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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항아리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지음 | -
깨진 항아리(Der zerbrochene Krug)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아담: 늙고 탐욕스러운 마을의 재판관. 대머리에 안짱다리. 순진한 처녀 이브를 유혹하여 욕심을 채우려 하나 실패한다.

이브: 마르테 부인의 딸. 아름답고 착한 시골처녀. 아담의 거짓 유혹으로 정신적인 피해를 입는다.

마르테 부인: 이브의 어머니. 가보인 항아리가 깨진 것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한다.



루프레흐트: 이브의 약혼자. 순박한 농촌 청년. 이브를 만나러 간 것이 화근이 되어 범인으로 지목된다.

법률고문관 발터: 지방 법원의 비리를 감사하기 위하여 왔다가 우연히 법정에 참가한다. 강직한 성품으로 아담의 비리와 계락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리히터: 마을 재판소의 서기



브리기테 부인: 아담의 숙모로 이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증언자





상처투성이의 마을 재판관

위트레흐트에 가까운 네덜란드의 어느 마을. 이 마을의 재판관 아담은 아침부터 발에 붕대를 감고 있다. 때마침 법원 서기 리히트가 출근길에 재판관의 집에 들렀다가 이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리히트의 걱정어린 눈길에 아담은 마치 자기 다리에 붕대를 감는 이유라도 되는 듯 엉뚱한 핑계를 댄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쉽게 걸려 넘어질 수 있는 돌부리가 있다네.” 그러자 리히트는 아담의 이름을 빗대어 비아냥거린다. “당신의 조상은 천지가 창조되었을 때 최초로 타락했던 아담이고, 그래서 유명해지신 분이잖아요. 그러니까...당신도 설마...?”

리히트의 반응에 아담은 차라리 다리를 다친 진짜 경위를 설명해 주는 쪽을 택한다. “방금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다리를 삐끗하고 말았네.” 리히트의 추측대로 아담은 왼쪽 다리를 다쳤다. 아담의 왼쪽 다리가 ‘안짱다리’이고, 그러다 보니 약간 비틀거리면서 걷기 때문에 그러한 추측은 얼마든지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다시 보니 다리뿐만 아니라, 아담의 얼굴도 살갗이 벗겨져서 흉물스럽고 섬뜩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마치 전쟁터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코와 눈두덩이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아담은 어젯밤 난로 옆에 걸어둔 바지를 잡으려다가 그만 난로에 엉덩이를 부딪쳐 이렇게 되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마을의 재판소 서기인 리히트가 이렇게 아침 일찍 재판관을 찾은 것은 위트레흐트에서 법률 고문관인 발터씨가 오기 때문이다. 발터씨 환영 문제를 재판관과 우선 의논한 후 준비하는 일이야말로 서기가 할 일이 아니고 무언가.

리히터는 법률 고문관인 발터가 여러 지방 관청을 시찰, 감사하러 여행하는 중이고, 바로 오늘 이 마을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전갈을 어느 농부로부터 전해들은 터이다. 소문에 듣자하니 발터는 이미 ‘홀라’라는 곳에서, 철저한 회계와 서류검사 끝에 그곳의 재판관과 서기에게 휴직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더욱더 충격적인 것은 관직을 박탈당한 재판관이 다음날 아침 목을 매어 자살기도를 했지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는 소문이었다.

법률 고문관이 점점 더 마을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공식적인 전갈이 하인을 통해서 들어오자, 아담은 허둥대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쇼크를 받으면 설사하는 버릇마저 있었다. 음식준비에 단정한 옷차림까지 모든 것을 갖추고 마지막 마무리로 가발을 착용하려고 할 때 하인이 소리쳤다. “재판관님, 가발이 보이지 않아요!”

