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 -
안나 카레니나(Анна Каренина)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안나 아르카지예브나 카레니나 - 솔직한 성격으로 정열적이고 매력적인 여인. 사랑 없이 연상의 남자 카레닌과 결혼해 아들까지 낳았으나 브론스키와 불륜의 관계를 맺는다.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 - 고관대작으로 감정이나 열정이 부족한 사람. 기계적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안나와의 결혼 생활에 실패한다.브론스키(알렉세이 키릴로비치) - 상류사회 사교계의 대표적 귀족 청년. 유부녀 안나의 매력에 사로 잡혀 불륜의 관계를 맺고 점차 파멸해간다.키티(카테리나 알렉산드로브나) - 순진한 소녀로 레빈과의 사랑과 결혼을 통해 거듭난다.
레빈(콘스탄틴 드미트리치) - 톨스토이의 자화상. 믿음과 진실한 삶을 찾아 헤맨다.
스테판 아르카지치 오블론스키(스티바) - 안나의 오빠로 퇴폐적인 도시 귀족의 전형. 둥글둥글한 성격에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며 삶을 즐기지만 아내를 배신해 가정을 불행하게 만든다.다리야 알렉산드로바(돌리) - 스티바의 아내로 이상적인 여성상.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헌신으로 배신한 남편을 버리지 못한다.
운명적인 만남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 나름으로 불행한 법이다.
안나의 오빠 오블론스키(스티바)의 가정은 만사가 뒤죽박죽이었다. 오블론스키는 자신의 집에 가정교사로 있던 프랑스 여자와 간통한 사실을 아내 돌리에게 들킨 참이었다. 오블론스키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누이동생인 안나에게 부부싸움을 해결해 달라고 부탁한다. 간통이라는 부정한 일을 저지르고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이다. 기차역까지 안나를 마중 나온 오블론스키는 어머니를 마중 나온 친구 브론스키 장교를 우연히 만난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어머니는 같은 차량을 타고 온 것이다. 기차역에서 안나를 처음 본 순간 브론스키는 그녀의 시선에서 강한 생명력을 느끼고 운명적인 사랑의 포로가 돼 버린다.
잠깐 본 시선에서 브론스키는 재빨리 그녀의 얼굴에서 뛰노는 빛나는 두 눈과 보일까말까하는 미소를 띤 붉은 입술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약동하는 생기를 알아챘다. 마치 과잉의 무엇인가가 몸에 흘러 넘치면서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빛나는 눈이나 미소 속에 드러난 것 같았다. 그녀는 의식적으로 눈빛을 죽이고 있었으나,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그 빛은 어렴풋이 나타나는 미소에서 강하게 반짝이고 있었던 것이다.
안나는 고관인 남편과 8살 된 아들이 있는 유부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론스키는 안나의 매력적인 모습에서 반한 것이다.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이 오가는 사이 후퇴하는 기차에 철도원이 깔려 죽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 철도원이 혼자서 많은 식구들을 부양하는 가장이라는 말을 들은 브론스키는 불쌍한 유가족을 위해 그 자리에서 200루블이라는 거금을 위로금으로 내놨다. 안나는 이런 브론스키의 행동에 묘한 느낌을 받았고, 철도원의 죽음을 떠올리며 불길함을 느꼈다.
“참 끔찍한 죽음도 있어!” 어떤 신사가 옆을 지나가면서 말했다. “두 동강이 났대.” “나는 반대로 가장 쉬운 순간적인 죽음이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이 말했다. “불길한 징조예요.” 안나가 말했다.
불안하게 고조되는 안나의 감정
오빠의 집에 도착한 안나는 올케 돌리에게 그동안의 사정 이야기를 들었다. 안나는 올케를 위로하면서 오빠를 용서해 주고 화해하라고 말한다. 안나가 오빠 집에 온 후 돌리의 분노는 서서히 풀렸고, 안나는 어린 조카들과 놀아주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아이들만 없었다면, 돌리도 바람둥이 남편과 화해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안나는 돌리의 동생 키티와 친해져 둘이서 브론스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정도였다. 키티와 브론스키가 사랑하는 연인 사이라는 사실은 주위에 잘 알려져 있었다. 안나는 성숙한 여인이 사랑에 빠진 소녀를 격려하는 어투로 브론스키를 칭찬했고, 기차 여행을 하면서 브론스키 어머니의 자식 자랑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러던 어느 날, 브론스키가 키티를 찾아왔다. 그런데, 안나를 보자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키티는 그가 자기 때문에 왔지만 손님 때문에 돌아갔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안나는 돌아가는 브론스키를 보고 일종의 불안을 느꼈다. 아니, 만족과 공포가 뒤섞인 이상한 감정이 갑자기 그녀의 마음 속에서 움직였다. 안나는 이런 예감에 빠져들면서 파멸의 길로 서서히 나아가고 있었다.
