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 -
고리오 영감(Le Père Goriot)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고리오 영감: 시대적인 상황을 이용해서 벼락부자가 되나 두 딸의 지참금으로 모두 소비한다. 결국 무일푼이 되고 지나친 부성애로 죽음에 이른다. 하숙집에서는 항상 놀림감이 된다.
라스티냐크: 법률을 공부해서 출세하려고 파리에 온 법대생. 그러나 파리의 생활은 그를 사교계로 이끌고, 그는 사교계의 여자들 통해서 벼락 출세를 꿈꾼다.
레스코 부인: 고리오 영감의 맏딸. 라스티냐크가 처음 사랑에 빠진 인물. 자신의 정부를 위해서 헌신하다 결국은 남편과 정부 둘 다에게 버림받는다.
뉘겡느 부인: 고리오 영감의 둘째딸. 라스티냐크를 사랑하나 그 사랑의 진위를 파악하기 힘들다. 귀족 생활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사치와 허영으로 가득 차 있다.
보트렝: 탈옥수면서 하숙집에 숨어 사는 사십대의 인물이다. 그는 적당한 매너를 갖추고 있었고, 또한 부르주아 사회에 대해 냉소적이며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으며, 라스티냐크의 도덕성에 미끼를 던진다.
보케르 부인: 고급하숙집 ‘보케르 집’의 여주인. 돈밖에 모르는 몰인정한 과부.
하숙집 사람들
과부인 보케르 부인은 파리의 생마르소 거리와 라틴 구역 사이에 있는 뇌브 생트 주느비에브 거리에서 사십 년 전부터 고급 하숙집을 경영해왔다. ‘보케르 집’으로 알려진 이 하숙집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하숙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가 시작되는 무렵, 이 하숙집에는 일곱 사람이 있었다. 이층에는 이 집에서 가장 좋은 방 두 개가 있는데 보케르 부인은 그 가운데서 초라한 방을 썼다. 다른 방에는 프랑스 공화국 육군 출납지불관의 미망인인 쿠튀르 부인이 빅토린 타유페르라는 젊은 여인과 함께 기거하면서 어머니 노릇을 했다. 빅토린은 엄청난 부자인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은 불쌍한 처녀였다. 3층에 있는 두 방은 푸아레 노인과 마흔쯤 된 듯한, 검은 가발을 쓰고 구레나룻을 염색한 전직 도매상 보트랭이, 방이 네 개 있는 4층에는 미쇼노라는 노처녀와 이탈리아식 국수와 전분을 만드는 전직 제면업자, 고리오 영감이 살고 있었다. 나머지 두 방은 고리오 영감이나 미쇼노처럼 숙식비로 매달 45프랑밖에 낼 수 없는 철새같이 불쌍한 학생들이 썼다.
보케르 부인은 그런 학생들이 나타나는 것을 떨떠름하게 여겼고, 더 좋은 손님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만 그들을 받았는데, 이는 학생들이 빵을 너무 많이 먹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법학 공부를 하려고 앙굴렘에서 파리로 올라온 으젠 드 라스티냐크는 이 두 방 가운데 하나를 썼는데, 원래 대식구인 본가에서는 그에게 일 년에 1200프랑씩을 부쳐주느라고 온갖 고생을 해야만 했다. 4층 위에는 빨래를 널어두는 헛간과 심부름하는 아이 크리스토프와 뚱뚱한 식모 실비가 쓰는 다락방 두 개가 있었다. 기숙하는 일곱 사람 말고도 보케르 부인에게는 해마다 평균해서 여덟 명의 법대생 또는 의대생들과 그 부근에 살면서 저녁만 먹기로 계약된 두세 명의 단골 손님이 있었다. 식당은 열 여덟 명을 수용할 수 있었지만, 저녁식사 때는 스무 명까지도 받았다.
보통 이러한 집단은 모든 사회의 요소들을 작은 규모로나마 나타내게 마련이고 또 실제로도 그러했다. 하숙집 안에서 고리오 영감은 늘 놀림감이었다. 그가 이 하숙집에 자리를 잡은 것은 4년 전쯤이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으나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탕진했기 때문에 계속 조금씩 싼 방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하숙집 사람들은 그가 문란한 여자 관계로 돈을 다 날렸다고 생각했다. 하숙집 주인 보케르 부인은 천문학자같이 정확하게 하숙비 액수에 비례하는 정성과 존경을 그들에게 보여주었고, 이런 의미에서 보트랭은 그녀의 가장 좋은 고객이었다. 라스티냐크는 열심히 공부하기를 원했지만 곧 사람들과 교제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이끌렸다. 그는 사회 생활을 하는 데에 여성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가에 주목했고, 여성 후견인들을 정복하기 위해 갑자기 사교계에 나갈 생각을 했다. 마침내 라스티냐크는 백모를 통해 파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귀부인 중 한 명인 보세앙 자작 부인을 소개받았다.
