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지음 | -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
빅토르 위고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장발장: 기구한 운명으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하였으나 이후 불쌍한 사람들을 많이 도와준다.
자베르 경감: 의무에 충실한 냉정한 경찰관
미리엘 주교: 인자하고 따뜻한 성직자. 죄수 장발장을 회개하도록 이끈다
코제트: 팡틴의 딸로 장발장의 양딸이 되어 마리우스와 결혼한다.
마리우스: 삶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으나 성격이 급해 많은 오해를 한다. 후에 코제트와 결혼한다.
테나르디에 부부: 코제트를 맡은 여인숙의 부부로 돈을 위해서라면 온갖 못된 짓을 하는 악독한 사람들
디뉴에 낯선 사나이가 오다
75세의 미리엘씨는 디뉴의 주교이다. 그는 법원 판사의 아들로 태어나 당시 가문의 관례에 따라 열여덟 살쯤에 결혼했으나 대혁명 이후 집안은 몰락하고 부인은 폐병으로 죽어, 그후 성직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것이다. 주교관에서 같이 살고 있는 사람으로는 누이동생인 바티스틴과 가정부인 마글루아르 부인이 전부이다. 주교는 무척 온화한 성격을 가졌고 자신의 이익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했다. 그는 연금의 대부분을 수도자와 죄수들, 그리고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을 위해 썼으므로 자신을 위한 지출은 조금밖에 되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로 고민했다. 특히, 그는 주교관의 문을 잠그지 않도록 하여 지나가는 배고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게 했다. 왜냐하면 주교관은 신성한 하느님의 집이므로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날 저녁, 한 낯선 사나이가 디뉴라는 마을에 들어왔다. 얼굴은 검게 그을리고 수염은 덥수룩했으며 옷은 오래되어 넝마와 같았다. 오랫동안 걸어다녔기에 온몸은 땀으로 범벅되었고 축 늘어진 그의 배낭은 그가 몹시 지치고 굶주렸음을 잘 보여주었다. 그는 쉴 곳을 찾기 위해 어느 여인숙에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주인이 아이에게 한마디 귓속말을 하자, 아이는 시청 쪽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아이가 돌아와 주인에게 쪽지를 건네자 주인은 이 사나이에게 숙박은 할 수 없으니 나가라고 했다. 사나이가 이유를 묻자, 주인은 죄수에겐 밥과 잠자리를 제공할 수 없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여관을 나와 큰길가로 향했다.
그렇다. 그는 장발장이었다. 그가 찾아온다는 것은 곧 온 시내의 대사건을 예고했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경계한 것이다. 터덜터덜 걸어 간신히 한 주점을 발견하고 그 앞에 멈춰섰다. 잠시 동안 망설이다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쫓겨났다.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는 개보다도 못한 자신의 신세를 측은하게 여기며 걷다가 어떤 부인을 만났는데, 그녀는 갈 곳 없어보이는 그에게 언덕 너머의 주교관을 알려준다. 그곳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기 때문에 하룻밤을 청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 말을 듣고 사나이는 언덕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온 마을에 장발장의 소문이 퍼지면서, 그동안 말없이 따르던 마글루아르 부인이 오늘만큼은 빗장을 거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주교에게 말하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한 사나이가 들어왔다. 마글루아르 부인과 바티스틴 양은 너무나 놀라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으나 미리엘 주교는 그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낯선 사나이는 곧이어 자신의 주머니에서 황색종이를 꺼내보이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보시다시피 전 황색여권을 가진 형무소에서 나온 죄수입니다. 그래서 이것 때문에 어딜 가도 쫒겨납니다. ‘장발장, 석방된 죄수, 19년간 복역, 5년은 가택침입 강도죄, 14년은 4회에 걸친 탈옥 미수죄, 극히 위험한 자임.’ 자, 보십시오. 전 이런 사람입니다.” “손님, 우선 앉아서 불을 쬐시지요. 곧 식사가 나올 겁니다. 식사하는 동안 침실도 준비가 될 겁니다.”