안나의 등장으로 키티와 브론스키의 관계가 서서히 서먹서먹해지며 적대적으로 바뀐다. 이 세 사람이 참석한 무도회에서 키티의 갑작스런 슬픔이, 안나의 눈부신 황홀경이, 막 시작된 브론스키의 열정이 각각 표출된다. 귀족의 무도회가 있던 날 밤 안나는 가슴이 깊게 패인 검정 벨벳 옷을 입고, 키티는 라일락 색깔의 옷을 입고 참석했다.
어머니와 함께 무도회에 참석한 키티는 자기와는 성의 없는 춤으로 일관하고 안나와 춤을 출 때는 밝고 명랑하게 대하는 브론스키를 보고 실망했다. 무도회에서 무시를 당한 키티는 브론스키에게 모욕감과 배신감을 느꼈다. 춤을 추는 동안 안나는 “눈꺼풀을 내리깔고” 키티를 응시한다. 안나의 의식에 잠재된 교활함과 잔인성이 드러난다.
사실 키티는 브론스키에 대한 사랑으로 시골에서 상경한 형부의 친구 레빈의 청혼을 거절했다. 안나는 키티에게 상처를 입힌 결과가 됐고, 키티는 질투로 괴로워했다.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고 안나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기차를 탔다. 그녀는 영국 소설을 읽으며, 자신을 소설 속의 여주인공으로 상상하며 고조된 감정을 느꼈다. 기차 밖에서는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기차는 보고로보역에 정차했다. 안나는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바람과 눈보라를 맞는다. 휘몰아치는 눈보라만이 안나의 혼란스런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다. 거기서 안나는 같은 기차를 타고 있던 뜨거운 눈빛의 브론스키를 만났다. 그는 안나를 쫓아가 열렬한 심정을 고백한다.
이제 그녀의 눈에는 무시무시한 눈보라가 더욱 멋지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그녀가 마음으로는 원하면서도 이성으로는 두려워하고 있었던 바로 그것을 말했던 것이다.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녀의 얼굴에서 그녀의 마음 속의 싸움을 알아챘다.
안나 역시 주체하기 힘든 마음으로 기차여행을 했다. 기차가 페테르부르그역에 도착하자 남편이 마중 나와 있었다. 그날 따라 남편의 귀가 너무 커 보이는 것이 싫었다. ‘맙소사, 어째서 저이의 귀는 저 모양일까?’ 그의 냉랭하고 점잔 뺀 모습과 특히 그 순간 그녀의 눈에 띈, 둥근 모자를 떠받치고 있는 듯한 귀의 연골 부분을 바라보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부적절한 관계
집에 돌아온 안나는 그녀의 아들에게서도 실망을 한다. 그녀의 분별력과 도덕적 생활 습관이 이미 그 어떤 정열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찢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날 저녁 카레닌 부부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남편은 자기 버릇대로 고지식하게 처남의 탈선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밤이 깊어 카레닌은 안나에게 잠자리에 들자고 한다. 대수롭지 않은 신체 접촉, 슬리퍼들, 그의 팔에 낀 책, 시간에 따른 생활 등에서 카레닌 부부의 육체 관계는 매우 무미건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안나는 침실에 들어서 “그녀의 마음 속 아주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불꽃이 꺼져 버린 듯 싶었다.” 카레닌 부부의 육체적 정열은 꺼진 불꽃같은 어둠이었던 것이다.
안나가 페테르부르그로 돌아간 뒤 돌리는 딸을 낳았다. 한편 브론스키의 배신으로 키티는 외국으로 요양을 가야 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아팠다. 돌리는 키티에게 브론스키 같은 사람은 사랑할 만한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고 위로했으나 키티는 흥분을 자제하지 못하고 이성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브론스키와의 불장난은 키티를 성숙시켰다. 실연의 상처로 건강을 해친 키티는 요양을 위해 독일의 온천지로 여행을 떠난다. 브론스키는 부대로 돌아가 청년 귀족 장교가 걷게 마련인 꿈과 야심의 생활 속으로 뛰어든다.
