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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 -
전쟁과 평화(Война и ми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전쟁과 평화』에는 모두 559명이나 되는 각계각층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인물들은 모두 세 개의 가족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고, 각각의 가정을 연결시켜주는 인물은 주인공 피에르 베주호프다. 많은 사건들이 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여기서는 효과적으로 등장인물을 소개하기 위해 가계별로 정리했다.

볼콘스키 공작 가문



니콜라이: 늙은 공작. 전형적인 러시아 귀족으로 세상사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작가 톨스토이의 외할아버지가 모델. 그는 육군 대장으로 에카테리나 여제의 시종무관을지냈다.

안드레이: 니콜라이의 아들. 이성적이고 비판 정신이 강한 귀족 청년으로 명예심이 강하다. 아내가 산후통으로 죽은 후 나타샤와 약혼을 하지만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해 죽게 된다.

리자:안드레이의 아내. 아이을 낳다가 죽는다.



마리야:늙은 공작의 딸로 니콜라이 로스토프의 아내가 된다. 작가의 어머니가 모델





로스토프 백작 가문



일리야: 중류 귀족으로 마음씨가 좋다. 작가의 친할아버지를 모델로 삼았다.



니콜라이: 노백작의 맏아들. 청년 장교로 순박하지만 다혈질. 마리야와 결혼하는데, 톨스토이의 아버지가 모델이다.

나타샤: 노백작의 둘째딸. 발랄하고 아름다운 소녀로 약혼했던 안드레이가 전쟁에서 죽자 피에르 베주호프의 아내가 된다. 여자 주인공

쿠라긴 공작 가문



바실리: 당대의 권세가로 관료계를 주름잡는 능란한 인물



엘렌: 바실리 공작의 딸. 피에르의 첫 부인으로 미인이지만 무식하고 파렴치한 바람둥이

아나톨리: 공작의 둘째 아들로 미남이며 바람둥이. 나타샤와 염문을 일으켰으나 전쟁에서 발을 잃고 죽는다.

기타 주요 등장인물



피에르: 베주호프 부유한 귀족의 서자. 성격이 단순하나 감성적인 인물. 남자 주인공으로 아내 엘렌이 죽고 난 후 나타샤와 결혼한다.

플라톤 카라타예프: 농부로서 피에르의 동료 포로. 피에르에게 정신적 감화를 준다. 러시아의 농부가운데 가장 이상화된 인물로 노자의 무위자연 사상을 체득한 것 같은 인물

쿠투조프: 러시아군 총사령관. 반영웅주의적인 인물로 등장



안나 파블로브나 쉐레르: 황후의 여관(女官)으로 사람들을 다루는 솜씨가 탁월하다.



보리스 드루베스코이: 사교계의 거물 안나 드루베스카야의 아들. 약삭빠르고 빈틈이 없는 청년



전쟁의 시작과 안드레이의 출사표

때는 1805년 7월 황후의 총애를 받고 있는 여관(女官) 안나 쉐레르는 고관대작들을 초청해 화려한 저녁 파티를 연다. 그 날의 저녁 파티에는 바실리 공작, 엘렌, 안드레이 볼콘스키 공작, 피에르 베주호프 등 수많은 귀족들이 참석했다.

파티의 화제는 주로 정치담론으로 당시 유럽을 평정하고 있던 나폴레옹에 대한 이야기였다. 바실리 공작의 큰아들 이폴리트는 나폴레옹이 앞으로 1년 이상 황제로 머물 경우 사회는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에 빠질 거라고 외교관다운 입장을 밝힌다. 하지만 피에르는 프랑스가 무정부 상태에 놓였을 때 나폴레옹이 혁명을 초월해 공공의 행복과 질서를 마련해줬다고 말한다. 피에르의 발언은 나폴레옹에 대한 반발로 가득찬 귀족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그러나 안드레이는 나폴레옹에 대한 찬반 양론에 무관심한 채 웃기만 했다. 마음 속으로는 친구인 피에르의 의견에 찬성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파티가 끝난 후 피에르는 친구 안드레이의 집을 방문했다. 안드레이는 피에르에게 최전방으로 가서 전투에 직접 참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곁에서 그의 말을 듣던 리자는 임신한 아내를 버려 두고 전선으로 가는 비정한 남편을 원망한다. 그러나 안드레이는 나폴레옹의 침입으로 조국이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후방에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낼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안드레이의 아버지 볼콘스키는 외동딸 마리야와 함께 시골 영지에서 은둔해 살고 있었다. 늙은 공작은 완고한 성격 때문에 권좌에서 물러나 시골 영지에 묻혀 살고 있었지만 원래 애국심과 충성심이 유달리 강했다. 안드레이는 자신이 전장에 나가있는 동안 아내가 시골 영지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려고 오랜만에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의 지나치게 완고한 성격에 약간의 불만을 갖고 있었으나 안드레이는 그 나름대로 아버지를 존경하고 있었다.

