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테르부르그 이야기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리 지음 | -
페테르부르그 이야기(Петербу ргские повести)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리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외투 Шинель
아카키 아카키예비치 바쉬마취킨: 소심하고 자폐적인 하급 관리. 이 소설의 주인공.
유력한 인사: 권위주의적인 고관. 아카키의 청을 거절하고, 결국 아카키의 유령을 만나게 된다.
페테르부르그의 어느 관청에 관리 한 사람이 근무하고 있었다. 그 관리는 결코 잘 생겼다고 할 수는 없는 얼굴을 갖고 있었다. 작달막한 키에, 얽은 곰보 얼굴에, 불그레한 머리칼, 게다가 눈은 근시인데다 대머리였고, 양쪽 뺨은 쭈글쭈글하게 주름져 있어 안색은 치질을 앓고 있는 듯했다. 이 하급 관리의 성은 바쉬마취킨이었는데, 그는 아버지의 이름을 따라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라는 이상한 이름을 갖고 있는, 한 마디로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다.
물론 관청에서도 그를 존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위들은 그가 들어와도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은커녕 마치 대합실에 날아다니는 파리를 보듯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젊은 문관들도 그를 비웃거나 조롱하기가 일쑤였다. 그러나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그의 눈앞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문서를 베껴 쓰는 일에만 열중했다. 베껴 쓰는 일만큼은 한 자의 오자도 내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심한 장난을 쳐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에도 겨우 “왜 나를 못살게 구는 거지? 날 좀 내버려둬요”하고 말하는 정도였다. 그 목소리에는 어쩐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데가 있었다.
외투를 장만하기 위한 금욕생활
그러나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 추위는 그의 평온한 삶을 바꿔 놓고 말았다. 아카키의 얇은 외투로는 그 겨울의 지독한 추위를 견뎌낼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 그가 입고 있는 외투는 천이 얼마나 닳아빠졌는지 속이 훤히 비칠 정도였고 안감은 너덜너덜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외투”라고 부르기보다는 “누더기”라고 불러야 할 정도였다.
아카키는 이 외투를 수선해 입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재봉사의 말을 듣고, 새 외투를 장만하기 위해 결국 엄청난 금욕 생활을 시작해야만 했다. 1백 50루블이나 하는 외투를 마련하기 위해 단돈 1코페이카라도 아끼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의 근검 절약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매일 밤마다 차 마시던 것도 그만 두고, 밤에도 촛불을 켜지 않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이 있더라도 하숙집 주인 여자의 방에 가서 했다. 신발 뒤축이 닳지 않도록 하기 위해 뒤꿈치를 들고 걸어다닐 정도였다.
사실 처음에는 무척 힘이 들었지만, 익숙해지고 나니 그런 대로 견딜 만했다. 나중에는 저녁 식사를 굶는 데도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 대신 아카키의 마음 속에는 머잖아 갖게 될 외투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게 되었던 것이다. 그 희망이 얼마나 강했던지, 그의 삶은 궁핍하면서도 어쩐지 뭔가 풍요로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삶의 반려자가 생긴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드디어 아카키가 외투를 장만하는 날이 왔다. 아카키는 재봉사에게서 외투를 받아 온 후 무슨 축제라도 되는 듯 기쁜 마음으로 거리를 걸었다. 정말이지 이 날은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에게 가장 장엄한 축제날이었다. 그는 매우 행복한 기분이 돼 집으로 돌아와 황홀한 눈으로 외투를 바라봤다.
뜻밖의 사건
그런데 새 외투를 입은 첫날 밤, 아카키는 과장의 명명일 파티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인적이 드문 거리를 지나게 됐다. 새 외투를 입은 아카키는 새로운 세상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어두컴컴한 거리에서 문득 아카키 앞에 수염을 기른 강도들이 나타나 벽력 같은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이건 내 외투야.”