어젯밤 11시에 그가 가발도 쓰지 않은 채 돌아오는 것을 하녀는 분명히 목격을 했고, 더구나 머리에 묻은 피까지 닦아준 기억이 생생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가발의 행방을 아담에게 물었다. 그러나 아담은 “상처는 오늘 입은 거야. 가발은 어제 잃어버렸구. 이웃에 가서 가발을 빌려오게. 내 가발에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고 하고 말이야.” 아담은 이렇게 태연히 대답했지만 마음속에서는 나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오늘은 이번 주 최초로 법정이 열리는 날이다. 고소인들은 벌써 문 앞에 와서 대기하고 서 있었다. 어젯밤 불길한 꿈속을 헤맨 기억이 새삼스럽게 아담의 뇌리를 스쳤다. 고소인들이 그를 붙잡고, 재판관 자리에서 사정 없이 끌어내며, 욕하고, 꾸짖고, 마침내는 금고형을 내리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처절한 꿈이었다.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법률 고문관 발터가 도착했다. 아담은 비굴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방을 황송해했다. 발터는 시찰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바로 최고재판소에서 지방재판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개선하고자 하기 위함이라고. 마침 재판이 열리는 날 이곳에 왔기 때문에 발터는 오늘 재판에도 특별히 관심을 보였다. 재판을 방청하는 것이야말로 마을 재판관의 인품과 능력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적절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가발을 쓰지 않고 재판에 임한다는 것은 재판관으로서의 위엄과 품위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짓이었다. 아담은 발터에게 양해를 구하고 하인에게 가발을 빌려오도록 명령했다. 그동안 아담의 얼굴에 드러난 심각한 상처에 대해 궁금해하던 발터에게는 리히트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설명해주었다.



누가 항아리를 깼는가?

“항아리를 깬 천벌을 받을 놈들아! 벌을 받을 거야, 너희는!” 마르테 부인은 가보로 아끼던 항아리가 깨진 것에 대해서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항아리를 안고 오늘 아침 재판소에 왔다. 그녀의 뒤를 따라 마을의 농부 파이트와 그의 아들 루프레흐트가 껄끄러운 표정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슬픈 듯 고개를 숙인 채 마리테 부인의 딸 이브가 그들의 뒤를 따랐다. 이브와 루프레흐트는 이미 약혼한 사이로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번 일로 두 사람은 파혼을 생각하게 되었다. 마르테 부인은 항아리를 깬 범인으로 루프레흐트를 강력하게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거의 그를 범인으로 확신하고 있다는 말이 오히려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그러나 루프레흐트는 뜻밖에도 전혀 반성하는 기색이 없고, 이브에게 욕을 퍼붓는다. “창녀 같으니! 네 스스로 재판소에서 그것을 증명하려 하다니.” 이브의 어머니 마르테는 루프레흐트의 괘씸한 태도에 더욱더 화가 치밀어 쏘아 부쳤다. “오만하기 짝이 없는 녀석! 대가리를 짓밟아 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 대가리로 내 항아리를 깨뜨렸으니 말야.” 약혼자와 어머니의 말다툼에 이브는 난감할 뿐이다. 어머니에게 항아리 이야기를 그만 잊자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러나 마르테 부인은 단순히 항아리 하나가 깨진 것에 화를 내는 것은 아니었다. 딸의 방에 누군가가 침입하여 가보로 애지중지 아끼던 항아리를 깬 것이기 때문에, 이는 자기 딸의 순결이 깨어진 것과 다를 바 없는 중대사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더욱더 결연한 의지를 보일 뿐이다.

“이 항아리에 네 명예가 달려 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네 명예가 짓밟힌 거야. 다시 이 항아리를 번쩍번쩍 빛나게 하기 위해서 저놈을 화형장에 던져버리지 않으면 안 돼.”



재판의 시작

아담은 법복을 입었으나 끝내 가발을 구하지 못한 듯 대머리를 번쩍이며 법정에 들어왔다. 그는 모두 자기가 잘 아는 사람들인데다 왠지 꺼림직한 표정으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아담은 이브에게 말을 걸며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아담은 다리의 상처가 아프다는 핑계로 서기인 리히트에게 재판을 맡기려고 했다.

그러나 발터 법률 고문관은 재판석에서 불안정한 아담의 태도에 대해서 일침을 가한 후, 공식적인 재판을 시작하기 위해 심문에 들어가라고 다그쳤다.



마르테 부인의 증언

깨진 항아리에 대한 소송을 청구한 고소인 마르테 부인이 맨 먼저 앞으로 나왔다. 마르테 부인은 성지기를 했던 사내의 후실로, 현재는 산파일을 하고 있다. 평소에는 예의 바르고 마을에서 평판이 좋은 편이다. 재판관은 마르테 부인을 간단히 소개한 후, 고소내용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마르테 부인이 고소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항아리...깨진...항아리...”

