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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2만리

쥘 베른 지음 | -
해저 2만리(Vingt mille lieues sous les mers)

쥘 베른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아로낙스 박사: 프랑스의 해양 물리학자. 미국의 요청으로 바다괴물 탐사에 나섰다가 노틸러스호의 포로가 돼, 노틸러스호와 함께 해저 밑을 여행한다.

네모 함장: 노틸러스호의 함장. 국적도 경력도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인물. 냉철해 보이지만 휴머니티가 있는 사람이다.

콩세유: 아로낙스 박사의 조수. 침착하여 당황하는 일이 없다. 박사와 함께 해저를 여행한다.

네드랜드: 캐나다 출신의 고래잡이. 화를 잘 내고 고집이 세다. 역시 해저를 함께 여행한다.



바다의 괴물, 그리고 그것을 쫓는 사람들

1867년 4월 중순 어느날. 프랑스의 저명한 해양물리학자인 아로낙스 박사에게 두 명의 손님이 찾아왔다. US통신의 ‘아더 브라운’이라는 기자와 큐나드 기선회사의 뉴욕 지사장이라는 ‘에드워드 헨리’. 큐나드 기선회사라면 바로 얼마 전 원인 모를 충돌로 인해 태평양으로 침몰할 뻔했던 여객선 ‘스코티아호’의 모(母)회사이기도 했다. 스코티아호의 사고 이야기로 말문을 연 그들은 최근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정체 불명의 바다괴물에 대한 박사의 의견을 물어왔다. “괴물일까요? 아니면 잠수함 같은 큰 기계일까요?”

그들이 이야기해준 스코티아호의 피해상황을 토대로, 박사는 잠수함이기보다는 거대한 바다생물의 돌연변이일 가능성과 그렇다면 아마도 외뿔고래 종류가 아닐까 하는 견해를 얘기해줬다. 이러한 박사의 견해는 곧 세상에 알려졌는데, 지금까지 잠수함이나 큰 산호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까지 이 사건의 범인이 괴물이라고 믿게 됐다. 덕분에 박사는 단숨에 세상의 이목을 한몸에 받는 존재로 떠올랐다.

그리고 나서 6월 6일. 조수 콩세유가 한 통의 편지를 가지고 들어왔다. “박사님, 방금 미국 해군성에서 편지가 왔습니다.” 부적절한 대처로 여론의 비난을 받던 미국 정부는 대규모 탐험대를 구성, 파견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외국학자인 아로낙스 박사에게 이 탐험대의 특별학술고문을 제의했고 박사는 이를 승낙, 조수인 콩세유를 데리고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탐험대가 탈 배는 최신식 순양함 ‘링컨호’였다.

뉴욕의 브루클린항을 떠난 링컨호는 항해를 시작해 대서양을 지나 문제의 그 괴물이 나타났다는 태평양으로 향했다. 이것으로 박사의 바다에서의 생활도 시작됐다. 모두들 큰 기대와 의욕을 가지고 항해를 시작한 지 3개월. 링컨호의 선장 패러것 함장과 괴물사냥을 위해 특별히 고용된 고래사냥꾼 네드랜드 그리고 수많은 수병들과 아로낙스 박사, 모두가 노력했건만 괴물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은 결국 귀항을 결정했다. 이때가 11월 2일.

귀항을 하루 앞둔 11월 4일 저녁. 고래잡이 네드랜드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저기를 보시오! 저기, 기다리고 기다리던 괴물이 나타났소! 저, 저쪽을 좀 보시오!” 달이 구름에 가려 캄캄한 망망대해. 링컨호의 오른쪽 400미터쯤에서 수면 위로 큰 빛의 원을 그리는 무언가가, 마치 타오르는 불 같은 빛을 발하면서, 몸 길이가 80미터는 족히 넘을 것 같은, 폭풍우처럼 하얀 물보라를 뿜으며 링컨호를 향해 맹렬한 속도로 다가오는 거대한 물체가 보였다. 괴물의 출현이었다. 사람들이 반가움보다는 크기와 속도에 놀라 죽음의 공포를 느낄 정도로, 괴물은 링컨호를 향해 무시무시하게 다가왔다. 결전의 순간. 함장은 괴물과의 한판승부를 명령하고, 숨가쁜 추격전 속에서 링컨호의 포격은 번번이 괴물을 빗나갔다. 다음날, 계속된 추격에서 링컨호는 마침내 괴물 앞 7미터까지 접근했다. 고래잡이 네드랜드의 창살이 괴물을 향해 날아가는 순간, 40미터나 될 듯한 엄청난 물줄기와 함께 링컨호는 괴물과 충돌하고 말았다.



