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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의 꼽추

빅토르 위고 지음 | -
노트르담의 꼽추(Notre-Dame de Paris)

빅토르 위고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카지모도: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로 애꾸눈에 꼽추에 절름발이이며 귀머거리. 흉측한 외모로 마음을 닫고 살며 클로드 프롤로만을 따르던 중 에스메랄다를 사랑하게 된다.에스메랄다: 집시들과 떠돌아다니는 절색의 미녀. 풰뷔스 대장을 사랑하나 클로드 프롤로의 질투로 살인 누명을 쓰고 교수형을 당한다.클로드 프롤로: 노트르담 성당의 부주교로 카지모도의 양부. 오랜 세월 종교생활을 통해 단련했으나 에스메랄다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녀를 파멸로 몰아간다. 풰뷔스 왕실 근위병 대장으로 미남자. 에스메랄다의 사랑을 받지만, 단지 바람둥이에 호색한 일 뿐이다. 끝내 에스메랄다의 진정한 사랑을 알지 못한다.



가짜 교황 카지모도

시테섬과 대학구와 시가지를 구분해 둘러싼 성벽 안에서, 온 장안의 종이 울리는 소리에 파리 사람들은 잠이 깨었다. 이 1482년 1월 6일에는 프랑스의 세자와 플랑드르의 공주의 정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파견된 사절단 행렬이 보였을 따름이다. 어느 역사가가 지적하기를, 1월 6일은 파리 장안의 백성들이 모조리 놀아나는 날이었다고 했는데, 종교재판소 강당에서는 성사극이 상연되곤 하였다. 전날부터 멋들어진 군복을 입고 커다란 십자가를 늘어뜨린 파리 시장의 수하 군졸들이 네거리마다 나서, 이 축전을 알리는 나팔을 불었다. 그러기에 이날이 오면, 시민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침부터 집이나 가게문을 닫고 구경거리가 있는 불놀이, 오월수, 성사극을 보러 마음 내키는 장소로 가곤 하였다.

그 중에서도 재판소의 혼잡은 대단하였다. 바로 플랑드르의 사절들이 성사극과 가장 교황 선발대회에 참석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극도로 혼잡한 재판소 문앞 광장은 안에서 내다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바다 같아 보였다. 문턱에도, 창가에도, 영창에도, 그리고 지붕 위에도, 유순하고 고지식한 수천 명 파리 시민들의 얼굴이 겹쳐져 있었다.

연극은 재판소의 큰 시계가 열두 점을 치면 막을 올리기로 되어 있었다. 군중과 불량학생들의 악다구니 속에서 시계가 열두 점을 치자 장내는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고도 아무런 대꾸가 없자, 군중들은 한바탕 소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결국 군중들은 빨리 시작하지 않으면 교수형에 처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연극은 플랑드르의 사절들과 추기경이 당도하지 않았는데도 시작되었다.

이 연극의 작가인 가난한 크랭그와르는 초조하게 연극의 시작을 보고 있다. 잠시 관객들은 몰입하는 듯하더니, 곧 거지 대왕인 클로팽 트루이유후가 사람들 사이에서 “적선하십시오”를 외쳐대고, 또한 중간에 플랑드르의 사절이 들어오면서 연극은 완전히 맥이 끊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더욱 결정적인 것은 플랑드르의 사절 중 한 사람이 이 보잘것없는 연극 대신에 가장 교황을 뽑는 것이 더 재미있겠다고 제안한 것이었다. 그러자 군중과 귀빈들까지 합세하여 연극은 연극대로 진행되도록 내버려둔 채로 재판장의 조그만 기도소에서 가장교황을 뽑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출연자들이 차례차례 이 구멍으로 얼굴을 내보이며 얼굴을 찡그리면, 그중 가장 우스꽝스러운 자를 가장교황으로 뽑는 것이다. 결국 관객들은 이것에 더 흥미를 느끼고, 크랭그와르는 자신의 극단을 이끌고 퇴장해버리고 말았다. 이날 가장 교황의 참석자들을 보고 군중들은 마냥 떠들어댔다.

이럴 즈음 군중들이 만세를 부르며 일제히 수선을 떤다. 바로 숭고하다고 하리만큼 괴이쩍은 ‘상판때기’가 나타났기 때문인데 그자는 노트르담의 꼽추 카지모도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괴상망칙한 카지모도에게 가짜 교황의 의상을 입혀 거리 행렬에 나섰다. 거기에다가 군중들은 광장에서 춤추고 있는 집시 무녀인 에스메랄다를 보기 위해 모조리 재판장을 빠져나가버렸다.



