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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코뿔소

올리버 반틀레 지음 | 엑스오북스
내 안의 코뿔소

올리버 반틀레 지음

엑스오북스 / 2012년 12월 / 189쪽 / 12,000원



요피의 꿈: 사바나 일대가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수코뿔소 요피는 억지로 몸을 이끌고 웅덩이로 가 게걸스럽게 물을 들이켰다. 어느 정도 기운을 차렸다 싶을 때 요피는 기생충이 피부 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수루, 이 자식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백로 수루는 아침마다 찾아와 요피 몸에 붙어 있는 기생충으로 배를 한껏 채우면서 사바나의 뉴스를 전하곤 했다.

"맨날 지각이군." 수루가 날아와 자신의 등에 내려앉자 요피가 중얼거렸다. 수루는 말없이 요피의 피부에 붙어 있는 먹이를 쪼아 먹었다. "덤불 쪽은 별일 없지?" 요피가 물었다. "기린, 목을 삐다!" 수루는 신문의 헤드라인 문장으로 말하는 걸 좋아했다. "아, 그래?" 요피는 내심 안트로스 소식을 듣고 싶었다. 안트로스와 다시 마주칠 때를 대비해 뭔가를 준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다른 코뿔소들은 별일 없냐?" "안트로스, 높은 산에 오를 예정. 내일. 혼자서." 이 뉴스에 요피가 분노를 터뜨렸다. "그 배신자가 내 성질을 건드리겠다, 이건가!" 화가 나 씩씩거리던 요피는 덤불로 돌진했다. 그러고는 나뭇가지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수루는 자신이 전해준 소식이 요피에게 어떤 기억을 떠오르게 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당시 그 사건은 큰 화젯거리였다.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요피와 안트로스가 온 사방을 돌아다니며 결투를 벌인 그 사건은 그야말로 특종 거리였다.

요피와 안트로스는 어렸을 때 틈만 나면 함께 놀았다. 그리고 둘은 절대 싸우지 않겠다는 맹세까지 하면서 우정을 확인했다. 두 코뿔소는 어른이 되었고, 요피의 아내 사라가 귀여운 아기 모고를 낳았을 때도 함께 축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안트로스가 말했다. "나는 내일 떠날 거야. 너도 함께 갈래?" 안트로스는 늘 높은 산에 오르려고 했다. 높은 산을 처음 본 뒤로 줄곧 그랬다. 사라가 안트로스에게 물었다. "내일 정말 산에 올라갈 거예요?" 안트로스는 고개만 끄덕였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군요. 정말 대단하네요." 요피는 밤늦게까지 화가 나 있었다. 사라가 안트로스만 추켜세웠기 때문이었다. 요피도 얼마든지 위험을 무릅쓰면서 높은 산에 올라갈 용기가 있었지만, 사라는 그걸 알아주지 않았다.

아무튼 산에 오르기 위해 요피와 안트로스는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섰다. 비탈길에 이르렀을 때였다. 그 길은 다 자란 두 코뿔소가 동시에 지나가기엔 너무 좁았다. 두 코뿔소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서로 앞장서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두 코뿔소는 분노에 차서 이틀 밤낮을 격렬하게 싸웠다.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그날 이후로 그들은 서로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한편 요피는 수루가 자기를 속였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안트로스와 싸우도록 유도했다는 사실을. 아침마다 요피를 방문했던 수루는, 날이 어두워지면 늘 그랬듯이 안트로스에게 날아가 저녁을 먹었다. 이날도 식사를 하면서 아침에 요피에게 한 것처럼 허위 보도를 했다. "요피, 높은 산에 오를 예정. 내일 혼자서."

날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요피는 안트로스가 마음에 걸렸다. '그놈보다 먼저 비탈로 가야 돼.' 그래서 한밤중에 요피는 길을 나섰다. 초원에 도착했을 때였다. 다른 동물의 발굽 소리가 들렸다. 요피는 천천히 덤불 위쪽으로 다가갔다.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조금 더 올라갔다. 그때였다. 바위 뒤에서 갑자기 시커먼 형체가 사라졌다. 그것은 코뿔소의 그림자였다. '안트로스일 거야!' 요피는 안트로스가 자기와 똑같은 계획을 세웠을 거라고 생각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요피는 치를 떨었다. 요피는 살금살금 바위를 지나갔다. 그리고 몇 미터 앞에서 코뿔소를 발견했다. 요피는 그를 향해 질주했다. 정면충돌할 태세였다. 하지만 그 코뿔소는 마지막 순간 옆으로 풀쩍 뛰어 충돌을 피했다. 그런데 요피는 낯선 코뿔소가 너무 늙은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럼에도 그는 빠르게 움직였다. 요피는 또다시 공격을 시도했다. 뿔들이 꽝 하고 부딪쳤다. 요피는 온 힘을 다해 밀어붙였다. 그러나 상대는 힘도 들이지 않은 채 버티고 있었다. 그러더니 순간적으로 머리를 아래로 숙였다. 그 바람에 요피는 비틀거리다 무릎을 꿇는 꼴이 되었다. 요피는 성이 나서 그 코뿔소를 향해 몸을 던졌다. 하지만 늙은 코뿔소는 살짝 피했고, 요피는 암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네가 요피지?" 요피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나는 메루란다. 요피야, 너는 강하긴 한데 자제력이 없구나." "내 이름을 어떻게 알죠?" "그건 곧 알게 될 거다." 요피는 결투를 계속하려고 준비했다. "진정해라. 난 너의 적이 아니란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죠?"

