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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로모프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 지음 | -
오블로모프 Обломов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일리야 일리치 오블로모프: 주인공. 젊음과 멋진 외모, 높은 교육수준을 지녔지만 우유부단하고 나태해 일생을 마치는 날까지 수동적인 삶을 산다.

아가피야 마트베예브나 프셰니치나: 부드럽고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로 오블로모프를 진심으로 사랑한 아내. 결혼 전엔 두 아이를 가진 과부였으나 오블로모프와 진실한 사랑을 나눈다.

자하르: 오블로모프의 충실한 하인. 주인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끼지 않고 평생 주인을 위해 살아간다.

일리인스카야 올가 세르게예브나: 강인하고 단호한 결단력의 소유자. 처음엔 부드럽고 착한 오블로모프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의 헛됨을 깨닫고 결국 그의 친구 쉬톨츠를 남편으로 선택한다.

이반 마트베예비치 무호야로프: 아가피야 마트베예브나 프셰니치나의 오빠. 순진한 동생을 이용해 호시탐탐 오블로모프의 재산을 노린다.

안드레이 이바노비치 쉬톨츠: 오블로모프가 유일하게 신임하는 고향 친구. 부드러운 러시아인 어머니의 성격과 냉정한 독일인 아버지의 성격을 고루 갖추고, 자신이 원하는 일에 정열을 쏟을 줄 아는 청년.

미헤이 안드레예비치 타란치예프: 40세 가량의 오블로모프의 고향 사람. 쉬톨츠 다음으로 오블로모프가 신임하는 사람이지만 실제로 오블로모프의 재산에만 관심을 갖는 교활한 자.





게으르고 나태한 오블로모프의 삶

일리야 일리치 오블로모프는 중간 키에 그윽한 회색 눈동자를 가진 32, 3살 가량의 멋진 용모를 가진 청년이다. 페테르부르그 고로호바야 거리에 있는 그의 집에 여느 때처럼 아침이 찾아왔다. 하지만 오블로모프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다. 침대에 '누워있기'는 그의 삶의 전형적인 모습이며, 그에게 있어서는 뒤죽박죽 모순으로 뒤엉킨 사회(관습)에 대한 자기 식의 저항이었다. 그래서 일리야 일리치는 침대에서 그의 몸을 일으키려는 모든 노력에 대해 철학적으로 사색해가며 반론을 제기한다.

그의 종 자하르 역시 주인이 사는 것과 똑같이 살아간다. 자하르의 외모는 정말 못생긴 데다가, 말소리는 꼭 개가 킁킁대며 으르렁거리듯, 말 중간중간에 킁킁 소리를 내며 불만이 잔뜩 섞여 있다. 오블로모프는 자하르와 함께 페테르부르그 중심가에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멋진 아파트면 무슨 소용인가! 모든 일에 무관심한 오블로모프는 집안일에조차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자하르 역시 집안 청소엔 관심이 없다. 집안은 온통 먼지투성이고, 구석구석 거미줄이 쳐 있으며, 오래 전에 읽다 버려둔 책이 읽던 페이지까지 그대로 펼쳐친 채 나둥그러져 있다. 한번도 읽지 않은 오래된 잡지와 신문도 사방에 널려있다.

하인은 이렇게 엉망진창인 집안일에 전혀 무관심하다. 그러나 이런 태도에 자하르는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왜 먼지와 바퀴벌레, 빈대를 없애야 되지? 이 모든 것이 조물주가 창조해 내신 건데 말야." 어쩌다 오블로모프가 건너편에 살고 있는 독일인 조율사네 집을 이야기하며 집안 청소를 하라고 하면 자하르는 교묘한 핑계를 댔다. "주인님! 도대체 그 독일인 집에 어디서 쓰레기가 생기겠습니까? 그들이 어떻게 사나 한번 보세요. 온 가족이 일주일 내내 뼈다귀만 핥아먹고 살죠. 프록코트는 아버지와 아들 번갈아 가며 입고 다니죠. 그것 뿐인 줄 아세요? 엄마와 딸들이 입고 다니는 치마는 짧아서 거위처럼 무릎을 약간 구부리고 다니죠. 이런 집안에 어디 쓰레기가 나오겠어요? 우리집처럼 옷장마다 매년 입던 속옷들이 쌓여 있겠어요, 아니면 겨울에 먹을 빵 껍데기를 모았겠어요, 그 집에선 빵껍질조차 구경 못합니다. 어쩌다 마른 빵을 많이 만들었어도 한번에 맥주랑 다 먹어 치워버리죠."

