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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통의 죽음

게오르그 뷔히너 지음 | -
당통의 죽음(Dantons Tod)

게오르그 뷔히너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조르주 당통: 프랑스 혁명의 주요인물. 당통은 그러나 혁명의 폭력성에 회의와 실망을 보이고 삶에 대한 향락적인 태도를 보임과 동시에 비관적인 태도를 보인다.

쥘리: 당통의 부인으로 극중 당통을 따라 자살한다. 그러나 당통의 실제 부인 루이제는 다른 남자와 재혼했다고 함.

로베스피에르: 프랑스 혁명의 주요인물로 공포정치 시대 주요 통치 기관이었던 공안위원회를 1793년 후반기에 장악했고 공포정치를 지지했다.



가난의 끝은 어디인가...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있은 후에도 민중의 궁핍한 생활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혁명 때 민중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죽인 귀족들의 특권을 이제는 부르주아 계급들이 누리고 있고 민중들은 예전과 다름없는 아니 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민중은 이처럼 궁핍한 삶에 허덕이는데, 당통은 살롱에서 귀부인들과 한가하게 시간을 보낸다. 술에 취한 ‘시몽’이라는 사람이 그의 처를 욕하고 때린다. 사람들이 시몽을 나무라자, 시몽은 그의 처가 딸에게 매춘을 하게 해서 부모를 부양하도록 했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라 울부짖는다.

시몽의 처- 들어들 보세요. 제 딸년은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방도가 없어서 그렇게 된 거예요. 하지만 그 애는 착한 애랍니다. 자기 부모를 먹여 살린다니깐요.시몽- 하, 이제야 고백하는군.

시몽의 처- 이 유다야, 그 젊은 남자들이 그애한테 바지를 벗어놓고 가지 않았으면 주제에 바지 몇 벌이나마 얻어 입었을 줄 알아? 술고래 영감아, 샘물이 말랐다고 목만 태우고 있을 거야? 우린 사지로 일을 하는데 그거로 못하라는 법이 어디 있어?

시몽- 아! 칼을 좀 줘. 정절을 잃고 어찌 살 수 있단 말인가! 나에게 칼을 줘!

시민1- 시몽한테 칼을 줘. 하지만 그 불쌍한 창녀(시몽의 딸)를 찔러서는 안 돼. 그녀가 뭘 잘못했어? 하나도 잘못한 거 없어! 그저 배가 고파서 몸을 팔 비럭질을 한거야. 칼은 우리들의 마누라하고 딸년들을 돈으로 사가는 그런 놈들을 위해서 필요한 거야! 민중의 딸들과 농탕질하는 놈들은 모조리 뒈져야 해! 우리는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는데 놈들은 배가 불러 씩씩거리고 있어. 우리의 옷은 구멍 투성인데 저들은 따뜻하게 껴입었다구. 우리의 양손은 굳은살 투성인데 그들은 비단결같은 부드러운 손을 갖고 있다구.

시민2- 우리보고 귀족들은 늑대들이라며 때려죽이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우린 귀족들을 교수형에 처했죠. 또 국왕이 거부권을 갖고 있어서 우리의 빵을 빼앗긴다고 해서 우린 그 거부권을 폐지시켰죠. 또 지롱드(온건파) 당원 때문에 우리가 배를 굶주린다고 해서 그들도 단두대에서 처형했어요. 근데 그 죽은 자들의 옷을 그놈들이 껴입고, 우리는 예전과 매한가지로 이렇게 맨발로 다니며 추위에 떨고 있어요.

로베스피에르의 결심

민중들은 혁명 후에도 비참한 삶에 벗어나지 못했다. 로베스피에르는 혁명을 계속 해야한다는 입장이고 당통은 이제 피의 혁명은 그만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로베스피에르는 혁명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공화국의 적으로 몰아부치며, 이러한 자들에게는 피의 심판을 내려야 한다며 민중들을 자신의 자코뱅당으로 선동한다. 로베스피에르는 자코뱅 클럽에서 공화국의 무기는 공포고, 민중의 자유를 억압하려 하는 적들을 공포로써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자유를 얻는데 방해가 된다면 형제 친구 할 것 없이 누구든지 희생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좋은 옷을 입고 창녀들과 시간을 보내는 등 향락적인 생활을 하는 당통은 로베스피에르의 생각을 걱정스럽게 전하는 친구들에게 별 대수롭지 않게 얘기한다. 당통은 마치 내시가 건장한 남자들을 미워하듯이 민중은 향락하는 사람들을 증오하는 법이라며, 무슨 수를 쓸 것을 충고하는 친구들에게 기다려볼 것을 제안하며 로베스피에르를 만나 약을 올리기로 한다.

