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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612 누가 어린왕자를 죽였는가

미셸 뷔시 지음 | 힘찬북스


코드612 누가 어린왕자를 죽였는가

미셸 뷔시 지음

힘찬북스 / 2023년 5월 / 304쪽 / 16,800원





장사꾼의 섬




루이 13세 비행학교 소속 정비사인 나(네벤 르 파우)는 오래된 비행기를 잘 아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카메룬의 억만장자 오코 돌로의 요청을 받고 마르세유에 있는 소르미우 칼랑크에 가서 그를 만났다. 오코는 협탁 위에 여러 가지를 펼쳐 보였고, 나는 녹슨 금속 조각들을 살펴보았다. 펜 한 자루, 낡은 철판 여럿, 콕핏과 에일러론, 엠퍼나지 파편들도 보였다. 확실했다. 나는 말로 내뱉었다.

“록히드 P-38 라이트닝 잔해군요? 전투 조종사 수백 명이 이 지중해 위에서 목숨을 잃었죠. 이곳 칼랑크에 뭐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요?” “1944년 7월 31일, 앙투안 드 생텍쥐베리가 P-38 라이트닝을 타고 출격했다가 프로방스 해안가 어디쯤에서 사라졌죠.” “결국 찾아냈지요?” 오코가 힘주어 말했다. “그렇죠. 바로 여기에서 말입니다.” 사라진 지 오십 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 하지만…… 명백한 증거는 없었다. 그의 시신도, 개인 소지품도 없었다. 나는 파카 만년필과 기체 잔해들을 다시금 살폈다. “이게 그 증거라는 건가요?” “당신 생각엔 어떤가요…….”

오코는 자리에 앉아 자기 앞에 놓인 상자를 바라보았다. 발신인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저 이름 하나만 있었다. ‘Club 612.’ 오코는 상자를 선뜻 열지 못했다. 나중에 열어 볼 심산이었다. 사설탐정과 네벤을 만난 뒤에 말이다. 한편 ‘섬들의 다이아몬드’는 미우항에 정박해 있었다. 오코가 말했다. “팍스컴퍼니 쪽 탐정이 오면 같이 바다로 나갑시다. 탐정 이름은 앤디요. 두 사람이 한 팀을 이루게 될 겁니다.” 마침내 소리가 들리더니 작고 호리호리한 실루엣이 헬멧을 벗었다. 보기에 팍스컴퍼니 쪽 탐정은 십 대 같았다. 여자잖아! 그녀는 ‘섬들의 다이아몬드’ 갑판에 뛰어내리더니 환히 웃으며 내게 악수를 청했다. “앤디라고 해요! 팍스컴퍼니 인턴이에요.” 오코가 묶어 둔 밧줄을 풀었다.

요트가 속력을 높였다. 오코가 녹슨 파카 51 펜을 유리 진열대 아래 놓았다. “이 만년필이 생텍쥐페리 실종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주요 발견물이지요. 1944년 7월 31일, 생텍쥐페리는 폭격기 P-38 라이트닝을 타고 정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코르시카 보르가에서 이륙했어요. 이후 생텍쥐페리는 무선 호출에 한 번도 응답하지 않았지요. 오후 2시 30분, 연료가 바닥났고, 3시 30분, 실종됐어요. 그 뒤로 발견되지 않았고요. 1998년 9월 진실이 열리기 전까지 말이죠! 바로 이곳, 마르세유 해안에서 장 클로드 비앙코라는 어부가 그물에서 은팔찌를 건져 올렸는데, 오랜 시간 바닷물 속에 있었는데도 보석에 새겨진 글씨는 읽을 수 있는 상태였죠. ‘Antoine de Saint-Exupery (Consuelo), c/o Reynal and Hitchcock Inc., 386 4th Ave N.Y. City, USA’. 마침내 미스터리가 밝혀진 겁니다! 생텍쥐페리가 우리가 있는 이곳 아래 어딘가에 추락한 거죠.”

“전 개인적으로 이 팔찌 이야기를 전혀 믿지 않아요.” 앤디가 말했다. 오코 역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 팔찌가 존재하는 건 엄연한 사실이잖소, 아래쪽에 생텍쥐페리와 그의 부인 이름, 뉴욕 출판사 주소까지 새겨진 채로 말이오.” 앤디가 응수했다. “모두 적혀 있긴 하죠. 그물로 건져 올린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팔찌 위에 글씨가 적혀 있죠! 여기엔 디테일한 결점이 하나 있어요. 이 어부란 사람이 그물에서 팔찌를 건져 올리기 전엔 아무도 그 팔찌 얘기를 들은 적이 없었죠. 굳이 파고들자면 생텍쥐페리의 뉴욕 절친 실비아 해밀턴이 그가 죽기 몇 달 전 ‘어린 왕자’ 수기 원본을 받고선 그에게 선물로 준 팔찌를 떠올릴 순 있죠……. 하지만 그건 은팔찌가 아니라 금팔찌였어요!”