주인을 사랑하면서도 이렇게 매일 아침마다 자하르는 툴툴거린다. 그리고 자하르 손에 가는 것은 모두 망가지고 깨진다. 그래서 오블로모프 집엔 성한 물건이 거의 없다. 주인에게 내오는 음식도 모두 떨어뜨린 접시, 포크, 찻잔에 내온다.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친구들

오늘도 여느 때처럼 오블로모프는 침대에 누워 있다. 이날 아침 웬일인지 한 사람씩 번갈아 가며 친구들이 오블로모프 집에 들렀다. 오블로모프는 마지못해 침대에서 일어나 두 사람도 더 들어갈 만한 크기의 실내옷을 걸쳤다. 오랫동안 아무도 빨지 않아 기름때로 찌들고 지저분한 이 옷을 그는 잠자리에 들 때만 벗는다. 그리고 침대에서 허리도 굽히지 않고 편안하게 바로 신으려고 마련한 크고 여유 있는 슬리퍼에 발을 넣었다. 친구들은 오블로모프를 5월 1일에 있을 예카체린고프의 사교계 축제에 참석시키기 위해 온갖 사탕발린 소리로 권유한다. 그 축제에는 페테르부르그의 내노라 하는 사교계 인사들이 모두 모일 터였다.

그러나 볼코프, 수지빈스키, 펜킨 모두 작전에 실패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오블로모프는 친구들과 자신의 근심거리를 나누는 데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향 오블로모프카에서 재산을 관리하는 촌장이 보낸 편지 속에 농부들에게 걷어들이는 수입이 너무 적어 아파트 임대료도 지불하지 못하겠다는 사실과 이 때문에 밀린 집세를 못내 다른 싼 아파트로 이사 가야겠다는 등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들 중 아무도 그런 걱정거리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 역시 그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뿐이었다. 한 사람은 직장 일에 대해 토로하고 또 다른 사람은 수중에 완전히 돈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했다. 오블로모프는 어릴 적부터 깨끗한 영혼과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친구들은 이런 점을 맘에 들어 했다. 모든 이들이 그들의 문제를 가지고 오블로모프를 찾지만 정작 오블로모프의 문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때 교활한 고향 사람 미헤이 안드레예비치 타란치예프가 연미복을 빌리러 나타났다. 주인이라면 기꺼이 빌려줬겠지만 하인 자하르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다짐한다. ‘전에 빌려갔던 와이셔츠와 조끼를 돌려주기 전엔 사기꾼 타란치예프는 아무 것도 가져갈 수 없을 거야.’

하지만 타란치예프는 오블로모프의 문제를 듣느라 연미복 따위는 잊어버렸다. 그는 오블로모프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350명의 농노를 물려받은 유일한 상속자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 그의 고민을 풀어줄 준비가 돼 있었다. 그래서 타란치예프는 오블로모프의 문제를 앞으로 그에게 괜찮은 수입을 가져다 줄 군침 도는 맛있는 요리로 생각했다. 게다가 재산관리인 촌장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갈 정도로 도둑질과 거짓말을 일삼고 있었다.오블로모프가 처음 페테르부르그로 이사 왔을 때는 그도 도시생활에 적응하려 애를 썼던 것 같다. 하지만 곧 이곳에선 사람 관계에 진실성이란 모두 결여돼 있고, 모두들 거짓으로 치장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여기에 적응하려는 그의 노력이 모두 헛수고라는 것을 깨달을 뿐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필요치도, 원하지도 않는 일을 해야 했고, 실제로 가깝게 지낸 이도 없을 뿐더러 스스로도 사람들은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결국 어릴 적부터 러시아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파란만장한 꿈을 키워오던 높은 교육을 받은 귀족의 자제가 이렇게 침대에 항상 누워 있는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어떤 일이 있어도 주인으로부터 떨어지지 않는 충실한 종 자하르 역시 주인처럼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있는 게 일상화됐다. 자하르는 본능적으로 미헤이 안드레예비치같은 자는 정말 어려울 때 그의 주인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여러 차례 얘기를 했지만 논쟁하길 꺼리는 오블로모프는 긍정도 반박도 하지 않았다. 사실 오블로모프는 이런 복잡한 상황을 벗어나는 길은 꿈 속에서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럴 때마다 자하르는 동료 하인들과 함께 모여 험담을 늘어놓곤 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고향에서의 삶

