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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날개

고트프리트 켈러 지음 | -
옷이 날개(Die Kleider machen Leute)

고트프리트 켈러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슈트라빈스키: 가난한 전직 재단사. 수려한 용모의 소유자로서 우연한 기회에 백작의 마차에 동승하여 백작으로 오인받는다.

음식점 주인: 백작을 손님으로 대접하게 된 것을 음식점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허영심에 가득한 사람

멜키홀 뵈니: 촉망받는 청년실업가. 슈트라빈스키의 비밀을 가장 먼저 감지한 지략이 뛰어난 전형적인 사업가

넷첸: 시의원의 딸로, 슈트라빈스키의 아름다운 용모와 착한 품성에 반해 사랑에 빠짐

마을의 신사들: 슈트라빈스키를 폴란드 출신의 백작으로 오인하여 물질적으로 도움을 준다.





작은 도시로 온 낯선 사람

어느 음산한 가을날, 한 가난한 재단사가 셀드빌라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작지만 부유한 도시 골다하로 향하는 큰 도로를 서성대고 있었다. 그는 약간의 한기를 느끼며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 그의 주머니 속에는 바느질할 때 사용하는 골무 이외에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그 작은 골무를 만지작거리며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그는 셀드빌라에서 재단사로 일했다. 그러나 그가 근무하던 양복점이 문을 닫게 되면서, 이 불쌍한 재단사는 실직자가 되고 말았다. 더구나 그는 일전한푼 없는 가난뱅이 신세가 돼버렸다. 왜냐하면 양복점 주인은 그를 해고하면서 다른 양복점 주인에게 최고의 추천서를 써주는 것으로 몇 주간 밀린 임금을 대신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불쌍한 재단사는 뛰어난 재단사이기도 했지만, 옷입기를 아주 좋아했고 또 옷을 입으면 남달리 우아하게 보였다. 교회에 갈 때이면, 검은 색 양복 위에 가장 좋은 모직으로 짠 짙은 회색빛의 폭넓은 원형 외투를 입었다. 그 외투는 그의 모습을 더욱더 고상하고 낭만적으로 돋보이게 만들어 주었다. 그의 검고 빛나는 긴 머리카락, 창백한 빛이 감도는 얼굴의 고상한 윤곽, 그리고 값이 나가는 폴란드 산 모피 모자가 얹어진 시원한 이마도 또한 낭만적으로 보였다. 만일 작은 보따리를 몸에 지니지 않았더라면 그를 평민 출신이라 믿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재단사가 슬픈 생각에 잠겨 힘없이 걸어가는데, 네 마리의 말이 끄는 화려한 마차가 그의 곁을 지나가고 있었다. 마부는 어느 백작이 독일과 스위스의 국경에서 구입한 그 화려한 마차를 끌고 스위스 동부에 위치한 백작의 영지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마부는 혼자 산을 넘어서 지루한 운행을 하는 것보다는 고단해 보이는 가엾은 젊은이 하나를 데라고 가는 편이 나으리라고 생각했다. “어이 젊은이 같이 타고 가지 않으려나?”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그는 기꺼이 그 마차에 몸을 실었다. 한 시간도 채 못되어, 백작의 마차는 굉음을 내며 골다하의 좁은 성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갑자기 시장 근처에 있는 ‘황금바위’라는 이름의 음식점 가우트하우스 앞에 멈추어 섰다. 이곳에서 마부는 점심식사도 하고 말들에게 휴식시간을 주고 먹이도 주려고 했다. 재단사는 마차에서 내려 다시 자기 길을 가려고 그의 보따리를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시에서는 백작의 마차가 시장에 정차하는 일은 여간해서는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마차가 정차하는 순간 비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몰려나와 마차를 빙 둘러쌌다. 특히 음식점 주인도 유리창가에서 눈부시게 화려한 마차를 보게 되었다. 더욱이 그 마차 옆문에는 화려한 왕관이 씌어져 있는 금빛을 발하는 GK라는 커다란 활자가 박혀 있었다. 음식점 주인은 깜짝 놀라면서도 황홀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음식점에서 일하는 종업원을 모두 불러냈다. 그는 골다하의 다른 음식점 주인들이 부러워 할 것을 생각하며, 종업원들과 함께 시장쪽으로 달려가서 친히 정중하게 마차의 문을 열었다.

