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리 부인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 -
보바리 부인(Madame Bovary)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샤를르 보바리: 어려서부터 엄마의 치마폭에 자라 남자다움은 없으나 아내 엠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시골 의사.
엠마 보바리: 소설의 주인공으로 언제나 낭만적이고 정열적인 사랑의 환상만 추구한다.
루오: 베르토의 농장을 경영하는 엠마의 아버지.
레옹: 용빌의 공증인 기요멩의 사무실 서기로, 소심하고 내성적인 인물이다. 엠마를 사랑하지만 이루지 못하고, 후에 루앙에서 우연히 만나 재회하게 된다.
로돌프: 돈 있고 바람기 있는 독신 남자로서, 엠마를 꼬셔서 관능적 사랑을 한다.
결혼, 무너진 환상
어떤 학급에 우스꽝스러워보이는 학생이 한 명 새로 들어왔다. 차림새와 외모뿐만 아니라 하는 행동까지 기묘해서 학생들의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그의 이름은 샤를르 보바리였다. 그의 아버지는 ‘사내란 배짱만 두둑하면 세상에 나가서 항상 성공할 수 있는 법’이라고 생각하고 샤를르를 사내답게, 스파르타식으로 키우려고 했다. 한편, 어머니는 아들이 높은 지위에 오르기를 꿈꾸면서 샤를르의 교육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래서 처음엔 신부에게 샤를르를 맡겼다가, 공부하는 시간이 너무 짧고 아이에게 별 도움도 되지 않아서 결국에는 루앙 중학교 2학년에 샤를르를 편입시켰다.
그가 학교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자, 어머니는 그가 대학자격시험까지 혼자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고, 이번에는 의학 공부를 시키기 위해 중학교를 그만두게 했다. 그는 위생학, 생물학, 해부학, 병리학, 생리학, 임상학 등등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공부했지만, 결국 의사면허시험에 합격했다. 그 사이사이에 술집이나 도박장에도 다니고 여자들과 지내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샤를르는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토트에 개업할 곳을 알아보더니, 개업을 위해 돈 많은 늙은 과부를 아내로 정해주었다. 그렇게 시작한 결혼생활이 순탄할 리 없었다. 샤를르의 아내는 항상 남편의 행동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참견했고, 여자 문제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의심했다. 뿐만 아니라, 늘 외롭다면서 좀더 사랑해달라고 애원하기 일쑤였다.
베르토 농장주인인 루오 영감의 다리 골절상을 치료하기 위해 그곳을 방문한 샤를르는 영감의 딸 엠마를 처음 만난다. 엠마는 수도원에서 교육받은 다재다능하고 아리따운 처녀였다. 이러한 엠마에게 반해버린 샤를르는 그후 별다른 이유없이 베르토 농장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루오 영감의 다리가 다 치료되었는데도 걸핏하면 베르토를 자주 방문하는 남편을 아내가 가만둘 리 없었다. 그녀는 빈정거리고 화를 내고 울기도 하다가 드디어는 샤를르로 하여금 다시는 베르토를 방문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아냈다.
그 무렵 아내의 재산에 대해 의심할 만한 일들이 터지는 바람에, 샤를르의 부모는 진상파악을 위해 찾아와서는 그녀를 된통 몰아세웠다. 그후 일주일이 지나서, 그녀는 그 일이 충격이 되었는지 갑자기 피를 토하고 죽었다. 루오 영감은 샤를르를 위로하기 위해 그를 농장에 초대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샤를르는 다시 베르토에 드나들게 되었다. 혼자 사는 데 익숙해짐에 따라 그는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고, 더구나 엠마와도 친해질 수 있어 막연한 행복까지 느낀다. 그는 엠마와의 결혼을 생각했고, 루오 영감 역시 이를 예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그들은 결혼한다. 결혼식은 며칠간이나 계속되었다.
