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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

스탕달 지음 | -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스탕달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쥘리엥 소렐: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언제나 신분 상승을 꿈꾸는 야심만만한 젊은이 사회현실에 불만이 많으며, 사랑과 야망의 갈림길에서 언제나 고뇌한다.

드 레날 부인: 쥘리엥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신분과 사랑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마틸드: 드 라몰 후작의 딸. 매우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의 소유자

드 레날: 베리에르의 시장. 명예를 최우선으로 하고, 금전 문제에 상당히 민감하다. 쉘랑 사제 쥘리엥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 그의 야망적 성격을 걱정하고 불행을 막으려 노력하는 베리에르의 주임사제



목수 아들의 야망

쥐라산맥 줄기의 산들로 둘러싸인 소도시 베리에르. 베리에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될 엄청난 굉음을 발산하는 못공장이 있는데 그 공장 주인은 드 레날이었다. 그는 또한 이곳 베리에르의 시장이기도 했다. 그는 화려한 저택과 엄청난 수익을 안겨다주는 못공장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직업에 공업인이라는 딱지가 붙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그는 남과 비교될 때, 특히 베리에르의 빈민수용소장인 발르노와 비교될 때 자신이 뒤지는 것을 참지 못했고, 파리를 비롯한 대도시 사람들이 베르에르 같은 소도시를 무시하는 것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또 나폴레옹 편에 선 자유주의자를 경멸하는 왕당파였다.

드 레날은 부인에게 고집스런 제재소집 주인인 소렐의 아들을 가정교사로 고용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이전부터 이곳의 사제인 셀랑 신부를 통해 소렐의 아들은 라틴어도 잘하고 견실하다는 이야기를 이전부터 들어왔던 터였다. 언제나 남편에게 순종적인 부인은 그의 말에 동의한다. 드 레날은 곧장 소렐을 만나러 간다. 라틴어에 출중하다는 어린 사제 소렐을 어쩌면 발르노가 먼저 데려갈지 몰랐기 때문에 그는 그처럼 서둘렀다. 드 레날은 소렐을 만나자마자 아들을 가정교사로 고용하겠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아도 형들과는 달리 책만 읽고 조용한 막내아들이 늘 눈에 거들려왔던 소렐은 제법 괜찮은 보수를 제시한 드 레날의 제안을 상당히 기분좋게 받아들인다.

그는 열아홉 정도의 키가 자그마한 젊은이였는데, 겉으로는 약해보였으며 선이 고르지는 않았으나 섬세한 얼굴 모습과 매부리코를 하고 있었다. 조용할 때는 깊은 생각과 열정을 나타내 이는 커다란 검은 눈이 이 순간에는 더없이 사나운 증오의 표정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소렐의 아들인 쥘리엥은 드 레날의 가정교사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가정교사는 하인과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나폴레옹의 책을 읽고, 또한 사제의 위엄을 보고 자라면서 초라한 모습에서 벗어나는 길은 바로 나폴레옹 같은 군인이 되거나 유명한 사제가 되는 것이라고 굳게 믿어온 터였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강압으로 드 레날의 집으로 가야 했다.

집 앞에서 머뭇거리는 쥘리엥을 레날 부인이 발견한다. 그녀가 말을 걸자 쥘리엥은 너무나 희고 화사한 그 모습에 더욱 얼어붙어버린다. 부인 역시 더럽고 형편없는 사제로 상상했으나 곱상하고 수려한 쥘리엥을 보자 너무나 놀란다. 그것이 쥘리엥과 드 레날 부인의 첫 만남이었다. 여성미마저 느껴지는 쥘리엥에게 라틴어라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그는 페이지만 지적하면 라틴어 성경을 쉬지 않고 암송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드 레날의 모든 사람들은 그의 실력에 경탄했고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도 그를 보러 집으로 쇄도한다. 쥘리엥의 모습에 우쭐해진 드 레날은 그를 오래 잡아두려 장기계약을 제안하지만, 쥘리엥은 자신의 야망과 반대되는 현재 상황에 거부감을 느끼고 정중히 거절한다.



야망과 사랑 사이에서

쥘리엥은 너무 일찍부터 경계심을 품고 자랐다. 그는 드 레날 부인이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했으나 그 아름다움 때문에 그녀가 미웠다. 어쩌면 자신의 출세를 가로막을지도 모를 최초의 암초로 여겨졌던 것이다. 처음 만나던 날 그녀의 손에 키스했던 황홀함을 잊기 위해 그는 되도록 그녀와 이야기하기를 피한다.