수도 페테르부르그 귀족들의 생활은 사교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 당시 수도의 사교계는 세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첫째 그룹은 안나의 남편 카레닌이 속한 관료 모임이고, 두 번째 그룹은 리쟈 이바노브나 백작을 중심으로 형성된 명예와 신앙심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고, 세 번째 그룹은 브론스키의 사촌인 공작부인 베시를 중심으로 화려한 무도회와 연회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안나는 처음에 첫 번째 그룹에 관심을 보였다가 얼마 지나자 두 번째 그룹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모스크바를 다녀온 후에는 세 번째 그룹에 자주 드나들며 사람들을 사귀었다.
처음 얼마 동안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있던 안나도 점점 브론스키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브론스키는 안나가 가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나 닥치는 대로 따라다녔다. 마침내 두 사람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달콤한 밀월관계로 변했다. 베시의 집에서 손님들은 안나와 브론스키의 관계를 화제로 삼았다. 이들은 카레닌은 유능한 정치가이며 마음이 넓고 훌륭한 인물이지만 바보 같은 면이 있는 남자로 평한 반면, 안나에 대한 브론스키의 뜨거운 정열을 낭만적인 사랑으로 평가했다. 카레닌은 아내의 사생활을 인정하면서 주위 사람들과의 사이를 질투한다는 것은 아내를 모욕하는 것이라 여겼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관계를 의심하지 않다가 점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음을 눈치챈 카레닌은 아내에게 자신의 입장 두 가지를 설명했다. 첫째로 세상 사람들의 평판과 예의범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둘째로 결혼의 종교적 의미를. 하지만 남편의 충고에도 안나는 사교계를 드나들면서 브론스키를 만났다. 두 사람에 대한 소문은 이제 페테르부르그 사교계에 널리 알려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안나는 애인 브론스키에게 임신한 사실을 고백하고 브론스키는 안나에게 결혼을 제안하며 남편과 당장 헤어질 것을 요구하지만, 그녀는 아들 세료자를 생각하며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키티에 대한 레빈의 사랑은 여전하고
어느 날 안나는 브론스키가 참가하는 경마 대회에 남편 카레닌과 함께 구경을 갔다. 브론스키가 즐기는 스포츠는 승마였다. 그날 귀족들의 경마대회에서 참가한 브론스키는 장애물 경기 도중에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그 순간 안나는 이성을 잃고 비명을 지르며 브론스키의 안전만을 걱정하는 추태를 벌인다. 유부녀로서 품위를 잃은 행동을 한 것이다. 모든 것을 들키고 만 안나는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이제까지의 일을 털어놓는다.
아내에게 배신당한 남편으로서 카레닌은 결혼을 후회하며 결투나 이혼을 생각해 봤다. 그러나 결투는 겁이 났고, 이혼은 자신을 배신한 두 사람의 결혼을 도와주는 꼴이라 생각했다. 카레닌은 안나에게 일어난 사건을 비밀에 붙여둔 채 아내의 의무를 강조하면서 브론스키와의 관계를 조용히 매듭짓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를 집에까지 불러들이는 아내의 행동에 화가 난 카레닌은 안나와 이혼 수속을 밟고 아들 세료자를 누이에게 맡기기로 한다.
한편 키티에게 청혼을 했다가 거절 당한 레빈은 시골로 내려가 키티의 가족들을 피해 사냥을 하거나 여행을 다녔다. 그는 여러가지 일을 하며 농촌 생활에 전념하지만 마음의 공백을 메울 길이 없어 괴로워했다. 여러 친지의 집을 찾아다니면서 농업발전을 위한 조합을 생각해내기도 했다. 그 조합은 농민에게 땅이나 가축을 빌려주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지주와 농민이 반씩 나누는 것이었다. 한동안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이같은 조합을 이용한 농업 경영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농업에 대한 레빈의 열정은 농노해방의 결과로 빚어진 새로운 사회적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처였다. 시골생활을 하던 레빈은 오블론스키의 집에서 열리는 만찬장에 초대를 받고, 그곳에서 건강을 회복해 오랜만에 러시아로 돌아온 키티를 다시 만나게 됐다. 레빈은 그녀를 보자 사랑이 아직 식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키티를 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키티 역시 그의 성실한 인품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됐으며 지난날의 자신의 무례를 사죄했다. 레빈은 키티에게 옛날의 청혼을 다시 상기시키고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안나가 모든 것을 고백했음에도 그녀의 남편은 세상의 이목을 걱정해 결국 이혼을 해주지 않았고, 이혼 절대 불가를 선언했다. 딸을 낳은 후 산욕열로 죽음에 이르는 위험 상태에 빠진 안나는 남편과 브론스키에게 화해를 청했다. 죽음과 싸우는 아내를 불쌍히 여긴 남편은 모든 것을 용서하겠노라고 약속한다. 카레닌은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는 아내와 브론스키를 용서하기로 마음먹고, 둘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보고 절망감에 사로잡힌 브론스키는 집에 돌아가 권총을 빼들고 왼쪽 가슴에 방아쇠를 당겼으나 총알이 심장을 벗어나는 바람에 자살하는 데 실패했다. 건강을 회복한 브론스키는 수치심과 굴욕감에서 벗어나고자 타슈켄트로 전출을 가려 했다. 카레닌은 안나가 낳은 브론스키의 딸을 자신의 친딸처럼 정성껏 보살펴 줬다. 안나의 오빠 오블론스키는 카레닌의 관대함에 대해 안나가 느끼는 죄의식과 고통을 이해하고 안나가 원하는 대로 이혼을 성사시키고자 노력했지만 카레닌은 이혼을 체면과 종교적 문제와 결부시켜 옳지 않게 여겼다.
