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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혼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리 지음 | -
죽은 혼(Мертвые Души)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리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치치코프: NN읍에 갑작스레 나타난 이상한 신사. 지주들로부터 ‘죽은 농노’를 사들인다.

마닐로프: 치치코프가 처음 방문하는 지주. 몽상가로 영지 경영에는 관심이 없는 한량

코로보치카: 치치코프가 방문하는 두 번째 지주. 의심 많고 인색한 노파

노즈드료프: 치치코프가 방문하는 세 번째 지주. 거짓말과 허영에 들떠 있는 지주

소바케비치: 치치코프가 방문하는 네 번째 지주. 곰 같은 외모의 고집불통

플류쉬킨: 치치코프가 방문하는 다섯 번째 지주. 수전노에 지극히 폐쇄적인 성격





NN읍으로 찾아든 낯선 신사

현청 소재지인 NN읍의 한 여관으로 중류층 신사들이 애용하는 마차 한 대가 도착했다. 그 마차에는, 미남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특별히 못생기지도 않았으며, 살이 찐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른 것도 아닌, 게다가 너무 늙은 것도 너무 젊은 것도 아닌 한 신사가 타고 있었다.

이 손님은 여관의 방을 빌고 가죽 트렁크를 옮겨왔는데, 여기저기 해진 것으로 봐서 여행길에 나선 지 꽤 오래된 듯했다. 마부 셀리판, 하인 페트루쉬카와 함께 여관에 묵게 된 신사의 이름은 파벨 이바노비치 치치코프였다.

이 신사는 여관에 여장을 풀고 나서 이 소읍의 유지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먼저 현지사를 찾아가 경의를 표하고, 다음은 부지사, 또 다음은 검사, 재판소장, 경찰부장, 공장 감독관 등...... 하지만 특별한 용무가 있어서 이 고관들을 방문한 것은 아닌 듯했다.

다만 이 유력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는 매우 교묘하게 그들의 비위를 맞췄다. 예를 들면, 현지사에게는 이 현에 와 보니 천국에 온 것 같고, 도로는 가는 곳마다 비단을 깐 듯하며, 그리고 이렇게 현명한 고관을 임명한 당국이야말로 칭찬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식이었다. 그는 자기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았지만 대단히 겸손했으며, 평범하면서도 사람들의 환심을 살 만큼 적당히 아첨할 줄 아는 말주변이 있었다.

관리들은 새로운 인물이 온 것을 반기게 됐다. 지사는 그를 온건한 인물이라고 평했으며, 검사는 유능한 인물이라며 칭찬을 보탰다. 재판소장은 치치코프가 박식하고 존경할 만한 인물이라고 말했으며, 경찰부장은 더없이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 신사에 대한 호의적인 소문은 곧 온 읍내에 퍼졌는데, 그것은 이 인물의 이상한 계획이 읍 전체를 의혹에 휩싸이게 만들 때까지 계속됐다. 그 사건의 경위에 대해서는 독자 여러분도 곧 알게 될 것이다.



치치코프의 순례 - 마닐로프와 코로보치카

신사는 한 주일 이상을 이 읍에서 묵으면서 야회니 오찬이니 하는 모든 모임에 참석하며 아주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이윽고 그는 읍내 바깥으로 관심을 돌려 주변의 지주들을 방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치치코프가 먼저 방문한 곳은 지주 마닐로프의 영지인 마닐로프카였다. 지주 마닐로프와는 이미 각종 모임에서 안면을 익혀뒀던 것이다. 치치코프가 마닐로프카에 도착해 마차에서 내렸을 때, 마닐로프는 기쁜 마음으로 이 손님을 반겼다. 두 친구는 더없이 굳은 키스를 나누고, 응접실에서 즐거운 담소를 나눴다.

마닐로프라는 인물은, 얼핏 보면 풍채도 좋고 유쾌한 얼굴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 유쾌한 미소에는 좀 지나치게 달콤한 데가 있었다. 그래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처음에는 “아, 어쩌면 이렇게 유쾌하고 선량한 사람이 있을까”하고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고, 그 이후에는, “도무지 이상한 인간이군”하고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닐로프는 영지 경영에는 거의 무관심한 한량이지만, 마누라와는 지나치게 오랫동안 키스를 하며 달콤한 말을 주고받곤 했다.