아카키는 완전히 얼이 빠졌으나, 몇 번 주먹에 맞았다고 생각한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외투는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카키는 바로 경찰서장의 집으로 찾아갔으나, 겨우 외투 따위를 찾으려는 아카키의 소원은 경찰서의 권위 앞에서는 하잘 것 없는 것으로 묵살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어느 유력한 인물을 찾아가 진정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아카키는 그렇게 해서 어느 “유력한 인물”을 찾아간 것이다. 힘겹게 그 유력한 인물을 만난 아카키는 외투를 다시 찾게 해 주십사 하는 청을 있는 힘을 다해 설명했다. 그런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고관은 아카키의 청이 너무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말했다. “자네,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걸 모르나? 여기가 어딘 줄 아나, 응? 그런 것은 먼저 사무과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그 진정서가 과장과 국장을 거쳐서 비서관에게 가야 하는 게야. 그러면 그 비서가 검토를 한 후에야 나한테 넘어오는 거야. 자네는 지금 누구하고 얘기하고 있는 줄이나 아나? 내가 누군 줄이나 아냔 말이야, 앙?”
아카키는 완전히 당황해서 유력한 인물의 방을 빠져나왔다. 정신이 나간 아카키는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었으며, 결국 심한 열병을 앓게 되었다. 그 열병이 무서울 정도로 아카키를 괴롭혔기 때문에, 결국 불쌍한 아카키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페테르부르그의 거리는 아카키라는 인간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외투를 찾아 헤매는 유령
그러나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이야기가 이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가 죽은 후, 페테르부르그 거리에는 밤마다 관리의 모습을 한 유령이 나타나 외투를 찾아 헤맨다는 소문이 돌게 된 것이다. 그 유령은 외투 모양을 한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벗겨간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어느 날 이른바 그 ‘유력한 인물’이 마차를 타고 가다가 그 유령을 만나게 됐다. 썩은 시체 냄새를 풍기던 그 유령이 “드디어 네놈을 만났구나. 네 외투가 필요해!”하고 소리지르는 바람에 완전히 겁에 질린 유력한 인물은 외투를 벗어 던지고 집으로 도망쳐 왔던 것이다. 그 사건 이후로 유령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페테르부르그에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고 수군대고 있다.
코 Нос
이반 야코블레프 페테르부르그의 이발사. 코발료프의 코를 발견한 후 강물에 버린다.
코발료프 사라진 자기 코를 찾으러 다니는 속물적인 팔등 문관.
코 코발료프의 코. 고위 관리가 돼 페테르부르그 거리를 활보한다.
페테르부르그에서 기묘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발사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여느 때처럼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위해 테이블에 앉았다.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먼저 빵을 두 조각으로 자르고 나서 빵 속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놀랍게도 뭔가 하얀 것이 보였던 것이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칼로 끄집어 내어 만져보았다. “도대체 이게 뭐지? 코가 아닌가! 사람의 코!” 코, 틀림없는 코였다. 게다가 어디서 본 듯한 코였다. 이발사는 대체 어떻게 해서 코가 빵 속에 들어가 있는지, 그것도 전혀 구워지지 않은 채 빵 속에 끼여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코를 조심스럽게 싸서 거리로 나왔다.
이발사는 이사키예프스키 다리에 이르러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물고기가 많은지 보려고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는 척하며 난간 위로 몸을 기대고는, 코를 싼 천을 슬쩍 다리 아래로 집어던졌다. 이로써 그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했다. 하지만 다리 아래 있던 경찰이 그것을 보고 있었는데, 여기서 이야기는 갑자기 안개 속에 빠져 버린다.
빵 속에 끼워진 사람의 코 하나
8등 문관 코발료프는 여느 때처럼 아침에 일어나 천천히 거울을 봤다. 어젯밤 코 위에 돋았던 여드름을 살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코가 있던 자리는 아주 평평하게 돼 있지 않은가! 코발료프는 놀라서 눈을 비비고 다시 봤으나 분명히 코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는 급히 옷을 주워 입고 경찰국장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그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려야만 했다.