로베스피에르- 분명히 말해두지! 내가 칼을 뺄 때 내 팔을 막는 자는 누구라 할 것 없이, 그의 본의가 어떠했는지에 관계없이 내 적이야. 나를 방해하는 자는 비록 나를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어도 결국 나를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야.

당통- 정당방위가 아닐 때 그것은 살인이야. 사람들을 죽여야 할 이유가 이제는 없어.



로베스피에르- 사회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가진 자들은 아직 죽지 않았어. 악덕은 벌을 받고 미덕을 지키기 위해 공포로 다스려야 하네.

당통- 자네의 잘난 미덕말인데, 자네는 돈을 챙겨 넣은 적도 창녀들과 잠자리를 한 적도 없고 항상 단정한 옷에 술에 취한 적도 없어. 정말 무지하게 정직한 인간이지. 하지만 나는 자네 같이 도덕의 탈을 쓰고는 다니지 못하겠네. 그야말로 위선이야! 다른 사람이 자네보다 무조건 사악하다는 편견이야!로베스피에르- 내 양심은 깨끗해.



당통- 자네가 깨끗한 옷을 입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러운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죽이고 그들의 옷을 깨끗하게 빨 권리가 자네에게 있다고 생각하나? 만약 그들이 자네의 옷에다 침을 뱉는다면 무슨 대책을 세워야겠지. 하지만 그들이 자네를 건드리지 않는데 자네가 무슨 상관인가? 자네가 하늘이 보낸 경찰이라도 되나? 하느님처럼 가만히 보고만 있거나, 그렇게 못하겠다면 손수건으로 두 눈을 가리란 말일세.로베스피에르- 자넨 도덕을 부인하는가?



당통- 악덕도 또한 부정하지. 이 세상에는 향락주의자만 존재할 뿐이야. 누구나 자기 본성에 따라 자기에게 편한 대로 행동한단 말이네.

이러한 대화를 당통과 나눈 로베스피에르는 당통 일당을 처치할 결심을 하고, 자신은 자기 피로 인간을 구원한 예수와는 달리 그의 피로 그들을 구원시키는 피의 구세주라고 여긴다.



당통에게 다가오는 죽음

로베스피에르파의 동향이 이상하다고 느낀 당통 친구들은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지만, 당통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권태로운 삶에서 오는 허무주의에 빠져들며 죽음을 생각한다. 그러나 당통은 그들이 자신에게 그런 짓을 하지는 못하리라 믿고 있다.

당통- 권태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처형을 당하든 열병으로 죽든 혹은 제 명에 죽든 무슨 상관이 있나? 드디어 때가 됐어. 산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소리라도 치고 싶어. 인생은 우리가 버텨나갈 노력을 기울일 만큼 가치가 없어.

파리스 도망치게나, 당통!

당통- 그러면 조국을 버려야 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들은 감히 그런 짓은 못할 것이니 걱정말게. 감히 그런 짓은 못할 거라구. 또 보세.

그러다가 당통은 자신을 체포하기로 결정한 소식을 접하고 주변에서 피신처도 제공하지만, 그는 용감하게 죽을 수 있다며 산책을 하러 가는 등 여유로운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당통은 악몽을 꾸는 등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음이 엿보인다. 한편 로베스피에르는 국민의회에서 연설을 통해 당통이 처형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이 주장은 국민의회에서 지지를 받는다.

로베스피에르- 우리가 행사해 온 권력을 남용이라고 하고 공안위원회의 공포정치를 비난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떨고 있는 사람은 죄가 있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죄가 없으면 대중의 시선 앞에서도 떨 필요가 없으니까요. 저들은 나에게도 겁을 주려 했습니다. 당통에게 다가가고 있는 위험이 나에게도 올지 모른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려 했습니다. 그들은 나에게 편지도 썼고 나를 귀찮게 따라다니기도 했지요. 아마도 당통과의 옛 정을 생각하면 내가 자유에 대한 열망과 정열을 조금 누그러뜨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들한테 선언하건대 그 무엇도 나를 막지는 못합니다. 혹, 당통의 위험이 내 위험이 된다고 해도 말입니다. 몇 사람의 목만 쳐버리면 조국은 구할 수 있습니다. (대의원들이 적극적인 동의를 표하며 일제히 일어선다.)



