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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일생

기 드 모파상 지음 | -
여자의 일생(Une vie)

모파상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잔느: 여자 주인공, 남작 집안의 외동딸, 자상한 부모 밑에서 고이 자랐고, 감미로운 사랑과 여자의 행복을 꿈꾸는 순정적인 여인, 쥘리앙의 아내

쥘리앙: 잔느의 남편, 잘생긴 귀족청년이지만, 여러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며, 돈을 너무 아끼려는 수전노 같은 남자

남작: 잔느의 아버지, 선량하지만 마음이 약한 호인

아델라이드 남작부인: 잔느의 어머니, 거대한 몸집으로 나이 들어 늘 몽상과 옛 추억에 살고자 하는 여인

로잘리: 하녀, 잔느의 젖형제, 쥘리앙의 아들을 낳는다.

피코 신부: 쾌활한 신부







1. 새로운 생활

귀족이며 호인인 남작은 하나뿐인 딸 잔느의 교육을 위해서 계획을 세웠다. 그것은 우선, 열두 살 때부터 열 일곱 살 때까지 잔느를 성심 수녀원에 다니게 한 것이었다. 비록 사랑스런 딸과 헤어지는 것이 괴로웠지만, 남작은 잔느를 세상으로부터 떨어뜨려 놓고, 세상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게 하다가, 열 일곱 살 때엔 아주 순결한 상태로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후엔 남작 자신이 딸에게 직접 교육을 시키며 서정과 자연, 애정 등을 가르치려고 한 것이다. 그런 계획 속에서 길러진 잔느가 드디어 수녀원 부속 여학교에서 나왔다.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이제부터 자유를 누리기만 하면 되는 잔느, 너무나 들뜬 나머지 그녀는 비 때문에 자유의 첫발이 될 여행이 엉망이 될까 봐 그저 걱정에 쌓여 있었다. “아빠 떠나는 거지?” “이런 날씨에? 글쎄 엄마가 허락할지 모르겠구나.” “그건 걱정 마세요. 그건 제게 맡기시라구요...”

잠시 후 엄마의 허락을 받은 잔느는 한번도 루앙을 떠난 적이 없는 터라, 여름을 보냈던 레푀플 저택과 전원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잔느와 남작 그리고 심장 비대증으로 뚱뚱해진 잔느의 어머니와 하녀 로잘리는 비오는 중에 노르망디의 전원을 향해 출발했다. 저녁이 되자 내리던 비는 어느덧 멈추었고 잔느 일행은 저택에 도착을 했다. 피곤해진 엄마는 잠자리로, 식사를 마친 잔느는 그녀의 방에 올라가서 창밖의 경치를 바라보다가 오래 전부터 꿈꾸어 오던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의 주인공을 몽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상상을 하는 사이 어느덧 새벽이 밝아 오기 시작했고, 잔느는 비로소 시작된 이 자유 때문에 행복에 넘쳐 미칠 것만 같았다. 이제 잔느에게는 기쁘고 매력적인 생활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독서, 몽상 그리고 산책을 하면서 잔느는 즐겁기만 했다. 어떤 때는 해수욕에 열중하기도 했다. 남작은 또한 남작대로 농사에 대한 계획도 세우고 있었고, 때론 달빛이 밝을 때면 배를 타러 가기도 했고, 낚시를 즐기기도 했다.

뚱뚱해서 거동이 불편한 잔느의 어머니-모두 그녀를 아델라이드라고 불렀는데-는 식사가 끝나면, 로잘리를 데리고 산책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래 걷는 것을 너무 힘들어했기에, 그녀는 걷다가 쉬고 걷다가 쉬고 하는 것을 반복해야만 했다. 그녀에겐 이것이 바로 산책이자 의사가 권한 운동이기도 했다. 이런 산책이 없을 때면, 아델라이드 부인은 옛일을 회상하거나 몇 시간씩 공상을 하곤 했다. 마치 자신이 사랑 이야기 속의 여주인공이 자신이기라도 한 것처럼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환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아델라이드는 딸 잔느에게 사랑에 관하여 이야기할 때가 많았는데, 비록 두 사람의 생김새도, 성격도 달랐지만 이 사랑에 관한 생각, 행복에 대한 소망만은 같은 것이었다.

어느 날 오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잔느는 엄마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산책길 맞은 편에서 뚱보 신부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이 고장의 신부, 피코 신부였다. 아델라이드와 잔느 그리고 피코 신부는 서로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그때 남작이 나타났고, 남작은 쾌활한 성격의 이 전형적인 시골 신부를 만찬에 초대했다. 남작의 가족들과 신부는 즐거운 저녁식사를 하였고, 디저트가 나올 무렵, 종전보다 활기가 넘친 듯한 신부는 근사한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새로 교구민이 늘었는데, 소개해 드려야겠네요. 라마르 자작이라는 사람인데, 성실하고 점잖은 분이지요.” 그때 남작이 말했다. ‘신부님, 그 사람을 우리 집에 데리고 와 주시죠. 기분전환이 될 겁니다...’