“앤디, 당신 말이 맞아요……. 처음엔 아무도 이 팔찌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요.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잠수부들이 팔찌가 발견된 장소를 탐색까지 했는데, 2000년 5월, 잠수부들이 전투기 기체를 발견했어요. 잔해를 인양한 뒤 감식했고, 결론은 2003년 9월에야 났죠. 잔해 조각에서 판독해 낸 군번, ‘2734L’이 생텍쥐페리 비행기 군번과 일치했거든요. 이것으로 미스터리는 밝혀지고, 논쟁도 종식하게 된 겁니다!” 앤디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조작이라고요! 아무도 믿지 않던 팔찌의 존재가 근처에서 기체 잔해 하나 발견했다는 것만으로 진짜로 둔갑했다고요!” 나는 그들의 설전을 홀린 듯 지켜보았다.

그때 ‘섬들의 다이아몬드’가 흔들렸다. 오코는 머릿속으로 직사각형 상자와 유일하게 적힌 발송인 표시를 그려보았다. ‘Club 612.’ 이제 상자를 열어 볼 때일까? 이제 그는 계속 조사를 해 나가기에 너무 늙고 병들고 지쳤다. 그래서 바통을 넘겨줘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듯했다. 오코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가 유리 진열장 덮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파카 51 펜을 집어 들더니 자기 앞에 놓인 종이 위에 이름들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리 스완, 뉴욕 맨해튼 5번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79층 / 무아제, 엘살바도르 공화국, 콘차귀타 섬 / 이자르, 스코틀랜드 오크니 제도 허머니 자치 왕국 / 호시, 사우디아라비아 지다 등대 / 지리학자……’ 앤디와 네벤은 환상의 명탐정 듀오를 결성할 것이다.

‘섬들의 다이아몬드’가 모르지우 칼랑크에서 찰랑거리며 돌을 쌓아 만든 방파제를 마주했다. 앤디는 두 바위 사이에 앉았다. 오코가 앤디에게 편지 하나를 내밀었다. “여기, 로드맵이에요.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군요.” 나는 인턴 탐정 어깨너머로 내용을 읽어보려 했다. 오코는 종이에 이름 다섯 개와 주소 네 곳을 적어놓았다. 첫 번째 줄만 겨우 읽었다. ‘마리 스완, 뉴욕 맨해튼’…….

그때 오코는 말했다. “이제 이유를 밝힐 때가 온 것 같군요. 파카 51 만년필이 발견됐을 때, 내게 연락이 왔던 이유, 그리고 내가 당신에게 연락한 이유를 말입니다. 나는 일평생 내 에너지와 재산을 ‘어린 왕자’에 바쳤습니다. 이러한 열정을 다른 5명의 ‘어린 왕자’광들과 공유했어요. 우리는 ‘Club 612’라는 이름의 클럽을 결성했습니다. 목적은 생텍쥐페리와 어린 왕자의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를 밝히는 것이었죠.” “미스터리요?” “그래요. 어린 왕자는 생텍쥐페리의 이야기 결말에 죽지요.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에 주인공이 죽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누가 어린 왕자를 죽인 걸까요? 이미 알아차렸겠지요. 몇 달 간격으로 일어난 어린 왕자와 생텍쥐페리의 죽음에 어떤 유사점이 있지 않겠습니까?”

나도 확신은 없었지만 우선 반박했다. “어린 왕자는 뱀에게 물려 죽지 않았나요? 생텍쥐페리는 독일군에게 격추당했고요.” 앤디가 빙긋이 웃었다. “추리 소설을 한 번도 안 읽어 봤군요?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어째서 어린 왕자는 독자에게 경고하는 걸까요? ‘내가 죽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이 문장을 읽으면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보고 싶지 않나요? 겉으로 드러난 사실 이면에?” 나는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앤디는 오코의 진지한 시선에서 확신을 구한 뒤, 다시 나에게 말을 이어 나갔다. “정비사 아저씨. 어릴 때 ‘어린 왕자’를 읽어 봤지요? 그렇다면 그중 가장 유명한 문장이 뭐죠?” “음……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바로 그거에요…….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본다면 이렇게 해석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중요한 건 감춰진다, 진실은 우리가 믿는 것과 다르다!’ 생텍쥐페리는 우리에게 처음부터 사실의 이면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쳐주지요.” “내 생각엔…….” 앤디가 내 말을 끊었다. “‘어린 왕자’에서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누가 가르쳐주죠?” “여우요!” “그렇죠, 하지만 정비사 아저씨. 생텍쥐페리가 이 세상 하고많은 동물 중에서 왜 여우를 골랐을까요?” 짐작 가는 이유가 전혀 없었다. “동화 속에서 대개 여우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죠?” “음…… 여우는…… 보통 교활한 모습이죠?”

