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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지기 틸

게하르트 하우프트만 지음 | -
철로지기 틸(Bahnwärter Thiel)

게하르트 하우프트만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틸: 한적한 역의 철로지기. 선량하며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지만 아들의 죽음을 보면서 참았던 분노가 폭발한다.

민나: 틸의 첫 번째 부인. 결혼한 지 2년만에 죽지만 틸과 정신적인 교감을 계속 나눈다.

레네: 틸의 두 번째 부인. 건장한 체구와 거칠고 사나운 성격을 지녔다. 전처의 아들을 학대하고 사건의 동기를 부여하는 인물

토비아스: 틸의 아들. 계모로부터 학대를 받다가 사고를 당하는 불행한 운명을 지녔다.





잘못된 소망

한적한 시골 마을의 기차 건널목, 틸은 여러 해 동안 여기서 철로지기를 하고 있었다.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에 맞춰 횡목을 내리고 올리는 일이 그의 임무였다. 매일 거의 똑같은 일과가 반복되었다. 그래도 그는 자신의 직무에 충실했고 이곳에 애착을 느꼈다. 건장한 체구를 가졌지만 선량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인 그의 첫 번째 부인은 민나라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가냘프고 여린 모습을 지녔다. 그래서 두 사람의 겉모습은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일요일마다 교회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이들의 모습은 어딘지 조화롭게 보였다. 그런데 결혼한 지 2년이 지난 어느 날부터 틸은 혼자 그 자리에 앉아야 했다. 몸이 약했던 부인은 아이를 낳은 후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틸의 모습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아내의 죽음을 그다지 슬퍼하지 않는 것이라고 여겼다. 이런 생각을 증명이나 하듯이 그는 1년 후 재혼을 결심했다. 그의 두 번째 부인 레네는 소젖을 짜던 여인으로 퉁퉁하고 튼튼한 여자였다. 틸이 재혼을 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전처의 아들 토비아스를 제대로 돌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일 잘하고 가사를 돌볼 씩씩한 여자를 선택했던 것이다. 틸의 이러한 소망이 부분적으로 충족된 것은 사실이었다. 레네는 생활력이 강했고 살림도 잘 꾸려갔다. 그러나 그외의 다른 모습들은 틸에게 실망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녀는 거칠고 사납고 상스러웠으며 동물적인 정욕을 지닌 여자였다.

결혼 생활이 6개월쯤 지나자 주위의 사람들도 레네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고, 틸을 측은하게 여겼다. 그러나 당사자인 틸은 이런 아내를 그저 참고 견디었다. 어찌 보면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무기력하게 아내에게 순종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들 토비아스에 관한 일만큼은 나름대로 뜻대로 밀고 나가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마저도 아내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생활을 계속하는 틸에게 작은 탈출구는 그가 일하는 선로 구역과 그곳에 있는 막사였다. 그곳에는 우악스러운 아내도 없었고 자기만의 세상이 있었다. 틸은 이곳을 전처와 교감할 수 있는 성스러운 장소로 정해놓기도 했다. 마을에서 동떨어져 인적조차 드문 이곳에서 그는 환상과 상상 속에서 죽은 아내와 만났다. 때로는 성경 읽고 찬송가를 부르는 신앙의 보금자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발육이 늦었던 불쌍한 토비아스는 돌이 되어서야 겨우 걸음마를 배웠고 말을 배우면서 아빠를 특히 잘 따랐다. 그러자 덤덤하던 아빠의 정도 되살아나 틸은 아들을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토비아스의 고통스러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계모인 레네는 틸이 그럴수록 토비아스를 점점 더 미워했으며, 자신의 아이를 낳은 후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아버지와 아들