"너한테 해줄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어떤 코뿔소에 관한 이야기란다. 그 코뿔소는 어렸을 때 물을 좋아했단다. 어느 날 그 코뿔소는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했단다. 그 아이의 엄마는 물이 구름으로부터 온다고 설명해 주었지. '구름은 어디서 태어났어요?' '바다에서 태어나 하늘로 올라가는 거야.' 아이의 엄마는 바다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이야기해 주었단다. 그날부터 어린 코뿔소는 '난 바다로 갈 거야.' 이 말을 자주 했지. 엄마는 그때마다 이렇게 대답했단다. '그건 코뿔소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래도 나는 바다로 갈 거야!' 아이의 엄마는 '네 할아버지께서도 너처럼 그러셨지'라고 말하곤 했단다. 그러고는 슬픈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어. '할아버지가 어떻게 되셨는지는 아무도 몰라.' 어린 코뿔소의 할머니 미라는 바다 이야기에 넌더리를 냈단다. 한번은 할머니가 어린 코뿔소를 꾸짖으면서 말했어. '너는 네 할아버지와 똑같이 떠돌이가 될 거야.' 그가 좀 더 자라자 밤마다 반복해서 꾸던 꿈이 하나 생겼지. 할아버지가 그 아이를 데리고 바다로 여행하는 꿈이었단다."

"어떻게 그 이야기를 알죠?" 요피는 이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코뿔소는 바로 요피 자신이었다. 메루가 말했다. "아까 이야기한 그 어린 코뿔소는 내 할아버지 사사였단다. 아주 옛날에 그 사사의 할아버지도 사사를 데리고 가셨거든. 둘이서 함께 바다로 여행을 갔단다. 사사 할아버지께서 나한테 다 이야기해 주셨단다. 이제 그만 가자. 갈 길이 멀단다." "누가 어딜 간다는 거예요?"

마지막 한 방울: 메루가 길모퉁이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요피가 뒤따라 달려갔다. "당신이 내 할아버지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나요? 아까 말한 건 오래전에 다 지나간 일이잖아요." "뭐가 지나간 일이란 말이냐?" "바다 이야기 말이에요! 어릴 때 소원 같은 건 벌써 묻혀졌다고요." "그럼 다시 파서 그 소원을 꺼내면 되잖니."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란다."

다음 날 요피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메루는 늪가에 서 있었다. "산책 좀 하러 가자꾸나." 그들은 걷기 시작했다. 잠시 후 메루가 말했다. "이제 우리가 오해를 풀 때가 된 것 같구나. 너는 네가 지금까지 살아 온 대로 살 자유가 있단다. 아무도 너에게 나와 함께 가라고 강요하진 않는단다." "그런데 왜 내가 가야 되죠?" 메루가 걸음을 멈추고 진지하게 요피를 보았다. "그럼, 넌 네 삶에 만족하니?" "아니요. 하지만 여기를 쉽게 떠날 수는 없어요." "뭐 때문에 떠날 수 없다는 거냐?" "코뿔소는 여행을 가기 위해 태어나는 게 아니잖아요." "누가 그런 말을 하디?" "모두 그러던데요." "우리는 지금 네 생애에서 가장 큰 소원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너는 고작 온갖 놈들이 별 생각 없이 떠드는 말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거니. 얼마 동안 너 혼자 있게 놔둘 테니 잘 생각해 봐라. 늦어도 내일 아침까진 네 마음을 결정하거라." 요피는 온종일 생각했다. 그러다 갑자기 늙은 코뿔소와 함께 가야 할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겨났다. '지긋지긋한 생활이여, 이제 안녕!' 하지만 이어서 다른 방향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건 미친 짓이잖아! 코뿔소는 자기 땅에 머무는 법이야!' 그렇게 골치 아픈 생각이 반복되었다. 다음 날 요피가 잠에서 깼을 때는 이미 날이 훤하게 밝아 있었다. 메루는 아카시아나무 옆에 서 있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중요한 결정을 하려니까 어렵지? 내 이야기를 한번 들어볼래? 모든 코뿔소는 일생의 꿈을 갖고 태어난단다. 살면서 무슨 일이 생기든 그 소원은 누구나 이루고 싶어 한단다. 나는 바다 이야기를 처음 듣고는 바다로 여행을 가는 게 간절한 소원이 되었단다."

