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르
장 라신 지음 | -
페드르(Phedre)
장 라신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테제 아테네의 왕으로 ‘괴물퇴치의 영웅’이자 ‘사랑의 정복자로서의 영웅’이다.
페드르 테제의 처이며 전실자식 이폴리트를 사랑하는 고통스런 숙명에 빠진다.
이폴리트 테제와 아마존 여왕 사이의 아들로, 강직하고 사랑에 냉담한 젊은이지만 금지된 사랑에 빠 진다.아리시 아테네 왕가의 피를 이어받은 왕녀로, 테제에게는 숙적의 핏줄. 이폴리트와 사랑에 빠진다.외논 페드르의 유모이자 시녀로 충성심이 대단하다.
정염에 휩싸인 페드르
6개월 이상이나 아버지의 행방을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자 아들 이폴리트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고 아버지 테제를 찾으러 떠날 결심을 한다. 그러나 충실한 교육관 테라멘느는 이폴리트가 이 도시를 떠나려는 이유가 그동안 계모 페드르가 그를 심하게 구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중병에 걸린 듯 시름시름 앓고 있는 계모는 이제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러자 이폴리트는 마음속에 품어왔던 비밀을 테라멘느에게 고백한다.
테라멘느, 나는 떠난다...... 페드르가 내게 보이는 적대감만을 두려워해서가 아니다. 내가 떠나려는 이유는 또 한사람의 적을 피하기 위해서야. 피해가려고 하는 상대는, 바로 아리시 공주...... 아버님은 숙적의 유일한 핏줄이자 혈통이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주의 혼례식 횃불이 영원히 켜지지 않기를 바라고 계시다. 그런데 내가 하늘이 놀라는 불손함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야 한단 말인가? 젊은 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행방이 묘연한 아버지 테제를 찾는다는 이유 때문이지만, 사실상 자신을 박해하는 계모 페드르와 아버지 숙적의 딸인 아리시를 사랑하는 불손한 마음을 덮으려고 트레젠느를 떠나겠다는 것이었다.
한편, 페드르는 3일 밤낮을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스스로 죄스럽고 욕된 정염에 심한 혐오감을 느끼며 죽음만을 기다리다 정신마저 혼미해져간다. 그녀를 보필하는 충성스런 시녀 외논은 어떻게든 그 괴로움의 이유를 알려고 애를 쓴다. 끝까지 자신의 사랑을 감추려 하지만 결국 입을 떼고 마는 페드르.
미칠 듯한 사랑으로, 온 몸이 불타고 있구나...... 네가 그 이름을 듣는다면 굉장히 두려워할 것이야. 사랑하고 있다. 숙명의 이름을 입 밖에 내려 하니 떨린다. 아아! 떨린다. 나는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일부러 자신의 감정을 속이기 위해, 아마존 여왕의 아들이란 이유로 오랫동안 자신이 박해를 가했던 바로 그 왕자, 이폴리트에 대한 불타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를 보자 얼굴이 붉어지고 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나를 잃은 이 마음에 솟아오르는 야릇한 감정. 눈을 뜨고 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입은 말라붙어 소리도 낼 수 없다. 온 몸 전체가 얼어붙는가 하면 또 불덩어리로 타오르고 말지.
이때, 테제의 죽음을 알리는 비보가 전해진다. 이에 외논은 왕이 죽은 이상 그녀의 사랑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님을, 보통의 사랑과 아무 차이가 다를 바 없음을 깨우쳐준다. 또 테제의 죽음이 페드르의 사랑에 희망과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그녀를 안심시킨다. 오히려 이 새로운 불행의 소식은 왕비에게 다른 의무를 명하고 있다는 것, 이제 왕비의 운명은 바뀌었고, 사태는 완전히 급전되고 말았다는 것을 역설한다.
이렇게 외논에게 비밀스러웠던 사랑을 고백하고, 더우기 남편의 사망 소식마저 전해지면서 페드르는 점점 자기억제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꺼져가는 자신의 생명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외논의 충고를 그대로 따르고 싶어졌던 것이다.
금지된 사랑의 고백
한편, 테제의 지배하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자신의 혈통을 이어나갈 수 없는 아리시. 그녀는 가문의 혈육을 다 죽이고 그녀마저 철저히 감시하고 지배하는 테제를 거역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아리시는 테제의 아들 이폴리트를 사랑한다. 절대 시작해서는 안되는 사랑을 하고 있는 아리시는 시녀 이스멘느에게 그 사실을 고백하고 만다.