사나이는 움찔 놀랐다. 이제껏 자신을 ‘너’가 아닌 ‘당신’이라고 불러준 사람도,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식사는 곧 준비되었고 배고팠던 사나이는 그것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이를 지켜보던 주교는 피곤할 거라며 그를 침실로 안내했다. 2층으로 올라가던 낯선 사나이의 눈에서 순간 빛이 발했다. 바로 은식기와 은촛대가 그의 시선을 잡아끈 것이다. 사나이는 야릇한 미소를 짓고 침실로 들어갔다.
모두가 잠이 들어 조용한 시간, 사방은 고요했다. 그러나 오직 한 사람만이 눈을 반짝거리며 깨어 있었다. 장발장이었다. 문을 열고 주교의 침실을 지나는데,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평온히 잠든 주교의 모습은 알 수 없는 숭고함과 후광을 느끼게 했다. 사나이는 망설였다.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계단을 내려가 어둠 속에서 더듬으며 주방으로 갔다. 진열장에 있는 은식기를 조심스럽게 꺼내 담은 뒤, 최대한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정원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있는 힘을 다해 힘껏 달렸다.
날이 밝자 아침 식사준비를 하려던 마글루아르 부인은 은식기가 없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녀는 분명 어젯밤의 그 낯선 사나이가 가져간 것이라며 앞으로 식사준비는 어떻게 하냐는 둥 주교에게 걱정스러운 소리를 했다. 그때 문이 열리고 한 경찰관과 함께 그 사나이가 들어왔다. 그러자 주교는 그를 환한 얼굴로 반갑게 맞이하며 왜 은촛대는 잊어버리고 가져가지 않았냐고 말한다. 장발장과 경찰관 모두, 주교의 말에 어안이 벙벙하다. 장발장은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경찰관은 사나이가 훔친 것인 줄 알고 그를 붙잡은 것이었으나 주교의 말을 듣고 풀어준다. 경찰관이 나가자 주교는 그에게 다가서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은그릇을 팔아서 훌륭한 인간이 되겠다고 약속한 것을 제발 잊지 말아주십시오. 나의 형제인 장발장씨, 당신은 이제 악의 편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의 영혼을 사들이겠습니다. 당신의 영혼을 어두운 생각이나 절망으로부터 떼어놓은 뒤, 신에게 바치겠습니다.”
장발장은 도망치듯이 시내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차라리 감방으로 다시 들어들어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때, 뒤에서 열 살 가량의 소년이 뛰어오다가 40수짜리 동전을 놓쳐 장발장의 발 밑으로 굴러갔다. 그는 못본 체하고 돈 위에 발을 얹었다. 소년은 다가와서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 사나이가 소년의 이름을 묻자 ‘프티 제르베’ 라고 했다. 장발장은 오히려 화를 내며 꺼지라고 말했다. 겁먹은 아이는 울먹거리다 도망쳤다. 얼마 후, 장발장의 발 밑엔 너무도 힘을 주어 밟고 있던 나머지 땅속에 거의 묻혀버린 은화가 빛나고 있었다. 그는 감전이라도 된 것 같았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는 사방에 대고 ‘프티 제르베!’ 라고 외쳤다. 그러나 아무 대답도 없었다. 마침 말을 탄 신부가 지나가고 있어서, 어떤 아이가 뛰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냐고 물었다. 신부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장발장은 신부에게 40수짜리 은화를 주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달라는 부탁을 했다. 무거운 양심의 가책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가엾은 여인 팡틴
여기 마음씨 착하고 예쁜 순진한 팡틴이라는 아가씨가 있다. 비록 여공으로 일하고 있지만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맑은 그녀였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톨로미예라는 사람으로 파리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그는 누구에게나 친절했고 늘 미소를 잃지 않는 다정다감한 사람이었지만, 방탕한 기질도 있었기에 결국 팡틴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었다. 어느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고 난 후, 톨로미예는 깜짝 놀라게 해주겠다며 팡틴에게 키스를 한 후 사라졌다. 잠시 후 시중을 들던 웨이터가 쪽지를 들고 왔다. 그만 헤어지자는 내용의 쪽지였다. 팡틴은 집으로 돌아와 펑펑 울었다. 그녀에겐 첫사랑이었으므로, 톨로미예가 남편이 될 줄 알고 몸을 맡겼던 것이다.