재판관 아담은 다른 사람의 진술이나 조사에 앞서 단도직입적으로 범인이 누구냐고 물었다. 마르테 부인은 역시 루프레흐트가 범인이라고 단호하게 지명했다. 이렇게 절차 없이 진행되는 재판을 지켜보던 발터 고문관은 모든 재판과정을 격식대로 할 것을 아담에게 촉구했다. 재판관 아담은 마르테 부인에게 고소 내용을 상세히 밝힐 것을 요청했다. 마르테 부인은 이 항아리가 그녀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구구절절 항아리의 역사를 설명하더니,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약간 흥분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어젯밤 11시경, 커다란 남자의 목소리, 마치 폭풍우와 같은 목소리가 딸의 방에서 들렸어요. 놀라서 가보니 방문은 발길에 채여 부서지고, 욕지거리가 들렸습니다. 그래서 방으로 뛰어들어가보니 이 항아리가 산산조각 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저 놈이 방 한가운데서 바보처럼 목청껏 소리치고 있더군요.” 마르테 부인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듯 덧붙여 말하며 진술을 끝냈다. “이브가 저 놈이 범인이라고 맹세했어요.”





루프레흐트의 증언

이제 루프레흐트가 피고로서 증언을 할 차례였다. 그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휘줌 태생이었다. 기독교 신자로서 루프레흐트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침착하게 증언하기 시작했다. “밤 10시경에 아버지께 이브 집에 잠깐 다녀오겠노라고 말씀 드리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버지께서는 11시까지는 집에 돌아오라고 하셨습니다. 이브의 집으로 가려고 다리를 건너는데 냇물에 물이 불어서 갈 수가 없더군요. 이브네는 10시까지만 대문을 열어두기 때문에, 더욱더 마음이 급해져서 보리수 가로수길을 지나서 갈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런데 이브의 집에 도착했을 때, 저는 그녀의 방에 그녀 말고 다른 한 사람이 더 있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어두워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얼마 전부터 그녀를 쫓아다니던 레브레히트란 작자가 아닌가 싶더군요.”

레브레히트라는 자는 얼마 전부터 이브를 따라 다니는 한심한 작자였다. 재판관 아담은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서기에게 자세히 기록해 둘 것을 명령했다. 루프레흐트의 증언은 계속되었다. “몰래 마당의 낮은 문을 밀고 들어가서 나무 숲에 몸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더니 밀고당기는 소리가...제기랄! 저는 그만 화가 치밀어...”

이 말에 이브는 수치감을 느끼는 듯 몸을 떨었다. 마르테 부인은 딸의 명예가 이제는 공개적으로 완전히 실추되고 있다는 사실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입을 앙다물었다. 그러나 루프레흐트는 상황이 이렇게 된 마당에 더 이상 주저할 것이 없었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증언을 계속했다. “그래서 날아가듯 달려들어 그녀 방문을 밀었으나, 문이 잠겨 있더군요. 힘껏 발로 걷어차 방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장롱에서 항아리가 굴러떨어져 깨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누군지 창으로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창을 통해 보니 그 놈은 지붕에 있는 말뚝에 걸려 매달려 있더군요. 그래서 문을 부수었을 때 떨어져 나온 납으로 된 손잡이로 그 놈을 한방 먹였답니다. 그놈 역시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모래알 한줌을 내 눈에 뿌리더군요. 그러는 와중에 마르테 아주머니가 들어오시고, 항아리를 깬 사람으로 저를 지목하시게 된 것입니다.”

루프레흐트의 증언은 이렇게 끝이 났다. 증언을 듣고 있던 재판관 아담은 난감했다. 두 사람의 진술이 너무나 상반되었기 때문이다. 재판관 아담은 마르테 부인에게 루프레흐트를 범죄자로 확정지을 만한 증거를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마르테 부인은 자신의 딸 이브를 증거물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즉 그녀의 진술이 바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마르테 부인의 주장인 것이다. 재판관 아담은 법전(法典)까지 들먹이며 이브는 법정에 설 수 없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법률 고문관 발터는 오히려 이브를 증언자로서 채택하고 그녀를 앞으로 나오게 했다.



이브의 증언

이브가 증언자로서 채택되자 아담은 불안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며, 재판관답지 않게 협박조로 말했다. “여기서 네가 다시 다른, 즉 제 3의 멍청한 이름을 끄집어내어 재잘재잘 수다를 떨려고 하면, 알겠지, 조심해야 해.” 이브의 어머니 마르테 부인은 안타깝게 딸을 바라보면서 진실을 말해주기를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루프레흐트는 이브를 이런 상황에 빠뜨린 것을 자책하며, 자기가 범인이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마저 느꼈다.이브는 무슨 결심을 한 듯 서서히 입을 열었다. “이 항아리를 깬 사람은 루프레흐트가 아니에요.” 마르테 부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재판관인 아담은 거의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럼 레브레히트였던 거지?.” 그러자 이브는 흥분한 듯 울부짖었다.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당신! 너무하는군요,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하시나요? 레브레히트였다고...”