결혼식 후 토트에 있는 집에 돌아오자, 엠마는 며칠 동안 집안을 어떻게 꾸밀지 궁리하느라 바빴다. 샤를르는 샤를르 대로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그녀가 끊임없이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출근할 때면, 엠마는 창가에 서서 그를 향해 꽃이나 나뭇잎을 뜯어 불어보내고 샤를르는 키스로 답하곤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엠마는 자신이 기대했던 정열이나 행복 따위가 지금의 고요한 생활 속에서는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수도원 시절에 읽은 낭만적이고 정열적인 사랑 이야기는 그녀의 감성적인 기질과 맞닿아서 그녀로 하여금 몽상에 빠지게 만들고, 그렇지 못한 것에는 금방 싫증을 느끼게 했던 것이다. 그녀가 생각하는 남자는 모르는 것이 없고, 여러 가지 재주에 능하고, 정열의 위력, 세련된 생활, 온갖 신비들로 인도해주는 능력을 가져야 했다. 그러나 남편 샤를르는 이런 것들과는 무관한, 정말 너무나도 밋밋한 사람의 전형이었다. 어느새 그녀는 실망과 더불어 원망까지 품게 되었다. 반면, 그림과 피아노, 살림,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엠마의 솜씨 덕분에 샤를르의 명성은 더 높아져갔기에 샤를르는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9월 말경, 그녀의 생활에 엄청난 일이 생겼다. 보비에사르에 있는 당데르빌리에 후작댁에서 초대를 받은 것이다. 그 위엄어린 모습에서부터, 그곳의 장식물들,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매무새, 황홀한 무도회...... 엠마의 눈길은 무의식중에 이런 화려하고 특별해보이는 것들을 좇았다. 그녀는 그 환영을 더 연장하려는 듯, 그날 밤을 그냥 뜬눈으로 지새웠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날. 엠마에게는 그 하루가 너무나 길기만 했다. 뿐만 아니라 수요일만 되면 ‘일주일 전만 해도... 이주일 전만 해도... 삼 주일 전만 해도, 그때 나는 거기에 있었는데!’하면서 그 무도회를 추억하는 것만이 엠마의 일거리가 되어버렸다.
엠마는 공상 속에 묻혀 있는 시간이 더 잦아졌고, 파리 지도나 부인용 신문, 소설 등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녀는 책 속의 인물과 무도회에서 함께 춤췄던 자작을 결부시켜 생각하고, 공작부인들의 생활을 그려보기도 하였다. 그녀가 있는 곳은 마치 이 세계 속에서의 예외지역 같았고, 저 너머에는 행복과 정열의 나라가 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녀는 매일 매일 어떤 돌발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렸으나 늘 그곳의 생활은 고요하기만 하였다. 다시 9월이 다가오면서 그 무도회가 또 열리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초대의 편지나 방문은 없었다.
결국 그녀는 신경성 질환이라는 병을 얻었다. 얼굴이 창백해졌다가 심장 고동이 가빠지고, 한동안 열에 들뜬 것처럼 떠들어대다가 허탈한 상태에 빠져 움직이지도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토트를 불평했기 때문에 샤를르는 용빌 라베이라는 마을로 옮겨가기로 결정한다. 토트에서 명성과 신뢰를 쌓은 그로서는 쉬운 결정은 아니었으나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는 결심이 필요했다. 그때 엠마, 보바리 부인은 임신 중이었다.
사랑의 느낌
보바리 부부는 용빌의 금사자 여관이라는 곳에서 첫 저녁식사를 한다. 그곳은 과부 르프랑스와 부인이 경영하는 곳으로, 단골인 약제사 오메와 공증인 사무실에서 서기 일을 보고 있는 레옹이 그 날 저녁 식사에 합석했다. 식사 중 나눈 대화 속에서 레옹과 엠마는 서로가 너무나도 말이 잘 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샤를르와 오메가 의료 행위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레옹과 엠마는 자연과 음악과 책에 대해 생각하는 모든 것들에 공감하면서 얘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새 두 사람은 바싹 붙어 앉아 있었다.
여관에서 오십 보 남짓한 곳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엠마는 장소가 바뀐 만큼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용빌에서의 첫날밤을 맞는다. 그녀는 아들을 낳고 싶었다. 남자로 태어나면 적어도 온갖 정염의 세계, 온갖 나라를 두루 경험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딸을 낳았고, 무도회에서의 어느 여자이름을 기억해 이름을 베르토라고 지었다.
어느날 엠마는 아이가 보고 싶어서 유모 룰레의 집으로 찾아가는 길에 레옹을 만난다. 그들은 평범한 인삿말을 건네려고 노력하는 와중에도 똑같은 번민이 서로를 사로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레옹에게 그녀는 용빌의 따분한 인간 군상 속에서 특별한 그 무엇이었다. 레옹은 하루에 두 번씩 금사자를 찾아갔고, 그때마다 엠마는 그의 발소리와 그림자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가끔 오메와 레옹은 함께 보바리 부부의 집에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특히 오메는 이 의사를 자기편에 두는 것이 후에 약사 면허가 없는 자신에게 이로울 것 같아서 더욱 샤를르에게 친근하게 접근했다. 식사 후에 오메와 샤를르는 도미노 게임을 하다가 잠들었고, 그들이 잠든 옆에서 레옹은 스릴을 느끼며 엠마에게 시를 낭송해주기도 하고 소곤소곤 이야기도 주고받았다. 이런 식으로 두 사람 사이에는 책이나 사랑 노래로 인한 일종의 결속이 성립되었다.