귀족적 면모가 뚜렷한 재단사는 말없이 몰려드는 군중들을 쳐다보고는 보따리를 마차에 그냥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가 마차에 내리려 하자, 음식점 주인이 온갖 정성을 다해서 그를 부축해 주었다. 재단사가 창백하고 아름다운 얼굴로 균형잡힌 몸위에 외투를 걸칠 때, 거기에서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은 그 재단사가 왕자이거나 최소한 백작의 아들 아니면 조카 정도는 될 거라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재단사는 갑작스레 오한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군중을 뚫고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는 굽신거리는 인사말을 청산유수처럼 내뱉는 음식점 주인에 의해서 안으로 안내되고 있었다.



백작이 된 재단사

음식점 주인은 그를 높은 신분의 사람일 것이라 추측했다. 그래서 아주 정중하게 재단사의 외투를 벗겨주고 식탁으로 안내했다. 잠시 후, 커다란 둥근 식탁에 진수성찬을 차리기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재단사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그는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빠져들어버린 이 우연하고도 진기한 모험 때문에 감옥에 가게 되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도망갈 방법이 없을까 궁리해 보았다. 그는 정신없이 이곳까지 끌려왔기 때문에 어디가 출구인지도 알 수 없었다. 오히려 출구를 찾다가 음식점 주인과 마주쳐서 다시 식탁에 앉혀지고 말았다.

“난로에 나무를 더 많이 지펴라! 높으신 분이 이곳에서 감기에 걸리시면 우리 음식점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란 말이다!” 지칠 줄 모르는 주인의 독촉을 받고 하인들은 열병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동분서주했다. 그동안 스프가 식탁 위에 놓여졌다. 배고픔에 울부짖는 재단사의 위장은 도저히 스프를 거부할 수 없는 상태였다. 또한 스프를 그냥 놔 둔다면 그것은 주인에게 대단한 모독이 되고 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재단사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숟가락을 잡고는 접시에 있는 스프를 먹어치웠다. 그 다음 생선이 들어왔다. 재단사는 재차 용기를 잃고는 감히 자기 칼을 사용하지는 못하고 포크로 연하게 요리된 고기를 여기저기 조금씩 찔러보았다. 그런데 주인은 그것을 보고 생선을 먹는 모습이야말로 그의 신분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잣대라며 자랑스럽게 외쳤다. “저기에서 식사하는 신사가 생선을 칼로 단 한번 찔렀을 뿐이야. 그가 상류사회 출신이라는 증거야.” 신이 난 주인은 최고급 포도주를 가져와 권했다. 재단사는 솔직히 살아오면서 술이라는 건 거의 마셔 본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와 같은 권유는 그에게는 참으로 난감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우선 그에 입에는 불처럼 쓰디쓴 포도주를 조금만 마셨다. 그러자 주인은 아내에게로 달려가서 “저 손님은 값비싼 포도주까지도 싸구려 소주처럼 마시지 않아!” 하며 즐거워 했다. 술을 얼마 마시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재단사의 몸엔 벌써 취기가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혼자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지만, 이제는 처벌을 받으러 감옥에 가야만 하겠지. 많이 먹었건 적게 먹었건 재판관에게는 별 상관이 없을 거야. 그러니 하느님이 보내신 이 성찬을 마음껏 먹어 내 텅빈 위장을 채워줄 때가 된 것 같군.‘ 하며 그는 커다란 접시에 담겨 나온 푸짐한 스테이크를 마구 먹어댔다. 후식으로 나온 스위스산 치즈도 일품이었다. 입안에 살살 녹았다. 그렇게 먹는 모습을 보고 주인은 또 다시 아내에게 달려가더니 “얼마나 세련된 신사인가! 우리집 치즈를 저렇게 맛있게 드시다니.” 하며 즐거워 했다.