당통은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당통은 지금까지 보여오던 소극적인 태도와는 달리 혁명재판소에서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하고 자신이 고발당한 것의 부당함을 주장한다.

당통- 내가 이렇게 비열한 중상모략을 당하고 있는데 어떻게 진정할 수가 있겠소? 나같은 혁명가에게 침착한 변호의 말을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내 머리 속에는 자유의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내가 역모를 꾸몄소? 내가 그 전제주의자들과 한편이었소? 그들은 이 중상모략에 대한 책임을 후세에 가서 지게 될 겁니다! 나를 고발한 자들은 떳떳이 나와보시오! 그 파렴치한 자들의 정체를 벗겨내고, 그자들을 다시는 기어나올 수 없는 세계로 던져버리겠단 말이다.

흥분한 당통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판은 연기되고, 로베스피에르파는 그들의 편에 있는 배심원들을 고르는 등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한다. 그리고 감옥에 있는 사람이 당통을 구하려는 계획을 세우다가 밀고당하는 등 당통의 재판은 그에게 불리하게 이루어질 조짐을 보인다. 다시 혁명재판소의 재판이 재개되고 당통은 처음에 설득력 있는 연설로 군중의 지지와 환호를 받지만, 결국 민중들은 로베스피에르를 지지하고 당통을 타도하자고 외친다.

푸키에(검사)- 국민회의는 다음 사항을 의결했습니다. 감옥 내에 모반의 기미가 엿보이고, 당통과 카미유의 아내가 민중들한테 돈을 풀고 딜롱 장군이 탈옥을 해서 피고들을 방면하기 위해 앞장 설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소. 또 무엇보다도 이 피고들 스스로가 소란을 야기시키고, 법정모독을 했기에 본 법정은 신속히 심문을 계속 할 것이며, 법을 경시한 피고는 누구든지간에 발언권을 박탈할 것을 결의했습니다.

당통-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오. 프랑스에 독재정치라는 재앙이 스며들고 있소. 난 로베스피에르와 생 쥐스트를 그리고 그들의 일당을 고발합니다. 저들은 공화국을 피로 질식시키려 하고 있소. 여러분은 빵을 원하고 목이 마른데 저들은 빵 대신에 여러분들한테 사람 머리를 던져주고 단두대의 계단에 묻은 피를 빨아 먹으라 하고 있소.

많은 목소리- 당통 만세! 우리는 빵을 원하지 피를 원하는 것이 아니오! 공안 위원을 타도하자!

이처럼 당통을 지지하는 분위기는 재판장에서 뿐만 아니라 법무성 앞 광장에서도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군중에게 한 시민이 당통의 호화로운 삶을 비난하자 군중들은 금새 로베스피에르를 지지하고 당통을 타도하자고 외친다. 가난으로 기본적인 삶도 누리지 못하고 빵을 간절히 원하는 민중들에게 당통의 향락적인 삶이 고발되었을 때 그들의 분노는 곧바로 당통을 향하게 된 것이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어 당통의 죽음을 외치게 만들었다.

시민2- 당통은 좋은 옷만 입고 다니며, 호화저택에 살면서 예쁜 여자를 품에 안고 있다구! 브르고뉴산 포도주에 목욕을 하고, 은접시에다 들짐승 고기를 담아 먹고, 술에 취하면 자네들의 마누라와 딸을 끼고 자는 자라구. 당통도 예전에는 우리처럼 가난했었지. 그런데 그가 이런모든 것을 어디서 얻었겠나? 그러나 로베스피에르는 가진 것이 뭐가 있는가? 로베스피에르는 덕망 있는 사람이야. 그건 자네들도 알고 있지 않은가.

일동- 맞다! 당통은 반역자다! 반역자 당통을 타도하자! 로베스피에르 만세!





당통의 최후

단두대에서 처형되기 전날 밤, 당통은 파리의 감옥에서 ‘죽어야만 한다는 것은 참으로 비참한 일이야’라고 하며 죽음 자체에 대해 불안을 토로하지만, 곧 지금까지 죽음을 동경해온 사실을 인정하고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그는 ‘그러나 내가 달리 죽을 수만 있다면, 하나도 힘들지 않게 별이 떨어지는 것처럼, 한 줄기의 빛이 맑은 물결 속으로 잠기는 것처럼...’이라고 말한다. 즉 당통이 소망한 죽음은 자연스런 죽음이었다. 이처럼 강요받는 죽음이 아니었다. 그러나 당통은 자신의 처량한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그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당통- 엄청난 혼돈 속에 모든 걸 방치해 둘 수밖에 없네. 정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한 명도없어. 혹시 로베스피에르한테 내가 데리고 놀던 창부들을 넘겨주면 또 모르지. 자유와 창부는 이 지상에서 범세계적인 존재들이니까. 자유는 이제 로베스피에르의 침실에서 정숙하게 몸을 팔게 될 거야. 하지만 결국 자유가 그자에게 반기를 들 것이니 두고보게. 6개월 이상을 넘기지 못할 거야. 내가 가는 곳으로 함께 끌고 가겠어.