사랑하고 있어...... 사랑을 모른다고 고집하는 마음속에 그 고통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주는 일, 눈치챘을 때에는 이미 사랑의 포로가 되어 온 몸이 쇠사슬에 묶여서, 내심은 즐거운 함정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쳐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만드는 일. 나의 몸이 바라는 것은 바로 이것, 이것이야말로 나를 흥분시키는 일이란다...... 이폴리트 왕자님이 나를 사랑해주신다면 그런 행복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이때 이폴리트가 부왕의 죽음을 알리고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아리시를 만나러 온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자신이 지금까지 경멸해왔던 사랑의 포로가 되는 것이 그녀로 인해 무너졌음을 고백해버린다.
나는 지금까지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끝까지 거역해왔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솟아오르는 사랑의 정열에 갈 길을 잃은 채 나 자신을 찾아볼 수조차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를 거역하지 않기 위해 반년 이상, 그녀를 향한 사랑을 숨기고 피해다녔음을 말한다. 그리고 자신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런 모습과 그동안 단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쓰지 않았음을 기억해달라고, 잊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덧붙인다.
그때, 페드르는 떠나려는 이폴리트를 잡기 위해 그를 부른다. 멀리서 이폴리트의 모습이 보이자 아무 생각도 못하고 떨고만 있는 페드르를 보고 외논은 그녀의 어린 아들을 지켜줄 사람은 바로 이폴리트뿐임을 상기시킬 것을 귀띔해준다. 그 말 그대로, 페드르는 자신의 어린 아들을 적으로 삼지 말아 달라는 것, 아버지도 잃고 곧 엄마도 잃는다면 그 아이를 지켜줄 사람은 바로 이폴리트 당신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결국에는 이성을 잃고 가식적인 변명 같은 말은 걷어버린 채 사랑의 열정을 내보이고 만다. 그동안 이폴리트의 매력을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기 위해서 스스로 이폴리트에게 증오의 대상이 되려고 했던 자신을, 자신의 헛된 배려를 전부 말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어떤 말을 해도 반응하지 않는 냉담한 이폴리트를 보고는 이내 이성을 찾고 수치심으로 괴로워한다. 사랑을 거부당한 괴로움과 왕비로서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페드리는 이폴리트를 향해 외친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당신에게 지금 한 이 고백, 이 수치스러운 고백을 내가 원해서 한 것이라고 생각해? 배신할 수 없는 아들, 그 애의 목숨이 걱정이 되어 네 적으로 돌리지는 말아 달라고 애원하러 온 나였는데. 자, 복수를 하거라, 벌을 내려라 이 욕된 사랑에. 테제가 죽자마자 그 아내인 내가 감히 이폴리트를 사랑하려 하다니!”
그녀는 이폴리트의 칼을 뽑아 자신의 심장을 찌르라고, 찔러야 한다고 내어주지만 이폴리트는 상상조차 못해본 이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만 한다. 이제 이성을 잃은 페드르는 이폴리트가 자신에게 손대는 것조차도 싫어하는 것으로, 그러므로 자신을 벌하여 죽이는 것 또한 더러운 피를 묻히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칼을 받아들지 않는다고 믿고 더욱 수치스러워한다.
돌아온 테제
이폴리트의 무정하고 냉혹한 눈길이 수치심을 더하게 만들었다고 한탄하던 페드르는 이제 이 모든 일들이 달콤한 말로 다시 한 번 살아보라고 희망을 준 외논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죽으려고 했던 자신을 말리면서 이제는 사랑을 해도 아무 문제 없다고 자신감을 심어준 외논을 원망하는 것이다.
그때 이미 아테네는 국가통치 권한을 페드르의 아들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한다. 그러자 그녀는 곧 왕의 지위를 이용해 다시 한번 이폴리트를 유혹해보려고 애쓴다.
“그를 공격하려면 어딘가 다른 급소를 찾아야 할 거야. 아테네에서 군림하려는 야망, 그것을 숨기려 하지 않았지. 그렇다. 외논, 야심에 불타고 있는 젊은 왕자에게 네가 가다오. 그리고 보라는 듯이 눈앞에서 왕관을 보여주어라. 성스러운 왕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그 사람밖에 없다...... 아무튼 그의 마음을 꺾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쓰는 거야.”
