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 -
파우스트(Faust)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파우스트 인생의 의미와 본질을 탐구하려고 노력하는 학자. 악마의 유혹을 받아 젊어지는 약을 먹고 그레트헨과 사랑에 빠진다. 메피스토펠레스 신과 내기 끝에 파우스트를 타락시키고 그의 영혼을 빼앗으려 한다.
마르가레테 그레트헨이라고도 불린다. 순진하고 맑은 소녀지만 악마의 꾀임에 빠진 파우스트 때문에 죄를 짓고 죽게 된다. 바그너 파우스트의 충실한 제자
발렌틴 그레트헨의 오빠로 파우스트와 결투 도중 죽는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천사들이 모여 주님을 찬양하고 있었다. 라페엘, 미카엘, 가브리엘 등의 대천사들이 주님의 창조적인 업적과 그의 큰 뜻을 기리는 노래를 하였다. 그때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주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주님의 찬가를 비꼬듯 말하면서 세상의 인간들이야말로 천지가 창조되던 날처럼 기묘한 존재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인간들이 법이나 도덕적인 것에 대해 떠들다가도 각자의 배를 채우는 일에는 정신을 못 차린다고 개탄했다. 그러자 주님은 파우스트란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메피스토펠레스에게 반박했다. 주님은 파우스트를 충직한 종이라고 생각했다. 메피스토펠레스도 파우스트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보기에 파우스트는 신을 오묘한 방법으로 섬기고 현실과 정신적인 것, 그 어느 것에서도 만족을 찾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에 불과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주님에게 파우스트를 유혹할 수 있게 해달하고 했다. 주님은 파우스트가 반드시 올바른 길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이를 허락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존재이니라.” 메피스토펠레스는 주님이 악마인 자신에게조차 너그럽게 대해주는 것을 즐겁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부터 시작될 게임 때문에 신이 났다.
때는 밤이었다. 파우스트는 평소처럼 서재에 있었다. 그는 철학, 법학, 의학, 신학 등 모든 학문을 섭렵한 박식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식만으로 해결 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것을 느끼면서 고뇌에 빠져 있었다. 그는 신의 경지에 도달하기를 원했고, 우주의 본질적인 비밀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괴로워하던 파우스트는 마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대자연의 비밀을 알아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책을 꺼냈다. 그리고 그 책에 나오는 대우주의 부적을 보고 대지의 정령들을 불러내었다. 파우스트는 자신도 그들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지의 정령들은 그의 오만함을 무너뜨리고 그를 다시 인간의 세계로 떨어뜨렸다. 파우스트는 크게 좌절했다. 자신이 신을 닮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때 파우스트의 조수 바그너가 잠옷을 입은 채 들어왔다. 파우스트의 책 읽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그는 지식욕이 강한 사람으로 파우스트에게 여러 가지 학문에 대한 질문을 했다. 바그너가 떠나고 파우스트는 다시 갈등하기 시작했다. 자연의 비밀을 캐려고 했다가 실패한 자신의 모습에 자조하면서 유일한 도피처는 자살이라고 생각했다. 파우스트는 새벽이 밝아오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만든 독주(毒酒)가 든 잔을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마시려는 순간 부활절을 알리는 종소리와 합창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죽음의 잔을 내려놓았다. 종소리와 함께 떠오른 어린 시절의 추억이 파우스트를 다시 삶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악마의 유혹정신과 영혼이 힘든 갈등을 겪었던 밤이 지났다. 밖은 봄기운이 만연했고 부활절을 맞이하여 모든 사람들이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파우스트도 음침한 서재를 나와 바그너와 함께 산책을 했다. 바그너는 서민들의 흥청거리는 모습이 거칠고 천하다고만 느꼈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그들과 잠시 어울리기도 하면서 나름대로 봄의 기운과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그런데 이때 검은 개의 모습을 한 메피스토펠레스가 나타났다. 파우스트는 그 개가 범상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지만 자기의 서재까지 데리고 오게 되었다.
