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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베르테르: 로테에 대한 이루지 못할 정열적인 사랑으로 끝내는 자살하고 마는 비운의 주인공

로테: 아름다우면서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여성

알베르트: 로테의 약혼자. 베르테르와는 반대로 지극히 이성적인 인물

빌헬름: 베르테르가 편지를 보내는 친구





제1부 운명의 여인, 아름다운 로테

1771년 5월 4일

지난번에 자네 곁을 훌쩍 떠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네. 사람의 마음이란 정말 알 수 없어. 자네를 떠나는 것이 그리도 섭섭하더니 말야. 나는 요즘 이곳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네. 한마디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다네.

5월 15일

이곳의 평민들과는 벌써 친근한 사이가 되었네. 특히 아이들이 나를 잘 따르는군. 확실히 우리 인간들은 평등하지 못해. 아무튼 체면과 위엄을 지키기 위해 서민들을 멀리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거침없이 비겁하고 못된 사람들이라고 욕을 한다네. 일전에 우물에 갔다가 젊은 하녀를 만났지. 그녀는 물동이를 이어 줄 사람을 기다리는 눈치였어. 나는 그녀를 도와주었고, 그녀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갔지.

5월 17일

그동안 많은 사람과 사귀었지만 아직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지 못했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고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네.

나는 훌륭한 한 분을 사귀게 되었네. 법무관으로 성실한 인물이야. 그 분이 무려 아홉 명의 자녀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마음이 흐뭇해진다는군. 특히 큰딸은 소문이 자자하더군. 법무관이 놀러오라고 초대했으니 조만간 한번 방문할 예정이라네.

6월 16일

나는 어떤 여성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가 나를 완전히 사로잡고 말았어. 그녀는 로테라고 하네. 그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무튼 나는 지금 매우 행복하다네. 이지적이면서도 소박하고 꿋꿋하면서도 상냥하고, 착하고 친절하고, 정말 발랄하면서도 침착한 여성이라네.

얼마전 젊은 친구들이 무도회를 연다고 하기에 나는 기꺼이 참석하기로 했지. 로테의 춤추는 모습 또한 감동적이었어. 나는 로테와 춤을 추었지. 그때 한 부인이 스쳐 지나가며 위협하듯이 손가락을 하나 쳐들어 보이고 “알베르트”라는 이름을 대는 것이 아닌가. 나는 로테에게 그가 누구냐고 물었지. 그는 로테와 약혼한 사람이나 다름없다고 하더군. 나는 당황했네.

지평선 위에서 번개가 번쩍이더니 소나기가 내렸어. 잠시 후 소나기가 멎자 손님들은 저마다 짝을 지어 저택 이곳 저곳을 거닐기 시작했네. 로테와 나는 조용히 창가로 다가가서 하늘을 바라보았네. 소나기가 멎은 대지는 상쾌했지. 로테는 창틀에 팔꿈치를 기댄 채 차분하게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어. 그러더니 하늘을 쳐다보고 이어서 나를 바라더니 눈물을 글썽거렸어. 그녀는 자기 손을 내 손에 포개고 “클로프슈토크”(독일계몽주의 시인)라고 말했어.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그녀의 손등에 키스했네.

6월 29일

그저께 이 고장의 의사가 법무관을 찾아왔어. 그때 마침 나는 로테의 동생들과 땅바닥에 앉아 놀고 있었어. 내 등에 기어오르는 녀석도 있었고 나를 놀려대면서 도망치는 녀석도 있었지. 한참 야댠법석을 떨고 있던 참이었어. 그런데 그 의사선생은 점잔을 빼는 그런 인간류이어서 내 꼴을 한심하게 생각한 모양이야. 그러더니 법무관 집 아이들이 원래 버릇이 없는데, 나 때문에 완전히 망쳤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지.

빌헬름! 이 세상에 아이들만큼 내 마음의 가까운 벗은 없다네. 성경말씀을 되새기곤 한다네. “너희가 어린아이처럼 되지 않으면...”

