식당으로 이동해 아침 식사를 시작한다. 슈호프는 펠트 장화에 꽂혀 있던 숟가락을 뽑아든다. 이 숟가락이야말로 그에게는 아주 중요한 물건이다. 북부 수용소를 전전하는 동안 한번도 떨어져본 적이 없던 그런 소중한 물건이다. 슈호프 자신이 직접 알루미늄 전선을 녹여 모래에 부어 만든 숟가락으로 손잡이에는 ‘우스치-이지마, 1944년’이라는 글자까지 새겨져 있다. 그러고 나서 모자를 벗는다. 그러자 박박 깎은 머리통이 드러난다. 날씨가 춥다고는 하지만 남들처럼 모자를 쓰고 식사를 할 수는 없다. 그는 야채수프 그릇에 재빨리 숟가락을 넣고 휘저어 야채수프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것이 뭔가 하고 살펴본다. 보통 수준 정도는 된다. 야채수프는 따뜻하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인데, 다 식어버렸으니, 오늘은 그나마도 운이 없는 날이다. 그러나 슈호프는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먹기 시작한다. 설사, 지붕이 불탄다고 해도, 서두를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수용소 생활에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아침 식사시간 십 분, 점심과 저녁 시간 오분이 유일한 삶의 목적인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슈호프는 자기 막사로 달려왔다. 수용소는 완전히 정적에 싸여 있다. 항상, 작업에 나가기 직전의 한순간은 이렇게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간수가 “일어나!” 하고 불호령을 내리기까지는 펠트 장화를 신은 채로, 침대에 그대로 누워 있을 요령인 것이다. 제9호 막사는 모두 선잠을 즐기고 있다. 제104반도 마찬가지였다. 부반장인 파블로만 연필을 손에 들고 중얼거리며 뭔가 계산에 열중하고 있다. 또 한 사람은 슈호프의 옆자리에 있는 침례교도인 알료쉬카로, 상단 침대에서 복음서를 절반가량 베껴 놓은 수첩을 들고 읽고 있다. 슈호프는 가능한 한 빨리, 발소리를 죽이며, 부반장의 침대 쪽으로 달려간다. 파블로가 고개를 든다. “이반 데니소비치 아닙니까? 아니, 아직 살아 있었군요.”이렇게 묻고 나서, 슈호프의 몫으로 책상 위에 남겨놓았던 빵을 내밀었다. 게다가 빵 위에는 흰 설탕이 한 덩어리 얹혀 있다. 슈호프는 매우 서두르고 있었지만, 예의에 맞게 공손하게 대답한다(부반장도 상관이라면 상관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때는 수용소 소장의 말보다도 그의 말 한마디가 더 위력을 가질 때가 있는 법이다). 그는 혀로 설탕을 가만히 녹이며, 한쪽 발을 벌써 자신의 침대 위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 올려놓고 있다. 집합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침대를 정리해야 한다. 그는 잠자리를 이리저리 정리하면서도, 그 사이에 규정된 대로 빵이 오백오십 그램이 되는지, 무게를 재어보는 것을 잊지 않는다. “한 이십 그램 정도 부족한 것 같군.” 슈호프는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빵을 반쪽으로 자른다. 점심 때 먹을 요량으로 빵 한 조각은 윗도리의 안주머니에 넣는다. 아침 식사분에서 절약을 하는 빵 한 조각은 매트에 뚫린 구멍을 헤집고 톱밥 사이에다 얼른 집어넣는다. 그러고는 모자 속에서 바늘과 실을 꺼내서 한 땀, 한 땀 빵을 쑤셔 넣은 매트의 구멍을 메운다. 그때, 반장이 목청을 한 번 가다듬고는 벌떡 일어나서 지시를 내린다. “이제 그만 졸고 일어낫! 제104반! 모두 밖으로 나와!” 그러자 졸던 녀석들이나 안 졸던 녀석들이나 할 것 없이 모든 반원들이 일어나서 하품을 하며 입구로 몰려간다. 반장은 벌써 십구 년이나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단 일 분이라도 점호 시간 전에 미리 반원들을 불러내는 법이 없다. 그가 “밖으로 나와” 하고 말하는 순간이 바로 점호 시간이다.

