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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 데케루 1

프랑수아 모리아크 지음 | 고전문학


테레즈 데케루

프랑수아 모리아크 지음





작가 서문


“주여, 정신을 잃고 헤매는 자들을 가엾게 여기소서! 오, 창조주여! 그들이 왜 존재하는지, 어떻게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었는지를 아시는 유일한 분인 당신의 눈에도 과연 괴물이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제1장


뒤로스 변호사가 문을 열자 테레즈 데케루는 법원 복도의 차가운 안개를 깊이 들이마셨다.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서 코트 깃을 세운 아버지, 라로크가 나타났다. 변호사는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음을 알리며 이제 나가도 좋다고 말했다. 젖은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아버지는 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변호사와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공식 통보는 내일 도착할 예정이며, 베르나르의 진술 덕분에 사건이 무마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변호사가 피해자의 증언이 중요했다고 말하자 테레즈가 불쑥 끼어들었다.

“하지만 피해자는 없었어요.”



두 남자는 잠시 그녀를 응시했으나 이내 무시하고 뷔도스 도로에 대기시킨 마차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테레즈는 그들에게서 뒤처져 걸으며 이끼 낀 돌벽을 만졌다. 안개와 빵 굽는 냄새는 그녀에게 되찾은 삶의 향기처럼 느껴졌다. 아버지는 다가올 상원 의원 선거를 의식해 사건을 조용히 덮는 것에만 골몰하고 있었다. 그는 딸의 고통에는 무관심했으며, 오직 가문의 명예와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까 전전긍긍했다.

어둠 속에서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부 가르데르가 탐욕스러운 호기심을 담아 테레즈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그제야 딸을 돌아보며 서둘러 타라고 재촉했다. 테레즈가 지쳤다고 호소하려 했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그에게 테레즈는 출셋길을 막는 골칫덩어리에 불과했다. 변호사가 오늘 밤 바로 베르나르 데케루에게 돌아가는지 묻자 테레즈는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물론이죠. 남편이 기다려요.”



그 순간 테레즈는 자신이 곧 아르즐루즈의 황량한 방으로, 아직 병석에 누워 있는 남편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사 기간 동안 두 사람은 판사를 납득시킬 완벽한 거짓 이야기를 꾸며내느라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었다. 하지만 악몽 같은 재판이 사라진 지금, 그들 사이에는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차가운 진실만이 남게 될 것이었다. 그녀는 구토와 침묵으로 점철될 밤을 떠올리며 전율했다. 테레즈는 겁에 질려 아버지에게 말했다.

“그곳에서 며칠만 있다가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돌아올게요.”



라로크는 격앙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제정신이냐? 너희 부부는 평생 떨어져선 안 돼. 떨어져선 안 된단 말이다. 남편이 시키는 대로 해라.”

그는 딸을 마차 안으로 떠밀어 넣었다. 변호사는 모든 게 잘 끝났다며 안도했고, 테레즈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길 위에서 다시 시작될 질식할 듯한 삶을 예감했다.



제2장


테레즈는 낡은 마차 특유의 퀴퀴한 가죽 냄새를 좋아했다. 어둠 속이라 담배를 피울 수 없었지만, 어차피 어둠 속에서의 흡연은 질색이었기에 상관없었다. 마차의 등불이 비추는 길가에는 거대한 소나무들의 밑동과 양치식물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자신이 아르즐루즈에 영원히 도착하지 않기를, 차라리 지진이라도 일어나 이 끔찍한 귀향을 멈춰주기를 바랐다. 톡 쏘는 냄새가 나는 가죽 시트에 창백한 뺨을 기댄 그녀의 모습은, 비록 세상 사람들에게 유죄 판결을 받지는 않았을지언정 영원한 고독을 선고받은, 화형대 위에서 불타오르는 사람의 얼굴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신경 하나하나를 곤두세운 채 버텨왔으나, 안전해진 지금에야 그녀는 비로소 극심한 탈진을 느꼈다.

내일이면 베르나르는 위증으로 그녀를 구해준 대가를 요구하듯 질문을 퍼부을 것이다.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테레즈는 눈을 감았다. 순간, 악몽 같은 환영이 그녀를 덮쳤다. 예심 판사가 다시 나타나 고개를 저으며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냥용 외투 주머니에 숨겨져 있던 붉은 봉랍으로 봉인된 작은 꾸러미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클로로포름 10그램, 아코니틴 2그램, 디기탈린 20센티그램.”