오랜 만에 아버지와 사랑하는 누이동생을 만나자 안드레이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아내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자 마리야는 오빠의 이해를 구했다. 올케를 동정하며 오빠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누이동생의 말에 안드레이는 위안을 얻었다. 다음 날 가족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전선으로 향한 안드레이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러시아군 최고사령관인 쿠투조프 장군의 전속 부관에 임명됐다. 하지만 1805년 10월, 아우스테를리츠 전투에서 안드레이는 머리에 총을 맞고 군기를 꼭 껴안은 채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쓰러지면서 그 옆을 지나던 나폴레옹을 보게 됐다.

머리는 타는 것만 같았고, 온 몸의 피가 흘러 나가버리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에게는 다만 자기 위로 드높이 있는 영원한 하늘만이 보였다. 그는 이 사람이 나폴레옹 -- 그가 동경하는 영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순간은 그 나폴레옹도 흰 구름이 떠 있는 높은 무한한 하늘과 그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참으로 조그마하고 하찮은 인간으로 생각됐다.

나폴레옹은 신음하는 부상자 안드레이의 모습을 보고 의무대로 후송하라고 명령했다. 정신이 들었을 때 안드레이는 수많은 부상자들과 함께 프랑스 야전병원으로 사용하던 농가에 누워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그가 전사했다고 판단하고 그의 집으로 전사 통지를 보냈다. 안드레이의 가족은 슬픔에 잠겨있었는데, 프랑스 야전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안드레이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임신 중이던 아내 리자는 만남의 즐거움을 같이 할 겨를도 없이 아들을 낳고 산후병으로 죽고 말았다.



안드레이와 나타샤의 만남

시골 영지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안드레이는 지방의 귀족회장 직을 맡고 있던 로스토프 백작의 집을 방문하게 됐다. 거기서 우연히 백작의 딸 나타샤와 마주친 그는 열여섯 살의 소녀로 날씬한 몸매에 새카만 눈과 머리카락을 가진 나타샤에게 호감을 갖게 됐다. 그녀의 아버지 로스토프는 가난하지만 호인으로 시골에 살면서도 연극이나 음악회 열기를 좋아했다. 자주 온마을 사람들을 집에 초대해 파티를 열기까지 했다. 그는 안드레이가 찾아오자 곧장 파티를 벌여 환대했다. 어느날, 로스토프 백작의 집 2층 창가에서 달빛에 젖어 잠 못 이루던 안드레이는 3층에서 들려오는 나타샤의 독백을 우연히 듣고 묘한 감상에 젖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밤은 그리 흔치 않아.”



달빛이 비치는 창가에서 종잡을 수 없는 공상에 빠져 역시 잠자지 못하고 있던 소녀의 모습에 취해버린 안드레이는 돌아가는 길에도 줄곧 그녀를 생각했다.

안드레이가 아우스테를리츠 전투가 참가했던 날로부터 4년이 흐른 1809년 여름 어느 날 그는 페테르부르그로 향했다. 그런데, 그 얼마 후 로스토프 백작의 가족들도 페테르부르크의 자택으로 돌아왔다. 로스토프 백작 부부의 낭비벽은 가세를 기울 정도로 심했다. 부인은 집안의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들과 딸의 배우자를 부자집 귀족 처녀와 청년 중에서 찾고 있었다. 그 집안의 장남 니콜라이는 군복무 중인 청년으로 처녀들에게 인기 있는 훌륭한 청년이었다. 니콜라이와 그 집 수양딸 소냐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부모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 순종적 성격의 소냐는 니콜라이가 부유한 상속녀와 결혼하도록 자신의 사랑을 희생했다. 안드레이에게 강한 인상을 줬던 나타샤는 사촌 보리스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보리스가 부유하지 않다는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한편 안드레이의 친구 피에르는 파리에서 유학을 하다가 아버지 베주호프 백작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페테르부르그로 돌아왔다. 피에르는 백작의 서자였지만 아버지의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아 페테르부르그 제일의 부자가 됐다. 부자가 되자 그의 후견인 행세를 하는 음흉한 쿠라긴 공작은 품행이 문란한 딸 엘렌에게 피에르를 유혹하도록 시켰다. 엘렌과 피에르를 결혼시키려는 쿠라긴의 계획은 성공해 둘은 결혼했다. 하지만 피에르는 아내 엘렌의 품행을 이미 알고 있었다.