“그래요! 그러니까 한 작품의 교훈을 여우가 얘기하고 있다면, 그 교훈 안에는 무언가 속임수가 있는 것 아닐까요? 바로 생텍쥐페리도 그 점을 내세운 거죠! 어린 왕자가 신뢰하기로 한 두 번째 동물은 뱀이에요! 어린 왕자는 뱀에게 ‘어째서 넌 항상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하니?’라고 묻잖아요.” 난 그녀의 말에 반박할 논리를 찾았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수수께끼투성이라고요, 여전히! 수수께끼로 가득한 스토리라고요. 생텍쥐페리의 죽음이나 그의 정부 넬리 드 보귀에가 앞으로 몇십 년을 공개하지 못하게 한 아카이브 자료나 그의 부인 콘쉬엘로의 트렁크를 둘러싼 수수께끼 말이죠.”

앤디는 그제야 호흡을 가다듬고, 오코의 반응을 기다리다가 말을 이었다. “‘어린 왕자’는 생텍쥐페리의 유서라고요! 숨겨진 유서라고요.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유서!” 그녀가 소리쳤다. “당신의 Club 612 말이에요, 오코. 저도 일원이 되고 싶어요.” 앤디는 억만장자가 자신에게 건넨 종이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가 다시 이름과 주소를 읽었다. ‘마리 스완, 맨해튼’ 그리고 말했다. “지금 당장 떠나시죠.”



허영심 많은 여인의 섬




마리 스완이 바구니 안에 잠든 작은 개를 살폈다. 곱슬곱슬한 털이 있어 꼭 양 같았다. 휠체어에 앉은 그녀가 천천히 거실로 갔다. 아파트 창가를 향했고 79층 높이에서 맨해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잠시 커다란 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살피더니, 머리에 쓰고 있던 작은 모자를 벗었다. 곧바로 개가 바구니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짖었다. “고마워, 아니발.” 그녀는 이번에는 벽 사방에 걸린 액자들과 마주한 자리에 휠체어를 세웠고, 자신의 조종사를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그녀의 멋진 조종사는 늙지도 않고, 아직도 빛바래지 않은 제복을 입고, 쓸쓸하면서도 다정한 눈길을 하고 있었다. 조종사 옆에는 다섯 살의 그녀가 있다. 조금 더 옆으로 가면 스무 살의 그녀가 있다. 건너편 벽에는 마흔 살의 그녀가 있다. 창가에 놓인 난로 위로는 예순 살의 그녀가 있다. 우아하고, 감동적이고, 엄격하다. 창문에는 여든 살의 그녀가 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제복 차림의 조종사를 한 차례 바라본 뒤 탁자 가까이 휠체어를 옮겼다. 탁자에는 직사각형의 흰 상자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는데, 그곳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마리 스완 제임스, 뉴욕시 5번 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79층’ 열어 볼까? 그녀는 망설였다. 아니, 아직은 아니야. 그녀는 손님을 기다렸다.

이후 어느 날 나는 맨해튼에서 노부인의 휠체어를 밀고 있었다. “멈춰요!” 마리 스완이 외쳤다. 센트럴 파크 사우스 240단지 앞에 멈췄다. “저기예요. 27층, 생텍쥐페리가 2년 동안 저곳을 빌려 지냈고, 저기에서 ‘어린 왕자’를 대부분 집필했어요. 난 종종 그를 보러 갔고요.” 마리 스완이 휠체어의 양쪽 손잡이를 치며 말했다. “가죠, 곧장 앞으로 가면 돼요.” 우리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쪽을 향했고,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아래에서 멈췄다. “여기예요! 내가 사는 곳이죠! 이곳에서 앙투안과 내가 창밖으로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놀았어요. 고, 드라이버! 파크 애비뉴 쪽으로.” 그녀가 말했다. “다 왔어요. 파크 애비뉴. ‘어린 왕자 맨해튼 투어’의 마지막 여정. 실비아 해밀턴이 살았던 곳.” “그의 정부 말씀이신가요?” “생텍쥐페리가 사랑하는 사람이었지요. 그녀는 그가 밤새 그녀 집에서 보낸 다음 날 아침에 놓고 간 ‘어린 왕자’ 원고들을 번역 의뢰했어요. 증거는 바로 이거예요, 생텍쥐페리가 알제리로 떠나기 직전, ‘어린 왕자’ 수기 원고를 콘쉬엘로가 아니라 실비아 해밀턴에게 건넸다는 사실 말이에요. 바로 그 원고가 여기서 지근거리에 있는 모건 뮤지엄에 전시되어 있지요.” 우리 뒤쪽 어느 카페테라스에 젊은 연인이 서로 마주 앉아 각자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사랑한다는 건,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거지.’ 마리 스완이 계속 혼자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어 엠파이어스테이트의 꼭대기를 향했다.