정체 불명의 잠수함 노틸러스호

“사람 살려!” 괴물과의 충돌로 링컨호는 침몰하고 충격으로 바다에 떨어진 아로낙스 박사는 조수 콩세유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난다. 그렇다고 바다에서 구조된 것은 아니었다. 가망 없는 링컨호를 포기하고 둘이서 표류하기를 얼마나 했을까? 이들은 문득 어떤 발판에 올라서게 되었다. 박사는 네드랜드의 설명으로 그 발판이 철판이라는 점, 그리고 그 철판은 다름아닌 그들이 쫓던 괴물의 등이라는 점, 그 괴물이 바로 잠수함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박사는 순간 괴물이 외뿔고래가 아니라는 점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우쭐했던 자기 자신에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이 잠수함이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망망대해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잠수함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문 열어! 문 열어!”

이윽고 잠수함의 문이 열리고 박사와 콩세유, 네드랜드는 복면을 한 사나이들에 잡혀 잠수함 안으로 끌려갔다.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사나이들은 대체 어떤 자들인가?’ 머리가 복잡한 박사에게 한 사나이가 나타났다. 너무나 당당한 생김새와 태도. 첫눈에 이 잠수함의 함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40세 안팎, 혹은 50세 가까운 듯한, 큰 키에 짙은 눈썹, 굳게 다문 입과 마치 한눈에 수평선을 볼 법한 두 눈을 가진 사나이. 그 사나이가 박사를 훑어보며 또 한사람의 사내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박사는 그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어느 나라 말인지 알 수 없는 말들...... 박사는 용기를 내 프랑스어로 인사를 해보았지만 두 명의 사나이는 그저 바라만 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영어와 독일어, 심지어 라틴어까지 동원해 말을 걸어보았으나 모두 헛수고였다. 그들을 작은 방으로 안내한 사나이는 옷과 음식을 갖다주었다. 무슨 재료인지 무슨 음식인지도 모르면서 그들은 정신없이 먹어치우고는 금세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잠들어 있었을까? 피로가 완전히 풀릴 정도의 깊은 잠에서 깨어났지만 주위는 변한 것이 없었다. 아무리 소리를 쳐도 반응이 없었다. 참을성이 부족한 네드랜드가 고함을 지르며 벽을 걷어차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몇 시간이 지난 뒤 급사 한 명이 식사를 가져왔을 때, 급기야 화가 난 네드랜드가 그 급사의 목을 조르고 말았다. “네드, 자네 왜 이래? 손을 놓아!” 그때였다. 프랑스어였다. 분명 또렷한 프랑스어였다. “여러분, 조용히 하시오! 왜 소란을 피우는 거요!” 뜻밖에 들려오는 말소리는. 함장이었다. 함장은 뜻밖에도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라틴어 모두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조금도 더듬지 않고, 또렷하게 말을 이어갔다. “내가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한 것에 대해 화가 난 모양인데,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소. 당신들의 사정은 알았지만 세상과 인연을 끊고 있는 우리로서는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 난감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들은 우리들에게 예고 없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를 방해하러 온 것이지요.” “그것은 뜻밖의 일입니다.” “링컨호가 대포로 공격한 것이 뜻밖의 일인가요? 네드랜드가 고래창을 던진 것이 뜻밖의 일입니까?” “하지만 그것은.” “변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당신들은 우리를 공격했으니, 우리의 적입니다. 나는 얼마 전까지 당신들을 바다 위에 버려두고 갈 수도 있었고, 그것은 내 권리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야만인의 권리지 문명인의 권리는 아닐 겁니다.” “박사! 당신들이 말하는 ‘육지 사회의 법률’로 나를 판단하지 마시오! 나로선 그것을 따를 의무가 없소!”

이렇게 말하는 함장의 눈에는 분노와 경멸하는 빛이 어렸다. “실로 당신들을 내버려둘 수 있었소. 하지만 나에게도 ‘인간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당신들을 구한 것입니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길 ‘네모’라고 했다. 네모. 라틴어로 아무도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또한 이 잠수함을 ‘노틸러스호’라고 했다. 그것은 매끈한 껍질을 가진 앵무조개의 이름이었다. 마지막으로 함장은 그들에게 험악한 눈초리로 강하게 말했다. “다시는 육지로 돌아갈 수 없소. 하지만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저 세상과 인연을 끊는다는 게 생각처럼 그리 괴로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리하여 아로낙스 박사와 콩세유, 그리고 네드랜드의 바닷속 생활이 시작됐다.

