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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아라비안나이트)

앙트완느 갈랑 지음 | -
천일야화(아라비안나이트)

앙트완느 갈랑 지음



아라비안나이트의 시작



샤리야르와 샤자만


아주 오랜 옛날, 인도와 중국의 섬들을 다스리는 왕이 살고 있었다. 그는 사산왕조의 후예로서 근방의 어느 나라도 감히 넘볼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선정을 베푸는 왕 덕분에 백성들은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었다. 그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형의 이름은 샤리야르, 동생은 샤자만이었다. 형제는 모두 명석하고 훌륭하여 백성들의 칭송이 자자했다. 특히 샤리야르는 동생보다 훨씬 지혜롭고 성품이 곧아 어느 누구도 그를 비난하는 자가 없었다. 그러나 세월의 힘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법, 어느덧 나이가 들어 왕이 세상을 떠나자 샤리야르가 왕위에 올랐다. 샤리야르는 백성들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으며, 동생 샤자만이 성인이 되자 사마르칸드라는 지방의 영토와 백성을 나눠주고 그곳의 왕이 되도록 해주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난 어느 날, 샤리야르는 갑자기 너무도 동생이 보고 싶어졌다. 형제간의 우애가 깊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샤리야르는 동생을 초대하는 내용의 편지를 썼고 사신이 샤자만을 데리러 사마르칸드로 갔다.

왕비의 부정

사신에게 편지를 받은 샤자만은 형이 그리워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 "나도 형님이 무척 보고 싶소. 곧바로 길을 떠나 형님의 나라로 가고 싶지만 사신 일행이 피곤할 테니 사흘 동안 편히 쉰 후에 떠나도록 하겠소. 형님께 드릴 선물을 준비할 시간도 필요하니 그동안 사신 일행은 편히 쉬도록 하시오." 사흘째 밤이 되자 출발준비는 모두 끝났다. 호위병들도 갖추어졌고 선물들도 전부 수레에 실어 날이 밝는 대로 출발을 할 수 있었다. 한밤중이 되자 샤자만은 갑자기 형 샤리아르에게 줄 선물 하나를 깜박 잊고 온 것이 생각났다. 샤자만은 서둘러 왕궁으로 돌아와 선물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뒤졌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것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마침내 침실까지 가게 되었다. 그런데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인가!' 침실에 들어간 샤자만은 너무도 놀라 그만 돌처럼 몸이 굳어버렸다. 왜냐하면 자신의 아내인 왕비가 왕궁 요리사인 흑인 노예와 함께 침대에 누워있었던 것이다. '아니, 내가 아직 출발도 하지 않았는데 이처럼 음탕한 짓을 하다니….' 샤자만은 너무도 분하고 화가 나서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 잠들어 있는 왕비와 노예를 단숨에 죽여 버렸다. 그리곤 왕비와 노예의 사지를 모두 잘라버린 후 왕궁 밖의 천막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날이 밝자마자 샤리야르의 나라로 출발했다.

샤자만 일행이 샤리야르의 나라에 도착하자, 궁에는 큰 잔치가 벌어졌다. 샤리야르 왕은 기뻐했으나 샤자만의 안색이 나빠지고 갈수록 초췌해지며 몸도 점점 말라가기 시작하자 그런 동생의 모습에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갈수록 몸이 쇠약해지는 것 같구나. 대체 무슨 까닭으로 이리 수심에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단 말이냐?" 샤자만은 왕비의 부정 탓에 마음의 병이 든 것을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그러자 샤리야르는 의사들을 불러 샤자만을 진찰하고 처방약을 짓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아무리 치료를 받고 좋은 약을 먹어도 샤자만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샤리야르는 어떻게 하면 동생이 기운을 다시 차릴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사냥이었다.

"함께 사냥을 가는 게 어떻겠나? 바깥바람이라도 쐬며 말을 달리고 나면 기분이 나아질 게다." 그러자 샤자만은 사냥을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샤리야르는 더 이상 사냥을 권하기보다 멋진 사냥감을 잡아 동생을 기쁘게 해 주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샤리야르는 대신 몇 명과 열흘간의 사냥을 떠나고 샤자만은 슬픈 마음을 달래며 궁에 남았다.