2. 사랑의 시작, 그리고 결혼

신부가 초대된 그 다음 일요일에 남작부인과 잔느는 미사에 참석했다. 미사 후, 두 사람은 목요일에 신부를 초대하기 위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신부는 키가 크고 잘생긴 청년과 나란히 나타났는데, 그가 바로 요전번에 신부가 말했던 라마르 자작이었다. 그는 상냥하게 잔느와 남작부인에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금새 두 사람은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는 너무나도 잘생긴 청년이었으며, 생활경험도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만남이 있은 지 이틀 후, 라마르 자작은 레푀플 저택을 방문했다. 그들은 고장에 대한 이야기,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때마다 그 잘생긴 청년은 잔느와 눈을 마주쳤다. 이런 시간이 있은 후부터, 자작은 꼬박꼬박 이 저택을 찾아왔다.

어느 날 남작은 잔느와 라마르 자작을 데리고 이포르라는 마을에 함께 가곤 하였는데, 셋이 함께 배를 타기 위해서였다. 남작은 뱃머리에 앉아 돛을 지켜보았고, 잔느와 자작은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이미 서로에게 어떤 애정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배는 물가에 닿았고, 점심식사 후에 잔느의 제안으로 자작은 산책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 자신들의 습관이라든가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것은 분명 친밀함이 깃들어 있는 어조였다. 돌아오면서 그들은 서로의 마음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정말 잔느가 꿈꾸던 어떤 애정이 생겨난 것만 같았다. 그 뱃놀이 후로, 잔느는 라마르가 바로 그녀가 기다리던 사랑할 상대인지에 대한 것들을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잔느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준비한 배의 ‘명명식’을 맞이하게 되었다. 미리 준비된 성가대와 피코 신부의 설교, 그리고 마을사람들의 축하와 함께 잔느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멋진 미남자 라마르 앞에 서게 된다. 그들은 바닷가에서 ‘잔느’라고 쓰여진 멋진 배를 위해 축하하고 있었다. 그 순간 라마르는 잔느를 바라보았다. “이대로 우리들의 약혼식을 하고 싶네요.” 그 말에 잔느는 느릿하게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좋아요.‘라는 대답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잔느는 그저 행복하기만 할 뿐이었다. 잔느는 라마르 자작의 이름이 쥘리앙이란 것을 듣고는 그녀가 얼마나 그 이름을 많이 그리고 자주 부르게 될 것인가를 꿈꾸고 있었다. 그때 쥘리앙이 다시금 물었다. “저의 아내가 되어 주시렵니까?” 그는 대답을 기다리다가, 잔느의 눈동자에서 ‘네’라는 대답을 발견하였다.

어느 날 아침 남작은 잔느를 깨우며 말을 건넸다. “라마르 자작이 너를 달라고 그러는구나. 너에게 강요하진 않겠다만, 그 청년은 우리 마음에 드는구나. 네 마음은 어떠니?” 잔느는 귀밑까지 빨개지며 말을 더듬었다. “네 좋아요. 아빠.” 이렇게 해서 그들은 약혼 기간을 거친 후, 결혼식을 올렸다. 또한 식이 끝나는 대로 코르시카로 신혼여행을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결혼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결혼식에는 아무도 초대되지 않았지만 다만, 남작부인의 여동생인 리종 이모만 참석하였다. 그녀는 수녀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어려서부터 말수도 적고 남들의 눈에 띄지 않았기에, 리종 이모가 레푀플 저택에 도착하고 나서도, 곧 모두가 그녀의 존재를 잊어버리곤 하였다.

드디어 결혼식 아침이 되었다. 잔느는 어떤 것도 생각하지 못하였고, 단지 온몸이 텅 빈 것 같았다. 의식을 되찾았을 땐 이미 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어제는 소녀였지만 지금부터는 남의 아내가 되는 것이다. 이제 잔느는 그녀가 꿈꾸던 사랑과 행복의 미래로 들어간 것이다. 다른 이들이 축하 피로연을 하는 동안, 잔느와 쥘리앙은 산책을 했고 그는 그녀에게 진한 키스를 전했다. 돌아가자는 잔느의 제안으로 그들이 다시 저택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9시가 되어 있었다. 그때 남작은 조용히 잔느를 불렀다. 그러고는 한마디를 던졌다. “이젠 너의 전부가 완전히 네 남편의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듣고 있던 잔느는 그녀를 보며 울먹이고 있는 어머니를 보았다. 그러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잔느는 어머니와 남작에게 키스를 한 뒤 자기 방으로 달아났다.