산책에서 돌아온 파우스트는 마음이 다소 안정되었다. 신에 대한 사랑과 그 성스러움을 다시 믿게 된 것이다. 바로 그때 데려온 검은 개가 으르렁거렸다. 개는 곧 미친 듯이 날뛰면서 불타오르는 눈과 무서운 이를 드러냈다. 그리고 지옥의 괴물들이 나타나 그와 합세했다. 파우스트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주문을 외웠다. 불의 영인 샬라만더, 물의 영인 운디네, 바람의 영인 실폐, 그리고 땅의 영인 코볼트의 이름을 불렸다. 그러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메티스토텔레스는 이번에는 학생의 차림으로 파우스트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파우스트와 친해지려 했고 그래서 더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그가 악마라는 것을 알고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그가 나가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문지방의 5각형 별의 부적 때문에 나갈 수 없었던 메피스토펠레스는 자기를 따르는 영들을 불러 노래를 부르게 했다. 이 노래를 들은 파우스트는 잠이 들었다. 그리고 메피스토펠레스 악마의 본성을 드러내며 쥐들을 불러 부적을 갉아먹게 하고는 방을 빠져나갔다. 잠에서 깬 파우스트는 자신이 속았음을 알았다. 그리고 자신이 불러낸 영들이 그렇게 힘없이 무너진 것을 생각하며 어두운 기분이 되었다.
파우스트는 다시 서재에 있었다. 이번에는 화려한 귀공자의 모습으로 메피스토펠레스가 다시 찾아왔다. 그는 파우스트의 우울증을 쫓아주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기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자유롭게 인생을 즐겨보자고 유혹했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고개를 저었다. 옷을 바꾼다고 해서 우울한 세상살이가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한 젊은 열정을 갖기에는 너무 늙었고, 모든 욕망에서 벗어나기에는 너무 젊었다고 여겼다.
하지만 메피스토펠레스는 온갖 술수와 환상을 동원해서 파우스트를 유혹했다. 그리고 파우스트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자신과 더불어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하려고 한다면 파우스트의 종도 되고 벗도 되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파우스트는 그에 대한 대가가 무엇인지를 알고자 했다. 메피스토펠레스가 내건 조건은 저 세상에서는 파우스트가 자신의 심부름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치고 절망해 있던 파우스트에게 ‘저 세상’은 더 이상 두려운 세계가 아니었다. 마침내 파우스트는 내기에 동의했다. 그리하여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와 함께 환희와 쾌락의 세상으로 나아갔다. 우선 그들은 작은 세상, 즉 소박한 시민들이 사는 곳을 찾아갔다.
메피스토펠레스가 맨 처음 파우스트를 데리고 간 곳은 아우어바흐 술집이었다. 그곳에서는 여러 명의 학생들이 술로 스트레스를 풀며 떠들썩하게 놀고 있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거칠고 희희낙락한 이곳의 분위기를 파우스트에게 느끼게 해주고 그를 자기 뜻대로 이끌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파우스트는 오히려 이런 곳을 혐오했고 악마의 미친 듯한 마술장난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더 젊어지기를 원할 뿐이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그를 젊게 만들기 위해 마녀의 부엌으로 데리고 갔다. 젊어지는 마법의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녀의 도움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마녀는 집에 없었다. 잠시 후 돌아온 마녀에게 메피스토펠레스가 용건을 말했다. 마녀는 주문을 읽고, 의식을 올리는 체하더니 잔에다 약을 따랐다. 파우스트가 그 잔을 입에 대자 가벼운 불꽃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들은 약효를 시험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왔다. 이제 파우스트의 외모는 젊어졌지만 그의 정신은 악마의 수중에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였다.
사랑의 시작젊어진 모습으로 길거리에 나선 파우스트는 때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그레트헨을 보았다. 그리고 아름답고 순수한 그녀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그녀를 자신의 애인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메피스토펠레스는 쉽게 응하지 않았다. 그녀처럼 순수하고 정결한 여자는 다루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파우스트는 몸이 달았다.