샤자만은 궁의 정원을 산책하며 왕비의 부정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저 왕비를 향한 증오심만 더욱 깊어졌다. 한참을 그렇게 서성이던 샤자만은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곤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서 서서 한숨을 내쉬며 멍한 표정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제 그의 얼굴에 다시는 미소가 찾아올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왕 이외에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왕비의 후원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더니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곧이어 웃음소리와 함께 수십 명의 시녀들이 정원으로 몰려 나왔다. 그 가운데에는 왕비도 있었는데 그녀의 미모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샤자만은 그 광경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창가에서 물러나 몸을 숨겼다. 그리고 왕비와 시녀들이 무엇을 하는지 몰래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 정원으로 몰려나온 시녀들이 모두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분수대에서 물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녀들 중 절반은 여자가 아니라 건장한 남자들이었다. 게다가 왕비마저 커다란 나무 근처로 다가가 누군가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나무 뒤에서 커다란 몸집의 흑인 노예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났다. 그리곤 왕비를 끌어안았다. '세상에 이럴 수가!' 이 모습을 지켜본 샤자만은 너무도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자신의 아내도 부정한 짓을 저질렀는데 형님의 아내마저 저토록 음탕한 짓을 하다니 세상의 모든 여자를 믿을 수가 없었다.

왕비와 시녀들의 음탕한 짓은 거의 해가 질 무렵까지 계속되었다. 그리곤 저녁시간이 다가오자 왕비는 모두에게 돌아가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시녀들과 노예들은 모두 옷을 입고 뿔뿔이 흩어졌다. 왕비 역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옷을 입더니 후원으로 들어간 후 문을 굳게 닫았다. 정원이 다시 잠잠해지자 샤자만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내 불행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백성들의 칭송을 받는 형님에게 이렇게 못된 아내가 있다니. 아무리 형수지만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샤자만은 그렇게 생각하며 앞으로 여자를 증오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못된 아내 탓에 슬픔에 잠겨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세상 모든 여자가 그토록 음탕하니 아내의 부정과 죽음에 대해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샤쟈만은 더 이상 슬픔과 번민을 겪지 않게 되었다. 밤에도 잠을 푹 자고 다음날 아침에도 일어나 식사를 즐겼다. 그렇게 열흘이 지나자 샤자만은 원래의 건강한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샤리야르가 사냥에서 돌아왔을 때 완전히 건강을 되찾아 안색이 좋아져 있었다. 그 모습에 샤리야르는 너무도 기뻐했다. "네가 다시 이렇게 건강해졌으니 더 바랄 것이 없구나. 그동안 네가 시름시름 앓는 것 같아 매우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단다. 대체 무슨 연유로 그토록 상심해 있었던 것이냐? 이제는 말해주어도 되지 않겠느냐?" 그러자 샤자만은 형을 걱정시킨 것이 미안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다만, 형수의 부정은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을 겪고도 이렇게 다시 기운을 차린 것을 보니 정말 너는 현명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다. 만약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미쳐버릴 것 같구나. 어쩌면 분노와 증오심으로 여자란 여자는 보이는 대로 죽여 버릴지도 모르지. 그런데 대체 어떤 방법으로 그 절망스러운 상황을 극복했는지 궁금하구나."

그러자 샤자만은 사실대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제발 더 이상은 묻지 말아주십시오. 만약 그 이야기를 들으면 형님은 저보다 더 큰 증오와 분노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더욱 들어야겠다. 대체 무슨 일이냐?" 샤리야르는 고개를 가로젓는 샤자만을 계속 설득했다. 그러자 샤자만은 더 이상은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해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한참 뜸을 들인 후, 샤리야르가 사냥을 나간 사이 형수가 저지른 부정한 일에 대해 소상히 말해주었다. "나는 나의 동생이 거짓을 말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이처럼 중대한 일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믿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시지요. 다시 사냥을 떠나신다고 모두에게 말한 뒤 몰래 이곳에 숨어 계시면 그 광경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하여 샤리야르는 샤자만의 뜻에 따라 다시 사냥을 간다고 대신들에게 공표했다. 그리곤 곧바로 호위병들을 데리고 성을 나간 뒤 사냥터로 향했다. 그러나 샤리야르는 밤이 되자 호위병들 모르게 성으로 돌아와 샤자만의 방에 숨었다.

