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 고전문학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제1부 토스트 - 샤를과 엠마의 결혼
샤를의 성장과 첫 결혼, 그리고 엠마와의 만남수업 중에 교장이 들어왔다. 그 뒤로 교복도 입지 않은 신입생 하나가 따라 들어왔는데, 열다섯 살쯤 된 시골 소년으로 누구보다 키가 컸다. 이마 위로 반듯하게 자른 머리에 초록색 짧은 웃옷을 입고 있었고, 소맷부리 밖으로는 늘 맨살을 드러내 놓고 지낸 듯 붉어진 손목이 삐져나와 있었다. 소년은 무릎 위에 기묘하게 생긴 모자를 올려놓고는 기도가 끝난 뒤에도 내려놓을 줄 몰랐다.
“일어서라.” 선생이 말하자 모자가 바닥에 떨어졌고 교실 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이름을 대라는 말에 소년은 웅얼거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냈다. “더 크게!” 마침내 소년은 입을 한껏 벌리고 누군가를 부르듯 “샤르보바리!” 하고 외쳤다. 아이들은 발을 구르며 그 소리를 흉내 냈다. 소동이 간신히 가라앉고서야 선생은 ‘샤를 보바리’라는 이름을 받아 적고 그를 교탁 바로 앞 벌을 세우는 자리에 앉혔다.
샤를의 아버지는 퇴역 보조 군의관이었다. 훤칠한 외모 덕에 양품점 딸과 지참금 육만 프랑을 거머쥐었으나, 처가 재산을 몇 해 만에 탕진하고 마흔다섯 살에 시골집에 틀어박혔다. 한때 그를 흠모했던 아내는 밤마다 취해 돌아오는 남편 앞에서 자존심이 짓밟히자 입을 닫고 버텼다. 그녀는 부서진 허영을 어린 아들에게 모조리 쏟아부으며, 아이가 늠름한 기사나 법관이 되기를 꿈꾸며 글과 노래를 가르쳤다. 아버지는 스파르타식으로 키운다며 난방도 하지 않은 방에서 재우고 독한 술을 먹였지만, 천성이 순한 아이는 어느 쪽도 따르지 않았다.
이듬해 샤를은 루앙의 학교로 보내졌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평범한 소년이었다. 3년째 되던 해 말, 부모는 그에게 의학을 공부시키려고 학교를 그만두게 했다. 해부학, 병리학, 생리학, 약학. 게시판에 붙은 강의 목록은 샤를을 멍하게 만들었다. 어원조차 모르는 이름들이 그에게는 어둠으로 가득 찬 성소의 문 같았다. 한동안은 눈을 가린 채 도는 방앗간 말처럼 매일 정해진 공부를 해냈다. 그러나 여름날 저녁 창밖을 바라보며 고향을 그리워하던 그는 차츰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 강의를 하나둘 빼먹고 선술집과 도미노 게임에 빠져 자유를 맛보았다. 그리하여 샤를은 시험에 보기 좋게 낙방했다.
다시 기출문제를 달달 외운 끝에 샤를은 그럭저럭 합격했다. 개업할 곳은 늙은 의사 한 사람뿐인 토스트로 정해졌다. 그 노의사가 죽기만을 엿보던 어머니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무섭게 아들을 그 자리에 앉혔다.
이제 아내가 필요했다. 어머니는 디에프에 사는 집행관의 미망인을 골랐다. 마흔다섯 살에 연 수입 천이백 프랑을 지닌 뒤뷔크 부인으로, 뼈만 앙상하게 마르고 얼굴에는 여드름이 돋아 있었다. 결혼이 자유의 시작일 거라 믿었던 샤를의 기대와 달리, 집안의 주인은 아내였다. 그녀는 샤를에게 온 편지를 뜯어보고 행선지를 감시했으며, 진료실에 여자 환자가 들어오면 벽에 귀를 대고 엿들었다. 저녁이면 남편의 목을 끌어안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당신은 나를 소홀히 대하고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고. 그러고는 약 한 첩과 사랑을 조금 더 달라고 보챘다.