허깨비 수도사

크랭그와르는 1월의 차가운 밤거리를 걷고 있었다. 연극의 실패로 인하여 괴로웠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며, 잠잘 곳도 없었다. 그는 크레브 광장으로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인간인지 천사인지 당장 판단이 서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집시여인 에스메랄다가 춤추고, 노래하고, 묘기를 부리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녀를 보기 위해서 몰려든 많은 군중 중에서 누구보다도 야심스레 춤추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다소 위엄이 있어 보였고 침착했지만 음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이는 35세를 넘지 않았을 것 같았는데 머리는 대머리였고, 하지만 움푹 꺼진 주름진 눈에는 색다른 젊음과 강렬한 정기가 번뜩였다. 바로 노트르담 성당의 부주교인 클로드 프롤로 신부였다. 갑자기 광장의 가장 침침한 구석으로부터 “어서 물러가지 않겠냐? 이 메뚜기 같은 집시년아!”라는 금속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로올랑 탑의 퀴뒤일 수녀가 퍼붓는 저주의 목소리였다.

이즈음 가장 교황의 행렬이 광장에 들이닥쳤다. 카지모도는 이제껏 모욕과 멸시만을 느껴오다가 생전 처음으로 자존심을 만족시키면서 흥분해 있었다. 하지만 곧 클로드 프롤로 신부의 제지를 받고 가장교황의 자리에서 내려와서는 신부의 뒤를 따라야 했다. 사람들은 그 두 사람이 갖은 손발짓으로 이야기 나누는 것을 신기한 듯이 쳐다보았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 신부를 위협하려는 군중들을 카지모도가 위협하면서 오직 신부만을 호위하며 물러가는 모습이었다. 갑자기 구경거리가 없어진 크랭그와르는 밤중에 집시 무녀의 뒤를 밟기로 한다. 하지만 그는 엉키고 설킨 실뭉치 모양 길이 엇갈리는 공동묘지 근처에서 그만 길을 잃었다. “이거야말로 비논리적인 길목이군.” 

길에서 그녀를 놓쳤을 때 그는 그녀의 날카로운 비명을 들었다. 그쪽으로 서둘러 가보니, 흉측한 인상의 카지모도와 또 다른 사나이가 그녀를 납치하려 하는 순간, 돌연 십자로에서 뛰어나온 근위병 대장이 카지모도에게서 그녀를 떼어내고 그를 포박하였다. 그녀는 친절한 구원에 감동하고, 그의 이름이 풰뷔스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이 난리통에 나둥그러진 크랭그와르는 춥고 배고픈 몸을 이끌고 걷다가 거지 소굴인 기적궁에 이르게 된다. 이곳의 제왕인 클로팽 트루이유후는 음탕한 노랫소리와 욕지거리가 난무하는 술집에서 그를 교수형에 처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대신 방울이 잔뜩 달린 인형의 주머니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돈을 꺼내면 살려주겠다고 한다. 교수형의 위기에 처한 그를 놓고, 클로팽은 그와 결혼할 여자가 하나라도 있다면 살려주겠다고 하는데, 그 순간 에스메랄다가 그의 목숨을 위해서 그와의 결혼을 자청한다. 그녀의 기지로 목숨을 건진 그는 마침내 그곳 기적궁에서 살게 되었다.

당시의 노트르담 성당은 처음 지어졌을 때보다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세월이 지남에 따른 풍화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사람들의 무지로 인한 훼손이었다. 이 성당에 가해진 온갖 파괴 흔적들을 샅샅이 들추어본다면 시간의 죄란 극히 가벼운 것이요, 인간의 죄, 그 중에서도 예술가의 죄가 가장 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었다. 당시의 파리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시테섬과 대학가, 시가지로 나누어져 있던 파리는 어느 한 건물을 보아도 아름답고 독특한 광채를 띠고 있었으며 전체적으로도 그러한 아름다움이 남아 있었다. 그 무렵의 파리는 정연하게 통일성을 갖춘 도성이었다. 중세기의 역사가 낳은 건설적인 산물이자 돌로 쌓아올린 연대기였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 재판은 시장이 참석하기 전부터 시작되었다. 카지모도의 재판이었다. 카지모도도 귀가 멀었지만 재판관 또한 귀가 멀었으므로 그들의 대화는 대중의 폭소를 자아내고야 말았다. “네 이름은?” 카지모도는 무슨 이야기인지 들리지 않아서 재판관만 쳐다보고 있고 재판관은 이쯤 되면 대답했을 것이라고 다음과 같이 물어본다. “좋아, 그럼 나이는?” 잠시 후 역시 대답했을 거라고 생각하고서는 근엄하게 말한다. “자, 피고가 지금까지 진술한 것은 죄다 기록했지?” 