그는 먼저 과자점에 들어가 조심스럽게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이젠 코가 돌아와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코 대신에 아무거라도 있어야 할 게 아닌가!” 그는 소리쳤다. 그는 화가 나서 입술을 깨물며 과자점을 나왔다. 그런데 어느 집 문 앞에서 그는 갑자기 땅에 뿌리라도 박은 듯이 우뚝 멈춰 섰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그의 눈 앞에는 한 신사가 마차에 막 오르고 있었는데, 그 신사는 바로 코발료프의 코였던 것이다. 이 놀라운 광경에 코발료프는 모든 것이 뒤죽박죽 혼돈스러워졌다. 온몸이 열병에라도 걸린 듯 부들부들 떨렸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그 코가 코발료프보다 높은 5등 문관의 제복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코발료프는 그 코를 따라가 조용히 말했다. “저는 8등 문관에 소령이기 때문에, 코가 없으면 곤란합니다.”
코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런데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지요?” “글쎄요, 당신이야말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당신은, 제 코란 말입니다.” 코는 코발료프를 바라보고 얼굴을 약간 찡그렸다. “당신은 뭔가 착각을 하고 계시는군요. 나는 그저 나 자신일 뿐이니까요.”
5등 문관이 된 코
코발료프는 절망에 빠져 버렸다. 그는 생각 끝에 경찰국장 집으로 달려갔으나, 국장은 자리에 없었다. 다음으로 코발료프가 찾아간 곳은 신문사였다. 신문사에 가서 광고를 낼 참이었던 것이다. “당신 이름은 뭡니까?” 신문사 광고국 직원이 물었다. “아니, 이름은 뭐하려고요? 이름은 밝힐 수가 없어요. 난 아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고관 부인들이 당장 알아버릴 수 있으니까, 그건 안 돼요. 그냥, 팔등 문관이라든가, 소령 계급이라고만 쓰시오. 나는 듣도보도 못한 사기를 당했기 때문에 이 사기꾼을 잡아 주는 사람에게 사례하겠다는 광고를 하려는 거요.”
“그 사기꾼은 당신 하인인가요?” “아니, 그놈은, 바로 내 코란 말이요.” “음, 이름이 재미있군요. 그럼 미스터 코씨가 당신 돈을 훔쳐갔군요?” “아니, 코라는 건 이름이 아니라, 그건, 바로 내 코란 말이오. 내 진짜 코!” “아아, 그런 장난 광고는 낼 수가 없어요.”
코발료프는 완전히 절망해 버렸다. 그는 경찰국장에게도 찾아가 보았지만, 아무런 뇌물도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만 상담도 못해보고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코발료프에게 이사키예프스키 다리에서 이발사를 보았던 경찰관이 찾아왔다. 그는 어찌된 일인지 코발료프의 코를 가져와 돌려줬다. 코발료프는 기쁨에 겨웠으나 문제가 아직 끝난 것은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코를 제자리에 붙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코발료프는 의사를 부르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으나 허사였다. 그 동안에 코발료프의 코에 관한 소문은 온 도시에 다 퍼져 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오후 3시만 되면 네프스키 거리를 돌아다닌다는 그 코를 보기 위해 장사진을 칠 정도였다. 그런데 사건은 다시 여기서 안개 속에 빠져 버린다.
세상에는 황당무계한 일들이 있는 법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코발료프의 코가 거짓말처럼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도대체 불가사의한 데다 어이없을 만큼 이상한 것이어서 작가인 나도 잘 이해하지 못할 지경이다. 하지만 뭔가 생각해 볼 수도 있는 이야기며, 세상에는 이런 일이 없으리란 법도 없는 것이다.
네프스키 거리 Невский Проспект
피스카료프 페테르부르그 거리의 화가. 몽상적이며 소심하고 온순한 젊은이.
피로고프 중위 피스카료프의 친구. 허영심 많고 속물적인 장교.