그리고 마침내 날이 밝자 두 형제는 창가에 숨어 정원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수십 명의 시녀들과 남자 노예들이 분수대 근처에서 음탕한 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왕비도 흑인 노예와 부정한 짓을 저지르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본 샤리야르는 왕비와 시녀들이 모두 돌아가자 마치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세상에 믿을 여자가 없구나! 이처럼 사악한 세상이라면 살아야할 이유가 없어!" 샤리야르와 샤자만은 궁에는 더 이상 머물 수가 없었다. 형제는 정처 없이 길을 떠났다.

천일야화를 시작하는 세헤라자데

샤리야르와 샤자만이 서둘러 왕궁으로 돌아온 것은 배신한 왕비와 시녀들, 그리고 남자노예들을 벌하기 위해서였다. 왕궁에 도착하자마자 샤리야르는 평소에 신임하던 대신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 "당장 왕비를 붙잡아 처형하도록 하라. 결혼 맹세를 저버렸으니 그 벌은 죽음으로 갚아야 한다." 그러자 대신은 즉각 후원으로 가서 왕비를 처형했다. 그 사이 샤리야르는 시녀들과 남자 노예들을 모두 죽였다. 그리고 다시는 배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아울러 처녀만 골라서 하룻밤을 지낸 뒤 다음날 아침이 되면 죽여 버리기로 결심했다. "배신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이는 것이 낫다. 절개를 지키는 여자는 세상에 없으니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무시무시한 결심을 한 샤리아르는 동생 샤자만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자마자 왕비를 처단한 대신에게 처녀를 구해오라고 명령했다. 그래서 대신은 아주 아름다운 처녀를 왕에게 바쳤고, 왕은 첫날밤을 보낸 후 처녀를 죽이는 일을 계속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나자 백성의 원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딸을 두고 있는 부모들은 매일 두려움에 떨거나 다른 나라로 도망치는 일이 생겼다. 그런 탓에 나라 안에는 더 이상 샤리야르에게 바칠 만한 처녀가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처녀를 구하지 못했으니 내일이면 나는 죽겠구나.' 집에 돌아온 대신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탄식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큰 딸 세헤라자데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안색이 좋지 않으세요. 도대체 무슨 걱정거리가 있으시기에 주무시지도 못하세요?" 대신에게는 세헤라자데와 두나자데라는 딸이 둘 있었는데 그중 큰 딸 세헤라자데는 여성으로서는 보기 드문 용기와 무한한 재치, 경탄스러운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다. 뛰어난 미모와 견고한 덕성을 지닌 그녀는 무수한 책을 읽었을 뿐만 아니라 기억력 또한 비상하여 한 번 읽은 것은 결코 잊는 법이 없었다. 그녀는 철학, 의학, 역사, 각종 예술에 능통했으며 당대에 뛰어난 시가들을 능가하는 훌륭한 시를 짓곤 했다. 대신은 너무도 답답한 마음에 큰 딸 세헤라자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세헤라자데가 의외의 제안을 했다. "왕께서 언제까지 처녀들을 죽일까요?…." 세헤라자데는 방법이 있으니 자신을 왕과 결혼시켜 달라고 했다. 대신은 펄쩍 뛰며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당찬 세헤라자데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고 결국 세혜라자데는 왕과 첫날밤을 보내기 위해 왕궁으로 들어갔다.