고리오 영감의 비밀
며칠 후 라스티냐크는 보세앙 부인의 무도회에 참석하러 갔다가 새벽 두 시에 돌아왔다. 그는 생전 처음 보는 화려한 무도회에 매혹되었고, 특히 그곳에서 만난 레스코 백작부인에게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던 중에, 라스티냐크는 옆방인 고리오 영감의 방에서 불빛이 새나오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발동해 열쇠 구멍을 통해서 방을 들여다보았다. 영감은 방에서 은쟁반 몇 개를 녹여 몽둥이 모양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 표정이 너무 슬퍼보였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라스티냐크는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다음날 보트랭은 하숙집 사람들에게 고리오 영감이 시내의 금은세공 상점에서 은그릇을 팔더라는 얘기를 늘어놓으며, 아마도 영감이 정부에게 줄 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라스티냐크는 어젯밤 자신이 경험한 세계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사랑에 빠진 여인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 레스코 백작부인은 고리오 영감의 정부 중의 한 명이라고 입을 모았다.
믿어지지 않는 사실에 넋이 나간 라스티냐크는 다음날로 백작 부인을 찾아간다. 라스티냐크는 거기에서 엄청난 사실들을 발견했다. 살롱으로 들어가다가 그는 레스코 부인과 고리오 영감의 목소리, 입맞추는 소리를 동시에 들었다. 거기에다 살롱에는 이미 다른 한 명의 남자가 백작부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는 그녀의 정부 막심 드 트라이유였다. 라스티냐크는 강한 경쟁심을 느꼈지만, 그는 이미 레스코 부인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레스코 백작이 들어오자 분위기가 어색해졌고, 라스티냐크는 백작과 함께 자신의 집안 내력을 얘기하고 있었다. 고리오 영감의 존재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고 있던 라스티냐크는 백작에게 그에 관해서 물었는데 그 반응은 아주 냉담한 것이었다. 얼마나 매몰차던지 ‘고리오 영감’ 이라는 한마디 때문에 그는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
화가 난 라스티냐크는 마차를 잡아타고는 보세앙 저택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보세앙 자작부인도 레스코 부인과 마찬가지로 정부 다주다 후작과 같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슬퍼한다. 그 당시 다주다 후작은 보세앙 부인을 떠나 다른 여자와의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라스티냐크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만족해하면서 그녀의 집을 나선다. 라스티냐크는 사촌누이뻘인 보세앙 부인에게 사교계 진출에 필요한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하면서 오늘 일어났던 일을 얘기해주었다. 그러자 보세앙 부인은 라스티냐크에게 엄청난 사실을 알려준다. 라스티냐크의 짐작과는 달리, 고리오 영감은 레스코 백작부인의 아버지라는 것이었다. 보세앙 부인은 랑제 공작부인과 함께 고리오 영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라스티냐크는 보세앙 부인의 원조를 약속받고 집으로 돌아간다.저녁식사 자리에서 라스티냐크는 고리오 영감의 비밀을 사람들에게 밝혔고, 딸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칭송했다. 식사를 마친 후 라스티냐크는 어머니와 두 누이동생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을 위해서 모아둔 돈을 보내달라고 썼다. 다음날 그는 성공을 확신하면서 편지를 보냈다.
며칠 동안 라스티냐크는 레스코 백작부인을 찾아갔지만 누구도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이제 라스티냐크는 공부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사교계로의 진출을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는 고리오 영감의 또 다른 딸 뉘싱겐 부인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고리오 영감에 대한 몇 가지 사실들을 조사했다.
고리오 영감은 대혁명 이후 급부상한 수완 좋은 사업가였다. 그는 열심히 돈을 긁어모았고 극진히 사랑했던 아내와도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해나갔다. 그러나 결혼한 지 7년 후 불행하게도 아내는 죽었고, 그러자 아내에 대한 사랑은 두 딸에게로 옮아갔다. 그는 끔찍이 두 딸을 아꼈고, 결국 자신의 전 재산을 둘로 나누어 결혼 지참금을 마련해 딸들을 사교계 한복판에 자리잡게 했다. 그러나 두 사위들은 장사꾼인 고리오 영감을 못마땅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는 일도 그만두었을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냉대를 견디다 못해 결국에는 보케르 하숙집에 칩거하게 된 것이다.