팡틴은 아이를 낳은 후 결정을 내려야 했다. 우선은 돈을 벌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딸 코제트를 맡아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몽페르메유라는 곳에 다다랐을 때, 테나르디에 여인숙 앞을 지나가다 우연하게도, 놀고 있는 두 여자아이를 보았다. 그녀는 이런 집에 딸을 맡기면 분명 잘 맡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으로 들어가 부인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테나르디에 부인은 맡아준다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했고 팡틴은 기꺼이 지불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테나르디에 부부는 받은 돈으로 어음을 지불할 생각에 너무도 기뻐했다. 그런데 사실, 그들은 아주 못된 사람들이었다. 다음날부터 코제트는 입고 있던 옷 대신에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하루종일 일을 해야 했다. 아이는 나날이 비쩍 마르고 핏기없는 얼굴에 늘 겁을 먹고 있는 듯했다. 마을에서도 코제트를 ‘종달새’라고 불렀다. 여섯 살도 채 안된 어린아이가 날이 밝기도 전에 항상 길거리를 쓸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딸이 고생하는 줄도 모르고 팡틴은 악당 같은 테나르디에 부부의 거짓말에 속아 매달 점점 더 많은 돈을 송금했다.
팡틴은 번성한 도시라고 소문난 몽트뢰유 쉬르 메르라는 마을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이 도시는 마들렌씨가 시장으로 있는 곳이며 5년 전 그가 오고 난 후 급속도로 번창한 도시다. 처음에는 마들렌씨, 그리고 마들렌 사장님, 지금은 마들렌 시장님이라고 불리는 이 사람은 바로 장발장이다. 한 소년의 40수를 훔치고 난 후, 마음을 고쳐먹고 열심히 일해 도시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팡틴은 이곳에서 일자리를 구해 열심히 일하지만, 매달 돈을 부치는 그녀를 수상하게 여기던 작업반장 빅튀르니앵 부인은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겨 사장님의 명령이라는 거짓말로 그녀를 해고시켰다.
당장 매달 돈을 부쳐야 하는 팡틴으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고 그녀는 이유도 모른 채 사장님을 원망했다.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해 타락의 길로 들어선다. 오직 코제트를 위해,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 것도 잊고 돈버는 데만 열중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초췌한 모습으로 매일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여느 때처럼 밤거리에서 손님을 끌기 위해 술집 앞을 거닐던 팡틴을 보고, 한 남자가 그녀의 등뒤로 바짝 쫓아가 차가운 눈을 등에 집어넣는다. 화가 난 팡틴은 그를 때리고 크게 싸운다. 곧이어 경찰이 오고 그녀는 경찰서로 끌려간다. 사정은 듣지도 않은 채 자베르 경감은 그녀를 감방으로 보내려 한다. 자베르에 대해 말하자면, 악마적 본성을 지닌 광적인 경찰관이다. 공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의 차갑고 냉정한 성격은 가혹하리만큼 엄격하다. 자베르와 팡틴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동안 마들렌이 들어온다. 그는 술집에서 그 사건을 처음부터 목격했고 억울한 팡틴을 풀어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팡틴은 자신을 해고시킨 사람이라며 욕설을 퍼붓는다. 그녀를 풀어주라는 마들렌의 말에 자베르는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에 따른다. 한편 팡틴의 지난 얘기를 다 들은 마들렌은 그녀에게 사과하고 오해를 풀기 바라며 딸을 찾아줄 것을 약속했다. 그 말을 들은 팡틴은 정신을 잃고 기절한다.