6월의 어느날 틸은 밤 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집으로 돌아왔다. 퇴근한 남편을 보자마자 레네는 불평해대기 시작했다. 그동안 요긴하게 사용했던 감자밭을 반환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감자를 돈주고 사먹어야 될 지도 모른다며 틸의 무능함을 탓했다. 틸은 이런 소리를 듣는둥 마는둥 자고 있는 토비아스에게 갔다. 잠들어 있는 아이의 모습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아이의 뺨에 시퍼런 손자국이 있었다. 마음이 아팠지만 그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식사를 하면서 틸은 아내에게 막사 근처에 있는 밭 한 도막을 얻게 되었다고 말했다. 너무 외진 곳이라 선로감독원이 그에게 넘겨주었던 것이다. 이 말에 레네는 매우 기뻐하며 흥분했다. 틸은 식사 후에 잠시 눈을 붙이고는 토비아스를 데리고 강으로 갔다. 강가에 앉아 아버지와 아들은 여러 가지 놀이를 했다. 틸은 시간이 날 때마다 이렇게 토비아스와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재미있는 놀이도 하고 간단한 것을 가르쳐주는 일을 즐거워했다.

오후가 되자 틸은 출근 준비를 했다. 마을과 떨어져 있는 막사로 가기 위해서는 강을 건너 소나무 숲을 통과해야 했다. 소나무 숲을 지나던 틸은 갑자기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늘 가져오던 빵을 잊고 왔던 것이다. 그는 잠시 서서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했다. 그리고는 다시 집 쪽으로 방향을 돌려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땀을 흘리며 마을 어귀에 다다랐을 때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조용한 마을을 깨우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그의 귀청을 때리는 날카로운 소리는 바로 그의 집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는 발소리를 죽여가며 창문 가로 다가갔다. 여자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가까이 다가갔다.

“아니, 뭐! 이 인정머리 없는 것아, 갓난애가 배가 고파 울도록 만들어야겠어? 어디 너 오늘 혼 좀 나봐라!” 그리고 말소리가 끊기더니 뭔가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다시 심한 욕설이 이어졌다. “너 같은 놈 때문에 내 아이를 굶기란 말이냐?”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틸의 가슴은 쿵쾅거렸다. 무거운 눈빛은 땅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굳은 살이 박힌 거친 손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그는 순간적으로 어떤 전율을 느꼈다. 그러나 그 전율이 지나가자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는 천천히 현관 쪽으로 돌아갔다. 그때 다시 화가 치밀어 내지르는 소리와 침 뱉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면서 틸이 들어섰다. 레네는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분노를 삭이지 못해 얼굴이 하얗게 되었고, 이것저것을 만지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마침내 남편에게 어째서 이 시간에 집에 왔는지를 물었다. 설마 자신을 엿보려던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뭐라 해도 자신은 가슴에 손을 대고 생각해도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틸은 레네의 말을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울고 있는 토비아스에게 잠시 시선을 돌렸다. 그때 순간적으로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무엇인가를 참는 듯한 얼굴을 했다. 그러나 그는 곧 냉정함을 되찾았다. 아내도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씩씩거리는 가슴과 걷어 올려진 치마 밑으로 보이는 엉덩이 때문에 그녀는 선정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틸은 이런 아내에게 단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묶인 것 같았다. 그는 단지 난로 가에 있는 의자에 두고 갔던 빵을 집어들고 그것을 아내에게 내보였다. 그리고 아들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말없이 문을 열고 나갔다. 방 한 구석에서 쪼그리고 앉아있던 토비아스는 젖은 눈으로 그런 아빠를 바라보았다.



죄의식

틸은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조금 지각을 했다. 교대자는 이미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악수를 한 후 간단히 인수인계를 하고 헤어졌다. 교대자는 틸이 걸어온 길을 따라 점점 멀어져갔다. 외떨어진 이곳에 이제는 틸 만이 남게 되었다. 막사 안으로 들어온 틸은 그의 취향대로 방을 정리했다. 거의 기계적으로 몸을 움직이면서도 그의 머리 속은 방금 전에 목격했던 장면으로 가득 차있었다. 방 정리가 거의 끝났을 때 전 역에서 기차가 출발했음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틸은 조금도 서두르지 않았다. 느릿느릿 건널목으로 향했다.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늘 조심스럽게 잘 살피면서 기차가 오기 전에 횡목을 내리고 기차가 지나간 뒤에는 횡목을 올리곤 했다. 틸은 건널목에 기대어 기차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철로는 좌우로 끝없이 이어져 있었고 그 주변에는 소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저녁 노을이 지고있었다. 소나무 숲도 철로도 불타오르듯 빨갛게 물들었다. 저 멀리 철로 끝에 보이는 작은 점이 점점 커지면서 다가왔다. 기차가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요란한 진동과 소음을 남기고 기차는 다시 멀어져갔다.

