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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 동화전집

그림형제, 아서 래컴 지음 | 현대지성



그림형제 동화전집



그림 형제 지음

현대지성 / 2015년 1월 / 1064쪽 / 25,000원



라푼첼



옛날에 어떤 부부가 있었는데 그들은 오래 전부터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좀처럼 아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하느님은 그들의 소원이 성취될 조짐을 아내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그녀의 배 속에 아기가 생긴 것입니다. 그들 부부가 사는 집 뒤쪽에는 조그만 창이 하나 나 있었는데, 그 창으로는 매우 아름다운 꽃들과 식물들로 가득한 정원이 내다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정원은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정원의 주인은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누구나 두려워하는 여자 마법사였습니다.

어느 날 아내는 창가에 서서 정원을 내다보다가 아주 탐스러운 상추밭을 발견했습니다. 그 상추들이 너무나 싱싱해 보여 그녀의 입에는 군침이 돌았습니다. 그녀는 그 상추가 몹시 먹고 싶었습니다. 날이 가면 갈수록 그것을 먹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간절해졌습니다. 그것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참느라고 몰라보게 몸이 쇠약해져 갔고 얼굴 역시 보기 딱할 정도로 창백해져 갔습니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이 놀라서 물었습니다.

“당신 어디 아프오?” “우리 집 뒤 정원에서 자라는 저 상추를 조금이라도 먹지 못한다면 난 이대로 죽고 말 것 같아요.”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은 그 말을 듣고 아내를 위해 그 상추를 따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어스름녘, 남편은 담을 기어 올라가 마법사의 정원으로 뛰어내렸습니다. 그는 급히 상추를 한 움큼 뽑아 아내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녀는 즉시 그것을 샐러드로 만들어 정신없이 먹어 치웠습니다. 그런데 그 상추 맛이 어찌나 희한했던지 그 이튿날이 되자 아내는 그것을 먹고 싶은 마음이 예전보다 몇 배나 더 강해졌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위해서 다시 한 번 그 정원으로 넘어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어스름녘에 그는 다시 담을 넘어 정원으로 뛰어내렸습니다. 그러나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 그는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랐습니다. 바로 눈앞에 여자 마법사가 버티고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자 마법사는 화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어디 감히 도둑처럼 내 정원으로 침입해 들어와 내 상추를 훔쳐간단 말인가? 그대는 벌을 받아야 해!” “오,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전 아주 곤란한 처지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런 짓을 하게 된 것입니다. 제 아내는 창문을 통해 여기 있는 상추를 보고 이게 너무나 먹고 싶어서 시름시름 앓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걸 좀 가져다주지 않으면 아내는 얼마 못 살고 곧 죽을 겁니다.” 그 말을 듣고 여자 마법사는 화를 조금 가라앉혔습니다.

“그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얼마든지 상추를 뽑아 가도 좋소.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소. 그대의 아내가 아기를 낳으면 그 아기를 내게 주어야 하오. 아기의 앞날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소. 내가 친엄마처럼 잘 돌봐 줄 테니까.”

남편은 그녀를 두려워한 나머지 순순히 그녀의 말에 동의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아내가 딸을 낳자 여자 마법사는 이내 그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그 아기에게 ‘라푼첼(상추를 뜻하는 독일어)’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는 아기를 데려가 버렸습니다.

라푼첼은 무럭무럭 자라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열두 살이 되었을 때 여자 마법사는 그녀를 어느 숲 속에 있는 탑에 가두어 두었습니다. 그 탑에는 문도 계단도 없었고 맨 꼭대기에 조그만 창이 하나 있을 뿐이었습니다. 여자 마법사는 그곳으로 들어가고 싶을 때면 탑 밑에 서서 크게 소리치곤 했습니다.