한편, 쥘리엥에 대한 부인의 애정은 점차 강해져간다. 그녀는 줄리엥의 모든 행동에 관심을 갖는다. 지금까지 연애라고는 몰랐던 그녀는 줄리엥에게 사로잡혀 완전한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그녀는 아들의 교육 이외의 대화를 하려고 노력해보지만, 쥘리엥의 소심한 모습과 신분 차이로 이야기를 이어가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부인에게 연적이 생긴다. 하녀 엘리자가 쥘리엥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엘리자가 부인에게 쥘리엥을 사랑한다고 고백했을 때, 그녀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내색도 못한 채, 그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고민을 계속하다 결국 병까지 걸린다. 하지만 쥘리엥이 엘리자의 구애를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은 치유된다.

한편 이러한 생활에 불만을 가졌던 쥘리엥도 점차 속박된 가족과의 삶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며 만족스러운 삶을 보내고 있었다. 읽고 싶었던 나폴레옹의 일대기도 저녁 때마다 몰래 읽을 수 있었다. 드 레날 부인과 대화도 잘 이어지면서 그가 가지고 있던 부담감도 줄어들었다.

그런데 쥘리엥은 어느날 저녁 실수로 부인의 손을 건드리자, 반사적으로 손을 피하는 그녀를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러한 모습은 열등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고민하던 그는 부인의 손이 자기 손 안에 머물러 있도록 해야 한다고 결심한다. 그날 저녁은 아주 어두웠다. 옆 사람의 행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한 밤, 마치 결투하러 나가는 사람처럼 긴장한 쥘리엥은 자신을 가다듬고, 열 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을 잡는다. 부인은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쥘리엥에게 내맡겨버리고 만다. 부인은 행복감에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후로 그를 향한 애정은 더욱 강해진다. 드 레날이 쥘리엥에게 화를 내고 그에 쥘리앙이 흥분하자, 처음으로 남편에게 복수심 같은 것을 품게 될 정도였다. 그 사건으로 쥘리엥은 부자들을 혐오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혐오감은 그녀에게까지 이른다.

하지만 그 다음날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한다. 드 레날이 집안에 있는 침대 매트를 교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쥘리엥은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 급히 부인에게 이야기를 청하고 부탁을 한다. 방 침대 밑에 초상화를 넣어둔 박스가 있는데, 초상화는 절대 보지 말고 다만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달라는 부탁이었다. 부인은 쥘리엥의 부탁을 들어주마 한다. 그리고 집안 사람들 몰래 초상화를 꺼내나온다. 하지만, ‘그러니까 쥘리엥은 사랑을 하고 있고 나는 지금 그가 사랑하는 여자의 초상화를 들고 있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하고는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그것은 나폴레옹의 초상화였다. 쥘리엥은 언제부턴가 자신을 불신하는 사람들이 두려워서, 그리고 왕당파인 드 레날에게 걸려서는 안되는 것이었기에 부인에게 부탁했던 것인데, 그녀는 그것을 오해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엔 부인이 쥘리엥을 멀리한다. 쥘리엥은 그녀마저 자신을 멸시한다고 생각하고, 이제 떠나는 일밖에 안남았다는 생각에 사직을 표명한다. 하지만 드 레날은 그가 발르노의 집으로 옮기려는 것으로 착각하고 급여인상을 내세워 그를 회유한다. 갑작스런 드 레날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쥘리엥은 자신이 그들을 이긴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와 함께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분노도 사그라진다.



불륜과 사랑의 차이

쥘리엥은 곰곰이 생각했다. 지금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나폴레옹이 그랬던 것처럼 수세에 몰린 편을 더욱 강하게 공격해나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친 김에 요구조건을 하나 더 내세운다. 급여인상을 약속 받은 상태에서 며칠간의 휴가를 요구한 것이다. 드 레날은 달리 응대하지 못하고 그를 허락한다.

드 레날 부인은 눈감고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 때까지는 진정으로 살아온 것 같지가 않았다. 쥘리엥이 자기 손에 불같은 키스를 퍼붓는 것을 느끼던 순간의 행복감에서 그녀는 헤어날 수가 없었다.

날이 갈수록 쥘리엥을 향한 사랑은 깊어만 가는데, 하지만 그와 함께 간통이라는 끔찍스런 상상도 떠오른다. 도덕적인 부담감과 더불어 어쩌면 쥘리엥이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으리라는 무서운 생각도 엄습했다. 언제부턴가 그녀에게 있어 밤은 너무나 긴 시간이 되어버렸다.