이제, 레옹은 어떤 방법으로든 속마음을 고백하고 싶어졌다. 소심함과 부끄러움 사이에서 주저하면서 편지도 몇 번씩 썼다 찢었고, 대담하게 마음 먹었다가도 엠마 앞에만 가면 그 결심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엠마 역시 레옹을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왜 그와 맺어질 수 없는지를 탄식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자신의 사랑을 의식하면 할수록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그것을 약화시켜 보려고 속마음을 억누르고, 더 정숙한 체하려고 가사일과 남편, 아이에게 더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레옹이 그것을 눈치채주기를 바랐다. 그러다가도 이런 위선을 다 집어치우고, 레옹과 함께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레옹은 남편과 아이를 너무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엠마의 모습에 스스로를 원망하고, 또 보답 없는 사랑에 지쳐가고 있었다. 결국 그는 파리로 가서 법률 공부를 마치기로 결심했다. 그는 엠마와 기약 없는 작별인사를 하고 마차에 올랐다.
레옹이 떠나고 나자, 엠마는 자신의 행복이었던 그를 왜 잡지 않았는지를 후회하고 레옹을 사랑하지 못한 자신을 저주했으며 그의 입술을 갈망했다. 달려가 그를 붙잡고 ‘저는 당신의 것이에요!’라고 말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의 욕망은 이렇게 계속 끓어올랐지만, 그녀의 정열은 구원받을 수 없었다. 결국, 토트에서와 같은 몹쓸 나날이 또 시작되었다. 변덕을 부리기 십상이었고 발작이나 기절, 심지어는 각혈까지 하였다. 그러면서도 치료도 받지 않았다.
좀 차도를 보일 무렵, 연금이 어마어마한 로돌프 블랑제라는 독신 남자가 샤를르의 집을 방문했다. 몸이 안 좋아서 피를 뽑으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그는 엠마에게 반해버렸다. 거친 기질에 머리 좋은 그는 여자 관계가 복잡해서 그 방면에는 훤했다. 그래서 엠마가 남편에게 따분해하고 있는 것도, 사랑에 목말라 하는 것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는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을 생각하면서 그녀를 가질 방법을 궁리했다. 그리고 곧 열릴 농사 공진회를 그 기회의 날로 잡았다.
사랑의 배반
농사 박람회가 열렸다. 주민들은 모두 구경나오고, 면사무소 정면은 담쟁이덩굴로 장식되었으며, 목초지 한 곳에는 연회 때 사용될 천막이 쳐 있었다. 성당 앞 광장의 중앙에는 지사의 도착과 표창받는 농부의 이름을 알릴 때 사용할 구식 대포도 준비돼 있었다. 이 축제를 위해 모인 많은 군중이나 그 분위기를 뒤로 한 채, 로돌프는 면사무소 2층의 비어 있는 사무실로 엠마를 유도한다. 그들은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축제를 구경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식이 시작되어 지사 대신 나온 참사관이 농업의 효용성에 대해 부르짖고 농업인들에게 상을 주고 있을 때도 그들은 그들만의 이야기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시골 생활의 무미건조함이나 그로 인한 숨막힐 것 같은 생활, 거기서 상실되어가고 있는 꿈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행복에 대해, 의무나 도덕의 진절머리남에 대해, 정열에 대해, 그리고 우연과 운명에 대해 로돌프는 흥분하며 말한다. 그러다가 덥석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들의 만남이 운명임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6주 동안 로돌프는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자신이 보고 싶어 초조해지면 엠마의 사랑이 더 간절해질 것이라는 계산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 뒤에 나타나, 줄곧 그녀만을 생각했으며 매일밤 여기에 찾아와 어둠 속 유리창 너머로 불빛만 바라보며 그녀를 그리워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계속되는 로돌프의 달콤한 구애에 엠마의 자존심은 맥없이 늘어져버렸다. 때마침 들어오는 샤를르에게 로돌프는 부인의 건강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면서 건강엔 승마가 제일이라고 권한다. 아내를 사랑하고 그녀의 건강을 늘 염려하던 샤를르는 흔쾌히 허락하면서 그녀에게 승마복을 새로 마련해주었다.