카미유- 소리지르고 싶으면 소리 지르고 울고 싶으면 울라구. 그렇게 덕망이 있는 듯한, 영웅인 듯한 얼굴을 하지 말란 말이야. 그렇게 여유 있는 척하지 말어!

당통- 우리가 왜 괴로워 해야 하나? 우리가 치부를 월계수 잎으로 가리든, 장미화환으로 가리든 , 또는 포도넝쿨로 가리든 무슨 상관이 있나? 아니면 설사 그것을 내놓고 다니면서 개새끼들로 하여금 빨게 한들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이 세상은 그저 혼돈일 뿐이야!

이처럼 당통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개인의 쾌락을 인정해주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고 생각했다. 당통과 그의 동료들은 단두대에서 그들의 진심을 토로하며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지만 혁명광장에 모인 군중들은 그들에게 야유를 보내며 빈정댄다. 그러나 민중의 비참한 처지는 조금의 변화도 없다. 한 가난한 어머니는 굶주림에 지쳐 울어대는 아이들에게 당통과 그 친구들의 처형 장면을 보여주며 조금이나마 달래보려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여인- 비켜요, 비켜! 애들이 울어요. 배가 고픈 거예요. 애들에게 구경을 좀 시켜줘야겠어요. 그럼 배고픈 걸 잊고 좀 조용해지겠지요. 좀 비켜주세요!




▣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하여

이 작품에서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민중의 상황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뷔히너는 ‘당통의 죽음’에서 작품 전반에 걸쳐 가난한 민중의 비참한 실상을 미화시키지 않고 사실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는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이루어지는 혁명이 빈곤의 문제는 뒤로 한 채 ‘피’만 부른 혁명이라고 비판하며 혁명의 모순을 보여주려 했다. 더 나아가서는 혁명의 본질을 상실하고 혁명을 주도하는 지배 세력의 세력 다툼과 무능력함을 비판한 것이다. 민중의 가난한 삶이 제시되는 가운데 당통과 로베스피에르가 내세우는 서로 다른 혁명 노선이 나타나고, 이들은 서로가 애국자임을 자처하고 오로지 자기들의 노선 속에서만 국가 및 국민을 위하는 길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혁명의 본뜻을 그르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베스피에르와 당통의 허위의식

로베스피에르의 도덕 정치는 미덕과 악덕이라는 정신적인 면과 윤리적인 것을 최우선으로 내세우지만 사회 혁명에 필수적인 경제력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그에게는 사회의 근본적인 경제 구조를 개혁하려는 의지는 결여되어 있고 민중이 물질적 궁핍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확고한 의지를 형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즉 배고픔이라는 현실 문제를 이상주의적인 도덕 정치로 대치시키고, 물질 문제로 인한 사회의 모순을 정신적으로 극복하려고 하는 것이다.

또한 로베스피에르는 자신의 이념구현을 위해 공공의 도덕과 모순되는 방법을 사용한다. 당통파의 처형을 위해 그가 장악한 혁명 재판소와 공안 위원회 등을 이용하여 귀머거리를 배심원으로 세우고 다른 사람들과 공모한다. 당통과의 정치 투쟁에서 로베스피에르의 도덕 정치의 승리는 비도덕적인 승리이다. 도덕을 내세우지만 실제 그 도덕은 비도덕적으로 승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베스피에르는 자유의 수호를 외치지만 그가 주장하는 자유의 수호는 ‘미덕의 강요’ 즉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자유’의 속박을 전제로 하고 있다. 미덕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의 이익을 내세우면서 개인의 자유를 묵과해 버리는 것이다.

한편 당통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 ‘피’만을 부르는 혁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누구나 그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급진적인 쾌락주의와 개인주의다. 한마디로 ‘혁명의 중단과 개인의 자유 추구’로 표현되는 당통의 원칙은 경제력을 지닌 극소수에 속하는 부유한 시민 계급에게만 해당된다. 그러기에 이 작품의 민중들은 결국 당통의 향락적인 삶에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하며 로베스피에르의 ‘도덕’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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