틸은 입 속으로 작게 민나를 불러 보았다. 막사로 돌아온 그는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을 읽었다. 아니, 읽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꾸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무시하려고 해도 그런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는 기분을 바꾸기 위해 방에 있던 삽을 들고 선로감독원에게 넘겨받은 밭으로 갔다. 작은 밭에는 두 그루의 과일나무가 있었다. 틸의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듯했다. 삽질을 시작했다. 한참을 멈추지 않고 일하던 그가 갑자기 일손을 멈추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 그건 안돼. 절대로 안돼.”

틸은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다. 이제부터 레네가 밭을 일구러 여기에 자주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유일한 자유의 공간, 성스러운 공간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밭을 얻어서 생겼던 기쁨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막사로 돌아와서도 틸은 계속 그 생각을 했다. 자신이 근무하는 동안 레네가 바로 옆에서 일을 한다는 생각에 견딜 수가 없었다. 그만의 소중한 것을 빼앗기는 기분이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몸에서 약한 경련이 일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어두운 곳에서 커튼이 걷히듯 눈앞이 환해졌다. 마치 2년 동안 잠이 들었다 깨어난 것처럼 그동안의 여러 가지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방금 전 목격한 것처럼 아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겠는가! 그런 아이를 보호해 주지도 못하고 그저 침묵으로 묵인하며 살아온 삶이 너무도 치욕스럽게 느껴졌다. 그는 고통스러웠다. 죄의식과 자책 속에 피로감이 짓눌러 왔다. 그리고 책상 위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얼마를 그렇게 잤는지 틸은 엄청난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의 모든 것이 들썩거렸고, 시간을 알 수 없을 만큼 어두워져 있었다. 천둥과 번개가 치고, 비바람에 숲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는 더듬거리며 등이 있는 곳으로 갔다. 겨우 등을 찾아 불을 켰다. 엄청난 천둥과 비바람에 그는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시계를 쳐다보았다. 급행열차가 올 시간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사력을 다해 건널목으로 달려갔다. 그가 횡목을 내리자마자, 종소리가 들렸다. 틸은 비속에서 모자를 벗어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렇게 기차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눈물이 빗물과 섞이며 얼굴을 적셨다. 그리고 조금 전, 꿈속에서 보았던 여러 가지 모습이 떠올랐다. 토비아스가 학대를 당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한 여자의 모습도 분명하게 떠올랐다. 어딘지 병약해 보이는 그녀는 저쪽에서 선로를 따라 다가왔다. 그리고는 틸의 막사 앞을 지나 계속 앞으로 힘겹게 걸어갔다.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 가던 그녀는 걷기조차 힘들었던지 가끔 주저앉기도 했다. 틸은 그녀가 어디론가 도망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는 옷가지에 둘둘 만 것을 들고 있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죽은 아내와 매우 흡사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고통과 갈등이 어려 있었다. 그녀는 틸의 손을 거부하고 혼자 캄캄한 폭풍 속으로 계속 걸어갔다. 틸은 “민나”라고 불렀다. 그 순간 틸은 잠에서 깨었던 것이다. 그런 꿈을 회상하던 그는 마치 하늘에서 피비가 내리는 것 같은 환상을 보았다. 무서웠다. 기차가 다가오자 더욱 불안했다. 아직도 선로 위에 그녀가 있는 듯했다. 기차를 멈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차는 지나가 버렸다.

이런 밤을 보낸 뒤 틸은 안절부절못했다. 무엇보다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토비아스를 보고 싶었다.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고, 아들이 걱정되어 미칠 지경이었다. 그의 의무를 포기할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는 선로를 살펴 보면서, 아침 여섯 시가 되자 틸은 서둘러 교대를 끝내고 집으로 향했다.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자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제서야 어젯밤의 어두운 환상으로 인한 걱정과 불안감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러나 틸은 어딘지 달라 보였다.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아니었지만 레네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틸은 교회에 가서도 성경책은 보지 않고 옆에 앉은 레네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점심때 평소처럼 토비아스가 아기를 안고 나가려고 하자, 틸은 아무 말 없이 아기를 토비아스에서 빼앗아 레네에게 넘겨주는 것이었다. 그 정도의 작은 변화들이었다.