동녘 하늘이 푸르스름해지고 밝아오긴 했지만, 아직 수용소 주변은 어두컴컴하다. 뼈를 에는 가느다란 동풍이 뼈 속에 스며드는 것 같다. 점호를 하러 가는 순간만큼 괴로운 순간도 없을 것이다. 어둡고, 춥고, 배는 허기진 데다,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지내나 하고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혀가 얼어붙어 서로 말하기조차 귀찮다. 작업계 주임이 칠판에 인원수를 적는다. “추린, 자네 반에 병결 한 명 있고, 나머지 모두 스물세 명 맞지?” “네, 스물세 명입니다.” 반장이 머리를 끄덕인다. “누가 안 나왔지? 판델레프 놈이군.” “뭐, 그놈이 병결이라구?” 반원들이 모두 여기저기서 쑤군대기 시작한다. 저런, 개자식이 있나, 판델레프 놈이 또 작업에 나오지 않았군. 아프긴 어디가 아프단 말이야. 틀림없이 보안부원이 잡아둔 거지. 그 녀석, 또 누군가를 밀고하는 모양이군. 중앙 통로는 죄수들의 검은색 겉옷으로 가득 메워졌다. 각 반별로 신체검사를 받으러 가느라 천천히 앞쪽으로 밀려가기 시작한다.

벌써 날이 밝아오고 있다. 위병소 뒤로 경호병들이 피워놓은 모닥불이 점점 꺼져가고 있다. 그들은 점호 시간 전이면 항상 모닥불을 피웠다. 몸도 녹이고 숫자를 정확하게 세기 위해서다. 위병의 호령에 따라, 다섯 명씩 횡대를 이루고 앞으로 나간다. 앞에서 보나 뒤에서 보나 머리가 다섯이고 잔등이 다섯, 그리고 발이 열 개이다. 틀리려야 틀릴 수가 없다. 여기서는 죄수 한 사람의 숫자가 황금보다 더 중요하다. 철조망 밖에서 죄수의 머릿수가 하나라도 모자라면, 그들 자신의 목이 달아날 판이다. 위병소를 통과하면 다시 한 반으로 대열을 정리한다. 이젠 경호대 하사가 점검할 차례다. 절대로 인원수에 오차가 있어서는 안 된다. 머릿수에 하나라도 오차가 생기는 날이면, 자기 머리로 그것을 보충해야 한다. 쭉 늘어서 있는 경호병들! 난방발전센터로 가는 작업대를 반원형으로 둘러싸고, 자동소총의 총구를 죄수들에게 들이댄다. 잿빛 군견을 거느린 경호병도 눈에 보인다. 다시 한 번 인원점검이 있다. 난방발전센터의 작업대에서 일하게 될 반원들을 다시 한 번 모아서 5열 종대로 정렬시킨 다음, 인원수를 확인하는 것이다.

대열이 목적지에 도달했다. 넓은 공사장의 한쪽 끝에 위치해 있는 위병소 앞에서 일단 정지한다. 털가죽 외투를 입은 두 명의 경호병이 철조망을 따라, 저쪽 끝에 서 있는 감시용 망루 쪽으로 간다. 망루마다 경호병들이 올라선 다음에야, 죄수들을 공사장 안으로 들여보낸다. 자동소총을 어깨에 멘 경호대장이 위병소 쪽으로 걸어간다. 위병소 굴뚝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솟아나고 있다. 이곳에서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 수위들이 판자나 시멘트 같은 물자의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서 밤낮 지키고 있는 것이다. 위병소를 통과하여 조금 더 들어가면, 낮은 현장 사무실 건물이 있고 그 앞으로 현장감독들이 나와서 반장들을 불러낸다. 추린은 부반장인 파블로를 데리고 사무실로 갔다. 체자리도 대열을 이탈하고 그쪽으로 달려간다. 체자리는 부자 죄수다. 한 달에 두 번 이상 소포를 받을 정도다. 그것으로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뇌물을 써서 공사장에서도 작업량 계산계 조수로 따뜻한 사무실에 앉아 적당히 시간만 보내면 되는 것이다. 제104반의 나머지 반원들도 재빨리 불 있는 곳을 찾아 도망친다. 죄수들이 불을 쬘 곳을 찾아 모두 사라져버린 공사장에는 여섯 개의 망루에 올라선 보초병들과 사무실 주변을 오고 가는 몇 사람의 그림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순간이야말로 우리의 자유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윗사람들이 상의를 하고 있는 동안 아무 곳이나 따뜻한 곳을 찾아 불 옆에 앉아 조금 후에 시작될 고된 노동의 시간에 대비하는 것이다. 슈호프는 가져온 빵을 조금씩 물어뜯어 오물오물 씹기 시작한다. 따뜻한 곳에 들어 있었던 탓인지 빵은 전혀 얼지 않았다. 슈호프는 수용소에 들어온 이후로 전에 고향 마을에 있을 때 배불리 먹던 일을 자주 회상하고는 한다. 프라이팬에 구운 감자를 몇 개씩이나 먹어치우던 일이며, 야채를 넣어 끓인 죽을 냄비째 먹던 일 그리고 식량 사정이 좋았던 옛날에는 제법 큼직한 고깃덩어리를 먹었던 때도 있었고, 게다가 배가 터지도록 우유를 마셔대던 일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렇게 먹어대는 것이 아니었는데 하고 후회를 해본다. 수용소에서 생활한 지 만 팔 년째, 그러니까 벌써 구 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그 동안 슈호프가 먹은 것이 무엇인가. 옛날 같으면 입에 대지도 못할 그런 것들을 먹고 있는 것이다.