한편 집으로 돌아온 그레트헨의 머리 속에도 아까 길에서 본 젊은 파우스트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저 그가 지체가 높은 집안의 사람일 것이라고만 여겼다. 그녀가 방을 비운 사이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를 데리고 그레트헨의 방으로 들어왔다. 파우스트는 그 방에 충만 되어 있는 고요와 질서, 그리고 소박한 행복과 고결한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그러면서 그의 불순했던 욕망이 잠재워졌으며 그런 자신의 모습에 수치심을 느꼈다. 그들은 그레트헨이 돌아오기 전에 가져온 보석을 선물로 놓아두고 사라졌다.
메피스토펠레스는 본격적으로 파우스트와 그레트헨이 서로 만나게 하기 위해 일을 꾸몄다. 그는 그레트헨의 이웃집 여인 마르테에게 접근했던 것이다. 마르테는 결혼한 여자지만 남편은 먼 항해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레트헨은 마르테를 마음을 터놓고 의논하는 상대로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번에 받은 보석상자를 어머니가 가져가 신부에게 바친 사실도, 그리고 두 번째로 보석 상자를 다시 받게 된 것도 모두 그녀에게 말하고 의논하였다.
메피스토펠레스가 마르테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었다. 그는 마르테를 위로하는 척 하면서 그녀의 환심을 샀다. 마르테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말을 믿었다. 그리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남편의 사망 증명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증명서를 받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증인이 필요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선뜻 자신이 그 증인이 되어주겠노라고 자청하면서 친구도 한 사람 데려오기로 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그레트헨에게도 같이 올 것을 부탁했다.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었다.
약속한대로 마르테 집의 뒤뜰에서 두 쌍의 남녀가 만났다.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그곳에서 메피스토펠레스는 마르테와 그리고 파우스트는 그레트헨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레트헨은 처음으로 파우스트와 팔짱을 끼고 정원을 거닐며 즐거워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신분이 낮음을 걱정했다. 그러나 파우스트는 그녀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의 눈빛과 당신의 말 한마디가 이 세상의 모든 지식보다도 더 소중하고 나를 즐겁게 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진실되고 순수한 사랑이 싹트고 있었다.
한편 이제 과부라고 여기게 된 마르테 역시 메피스토펠레스와 산책을 하며 적극적으로 그에게 공세를 폈다. 하지만 마르테가 강력하게 재혼의 뜻을 비출 때마다 악마인 그는 교묘하게 빠져나갔다. 그레트헨은 여전히 신분의 차이 때문에 파우스트의 사랑에 확신을 갖지 못했다. 그래도 파우스트는 자신의 사랑이 영원할 것임을 반복해서 맹세했다. 두 사람은 드디어 정자 안에서 서로를 포옹하며 입을 맞추었다. 그때서야 그래트헨도 자신의 사랑을 처음으로 고백했다. 그리고 비로소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음을 확인했다. 이때 메피스토펠레스가 문을 두드렸다. 헤어질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아쉬운 마음으로 작별을 했다.
그날 이후 파우스트와 그레트헨은 여러 번 만났고 그들의 정은 점점 쌓여갔다. 그러면서도 파우스트는 그레트헨에 대해 느끼는 관능적인 유혹을 떨쳐버리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썼다. 그러나 그것을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가 보고만 있을 리 없었다. 결국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부추김으로 그레트헨에게 하룻밤만이라도 같이 있기를 청했다. 그리고 어머니를 잠들게 할 수면제를 주며 밤에 만날 것을 약속했다. 그레트헨은 수면제가 어머니에게 해롭지 않다는 말을 믿고 돌아갔다. 그러나 이 약 때문에 그녀는 첫번째 죄악을 저질렀다.
짧은 행복 후의 영원한 불행그레트헨은 우물가에서 이웃집 처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거기서 베르벨헨이라는 처녀가 타락을 해서 임신을 하게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웃집 처녀는 타락한 처녀를 비난하였고, 일면 그녀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겼다. 그레트헨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두려워했다. 그녀도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순결했던 처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그레트헨은 점점 괴로웠다. 그녀는 치욕과 죽음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를 올렸다. 그것이 그녀에게는 유일한 위안이며 도피의 수단이었다.