“라푼첼, 라푼첼, 네 머리채를 늘어뜨리렴.” 라푼첼은 아주 길고 황금처럼 빛나는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자 마법사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라푼첼은 땋아서 틀어 올린 머리카락을 내려 창문에 달린 고리 주위에 한 번 감았다가 20미터 이상이나 되는 아래로 늘어뜨렸습니다. 여자 마법사는 그것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뒤 어떤 왕자가 우연히 말을 타고 그 숲으로 들어왔다가 그 탑 곁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갑자기 아주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고는 말을 멈추고 그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노래를 부른 사람은 바로 라푼첼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고운 목소리를 숲에 울려 퍼지게 하는 것으로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왕자는 그녀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 문을 찾아보았지만 문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는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 노래에 너무나 마음이 끌렸기 때문에 날마다 말을 타고 숲으로 와서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어느 나무 뒤에 서서 탑을 바라보고 있는데 여자 마법사가 다가와 노래의 주인공에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라푼첼, 라푼첼, 네 머리채를 늘어뜨리렴.” 그러자 라푼첼은 길게 땋은 머리채를 아래로 늘어뜨렸고 여자 마법사는 그것을 붙잡고 탑으로 올라갔습니다. 왕자는 그 광경을 보고 결심했습니다. “저 머리가 사다리 구실을 한다면 나도 한번 시험해 봐야겠는걸.”

이튿날, 날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을 때 그는 탑 밑으로 가서 소리쳤습니다. “라푼첼, 라푼첼, 네 머리채를 늘어뜨리렴.” 그러자 기다란 머리채가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왕자는 그것을 붙잡고 올라갔습니다. 그가 탑 속으로 들어서자 라푼첼은 몹시 두려워했습니다. 남자라고는 생전 처음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왕자는 다정한 말투로, 자신은 그녀의 노래에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그녀를 꼭 보아야만 마음이 진정될 것 같아 이렇게 오게 되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라푼첼을 사로잡았던 두려움은 가셨습니다. 왕자는 그녀에게 자기를 남편으로 받아들여 주지 않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라푼첼은 젊고 잘생긴 왕자에게 마음이 끌려 이 사람이라면 늙은 여자 마법사가 자기를 사랑해 주는 것보다 더 자신을 사랑해 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손을 그에게 맡기며 말했습니다.

“기꺼이 당신과 함께 가고 싶어요. 하지만 난 여기서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을 몰라요. 그러니 당신이 여기 올 때마다 비단실 한 타래씩을 가져다주세요. 그것으로 사다리를 엮어서 다 되면 그걸 타고 내려가겠어요. 그러면 당신은 날 당신의 말에 태워서 데려갈 수 있어요.” 그들은 사다리가 다 만들어질 때까지 매일 밤마다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여자 마법사는 낮에만 찾아오니까요.

한편 여자 마법사는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라푼첼이 그만 무심코 말을 꺼내고 말았습니다. “어머니가 왕자님보다 훨씬 더 무겁게 느껴지니 웬일일까요? 내가 그분을 끌어올릴 때면 그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리로 올라오거든요.” 여자 마법사는 놀라서 소리쳤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것! 이게 무슨 소리야 그래! 난 네가 바깥 세계와는 아예 접촉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날 속였구나!”

여자 마법사는 너무나 화가 난 나머지 라푼첼의 아름다운 머리채를 휘어잡아 왼손에 몇 번 감은 뒤 오른손으로 가위를 움켜쥐고 싹둑싹둑 잘라내 버렸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 잔인한 여자 마법사는 라푼첼을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황량한 땅으로 데려갔습니다. 그곳에서 라푼첼은 큰 슬픔과 고통 속에서 지내야만 했습니다.

라푼첼을 추방해 버린 바로 그날 여자 마법사는 가위로 잘라낸 라푼첼의 머리채를 창문에 달린 고리에 붙잡아맸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왕자가 다시 왔습니다. “라푼첼, 라푼첼, 네 머리채를 늘어뜨리렴.” 왕자가 소리치자 여자 마법사는 그 머리채를 아래로 내려 주었습니다. 왕자가 그것을 붙잡고 막상 올라와 보니 사랑하는 라푼첼이 아닌 여자 마법사가 서 있었습니다. 그녀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왕자를 노려보았습니다. 그리고 조롱하듯 말했습니다. “아, 왕자님께서 친애하는 부인을 데리러 오셨군 그래. 하지만 이제 그 아름다운 새는 둥지를 떠났어. 더 이상 울지도 않을 거야. 고양이가 그 새를 물어가 버렸어. 그놈은 당신의 눈도 할퀴어 버릴 거야. 이제 다시는 그년을 볼 수 없어. 다시는 그년을 보지 못할 거야!”