"그건 알고 있어요." "혹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상상의 동물에 대해 들어 본 적 있니?" 요피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피의 어머니 다나는 요괴나 기이한 행동을 하는 귀신 이야기를 가끔 해주곤 했다. "큰 소원을 먹고 사는 귀신이 있는데, 그게 바로 남의 꿈을 빨아먹는 꿈귀신이란다. 그들은 남의 마음속에 있는 꿈을 툭하면 빨아 마신단다. 아주 작은 한 방울이 남을 때까지. 그런데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마지막 한 방울은 절대로 마셔 없애지 않아.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지. 그 마지막 한 방울은 아주 특별하거든. 왜냐하면 그 한 방울에서 꿈이 다시 완전하게 자라나기 때문이야."

"그 귀신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어요?" "귀신마다 다르단다." "내 안에도 그 한 방울이 남아 있어야 할 텐데. 그게 어디에 박혀 있는지 모르겠어요." "네가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단다. 옛날에 사사 할아버지도 나를 도와주셨단다. 할아버지가 내 삶을 바꿔 놓은 질문을 하나 하셨지." "그렇게 멋진 질문이 있나요?" "다음 보름달이 뜰 때 네가 죽는다고 상상해보는 거야. 그러면 죽기 전에 반드시 하고 싶은 게 떠오를 거다. 그게 뭘 거 같니? 그러니까, 네가 죽을 때 만족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 것 같니?" 요피는 죽을 때까지 여기 남아서 다른 동물에게 화도 내고, 안트로스의 냄새도 맡으면서 사는 게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아니야! 여기를 떠나야 해!' 요피는 하고 싶은 걸 분명히 알게 되었다.

"함께 가겠어요! 아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싶어요. 아이 엄마와도요."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걔들은 지금 동굴 주변에 있을 거다." 아닌 게 아니라 그들은 동굴 가장자리에서 두 마리의 코뿔소를 찾아냈다. 요피가 말했다. "할아버지와 함께 바다로 갈 거야." "드디어 가는군요." 사라가 말했다. "근데 할아버지는 어디 계신 거야?" 요피가 몸을 돌려 살펴보았으나, 메루는 사라지고 없었다. "모르겠는데." "그건 그렇고, 어제 안트로스가 와서 당신에 대해 묻더라." "십중팔구 자기 혼자 높은 산에 올라갈 거라고 자랑했겠지, 뭐." "다시 건기가 되기 전에는 절대 산에 올라가지 않을 거래."

수루가 뭔가 잘못된 사실을 전한 게 아닐까 하고 요피가 생각하고 있을 때, 아들 모고가 달려왔다. "어디에 있더라도 네가 내 아들이라는 걸 자랑스러워할 거란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절대 잊지 마라." "저도 아빠를 사랑해요." 그때 메루가 덤불 뒤에서 나타났다. 옆에는 미라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가 말했다. "둘 다 몸조심하세요." 그렇게 하여 둘은 길을 나섰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나란히 서서 걸었다. 요피가 물었다. "꿈을 빨아먹는 그 귀신은 왜 마지막 한 방울을 마셔 버리지 않죠?" "마지막 한 방울은 안전한 곳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야." "어디에요?" "코뿔소의 마음 깊은 곳에."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길: 여행을 떠난 지 둘째 날이 되었다. 요피가 말했다. "거기서 뭐 하세요?" "준비하고 있단다." "뭘 준비하는데요?" "내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날!" "언제 그날이 오는데요?" "바로 오늘이야." "오늘이 할아버지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요?" "네 일생에서도 가장 중요한 날이지." "그날이 오늘이란 걸 누구한테 들어서 그렇게 정확하게 아는 거죠?" "사사 할아버지에게서." "그 할아버지는 나를 전혀 몰랐을 거 아녜요?" "그분은 정말 현명하셨단다. 말년에는 말이다." 요피는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기를 종일 기다렸다. 하지만 저녁이 되어도 별일이 없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틀린 거죠?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말 말이에요." "그게 어땠기에? 모든 게 훌륭하게 이루어졌잖아." '아~ 이 할아버지는 정말 못 말릴 정신병자야.'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메루가 말했다. "준비를 잘 해놓으면 언제나 좋단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몰라서 그러는데요. 사사 할아버지가 날짜 계산을 하루 잘못한 거 맞죠?" "어제는 어제가 가장 중요한 날이었단다. 오늘은 그게 오늘이고." "그러면 내일도 그렇다는 건가요?" "내일은 내일이 가장 중요한 날 맞단다." "그러니까 매일매일이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라 그 말이죠?"