어느 날 밤 열한 시경, 베르토 농장에서 부러진 다리뼈를 맞춰 달라는 전갈이 왔다. 달이 뜬 새벽 네 시, 샤를은 먼 길을 나섰다. 말 위에서 꾸벅꾸벅 졸며 그는 자신이 학생이자 유부남이라는 이중의 굴레를 느꼈다.
베르토는 풍족해 보이는 농장이었다. 푸른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자가 문간으로 나와 그를 부엌으로 안내했다. 환자는 쉰 살가량의 희고 통통한 살결에 푸른 눈을 지닌 루오 영감이었다. 다행히 단순 골절이었다. 부목을 만드는 동안 엠마 양은 솜 방석을 꿰매다가 바늘에 손가락을 찔리자 입으로 가져가 쪽쪽 빨았다. 손 자체가 그리 곱지는 않았으나, 그녀의 참된 아름다움은 두 눈에 있었다. 갈색이면서도 짙은 속눈썹 때문에 검게 보이는 그 눈은 솔직하고 대담하게 샤를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떠나기 전 방으로 돌아온 샤를은 이마를 창문에 댄 채 밖을 내다보던 그녀를 보았다. “뭘 찾으세요?” 그녀가 몸을 돌려 물었다. “채찍을요.” 두 사람이 밀가루 포대 사이로 떨어진 채찍을 집으려 함께 몸을 굽혔을 때, 샤를의 가슴이 그녀의 등에 스쳤다. 엠마는 얼굴이 새빨개져 몸을 일으키며 어깨 너머로 그를 돌아보았다.
사흘 뒤에 다시 오겠다던 샤를은 이튿날 곧장 찾아갔고, 이내 일주일에 두 번씩 들렀다. 환자가 다 나은 뒤에도 그는 왜 자신이 베르토 농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즐거워하는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았다. 그는 부엌 바닥을 또각또각 딛고 다니는 엠마의 작은 나막신 소리를 좋아했다. 해빙기의 어느 날, 그녀가 펼쳐 든 비단 양산을 통과한 햇빛이 하얀 얼굴 위에서 하늘하늘 아른거렸다.
한편 샤를의 아내 엘로이즈는 남편의 마음에 다른 여자가 들어앉았음을 눈치챘다. 그 여자가 수녀원에서 자라 춤과 자수와 피아노를 배운 교양 있는 처녀라는 사실까지도. “그래서였구나.” 그녀는 본능적으로 엠마를 증오했다. 루오 영감이 다 나았는데 왜 자꾸 찾아가느냐고 따져 물었다. 결국 그녀는 눈물과 입맞춤으로 샤를을 옥죄며, 기도서에 손을 얹고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아냈다. 샤를은 굴복했으나, 가슴속 욕망은 그 비굴함에 거세게 항의했다.
그 무렵 잉구빌의 공증인이 사무소 공금을 몽땅 챙겨 달아났다. 엘로이즈의 재산을 확인해 보니, 떠벌리던 것과 달리 디에프의 집은 터까지 저당 잡혀 있었다. “그 여자가 거짓말을 했어!” 격분한 샤를의 아버지는 의자를 박살 내며, 아내가 아들을 마귀할멈에게 팔아넘겼다고 거칠게 몰아세웠다. 양가 부모가 토스트에 모여 격렬하게 다투었고, 엘로이즈는 울며 남편에게 매달려 시부모에게서 자신을 지켜 달라고 애원했다. 샤를이 아내를 변호하려 나서자 두 노인은 크게 화를 내며 집을 떠나 버렸다.
탈상 후의 청혼과 마흔세 명의 결혼식하지만 이 일격은 치명적이었다. 일주일 뒤 마당에서 빨래를 널던 엘로이즈가 피를 토했고, 이튿날 샤를이 등을 돌려 커튼을 치는 사이 “아, 하느님!”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정신을 잃었다. 그녀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샤를은 침대 발치에 그녀의 옷이 그대로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책상에 기댄 채 저녁까지 슬픔에 잠겨 있었다. 어찌 되었든 그녀는 그를 사랑했던 것이다.