추린이 나타났다. 곧바로 인원 배치가 이루어진다. 우선, 에스토니아인 두 사람과 클레프신 그리고 고프치크는 근처에 있는 커다란 모르타르를 중앙난방시설로 나르라는 명령을 받는다. 이걸 보니, 오늘 작업은 작년 가을에 세우다가 중단했던 중앙난방시설을 짓는 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다음 두 사람은 공구반으로 배치되었다. 그리고 네 사람은 중앙난방시설 주변, 그러니까 기계실의 입구와 내부 그리고 계단의 제설 작업을 하고, 다른 두 명은 기계실의 난로에 불을 지피라고 지시한다. 어디서든 판자 조각을 구해다가 석탄에 불을 지펴야 하는 것이다. 중앙난방 시설에 썰매로 시멘트를 나르는 사람이 한 사람, 물을 길어 올 사람이 두 사람, 모래를 나를 사람이 두 사람, 모래에서 눈을 털어내고 망치로 잘게 부술 사람이 한 사람 배치되었다. 모든 배치가 끝난 다음, 남은 사람은 제104반에서 가장 솜씨가 있는 슈호프와 킬리가스뿐이다. 이 두 사람을 반장이 앞으로 불러내서 지시를 내린다. “자, 자네들은 말이야! 점심시간 다음부터, 제6반에서 작년 가을에 하다 그만둔 이층 벽에 벽돌을 쌓아올리도록 하게나. 그리고 지금은 우선 기계실에 불을 피우도록 하게. 거기 창이 큰 것이 세 개 있는데 말이야. 그것들을 먼저 뭐로든 막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기계실에서 시멘트 반죽을 해야 할 테니, 난방에 신경을 써야 한단 말일세. 안 그러면, 염병할, 모두 얼어버리고 말거야!”

연장은 파블로가 이미 갖다 놓았다. 연통도 몇 개 준비되었다. 슈호프는 장갑 낀 손을 탁탁 두드리고 나서, 연통을 연결하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모든 잡념은 일시에 사라져버린다. 슈호프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어떤 것에도 신경을 쓰지 않고, 다만 구부러진 연통이 어떻게 하면 연기가 세지 않을까 하는 것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 다음 슈호프는 두 장의 판자를 맞붙여 사다리를 만들고, 고프치크에게 연통을 매달라고 한다. 그는 다람쥐처럼 날쌔게 판자를 타고 올라가 못을 박고, 못에 건 철사를 연결해서 연통에 감는다. 그러는 동안, 세니카 클레프신이 창문을 막을 가로장을 두 장 준비했다. 태양은 더 높이 떠올랐다. 안개가 걷히고 기둥도 사라지고 햇살이 기계실 안으로 비추었다. 그때, 다른 하나의 난로에도 훔쳐온 장작으로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이젠 살만하다! 그 사이에 덤프차 세 대가 블록을 싣고 와서, 밖에 뿌려놓고 갔다. 이번엔 승강기 없이 어떻게 그 블록을 위층으로 들어올리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이봐, 벽돌공들! 이젠, 슬슬 올라가 볼까?” 파블로가 말한다. 벽돌을 쌓는 일은 명예로운 일에 속한다. 파블로와 함께 슈호프와 킬리가스가 위로 올라갔다. 그들은 위층으로 올라가 어디서부터 벽돌을 쌓아 올릴 것인지 둘러본다. 위쪽에는 그리 대단하진 않지만, 바람이 불고 있다. 벽돌을 쌓아 올리면 꽤 추울 성싶다. 그러나 쌓아 올린 벽 밑에 웅크리고 앉으면, 바람막이는 될 것도 같다. 슈호프는 고개를 들어 문득,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탄성을 지른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위로 태양이 벌써 중천에 와 있다. 일을 하고 있노라면, 시간이 어이없이 빨리 지나가고는 한다. 수용소에서의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간다는 생각이 든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형기는 왜 그리 더디게 지나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전혀 줄어들 기미가 없다.