7월 8일

우리는 모두 발하임에 다녀왔네. 여자들은 마차를 타고 갔지. 나는 로테의 눈길을 찾아 부지런히 나의 눈길을 돌렸다네. 그러나 로테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느라고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네. 다른 사람들과는 일일이 눈인사를 하면서도 내게 눈길 한번 주지 않더군. 결국 나는 단념할 수밖에 없었어. 슬픈 마음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데 역시 그녀의 눈길은 야속하리만큼 나를 지나쳐 버리는 것이 아니겠나. 그날 로테는 한번도 나를 보지 않았어. 그리고 마차는 떠나 버렸어. 어느덧 눈에는 눈물이 괴기 시작했네. 마차를 탄 채 사라져 가는 로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우두커니 서 있었지. 그런데 갑자기 로테의 얼굴이 마차의 창밖으로 나타났어. 과연 로테는 나를 보기 위하여 고개를 내밀었던 것일까?

7월 18일

사랑이 없는 세상은 어떨까? 불꺼진 램프를 램프라고 할 수 있을까? 오늘은 로테에게 갈 수가 없었다네. 어떤 모임에 붙들려 빠져 나올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 그래서 하인을 보냈어. 하인이 로테에게 갔다왔을 때의 기쁨이란 나는 그의 목을 얼싸안고 뽀뽀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었네.

7월 26일

로테를 너무 자주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다짐했는지 모른다네. 그러나 이런 결심이 며칠이나 가겠는가. 내일만은 절대로 가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날이 밝으면 어떤 이유를 찾아서라도 로테에게 간다네.

로테의 약혼자, 알베르트

7월 30일

마침내 로테의 약혼자가 돌아왔다네. 그는 씩씩하고 잘난 신사이므로 누구든 그에게 호감을 갖는다네. 다행스럽게도 그를 맞이하는 자리에 나는 없었다네.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가슴이 갈갈이 찢어지고 말았을 걸세. 그가 돌아오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지만, 나의 기쁨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네. 정말 나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인간이라고 할 수밖에 없네.

8월 10일

알베르트는 결코 내 행복을 빼앗으려 들지 않네. 알베르트와 함께 산책하면서 로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즐겁다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보다 더 불행하고 우스꽝스러운 일도 없을 걸세. 알베르트는 로테 어머니가 몹시 훌륭한 분이라고 하더군. 로테 어머니는 이 세상을 떠날 때 아이들과 집안살림은 로테에게 맡기고 알베르트에게는 로테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다더구만.

8월 12일

어젯밤 알베르트에게 들렸네. 그의 방에서 서성거리다 보니 권총 한 자루가 얼른 눈에 띄더군. 그에게 권총을 빌렸네. 그는 권총을 장식용으로 가지고 있는 것뿐이라고 기꺼이 빌려주더군. 나는 그와 자살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네. 그는 정말 이성적인 사람이었어.

8월 21일

아침마다 괴로운 꿈에서 깨어나면 로테가 그리워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라네. 밤이면 밤마다 꿈속에서 만나는 로테. 둘이서 나란히 손을 마주 잡고 앉아 몇 번이고 고개 숙여 그 보드라운 손등에 입맞춤하는 나.

8월 28일

오늘이 내 생일이었네. 이른 아침에 알베르트로부터 소포를 받았다네. 포장을 풀어보니 분홍색 리본이 들어 있더군. 로테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가슴에 달려 있던 리본이었어. 리본과 함께 작은 두 권의 책을 보냈더군. 호머의 책이었어. 나는 리본에 여러 차례 입을 맞추었지. 돌이킬 수 없는 지난 날의 행복한 추억을 되새기면서.

9월 3일

나는 떠나야 한다! 벌써 이 주일 전부터 그녀를 떠나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그리고 알베르트는... 나는 떠나야만 한다.

9월 10일

나는 지금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며 아침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아아, 로테는 지금 편히 잠들어 있겠지. 나를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생각지도 않고 말야. 떠나기 직전까지 마음을 굳게 먹고 그런 눈치를 보이지 않았지.



어젯밤에 나와 알베르트와 로테 우리 세 사람이 만났네. 로테와 단둘이 있을 때였어. 로테는 우리가 저 세상에서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물었고, 나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네. 내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네.

제2부 마침내 로테를 떠나

1771년 10월 20일

어제 이 곳에 도착했네. 빌헬름! 비로소 운명이 나에게 커다란 시련을 안겨 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네. 차차 나아질 걸세. 친구, 자네 말이 옳아. 고독만큼 위험한 것은 없어.