브론스키는 타슈켄트로 전출 명령을 받고 안나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방문하는데, 만나자마자 두 사람은 열정을 억제하지 못한다. 결국 둘은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유럽으로 사랑의 도피 여행을 떠난다. 그들이 유럽 여행을 하고 있는 동안 모스크바에서는 레빈과 키티가 주위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리고 시골로 돌아갔다.
존엄한 생명과 사랑의 위기
안나는 여행을 하면서 지난 일들이 악몽처럼 느껴졌고,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긴 자식과 명예를 잃었으니 앞으로의 인생이 행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외국 여행의 즐거움에 빠지면서 지난 일도, 미래의 불행도 모두 잊혀졌다. 그러나 곧 안나와 브론스키는 외국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고 권태를 느끼기 시작했다.
한편 시골로 내려가 신혼의 단꿈에 젖은 레빈과 키티는 얼마 안되어 어떤 지방 도시의 여관에서 레빈의 형 니콜라이의 죽음을 지켜보게 됐다. 키티는 니콜라이를 며칠 동안이나마 헌신적으로 간호했으나 허사가 되고 말았다. 니콜라이의 죽음은 슬픔이지만, 잇따라 알게 된 키티의 임신은 기쁨이었다. 기쁨과 슬픔은 모두 일상생활의 한 부분인 것이다. 어느덧 1년이 지나고 키티는 출산의 고통을 겪고 아들을 낳는다. 레빈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찬란한 행복의 새 빛으로 빛나는 세계로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기쁨의 눈물이 그의 마음 속에서 솟아올랐다. 레빈은 아내의 손을 잡고 새로 태어난 생명에 경이를 느낀다.
마치 촛대 위의 불처럼, 인간적 존재의 생명이 동요하고 있었다. 그것은 여태까지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생물이며, 그것은 역시 같은 권리, 같은 의의를 가지고 살 것이며, 자신을 닮은 것들을 번식시킬 것이다.
카레닌은 안나가 브론스키와 함께 집을 나간 후에도 평소처럼 태연하게 살아갔다. 그는 관청에도 변함없이 출근하는 한편 안나의 짐을 하녀에게 정리시키는 등 집안 일을 돌봤다. 그는 비록 중매로 안나와 결혼했지만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아내를 사랑하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아 친구 하나 사귀지 못했다. 친구가 없는 그는 자신의 괴로움을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
긴 유럽 여행을 마치고 페테르부르그로 돌아 온 두 사람은 다시 사교계를 출입하기 시작했으나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모욕을 당했다. 브론스키는 이제 더이상 사교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도망치듯 영지로 떠나 시골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원래 활동적이었던 브론스키에게 시골생활은 견디기 어려운 답답한 것이었다. 점차 귀족회의 등의 일을 보기 위해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안나에게는 가정과 아이를 버리면서까지 택한 브론스키만이 삶의 유일한 보람이었다. 안나는 육체적 쾌락으로 그를 붙잡으려 했다. 그녀의 사랑은 점점 소유욕과 에고이즘으로 나타나고 비정상적일 만큼 질투심이 강해졌다. 예전과 다름없이 안나를 사랑했지만 브론스키는 지나치게 자신의 자유를 구속하려드는 안나가 짐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