어느 날 페테르부르그의 중심가 네프스키 거리를 걷던 화가 피스카료프와 피로고프 중위는 길을 걷던 근사한 두 여자를 만났다. 피로고프 중위가 말했다. “이봐, 저 금발의 여자 정말 멋지지 않나?” “아니, 저 머리카락이 짙은 여자의 눈이 정말 아름답군.” 그렇게 해서 피로고프 중위와 피스카료프는 각각 다른 여자들을 따라가기로 하고 헤어졌다. 연미복과 망토를 입고 있던 몽상적인 화가 피스카료프는 황홀한 마음으로 여자를 따라갔다. 그는 너무나 순진했기 때문에 다만 천사 같은 그녀의 집을 보고 싶었을 따름이었다.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점점 드물어지는 듯했다. 아름다운 여인이 문득 뒤돌아보고 미소를 지은 것처럼 느껴졌고, 피스카료프의 가슴은 곧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창녀의 집으로 들어간 아름다운 여인
그러나 피스카료프가 아름다운 여인의 뒤를 쫓아간 끝에 닿은 곳은, 아아, 놀랍게도 창녀들의 집이었다. 피스카료프는 그 아름다운 여자가 이런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정신없이 그곳을 뛰쳐나와 집으로 달려갔다.
가슴이 터질 듯한 연민의 정을 느끼며 그는 가물거리는 촛불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꼼짝 않고 앉아 꿈도 아니고 현실도 아닌 몽롱한 상태로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꿈 속에서 그는 어느새 그녀의 집에 있었다. 멋진 무도회, 그리고 그녀가 그의 곁에 있었다. “저는 이곳이 괴로워요. 당신이 절 싫어하신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아아, 그럴 리가, 그럴 리가...... 결국 모든 게 꿈이었다. 오, 꿈이었다니. 왜 꿈은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는가. 현실이란 얼마나 혐오스러운 것인가. 피스카료프는 다시 꿈을 꾸고 싶었다. 그녀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으나, 그녀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불쌍한 피스카료프는 모든 것을 잊고 다만 꿈 한 가지만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는 온통 꿈으로만 가득하여 비통하고 고통스러웠으며,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방에만 틀어박혔다. 마침내 꿈은 생활이 돼 버렸고, 모든 삶은 이상한 변화로 가득찼다. 그는 아편을 복용하기 시작했으며, 이제 더 이상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피스카료프는 그 아름다운 여자를 그곳에서 구해내기로 결심하게 됐다.
드디어 피스카료프는 꿈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그녀를 찾아가 간신히, 결혼하자고 말했다. 물론 그 여자는 커다란 소리로 웃으며 그를 비웃었다. 피스카료프의 절망에 빠져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곳을 뛰쳐나왔다. 밤새 헤매다 집으로 돌아온 피스카료프는 문을 잠근 채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1주일 후 그의 방문을 열었을 때, 거기에는 스스로 목을 매고 숨진 피스카료프의 시신이 있었던 것이다.
유부녀에게 접근한 피로고프의 봉변
그러면, 예전에 피스카료프와 헤어져 다른 여자를 따라갔던 피로고프는 어떻게 되었을까? 피로고프는 피스카료프와는 반대로 허영심 많고 건들대는 사내였다. 그가 따라갔던 금발의 여자는 독일인 직공 쉴러의 아내였다. 피로고프가 그 금발의 미인을 따라 어느 집으로 들어갔을 때, 거기에는 술에 만취한 쉴러가 그의 친구인 호프만과 함께 주정을 부리고 있었다. 피로고프 중위는 다음 날 오리라 생각하고 그곳을 떠났다.
다음 날 피로고프 중위가 그 쉴러의 일터에 가자, 그 아름다운 금발 미녀가 퉁명스럽게 그를 맞았다. 피로고프 중위는 말의 박차를 박으러 왔다고 둘러대고, 박차가 완성된 다음에는 단검에 보석을 박아달라며 쉴러의 집에 시도때도 없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피로고프 중위는 어느 날 쉴러가 없는 틈을 타 금발 미녀에게 춤을 제의하고, 드디어 그녀에게 키스를 하려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술에 취한 쉴러와 그의 친구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중위라는 직책을 가진 피로고프를 호되게 다뤄 내쫓았으니, 피로고프의 분노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이 모든 사건은 이상하게 끝이 나 버렸다. 피로고프는 고소를 하러 경찰서에 가던 도중에 과자점에 들렀는데, 파이 두 개를 먹고 잡지를 보고 나오자 갑자기 유쾌한 느낌이 들어 고소 따위는 모두 잊고 말았던 것이다.
네프스키 거리라는 것은 이토록 이상한 것이다. 네프스키 거리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아무것도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광인일기 Записки Сумашедшег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