판사의 폭소 소리와 함께 브레이크가 바퀴를 긁는 소리가 들렸고, 테레즈는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났다. 꿈이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녀는 자유였다. 베르나르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으면 그만이었다. 하나도 숨김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 결심은 그녀를 기묘하게도 명랑하게 만들었다. 어린 시누이 안 드 라 트라브가 늘 말했듯, 고백은 영혼을 씻어주는 것이니까.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나는 내 죄를 인정하지 않아. 나는 그걸 원하지 않았어.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도 몰라.’ 그녀는 자신 내부의, 그러나 자신과는 무관한 그 무시무시한 힘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니장 역의 희미한 등불 아래서 마부 가르데르가 그녀의 가방을 들며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테레즈는 본능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이라는 평을 듣게 했던 그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에게 팁을 건넸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옛 기억이 떠올랐다. 방학 때마다 안과 함께 이곳에서 햄과 달걀을 먹으며 웃곤 했던 그 시절. 그래, 베르나르에게 안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감정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데만 익숙한 베르나르가, 그녀가 겪어온 그림자 같은 고통의 미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녀는 베르나르의 침대 모서리에 앉아 그가 “이제 알겠어, 당신을 용서해”라고 말하며 평소처럼 그녀에게 오렌지에이드를 청하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곧 그 생각은 부서졌다. “아니, 그는 이해하지 못할 거야.” 행위의 시작은 어디인가? 뿌리째 뽑히지 않는 식물처럼 얽힌 운명의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어린 시절? 학교에서 그녀는 도덕적인 모범생이었으나, 내면은 격정적인 천사였다. 그녀는 고통을 알았고,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에서 기쁨을 느꼈다. 안 드 라 트라브의 순수함은 세상에 대한 무지에 불과하다고 경멸하면서도, 그녀에게 부끄럽지 않은 존재가 되고자 했다. 아르즐루즈의 참나무 아래서 보낸 그 순수한 여름날들. 그러나 맑은 새벽은 오후의 폭풍을 예고하는 불길한 징조였다. 그녀의 삶에는 급격한 변화가 없었다. 그저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서서히, 그러나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해 왔을 뿐이다. 오늘 밤의 타락한 여자는 그 시절 아르즐루즈의 눈부신 소녀와 동일인이었다.

테레즈는 기차 창문에 비친 자신의 창백하고 무표정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지루했다. 이미 저질러진 일들의 숨겨진 원인을 파헤치는 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베르나르에게 솔직하게 말하자. 나는 당신의 돈을 노린 것도, 당신을 미워한 것도 아니었다고. 그저 이 끔찍한 가문의 규범과 끝없는 소나무 숲이 나를 질식시켰고, 나는 단지 숨을 쉴 수 있는 작은 문을 열고 싶었을 뿐이라고….’ 기차가 긴 경적을 울리며 멈춰 섰다. 위제스트 역이었다. 다음은 생클레르, 그리고 거기서부터는 끔찍한 집, 아르즐루즈까지 마차를 타고 가야 했다. 테레즈에게는 자신을 변호할 준비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제3장


아르즐루즈는 문자 그대로 세상의 끝, 더 이상 나아갈 곳 없는 막다른 지점이었다. 낡은 도로가 끊긴 그 너머로는 바다에 닿을 때까지 모래 둔덕과 늪지대, 어린 소나무 숲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겨울이면 양 떼마저 풍경을 닮아 회색빛으로 변하는 황량한 땅이었다. 생클레르의 유력한 가문들은 본래 이곳 출신으로 송진과 목재를 팔아 부를 쌓았으나, 라로크 가와 데케루 가만이 무너져가는 고택을 유지하고 있었다.

라로크는 여름이면 딸을 이 외딴곳으로 보냈다. 그것은 딸을 자신의 정치적 야망에서 격리하는 동시에, 장차 가문의 영지를 합치기 위해 정략적으로 맺어질 베르나르 데케루와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하려는 계산이었다. 테레즈는 귀가 먹은 클라라 고모의 감시 아래, 오직 소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만이 존재하는 그 고독을 오히려 즐겼다.