“바다에는 전제군주라는 것이 없지요. 지구 표면에서는 서로 중상에 투쟁을 일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지배나 권력도 이 바다 밑까지는 미치지 못합니다. 이곳에는 ‘자주, 독립, 평화와 자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지요.” 함장은 박사를 따로 불러 노틸러스호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길이 약 70미터, 폭 8미터, 여송연 같은 원통형에 최고 속력 50노트, 바닷물의 염화나트륨을 이용한 전력으로 동력을 공급하는, 가히 상상 속에서나 만나볼 법한 최첨단의 잠수함이었다. 또한 과학, 종교, 정치, 문학 등의 1만 2천 권이 넘는 책으로 가득 찬 도서실과, 부드럽고 투명한 조명에 30여 장의 그림이 걸려 있고 대리석과 청동의 아름다운 조각들이 늘어선 박물관. 내부 시설도 육지의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최고급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유리로 한쪽 벽면이 이루어져 있어 방안에 불이 꺼지면, 그 유리벽을 통해 바닷속이 훤히 환상처럼 펼쳐지는 커다란 방이 아로낙스 박사를 사로잡았다. 그때부터 박사는 그곳에서의 모든 일들을 일기로 쓰기 시작했다. '대엽초' 라고 하는 해초로 만든 종이 위에 모든 것을 기록하고 남겨두었다.

어느날, 박사는 자신의 방 탁자 위에 놓여 있는 편지 한 장을 보았다. ‘갑작스럽지만 기분전환 삼아 내일 아침 태평양의 크레스포라는 작은 섬으로 사냥을 갔으면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박사가 생각했던 그러한 사냥은 아니었다. 함장이 고안한 특수한 잠수복과 9시간이나 견디는 배낭처럼 생긴 공기 상자를 등에 진 채, 전기탄을 쓰는 공기총을 손에 들고 섬 근처의 바닷속에서 이루어지는 ‘수중 사냥’이었다. 박사는 처음 보는 바닷속 숲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괴상하게 생긴 나무들과 끝없는 산호초, 이름 모를 해초들이 이루어내는 아름다운 꽃밭...... 밟기조차 안타까울 정도였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이곳은 함장이 가본 많은 바닷속 숲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다.

크레스포섬에서의 사냥을 마치고 노틸러스호는 다시 항해를 시작했다. 그러나, 해안을 따라 항해하던 중 암초에 걸려 잠수함이 기운 채 움직이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함장은 이틀 후 밀물이 되면 다시 배가 뜰 수 있을 거라고 말했고, 육지가 그리웠던 박사와 일행들은 그것을 핑계로 이틀간의 섬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링컨호를 타고 뉴욕을 떠난 지 7개월 만에 밟아보는 육지 파푸아섬이었다.

“상륙이다!” 벅차오르는 가슴을 안고 박사와 콩세유, 네드랜드는 섬에 상륙했다. 이들은 놀이터의 어린아이처럼 한동안 육지 위를 한없이 뛰어다녔다. 네드랜드가 야자나무를 발견하고 큰 열매 몇 개를 따왔다. 오랜만에 맛본 지상의 음식은 최고였다. 열매를 다 먹은 네드랜드는 이번에는 빵나무 열매를 따와서 그것을 구워 박사와 콩세유에게 주었다. “박사님, 이것이 유명한 빵나무입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둘 다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으나 역시 맛이 좋았다. 박사 일행은 이렇게 육지에서의 휴식을 즐기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야자열매, 빵나무열매, 야생콩, 돼지감자 등을 한아름 안고 노틸러스호로 돌아왔다. 다음날 또 올 테지만 육지 물건을 품에 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튿날 박사 일행은 더 일찍 다시 섬에 올랐다.

“오늘은 섬을 한 번 돌아봅시다.” 모험심이 많은 네드랜드의 제안으로 일단 섬을 둘러보기로 하고, 육지 고기를 먹자며 네드랜드가 사냥에 나섰다. 콩세유도 함께 가세하여 박사일행은 극락새며, 산돼지, 캥거루 등을 잡아 배불리 즐겼다. “여보게 네드, 아직도 모자라는가?” “네발짐승 고기가 먹고 싶었습니다.” “오늘밤 이대로 섬에서 돌아가지 않으면 잠수함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언제까지나 돌아가지 않을 수만 있다면.”



육지 속의 바다 지중해로

다시 항해가 시작되고 며칠 후, 네모 함장이 박사를 찾아왔다. “박사님, 드디어 약속을 지켜주셔야 할 때가 왔습니다.” “그래요? 할 수 없지요. 하지만, 한 가지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안됩니다.” ‘약속’이란 박사 일행이 처음 이 잠수함에 승선했을 때의 약속, 즉 만약에 부탁이 있으면 며칠이고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어줘야 한다는 약속이었다. 그리고 곧, 함장이 준비해준 식사를 마치고 자신들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처음 왔을 때처럼...... 박사는 쏟아지는 졸음 속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수면제를 넣었구나!’