오블로모프는 달콤한 꿈 속에서 이제 오래 전 일이 돼 버린 고향 오블로모프카에서의 생활을 즐긴다. 그곳엔 어떤 사악함도 화려함도 없는, 그저 조용하고 평온한 잠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그곳에선 단지 먹고, 자고 그리고 이미 한참 뒤늦게야 들려오는 세상 소식들로 서로 이야기를 꽃피운다. 삶은 영원한 체바퀴를 돌듯 그렇게 가을에서 겨울, 봄에서 여름이 교차하며 물 흐르듯 흘러간다. 그곳에선 동화 속 이야기와 현실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 꿈도 현실의 연속선상에 놓인다. 이 축복된 고장에서는 모든 것이 평화롭고 조용하며 안락하다. 어떤 열정이나 근심도 꿈 속의 오블로모프카 주민들의 평안을 깨뜨리지 못한다. 매일 늦게까지 늦잠을 자고 일어나면 하인들이 식사를 준비해주고, 배불리 먹은 후에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든다. 주인뿐만 아니라 하인들도 잠을 자고, 곁에서 뛰놀던 개들도 잠이 든다. 이곳에선 파리도 잠자는 것처럼 보였다. 잠에서 깨어나면 하인들은 또 저녁을 준비했고, 저녁식사 후에는 다시 잠을 잤다.

오블로모프의 어린 시절도 이들과 함께 이렇게 보냈다. 오블로모프는 어릴 적부터 아무 것도 혼자서 한 적이 없었다. 14살이 돼서도 그가 한 일은 누운 채로 자하르가 신겨 주는 스타킹에 발을 가져다 대는 일 뿐이었고, 만약 자하르가 실수를 하면 발 끝으로 그의 코를 걷어차곤 했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모든 일은 3명의 하인들이 도맡았다. 그의 부모님은 정치,경제,자본의 순환 등 당대 시사 부분에서는 눈 뜬 장님이었다. 부모님은 오직 오블로모프가 항상 즐겁고,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힘 닿는 데까지 노력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그는 행복한 삶이란 평온과 무위도식이라고 이해했다. 오블로모프가 유모와 산책이라도 나가면 그녀는 단 1분도 그를 혼자 내버려 둔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모든 이들이 낮잠을 자고 있을 때 꼬마 오블로모프는 어느 누구보다 먼저 잠에서 깼다. 그는 조용히 울타리를 넘어 혼자서 세상을 보려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집을 떠나 한참 걷고 있을 때 갑자기 눈 앞에 골짜기가 나타났다. 꼬마 오블로모프에게 이 모든 것은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고 골짜기 건너편은 그에게 깜깜하고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다.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해 왔고, 꼬마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낯선 세계를 향해 나아가다가 맞닥뜨린 이 공포 때문에 그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나 의욕적인 시도로부터 더욱 멀어졌다.

친구 쉬톨츠가 이끈 새로운 삶

여러 친구들이 다녀가는 동안 오블로모프는 골치 아픈 집안 경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만한 어릴 적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안드레이 쉬톨츠다. 안드레이 쉬톨츠는 어릴 때 오블로모프카 지역에 속하던 베르흘료프 마을에서 자랐는데, 지금 그의 아버지는 이 마을 촌장이다. 쉬톨츠는 여러 모로 독특한 인격의 소유자인데, 아마 그가 두 가지 완전히 다른 성향의 독특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독일인으로 굉장히 의욕적이고, 단호하며 의지가 강하고 차가우리만치 냉정한 반면 러시아인이었던 어머니는 부드럽고 감성적이며 세상의 괴로움을 다 등한시한 채 피아노에만 매달린 사람이었다.

둘은 쉬톨츠의 아버지가 설립한 독일 기숙학교에서 공부했는데, 오블로모프는 공부하기를 싫어해서 항상 쉬톨츠가 귀띔해 주는 것에 의존했다. 쉬톨츠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아주 활동적인 사람이어서 친구 오블로모프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만약 나라에서 벨기에나 영국으로 대표자를 파견하는 일이 생기면 영락없이 그가 가게 됐고, 일을 추진하는 데 새로운 계획서나 참신한 견해를 적용할 일이 있으면 그 일은 십중팔구 그의 차지였다. 그는 세상을 부지런히 돌아다녔고, 책을 많이 읽고, 시간이 있을 때는 종교 서적까지도 읽었다.