사교계에 입문
12월 첫주가 끝날 무렵 라스티냐크는 두 통의 편지를 받았다. 하나는 어머니의 편지였고, 다른 하나는 누이의 것이었다. 편지를 보자 가난한 집안이 떠올랐고, 그래서 마치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한 판결문을 대하듯 긴장하며 편지를 열었다. 다행스럽게도 어머니와 누이동생은 열렬한 후원자가 되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집안에 있는 패물을 팔고, 몰래 숨겨두었던 돈을 보내주겠다고 적었다. 라스티냐크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감에 빠져들었다. 전송된 돈이 하숙집에 도착하던 날, 하숙인들은 그의 어머니를 대단히 칭송한다. 그러나 단 한사람 보트랭만은 차가운 시선을 던지며 냉소에 찬 말을 던진다.
“그렇지, 어머니는 피를 짜냈겠지. 이제 자네는 광대놀음을 할 수 있게 됐군. 사교계에 나가서 지참금을 낚시질하고 머리에 복숭아꽃을 꽃은 백작 부인들과 춤도 추고 말야......” 사실 라스티냐크가 보세앙 부인 댁에 갔다온 날부터 보트랭과 심하게 말다툼을 했고, 그 이후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보트랭은 계속 라스티냐크의 화를 돋워서 싸움이라도 할 듯 그를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그러나 밖으로 나오자 그는 냉철하고 냉소적인 달변으로 엄청난 제안을 한다. 그는 젊은 시절 자신의 실패와 라스티냐크의 미래에 대해 얘기했다. 이미 보트랭은 라스티냐크라는 젊은이에 대해, 그리고 그의 가정형편에 대해서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특히 그가 이미 사교계에 대한 동경과 벼락 출세에 대한 야망에 빠져 있다는 것을.
보트랭의 제안은 한마디로 라스티냐크에게 백만 프랑의 지참금을 가진 아가씨를 소개해줄 테니, 그 대가로 이십만 프랑을 달라는 것이었다. 보트랭은 지금 같은 하숙집에 있는 빅토린 양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보트랭은 빅토린이 라스티냐크를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빅토린에게는 수백만 프랑을 상속받은 오빠가 있었다. 즉 보트랭은 그 오빠가 죽으면 그 재산이 빅토린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처음에는 엄청난 액수의 지참금에 흥미가 당겼던 라스티냐크는 이내 양심과 도덕에 따라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한다. 보트랭과 헤어져 하숙집으로 들어오는 라스티냐크는 자신의 속마음을 단숨에 알아채버린 그가 섬뜩하다.
라스티냐크는 식구들이 보내준 돈으로 해 입은 옷가지들을 입어보았다. 그때 고리오 영감이 그의 방으로 들어오면서 자신의 둘째딸인 뉘싱겐 부인 얘기를 꺼냈다. 고리오 영감은 단지 딸 소식을 알고 싶다는 생각에, 그리고 그녀들의 행복을 비는 마음에서 라스티냐크에게 모든 비밀을 알려주었다. 이제 라스티냐크는 사교계 진출을 위한 또 한 명의 후원자를 얻은 셈이다.
라스티냐크는 새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며 여러 여인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튈르리 공원을 산책한 후 보세앙 부인의 집으로 향했다. 뜻하지 않게 저녁 식사를 함께한 그는 오페라 극장에도 부인과 함께 간다. 극장에서 그는 고리오 영감의 딸 뉘싱겐 부인을 만나고 또 다시 사랑에 빠져버린다. 보세앙 부인의 정부인 다주다 후작의 소개로 라스티냐크는 뉘싱겐 부인과 인사를 나누고, 서툴지만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내비친다. 벌써 라스티냐크는 보세앙 부인과 함께한 오페라 공연에서 사교계의 몇 가지 기술을 익혔다.
하숙집에 돌아온 라스티냐크는 오늘 자신이 만난 뉘싱겐 부인의 얘기를 고리오 영감에게 소상하게 해주었다. 영감은 너무도 행복하게 그의 얘기를 들었고, 라스티냐크는 딸들의 화려한 모습과는 대조적인 방에서 부성애에 탄복하며 고리오 영감을 즐겁게 해준다. 어느덧 그들 사이에는 마치 친구와 같은 우정이 싹트고 있었다.