쥘리엥은 아침 일찍 여행채비를 마치고 곧장 부인을 만나러 간다.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홍조 띤 그녀의 모습은 천사 같았다. 그 모습에 황홀해진 쥘리엥은 그녀가 기대했던 응대를 잊고, 냉담해진다. 그녀 역시 의도적으로 차갑게 대하자, 쥘리엥은 그녀를 기다리려고 보낸 1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그들은 인사도 없이 헤어지고 만다. 그날 아침, 베리에르 시장집 식사시간의 주제는 쥘리엥의 휴가 이야기였다. 드 레날은 그가 다른 곳에서 좀더 좋은 계약을 하고 배신하려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며 분통을 터뜨리고, 부인은 그가 휴가를 빌미로 애인을 만나러 갔으리라는 상상을 한다.

부르주아를 압도했다는 승리감과 휴가라는 자유로운 기쁨을 만끽하며 쥘리엥은 목재상인인 친구 푸케를 만나러 갔다. 반갑게 쥘리엥을 맞이한 푸케는 동업을 제안한다. 그리고 현재의 가정교사 수입의 몇 배 되는 수입을 약속한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전세계를 호령하며 다녔을 그 나이에 자신은 돈 몇 푼으로 위안을 삼는다고 생각하니 그의 야망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푸케의 제안을 종교적 이유를 들어가며 거절한다.

다시 드 레날의 집으로 돌아온 쥘리엥은 부인이 그를 너무나 그리워했음을 알아차린다. 그녀는 혹시 그가 떠나버리지 않을까 걱정하던 터였다. 그를 생각하는 마음은 갈수록 깊어져, 국왕이 베리에르에 행차할 때 국왕을 호위하는 영광스런 행렬에 쥘리엥을 참석시키려고 애쓴다. 그런 노력 덕에 행렬에 참여한 쥘리엥은 이전에 전혀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을 만끽한다. 하지만 행렬을 구경하는 사람들, 특히 자유주의자들은 목수 아들이 행렬에 참가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왕당파인 드 레날의 월권행위라 여겨 그를 비난한다.

그 경험을 통해 쥘리엥이 또 하나 좋은 경험을 한 것은 바로 아그드의 주교를 만난 것이다. 그는 젊었음에도 아주 예절바른 사람이었다. 쥘리엥은 그를 보면서 이전에 스승인 쉘랑 사제가 강제로 은퇴당하면서 가졌던 사제에 대한 회의감을 말끔히 씻어버릴 수 있었다. 야망은 다시 사제로서의 성공을 향하기 시작했다.

쥘리엥을 사랑할 때면 언제나 부인에게는 시련이 닥쳤다. 이번엔 아들이 병에 걸렸다. 그녀는 아들의 병을 자신의 불륜에 대한 신의 노여움으로 여긴다. 그녀는 다시 쥘리엥을 멀리하려 한다. 그러나, “나도 벌받게 해주세요, 나 역시 죄인입니다. 트라프스트 수도원에라도 들어갈까요? 그곳의 고행생활이 당신 하나님의 노여움을 진정시킬 수도 있겠지요...... 아아! 어찌 스타니 슬라스의 병을 내가 대신 앓을 수는 없단 말인가......”라는 쥘리엥의 말에 그녀는 그에 대한 애정을 재확인한다.

얼마 후 아들은 점차 호전되지만 그 둘 사이에는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다. 드 레날 앞으로 익명의 편지가 도착한 것이다. 부인이 누구와 불륜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드 레날은 배신감과 함께 이 내용이 공개되면 자신의 명예가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쥘리엥은 부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부인은 다음날 그에 대한 대책을 알려준다. 편지 속의 남녀를 그들이 아닌, 발르노와 엘리자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녀는 발르노의 문체를 빌려 편지를 써 보인다. 사전에서 단어를 오려 새로운 편지를 만드는 것은 쥘리엥의 몫이었다. 부인은 또 쥘리엥에게 잠시나마 떠날 것을 부탁한다. 그 다음날 분노로 휩싸인 드 레날에게 그녀는 아주 침착하게 그 이야기를 해주고, 전날 쥘리엥이 만든 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쥘리엥을 비하하면서 그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자고 말한다.

쥘리엥은 잠시 집으로 돌아간다. 이때 엘리자는 쥘리엥의 연애사건을 상세히 고자질하기 위해, 물러난 셸랑 사제와 새로운 사제에게 동시에 고해하러 간다. 며칠 후 셸랑 사제는 그를 불러 푸케의 집이나 브장송의 신학교에 갈 것을 요구한다. 쥘리엥이 시장 집에서 나온 이후, 그의 명석함과 라틴어 실력을 아는 여러 부르주아들이 가정교사로 채용하려고 하지만 그는 결국 브장송의 신학교에 가기로 결심한다.