그런데 외논이 그 말을 전하려 이폴리트를 찾고 있을 때, 테제 왕이 돌아온 사실이 알려진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이 살아 있다는 말에, 페드르는 자신의 운명이 고독과 불행으로 그치지 않고, 마지막으로 지킬 수 있는 위엄마저 잃고서 수치를 세상에 드러낸 후 치욕스럽게 죽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불륜을 이미 목격한 왕자 이폴리트가 자신이 어떤 얼굴로 남편 테제를 맞이하는지를 지켜볼 것만 같았다. 테제 왕의 명예를 생각해서 자신의 부정을 덮어줄 수 있을까. 정말로 증오심을 억제하고 아버지에 대한 배신을 묻어줄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본다. 그러나 곧 왕자가 침묵을 지킨다 해도 자신의 부정을 자신이 용서할 수 없음 깨닫는다. 페드르는 다시 이 끔찍한 두려움을 죽음으로써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어린 아들이 남아 있었다. 죽음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었다.
내가 죽고 난 다음에 남는 불명예는 불운한 내 아들에게 얼마나 소름끼치는 유산이 될 것인가! 어린아이에게 참을 수 없는 무거운 짐이 될 것은 뻔한 일이지. 어느 날엔가 진실을 전해들은 아들이 죄 지은 어머니라고 비난할 것을 생각하니 이 몸은 떨리기만 하는구나.
여왕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충성스런 시녀 외논은 이 상황 속에서도 계략을 세운다. 즉, 페드르에게는 침묵할 것을 요구하고, 왕비에게 씌워질 그 죄를 자신이 선수쳐서 모두 이폴리트에게 씌우겠다는 것이다. 죄 없는 사람에게 오명을 씌우는 저주스러운 방법 이외엔, 페드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자처해서 하시려는 겁니까? 누가 감히 왕비의 말씀을 거짓이라 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모든 것을 저에게 맡겨주세요. 왕비님은 침묵을 지키고 계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자 이미 혼란에 빠져버린 페드르는 그저 모든 것을 외논에게 맡겨버리기로 한다.
한편, 다시 돌아온 테제는 기뻐하며 왕비를 안으려고 하는데, 페드르는 그토록 고귀한 기쁨을 자신을 안음으로써 더럽혀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테제의 사랑을 받는 것도, 테제에게 가까이 가는 것도 용서받을 수 없다며 오직 몸을 숨기려고만 한다. 게다가 왕자 이폴리트는 왠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주저주저하면서 왕비가 거처하고 계시는 이 땅으로부터 영원히 모습을 감추는 것을 용서해달라고 말하며 테제를 떠나려고만 하는 게 아닌가. 그동안 지하감옥에 갇혀 있다가 어렵게 빠져나온 테제는 이들에게 환영받기는커녕 서로가 자신에게서 도망치려고 하는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내가 다시 자유를 맛보며, 못내 그리운 사람을 보러 돌아왔건만, 사람들은 오직 떨고만 있고, 내게서 도망치려고만 하는구나. 자, 말해봐라. 페드르 왕비는 내가 모욕당했다고 하는데 누가 날 배신했느냐? 내 아들이 적과 내통이라도 하고 있느냐? 왜 대답을 기피하는 거지?”
결국 테제는 그 의혹을 밝히기 위해 페드르를 직접 찾아간다.
모함당한 이폴리트
그리고 이미 이러한 일을 예상한 외논으로부터 거짓 정보를 들은 테제는 너무도 분노하여 네프튄느의 신에게 이폴리트에게 저주를 내릴 것을 간청한다.
끔찍스런 괴물 같은 놈. 지금까지 용케도 하늘이 내리시는 벼락을 피해다녔구나. 내가 이 땅에서 말살해버린 녀석들의 더러운 잔재란 말인가! 추잡하기 이를 데 없이 사랑에 흥분해 아비의 침실에서까지 광란의 추태를 보이고도, 뻔뻔스럽게 그 가증스런 얼굴로 나타나다니! 나가 없어져라! 없어지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당장 사라져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마라. 내 모든 영토에서, 끔찍스런 네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어야 한다!