치치코프는 이런저런 대화 끝에 드디어 용건을 말했다. “혹시 당신의 농노 중에 죽은 사람이 얼마나 있습니까?” 마닐로프는 관리인을 불러 죽은 농노의 숫자를 알아보도록 지시했다. 치치코프가 원하는 것은, 실제로는 살아 있지 않지만 법률상으로는 아직 살아 있는 것으로 돼 있는 농노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죽은 농노에 대한 등기증서를 팔라는 것이었다.

치치코프는, 이런 거래는 결코 민법의 규정을 어기는 것이 아니며, 장래 러시아의 정책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하고, 합법적으로 농노에 대한 인두세를 징수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닐로프는 몹시 당황하고 어리둥절해졌지만, 그런 쓸모 없는 것을 친구에게 팔 수는 없다고 말하고 공짜로 등기증서를 내 주겠다고 약속하고 말았다.

이 이상한 신사가 다음으로 찾아가려 했던 곳은 지주 소바케비치의 집이었다. 그러나 가는 도중에 폭우가 쏟아져 길을 잃은 치치코프는 코로보치카라는 과부 지주 집에 닿게 됐다. 코로보치카는 흉작이거나 뭔가 손해를 본 때면 대뜸 울음을 터뜨리고, 장롱 서랍 속의 줄무늬 지갑에 잔돈을 인색하게 저축하고 있는 지주 노파였다. 장롱 속에는 얼핏 보면 속옷, 잠옷, 조그마한 실 다발, 부인 외투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아래는 각종 돈지갑들이 수북했다.

치치코프는 코로보치카의 집에서 하루 저녁을 묵은 후, 다음 날 죽은 농노를 팔라는 그 이상한 제의를 던졌다. 의심이 많고 인색한 과부 코로보치카는 물론 치치코프의 제의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이유인지 납득할 수 없군요. 설마 땅 속에서 죽은 농노들을 파내시겠다는 건 아니겠지요?” 치치코프는 노파에게, 자기가 사려는 것은 코로보치카에게는 쓸모 없는 죽은 농노이며, 이것은 분명히 코로보치카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라고 누누히 설명했으나, 코로보치카는 여전히 이상하다는 표정만을 지었다. “실은 처음 있는 일이라서 뭔가 손해라도 보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혹시 날 속이려는 건 아니겠지요? 사실 죽은 농노를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는데, 싼 값에 넘기게 되는 건 아닙니까?” “아니, 죽은 농노란 것은 쓰레기 같은 것이며, 아무 쓸모도 없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혹시 농사일에 필요할지도.” 치치코프는 화가 났지만 끈질기게 노파를 설득한 끝에, 15루블(러시아 옛 화폐 단위)에 농노 등기 증서를 양도받기로 겨우 합의를 봤다. 그것도 코로보치카의 영지에서 재배하는 보리와 메밀, 그리고 밀과 가축을 나중에 구입하기로 조건을 달고서였지만, 치치코프가 그것들을 사러 다시 올 리는 없었다.



노즈드료프, 소바케비치, 플류쉬킨을 방문

치치코프는 코로보치카의 집을 나와 길을 가는 도중에 잠시 주막에 머물게 됐다. 그리고 거기서 노즈드료프라는 괴상한 지주를 만났다. 노즈드료프는 수다스럽고 방탕한 데다, 온갖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쓸데없이 늘어놓는, 말하자면 제멋대로인 지주였다. 치치코프는 노즈드료프의 집을 방문할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노즈드료프의 청에 못이기는 척 그의 집을 들르게 됐다. 물론 죽은 농노를 사려는 예의 그 ‘사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다.

치치코프는 조심스럽게 죽은 농노 얘기를 꺼냈다. 사회적 위신을 생각해서 죽은 농노가 필요하며, 자기는 영지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죽은 농노라도 갖고 있으려 한다는 거짓말과 함께. 노즈드료프는 치치코프의 말을 믿지 않지만, 만일 종마(種馬)를 4천 루블에 산다면 덤으로 죽은 농노를 양도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제의를 했다.

치치코프와 노즈드료프는 실랑이 끝에 장기를 둬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판이 불리해진 노즈드료프는 치치코프가 빤히 보는 앞에서 장기 말을 제멋대로 움직였다. “도저히 당신하고는 장기를 둘 수가 없군요. 이런 법이 어딨습니까? 한꺼번에 말을 세 개나 움직이다니.” “아니, 그렇다고 둘 수 없다는 건가, 이 시시한 놈!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안 두려는 거지! 얘들아, 이 놈을 마구 패라!”