다음 날 정오, 로돌프는 엠마와 말을 타고 나갈 수 있었다. 숲 기슭을 따라 계속 가다가 로돌프는 말에서 내려 그녀를 데리고 어디론가 계속 걸어 들어간다. 엠마의 경계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로돌프는 계속 구애를 펼친다. 그러다가 결국 엠마는 로돌프의 어깨에 쓰러지듯 기대어 자신의 몸을 내맡겼다. 돌아오는 길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지만, 이 일은 엠마에게는 산을 하나 옮겨놓은 것 같은 큰 사건이었다. 로돌프는 헤어지는 순간까지 잊지 않고 그녀의 손에 계속 키스했다. 그녀는 체념했던 열병과도 같은 행복이 다시 찾아옴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가 선망했던 책 속의 여주인공 같은 사랑에 빠진 것처럼 여겼다. 그녀의 몽상이 현실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뉘우침도 불안도 고민도 없이 그 사랑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날부터 그들은 서로 수많은 맹세를 주고받고, 매일밤 편지도 주고받았다. 어느날 아침, 샤를르가 날이 새기도 전에 외출하자 그녀는 로돌프를 당장 만나고 싶은 충동에 그를 찾아가 그의 품에 안긴다. 이 대담한 행동이 성공하자, 엠마는 이제 샤를르가 일찍 나갈 때면 어김없이 그를 찾아갔다. 헤어지는 길은 아쉬움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때마다 엠마는 슬픔의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밀회 방법과 장소를 바꿔가면서 계속 만났다. 초상화를 주고받는가 하면, 머리카락을 한줌씩 잘라서 서로 교환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런 감상적인 엠마와는 달리, 로돌프는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들자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녀를 매혹시키던 감미로운 말도 건네지 않았고, 그녀를 미치게 만들던 열렬한 애무도 없었다. 엠마는 이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아서 더욱더 애정을 쏟았지만 로돌프는 점점 더 무관심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밀회 장소에도 세 번이나 나타나지 않았다.
엠마의 마음속에 후회가 찾아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녀는 샤를르를 사랑하려고 애쓰는 편이 낫지 않을까 자문해보았다. 때마침 오메가 화제가 되고 있는 안짱다리 수술에 대해서 얘기했고, 엠마는 그것을 샤를르가 한다면 명성도 얻고 돈도 벌 수 있어 좋을 것 같았다. 그녀는 사랑 이상의 확고한 그 무엇에 의지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샤를르의 수술은 실패했고, 뇌샤텔의 유명한 카니베 의사가 뒷수습을 맡아야 했다. 엠마는 그의 무능함에 다시 한번 절망하면서 이제는 그의 모든 것, 요컨대 그의 존재 자체마저 싫어졌다. 그러나 바로 그날 밤, 엠마를 찾아온 로돌프의 키스는 그녀의 원망을 눈 녹듯 녹여버렸다. 남편에 대한 혐오에 비례해서 로돌프를 향한 애정은 더해만 갔다.
그녀는 로돌프에게 도망가서 살자고 제안했으나, 그는 못 알아들은 척 화제를 바꾸었다. 그에게는 단지 관능적인 사랑에 불과할 뿐, 그 때문에 번거로워야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상인 뢰르씨를 통해서 구입한, 손잡이를 도금한 채찍과 ‘가슴속에 사랑을’라는 명문이 새겨진 봉인용 스탬프, 스카프, 담배 케이스를 로돌프에게 선물했다. 로돌프는 그녀의 이런 행동이 귀찮기만 했다. 그는 이미 그녀가 보여주는 사랑의 말들에도 이력이 나 있었다. 그녀의 매력은 이미 다 사라졌고 단조로움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와 도망칠 생각만 하고 뢰르씨에게 여행 가방과 망토를 주문해놓는다. 결국 로돌프는 그녀와 떠날 약속을 하고 돌아와서는, 그녀를 떼어놓기 위한 거짓의 편지를 써보낸다. 그리고 그녀를 피해 잠시 루앙으로 간다.
편지를 받은 이후,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발작도 일어났다. 뇌막염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샤를르는 정성스레 그녀를 치료했지만 그녀는 로돌프의 기억이 떠오르는 날이면 발작을 하고 심장에 통증을 느꼈으며 구역질을 하기도 했다. 이런 아내에 대한 샤를르의 걱정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게다가 그는 돈걱정까지 해야 했다. 오메씨가 가져온 약값과 식모를 쓰는 살림비용과 엠마가 주문했다고 갔다놓은 많은 물건들 때문에 청구서는 빗발치듯 들어왔다. 하는 수 없이 천 프랑을 꾸었다. 엠마의 회복은 오래 걸렸다. 이런 모습을 본 오메는 샤를르에게 엠마의 기분 전환을 위해 루앙에 온 테너 라가르디의 공연을 권했고, 그 제안에 동의한 보바리 부부는 루앙 극장을 향해 마차에 올랐다. 그런데 보바리 부부는 극장의 인파 속에서 뜻하지 않게 레옹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