다음 날 그들은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었다. "그나저나 우리가 가는 길은 잘 알고 있는 거죠?" "내 길은 벌써 알고 있지. 너도 네 길을 확실히 찾아야 할 거다. 네 길은 너 혼자만 아는 거란다. 나는 그저 너하고 동행만 할 뿐이야." "하지만 나는 바다에 가 본 적이 없잖아요……." "그런데?" "그럼,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내가 정했다고 말하는 건가요?" "네가 똑똑한 코뿔소라서 좋구나." "언제부터죠?" "우리가 길을 떠날 때부터지." 요피는 분노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지금 이 방향은 맞는 거죠?" "이럴 때 바다가 쓸모 있는 거란다. 모든 길은 바다로 통하거든." "어디가 지름길이죠?" "올바른 길을 찾는 게 문제지, 지름길을 찾는 문제가 아니잖아." "그럼, 뭐가 올바른 길인데요?" "당연히 자기 자신의 길이지." "어떻게 나 자신의 길을 찾죠?" "지금 이 순간 너를 가장 강하게 끌어당기는 게 뭐니?" "저거요." 요피가 태양을 가리켰다. "그러면, 첫 번째로 마음을 끄는 걸 따라가렴." "첫 번째 떠오르는 생각이 항상 옳은가요?" "대부분은 그렇지." "왜요?" "그건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지."

다음 날 아침 요피가 물었다. "할아버지가 나처럼 준비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무엇을 할 거죠?" "별거 없단다. 난 명상을 할 거란다. 그러면, 어떤 설명을 듣는 것보다 더 분명히 깨닫게 되니까." 그들은 넓은 초원지대를 가로질렀다. 정오쯤 되자 할아버지의 걸음걸이는 눈에 띄게 신중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멈춰 섰다. "여기서 잠깐 서자." '대체 왜 그러지? 쉴 만한 장소가 아닌데.' 그때였다. 메루가 땅에다 뿔을 문지르면서 울기 시작했다. "내 옆에 서거라. 여기서 내 아들이 죽었단다." 시간이 잠깐 지나서야 요피도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새삼 느끼게 된 것이다.

다음 날 아침엔 요피가 먼저 잠에서 깼다. "잘 못 잤니?" 메루가 물었다. "명상을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돼요." "명상할 때 무슨 생각을 했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럼 성공한 거란다. 그냥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어 봐라." 그때 두꺼비 울음소리가 들렸다. '에이 빌어먹을 놈들!' "또 성공하지 못했어요. 두꺼비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어요. 두꺼비들이 없었으면, 제대로 명상을 했을 거예요."

"아마 그랬겠지." "나 보고 무능하다고 말하는 건가요?"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대로 말했을 거다. 여기에서는 두꺼비들이 항상 시끄럽게 울어. 밤에도 그런단다. 그런데 너는 명상을 하고서야 두꺼비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거잖니." "그럼, 내가 뭘 했어야 된다는 거죠?" "너는 최선을 다한 거야. 두꺼비에 집중했잖니. 네가 원하면 내일 계속해서 연습해보자꾸나." 다음 날 아침 요피는 두꺼비들이 더 크게 우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 그래서 명상을 할 수 없었다. 메루가 말했다. "내 경험으로는 명상을 할 때 자기 내면의 소리를 더 분명하게 듣게 된단다. 자신의 길을 가르쳐 주는 소리 말이다." 그날은 날씨가 특히 더웠다. 그들은 한참을 걸은 다음 낮잠을 잤다. "그런데 그 짜증 나는 두꺼비들은 어떻게 된 거죠?" 요피가 잠에서 깨어 투덜거리며 말했다. "그 녀석들이 네 스승이란다." "그놈들이 뭘 가르쳐 준다는 거죠?" "이 세상에서 네가 바꿀 수 없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알려 준단다." "그렇게나 대단한 깨달음을 갖고서 내가 해야 하는 게 뭐죠?"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거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과 맞서서 싸우는 건 무척 힘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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