법률 고문관인 발터는 재판관에 대한 모독이라며 이브의 무례함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브는 이제 더 이상 숨길 것이 없다는 듯 거침없이 말했다. “재판관, 저 사람이? 저 사람이야말로 죄인으로 재판을 받아야 할 텐데... 저 사람은 가장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날 밤 제 방에 침입해 항아리를 깬 자가 누구였는지 말이에요. 더구나 레브레히트는 어제 위트레흐트에 있는 신병모집위원회에 심부름을 보냈잖아요.”

그러자 루프레흐트 역시 이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레브레히트를 저도 만났습니다. 그 녀석이 위트레흐트로 떠날 때가 아침 8시였어요. 거기서 아무리 일찍 출발해도 밤 10시까지는 돌아오지 못했을 거예요. 이런, 제 3의 사나이가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발터는 이 상황에 더욱더 흥미를 느끼며 이브의 진술을 거듭 요구했다. 그런데 돌연 재판관 아담이 나섰다. “법률 고문관 각하, 이 처녀의 부친은 생전에 나와 대단히 친했습니다. 오늘만은 자비심을 가지셔서 우리의 의무만 다하고 이 처녀를 물러가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이브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던졌다. “저는 여기서 누가 항아리를 깼는지 말씀 드릴 수가 없어요. 만일 말을 한다면, 그 항아리와 전혀 관계없는 비밀을 말하지 않으면 안되니까요.” 마르테 부인은 딸에게 제 3의 인물이 접근했고, 더구나 자기도 모르는 은밀하고 추잡한 비밀이 숨겨진 듯한 일이 있음을 예감하기 시작했다. 혼례를 앞둔 딸에게 이러한 불명예스러운 일이 생긴 것이 그녀는 너무도 분하고 원통했다. 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마르테 부인은 이제 어떻게 해서든 그나마 약혼자였던 루프레흐트를 범인으로서 만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딸의 명예가 땅바닥으로 완전히 추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재판관님, 루프레흐트가 범인인 것을 증명해줄 증인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당장 브리기테 부인을 불러주세요. 그녀는 루프레흐트의 숙모랍니다. 항아리가 깨지기 전인 10시 반에 브리기테 부인은 이브와 루프레흐트가 대화하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 이제 완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듯이 자신감에 넘쳐 말했다. 상황은 점점 더 루프레흐트를 불리하게 몰아가고 있는 듯했다.

법률 고문관 발터는 사건을 빨리 해결하고자 브리기테 부인을 데려 오라고 촉구했다. 그런데 아담은 고급술과 안주를 권하며 상황을 조금이라도 지연시키고자 했다. 법률고문관은 뭔가 개운치 않은 아담의 술대접을 강력하게 거절했다. 법률고문관 발터는 마르테 부인을 통해서 이브의 방이 2층이어서 뛰어내리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루프레흐트가 범인이라고 추측되는 자를 납 손잡이로 두 번씩이나 때린 사실도 재확인했다. 또한 재판관인 아담에게 루프레흐트 이외에 평소 마르테 부인과 잘 알고 지내며 그녀의 집을 방문할 만한 사람이 또 있는가 물어보았다.



브리기테 부인의 증언

브리기테 부인은 가발 하나를 들고 법정에 들어왔다. 모든 사람이 의아해하자 서기인 리히트가 브리기테 부인이 들고 온 가발에 대해 약간의 설명을 덧붙였다. “이 가발을 마르테 부인 집의 담장 안에서 발견했답니다. 따님 방의 창 바로 밑이었다는군요.” 법률 고문관 발터는 이미 여러 사람의 증언과 아담이 재판에 임하는 태도를 통해서 아직은 입 밖으로 내놓을 수는 없지만 무언가 확신을 얻은 듯했다. 그래서 발터 고문관은 아담에게 귓속말로 넌지시 물었다. “무엇인가 내게 고백할 일이 없습니까? 재판소의 명예가 달려 있소. 정직하게 내게만 말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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