왕자는 슬픔으로 넋을 잃고 깊은 절망감 때문에 탑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그는 다행히 목숨을 건지기는 했으나 그가 뛰어내린 곳에 자라고 있던 가시나무에 눈을 찔려 장님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후 왕자는 그 숲을 방황하게 되었습니다. 식물 뿌리와 산딸기만으로 목숨을 이어 가며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슬픔에 싸여 지냈습니다. 그렇게 왕자는 여러 해를 떠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그는 라푼첼이 자신의 아이인 아들 딸 쌍둥이를 낳아 비참하게 살고 있는 그 황량한 땅에 이르렀습니다. 귀에 익은 어떤 여자의 목소리에 이끌려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똑바로 나아가 라푼첼이 있는 곳에 당도한 것입니다. 라푼첼은 한눈에 그를 알아보았습니다. 라푼첼은 그를 끌어안고 울었습니다. 그녀의 눈물 두 방울이 왕자의 두 눈에 떨어지자 그의 눈이 다시 밝아졌습니다. 그가 시력을 되찾은 것입니다. 그는 라푼첼과 두 아이들을 자신의 왕국으로 데려갔습니다. 왕국 사람들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그 후 그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작은 빨간 모자



옛날에 귀여운 작은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 소녀를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 소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소녀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소녀의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는 늘 손녀딸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어 안달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손녀딸에게 빨간 색의 자그마한 모자를 선물했습니다. 모자는 소녀에게 매우 잘 어울려 소녀는 늘 그걸 쓰고 다녔으며, 그로 인해 그 소녀는 ‘작은 빨간 모자’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소녀의 어머니가 소녀에게 말했습니다. “작은 빨간 모자야, 이리 온. 이 케이크와 포도주 병을 할머니께 가져다드리렴. 할머니는 병으로 몸이 약해지셨는데 이것들을 드시면 건강해지실 게다. 한낮이 되어 뜨거워지기 전에 얼른 출발하거라. 숲으로 들어가면 딴전 부리지 말고 길만 따라 얌전히 걸어가야 해. 할머니 방에 들어갈 때 공연히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말고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고.” “엄마가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 작은 빨간 모자는 굳게 약속했습니다.

할머니의 집은 숲 속에 있었는데 그 집은 마을에서 30분 정도의 거리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작은 빨간 모자는 숲 속에 들어서자마자 늑대를 만났습니다. 작은 빨간 모자는 늑대가 얼마나 못된 짐승인가를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늑대를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

“안녕, 작은 빨간 모자야.” “저한테 다정하게 대해 주셔서 고마워요, 늑대 아저씨.” “이렇게 일찍 어디로 가는 거냐?” “할머니 댁에 가요.” “그 앞치마로 싼 건 뭐지?” “케이크하고 포도주요. 우리 할머니가 병이 드셔서 어제 우리가 이 케이크를 구웠어요. 할머니께 드려서 기운을 차리시게 하려고요.” “네 할머니는 어디 사시니?” “여기서 15분쯤 더 가면 돼요. 세 그루의 큰 참나무 밑에 있어요. 개암나무 숲 가에 있다고 말해도 좋고요.”

늑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어린 것은 아주 보드랍고 맛이 좋겠어. 그 할멈보다 훨씬 더 맛있을 거야. 할멈하고 이 어린 것 둘 다 잡아먹으려면 교묘한 꾀를 써야 할 거야.’ 그러고 나서 늑대는 작은 빨간 모자와 얼마간 나란히 걸어가다가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작은 빨간 모자야, 네 주위에 예쁘게 피어 있는 저 아름다운 꽃들을 좀 보렴! 그리고 새들이 저렇게 아름답게 노래하는데 넌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구나. 생각해 보렴, 숲 속을 여기저기 거닌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작은 빨간 모자는 주위를 돌아보고는 나무들 사이로 스며들어 온 햇살이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숲에 아름다운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소녀는 생각했습니다. ‘저 아름다운 꽃들을 한 다발 꺾어 할머니께 가져다 드리면 할머니께서 무척 좋아하실 거야. 아직은 좀 이른 시각이니까 제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그리하여 소녀는 길에서 벗어나 꽃들을 찾기 위해 숲 속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한편 늑대는 할머니의 집으로 곧장 가 그 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거기 누구요?” “작은 빨간 모자예요. 할머니 드릴 케이크와 포도주를 가지고 왔으니 문 좀 열어 주세요.” 할머니가 소리쳤습니다. “그 빗장을 들어 올리면 된다. 난 기운이 없어 일어날 수가 없어.”