오블로모프가 마음 속으로 학수고대 기다리던 쉬톨츠가 드디어 나타났다. 어릴 적 친구의 돌연한 방문을 주인께 알리려고 자하르는 기쁘게 뛰어들었고, 오블로모프는 평온하고 행복한 고향 꿈에서 아깝게 깨났다. 오블로모프 집에 찾아온 쉬톨츠가 맨 처음으로 한 일은 친구를 침대에서 끌어내려 그를 데리고 여러 집을 방문한 일이다. 이렇게 해서 일리야 일리치 오블로모프의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쉬톨츠의 들끓는 에너지가 마치 옮기라도 한 듯 오블로모프는 눈에 띄게 변해갔다. 그는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는 글도 쓰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게 됐고, 더욱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런 일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들었나? 오블로모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는군!"하는 말로 인사를 대신할 정도였다.

그러나 오블로모프는 단순히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영혼의 맨 밑바닥까지 동요됐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오블로모프는 쉬톨츠와 함께 일리인스키 댁을 방문하게 됐다. 그곳에서 오블로모프 본래 마음 속에 존재했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열정과 강렬한 감성의 소유자인 분신이 잠에서 서서히 깨어났다. 그 집에서 올가의 노랫소리를 듣고, 오블로모프는 마음 속 깊이 진한 감동을 받고 순식간에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꿈 속을 헤맸던 오블로모프의 변화는 이것으로는 부족했다. 그가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했다.

주인의 변화와 함께 자하르에게도 변화가 찾아온다. 단순하고 착한 여인 아니시야를 부인으로 맞은 후부터였다. 그는 갑자기 먼지와 더러움, 바퀴벌레를 그대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없애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니시야는 오블로모프의 집안 구석구석을 말끔히 정돈했고, 자신의 영향력을 부엌에만 국한하지 않고, 거실․침실 등 집안 전 영역으로 넓혀갔다. 하지만 이런 모든 변화들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변화에 대한 절실한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도 익숙치 않은 오블로모프로서는 아무 저항없이 서서히 다시 이전의 진창으로 빠져들어갔다. 꿈 속을 헤매던 그의 긴 세월이 하루아침에 깨지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올가는 오블로모프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고, 그에게 자신의 어떤 존재인가 실감하고 있었지만 그런 그를 여러가지 면에서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랑은 영혼의 고통일 뿐

그러던 어느날 오블로모프 삶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친구 쉬톨츠가 페테르부르그를 떠나게 됐다. 경제사정이 어려워진 오블로모프는 미헤이 안드레예비치의 꾐에 빠져 싼 집을 얻어 브이보르그스카야 근처로 이사를 갔다. 삶을 헤쳐나가는 일에도,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도, 자신의 영지를 관리하는 일 어느 것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그는 사기꾼마저도 분별할 줄 몰랐다. 그래서 미헤이 안드레예비치의 친구이고, 교활함과 거짓말로는 그보다 한 수 위인 이반 마트베예비치 무호야로프의 여동생 집에 입주했다. 그의 여동생 아가피야 마트베예브나의 집안 분위기는 일리야 일리치 오블로모프가 마음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고향 오블로모프카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단순하고 순진한 여자인 아가피야 마트예브나는 오블로모프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집안을 정리하면서 직접 오블로모프의 집 안팎을 챙기기 시작한다. 이 덕분에 일리야 일리치는 이전처럼 편안하고 달콤한 꿈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그에게 평안을 안겨주는 이 꿈은 올가와의 인연의 끈을 서서히 끊을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올가 역시 점차 그에게서 마음이 멀어져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올가와 오블로모프의 결혼설은 이 집 저 집 여종들의 입을 통해 소문이 퍼져나갔고, 이 사실을 안 오블로모프는 괴로움에 시달린다. 아직 마음 속에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갈팡지팡하고 있는 동안 다시 사람들 사이에선 그가 올가와 결혼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안드레이 때문이야. 그가 우리 둘 모두에게 천연두처럼 사랑을 전염시킨 거야. 이게 무슨 삶이란 말인가! 모든 게 불안과 근심 뿐이야! 도대체 언제쯤 잔잔한 행복과 안정이 찾아올까?"

이제는 깨어날 수 없는 꿈 속으로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오블로모프는 지금 그에게 일어난 일들이 살아있는 영혼으로서 마지막 겪는 영혼의 고통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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