어느날, 레네는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은 자신도 같이 새 밭에 가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흙을 엎고 씨를 뿌리려면 하루가 꼬박 걸릴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도 데려가야겠다고 했다. 틸은 화난 눈빛으로 아내를 쏘아보았다. 그리고 이불을 머리까지 덮어쓰고 베개 깊숙이 머리를 묻었다.

아침이 되었다. 레네는 일찍 일어나 밭에 나갈 준비를 했다. 어린 아기를 깨워 유모차에 앉혔고, 토비아스를 깨워 옷을 입혔다. 토비아스는 아빠가 일하는 곳에 가는 것을 알고 기뻐했다. 거의 모든 준비가 끝난 후에야 틸은 일어났다. 틸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떻게는 이 상황을 막아야 했지만 방법이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레네에게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먹힐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나 너무도 즐거워하는 토비아스의 모습에서, 틸은 마음을 바꾸었다. 그리하여 온 가족이 함께 숲을 지나 그의 막사로 가게 되었다. 길을 걸으면서도 틸의 불안한 마음은 사실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토비아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즐겁고 활기차 보였다. 길가에 피어 있는 꽃들을 꺾기도 하고 날아다니는 잠자리들을 쫓아다니기도 했다.

도착하자마자 레네는 우선 밭을 살폈다. 틸은 아내의 반응이 어떨지 사뭇 두려웠다. “그래, 밭이 어떤 것 같아?” “비옥한 편이에요.” 그런 대답에, 틸은 겨우 마음이 놓였다. 레네는 가져온 빵을 후다닥 먹어치우고, 겉옷을 벗고 일을 시작했다. 거의 기계처럼 쉬지 않고 움직였다. 아기를 달래거나 젖을 먹일 때만 잠깐 허리를 폈을 뿐이었다. 틸은 막사 앞에서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나는 선로를 좀 살펴봐야겠어. 토비아스를 데리고 가겠소.” “뭐라고요? 말도 안돼요. 그럼 아기는 어떻게 해요?” 레네가 소리쳤지만 틸은 못 들은 척하며 토비아스를 데리고 갔다.

틸과 토비아스는 선로 옆에 있는 길을 따라 걸어갔다. 토비아스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궁금한 것도 너무 많았다. 끊임 없이 아빠에게 질문을 해댔다. 특히 전신주에서 들려오는 웅웅거리는 소리에 관심을 보였다. 틸과 토비아스는 손을 잡고 걷가다가 가끔씩 멈춰서 전신주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선로를 한바퀴 점검하고 돌아오니, 레네는 여전히 일을 하고 있었다. 열차들이 쏜살같이 지나갈 때마다 토비아스는 소리를 질러대며 좋아했다. 레네조차 그런 아이의 모습에 미소를 띠었다. 틸의 막사에서 온 가족이 오붓하게 점심식사를 했다. 레네도 기분이 좋았고, 틸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는 레네에게 자신의 일과 선로에 대해 처음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땅을 파엎는 작업은 이미 점심 전에 끝나 있었다. 오후에는 감자 씨를 심는 일이 남아 있었다. 레네는 이제부터 토비아스가 아기를 돌봐주어야 한다며, 아들을 데리고 나갔다. 틸은 그저 조심하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불현듯 불안한 마음이 들어 다시 한번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토비아스가 선로에 너무 가까이 가지 않도록 잘 봐야 해!” 레네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무서운 사고, 그리고 분노

열차가 들어오는 종이 울렸다. 틸은 늘 그렇듯이 약속된 위치로 가서 준비를 했다. 저쪽에서 열차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졌다. 그런데 갑자기 귀가 찢어질 듯한 기적소리가 울려 펴졌다. 틸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갑자기 브레이크를 잡는 거지?” 다시 한번 급박한 기적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그는 거의 반사적으로 붉은 기를 내밀었다. 선로 위에 어떤 물체가 있었다. 맙소사! 그제야 틸은 선로 사이에 있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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