노즈드료프는 마치 요새를 향해 돌진하는 돈 키호테처럼 “돌진!”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치치코프에게 달려들었다. 만일 그때 경찰서장이 노즈드료프네를 방문하지 않았더라면, 치치코프는 큰 봉변을 당했을 것이다. 경찰서장이 온 틈을 타서, 겁에 질린 치치코프는 전속력으로 노즈드료프의 집을 빠져나왔다.

치치코프의 마차는 전속력으로 달려 노즈드료프의 마을을 한참 떠나왔지만, 치치코프는 여전히 겁에 질려 연방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치치코프는 길에서 뜻하지 않은 사건을 만났다. 소바케비치의 영지로 가는 도중에, 치치코프의 마차가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반포장마차와 부딪힐 뻔했던 것이다. 마부들이 서로 욕설을 하는 동안에, 치치코프는 상대편 마차에 타고 있던 열 대여섯 남짓의 귀여운 소녀를 봤다. 그 소녀는 지사의 딸이었는데, 치치코프는 얼굴이 희고 아름다운 그녀를 골똘히 바라봤다. 이 지사의 딸이 나중에 치치코프의 봉변에 한몫 하게 될 줄이야.

하여튼 치치코프는 소바케비치의 영지에 도착했다. 소바케비치의 영지는 모든 것이 무식해 보였고 곰처럼 견고했다. 소바케비치는 정말 곰처럼 생긴 지주였는데, 그의 집에 있는 모든 사물들도 그를 닮아 튼튼하되 모양은 흉하고 볼꼴 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안락의자며 걸상들이 모두, 나도 소바케비치요, 나도 소바케비치요 하고 소리치는 듯했다.

치치코프는 소바케비치에게도 죽은 농노를 팔라고 조심스럽게 제의했다. 그런데 소바케비치는 죽은 농노를 사겠다는 이 이상한 제의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품지 않은 채, 죽은 농노 한 명당 무려 1백 루블에 팔겠다고 선언했다. “좋습니다. 쓸데없는 에누리는 말고 한 명에 1백 루블로 하죠.” 치치코프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지금 흥정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미 죽어 버린 농노라는 사실을 간신히 환기시켰다. 하지만 소바케비치는 고집 불통이었다. “이건 정말 싼 값이오. 다른 사기꾼 같으면 당신을 속여서 농노라고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것을 팔겠지만, 우리 것은 모두 튼튼하니까요. 마차 만드는 미헤예프는 스프링 달린 마차를 척척 만들어 내곤 했지. 정말 튼튼했단 말이오.” 치치코프는 어이가 없었다. 미헤예프란 농노는 먼 옛날에 이 세상을 뜬 죽은 사람이 아니냐고 말하려 했으나, 소바케비치는 자기 말에 취해 마구 지껄여대고 있었다. 치치코프는 겨우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우리는 무슨 연극이나 희극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군요. 그건 도대체 보잘것없는 것입니다. 죽은 농노란 건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지금 그걸 사려는 것 아니오. 이렇게 훌륭한 농노는 못 구할 거요.”

이런 식의 대화 끝에 치치코프는 화가 나서 일어섰다. 소바케비치는 결국 치치코프가 제의한 2루블 반에 죽은 농노를 팔았다. 소바케비치의 집을 나서면서 치치코프는 이미 죽어버린 농노를 샀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비밀로 해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다음으로 치치코프가 찾아간 곳은 플류쉬킨이라는 지주의 집이었다. 플류쉬킨은 지독하게 인색한 수전노로 그의 집은 길에서 주워온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했다. 플류쉬킨의 집에서 모든 사물들은 제 쓸모를 지녀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먼지처럼 무의미하게 거기 있을 뿐이었다.