“토니오는 뉴욕에 도착해서 마냥 기뻐했지요. 어린아이가 따로 없었어요! 큰아이. 늘 웃고, 담배 피우고, 장난치고, 그림 그리고……. 그토록 유명한 프랑스 사람이자 전투 조종사이자 진지한 작가였던 그가 마냥 어린 소녀처럼 거대한 도시와 불타는 세계에 푹 빠진 거지요. 너무도 즐거워하는 그를 보고 편집자부터 친구들과 여인들까지, 어른들이 입을 모아 그더러 동화를 써보라고 했어요.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 말이에요. 그래서 그가 ‘어린 왕자’를 썼지요. 동화는 아니었지만, 왜냐하면 토니오가 다시 우울해졌으니까. 더 이상 나랑 높은 곳에서 창밖으로 종이비행기와 물풍선을 던지지 않았어요. 진짜 폭탄을 투하하고 진짜 비행기를 조종하고 싶어 했어요. 다시 참전하고 싶어 했지요.”

“어째서요? 죽으려고요?” 마리 스완이 앤디의 질문에 놀란 듯했다. “전쟁터에서 죽으려고? 당연히 아니지요! 토니오는 큰 아이였다니까요, 그게 무슨 뜻인지 여전히 모르겠어요? 지중해로 참전하러 다시 떠날 때, 이 아이는…… 이미 죽은 뒤였다고요!” 앤디가 고함치듯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죠?” “적혀 있잖아요. 글 읽을 줄 몰라요?” “어디에요?” “어디긴, ‘어린 왕자’죠. 잘 봐요, 분명하다고요. 어린 왕자가 바로 어린 생텍쥐페리라고요.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를 죽였어요!”

이후 나와 앤디는 아놀드 카페 구석에 앉았고, 앤디가 나에게 말했다. “이 마리 스완이라는 늙은이가 하는 말이 진짜라면요? 어린 왕자를 죽인 범인이 행성 6곳에 각기 살던 사람 중 한 명이 아니라. 심지어 장미꽃이나 여우, 뱀도 아니고, 어떤 독자도 의심하지 않은 화자라면요! 그러니까 조종사! 그러니까 생텍쥐페리! 이건 애거사 크리스티보다 한 수 위군요! 화자가 살인자라면, 오토 픽션이라면, 살인자가 곧 작가라는 거잖아요. 작가가 자신이 생명을 부여한 아이를 죽인 거죠. 설득력 있어요. 정말로…….” 앤디가 백지 위에 둥그스름한 글씨체로 커다랗게 썼다. ‘어린 왕자를 죽인 자는 조종사’

한편 맨해튼에서의 산책 막바지에 우리가 오코 돌로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협박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더니, 마리 스완은 피곤하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대신 내일 점심 이후에 다시 들르면, Club 612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해 주겠다고 했다. 자신을 산책시켜준다는 조건으로!

참고로 마리 스완은 평생 ‘어린 왕자’ 영어판 책을 간직했다. 책장 사이에 그녀가 끼워 놓은 생텍쥐페리의 서명도 있었다. 결국, 그녀는 생텍쥐페리와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생텍쥐페리에 관한 자료와 책, 편지 일체를 수집했다. 그런데 마리 스완은 30살에 결혼식을 올렸다. 상대는 돈 많은 기업가였다. 그녀는 자기 방식대로 남편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생텍쥐페리였다. 그녀는 그가 떠난 뒤로 자신의 별이 꺼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살아 있다고 확신했다. 그가 그녀를 기다린다고 확신했다. 어디선가, 그녀가 다시 빛을 밝혀줄 별에서. 그녀의 머릿속에서 생텍쥐페리는 여전히 마흔 살이었고, 그는 늙지 않지만, 그가 사랑한 여자들은 이제 나이가 들어, 생텍쥐페리가 늙은 여자들에게서 멀어지고, 이제 자기 차례가 올 것이라 확신했다.

마리 스완은 미망인이 된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50살에, 오코 돌로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그가 제안한 Club 612 아이디어를 듣자마자 솔깃해했다. 오코처럼 그녀 역시 생텍쥐페리가 유서도 남기지 않고 떠났을 리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의 책 속에 비밀이 숨어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 비밀을 발견하리라 확신했다. 그녀는 Club 612 활동을 시작해, 자기가 알고 있던 정보를 나누며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다. 오코는 Club 612에서 자금줄 역할을 했고, 그녀가 회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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