베르나르는 사냥철이 되어서야 아르즐루즈에 나타났다. 그는 ‘불행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오직 자기 탓이다’라고 믿는, 건실하지만 속물적인 부르주아였다. 그는 갤리선 노예처럼 공부하며 아내보다 지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점하려 했고, 테레즈와의 결합을 두 집안의 자산을 합병하는 합리적인 사업으로 여겼다. 그는 가장 부유하고 똑똑한 여자인 테레즈를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관리하고자 했다.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테레즈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남편을 떠올렸다. 사실 그는 이 지방의 투박한 남자들에 비하면 신사였다. 근본적으로 정직하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람, 여자보다는 산토끼 사냥에 더 열을 올리는 다듬어지지 않은 히폴리투스 같은 사내였다. 그러나 지금 눈을 반쯤 감은 테레즈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그 냉혈한 남편이 아니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얼굴을 붉히며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던 그의 여동생, 안 드 라 트라브였다. 소나무 숲에서는 매미들이 맹렬히 울어대고, 황야는 마치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며 하늘을 향해 웅웅거리는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어두운 기차 칸 구석에서 테레즈는 그 순수했던 날들을, 반쯤만 이해한 채 스쳐 지나갔던 찰나의 행복을 회상했다. 안이 바느질과 수다를 즐기며 책을 멀리할 때, 테레즈는 찬장에 있는 모든 책을 걸신들린 듯 읽어 치웠다. 타오르는 태양을 피해 덧창을 닫은 어두운 거실이나 소나무 숲 그늘 아래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도 함께였다. 9월의 메마른 땅을 지나 라 위르 강의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비둘기 사냥꾼의 오두막에 앉아 침묵을 공유할 때 그들은 완벽했다.

하지만 안이 종달새 사냥을 나서면서 그 마법은 깨졌다. 테레즈는 사냥을 혐오했지만 안과 한순간도 떨어지기 싫어 따라나섰다. 안은 총에 맞은 새를 집어 들어 따뜻한 깃털을 입술에 비비며 목을 졸라 죽였다. “내일도 올 거지?” 테레즈의 물음에 안은 단호했다. “아니, 매일 오면 안 돼. 그러다 서로 꼴도 보기 싫어질 거야.” 안의 말은 지극히 합리적이었고 테레즈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멀어지는 안의 뒷모습을 보며 테레즈는 깊은 절망을 느꼈다. 귀가 먼 고모와 단둘이 남겨진 집은 칠흑 같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맹목적이고 무자비한 확신을 가진 남자, 베르나르가 과연 이 모호한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까? 테레즈가 입을 떼자마자 그는 이렇게 대꾸할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왜 나랑 결혼했어? 내가 당신한테 매달린 것도 아닌데.” 베르나르의 모친인 빅토르 드 라 트라브 부인은 방문객들에게 며느리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곤 했다. 테레즈가 담배를 지나치게 피우는 데다 친정 쪽에 조용히 수습된 추문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였다. 하지만, 그녀는 베르나르보다 부유했고 무엇보다 그를 숭배한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워했다. 사실 테레즈에게 사랑에 빠진 순진한 여인을 연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베르나르는 자신을 우러러보는 시선에 우쭐해하곤 했다.

“내가 그와 결혼한 이유는…….”



테레즈는 기억을 더듬었다. 안의 올케가 된다는 기쁨은 테레즈보다는 안이 더 바랐던 일이었다. 그보다는 베르나르가 소유한 2천 헥타르의 광활한 소나무 숲이 그녀를 매혹했다. 그녀의 혈관에는 토지에 대한 애착이 흐르고 있었고, 남자들의 사업 이야기에 열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속 더 깊은 곳에는 공포에 가까운 감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녀는 미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결혼이라는 질서 속으로 도피해 안정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약혼 시절, 아르즐루즈의 숲길을 걸을 때 베르나르는 건조한 땅에 불이 붙을까 봐 테레즈의 담배를 주의시켰다. 그때 테레즈가 양치식물에 독성분이 있는지 묻자, 베르나르는 다정하게 그녀가 죽고 싶은지 물었고 이내 그녀의 작은 머리를 감싸 쥐며 속삭였다.

“이 머릿속엔 없어야 할 생각들이 아직 좀 들어 있군.”

“그럼 당신이 그것들을 없애 줘요, 베르나르.”