그는 자기 마을의 거리를 다니면서 다리 밑과 들보 밑을 들여다보고, 낡은 구두창이나 여자가 버린 누더기, 쇠못, 도자기의 깨진 조각 등 눈에 띄는 것은 닥치는 대로 방구석으로 가져왔다. 그렇게 모인 것들은 정말로 먼지로 변해가고 있었다. 인간이란 것이 이렇게 보잘것없고 천하며 추악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치치코프는 이 이상한 지주에게 물었다. “그런데,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당신은 1천 명도 넘는 농노들을 가지고 계신다던데요.” “무슨 소리, 1천 명이라니. 지난 3년 동안 고약한 열병이 유행해서 120명도 넘는 농노가 죽어버렸는 걸!” 치치코프는 속으로 몹시 기뻤지만, 한숨을 쉬면서 참 안됐노라고 동정의 표정을 지었다. 치치코프는 자기의 동정은 결코 빈말이 아니며, 실제 행위로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요컨대, 그 불행한 사건으로 죽은 농노 전부의 인두세를 대신 낼 용의가 있다고 설명했던 것이다.“그럼, 당신이 매년 그 인두세를 지불해 주신다는 겁니까? 실례지만, 그 돈은 나한테 주는 건가요, 아니면 국가에 대신 내 준다는 건가요?” “이렇게 하면 되지요. 아직 그 농노는 살아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당신이 그걸 나에게 파는 것으로 해서 부동산 등기를 하면 어떻습니까?” “그렇군, 부동산 등기를...... 하지만 등기를 하게 되면 또 돈이 들기 때문에......”

치치코프는 지독한 수전노라고 생각했지만, 당신을 존경하고 있기 때문에 등기 비용도 자기가 부담하겠노라고 말했다. 플류쉬킨은 등기비용까지 부담하겠다는 말을 듣고, 이 손님은 어지간히 바보군, 하고 생각하면서 치치코프에게 죽은 농노를 양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괴상한 주름투성이 노인은 치치코프를 배웅하고 나서 곧 문을 닫으라고 명령한 후 하인들을 감시하기 위해 영지를 돌았다. 그리고 하인들에게 모두들 도둑놈들이라고 다시 야단을 치는 것이다.



치치코프를 둘러싼 소동

치치코프는 만족한 마음으로 여관에 돌아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치치코프는 농노들의 등기부를 떼기 위해 재판소로 갔다. 재판소 앞에서 마닐로프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치치코프는 모든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토지는 안 사고 농노만 사십니까? 이주시킬 생각이십니까?” 재판소장이 물었다. “그렇지요. 이주시킬 생각입니다.” “장소는?” “장소는......헤르손 현입니다.” “그래, 토지는 충분히 있습니까?” “충분합니다. 구입한 농노들에게는 충분한 땅이지요.” “강이라든가 연못은 있나요?” “강도 있고 연못도 있지요.”

치치코프의 대답이 모두 거짓이었음은 물론이다. 여하튼 모든 일이 끝나자 재판소장은 말했다. “그럼, 이제 농노들을 사신 것을 축하합니다. 한 잔하는 일만 남았군요.” 치치코프의 농노 구입은 마을에서 온통 화제가 됐다. 농노들을 그렇게 많이 사서 정말 자기 영지로 이주시키는 것이 유리한 일인가, 하는 문제 따위가 토론대상이었다. 부인들 사이에서는 치치코프가 백만장자라는 소문이 나는 등 치치코프는 단연 장안의 호기심을 독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주 불쾌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치치코프는 지사가 연 파티에 참석했다. 그는 거기서 언젠가 한번 마음을 빼앗긴 적이 있던 지사의 딸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다. 파티에 참석한 다른 부인들의 관심 속에서 치치코프가 주인공이 되어 있을 무렵, 허풍과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노즈드료프가 나타났다. 노즈드료프는 불콰한 얼굴로 치치코프를 둘러싼 사람들 앞에서 치치코프를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사람은 나한테 죽은 농노를 팔라고 했소. 나야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지. 이봐, 치치코프. 나는 자네가 죽은 농노를 왜 사는지 그 까닭을 똑바로 들을 때까지는 놔 주지 않겠네, 알겠나?”

노즈드료프의 이 말은 사람들에게 대단히 괴상한 말로 들렸다. 죽은 농노를 사다니, 그런 해괴한 일이 있단 말인가. 이미 죽어버린 농노를 왜 산단 말인가. 사람들은 노즈드료프가 형편없는 거짓말쟁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치치코프는 당황하고 말았다. 그 날 치치코프는 여느 때보다 일찍 숙소로 돌아가 버렸다.

노즈드료프의 사건 이후, 읍내에는 치치코프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치치코프가 지사의 딸을 납치하기 위해 죽은 농노들을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부인네들 사이에 돌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사의 딸을 유괴하는 것과 죽은 농노들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남자들은, 혹시 ‘죽은 농노’라는 것은 적절한 행정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죽은 사람을 지칭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치치코프는 결국 지방 총독 관청에서 파견 나온 감사관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이어졌고, 지사와 소장을 포함한 읍내 고관과 유지들은 갑자기 공포에 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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