여기까지 진행되자 방청객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그러자 재판관은 카지모도가 자신을 능멸하는 대답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그를 크레에브 광장 형틀에 매달고 치도곤에 처하라는 판결을 내린다. 카지모도는 형틀에 매여 지독하게 매를 맞는다. 그리고 목이 말라 물을 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나귀를 타고 지나가던 양부 프롤로 신부마저 방향을 돌려 사라져버리는 것을 보고는 비애와 절망의 빛이 역력했다. 그런데 군중들 사이에서 에스메랄다가 다가와 그에게 물을 주었다. 그녀의 친절에 카지모도의 하나밖에 없는 눈가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말았다.

한편 그날 밤 풰뷔스 대위는 일곱 점에 여자와 만나기로 하고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무심코 뒤돌아보니 사람의 그림자 같은 것이 담벼락에 착 붙어서 그를 따라오고 있는 것이었다. 당시 파리에서는 허깨비 수도사의 소문이 자자했는데 그는 순간 이것이 그 허깨비 수도사가 아닌가 의심했다. 갑자기 그 수도사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풰뷔스 샤토오페르 대위!” “뭐라고!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나?” 대위가 수도사에게 에스메랄다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하자, 그는 금화까지 내주면서 그 여자를 볼 수 있도록 숨겨달라고 부탁한다. 생각지도 못한 돈까지 받았으므로 대위는 흔쾌히 그것을 승낙한다. 두 사람은 셍 미셀교에 이르러 다리 위의 집에 다다른다. 문을 두드리자 한 노파가 나왔고, 그 노파는 금화를 받고서 그 금화를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노파가 이 두 손님을 다락방으로 안내하고 있는 동안 그 방에 있던 손자는 자기가 가지고 놀던 나뭇잎과 금화를 바꿔놓았다.

수도사를 이층 다락방에 숨겨놓고 잠시 후 에스메랄다와 함께 돌아온 대위는 그녀의 사랑고백을 듣는다. 그들의 이야기가 한참일 즈음, 질투에 눈먼 수도사가 튀어나와 단검으로 대위의 목을 찌른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어라 이들의 눈에는 허깨비 수도사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수도사는 강물로 뛰어내려 헤엄쳐 가버렸다. 대위는 엄청나게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에스메랄다 역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녀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야경대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무관은 어디론가로 옮겨졌고, 수도사의 자태도 보이지 않았으며 방의 창문은 강을 향해 열려 있었다. 외투가 벗겨져 있었으나 그것은 무관의 소유로 밝혀졌고 그녀는 주위의 사람들이 이렇게 수군대는 것을 들었다. “대장님을 죽인 것은 요술을 부리는 여자다.”

한편 크랭그와르를 비롯한 기적궁의 사람들은 상심에 잠겨 있었다. 벌써 달포가 넘도록 에스메랄다와 그녀의 염소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심에 잠긴 크랭그와르는 재판소 앞을 지나다가 문전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청객들은 이것이 요술과 관련된 재판이라고 일러주었다. 크랭그와르는 방청객 중 한사람에게 물었다. “저기 그 사람들 위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뚱보는 누구입니까?” “재판장이지요.” “그럼 그 뒤로 양 같은 치들은?” “그들은 왕실 심리부의 심사관들이오.” “그럼 그 앞에 있는 멧돼지 같은 사나이는?” “바로 상급재판소 서기라오.” 

그때 증인석의 노파는 자신의 금화가 나뭇잎으로 바뀌었으며, 다락방에 올라갈 때는 분명 두 사람이던 것이 나올 때는 한 사람뿐이었고, 대위가 쓰러질 당시 무언가가 창문에서 뛰어내려 강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을 한다. 그제야 크랭그와르는 그곳에서 피고석에 초췌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에스메랄다와 염소를 보았다. 에스메랄다는 오직 풰뷔스 대장의 죽음 때문에 슬픔에 잠겨 있었고 재판관들의 질문에도 단지 자신의 결백만을 주장할 뿐이었다. 마침내 재판관들은 계속된 질문에도 에스메랄다가 유죄를 인정하지 않자 고문을 시행할 것을 결정한다. 재판관들은 저녁도 먹지 못하고 고문하게 되었다고 투덜거린다. 결국 에스메랄다는 무시무시한 형틀에 매달리게 되고, 고문을 견디다 못해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고야 만다.

재판관들은 저녁시간이 지났는데도 저녁을 못 먹었다는 것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끝내려고 재판을 일사천리로 진행하여 교수형을 선언한다.