“이보다 더 불행할 수는 없을 거예요. 차라리 죽고 싶어요. 심장이 얼어붙는 것만 같아요......” 이것이 쥘리엥이 부인에게서 들을 수 있는 가장 긴 답변이었다. 그는 그렇게 부인과 이별하고 브장송의 신학교로 향한다.



시련 속에서 야망은 더욱 커지고.

셸랑 사제의 소개장을 가지고 쥘리엥은 브장송으로 향한다. 멀리 문 위에 달린 금박을 칠한 무쇠 십자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천천히 다가섰다. 두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지상의 지옥이로구나. 나는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겠지!

그는 문지기에게 이곳 신학교의 교장인 피라르 사제를 만나고 싶다고 부탁한다. 그리고 잠시 후 법의를 입은 어느 사내의 안내를 받는다. 묵뚝뚝한 표정의 그는 쥘리엥을 무서운 눈길로 쏘아보았다. 그가 바로 피라르 사제였다. 그는 쥘리엥에게 라틴어로 몇 마디를 물어보고, 셸랑 사제의 말대로 명석한 학생임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성경만을 공부했을 뿐 교리에는 문외한인 그에게서 순수함도 발견한다. 또한 언제부터인가 쥘리엥에게 달라붙어버린 귀족식 말투를 삼가할 것을 알려준다. 그렇게 그의 신학교에서의 생활은 시작된다.

쥘리엥은 그 다음날부터 라틴어 실력을 발휘하여 다른 학생과는 차별화된다. 학생들의 호기심 대상이 된 것이다. 신학생들의 수준과 비교해 자신의 뛰어남을 발견한 쥘리엥은 학교생활에 자신감이 생긴다. 그리고 고해 사제를 선택할 때도 다른 학생들처럼 부교장인 카스타네드 사제를 선택하는 대신, 아무 거리낌없이 피라르 사제를 선택한다. 하지만 신학교 안에서 피라르 사제는 종파가 달랐기 때문에 부교장과 힘 대결을 벌이고 있었고, 세력 면에서는 부교장인 카스타네드 사제가 좀더 강했다.

피라르 사제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쥘리엥은 차츰 다른 신학생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또한 속세에 대한, 특히 드 레날 부인에 대한 그리움과, 신성하다고 여겼던 신학교에서조차 패거리의식이 팽배해 있음을 경험하면서 그가 가지고 있던 자신감은 점차 시들어간다. 그에게 많은 힘이 되어 주리라고 생각했던 피라르 사제도 그에게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신학교에 들어오기 전 잠시 들렀던 여관 여주인이 적어준 주소가 그를 시기하는 신학생들의 폭로로 발각되면서 피라르 사제에게 엄한 처벌을 받기도 했다. 브장송 신학교에서의 생활은 다른 어떠한 때보다도 어려운 시기였다. 카스카네드 사제를 따르는 신학생들의 타락된 모습, 즉, 좋은 교구를 배정받기 위해 동전으로 순번을 정하는 모습에서 그는 이곳에서의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고, 다시 군대를 동경하게 된다. 하지만, 사제라는 이유로 면제된다는 사실에 더욱 실의에 빠진다.

이러한 삶 속에서 그에게 빛이 될 만한 사건이 일어난다. 신학생들의 성경복습 교사가 된 것이다. 이는 신학교 내에서의 승진이라고 할 만한 사건으로, 어느 정도 학생들과 다른 시간대에 생활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함께 있음으로 발생하는 그들의 조롱섞인 눈초리는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경계는 계속된다. 시험 때가 다가왔다. 모든 사제와 학생들이 그의 실력을 알고 있었지만, 피라르 사제의 제자인 그가 1등을 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시험날 감독관들의 유도질문에 넘어간 쥘리엥은 라틴어 시험에서 세속적인 작가의 이야기를 꺼내고, 거의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받는다. 하지만 라틴어 세속작가에 대한 그의 학식은 결국 빛을 보게 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주교의 내방을 통해서였다. 쥘리엥의 명성은 주교와 함께 식사하는 영예를 안겨주고, 거기에서 그는 호라티우스, 베르겔리우스 등의 작가의 시를 라틴어로 읊어나간다. 그는 주교에게 인정받고, 선물도 받는다. 그 이후로 신학생들은 갑자기 그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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