결혼을 하자마자 피에르의 아내 엘렌은 돌로호프와 사교계에 염문을 뿌렸다. 이에 분개한 피에르는 돌로호프와 결투를 벌였는데, 돌로호프의 부상으로 끝났다. 아내 문제로 늘 고민해야 했던 피에르에게 결혼은 행복이 아니라 불행 그 자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페테르부르그의 수많은 귀족들과 그 자녀들을 초대하고 황제와 황후를 모신 화려한 무도회가 열렸다. 로스토프 백작 가족들도 무도회의 초대를 받았다. 안드레이 역시 흰 군복을 멋지게 차려 입고 그 무도회에 참가했으며, 그의 친구 피에르도 참석했다. 황제와 황후가 입장하면서 음악이 울려 퍼지고 무도회가 무르익어 가는데, 나타샤에게 춤을 청하는 남자가 없자 그녀는 속을 태웠다. 이때 안드레이가 나타나 나타샤에게 춤을 청했다. 안드레이에게 이끌린 나타샤는 오래 전부터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생각됐고, 안드레이 역시 전에 그녀의 집에서 받은 좋은 인상 때문인지 기분이 좋았다. 그녀 생각으로 잠못 이뤘던 기억도 새삼 떠올랐다. 하지만 피에르는 아내의 경박한 행동 때문에 파티가 무르익는 데도 우울하기만 했다.



무르익는 안드레이와 나타샤의 사랑

파티에서 재회한 안드레이는 나타샤를 보기 위해 그녀의 집을 자주 찾았다. 나타샤의 어머니는 안드레이의 빈번하게 방문하는 이유를 눈치 채고 딸에게 어떤 감정인지 물었다. 나타샤는 얼굴을 붉히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날 밤 피에르의 저택에서는 아내 엘렌이 파티를 열고 있었다. 안드레이도 그 파티에 참석했지만 피에르는 서재에 들어가 기독교 비밀 결사의 일종인 프리메이슨(자유석공조합)을 위한 작은 책자를 읽으며 원고를 쓰고 있었다. 그는 최근에 그 비밀 결사에 가입하고 사회사업에 거금을 희사했던 것이다. 아내가 돈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회사업을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내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 보람 있는 활동에 전념하고 싶어 프리메이슨에 가입한 피에르는 프리메이슨 조직의 페테르부르그 지부 책임자로 일하고 있었다.

안드레이는 피에르의 서재에 들어가 나타샤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털어놓았다. 그녀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하자, 피에르는 나타샤도 안드레이를 사랑할 거라고 위로했다. 다음 날 안드레이는 페테르부르그의 여러 친지를 방문하다가 로스토프 백작의 집에도 들렀다. 맨 먼저 그를 반겨준 사람은 나타샤였다. 안드레이는 그 집에서 나타샤와 밤늦도록 함께 하면서 그동안의 우울한 일들을 떨쳐버렸다. 며칠 뒤 그녀의 언니는 안드레이와 나타샤를 초대했다. 그 파티에 함께 참석한 피에르는 나타샤 역시 안드레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안드레이는 나타샤와의 결혼문제를 아버지와 상의하기 위해 시골 영지로 갔다. 볼콘스키 공작은 아들의 결혼 요청에 당황하며, 나타샤가 죽은 며느리 리자처럼 언행에 조심성이 없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일단 약혼을 한 후 시간을 두고 나타샤와의 결혼 문제를 좀더 진지하게 생각해 본 다음에 결정할 것을 권했다. 볼콘스키 공작은 나타샤의 집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린 손자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이다.