정신을 차렸을 때 박사는 함장의 무척 피로하고 슬픔에 잠긴 어두운 얼굴과 마주하게 됐다. 그는 박사에게 승무원 중의 한 사람이 심하게 다쳤으니 치료를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아로낙스 박사는 생각지도 않은 질문에 깜짝 놀라 함장을 바라보았다. “사실, 전에는 의사였습니다. 외과의사였지요.” 이 말에 함장의 얼굴은 다소 밝아지는 듯했다. 그러나, 박사가 만나본 그 환자는 너무나 심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두개골은 깨져서 머리의 골이 드러났으며, 핏덩어리가 상처언저리에 늘어붙어 호흡도 맥박도 불규칙한 회생 불능의 환자였다. 박사는 조심스레 말했다. “아마 앞으로 두 시간을 더 살지 못할 겁니다.” 순간 함장의 눈에는 눈물이 스쳐갔다.

밤이 깊어졌을 때 박사일행은 배 안에 울려퍼지는 찬미가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날 갑판에서 만난 함장은 박사에게 다시 바닷속 여행을 가보지 않겠냐고 물었고 박사는 일행도 함께 가기를 허락받아 같이 갔다. 박사일행과 함장, 그리고 12명의 승무원이 잠수복을 입고 찾아간 그곳은 산호로 둘러싸인 바닷속의 묘지였다. 사람이 만든 무덤들과 그 위에 꽂혀진 붉은색 산호 십자가들...... 함장은 간밤에 죽은 승무원을 그곳에 묻어주고 꿇어앉아 기도했다. 박사일행도 함께 기도하였다. 이렇게 바닷속 장례식은 2시간 동안 엄숙히 진행되었다. 승무원을 묻고 돌아온 함장은 말했다. “그곳은 우리들의 마지막 장소입니다. 상어의 눈에도 인간의 눈에도 띄지 않는!”

며칠 후, 노틸러스호는 진주채집으로 유명한 실론섬(지금의 스리랑카)에 도착했다. 상어가 많다는 함장의 말에 겁도 났지만 박사일행은 다시금 함장을 따라 실론섬 바다 밑으로 잠수복을 입고 나갔다. 함장은 바닷속 동굴 안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얼마를 걸어가자 그들 눈앞에 나타난 것은 화강암에 찰싹 달라붙은, 지름이 2미터가 넘는 큰 세숫대야 같이 생긴 커다란 조개였다. 함장이 단도로 그 입을 벌리자 그 안에 야자 열매만한 진주가 들어 있었다. 함장은 이곳의 진주가 해마다 조금씩 커져가는 것을 즐거워하고 있었다. 거대한 진주조개를 뒤로하고 함장과 박사 일행은 노틸러스 호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였다. 그때였다. 함장이 갑자기 몸을 낮추며 앞을 가리켰다.

‘상어다!’ 박사는 생각했지만, 그것은 상어가 아니었다. 함장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한 사람이 통나무배를 타고 와 진주를 채집하고 있었다. 인간의 눈에 띄기를 꺼려하는 네모 함장은 그 진주잡이가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그러기를 30분쯤 지났을 무렵. 함장이 갑자기 그 진주잡이를 향해 몸을 날렸다. ‘상어다!’ 이번에는 진짜로 상어였다. 거대한 식인상어가 그 진주잡이를 공격했던 것이다. 그러나, 상어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함장이 단도로 공격했지만 네드랜드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함장마저도 목숨을 잃을 뻔했다. 상어를 퇴치한 후 함장은 그 진주잡이를 육지로 돌려보내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진주를 한움큼 쥐어 보내주었다. 함장은 그렇게도 미워하는 육지사람에게 아직 헌신적인 사랑을 품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튿날 노틸러스호는 이집트를 지나 지중해로 나가고 있었다. 그 즈음 고래잡이 네드랜드는 심한 향수병을 앓고 있었는데 급기야 박사를 찾아와 탈출계획을 이야기하고 박사도 동참하기를 원했다. 링컨호를 타고 바다로 나온 지 7개월이나 지난 후였기에 사실 박사 또한 육지가 그리웠다. 또한, 언제까지나 계속될지 모를 이 항해가 조금은 두렵기까지 했다. 그러나, 조금씩 채워져가고 있는 박사의 과학적 호기심이 더욱 강하게 그를 잡아끌었다. 박사는 네드랜드를 달랬다. 좋은 기회가 생길 때를 기다려보자며 후일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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