카지모도의 활약

교수형을 선고받은 에스메랄다는 지하실 속에 갇혔다. 루이 9세의 명으로 투르넬르 감옥에 만들어진 지하감방의 하나였다. 빛도 들지 않는 감옥에서 그녀는 의식마저 가물거린다. 어느날, 그녀에게 한 신부가 찾아온다. 그녀는 추위와 무서움에 견디다 못해 그에게 구원을 청하지만, 그 신부가 풰뷔스를 죽이려던 부주교임을 알고서는 소스라친다. 신부는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나는 언제까지나 그대의 자태를 바라보았소. 그러자 별안간 공포로 몸이 떨리면서 숙명에 사로잡히는 것만 같았지. 그날부터 내 육신 가운데는 낯모를 인간이 스며들었어. 물론 별의별 약도 다 먹어보았소. 방에 틀어박히고, 노동을 했고, 독서에도 골몰해봤소. 그러나 어느 것이나 어리석은 수작. 정열에 불타는 머리로 학문에 열중할 때, 그 반향이란 허무하기 이를 데 없는 거요. 언제나 그대의 환상이 내 앞을 가리고 있었소! 

그러나 그녀는 풰뷔스 대위의 생존만을 궁금하게 여길 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질투를 느낀 신부는 화가 나서 대위는 죽었다고 소리지르고는 돌아가버렸다.

한편 풰뷔스 대위는 죽지 않았다. 한두 주 정도 병원신세를 졌던 그는 다시 건강을 되찾아서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는 돈많고 집안 좋은 약혼녀를 다시 생각하고 있었다. 재판소에서 벌어지는 에스메랄다의 일을 알고는 있었지만, 암탉한테 붙잡힌 여우 모양 창피할 뿐이었고 자신의 이름이 그 재판소 밖으로는 나오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는 세상이 다소 잠잠해졌다고 생각되었을 때 노트르담 성당의 맞은편에 위치한 약혼녀의 집을 방문했다.

이 시간, 에스메랄다는 교수형을 당하기 위해 수레에 실려 끌려나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자신의 죄를 군중 앞에서 고백하고 교수형을 당할 예정이었다. 노트르담 성당 앞에 도착하자, 성당 문이 열리면서 여러 명의 사제들이 걸어나왔다. 그들 중에 끼인 프롤로 부주교는 여전히 그녀를 정염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사랑을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살인자로 몰아붙일 뿐이었고, 부주교는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러서고 말았다. 다시금 그녀를 크레브 광장으로 끌고 가려고 할 때, 에스메랄다의 눈에 약혼녀와 함께 발코니에 나와 이 광경을 구경하던 풰뷔스가 보였다. 그녀는 그를 불렀지만, 그는 약혼녀와 함께 당황해서 집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때 카지모도는 중앙현관 위 국왕들의 조상이 있는 회랑에서 이러한 광경을 죽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회랑의 난간을 뛰어넘어 발과 무릎과 손으로 밧줄을 휘감고서는 순식간에 땅바닥으로 내려오더니, 벼락같이 두 명의 사령한테로 달려들어 에스메랄다를 머리 위로 쳐들고서는 성큼성큼 성당 안으로 뛰어들었다.

“여기는 피난처다!” 카지모도는 그렇게 외쳐댔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의 일이었다. 만 명이 넘는 군중들은 일제히 손뼉을 치며 갈채를 보냈고, 카지모도의 외눈박이 눈에도 기쁨과 자랑이 서렸다. 카지모도는 잠시 후 종탑 위로 그 모습을 나타냈다. 여전히 에스메랄다를 껴안은 채였다. 그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여기는 피난처’라는 말을 연거푸 세 번씩 내질렀다. 군중도 만세를 외치며 큰소리로 호응했다.



백의의 미녀

루이 12세 때까지도 프랑스의 모든 도시에는 피난처라는 것이 있었다. 이와 같은 피난처는 그 당시 도시에 만연된 형벌과 야만적인 재판권의 남용사태에 있어, 인간에 의한 재판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일종의 섬 같은 곳이었다. 거기에 당도한 죄인은 누구나 구원을 받을 수 있었다. 교외로 나서면 몇 군데의 교수형장이 있었던 것처럼 한편에서는 같은 수의 피난처가 설치되어 있었다. 형벌과 마찬가지로 죄과의 묵인 역시 남용된 셈이었지만, 이 불합리한 두 가지는 서로 다른 편의 결함을 바로잡아 놓기도 했다. 그러나 한 걸음이라도 성스러운 장소 밖으로 나가면, 죄인은 다시금 형벌의 대상이 되고 마는 것이다. 역살의 형구와 교수대 따위가 피난처 주위를 둘러싸고 대기 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죄 선고를 받은 자들 중에는 신부관이라든가, 궁전의 층계 위라든가, 수도원의 밭 한가운데서 백발이 되도록 늙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본다면 피난처도 일종의 감옥임에는 마찬가지였다. 교회에는 보통 탄원하는 사람들을 받기 위해서 허드렛채가 하나 준비되어 있었다. 노트르담 성당에는 이에 해당하는 데가 신부관 맞은편 천장 밑에 있는 외딴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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