어느 날 아침, 루오 영감이 부러진 다리를 치료해 준 값으로 칠십오 프랑과 칠면조 한 마리를 들고 찾아왔다. 그는 샤를을 위로했다. “나도 겪어 봤어요.” 아내를 잃었을 때 들판 나무 아래 쓰러져 울기도 했지만, 봄이 가고 여름이 오듯 슬픔도 차츰 옅어지더라고 했다. “그래도 가슴 밑바닥엔 늘 뭔가가 남죠. 기운 내요, 보바리 선생. 우리 집에 와요. 내 딸이 가끔 당신 생각을 해요.”
샤를은 다시 베르토 농장을 찾았다.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해지자 차츰 죽은 아내 생각도 덜 나게 되었다. 누구에게도 행선지를 설명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이 외로움을 달래 주었다. 아내의 죽음은 병원 운영에도 나쁘지 않았다. 한 달 내내 동네 사람들이 “가엾은 젊은이!” 하며 그를 입에 올린 덕분에 환자가 늘어났다. 그는 거울 앞에서 구레나룻을 다듬으며 은근한 행복을 느꼈다.
어느 날 오후 세 시쯤 농장에 갔을 때, 사람들은 모두 들에 나가고 덧문이 닫힌 어두컴컴한 부엌에서 엠마 혼자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틈새로 햇살이 가늘게 새어 들었다. 엠마는 피슈를 두르지 않아 드러난 어깨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녀는 샤를에게 한사코 권하더니 생긋 웃으며 퀴라소를 함께 마시자고 했다. 잔이 거의 비어가자 고개를 젖히고 입술을 내밀어, 하얗고 가지런한 이 사이로 혀끝을 내밀어 남은 술방울을 핥았다. 들리는 소리라곤 쿵쾅거리는 샤를의 관자놀이 고동과 마당의 암탉 울음소리뿐이었다.
두 사람은 엠마의 방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옛 악보와 학창 시절 상으로 받은 떡갈잎 관을 보여 주고,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와 무덤에 바칠 꽃을 꺾던 화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겨울만이라도 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속내도 털어놓았다. 이야기에 따라 목소리는 맑고 또렷하다가도 별안간 나른하게 잦아들었고, 커다란 눈을 순진무구하게 떴다가 이내 권태에 잠겨 반쯤 감기도 했다.
밤에 집으로 돌아오며 샤를은 그녀가 한 말을 하나하나 되새겼다. 그녀는 누구와 결혼하게 될까? “혹시 네가 결혼하게 된다면! 결혼한다면!” 잠을 이루지 못한 그는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었다. 별이 쏟아질 듯 가득한 밤하늘 아래로 저 멀리서 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왔고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베르토 농장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샤를은 기회가 닿으면 청혼하리라 마음먹었으나, 막상 마주치면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까 두려워 입을 떼지 못했다. 한편 루오 영감은 농사일에 보탬이 되지 않는 딸을 시집보내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조만간 밭 스물두 에이커를 팔아야 할 만큼 형편이 기울었던 그는, 샤를이 지참금을 두고 까다롭게 굴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고 속으로 주판알을 튕겼다. ‘청혼하기만 해 봐라, 당장 줘야지.’
미카엘 축일에 샤를은 사흘 동안 베르토에 머물렀다. 마지막 날 배웅을 받던 길에서, 울타리 모퉁이를 돌아서야 그는 겨우 입을 뗐다. “루오 영감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만,” 영감은 빙그레 웃었다. “무슨 말인지 다 압니다. 나야 더 바랄 게 없지요. 그래도 딸아이 뜻은 물어봐야 하니, 일단 가 계십시오. 승낙하면 창문 덧문을 활짝 열어 두겠습니다.” 샤를은 길에서 숨을 죽인 채 기다렸다. 십구 분을 헤아렸을 때, 벽 쪽에서 소리가 났다. 덧문이 젖혀지며 걸쇠가 달그락거렸다.