그러나 마침내 그녀의 타락에 관한 소문이 널리 퍼지고 말았다. 그레트헨의 오빠인 발렌틴도 그런 소문을 듣게 되었다. 그는 얌전하고 착했던 누이동생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을 차마 믿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정직하고 명예를 존중하는 군인이었으므로 온갖 사람들이 그를 비웃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런데 때마침 발렌틴은 오랜만에 그레트헨을 찾아온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를 만나게 되었다. 발렌틴은 그가 파우스트라는 것을 알아챘고 두 사람의 격투가 벌어졌다. 그러나 발렌틴은 악마와 한편인 파우스트를 당해낼 수 없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발렌틴의 손을 마비시킨 후 파우스트에게 어서 찌르라고 소리쳤다. 파우스트는 그가 시키는 대로 발렌틴을 찔렀다. 그리고 파우스트는 살인자가 되었다. 그는 메피스토펠레스를 따라 그 자리에서 달아나고 말았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 속에는 마르테와 그레트헨도 섞여 있었다. 발렌틴은 사람들 앞에서 누이동생을 나무라며 죽어갔다.
그레트헨은 성당에서 미사를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 주위에 악령들이 나타나서 그녀가 저지른 죄악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그녀를 괴롭혔다. 그레트헨은 수면제를 먹여 어머니를 죽게 만들었고, 오빠인 발렌틴도 그녀 때문에 복수를 하려다가 죽임을 당했다. 또한 지금 그녀의 뱃속에는 한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죄의식과 양심의 가책 때문에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고 결국 그 자리에서 실신해버렸다.
구원받은 그레트헨악마들의 잔치가 열리는 발푸르기스의 밤이 되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그레트헨 때문에 죄의식을 느끼는 파우스트를 데리고 마녀들의 잔치가 열리는 곳으로 갔다. 그에게서 그레트헨의 생각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마녀들의 축제는 환상적이고 광란적이었다. 그리고 파우스트도 결국 음탕한 쾌락에 도취되어 마녀들과 어울려 춤을 추었다. 그러다가 마녀의 입에서 쥐가 튀어나오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그리고 그의 기분은 다시 우울해졌다.
파우스트의 눈에 그레트헨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발이 묶인 채 걸어가고 있는 여자가 꼭 그레트헨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그것은 환영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파우스트의 마음은 이미 그녀에게 가 있었다.
흐린 날, 들판에서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를 다시 만났다. 그는 그레트헨이 지금 큰 고통을 겪고 있으며 감옥에 갇혀 쇠사슬에 묶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후회와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웠다. 그러자 이를 바라보던 메피스토펠레스가 말했다. “그런 일을 당하는 것은 그녀가 처음이 아니란 말이오.”
이 말에 파우스트는 분노를 터뜨렸다. 하지만 메피스토펠레스는 오히려 악마에게 도움을 청한 것은 당신이라며 그를 비웃었다. 파우스트는 이제 거의 애원하듯이 그에게 무조건 그레트헨을 구해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악마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감옥을 지키는 간수의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 사이 파우스트가 그레트헨을 구하기로 하고 그들은 감옥으로 향했다.
그레트헨은 음침하고 습기찬 감옥 속에 갇혀 있었다. 파우스트는 그녀를 다시 만나는 것이 두려웠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망상에 빠져 있던 그레트헨은 파우스트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파우스트는 그녀 앞에 꿇어앉아 사랑하는 사람이 그대를 구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레트헨은 파우스트를 알아보고는 기뻐했다. 파우스트는 서둘러 그녀를 데리고 나가려 했지만 그레트헨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어머니를 죽였으며 아기를 죽였다고 처음으로 고백했다. 그리고 자신은 기꺼이 여기 남아서 죄의 대가를 치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동이 트면서 파우스트는 더욱 초조해졌다. 다음날이 바로 그녀의 마지막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메피스토펠레스가 두 사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