그들은 결핵에 걸린 아제베도 집안의 아들을 위해 방 한 칸을 더 만드는 공사를 하는 중이던 농가를 지나쳤다. 베르나르는 그들이 유대인 혈통이라며 노골적인 경멸을 드러냈다. 결혼식을 앞두고 안이 들러리 드레스 문제로 들떠 있는 동안, 테레즈는 자신이 평화를 얻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마음속의 파충류가 잠시 웅크리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제4장


생클레르의 비좁은 교회,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 테레즈는 자신이 길을 잃었음을 직감했다. 무거운 문이 닫히는 소리는 마치 감옥의 철창이 닫히는 소리 같았다. 그녀는 이제 이 끔찍한 가문의 일원이 되어, 덤불 속으로 번지는 악성 불길처럼 소나무 숲 전체를 횃불로 만들어 버릴 운명이었다. 하객들 틈에서 유일하게 눈길을 줄 만한 사람은 안뿐이었으나, 그 아이의 천진난만한 기쁨은 테레즈를 뒷걸음질 치게 했다. 순결한 안과 곧 더럽혀질 운명인 자신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했다. 훗날 사람들은 신부가 평소답지 않게 괴이한 거부감을 주었다고 회상했지만, 그들은 그것이 테레즈의 진짜 얼굴이었음을 알지 못했다.

이탈리아 호수 지방을 여행하는 동안 테레즈는 고통보다는 기만의 유희에 몰두했다. 약혼자를 속이는 것은 쉬웠지만 남편을 속이는 것은 육체적인 거짓말을 요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욕망과 환희를 연기하며 씁쓸한 쾌감을 맛보았다. 빗속의 풍경을 보며 맑은 날을 상상하듯, 그녀는 연기를 통해 욕망의 실체를 짐작할 뿐이었다.

베르나르는 여행 안내서에 소개된 그림의 번호와 실제 전시된 그림 작품의 번호가 일치하는지 대조하는 데만 급급한 얼간이였다. 그는 마치 우리 안의 돼지처럼 만족스럽게 킁킁거렸다. 파리의 뮤직홀에서는 공연 내용에 분개하며 도덕적인 척했으나, 정작 침실에서는 전혀 다른 괴물로 돌변했다. 그는 발작 환자처럼 욕망에 탐닉하다가, 절정의 순간이 지나면 테레즈를 차갑게 내버려둔 채 돌아누웠다. 테레즈는 이가 딱딱 부딪치는 추위를 느끼며 해변에 밀려온 시체처럼 누워 있곤 했다.

서로를 견딜 수 없게 된 두 사람은 예정보다 일찍 파리로 돌아왔다. 사냥과 개, 단골 여관의 술맛을 그리워하는 베르나르와 달리, 테레즈에게 생클레르로의 귀환은 종신형을 선고받은 죄수가 감옥으로 이송되는 것과 같았다. 호텔 방에는 안 드 라 트라브가 보낸 세 통의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 테레즈가 첫 번째 봉투를 뜯으려 할 때, 면도하던 베르나르가 어머니의 편지를 읽으며 소리를 질렀다. 7월의 아침 햇살이 유황처럼 무겁게 내려앉은 방 안에서, 그는 속옷 차림으로 굵은 목에 핏대를 세웠다.

“이건 너무 심하군. 당신의 귀여운 친구 안이 일을 저질렀어! 내 여동생이 그런 짓을 할 줄 누가 알았겠어? 그 계집애가 아제베도 집안 녀석한테 반했다는군. 믿어져? 빌메자에 요양하러 온 그 폐병쟁이 녀석 말이야. 성년이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니, 어머니 말씀대로 걔가 완전히 미친 게 분명해. 드길렘 집안에서 알면 파혼하자고 들 텐데 큰일이군. 당신한테 온 편지들은 뭐야? 이제 모든 걸 알게 되겠군. 어서 뜯어보지 않고 뭐 해?”

그는 테레즈를 추궁하듯 노려보았다.



“순서대로 읽고 싶어요. 게다가 당신한테 보여 줄 수도 없고요.”



테레즈는 베르나르의 요구를 거절하며 자신이 안을 설득해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말했다. 베르나르는 아내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 믿으며, 테레즈가 짐을 챙기는 동안 기차표를 예매하러 나갈 채비를 했다.

“왜 그 아이의 편지를 안 읽는 거야? 뭘 기다리는 거지?”

“당신이 나가기를 기다리는 거예요.”



남편이 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테레즈는 소파에 누워 담배를 피우며 첫 번째 봉투를 뜯었다. 그것은 그녀가 알던 순진하고 경박한 수녀원생 안의 글이라고는 믿기 힘든, 열정과 환희로 가득 찬 연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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