이튿날 농장으로 찾아온 그를 보고 엠마는 얼굴을 붉히며 어색하게 웃었다. 결혼식은 샤를의 탈상에 맞춰 이듬해 봄으로 미뤄졌다. 엠마는 횃불을 밝힌 한밤의 결혼식을 꿈꾸었으나, 영감은 그런 낭만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객 마흔세 명이 모여 결혼식이 열렸다. 삼십 리 밖에서부터 손님들이 찾아왔다. 새 옷이 어색해 굳어 버린 사내아이들과 첫영성체 드레스를 늘여 입은 처녀들까지, 면사무소로 향하는 일행의 행렬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긴 색동 띠 같았다. 너무 긴 엠마의 드레스 자락이 땅에 끌려, 그녀는 이따금 걸음을 멈추고 엉겅퀴 솜털을 떼어 내야 했다. 헛간 아래 차려진 식탁에는 쇠고기 등심과 닭 프리카세, 통째로 구운 새끼 돼지가 푸짐하게 올랐다. 사람들은 밤이 깊도록 먹고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힘자랑을 했다.
이튿날 샤를은 딴사람이 되어 있었다. 오히려 그가 전날 밤의 숫처녀처럼 보였고, 신부는 어떤 기색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내 아내”라 부르며 스스럼없이 말을 놓았다. 환자들 때문에 신혼여행도 떠나지 못한 채 부부는 길을 나섰다. 바소빌까지 배웅 나온 루오 영감은 딸을 마지막으로 끌어안고 수레에서 내렸다. 멀어져 가는 수레를 바라보며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결혼식 날, 눈보라 속에서 말을 태워 신부를 데려오던 아득한 옛날이 떠올랐다. 살아 있었다면 아들도 서른이 되었을 터였다. 텅 빈 집처럼 마음이 쓸쓸해진 그는 곧장 발길을 돌렸다.
저녁 여섯 시, 부부는 토스트에 도착했다. 이웃들은 의사의 새 아내를 구경하려 창가로 모여들었다. 엠마가 이층 침실로 올라가자, 창가 책상 위 꽃병에 흰 새틴 리본으로 묶인 오렌지꽃 부케가 꽂혀 있었다. 전처의 신부 부케였다. 엠마가 물끄러미 바라보자, 샤를은 황급히 눈치를 채고 그것을 다락방으로 치워 버렸다. 안락의자에 앉은 엠마는 상자에 고이 넣어 둔 자신의 부케를 떠올리며, 만일 자기가 죽으면 저 부케는 어떻게 될까 몽상에 잠겼다.
수녀원 시절, 엠마는 미사보다 기도서에 그려진 푸른 테두리의 성화를, 화살에 찔린 성심과 십자가에 짓눌린 예수를 더 사랑했다. 고해실에서는 더 오래 무릎을 꿇고 싶어 사소한 죄를 지어내기도 했다. 설교에 나오는 ‘약혼자’, ‘천상의 연인’, ‘영원한 혼례’ 같은 말들은 그녀의 마음속에 뜻밖의 달콤한 감정을 일깨웠다.
한 달에 한 번씩 빨랫감을 기우러 오는 늙은 처녀가 있었다. 혁명으로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인 그녀는 앞치마 주머니에 소설책을 숨겨 와 소녀들에게 몰래 빌려주곤 했다. 온통 사랑과 연인들, 외딴 별장에서 기절하는 귀부인들, 사자처럼 용감하고 양처럼 다정한 신사들의 이야기였다. 열다섯 살의 엠마는 반년 동안 그런 책들에 흠뻑 빠져 지냈다.