형식적으로 말한다면, 슈호프가 수용소에 들어온 죄목은 반역죄이다. 그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또 일부러 조국을 배반하기 위해 포로가 되었고, 포로가 된 다음 풀려난 것은 독일 첩보대의 앞잡이 노릇을 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러나 어떤 목적을 수행할 계획이었는지는 슈호프 자신도, 취조관도 꾸며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목적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결정을 내렸다. 슈호프는 그저 단순하게 계산 속으로 결정해 버렸다. 즉, 부정하면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반면, 인정하면 얼마가 됐든지 간에 목숨을 부지할 수는 있었다. 그래서 서명했던 것뿐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렇다. 1942년 2월, 그가 속해 있던 부대가 북서부 전선에서 완전히 포위되었다. 비행기의 식량 보급도 중단되었다. 아예 비행기라곤 하나도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병사들은 죽은 말발굽을 칼로 깎아서 그 각질 부분을 물에 불려 먹으며 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탄약은 물론 한 발도 없었다. 그러던 중에 몇 명씩 독일군에게 잡혀 포로가 되었다. 슈호프도 포로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그는 숲 속에 있었던 이틀 동안만 포로였을 뿐이다. 네 사람의 동료들과 함께 도망쳐 나왔던 것이다. 얼마 동안 숲과 늪을 헤매다가 기적적으로 우군 부대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같이 탈주했던 사람들 중에서 두 명의 자동총수(自動銃手)는 즉석에서 사살되었고, 한 명은 부상을 당해 오는 도중 상처가 깊어져서 죽게 되었고,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두 사람뿐이었다. 두 사람 모두 조금만 분별했었다면, 숲에서 길을 잃었다고 보고해서 그냥 아무 일 없이 넘겼을 것이다. 그런데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모두 털어놓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 “포로였다구? 이런 죽일 놈들을 봤나!” 하고 괘씸하게 생각한 것이다. 만약 다섯 명 모두 살아 있었더라면, 증거를 들어 그들을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두 사람뿐이라는 것은 영 믿어주지 않았다. 우리가 미리 짜고 속이려 든다고 생각한 것이다.

잠시 후, 이동발전소의 기적 소리가 들려왔다. 이 기적 소리는 경쾌하고 힘차게 소리를 내지 못하고, 처음엔 마치 목청을 가다듬기라도 하는 듯 약간 쉰 소리로 울려왔다. 이제, 반나절이 지났다! 점심시간이다! 부반장인 파블로는 슈호프와 고프치크와 함께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식당 안은 빽빽하게 사람들이 들어차 있다. 사람들의 등에 가려서 식탁이고 걸상이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다. 앉아서 먹고 있는 패들도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은 그냥 서서 먹고 있다. 슈호프와 파블로는 팔꿈치로 사람들을 밀고 들어섰다. 제대로 온 것 같다. 슈호프는 식탁 한 모서리를 밀고 들어가서 허술하게 보이는 두 놈을 쫓아내고, 번듯한 작업원에게는 정중하게 양해를 구한 다음, 죽 그릇 열두 개를 늘어놓을 수 있는 식탁을 마련한다. 그것들을 잘 놓은 다음, 그 위에 여섯 개를 더 얹고, 그 다음에 다시 두 개의 죽 그릇을 더 올리면 된다. 장소를 확보하고 나면 이제 파블로에게서 죽 그릇을 받아 그와 함께 죽 그릇을 확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반원들이 죽 그릇을 훔쳐가지 못하게 잘 살피고 있어야 한다. 또한 옆 사람의 팔꿈치에 부딪혀 죽 그릇을 쏟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옆자리에서는 다른 반원들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고 다른 반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죽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경계선을 잘 기억해 두어야 한다. 이쪽 반원들의 죽 그릇을 슬쩍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반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파블로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죽 그릇을 배정한다. 다른 쪽에 앉은 반원들에겐 다른 사람들의 머리 위로 죽 그릇을 건네 보낸다. 그 사이 취사부를 속여 두 그릇의 죽 그릇을 횡령한 슈호프는 ‘그중 최소한 한 그릇은 자기 몫으로 떨어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우선 자기 죽 그릇을 얼른 받았다. 이제, 죽을 먹는 이 순간부터는 온 신경을 먹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얇은 그릇의 밑바닥을 싹싹 긁어서 조심스럽게 입 속에 넣은 다음, 혀를 굴려서 조심스레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먹어야 한다. 그러나 파블로에게 죽 그릇이 벌써 비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한 그릇을 더 배당 받기 위해서는 오늘만은 좀 서두를 필요가 있다. 죽 그릇 수를 속인 것이야 슈호프였지만, 죽 그릇의 주인은 엄연히 부반장이었던 것이다. 파블로는 그릇을 핥을 생각은 않고, 숟가락만 핥고는 숟가락을 챙겨 넣고 성호를 긋는다. 그런 다음,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죽 그릇 네 개 중에서 두 개를 약간 옮겨 보이며 슈호프에게 전해 준다. “이반 데니소비치! 한 그릇 더 하게. 그리고 한 그릇은 체자리에게 전해 줘” 하고 말했다. 이제 슈호프는 자기가 정당하게 차지한 여분의 죽 그릇을 들고, 옆에서 다른 반원들이 밀고 야단을 치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먹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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