그동안 백작 마차의 마부는 말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자신은 작지만 아늑한 분위기가 감도는 작은 아랫 방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방은 하인과 마부들 그리고 그밖에 하층계급의 사람들을 위하여 마련된 곳이다. 여기에서 마부는 ‘저 위에 있는 신사가 누구이며,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하는 질문을 계속 받았다. 저 위에서 거물급 행세를 하는 재단사의 모습이 마부의 비위를 거슬리게 하고 있었다. 시기심과 복수심에 마부는 슬그머니 일어서며 이렇게 말했다. “저기 위에 있는 손님은 어떤 말 못할 사정으로 인해 자기 자신을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슈트라빈스키 백작입니다. 아마 앞으로 그는 여기에 며칠간 머물 테지만 저는 곧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부는 자기가 먹은 음식과 말 네필이 먹은 음식값마저도 지불하지 않은 채 떠나고 말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재단사의 이름도 슈트라빈스키, 즉 벤첼 슈트라빈스키였다. 그는 폴란드 국경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 사는 슐레지안 사람이었다. 아마도 마부는 아까부터 계속 놓여 있는 재단사의 보따리를 열어보고 그 속에 있던 셀드빌라 양복점 주인이 써준 추천서나 혹은 다른 서류를 보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뜻밖에 얻은 기쁨

백작의 마차가 굉음을 내면서 도시의 동쪽 문을 빠져나갔다. 이제 마을의 모든 사람들, 아이에서 노파에 이르기까지 그 낯선 이방인에 대해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곳의 모든 사람들은 그 재단사가 영주이거나 왕자 혹은 적어도 백작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재단사가 ‘황금바위’라는 음식점에서 부득이 휴식과 평화를 찾아야만 했던 원인에 대해서도 수근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젊은 신사가 평민 출신의 아름다운 처녀를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원치도 않았던 연상의 못생긴 여인과 강제 결혼을 강요받았을 거라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점심식사 후에는 골다하 시에서 내로라는 멋쟁이 신사들이 '황금바위'에 커피를 마시러 모이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들도 낯선 귀족의 출현에 대한 소문을 들었던지, 평소보다 5분 일찍 나타났다. 그들은 일반 평민들보다 현명하고, 세상일에 대해서도 그런 대로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백작에 대해 소문을 듣고, 곧바로 슈트라빈스키 가문의 출신의 진짜 귀족이라 맹세까지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 폴란드는 러시아에 항거해 해방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폴란드의 애국자나 정치인들이 스위스나 파리 혹은 영국에 망명하였기 때문에 그가 폴란드 출신의 귀족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 오직 한사람만이 의심을 버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다름아닌 골다하에서 잘 알려진 청년 실업가인 멜키홀 뵈니였다. 그는 그 백작이라는 사내의 손을 우연찮게 보게 되었다. 멜키홀이 보기에 백작의 손에는 무수한 바늘자국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멜키홀 뵈니는 현명하게도 침묵을 지키고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러는 동안 날씨가 좋아지고, 신사들은 이날 오후에 사무실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시의원의 소유인 커다란 장원(봉건시대에 귀족이나 교회가 소유하는 토지)으로 떠나자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백작이 그들과 함께 그곳에 간다면 더없이 기쁜 일이며 더없는 영광이랄 것이라 덧붙였다.

슈트라빈스키는 이에 기꺼이 동의하고 함께 출발했다. 신사들은 여러 대의 마차에 나누어 탔다. 다행히도 슈트라빈스키는 폴란드 국경 근처에 있는 한 장원에서 성장했고, 또 군인으로서 창기병 부대에 근무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마차를 타고 말을 타는데 아주 능숙했다. 신사들은 그가 마차를 모는 모습을 보고, 진짜 신사만이 저렇게 우아하게 마차를 달릴 수 있을 거라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멜키홀 뵈니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의심스런 눈빛으로 지켜보았다.

장원에 도착하여 신사들은 시의원의 친절한 영접을 받았다. 그들은 사냥이나 말에 관해서, 그리고 그와 비슷한 여러가지 것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말수가 적은 슈트라빈스키는 젊은 시절에 장원에서 그리고 창기병으로 있던 연대의 장교들로부터 들었던 것을 기억에 떠올리며 간혹 한마디씩 거들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그곳에 있던 모두는 낯선 친구 슈트라빈스키가 최고의 상류사회 출신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신사들은 카드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신사들은 아주 친절하게 카드의 규칙을 슈트라빈스키에게 설명해 주었다. 한 사람이 그에게 카드를 돌리자, 그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 속에 달랑 남은 골무를 누르면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돈이 한푼도 없는데 어떡하지?”