다음날 고리오 영감은 라스티냐크에게 뉘싱겐 부인의 편지를 전했다. 그녀는 그를 토요일에 있을 음악회에 초대했고, 라스티냐크는 호기심에 끌려 그녀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하지만 만일 부인이 그를 경멸했다면, 분명 정열에 이끌려서 갔을 것이다. 뉘싱겐 집에서의 식사 후, 그들은 마차를 타고 팔레 르와얄에 있는 도박장으로 간다. 라스티냐크에게서 사랑을 확인한 그녀는 백 프랑을 주면서 도박을 해서 돈을 따든 잃든 마음대로 하라고 말한다. 어리둥절해진 그는 방법도 모르면서 도박장으로 갔고, 운 좋게도 7천 프랑을 땄다. 돌아온 라스티냐크에게 뉘싱겐 부인은 자신의 삶을 고백한다. 남편에서 돈 한푼 못 받고 살고 있으며 결혼 생활 역시 극히 불행하다는 것, 그리고 사교계에서 자신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얼마큼의 돈이 필요하다는 등...... 그녀는 남편과 헤어지고 싶어도 돈 문제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거기에다 그녀에게는 드 마르세라는 정부가 있었으므로 라스티냐크가 도박으로 벌어들인 돈 중 6천 프랑은 그에게 보내고, 나머지 천 프랑을 라스티냐크에게 주었다. 이 사실에 언짢은 기분이 들었지만 라스티냐크는 그녀의 사랑을 확인하고 이를 받아들였다.
집으로 돌아온 라스티냐크는 고리오 영감의 방으로 들어가 딸의 얘기를 전했다. 고리오 영감은 딸의 불행에 슬퍼했고 라스티냐크는 그녀에게서 받은 돈 천 프랑을 영감에게 주었다.
라스티냐크는 점점 더 확고하게 파리 사교계의 한복판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보트랭은 그의 성공을 비아냥거렸다. 라스티냐크는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사치스러운 삶을 살았고, 급기야는 많은 빚을 지기까지 했다. 반복되는 사교계의 일상에서 라스티냐크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뉘싱겐 부인의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며 조금은 회의를 느낀다. 그는 같은 하숙집의 빅토린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보트랭에 제시했던 엄청난 제안에 대해서......
눈치빠른 보트랭은 그의 마음을 읽고 또 다시 그를 유혹하려 한다. 어려운 경제란에 시달리는 라스티냐크에게 보트랭은 기꺼이 돈을 빌려주면서 이전의 제안에 대해서, 그리고 돈을 벌게 되면 펼칠 수 있는 자신의 꿈에 대해서 얘기한다. 결국 라스티냐크는 그에게 돈을 빌리지만 고집스럽게도 그 제안을 뿌리친다. 그는 빌린 돈으로 다시 놀이를 해서 돈을 벌었고 보트랭의 돈을 바로 갚을 수 있었다.
벗겨진 가면
푸아레와 미쇼노는 식물원의 호젓한 길가에서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다름아닌 형사 공뒤로였으는데, 공뒤로는 보케르 하숙집에 사는 보트랭이 툴롱 감옥에 ‘불사신’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탈옥수라고 확신하고 있었고, 그를 잡기 위해서 그들과 얘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트랭은 죄수들에게서 돈을 받고, 투자하고, 보관해왔는데 실제로 그 액수는 엄청난 것이었다. 형사는 보트랭의 죄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었고, 그를 체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고백하면서 도움을 청했다. 형사는 보트랭에게 정신을 잃게 만드는 약을 먹인 후, 그가 졸도해 있는 틈을 타서 어깨에 낙인찍힌 문자가 있는지 확인해줄 것을 요구했다. 물론 그 대가로 2천 프랑의 돈을 제안했다. 그러나 미쇼노는 선뜻 제안에 답하지 않았는데, 만약 보트랭이 진짜 ‘불사신’이라면 그와 흥정하는 편이 더 큰 액수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하숙집에 돌아와보니, 라스티냐크와 빅토린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라스티냐크는 알 수 없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고, 빅토린은 사랑의 행복감에 빠져 있었다. 이때 보트랭이 나타나서는 빅토린의 오빠를 죽일 기회를 잡았다는 말을 라스티냐크에게 전한다. 혼란스러워진 라스티냐크에게 몹시 흥분해서 돌아온 고리오 영감이 나타나서는 그를 이끌고 방으로 들어간다. 고리오 영감은 며칠 동안 자신의 딸과 함께 라스티냐크가 살 집을 구하러 다닐 것이다. 그는 그 집에서 라스티냐크와 자신의 딸이 함께 살고, 자신은 위층에서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라스티냐크에게 딸이 준 라스티냐크 가문의 문장이 금으로 찍힌 시계를 전해주었다. 고리오 영감은 이 모든 것에 몹시 흥분해 있었고, 눈물을 흘리며 라스티냐크에게 자신의 부성애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