남편이 된 쥘리앙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어느덧 그녀의 침대 머리맡에 와 있었다. “나의 아내가 되어 주렵니까? 나를 사랑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당신 거예요.” 이 말을 듣자 쥘리앙은 그녀의 손목에 키스를 퍼부었고, 그녀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증거를 보여달라고 하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는 화장실로 달려가서 옷을 벗고는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났다. 잔느는 두려워서 계속해서 몸을 움츠릴 뿐이었다. 두 사람은 이내 실랑이를 벌였고, 쥘리앙은 잔느를 우악스럽게 안고는 그렇게 그들의 첫날의 행사를 치렀다. 잔느는 이 일이 있은 후 알게 되었다. 남의 아내가 된다는 것이 바로 이것만을 말한다는 것을! 그녀가 그렇게 그리던 행복이란 것이 단지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에 슬픔과 분노에 잠기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날이 밝았다.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레푀플 저택에 낯선 남자 하나가 더 생긴 것뿐이다.



3. 꿈같은 신혼여행 그리고 그 후의 시련들

결혼식 후 나흘이 지나 두 사람은 마차를 타고 마르세이유로 향했다. 비록 둘 사이의 밀접한 관계에 대한 고통과 혐오는 있었으나, 잔느는 이제 그의 애무와 키스에 익숙해졌다. 그녀는 남편을 미남으로 생각하고 사랑하였으며, 행복을 다시 느꼈기에 활기를 되찾았다. 간단히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려는데, 남작부인이 잔느에게 신부 용돈이라며 지갑을 주었다. 거기엔 2000프랑이 들어있었다. 1주일 후에 잔느와 쥘리앙은 마르세이유에 도착하여서 다시 배로 갈아탔다. 코르시카를 향해서... 얼마 후 그들은 꿈에도 그리던 이국적인 땅 코르시카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짐을 내리면서 지난 일주일간 그래왔듯이, 쥘리앙은 또 잔느에게 팁에 대한 것을 물었다. 얼마를 주어야 하느냐를 결정하려는 쥘리앙의 의도 때문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가는 곳마다 돈을 조금이라도 깎기 위해 싸움을 했고, 그런 쥘리앙 때문에 잔느는 창피하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잔느는 한번도 자신의 부모님이 쥘리앙처럼 돈에 대해 구두쇠 같고도 천박스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코르시카섬을 돌아보려는 여정을 정하였고 그들을 돕기 위해 코르시카인이 섬의 안내를 맡았다. 섬으로 오르는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뜨거운 더위 속에서 안내인을 따라 걷는 것은 그들을 종종 쉬게 만들었다. 쉬는 중에 목을 축이려고 수통에 입을 가져댄 잔느는 자기처럼 수통에 입술을 대려 하는 쥘리앙과 입술을 맞대며 싸움 아닌 싸움을 하였다. 그 순간 잔느는 흥분이 되어 쥘리앙에게 사랑하고 있음을 속삭였고, 그들 두 사람은 결혼 이후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의 느낌을 나누었다.

드디어 그들은 섬 언덕 꼭대기에 이르렀다. 거기에는 두 사람을 맞이하는 몸집 작은 코르시카 여인이 있었는데, 어찌나 친절한지 떠날 때 잔느는 그녀에게 선물을 보내겠노라고 다짐을 했고, 그녀는 작은 권총을 부탁했다. 결혼 이후 처음으로 알게 된 사랑의 격정, 아름다운 정취에 매료된 잔느는 이 행복으로부터 떠나고 싶지 않았으며, 그 어떤 것보다도 그녀의 눈엔 그녀의 모든 것인 쥘리앙만이 보일 뿐이었다. 두 사람은 마지막 일정지인 파리로 향해 여러 가지 신접살림을 사 가지고 돌아올 참이었다. 그러다가 잔느는 섬의 여주인에게 약속한 권총을 사기 위해 돈을 구했지만, 신혼여행이 시작된 후로 잔느의 돈을 맡아주겠노라던 쥘리앙은 잔느에게 화를 버럭 내면서 낭비를 줄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잔느는 단지 권총 하나만을 구입했고, 그들은 그로부터 1주일 후 레푀플로 향했다.