11월 26일

어쨌든 그럭저럭 이 곳에서 지낼 수 있을 것 같네. 일거리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니 정말 고맙지 뭔가. 그동안 C백작과 알게 되었다네. 높은 식견과 덕망을 갖춘 분으로서 사귀면 사귈수록, 존경하게 되는 분이지. 언젠가 그가 내게 일을 부탁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부터 우리는 친해졌어.

12월 24일

최근에 나는 산책 길에서 B양을 알게 되었다네. 딱딱한 일상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사는 사랑스런 여자라네. 얘기를 나누는 동안 무척 호감이 가더군. 그녀는 이곳 태생이 아니라, 큰어머니 댁에 살고 있더군.

1772년 1월 20일

사랑하는 로테! 나는 지금 당신에게 편지를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찬 눈보라를 피해 누추한 시골 농가의 작은 방에 있습니다. 최근에 나는 여성다운 여성을 한 사람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당신과 어찌 그리도 닮았는지요. 그녀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햇살이 빛나는 오후를 틈타 뜰의 아름다움 풍경 속을 거닐곤 한답니다. 그때마다 나는 당신 이야기를 해준답니다. 그러면 그녀는 당신에게 경의와 찬사를 보내지요. 이제 그녀는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리운 집, 정다운 그 방에서 당신 곁에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 정말 아름답고 그리운 추억들입니다.

2월 20일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부디 하나님의 축복이 당신들 두 사람에게 내리기를.



알베르트, 당신이 나를 감쪽같이 속인 데 대하여 감사하고 싶소. 나는 두 사람이 언제 결혼할지 그 날짜를 알려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오. 그 날이 되면 로테의 실루엣그림을 벽에서 떼어버릴 작정이었소. 그런데 두 사람이 이미 부부가 되었고, 그것은 여전히 벽에 걸려 있구려. 남의 아내가 된 여자의 그림을 걸어 두고 있다니, 하기야 안될 까닭도 없지만 말이오. 나는 당신들 곁에 있을 것이오. 만일 로테가 나를 잊는다면 아마 나는 미치고 말거요. 알베르트, 안녕! 천사, 로테여 부디 안녕!



3월 24일

나는 궁정에 사직원을 제출했네. 자네들의 양해를 얻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네. 아무튼 나는 떠나야겠어. 어머니에게는 자네들이 잘 말씀 드려주게. 이 부근에 사는 공작과 함께 그의 영지로 가서 아름다운 봄을 함께 지내기로 했다네.

5월 25일

전부터 나는 한가지 생각을 갖고 있었다네. 그것이 실행하지 못했으니 이제 털어놓겠네. 실은 오래 전부터 싸움터에 나갈 생각을 해왔었지. 공작을 따라 이곳에 온 목적도 실은 거기에 있었다네. 공작은 장군이라네. 어느날 산책 길에 내 계획을 털어놓았더니 나를 만류하더군. 듣고 보니 그분의 말이 옳았어.

6월 11일

아무래도 이 곳에 더 이상 머물 수가 없을 것 같네. 공작은 진심으로 잘 대해 주지만 나는 왠지 불만스럽고 지루할 뿐이야. 다시 생각해보니 공작과 나 사이에는 공통된 점이 하나도 없어. 앞으로 일 주일만 더 머물 예정이네. 그런 다음에는 다시 정처 없는 방랑의 길을 떠나겠어.

다시 로테에게로

9월 4일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자, 내 몸과 마음에도 가을이 찾아 들었네.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자네한테 어떤 농가의 젊은이에 대하여 이야기 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어제 다른 마을로 가는 도중에 뜻밖에도 그를 만났지 뭔가. 그가 내게 들려준 기막힌 사연을 자네에게도 들려주고 싶구만.

여주인을 향한 사랑이 불처럼 타오르자, 한 젊은이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며 어디에 마음을 두고 살아가야 할지 조차 알 수 없어졌다더군.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고 잠 잘 수도 없었다는 거야. 그래서 그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지만, 그녀는 그의 하소연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는군. 그가 완력으로 그녀를 끌어안고 입맞춤을 했을 때, 공교롭게도 그의 오빠가 나타났다지 뭔가. 그러잖아도 전부터 그를 마땅치 않게 여기던 오빠는 그를 내쫓아 버렸지.

9월 6일

단념하기 어려웠지만 나는 로테와 처음 만나서 춤을 추었을 때 입은 간소한 푸른 색 연미복을 벗어놓기로 결심했네. 보기에 낡았기 때문이야. 그래서 똑같은 것으로 한 벌 더 맞추면서 노란 조끼와 바지도 주문했네.