그러나 이런 딱한 입장은 곧 순조롭게 해결되었다. 왜냐하면 옆에서 슈트라빈스키를 관찰하고 있던 멜키홀 뵈니가 필요한 만큼의 돈을 테이블 위에 놓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카드에 열중한 나머지 그 백작(슈트라빈스키)의 노름 돈이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왔는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재단사는 첫 판에서 이겼다. 그래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모든 돈이 그의 차지가 되었다. 그후에도 그는 계속해서 돈을 땄다. 카드놀이가 끝날 무렵 그의 주머니는 골무만이 아니라 은화로 두둑해졌다. 슈트라빈스키는 흡족한 기분에, 다시 방랑길을 떠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도시에 돌아간 즉시, 음식점 주인에게 점심값을 지불하고 떠나려 했다. 그래서 그는 외투를 걸쳐 입고 털모자를 깊숙이 쓰고 나무숲 길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아무도 몰래 도망칠 길이 혹시 있나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결국 덤불 뒤로 사라져서 도망칠 수 있는 길을 찾은 순간, 갑자기 그의 눈앞에 시의원의 젊고 아름다운 딸이 길을 가로막았다. “저희는 백작님을 찾고 있었습니다. 저는 넷첸이라 합니다. 저희와 식사를 하실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다른 분들은 이미 제 집에 와 있답니다.”

깜짝 놀라서 슈트라빈스키는 모자를 벗었다. 그때 까맣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으로 덮인 높은 이마에 불그스레한 빛이 퍼졌다. 말없이 그렇게 서 있는 슈트라빈스키는 너무도 고상하게 보였다. 넷첸은 그 모습에 그만 반하고 말았다. 넷첸은 슈트라빈스키에게 호의를 보이면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슈트라빈스키도 지금까지 거짓된 백작의 역할이 달갑지 않았지만, 넷첸이라는 아리따운 처녀의 출현으로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되도록 세련되게 말하려 했다. 게다가 폴란드말까지 섞어 쓰기도 했다. 그리고 식사할 때에는 시의원 딸의 옆자리에 앉는 명예를 누렸다.





끝이 없이 밀려드는 도움의 물결

백작이 넷첸과 그녀의 부친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골다하의 신사들과 음식점으로 돌아왔을 때 벌써 날이 어두웠다. 음식점 주인은 몸소 슈트라빈스키를 그의 방으로 안내했다. 슈트라빈스키는 피로에 지쳐서 누웠다. 그는 잘 꾸며진 커다란 방에서 혼자가 되자, 모든 일이 꿈인지 생시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음식점 주인은 백작의 트렁크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갑자기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정신이 없이 외쳤다. “백작님! 백작님 트렁크를 가져오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이런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없어지고 말았군요!”

약간 놀란 슈트라빈스키는 그의 작은 보따리의 행방에 대해서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그것도 없습니다. 백작님...” 슈트라빈스키는 그 작은 보따리가 사라진 것은 오늘 자기가 행한 거짓에 대해 하늘이 내린 첫 번째 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음식점 주인은 몸둘 바를 몰라했다. 그는 그 보따리 속에 중요한 서류와 편지들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백작님께서는 제 하인들이 저지른 엄청난 과오를 용서해 주십시오. 모든 것을 되돌려 놓겠습니다.”그리고 열띤 목소리로 덧붙여 말했다. “오늘밤에라도 당장 제 마차를 백작님의 마부에게 보내겠습니다. 내일 저녁이면, 백작님의 트렁크와 중요한 보따리를 이곳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겁니다.” 그러자 재단사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주인의 말을 가로막으며 위엄 있게 말했다. “아니오, 그럴 필요 없소.” “백작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주인은 이렇게 대답하고는 계단 아래로 급히 내려갔다. 그리고 아직도 자리를 뜨지 않고 백작과의 특별한 만남을 되뇌이고 있던 신사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러자 신사들은 백작이 조국의 불행한 정치적 상황의 희생물이 되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일부 신사들은 역시 사악한 친척들. 무정한 영주들. 추악한 조카들과 사촌들로부터 백작이 도피한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트렁크를 도난당한 백작에 대해서 모두가 동정을 금치 못했으며, 모두가 백작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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