팡틴은 수도원으로 옮겨져 조금식 안정을 되찾아가지만 그녀의 병세는 날로 심각해진다. 그녀를 돌봐주는 수녀 역시 안타까운 마음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자베르가 마들렌을 찾아온다. 그는 오래 전부터 마들렌을 장발장이라고 의심해왔고 지난번의 팡틴 사건으로 화가 난 나머지 그것을 상부에 보고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경시청에선 ‘샹마티외’라고 불리는 진범이 잡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래서 자베르는 자신의 상사를 함부로 모욕했음을 인정하고 자신을 해고시켜달라고 찾아온 것이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마들렌은 속으로 움찔했다. 자신이 장발장인데 어째서 엉뚱한 사람이 잡혔단 말인가. 마들렌은 자베르를 그냥 돌려보냈다. 그러나 자베르는 시청을 나오면서도 마들렌에 대한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마들렌은 고민했다. 현재의 모든 안정된 삶을 버리고 과연 다시 죄수의 길로 갈 수 있을까? 이미 나 대신 다른 사람이 잡힌 이때에, 자신만 눈감고 있으면 무사히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할까? 마들렌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미리엘 주교의 얼굴과 예전의 프티 제르베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그는 재판장에 직접 가서 자신이 장발장임을 밝히기로 결심했다. 그는 최대한 빨리 재판장에 도착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죄없는 사람이 감옥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간신히 법정에 도착한 마들렌은,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판사가 최종판결을 내리려는 순간, 마들렌은 자신이 범인이고 장발장이라고 밝힌다. 법정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판사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맨 뒷줄 구석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잔인한 웃음을 짓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자베르였던 것이다.
장발장은 팡틴이 있는 수도원으로 갔다. 그녀는 정기적으로 면회오던 그가 딸을 데리고 온 것이라 생각하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곧이어 자베르가 들어오고 그는 장발장을 체포하려 한다. 장발장은 자베르에게 이 여인의 딸을 데리고 올 수 있도록 3일간의 시간을 달라고 부탁한다. 딸이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팡틴은 그동안의 모든 기대가 무너졌고 충격으로 숨을 헐떡이다 그만 죽고 만다. 장발장은 자베르가 그녀를 죽였다고 말하며 이제 다 끝났으니 자신을 잡아가라고 한다.
장발장과 코제트 파리로 돌아오다
유치장에 갇힌 마들렌은 죽은 팡틴의 모습이 자꾸 아른거렸고 그녀의 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길로 탈출하여 코제트를 찾아나선다. 몽페르메유에 도착한 그는 팡틴이 적어준 쪽지를 가지고 테나르디에 여인숙을 찾아간다. 코제트를 데려가겠다고 하자, 테나르디에 부부는 못이기는 척하며 허락하지만 엄청난 돈을 요구한다. 순순히 돈을 주고, 장발장은 코제트를 데리고 떠난다. 테나르디에 부부는 우격다짐으로라도 돈을 더 받아내고 싶었지만 마들렌의 큰 어깨와 두 주먹이 두려웠다. 더구나 상대방은 몽둥이로 사용할 수 있는 지팡이까지 들고 있었다. 워털루 전쟁에서 대령을 구한 것을 늘 뻐기며 말하던 테나르디에도 겁을 먹었던 것이다.
“저 녀석은 대체 누굴까? 에이, 엽총을 갖고 있었더라면 돈을 모두 빼앗을 수 있었는데.” 그날 저녁, 장발장은 코제트와 함께 곧장 파리로 돌아왔다. 그들은 파리 변두리에 방을 하나 빌려서 지내기로 했다. 코르보 저택이라고 불리는 그곳은 예전에 코르보 변호사가 지은 것인데, 지금은 한 노파가 혼자 살고 있을 뿐이다. 장발장은 2층 방 한켠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처음엔 잔뜩 겁먹고 긴장해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던 코제트도 서서히 말을 붙이기 시작했고,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다시 찾아왔다.
코제트는 마들렌을 아버지라 불렀다. 낮동안 그는 코제트에게 글읽기를 가르쳤고, 저녁이 되면 인적 없는 고요한 가로수 길을 따라 산책하거나 성당에 가기도 했다. 그런데 수다스럽고 호기심 많은 노파는 이들을 수상히 여기기 시작했다. 어느날, 노파는 문틈으로 장발장을 훔쳐보고 있었는데, 허름해보이기만 하던 낡은 코트 안쪽에서 천 프랑짜리 지폐를 꺼내는 것이었다. 노파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가난한 연금생활자로서는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엄청난 액수의 돈이었기 때문이다.
그후, 동네에는 노파의 낡은 집에 세들어 사는 이상한 사나이가 돈을 잔뜩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정작 그는 그러한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채 성당 앞에서 구걸하는 늙은 거지의 손에 돈을 쥐어주곤 했다. 때로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으므로 노인은 가장 적선을 잘하는 장발장의 얼굴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거지에게 돈을 주는데, 거지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장발장은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가 본 것은 바로 자베르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악몽을 꾸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