안드레이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결혼을 미루기로 했다. 나타샤에게 청혼한 안드레이는 결혼은 서두르지 말고 1년 동안 지켜보다가 서로의 열정이 식으면 서로 자기 갈 길을 가자고 제안했다. 나타샤는 그 제안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안드레이는 여행을 떠나면서 만일 일이 생기면 친구인 피에르와 의논하라고 나타샤에게 당부했다. 전장으로 떠나는 안드레이는 어린 약혼녀에게 마음이 변할 때는 언제든 헤어질 수 있다는 말로 불안함을 달래줬다. 안드레이가 떠난 후 볼콘스키 공작은 기력이 떨어지면서 잔소리가 심해졌다. 마리야는 오빠의 어린 아들 니코르시카를 정성껏 보살폈고, 약혼자를 전쟁터로 떠나보낸 나타샤는 그가 보고 싶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나타샤의 오빠 니콜라이는 어려서부터 같이 자라난 아버지의 수양딸 소냐와 오래 전부터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마음 속으로 아들이 부유한 귀족의 딸과 결혼해 기울어진 가세를 일으켜주길 바랐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이뤄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무렵 피에르는 페테르부르그의 중심인물로 사교계의 관심을 끌었지만 아내의 행실 문제로 여전히 방황하고 있었다. 엘렌은 끊임없이 스캔들을 만들었고, 남편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피에르는 나름대로 가치 있는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했으나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친구 안드레이가 없는 볼콘스키 공작의 집을 자주 방문해 마리야와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날 이야기를 나누던 피에르는 그 당시 귀족의 딸들에게 인기있던 보리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마리아는 대답을 회피하고 오히려 나타샤의 인품에 대해 물었다. 피에르는 남자들이 좋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여성이라고 대답했다.



혼자 남은 나타샤의 스캔들

로스토프 백작은 부인을 영지에 남겨둔 채 나머지 가족들을 데리고 당분간 모스크바 교외에 아는 사람 집에 머물고 있었다. 어느 날 로스토프 백작은 나타샤를 데리고 볼콘스키 공작을 방문했다. 로스토프 백작은 까다로운 볼콘스키 공작을 대하기 거북해 나타샤만을 남겨두고 어디론가 나가버렸다. 로스토프 백작은 성미 까다로운 볼콘스키 공작이 나타샤를 귀여워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그렇지 않았다.

나타샤는 볼콘스키 공작 집안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리야는 나타샤에게 오빠와의 결혼이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볼콘스키 공작 집을 나온 나타샤는 아버지와 함께 오페라 구경을 갔다. 그녀는 오페라를 구경하다가 군복을 입은 당당한 모습의 아나톨리를 봤다. 무도회에서 그를 몇 번 본 적이 있었지만 오늘처럼 멋있게 보인 적은 없었다. 아나톨리는 나타샤의 옆자리까지 찾아와 그녀에게 알은 체 했고, 오페라가 끝난 뒤에는 나타샤가 마차에 오르는 것을 도와줬다.

그날 밤 외로움을 느낀 나타샤는 안드레이와 아나톨리의 모습을 번갈아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얼마 후 나타샤는 엘렌의 집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초대받아 소냐와 함께 참석했다. 그 파티에서 나타샤는 아나톨리와 춤을 췄고, 돌아오면서 그에 대한 생각으로 가슴이 벅찼다. 그 사실을 소냐가 알아차리고 여러 모로 충고를 했다. 하지만 나타샤는 마리아가 보낸 문안 편지에 답장을 쓰면서 미래의 일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과 오빠와의 결혼 문제가 불확실해질지 모른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아나톨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타샤에게 유혹의 편지를 보냈다. 마침내 나타샤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상류층 사교계의 탕아인 아나톨리의 유혹에 끌려 함께 도망가기로 했다. 아나톨리는 친구 돌로호프와 짜고 나타샤를 현재 묵고 있는 집에서 몰래 데려오기로 했다. 돌로호프는 이미 결혼한 아나톨리의 행동이 옳지 못하다고 여겼지만 어쩔 수 없이 그를 도와 주게 됐다. 그들은 마차를 몰고 나타샤가 묵고 있는 집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사태를 미리 알아챈 소냐가 하인들을 동원해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아나톨리는 친구와 함께 그 자리를 피해야만 했다.

사랑의 도피에 실패한 나타샤는 피에르를 통해 아나톨리는 이미 결혼한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바람둥이 유부남인 아나톨리의 정체를 알게된 나타샤는 절망해 자살하려 했으나 피에르의 설득으로 마음을 돌린다. 피에르는 안드레이를 사랑하던 나타샤가 경박한 아나톨리에게 끌렸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나타샤 역시 자신의 과오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다가 삶의 진실을 깨달으며 점차 거듭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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