두어 달 동안의 신혼여행 뒤에 두 사람은 돌아왔다. 거기엔 그렇게도 보고싶던 남작, 남작부인, 하녀들 모두가 있었지만 잔느는 이전과 같은 감흥에 젖을 수 없었다. 신혼여행 초의 달콤한 현실은 일상적 현실이 되었고, 그녀가 꿈꾸던 행복한 미래는 이것으로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느는 자기의 꿈이 허물어지는 것 같아 너무나 슬펐다. 결혼 전처럼 산책을 하더라도,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그녀는 무뎌진 자기 자신만을 발견할 뿐이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후부터, 쥘리앙은 완전히 딴사람이 되었다. 잔느에게 말을 거는 일도 뜸해졌고, 함께 밤을 보내기 위해서 잔느의 방으로 오는 날도 뜸해졌다. 또한 예전의 그 멋진 모습은 손질하지 않는 그의 게으름으로 인해 추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겨울 어느 날 잔느와 쥘리앙은 이웃 귀족들을 찾아가기 위해 준비하였다. 마차의 귀족 문장 때문에 연기하였었지만, 드디어 두 가문의 문장이 나란히 마차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웃을 방문하고 나오는데, 그들을 거들어야 할 시동 하나가 없어진 것을 안 쥘리앙은 그가 돌아왔을 때, 미친 듯이 그 어린아이를 때렸다. 급기야 남작은 쥘리앙의 태도를 나무라며 그를 혼냈고, 쌀쌀맞던 쥘리앙도 그날만큼은 장인 장모에게 비위를 맞추려고 하였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남작과 남작부인은 루앙으로 돌아갔고, 그들이 돌아간 후 레푀플에는 잔느와 쥘리앙만이 남게 되었다.

장인 장모가 떠난 뒤 쥘리앙의 아끼는 습관은 더더욱 심해져 갔다. 그는 늘 절약, 검소를 외치고 살았다. 그런 쥘리앙 때문이랄까, 잔느 역시 어떤 즐거움도 없이 나날이 바느질을 하는 등 소일거리들로 권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냈다. 잔느처럼 괴롭고도 권태롭게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또 있었는데, 그는 다름 아닌 하녀 로잘리였다. 그녀는 통 먹지도 않고, 여위여만 갔다. 잔느가 아무리 물어도 울기만 할뿐, 대답이 없었다. 그러던 중에, 잔느는 로잘리가 아버지 없는 사생아를 낳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쥘리앙은 다만 화를 내기만 할 뿐, 침착했다. 두 사람은 로잘리가 나은 아이 문제로 다투었는데, 쥘리앙은 소문이 날 거라며, 그녀를 내쫓을 것을 제안하였고, 잔느는 자신의 젖형제인 로잘리와 그 아기를 맡아야 한다며 언성을 높였다. 아이 아빠를 로잘리가 알려주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녀는 아이 아버지의 이야기만 나오면 도망을 치면서 울기만 할 뿐이었다.

이 일이 있은 뒤에도 여전히 날씨는 춥기만 하였다. 헌데, 잔느는 얼마 전부터 속이 메슥거리고 늘 고통스러워하였다. 그녀는 단지 그 원인이 추위 때문이라고 여겼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쥘리앙이 잔느에게 같이 잘 것을 제안하였지만, 잔느는 그날 따라 몸이 너무 좋지 않은 터라 사양하고 혼자 잠자리에 들었는데, 고통이 점점 더 심해졌다. 그래서 잔느는 로잘리를 불렀고, 대답이 없길래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가 그녀가 없음을 알고는 다시 남편 쥘리앙의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거기서 잔느는 너무나 흉측한 장면을 보고 말았다. 로잘리가, 바로 자신의 하녀 로잘리가 자기 남편인 쥘리앙과 함께 나란히 누워 있는 것이었다. 잔느는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고, 남편의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도망치다가 급기야는 눈 내린 마당을 가로질러 낭떠러지까지 다다랐다. 그녀는 자살하려고 마음먹었다. 그 순간 잔느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기억해냈고, 눈물을 흘리며 눈 위에서 실신하고 말았다.

그녀가 의식을 차렸을 때는 그녀의 곁에는 의사와 남작부인과 남작, 그리고 리종 이모가 있었다. 그녀는 또 다시 잠에 빠졌지만, 다시 의식을 차렸을 때 그녀의 곁에 쥘리앙이 있는 것을 보고는 그날의 일들을 다 기억해냈다. 그녀는 남작과 남작부인에게 그날의 일, 그리고 결혼 후 달라진 쥘리앙의 천박한 모습들을 말하였는데,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남작은 잔느의 눈빛 속에서 그녀가 말한 것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분노가 치민 남작은 쥘리앙에게 따지다가 그의 말솜씨에 오히려 공격을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잔느는 이에 질세라, 로잘리로 하여금 신부님 앞에서 고백하도록 만들자고 말하였다. 그렇게 해서 쥘리앙 모르게 모든 이들이 모인 자리에서 로잘리는 실토를 하였다. 쥘리앙은 처음으로 이 저택에 오던 날부터 로잘리의 방에 몰래 숨어 들어왔다는 것, 그 후로도 계속해서 로잘리를 건드렸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헌데 로잘리가 그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은 그때까지는 쥘리앙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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