늑대가 빗장을 들어 올리자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늑대는 말없이 할머니의 침대 옆으로 곧장 가서 할머니를 한 입에 꿀꺽 삼켜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할머니의 옷을 입고 할머니가 잠잘 때 쓰는 모자를 쓴 뒤 할머니의 침대에 누워 커튼을 잡아 내렸습니다.

작은 빨간 모자는 한 아름 가득 꽃들을 꺾은 뒤에야 비로소 할머니를 떠올리고는 다시 할머니 집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할머니 집 문이 활짝 열린 것을 보고 작은 빨간 모자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자 할머니는 침대에 누워 잠잘 때 쓰는 모자를 얼굴까지 푹 내려 쓴 괴상한 모습을 하고 계셨습니다.

“할머니 귀가 왜 이렇게 커요?” “귀가 커야 네 말을 좀 더 잘 들을 수 있지.” “할머니 손이 왜 이렇게 커요?” “손이 커야 널 더 잘 잡을 수 있지.” “할머니 입은 왜 이렇게 커요?” “입이 커야 널 더 잘 잡아먹을 수 있지!” 늑대는 말을 끝마치고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불쌍한 작은 빨간 모자를 한 입에 꿀꺽 삼켜 버렸습니다. 늑대는 배를 채우고 난 뒤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이 들더니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사냥꾼이 그 집 옆을 지나가다가 코고는 소리를 듣고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 집으로 들어가 침대 곁으로 다가간 그는 늑대가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냥꾼은 총으로 늑대를 겨냥하다가 문득 늑대가 할머니를 삼켜 버렸다면, 어쩌면 할머니를 살려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총을 쏘지 않았습니다. 그는 가위를 찾아내 그것으로 잠자는 늑대의 배를 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두어 번 가위질을 하자 늑대 배 속에서 작은 빨간 모자가 힐끗 보였습니다. 그가 다시 몇 번 더 가위질을 하자 소녀가 밖으로 튀어나오며 소리쳤습니다.

“오,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늑대 배 속은 정말 캄캄했어요.” 이어서 할머니도 밖으로 나왔습니다. 작은 빨간 모자는 얼른 커다란 돌멩이 몇 개를 주워 왔고 그들은 그 돌멩이들을 늑대 배 속에 채워 넣었습니다. 이윽고 잠에서 깨어난 늑대는 달아나려 했지만 돌멩이들이 너무 무거워 폭 고꾸라지더니 그대로 죽고 말았습니다.

작은 빨간 모자는 그다음에도 빵을 가지고 할머니를 찾아가다가 또 다른 늑대를 만났습니다. 그 늑대 역시 작은 빨간 모자를 유혹해 길에서 벗어나게 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작은 빨간 모자는 이번에는 곧바로 할머니 집으로 가 늑대를 만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우리 그 녀석이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잠그도록 하자.”

잠시 후 늑대가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습니다. “문 열어 줘요, 할머니. 작은 빨간 모자예요. 할머니께 드릴 빵을 가져왔어요.” 그러나 할머니와 소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회색 늑대는 작은 빨간 모자가 집으로 돌아갈 때가지 기다렸다가 그 뒤를 살금살금 쫓아가 어둠 속에서 잡아먹을 속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집 앞에는 돌을 깎아 만든 커다란 구유가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작은 빨간 모자야, 저 양동이를 들고 오너라. 어제 내가 소시지 요리한 게 있는데, 소시지를 넣어 끓인 물을 양동이로 퍼 담아 저 구유 안에 부으렴.”

작은 빨간 모자는 소시지 끓인 물을 큰 구유 속에다 여러 번 부어 구유를 가득 채웠습니다. 그러자 소시지 냄새가 늑대의 코를 자극했습니다. 늑대는 코를 벌름거리며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마침내 늑대는 목을 너무 길게 뺀 나머지 균형을 잡지 못하고 지붕에서 미끄러져 큰 구유 속에 풍덩 빠졌고 끓는 물에 데어 죽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작은 빨간 모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으며 오는 동안 아무도 소녀를 해치려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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