사악한 사랑의 죄를 뒤집어 쓴 이폴리트는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듯이 자신은 평소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는 굳은 의지의 소유자이며, 마음의 맑음을 견줄라치면 햇빛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테제에게 억울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테제는 그것조차도 이미 페드르에게 음란의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다른 여자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것이라고 오해한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아폴리트는 결국, 아버지를 위해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았던 말을 꺼내고 만다. 바로 자신의 진정한 사랑은 아버님이 금하고 계신 아리시라는 것을. 그러나 이미 분노로 이성을 잃은 테제의 귀에는 그것조차도 무죄를 주장하기 위한 수단에서 나온 거짓말이라고 믿는다. 무슨 말이든 위선이고 책략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언제나 악한 것들은 거짓 맹세를 곧잘 하지. 자, 이제 집어치워라, 더 이상 장황하게 늘어놓는 설명 따위는 듣고 싶지 않다. 너의 위선이 달리 기댈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면.
한편 테제에게서 이폴리트가 아리시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페드르의 고통은 더욱 커진다. 아리시가 왕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말에 솟아오르는 질투심을 억누를 수가 없다. 그리고 이제까지 자신이 겪었던 아픔이나 두려움, 격한 마음의 동요, 가슴이 타는 듯한 사랑의 불꽃, 고백에 대한 후회, 그리고 냉혹하게 거부당한 그 참기 어려운 굴욕까지, 그 모두가 자신이 지금 맛보고 있는 이 고통스러움에 비하면 한낱 작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고 비참해진다. 질투심은 그녀를 다시 혼란 속에 밀어넣어, 순간적으로 착란 증세를 일으킨다.
아마 그 연인들은 죽어도 이별은 않겠다고 백번 천번 맹세하고 있겠지. 그럴 수는 없다. 화가 난다. 나를 모욕하는 행복은 허락할 수 없어. 외논, 질투에 불타는 여자의 마음을 이해해다오. 아리시는 살려둘 수 없다. 남편의 분노를 다시 한번 불러일으켜 가증스러운 혈통을 이어받은 여자를 없애버려야겠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불경스러운 사랑에 대한 죄의식으로 절규한다. 혈통에 대한 긍지를 상실한 치욕, 그리고 그 치욕이 야기한 모함에 스스로를 수치스러워하며 온통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내 이성은 어디를 방황하고 있는 건가? 내가 질투를? 남편이 살아 있는데, 아직도 사랑에 불타고 있다니! 내 죄는 이미 극한까지 와버렸구나.
해서는 안될 사랑과 기만이라는 죄를 동시에 범하는 페드르. 그녀는 자신의 선조인 태양신이 이런 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켜보고 있음에 스스로 몸서리친다. 이제 걷잡을 수 없는 공포에 휩싸인 페드르를 위해 외논이 다시 말한다.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이길 수 없는 것이며, 또 그 무력함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그 숙명에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위로한다. 그러나 이제 페드르는 외논의 말을 듣지 않는다.
”더러운 그 입은, 그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그 목숨에 흙탕물을 칠했다. 너의 말이라면 더 이상 듣지 않겠다. 나가거라! 마녀 같은 여자! 정의를 사랑하는 신들이여! 저 여자에게 합당한 벌을 내려주시기를! 네가 받는 천벌이 이 세상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될 것이다!“ 결국, 자기 운명의 끝을 아는 외논은 죽을 결심을 한다.
최후의 페드르
이폴리트는 자신이 불운 속에서나마 자유의 몸이 된 것도 하늘이 정해주신 것이라며 아리시를 위로한다. 이폴리트와 아르시는 함께 이 땅을 떠나 트레젠느에서 멀지 않은 묘지의 신전 앞에서 서로의 사랑을 맹세할 것을 약속한다.
신전에 모시고 있는 신을 증인으로 삼고, 존귀하신 신들의 이름에 걸고 나는 맹세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신들이 내 사랑의 증인이 되어 성스러운 맹세의 진실을 영원히 약속해주실 것입니다.
이폴리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자신에게 인도해줄 수 있는 충실한 신하를 아리시에게 남겨두고 먼저 떠난다. 아리시는 테제에게 이폴리트의 마음을 제대로 봐달라고 애원하는 한편, 왕의 분별없음을 책망하기도 한다.
폐하께서는 그분의 마음을 그렇게도 모르고 계신다는 겁니까? 죄 있는 자와 깨끗한 자를 그토록 구별할 수 없다는 겁니까? 오직 폐하의 눈에만 욕된 구름이 끼어, 그 누구의 눈에도 선명하게 빛나고 있는 그분의 미덕을 식별할 수 없는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