샤를의 권태로운 평온과 엠마의 환멸엠마는 월터 스콧을 읽으며 역사 속 낡은 장원과 음유시인을 꿈꾸었고, 메리 스튜어트를 숭배하며 비운의 여인들을 동경했다. 동무들이 가져온 화첩을 넘겨보면서는 발코니의 연인들, 술탄과 무희, 야자수와 호랑이가 어우러진 이국의 풍경을 황홀한 눈빛으로 더듬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엠마는 며칠을 내리 울었다. 고인의 머리카락으로 추모화를 만들고, 베르토의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 자기도 훗날 같은 무덤에 묻어 달라고 애원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가닿지 못할 그 창백하고 숭고한 슬픔의 경지에 단숨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은근한 만족감마저 느꼈다. 라마르틴의 시구와 호숫가에 울려 퍼지는 하프 소리에 젖어 들었으나, 감정은 차츰 시들해졌다. 마침내 마음에 고요가 찾아왔을 때 그녀는 스스로에게 놀랐다. 본래 꽃이 좋아 교회를 찾고, 가사 때문에 음악에 끌렸던 성정이었기에, 엄격한 규율에 짜증을 내며 신앙의 신비에 반항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그녀를 데리러 왔을 때, 수녀원에서 그녀를 아쉬워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엠마는 이내 시골 생활에 진저리를 치며 수녀원을 그리워했다. 샤를이 처음 베르토에 왔을 때, 그녀는 자신이 지독히 환멸을 겪어 더 이상 배울 것도, 더 이상 느낄 것도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새롭고 낯선 상태가 주는 불안, 혹은 어쩌면 이 남자의 존재가 일으킨 동요만으로도, 그때까지 시적인 하늘의 찬란함 속을 맴돌던 장밋빛 깃털을 지닌 거대한 새와 같던 그 경이로운 정열을 마침내 자신이 소유하게 되었다고 믿어버리기에 충분했다.
결혼 후 엠마는 이따금 이때가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 사람들이 ‘신혼’이라 부르는 시절이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 달콤함을 온전히 누리려면 푸른 비단 휘장을 드리운 역마차를 타고 이국적인 이름의 땅으로 훌쩍 떠나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곁에 있는 이는 샤를이었다. 그의 대화는 밋밋한 보도처럼 단조로웠다. 헤엄칠 줄도, 칼을 쓸 줄도, 총을 쏠 줄도 몰랐으며, 소설에 나오는 승마 용어 하나 설명하지 못했다. 남자라면 마땅히 모든 것에 능하고 정열의 힘으로 여자를 이끌어야 하건만, 이 남자는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못했고 아무것도 갈망하지 않았다. 엠마는 그의 태평스러운 평온이, 자신이 그에게 안겨 준 바로 그 행복이 몹시도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엠마는 살림을 야무지게 꾸려 나갔다. 청구서 티를 내지 않는 정중한 편지로 밀린 진료비를 받아 냈고, 일요일마다 손님상에 정갈하고 솜씨 있는 요리를 올렸다. 덕분에 보바리의 평판은 나날이 높아졌고, 그는 그런 아내를 둔 자신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밤늦게 귀가하면 겉옷을 벗어 던진 채 낮에 만난 사람들과 처방한 약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남은 밥을 먹고는, 자리에 눕자마자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았다.
시어머니인 보바리 노부인은 며느리가 영 못마땅했다. 살림이 분수에 넘친다며, 장작과 설탕과 양초가 마치 대저택에서처럼 헤프게 사라진다고 타박했다. 두 여인은 종일 상냥한 말을 주고받았지만, 파르르 떨리는 입술 끝에는 저마다 억누른 분노가 서려 있었다. 아들의 사랑을 빼앗겨 버린 노부인은, 망한 사내가 자신이 살던 옛집 창가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을 훔쳐보듯 아들의 행복을 서글프게 지켜볼 뿐이었다. 샤를은 어머니의 말이 옳다고 여기면서도 아내 역시 흠잡을 데 없다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떠난 뒤 조심스레 한두 마디 어머니 흉내를 내 보았지만, 엠마가 단칼에 무안을 주며 진료실로 쫓아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