10월 30일

그동안 나는 수백 번이나 그녀를 껴안고 싶어했다네. 그녀의 가장 사랑스런 모습이 눈앞에서 어른거리고 있는데도 손을 뻗을 수 없는 이 기분을 오직 하나님만이 알아주실 걸세.

11월 15일

빌헬름이여! 진심어린 말로 충고해준 우정에 정말 감사하고 있네. 하지만 지금 제발 이대로 내버려두었으면 좋겠어. 지칠대로 지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버틸 힘이 남아 있으니까. 나는 종교를 높이 평가하고 있네. 종교는 지친 사람들에게 등대와 같지. 그러면 내게도 위로의 등대가 되어줄까?

11월 21일

나를 쳐다보는 그녀의 정다운 눈길, 그 눈길이 담고 있는 뜻은 과연 무엇일까? 때때로 나의 격한 감정 표현을 받아주는 그녀의 호의는 도대체 뭘까? 어제 내가 돌아갈 때 그녀는 손을 내밀며 말했어. “안녕히 가세요. 사랑하는 베르테르씨!” 사랑하는 베르테르라니. 나는 혼자서도 그 말을 백 번도 더 되풀이했어. 그러다가 어제밤 잠자리에서 “안녕히 주무세요, 사랑하는 베르테르씨!” 이렇게 말한 뒤 혼자 웃고 말았네.

11월 24일

로테는 내가 괴로움을 얼마나 애써 참고 있는지를 알고 있지. 오늘, 그녀의 눈빛에서 그런 마음을 읽을 수 있었네. 그녀의 집을 찾았을 때, 때마침 그녀는 혼자 있더군.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네. 그녀가 피아노 앞에 앉았네. 그녀의 매혹적인 입술이 움직이며 속삭이듯 달콤한 목소리가 멜로디를 따라 흘러 나왔네. 오늘따라 유난히 맑고 깨끗한 매혹적인 입술. 나는 '거룩한 하늘의 영들이 감도는 입술에 감히 키스를 하지 않으리'라고 맹세했네. 그러나 내 마음은 그와 반대였다네. 과연 이것이 죄가 되는 일일까?

11월 30일

나는 이제 제정신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네. 점심 때 나는 시냇가를 따라 걸었지. 식욕은 없고 모든 풍경이 황폐해 보였네. 멀리 초록빛 옷을 걸친 사람이 보였네. 바위 틈을 헤집고 다니면서 약초를 찾는 것 같더군. 그 사나이는 내 발소리를 들었는지 뒤돌아보더군. 그 표정에는 어딘가 어두운 그림자가 깃들여 있는 것 같았어. 선량한 인상을 풍기는 평범한 남자였어. 나는 그의 옷차림을 보고 별로 신분이 높은 사람은 아니라고 느꼈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네. 그는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대며 대답했네. “제 애인에게 꽃다발을 선사하기로 약속했답니다. 제 애인은 다른 것은 얼마든지 가지고 있어요. 그녀는 부자니까요.” 그는 하늘을 우러르며 주르르 눈물을 흘렸어. 가엾은 사나이! 하지만 나는 그가 부럽다. 그는 자신의 여왕님을 위해 희망차게 집을 나섰는데, 나는 희망도 목적도 없으니.

12월 1일

지난번 이야기한 행복하면서도 불행한 그 남자는 로테의 아버지의 서기였다고 하더군. 로테를 남몰래 사모하다가, 마침내 사랑을 고백했고, 그 때문에 쫓겨났다는군. 그리고 끝내는 미쳐버린 거지. 알베르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이 이야기를 들려주더군.

12월 4일

오늘 로테의 어린 동생이 내 무릎 위에 앉아 인형에게 옷을 입히고 있었지. 어느새 내 눈에 눈물이 괴었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의 결혼 반지가 눈에 띄더군. 내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릴 때, 그녀는 내가 꿈에도 그리워하던 멜로디를 치기 시작했네. 나는 조용히 추억을 더듬어 보았네.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왔다갔다하며 그 옛날의 괴로웠던 나날을 되새겨 보았지. 나는 너무 괴로워 그녀가 피아노를 그만 치기를 요구했네. 오 하나님이시여! 나의 불행을 여기서 그치게 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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