왕이 막 침실의 불을 끄려는 순간, 세헤라자데가 갑자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왕이 그 이유를 묻자 세헤라자데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제게는 두나자데라는 동생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밤을 지내고 나면 다시는 동생을 만날 수 없을 테니 그것이 슬퍼 우는 것입니다. 자비를 베풀어 한 번만이라도 동생을 만나게 해주십시오." 왕은 그 청을 들어주었다. 그리하여 두나자데는 왕의 침실에 들어오게 되었다. 세헤라자데는 두나자데와 만나자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리곤 마음이 진정되자 두나쟈데가 이렇게 말했다. "언니,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만 해 주세요. 오늘밤이 지나면 언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을 테니 마지막으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것은 세헤라자데와 동생 두나쟈데가 미리 꾸며놓은 각본이었다. 이야기를 통해 왕의 마음을 바꾸고 더 이상 살인과 폭정의 저지르지 않도록 하려는 세헤라자데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제 동생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어도 될까요?" 그러자 왕 역시 금방 잠이 올 것 같지 않다며 청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곧 죽을 처지이니 소원을 들어준다 해서 왕으로서는 손해 볼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고맙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옛날에 있었던 아주 신비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씩 해보겠습니다." 드디어 천일일 동안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지혜의 밤



재판관과 가죽 주머니


옛날 바그다드에 알리라는 이름의 청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태어난 후 한 번도 세상 밖으로 여행을 한 적이 없었기에 어느 날 친구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지요. 여행을 하며 세상공부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알리는 여행을 떠나면서 친구에게 가죽 주머니 하나를 맡겼어요. "나는 워낙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하니 자네가 이 주머니를 들고 가게. 나도 모르는 사이 잃어버릴지 모르거든." 그 말에 친구는 흔쾌히 허락하고 가죽 주머니를 받아들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곧 여행길에 올랐고 이틀만에 어느 큰 도시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알리는 여행길에 처음으로 머물게 된 도시 풍경에 흠뻑 취해 있었습니다. 친구 역시 함께 여행을 떠나온 것이 너무도 즐거웠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알리와 친구가 막 길모퉁이를 돌아서는데 웬 사내가 갑자기 달려와 친구가 들고 있던 알리의 가죽 주머니를 다짜고짜 빼앗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이게 무슨 짓이오? 왜 남의 물건을 빼앗는 것이오?" 친구는 너무도 놀라 사내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사내는 오히려 큰 소리를 쳤습니다. "무슨 소리? 이건 내 주머니야. 내 물건을 왜 자기 것이라고 우기느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알리는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몰려든 사람들 중에 제일 나이가 지긋한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저는 바그다드에서 온 여행객입니다. 친구와 함께 오늘 이곳에 오게 됐는데 저 남자가 제 가죽 주머니를 다짜고짜 빼앗더니 무조건 자기 것이라고 주장을 합니다. 강도가 아니라면 어찌 남의 물건을 자기 것이라고 우길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나이 지긋한 남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문제에는 서로 다른 주장이 있는 법이오.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봐야 진실을 판가름할 수 있지. 그러니 저 남자의 이야기도 들어보아야겠소." 그러자 그 남자는 아까와 똑같이 자기 것이라고 우겼습니다. 그래서 나이지긋한 남자는 두 사람에게 이렇게 제안을 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저 가죽 주머니의 주인이라고 주장을 하니 나로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소. 마침 이 도시에는 아주 현명한 재판관이 있으니 그분에게 가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좋겠소."

재판관 앞에 가자 사내는 가죽 주머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주머니에 들어있는 것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고급 수건이 들어 있는데 이 수건으로 값비싼 촛대 두 개를 싸두었습니다. 그리고 금으로 장식된 접시 두 개와 은수저 두벌, 구리 항아리 한 개, 모피 외투 두벌, 송아지 한 마리, 염소 세 마리, 낙타 두 마리, 사자 한 마리, 그리고 큰 저택이 한 채 등이 들어 있고 제일 중요한 것은 이 주머니가 제 것이라는 증명서가 들어 있지요." 그 말을 들은 재판관은 하도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알리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당신 차례요. 이 주머니 안에는 대체 무엇이 들어 있소?" 재판관의 질문을 받은 알리는 골똘히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사실대로 대답해야 하나? 아니면 제 물건도 아닌데 제 것이라고 우기는 저 남자를 골탕 먹이도록 값비싼 것이 들어 있다고 할까?' 알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알리는 사내를 혼내주고 싶었던 것이죠. 그래서 마침내 입을 열어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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